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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의식, 운동의 면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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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1

책을 읽고 조경란의 <국가 유학 지식인> : 네이버 블로그



책을 읽고 (국가, 유학, 지식인) : 네이버 블로그

책을 읽고 (국가, 유학, 지식인) 책을 읽고

2016. 11. 6. 12:07

http://blog.naver.com/seongho0805/220854640840


책을 읽고 (국가, 유학, 지식인)

이 책은 책방을 돌아보던 중 눈에 띈 책이다. 서문을 읽어 보니 이전에 읽은 <반전의 시대>와 관련이 있어 산책이다. 이전에 읽은 <반전의 시대>에서도 유교의 재림을 주장했는데, 이 책에서도 중국에서 다시 불고 있는 유교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중국의 민족주의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조경란도 중국의 제국화에 대해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 책을 보면 <반전의 시대>저자뿐만 아니라 가라타니 고진 외 여러 사람이 중국의 ‘再 제국화帝國化’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당연한 것이었고 그 배경이 역사의 반복 및 사상의 복고라는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이 <제국의 구조>라는 책에서 중화제국을 ‘선한 제국’의 원리로 언급했다고 한다. 이것은 <반전의 시대>에서 주장한 ‘事大’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즉 과거 질서의 회귀인 것이다. <반전의 시대>에서는 중국의 부상에 대해, 다시 중화시대가 도래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기본은 사대事大에 있다고 했다.

가라타니 고진은 ‘선한제국’의 개념으로 <반전의 시대>에서는 ‘사대의 복귀’로 새로운 중국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주변국이 ‘사대事大’를 할 때 중국은 그에 걸 맞는 ‘사소事小’를 할 것인가?” 저자도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최근 중국에서 유교가 부흥되는 것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유교를 강조하는 것이 흐려진 사회주의 이념을 대체가 하기 위한 방편으로 관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중국이 과연 주변국과 원활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당면한 문제는 내부단속이라고 한다. 대외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위해 우선 다민족국가인 중국이 하나로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중국정부는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민족주의nationalism'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중국의 ‘민족주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민족주의’가 아닌 ‘국민주의’라고 정의한다. 정복으로 통합된 다민족국가에서 민족주의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이라는 개념으로 통합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중국을 내부적으로 ‘제국’이라고 정의한다. 주변의 소수민족을 복속하여 현재의 중국이 된 것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하여 청나라 때 최대 강역을 확보했다. 그 과정은 제국주의와 다를 바 없었다. 어쨌든 중국정부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재의 영토를 보전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

중국의 민족주의(국가주의) 발전은 세 단계를 거쳤다고 한다. 첫 번째는 청나라 말기로서 서구나 일본의 침략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순수한 의미의 '민족주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19세기말 중국의 민족주의는 외세 즉 여러 민족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한족漢族’만의 결집을 목적으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해혁명이후 민족주의는 청나라가 확보했던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서 그곳에 사는 만족滿族(만주), 몽족蒙族(외몽고), 회족回族(신강․위구르), 장족藏族(티베트)까지 아우르는 다민족국가로 개념을 확장하였고 이에 맞춰 ‘민족주의’ 개념을 영토 확보를 위해 ‘국민주의’로 변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개념이 더 확대되어 한족을 제외한 55개의 소수민족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최근 중국은 티베트에서 티베트의 정체성을 없애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인을 이주시켜 인구 구성비를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수민족의 정체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은 소수민족의 특성을 무시하고 중국과 동화시키려 하는 것이다.

중국은 강국이 되어가면서 점점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도 남중국해를 놓고 미국과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런 중국이 대외적으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에 대해 주변 국가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핵심은 중국이 대내적으로는 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이면서 대외적으로는 교린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저자는 아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를 ‘중국에서 보는 아시아’와 ‘아시아에서 보는 중국’으로 나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은 ‘중국에서 보는 아시아’에는 매우 익숙해 있지만 ‘아시아에서 보는 중국’의 관점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나도 이 주장에 동의한다.

‘중국中國’이라는 단어도 세계의 중심국가라는 말이다. 그리고 정식 국호인 ‘중화인민공화국’에서의 ‘중화中華’도 원래 뜻은 시조 황제가 중국 오악五岳 중 하나인 중악中岳인 화산華山에서 일어났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이것이 발전하여 세계에서 가장 문화가 발달한 국가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즉 중국이 세계 중심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이런 생각이 골수에 박힌 사람들이 중국인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관념을 깨뜨리고 ‘사해동포’의 개념으로 중국이 아시아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내가 중국이 다른 나라가 하는 ‘사대’만큼 다른 나라를 ‘사소’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물은 것이다. 저자도 이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과거와 같이 아시아의 중심이 되려면 ‘아시아에서 보는 중국’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우리나라를 대하는 것을 보면 강대국으로서 약소국을 대하는 듯 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도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문제는 중국이 이런 감정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프랑스의 엘리트 중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 식민지를 자기들이 개화시켰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일본에도 그런 사람이 많다. 한마디로 우월적 감정이 사라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반전의 시대>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이 된다는 전제에 사로 잡혀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사대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사대질서가 있는 동안은 평안했다고 했다. 서구의 침략적 질서가 아닌 서로를 배려하는 질서가 존재했다고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분명 서구 제국주의적 질서보다 상대적으로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 질서를 <반전의 시대>에서는 찬양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반전의 시대>의 독후감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안에서도 갈등은 있었고 강자와 약자는 질서는 존재했다. 누가 말했다. ‘최악의 평화가 최선의 전쟁보다는 낫다’고... 그래 굴종으로 얻은 평화가 어떤 사람에게는 아픔이고 악몽이다. 그런 악몽이 우리에게 남아 있다. 그래서 <반전의 시대> 주장에 동의하기 힘든 것이다.


이제 중국은 G2가 되었다. 20년 후 정도에는 G1이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아마도 당이나 명, 청나라 정도의 위상을 가질 것이다. 이때 중국이 미국과 같이 자기의 이념을 강요하는 국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관용을 가진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인가. 이것은 단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도 변하지 않으면 큰 사달이 난다. 이때 주변국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앞으로 점점 중요한 국가가 될 중국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저자가 인용한 일본학자의 연구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연구자들도 많지만 일본학자의 연구가 인용 빈도나 깊이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일본은 그렇게 하는데.... 우리는 이웃이자 바로 주적일 수 있는 중국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여러 각도에서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국가 유학 지식인>이 저자 조경란과 <반전의 시대>저자 이병한 모두 중국을 보고 있다. 단지 다른 관점에서 중국을 보고 있을 뿐이다. 둘을 읽고 보니 조경란은 나이에 걸맞게 돌다리도 두드리고 있고, 이병한은 젊은 패기로 세상을 자기 주관에 의해 재단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저자 둘 모두 중국이 부상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둘이 중국을 보는 눈이 다르다. 두 사람이 보고 있는 중국, 그 중에 어떤 중국이 미래의 중국일까?

