2023-08-03

Jong-gul Kim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그리고 [제국의 위안부, 지식인을 말하다]를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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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걸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장기신용은행(장은총합연구소, 도쿄) 경제분석 파트에서 근무한 후 1997년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부임했다. 현재는 국제학대학원장과 국제학부장의 직책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국제경제학과 일본경제론을 가르쳤으나 2015년부터는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를 만들고 관련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현장 활동가들의 공부 모임인 미래혁신학교도 꾸준히 운영한다.

사람을 중심에 두려는 사회적경제의 실천 과정이 세상과 자신의 인생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앞으로도 그 생각을 ‘민주주의’라는 키워드로 정리해나가려는 연구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작 : <자유로서의 사회적경제>,<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안모델>,<협상은 문화다> … 총 8종 (모두보기)




Jong-gul Kim  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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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 그리고 [제국의 위안부, 지식인을 말하다]를 읽어보았습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비공식 문헌과 인터뷰를 참 잘 정리한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위안부할머니들의 명예를 회손했다]고 고소당하고 재판에 걸려있습니다. 1심에서는 무죄였으나, 2심에서는 34곳을 삭제하도록 판결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몇 년이 지나도록 그냥 질질 끌고 있는 듯합니다. 비겁한 일입니다.
저는 그 삭제 명령이 난 곳을 [책]과 [재판기록]을 대조해 가면서 읽어보았습니다. 왜 34곳이나 삭제되어야 하는지 이유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그 어디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을 폄하]한 곳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가난에 팔려가고, 중간상인에 사기당하고, 포주에게 폭행당하고, 만주와 남태평양 땅에서 고생했을 그분들의 삶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이 책이 불편해했던 이유는 아마도 다음의 3가지 정도였을 것입니다.
첫째로, 소녀들이 헌병들에게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가 되었다는 그동안의 [인식]을 정면으로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조선인 중계업자와 포주에 의해 사기당해 끌려갔습니다. 그것을 인정하면 비난의 대상이 구체적인 일본 정부/군부가 아니라 제국/식민지/가난/인간의 추악함 등 일반적인 대상으로 전환됩니다. 일본정부/군부가 의도적/조직적으로 개입해서 강제로 끌어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이나 [위안부운동] 차원에서 본다면 난감했을 것입니다.
 
둘째로, 위안부들이 일본 군인과 일종의 정서적 [동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식민지 속에 살았던 조선 처녀들에게 있어서 비록 억울하고 참담했으나, 일본 군인이 전쟁에서 이기는 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동지 의식]을 가졌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합니다. 위안부들에 대한 폭력은 주로 조선인 포주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일본 군인들은 그들을 위로하기도 했다는 것 또한 수많은 증언이 있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셋째는 위의 불편한 진실을 무시한 [정대협] 등 관련 운동단체에 대한 비판입니다.
애초부터 [위안부]와 [정신대]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역사적 지식이 부족했다는 점. 그리고 여러 논점에서 [위안부 운동단체]와 [위안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점을 무시했던 사람들이 나중에 형사고발의 주체들입니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차분하게 설명했을 뿐입니다.
 
단 하나만의 주장(일본군부에 의해 강제 연행된 소녀 위안부)만이 진실이며 나머지는 [일본 우익의 주장에 동조]하는 [사악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
그것은 무척이나 오만한 일이며, 당시를 살았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다양한 삶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유하 교수의 주장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박교수는 문학평론가와 번역가로서의 레알 A급입니다. 과거의 역사를 응시하는 지식인으로서도 그렇습니다.
탄탄한 학문적 기반을 가진 일문학자가, 자신의 양심을 걸로 쓴 책을, [형사] 고발하고, 재판하고, 언론과 SNS를 통해 마녀사냥했던 우리의 ‘반지성주의’는 무척이나 창피한 일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문명사회의 기본가치입니다. 그것이 인류 진보의 동력이기도 하죠. 제가 좋아하는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의 핵심입니다.
새삼 용기 내어 책을 쓰고 당시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 박유하 선배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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