[출처] 책을 읽고 (국가, 유학, 지식인)|작성자 한국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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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2

1903 천하담론으로 서구 중심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 – Asia Times



천하담론으로 서구 중심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 – Asia Times

Posted byShinhyung Lee
March 15, 2019

천하담론으로 서구 중심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



“중국의 침략”은 현재 미국에서 지배적인 담론이다. 이에 사로잡힌 중국 혐오론자들은 중국이 미국의 생활 방식뿐 아니라 미국 공화정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미국에 대한 비판도 있다. 미국식 생활 방식은 이미 저개발국에서 모방할 모델이 아니며 미국의 행보와 발언은 점차 소수가 지배하는 독재국가를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중국 혐오의 기저에는 일부 지도자들이나 작가들이 설명하는 것처럼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문화적 신념 등에 대한 양국의 현격한 인식의 차이가 깔려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이 자국의 지정학적, 경제적 힘을 반영해 현존하는 베스트팔렌 체제를 수정하려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베스타팔렌 체제는 유럽의 30년 전쟁 종식 후 체결된 베스트팔렌 조약에 따라 개별 국가가 교황의 지배에서 벗어나 동등한 국가 주권을 갖는 국민 국가로 재탄생하면서 수립됐다. 이 체제하에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은 범죄 행위로 간주해 유엔 등 국가 공동체의 응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베스트팔렌 체제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베스트팔렌 체제의 전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세계가 여러 경제권으로 나뉘어 있고, 이런 경제권이 새로운 경제 체제를 지배하고 있는 한 베스트팔렌 조약 후 탄생한 국민 국가는 국제 시스템의 중추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의 외교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내정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록을 보면 미국은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 간섭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중국은 비판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이 추구하는 것은 일대일로 센터 책임자인 시앙란신 교수가 2016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국제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일대일로를 아시아 국가에 의해 추진된 21세기 유라시아의 지리 경제적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포스트 베스트팔렌 체제로 가는 길이라고 정의했다.

천하질서 담론, 21세기 중국의 세계 인식

최근 중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천하질서 담론은 아직 완전하게 정립되지는 않았으나, 시 주석이 강조하는 중화몽이나 중국의 국가주도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를 뒷받침하는 철학적 담론이다. 인종이나 종교를 뛰어넘는 하나의 하늘 아래 존재하는 가치체계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주목받는 천하질서 담론 중 하나가 중국사회과학원 자오팅양 교수가 표방한 이상주의적 세계질서인 천하체계다. 국가를 뛰어넘는 초주체적(trans-subjectivity) 성격의 세계 체제로 이 속에서 중앙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포용적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 제국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을 뜻하는 천하에 대한 위임을 받았다거나 천하질서는 독재 체제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이런 생각은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고, 전문가들의 중국 혐오 현상이 이런 무지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팅양 연구원은 천하 개념이 주나라의 핵심 사상으로 고대 중국뿐 아니라 역동적인 세계화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통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다른 나라에도 적용되는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민족 국가와 제국주의, 헤게모니 다툼에 의해 정의된 정치적 개념이 세계화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천하가 고대 중국과 21세기의 세계화를 연결하는 개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지점에서 천하 개념은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이념적 근거라는 점이 명확해 진다.

팅양 연구원에 따르면 서구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세계는 언제나 정복이나, 지배, 착취의 대상이었을 뿐 결코 정치적 주제 자체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천하 체계는 진정한 정치적 주체가 바로 세계 그 자체가 되는 세계 체제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아닌 세계의 관점에서 세계를 보는 노자의 사상 아래 민족 국가를 넘어서 보다 통합적인 비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중국 문화의 가장 깊은 뿌리를 따라가며 팅양 교수는 사실상 형이상학적 원리인 천하를 넘어서는 생각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늘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하늘 아래 모든 것을 뜻하는 천하도 공자의 말대로 하늘과 부합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천하의 개념은 배타적이지 않고 포용적이다. 천하는 적이나 외국인을 초월한다.

팅양 교수의 서구 시스템 해체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는 기독교를 “현대의 미신”이라며 “과학적이지도 신학적이지도 않은 이데올로기적 미신”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지적, 문화적 전통의 관점에서 그는 기독교가 이교도적(기독교의 관점에서)인 그리스 문명에 승리를 거두면서 서구 사회는 전쟁의 논리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세계는 이때부터 기독교의 전교를 위한 전장이 됐고, 지식 체계의 헤게모니가 과학과 역사, 생활, 가치관 등 모든 영역에서 일신론으로 모이게 됐다는 얘기다. 이런 세계 체제는 세계를 주변부와 중심부로 나누기도 했다. 이런 관점은 저개발국에서 볼 수 있는 서구식민주의 비판론과 다르지 않다.

팅양 교수는 음양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넘치면 줄어들고 부족하면 채워진다는 노자의 사상으로 되돌아간다. 그는 음양은 모든 존재의 역동성은 ”역동적인 평형(dynamic equilibrium)“ 상태에서 찾을 수 있다는 뜻을 지닌 ”평형의 기능적 은유”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정부가 받아들이고 있는 천하 개념은 국제 관계에서 역동적 평형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의 도전은 미국 정부와 서구 엘리트들을 놀라게 할 만큼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국의 도전은 결국 베스팔렌 체제보다 중국이 주창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국가간의 관계에서 “역동적인 평형”을 확대 시키는 데 우월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천하 개념을 국제무대에 어떻게 위치시키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공 질서의 부활?

하지만 팅양 교수의 천하체계론을 포함해 21세기 들어 중국 학계에서 천하 개념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팅양 교수는 중국의 자국 중심 세계관이 형성되기 전인 주나라 시대의 천하 개념을 얘기하고 있으나, 주나라 이후 중국인들은 중국을 천하로 인식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등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과거 자신을 천하의 중심으로 여기던 중국과 주변국의 관계인 조공 질서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거부감이 상당하다.

팅양 교수는 과거 중국과 이웃 나라와의 관계에서 위계의 문제를 떼어내면 기존 질서보다 더 진보적인 세계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신동아 2018년 11월 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위계질서를 떼어낸 천하체계가 가능하겠냐고 반문하며 “중국은 주나라를 모델로 한 게 아니라 진나라 이후는 중앙집권제”라고 반박했다. 진나라 이후 중앙집권적인 왕국을 이룬 중국인의 천하 개념은 팅양 교수의 주장과 달리 조공을 받고 바치는 위계질서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삼성 한림대 교수도 ‘동아시아 질서와 평화 – 천하체제, 제국체제와 대분단체제’라는 주제로 네이버가 주최한 강연에서 “2000년대 들어 중국 학계에서 천하 개념을 미래 질서를 표상하기 위해 재활용하려는 지적인 흐름이 부상해 왔다”며 “비판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팅양 교수의 천하체계론은 “전통적 개념을 임의적으로 가공해 미래의 이상적인 질서 표상을 위해 재활용”하고 있다며 “개념사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팅양 연구원은 천하체계가 기원전 11세기(주나라)부터 시작해 춘추전국시대까지 존재하다 진시황의 중국 통일로 중국 내부의 다원적인 경쟁체계가 무너지면서 소멸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실제로는 진나라의 통일과 한 제국 성립부터 현실적인 천하체계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천하체계하에서 중국과 이웃 나라들은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나, 이런 평화적 관계는 “기본적으로 위계가 있는 질서”였다며 “전통적인 개념을 끌어들여 다시 재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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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3

정책기획위, ‘1919년 동아시아, 대전환을 꿈꾸다’ 국제세미나 개최-국민일보



정책기획위, ‘1919년 동아시아, 대전환을 꿈꾸다’ 국제세미나 개최-국민일보




정책기획위, ‘1919년 동아시아, 대전환을 꿈꾸다’ 국제세미나 개최
입력 : 2019-04-11 17:18/수정 : 2019-04-16 14:57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1919년 동아시아, 대전환을 꿈꾸다’를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내외 학자, 독립유공자 후손, 교민, 유학생 등 총 150명이 참석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1919년 한국, 중국, 인도, 베트남 등 동아시아에서 펼쳐진 반국제주의 운동과 민주공화국 수립 운동에 대해 조명하고 새로운 동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은 우리나라의 자율적 근대화의 시작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평화운동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며 “1919년 선열들이 꿈꾸었던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축사에 나선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행 중인 포용국가, 평화번영국가로의 진전을 위한 노력이 동북아시아와 동아시아 전역의 공존과 평화번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며 “동아시아는 이미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적, 문화적 역량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기조발제와 4개의 세부세션별 주제발표 및 토론, 마무리발제 순으로 진행됐다.

백영서 연세대 교수와 왕차오광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역사연구소장은 기조발제에서 ‘혁명기점으로서의 3·1운동과 5·4운동, 1919년 반제국 반식민 민족주의의 순간과 그 역사적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백 교수는 “3‧1세대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주체의 형성, 군주제와의 급격한 단절과 공화정의 추구, 새로운 문명전환 인식은 혁명적 차원의 큰 변혁이었다”라고 밝혔다. 왕차오광 소장은 “한중 양국의 역사적 연원과 국가와 민족독립이라는 현실적 공통성에 기인해 중국사회 각계각층이 한국의 독립운동에 강력한 동질감을 느꼈다”며 “이후 중국에서의 한국 독립운동, 특히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발판이 되었다”고 밝혔다.

‘민주공화의 길’을 주제로 진행된 첫 번째 세션에서는 랴오다웨이 상하이 동화대 교수, 박찬승 한양대 교수, 윤대영 서울대 교수가 1919년 당시 중국과 우리나라, 베트남의 민주공화정 설립 운동에 대해 발표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 왕동지에 쓰촨대 교수, 산토시 꾸마르 란전 네루대 교수가 ‘탈식민 저항운동으로서의 3·1운동’, ‘5·4운동의 사상적 경향’, ‘3·1운동과 인도’에 대한 발표 및 토론이 이뤄졌다.

세 번째 세션은 이병한 원광대 교수, 조경란 북경대 교수, 쭈어위허 사회과학원 중국역사연구원이 ‘새로운 국가건설을 둘러싼 논쟁’을 주제로 ‘1919년 개화의 몰락’ ‘5·4 신문화운동과 유교사회주의’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초기의 사회주의 공업화 전략’에 대한 주제발표 및 토론이 진행됐다. 

네 번째 세션은 리신 상하이사범대 교수, 권헌익 캠브리지대 교수, 이지원 대림대 교수가 ‘동양평화론과 동아시아 세계’를 주제로 ‘동아시아 지역주의적 시각에서 본 안중근의 동양평화론’ ‘한나 아렌트와 3·1운동’ ‘3·1운동과 평화사상’에 대해 발표했다.

마무리 발제는 이삼성 한림대 교수가 ‘3·1 운동 후 100년 동아시아의 초상’,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의 ‘100년의 교훈’에 대한 주제발표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나아가 동아시아 공동안보 등 변화를 향한 중대한 조건의 하나는 대분단체제의 정신적 폐쇄회로로 기능하는 역사심리적 간극의 긴장을 해소해 나갈 실마리를 찾는 길이다”며 “역사에 대한 책임 추궁과 반성 촉구의 문제를 ‘국가간 외교’(inter-state diplomacy) 중심의 방식으로부터 ‘사회간 대화’(inter-social dialogue)가 중심이 되는 역사대화 방식으로 전환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국제세미나가 100년 전 동아시아가 꿈꿨던 미래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오늘의 우리를 성찰함으로써 새로운 미래 100년을 전망하고 설계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224141&code=61111211&sid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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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els: 박찬승, 이병한, 조경란

1312 사상과 철학: 중국의 지식(인)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조경란, 2013

사상과 철학: 중국의 지식(인)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조경란, 2013


2014년 8월 7일 목요일

중국의 지식(인)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조경란, 2013


제 목
중국의 지식(인)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10월 월례발표회 후기]

작성일
2013-12-9

작성자
http://ephilosophy.kr/han/?p=44737







[2013년 10월 월례발표회]


중국의 지식(인)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발표: 조경란(연세대)
후기: 진보성 (한국철학사상연구회)


동북아시아에서 센카쿠 열도(중국명:댜오위다오) 분쟁에 이어 이어도를 중심으로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갈등이 연일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중재자로 개입하면서 동북아시아의 영토분쟁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첨예한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제3자의 일인마냥 이 문제를 좌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동북아 정세를 감안한다면 지난 10월에 있었던 월례발표회에서 장장 3시간 30분에 걸친 논의도 어찌 보면 부족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주제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 발표회는 근래에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조경란 선생님이 들고 나온 문제의식은 단순 담론을 넘어 우리 주위 현실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이었다. 반드시 우리의 가장 가까운 미래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동아시아에서 그 중심 자리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조경란 선생님의 이번 발표에는 현재 동북아시아의 정세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중국의 부상에 대해 학자적 양심에 의한 견제와 비판이 담겨 있다. 특히 정치경제적인 중국의 부흥에 편승해 우러러 박수만치는 친중화주의적 태도가 아니라 인문학적 분석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책으로 출간될 이번 논의에서 제기하는 중요한 문제의식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동아시아의 역사궤적에서 중국의 서양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 던지는 질문이다. 바로 근대성 얘기이며 서구의 근대성과 동아시아에서 근대란 과연 무엇이었는지의 문제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중국사회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 그리고 북경거리에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오와 마주보게 된 부활한 공자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번 월례발표회는 중점적인 이 문제들을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한 전초적인 과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 내부에서 중국을 보는 관점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중국의 경제성장 이후 양지에 주목하는 낙관론이다. 경제성장을 통한 중국인들 스스로 자신감의 소산이다. 또 하나는 비관론으로 중국의 현 상황을 비판적으로 보는 관점이다. 신좌파와 유교중국을 꿈꾸는 자들이 힘을 합해 세계문명으로써 바라마지 않는 제국주의를 경계하고 이런 모습에 거리를 둔다. 다시 말해 비관론자들은 세계를 지배해 왔던 유럽적 보편주의(근대성) 문제에 대해 중국이 새로운 보편으로서의 근대적 민주주의를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젝은 이런 중국을 두고 “눈물의 계곡을 거쳤다”고 했다. 중국은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가는 국가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의 국가능력은 이미 보통을 넘어섰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빈부의 차이와 화려한 도시에서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민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지금의 중국이 제대로 된 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동양에서 능력(能)은 곧 덕(德)을 말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이 달성하자던 전면적 소강(小康)사회가 중국의 정치적 부흥과 경제적 성장만을 두고 말한 것이었다면, 또는 청중들이 이것을 염두하고 소강을 이해했다면 현대 중국에서 ‘인(仁)에 바탕을 둔 가족윤리’의 전면적이고 전방위적인 확장은 불가능하다. 그런 사회에서 ‘인(仁)’은 이미 사회의 최소단위에서 형성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내부에서 보는 중국은 굴기에 대해 고무적이지만, 외부에서 보는 중국은 위중해 보인다는 것이다. 내부에서는 외부에서 보이는 것들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 이제 중국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자기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지금 중국의 정치사회권의 분위기를 보자면 신좌파는 극우가 되어가고 있고 이 신좌파와 대륙 신유가의 관계는 서로 밀접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유학의 ‘화(和)’개념을 통해 뒤에서 유가의 등을 밀고 있지만 동시에 통제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은 지난날 중국의 사회주의가 중국 내부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면서 지젝의 지적처럼 현재 중국 사회주의의 경제적 성공은 사회주의의 권위주의와 자본주의의 권위주의가 만나 결국 국가독점 자본주의를 형성했다는 것을 드러낸다. 중국은 과거 유교의 ‘천하’개념을 통해 국가독점 자본주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동아시아에 대한 수평적 인식을 포기한다. 아시아가 중국이고 중국이 곧 아시아인 것이다.
중국의 지식인들이 주장하는 중국모델론은 ‘문명-국가(civiliztion-state)’의 틀을 제시하는 것이라 볼 수 있고 이것이 중국 지식인들이 고민하는 핵심문제이다. 중국 이데올로기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이른바 유교사회주의공화국을 주장하는 간양(甘陽)과 같은 사람은 ‘대중화문명-국가’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것이 21세기 중국 사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경란 선생님은 이 대목에서 중국 21세기의 핵심개념인 ‘문명-국가’의 논리가 과거 유교적 천하통치주의였던 ‘천하-문명’과 과연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한다. 만약 중국모델론이 그 내용에 있어서 인문학적 통찰에 근거한 합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더니티와 민주주의를 보여줄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헤게모니에 의해 국가와 ‘공모’한 중국모델론은 결국 중국의 국가 이데올로기를 표출할 수밖에 없다.



Ⓒ박영미


마치 과거 중국 제국주의의 역사가 다시 반복되는 듯하다. 그런데 과거 동아시아 역사에서 중국은 19세기 말 서양의 제국주의의 형태와는 다르게 당시 조공제를 통해 어느 정도 평화적 체제를 유지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왕후이(汪暉)는 자신의 분석을 통해 이 조공체제를 재구성하여 현대에도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혹시 중화문명으로서 중국이 편제한 동아시아의 문명은 서구의 문명과는 다르기 때문에 과거 동아시아에서는 서구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고 이것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마치 B급 중화반점식 짬뽕논리와 같은 막무가내 낙관론은 아닐까? 조경란 선생님은 이런 입장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역으로 서구도 중국과 같은 배경이었다면 국가 관계에 조공제를 썼을 것이고, 이 조공제라는 것 자체가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이었다고는 하지만 상호필요에 의해 위선을 전제한 서로의 주고받기의 평화 유지 방법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논의들을 살펴보면 우리는 중국의 사회주의가 서구를 극복한 대안체제였는가? 라는 질문에 바로 ‘Yes’라고 대답할 수만은 없는 중요한 지점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사회주의는 서구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나타났다고 할 수 있지만 결국 중국 사회주의도 근대성의 테두리 안에 갇혀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현재 중국의 상황이 독립적인 지식인들의 윤리적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쉽지 않고, 사회 안에서 일정한 공론장도 형성되기 어렵다고 본다.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국가와 자본의 지배가 강력하며 국방비 지출 보다 국가 통제 시스템을 위한 지출이 더 많다는 사실이 이것을 잘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지식인이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은 중국의 정치경제적 신장에만 기대하여 교류를 위해 중국의 긍정적인 면만을 보고 접근하면서 중국 내부의 문제나 중국과 우리 사이의 문제적 상황에 대해서는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새로운 소중화주의 아닌가.
실패한 서구의 극복 차원에서, 또는 서구의 대안으로써 근래 사람들은 중국을 주목한다. 이런 관심은 서방 중심의 세상은 이제 종결되었다는 전제 아래, 중국은 기존의 것들과는 뭔가 다르며 유럽적 보편주의와 미국적 보편의 가치를 뛰어넘은 새로운 보편을 제시할 수 있다는 기대에 기인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서구의 좌파들이 중국의 좌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결국 중국의 모순적인 현 상황을 눈감고 지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한국에서 중국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조경란 선생님의 언급처럼 보편성은 가치로써 존재하는 것이고 현실을 견인해 내는 것이지만 보편적 보편주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 아닌가. 서양좌파들이 중국의 좌파들에게 기대하는 것 자체가 근거가 없다. 자기들의 사회와 체제는 문제제기하고 비판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에는 희망을 건다. 어떻게 중국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보이지 않을까? 이들은 세계 중심의 힘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보는 것 같다. 그들은 이를 문명의 전환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문명론은 매우 허구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보편주의라고 불렀던 서구식 지식구조가 동서양의 패권구도, 현실사회의 강약구도에서 불평등을 은폐할 뿐 아니라 양극화를 조장하고 유지해오는 데 어떤 작용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와 함께 현 중국 자본주의가 ‘괴물자본주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 내부의 ‘민족-국가’ 지배체제와 자본의 이중지배, 그리고 그 아래에서 어느 때보다 주변화 되고 있는 민(民)과 이(夷)의 존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발표문 중에서 -

중국이 향후 50년 동안 어떤 새로운 대안적인 틀로써 ‘보편적 보편주의’를 제시할 수 있을지의 문제는 사실 어느 정도 지켜봐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논의한 내용들을 통해 현 동북아시아 정세를 두고 본다면 그다지 긍정적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중국의 미래를 둘러싼 이해방식은 곧 한국의 미래에 대한 이해방식과 연결될 수 있다. 이것은 중국연구자로써 조경란 선생님 자신도 말한바 ‘또 하나의 도전’인 셈이다. 이 도전이 어떻게 진행될 지도 우리로써는 관심 있게 지켜볼만하다. 이번 발표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의 흥미진진함은 앞으로 출간될 책에서 더욱 풍부한 식견과 내용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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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제국이 될까? 그리고 트럼프와 천하(天下) - 1부 Guest 조경란 교수

〈21세기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제3회〉 
중국은 제국이 될까? 그리고 트럼프와 천하(天下) - 1부 Guest 조경란 교수 (시즌2)
학자들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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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 "中 유교 붐… 국민 인권·자유부터 챙겨야" - 조경란



"中 유교 붐… 국민 인권·자유부터 챙겨야" - 조선닷컴 - 문화 > 문화 일반




"中 유교 붐… 국민 인권·자유부터 챙겨야"
조선일보
이선민 선임기자

입력 2016.08.10 03:00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
中 문화보수주의·중화민족주의 분석한 '국가, 유학, 지식인' 출간


“중국이 세계와 동아시아에 통용될 진정한 왕도(王道)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라고 말하는 조경란 교수. /이명원 기자


"중국은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자유주의가 급속히 보급됐지만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정부의 탄압을 받으면서 대신 민족주의가 부상했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는 유교를 핵(核)으로 하는 보수주의가 개인·국가뿐 아니라 세계의 운영 원리로 재조명되고 있다."

중국의 근현대 사상과 지식인 동향을 중심으로 오늘의 중국과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데 힘써온 조경란(55)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가 현재 중국을 이끌어가는 양대 이념인 문화보수주의와 중화민족주의를 집중 분석한 '국가, 유학, 지식인'(책세상)을 펴냈다. 성균관대에서 '진화론의 중국적 수용과 역사의식의 전환'이란 논문으로 철학박사를 받은 조 교수는 '중국 근현대사상의 탐색'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 등의 저서를 냈고 홍콩 중문대와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연구했으며 중국 학자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신해혁명 이후 손문 등 중국 지도자들은 근대국가 건설의 주체로 한족(漢族)뿐 아니라 많은 소수민족을 포함하는 '중화민족' 개념을 만들어냈다. 제국주의와의 투쟁, 뒤이은 사회주의 혁명에서 국민을 묶는 역할을 했던 중화민족주의는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력이 뻗어나가면서 중국이 천하를 끌어간다는 천하주의(天下主義)와 신(新)조공·책봉 체제 수립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사고는 오랫동안 중화 질서에 속했던 한국과 베트남 등을 중국의 내부나 주변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 국가 평등이 상식이 되고 전통시대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강대국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이런 구상이 인접 국가들에 설득력을 지닐지 조 교수는 의문을 제기한다. 천하주의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자기 중심주의라는 비판에 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조 교수는 중화민족주의의 본질은 내부 소수민족과의 관계에서 드러난다고 본다. 티베트 등과의 공생(共生) 없이는 중화민족주의가 또 다른 제국주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은 대대적인 유교 붐이 일고 있다. 대륙신유가(大陸新儒家)로 불리는 유학 연구자들뿐 아니라 사회주의 이념을 신봉하는 신좌파 지식인들, 심지어 일부 자유주의자들까지 앞다투어 유교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과 유교의 기본 가치들이 '문명 중국'의 토대는 물론 서양 근대 문명을 대신할 '중국 모델'의 중심 요소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를 '유교의 소환'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의 국민 통합을 위해서 사회주의를 대신할 새로운 이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국가와 지식인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형성되면서 오랫동안 격렬한 비판 대상이었던 유교를 다시 불러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유교가 근대를 넘어서는 이념적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과 국가를 견인하는 '비판 유학' '시민 유학'이 돼야 한다고 본다. 이론적으로는 이것이 가능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춘추전국시대의 소공동체를 바탕으로 형성된 유교를 현대에 맞춰 철저하게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중국 국민의 인권과 자유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들에 체제 대안을 제시한다는 발상은 우습다.

조경란 교수는 "공자·마오쩌둥·덩샤오핑의 유산을 한데 묶어 새로운 이념을 제시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서구적 근대를 정말 넘어설 수 있는지, 제국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10/20160810000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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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조경란 ‘문명중국’의 논리에 깃든 허구성 비판 - 교수신문



젊고 도전적인 접근 … ‘문명중국’의 논리에 깃든 허구성 비판 - 교수신문



젊고 도전적인 접근 … ‘문명중국’의 논리에 깃든 허구성 비판

최익현 기자
승인 2013.12.09 16:39


화제의 책_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 조경란 지음 | 글항아리 | 336쪽 | 18,000원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덥기 일주일 전, 지적이면서 매혹적이고,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결여된 인식 부재의 틈까지 치고 나가는 논쟁적인 책이 출간됐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HK 연구교수로 있는 조경란이 쓴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다.


중국의 현대사상과 동아시아 근대 이행기 사상 연쇄에 대해 강의해 온 저자의 주된 관심 분야는 현재의 중국 지식 지형 문제와 중국 자유주의 좌파 문제다. 지은 책으로는 『현대 중국사상과 동아시아: 보편공동체를 위하여』(2008), 『중국 근현대 사상의 탐색』(2009) 등이 있다. 최근 발표한 주요 논문에는 「현대 중국 민족주의 비판: 동아시아 인식을 중심으로」, 「현대 중국의 유학 부흥과 ‘문명제국’의 재구축: 국가·유학·지식인」, 「중국에서 신좌파와 비판적 지식인의 조건」 등이 있다. 물론 이러한 논문의 성과는 이번 신작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崇中과 嫌中을 넘어 硏中과 批中 제기
조경란 교수의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세 가지 점 때문이다. 첫째는 그 스스로 崇中과 嫌中을 넘어 硏中과 批中을 제기하면서 구체적 분석 작업을 내놓았다는 것. 둘째는 이 구체적 작업에서 그가 취한 인문학적 비판과 평가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 셋째는 현대 중국을 이끌어나가는 문제적 지식인을 유형화해 한 눈에 이들을 파악할 수 있게끔 ‘지식인 지도’를 그려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먼저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이 책은 중국의 미래를 둘러싸고 이해 방식을 달리하고 있는 작금의 중국 지식계에 대한 한국의 한 중국 연구자의 입장 표명이며, ‘또 하나의 도전’이다. 단순한 입장 표명이 아니라 21세기 중국 지식 지형에 대한 나름의 인문학적 비판과 평가 그리고 전망을 담고 있다.” 물론 이 지적 도전 과정에서 가치중립성, 일종의 학문적 균형감각을 놓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조반니 아리기가 『베이징의 아담 스미스』에서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조심스럽게 읽어낸 바 있듯, 세계의 시선은 중국의 ‘屈起’를 놓고 선망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지식인들은 이러한 중국의 ‘굴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조 교수는 “현재 중국 지식계는 굴기의 빛과 그늘의 어느 측면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그 입장이 명확히 갈리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시대를 불문하고 어떤 권력이든 지식인들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조 교수에 따르면, 중국 굴기가 지니는 빛의 측면에 주목하는 이들은 ‘중국모델론’과 ‘유교중국’ 구상에 여념이 없는 지식인들이다. 이에 해당하는 사상 유파는 신좌파와 대륙 신유가다. 대표 주자는 간양(甘陽)이며 그가 내세우는 게 바로 ‘대중화문명―국가’ 개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민족―국가에 대비되는 문명―국가가 과연 무슨 의미인가를 따지면서, 이 개념이 인문학적 통찰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잘 설명하지 못하면 한갓 국가와 ‘공모’한 정치적 헤게모니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던진다. “대안을 말하지 않고 문명과 천하의 논리를 중국의 특수성과 연결시켜 전가의 보도인 듯 반복하는 것은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국가가 처한 합법성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전략의 한 차원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의 다양한 문제를 은폐해주는 기능을 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반면 중국 굴기의 빛을 강조하는 이들과 달리 그늘에 주목하는 이들은 중국모델론과 같은 대안론에 ‘강한 저항감’을 표시한다. 저자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중국모델론과 유교중국을 주장하는 지식인들이 국가와 유착돼 있다고 보며, 이러한 주류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주로 자유주의 좌파(중도좌파)와 사회민주주의파에 속하는 지식인들이다. 이들은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가장 나쁜 사회주의와 가장 나쁜 자본주의의 악성 접목”에 있다고 본다. 친후이(秦暉)를 주목할 수 있다. 친후이는 이런 현실에서 지식인들이 중국모델로과 같은 거창한 미래 구상보다는 그 이전에 인민의 기본권이 제약당하고 있는 것에 대응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동아시아‘인문학적 지식인’이란 질문의 힘
이렇게 중국 굴기의 빛과 그늘을 주목하는 중국 지식인들을 꼼꼼히 읽어내는 저자의 접근 태도에서 ‘연중’, ‘비중’의 학문적 맥락을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접근에서 저자가 동원하고 있는 ‘인문학적 비판과 평가’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중국 굴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한 ‘중국 문명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을 평하는 대목을 보자. 도식화하면 ‘낙관론’은 ‘유럽적 보편주의’ 또는 ‘미국적 보편주의’에 대한 대안과 연결된다. 반면 비관론은 중국이 경제성장의 대가로 지불한 부작용의 가공할 측면에 좀 더 주목한다. 다음 대목도 그렇다. “다시 문명의 문제로 돌아와서, 깨어난 노예가 노예의 주인이 되는 길을 거부한다는 선택(쑨거), 중국은 이제 이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 적어도 이런 성격의 고민이 있어야만 문명―국가를 통한 민족―국가의 극복을 운위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루쉰(魯迅)을 호명해낸다. 저자에 따르면, 적어도 루쉰은 어떤 문명이든 현실에 전개됐을 때 자기배반적 성찰이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선각자인 狂人의 눈을 통해 비판적으로 읽어낸 ‘인문학적 지식인’이다.


그러나 중국의 현실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지적한다. “인문학적 지식인이라면 지금 중국에서 이런 ‘루쉰 식의 좌파의식’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적어도 이것이 중국사회에서 기각돼가는 것에 격렬하게 저항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중국에서는 루쉰 지우기가 한창이다. 아니, 루쉰뿐 아니라 1919년 5·4운동 이후 사회주의 건설기까지 진행됐던 중국 지성의 자유와 민주에 대한 이성적 고뇌의 모든 사상 흐름을 차단하려는 무서운 기운이 맴돌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루쉰을 호명해내는 컨텍스트인데, 그것은 ‘문명을 대하는 태도’로 표현된다. “루쉰 식의 문명의 재해석이란, 한 문명에 대한 전적인 부정이나 다른 문명에 대한 전적인 긍정이 아닌, 모든 문명에 대해 분석적이고 역사적으로 접근하는 그런 태도를 의미한다.” 저자가 오늘 중국 지식인의 사유와 그 작동방식을 추적하는 것도, 이러한 문명에 대한 태도를 읽어냄으로써, 이것이 가져올 새로운 ‘모더니티’를 응시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의 사유 방식에 근거한 ‘새로운 모더니티’ 그리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창출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곧 이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보편적 보편주의’ 또한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뤄질 수 있을까?”
저자가 던진 이 질문의 응답 가능성과는 별도로 그가 제시한 ‘연중’과 ‘비중’,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도표 참조), 그리고 인문학적 성찰이라는 방법은 근래 우리 학계가 거둔 진지한 성과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최익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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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 천하담론으로 서구 중심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 | Article



Asia Times | 천하담론으로 서구 중심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 | Article



분석초강대국 경쟁
MARCH 15, 2019



베이징 시내에 있는 사자상. 미국과 중국의 정신적, 문화적 전통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사진: 아이스톡)

천하담론으로 서구 중심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


중국이 자국 중심의 국제 질서 구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되살리고 있는 천하 담론은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논쟁을 유발할 전망이다.


By페페 에스코바 기자 | 이신형 기자







“중국의 침략”은 현재 미국에서 지배적인 담론이다. 이에 사로잡힌 중국 혐오론자들은 중국이 미국의 생활 방식뿐 아니라 미국 공화정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미국에 대한 비판도 있다. 미국식 생활 방식은 이미 저개발국에서 모방할 모델이 아니며 미국의 행보와 발언은 점차 소수가 지배하는 독재국가를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중국 혐오의 기저에는 일부 지도자들이나 작가들이 설명하는 것처럼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문화적 신념 등에 대한 양국의 현격한 인식의 차이가 깔려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이 자국의 지정학적, 경제적 힘을 반영해 현존하는 베스트팔렌 체제를 수정하려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베스타팔렌 체제는 유럽의 30년 전쟁 종식 후 체결된 베스트팔렌 조약에 따라 개별 국가가 교황의 지배에서 벗어나 동등한 국가 주권을 갖는 국민 국가로 재탄생하면서 수립됐다. 이 체제하에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은 범죄 행위로 간주해 유엔 등 국가 공동체의 응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베스트팔렌 체제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베스트팔렌 체제의 전복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세계가 여러 경제권으로 나뉘어 있고, 이런 경제권이 새로운 경제 체제를 지배하고 있는 한 베스트팔렌 조약 후 탄생한 국민 국가는 국제 시스템의 중추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의 외교정책의 핵심 중 하나는 내정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기록을 보면 미국은 다른 나라에 대한 내정 간섭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중국은 비판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이 추구하는 것은 일대일로 센터 책임자인 시앙란신 교수가 2016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국제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일대일로를 아시아 국가에 의해 추진된 21세기 유라시아의 지리 경제적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포스트 베스트팔렌 체제로 가는 길이라고 정의했다.

천하질서 담론, 21세기 중국의 세계 인식

최근 중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천하질서 담론은 아직 완전하게 정립되지는 않았으나, 시 주석이 강조하는 중화몽이나 중국의 국가주도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를 뒷받침하는 철학적 담론이다. 인종이나 종교를 뛰어넘는 하나의 하늘 아래 존재하는 가치체계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주목받는 천하질서 담론 중 하나가 중국사회과학원 자오팅양 교수가 표방한 이상주의적 세계질서인 천하체계다. 국가를 뛰어넘는 초주체적(trans-subjectivity) 성격의 세계 체제로 이 속에서 중앙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포용적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 제국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을 뜻하는 천하에 대한 위임을 받았다거나 천하질서는 독재 체제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이런 생각은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고, 전문가들의 중국 혐오 현상이 이런 무지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팅양 연구원은 천하 개념이 주나라의 핵심 사상으로 고대 중국뿐 아니라 역동적인 세계화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통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다른 나라에도 적용되는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민족 국가와 제국주의, 헤게모니 다툼에 의해 정의된 정치적 개념이 세계화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천하가 고대 중국과 21세기의 세계화를 연결하는 개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지점에서 천하 개념은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이념적 근거라는 점이 명확해 진다.

팅양 연구원에 따르면 서구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세계는 언제나 정복이나, 지배, 착취의 대상이었을 뿐 결코 정치적 주제 자체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천하 체계는 진정한 정치적 주체가 바로 세계 그 자체가 되는 세계 체제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아닌 세계의 관점에서 세계를 보는 노자의 사상 아래 민족 국가를 넘어서 보다 통합적인 비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중국 문화의 가장 깊은 뿌리를 따라가며 팅양 교수는 사실상 형이상학적 원리인 천하를 넘어서는 생각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늘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하늘 아래 모든 것을 뜻하는 천하도 공자의 말대로 하늘과 부합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천하의 개념은 배타적이지 않고 포용적이다. 천하는 적이나 외국인을 초월한다.

팅양 교수의 서구 시스템 해체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는 기독교를 “현대의 미신”이라며 “과학적이지도 신학적이지도 않은 이데올로기적 미신”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지적, 문화적 전통의 관점에서 그는 기독교가 이교도적(기독교의 관점에서)인 그리스 문명에 승리를 거두면서 서구 사회는 전쟁의 논리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세계는 이때부터 기독교의 전교를 위한 전장이 됐고, 지식 체계의 헤게모니가 과학과 역사, 생활, 가치관 등 모든 영역에서 일신론으로 모이게 됐다는 얘기다. 이런 세계 체제는 세계를 주변부와 중심부로 나누기도 했다. 이런 관점은 저개발국에서 볼 수 있는 서구식민주의 비판론과 다르지 않다.


팅양 교수는 음양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넘치면 줄어들고 부족하면 채워진다는 노자의 사상으로 되돌아간다. 그는 음양은 모든 존재의 역동성은 ”역동적인 평형(dynamic equilibrium)“ 상태에서 찾을 수 있다는 뜻을 지닌 ”평형의 기능적 은유”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정부가 받아들이고 있는 천하 개념은 국제 관계에서 역동적 평형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의 도전은 미국 정부와 서구 엘리트들을 놀라게 할 만큼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국의 도전은 결국 베스팔렌 체제보다 중국이 주창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국가간의 관계에서 “역동적인 평형”을 확대 시키는 데 우월하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천하 개념을 국제무대에 어떻게 위치시키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조공 질서의 부활?

하지만 팅양 교수의 천하체계론을 포함해 21세기 들어 중국 학계에서 천하 개념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팅양 교수는 중국의 자국 중심 세계관이 형성되기 전인 주나라 시대의 천하 개념을 얘기하고 있으나, 주나라 이후 중국인들은 중국을 천하로 인식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등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과거 자신을 천하의 중심으로 여기던 중국과 주변국의 관계인 조공 질서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거부감이 상당하다.

팅양 교수는 과거 중국과 이웃 나라와의 관계에서 위계의 문제를 떼어내면 기존 질서보다 더 진보적인 세계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신동아 2018년 11월 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위계질서를 떼어낸 천하체계가 가능하겠냐고 반문하며 “중국은 주나라를 모델로 한 게 아니라 진나라 이후는 중앙집권제”라고 반박했다. 진나라 이후 중앙집권적인 왕국을 이룬 중국인의 천하 개념은 팅양 교수의 주장과 달리 조공을 받고 바치는 위계질서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삼성 한림대 교수도 ‘동아시아 질서와 평화 – 천하체제, 제국체제와 대분단체제’라는 주제로 네이버가 주최한 강연에서 “2000년대 들어 중국 학계에서 천하 개념을 미래 질서를 표상하기 위해 재활용하려는 지적인 흐름이 부상해 왔다”며 “비판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팅양 교수의 천하체계론은 “전통적 개념을 임의적으로 가공해 미래의 이상적인 질서 표상을 위해 재활용”하고 있다며 “개념사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팅양 연구원은 천하체계가 기원전 11세기(주나라)부터 시작해 춘추전국시대까지 존재하다 진시황의 중국 통일로 중국 내부의 다원적인 경쟁체계가 무너지면서 소멸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실제로는 진나라의 통일과 한 제국 성립부터 현실적인 천하체계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천하체계하에서 중국과 이웃 나라들은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나, 이런 평화적 관계는 “기본적으로 위계가 있는 질서”였다며 “전통적인 개념을 끌어들여 다시 재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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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 조경란 "중국식 천하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 Daum 뉴스



[차이나 인사이트] "중국식 천하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 Daum 뉴스







[차이나 인사이트] "중국식 천하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입력 2019.03.12. 00:05 수정 2019.03.12. 06:56 댓글 1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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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래 글로벌 구상 '천하주의'
일대일로는 이를 실현할 프로젝트
"2050년 미국 견줄 현대 강국 부상"
미·중 무역전쟁엔 이념 대결 성향
문명우월론, 신식민주의 거센 비판
왕조시대 유물, 모래성 불과 시각도


━
중국 일대일로가 던지는 질문
미·중 무역전쟁은 무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4차 산업혁명을 누가 주도할 것이냐 하는 기술 표준 전쟁이요, 글로벌 정세의 주도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전쟁의 성격도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중국식 세계화 전략에 대한 미국의 ‘응징’이라는 속성도 있다. 그래서 주목을 받는 게 바로 일대일로의 사상적 바탕인 ‘천하주의(天下主義)’다. 중국의 철학 담론인 천하주의가 요즘 중국 학계의 뜨거운 화제로 등장한 이유다. 논쟁 속으로 들어가 보자.

시진핑이 국가 권력을 장악한 건 2012년 열린 제18차 당대회에서였다. 당 총서기로 오른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소련 공산당 해체의 원인을 찾는 것이었다. 결론은 부패, 그리고 이념의 동요였다. 집권 이후 줄곧 ‘부패와의 전쟁’을 치른 것도,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당 건설’에 나선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공산주의 이념과 규율을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당의 정치력을 회복하겠다는 뜻이다.

시진핑의 또 다른 국가 사업은 ‘중국몽(中國夢)’과 ‘일대일로’다. 중국몽은 ‘중화민족의 위대했던 시기를 복원하겠다’는 국가 비전이었고, 일대일로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복원하는 새로운 중국식 세계화를 뜻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반부패와 당 건설, 그리고 중국몽과 일대일로. 이들은 서로 뿔뿔이 흩어져 진행되는 듯하지만 사실은 하나의 철학적 담론으로 모아진다. 학계의 뜨거운 토론 주제로 등장한 ‘천하주의’가 그것이다. 천하주의는 ‘인종 및 지리적 경계를 초월하는 문화와 가치 체제(a regime of culture and values)’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중국식 코스모폴리타니즘’인 셈이다. 반부패와 당 건설은 이를 위한 내적 역량의 결집 작업이었고, 일대일로는 천하주의의 표현이다. 강했던 한(漢)나라, 융성했던 당(唐)시기를 복원하자는 중국몽은 천하주의의 목표로 해석할 수 있다.

2005년 자오팅양(趙汀陽)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연구원이 ‘천하체계’라는 책을 낸 후 지금도 천하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가 심심찮게 열리고 있다. 쩌장(浙江)대학 요수쥔(尤淑君) 교수는 중국몽과 일대일로를 ‘천하질서’의 새로운 형태로 정의한다. 물론 전통적인 ‘천하질서’는 더 이상 현대 국제정치의 형식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일대일로라는 중국식 세계화 구상이 나오면서 이를 떠받치는 사상으로 ‘천하주의’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현실 정치에 뚜렷이 드러난다. 중국의 국가 목표는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100주년에 맞춰져 있다. ‘두 개의 100년(兩個一百年)’으로 표현된다.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2050년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은 중국이 꿈꾸는 중국식 천하질서의 단면이다. 중국은 요즘 ‘아름다운 생활(美好的生活)’과 ‘인류운명공동체(人類命運共同體)’라는 말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매력 국가 만들기’ 작업이다. 현재는 ‘소프트 파워’에서 미국에 ‘비교’가 되지 않지만, 미래 ‘글로벌 이념’을 전유하기 위해 중국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무역전쟁은 그 꿈에 대한 미국의 반격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봐야 정확히 보인다. 전통적으로 ‘중국’이라는 세계는 서양과는 다른 하나의 ‘천하’였다. 지리적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가치체’ 또는 ‘문명체’로 여겨졌다. 중국인들의 의식 구조가 그렇다. 중국은 청나라가 무너지기까지 언제나 자신을 ‘천하’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신해혁명으로 청왕조가 와해되면서 자신을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시켜야 했다. 거대한 제국을 국민국가 형태로 급속히 재조정해야 했고, ‘천하’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국민국가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적응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근대화를 수행할 수 있는 단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지식인들은 국민국가 만들기에 나서면서도 ‘천하’라는 전통적 시각을 버리지 않았다. 실제로 쑨원(孫文)의 삼민(三民)주의나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혁명 구상에는 천하사상의 영향이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강제된 근대’였을 뿐 사고의 뿌리는 ‘천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계 제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지금, 그 천하 사상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상당 부분 모호하고 집행과정에서 적지 않게 잡음이 들리고 있지만 천하 논의에는 일대일로가 강력한 물질적 기반이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이 꿈꾸는 천하주의를 현대 국제 사회가 납득할 수 있을까. 핵심은 중국식의 코스모폴리타니즘, 즉 천하주의가 21세기에 맞게 ‘재발명’될 수 있느냐에 있다. 중국 문명이 서구의 ‘민주주의’를 뛰어넘거나, 최소한 견줄 수 있는 다른 가치를 제공할 수 없다면 국제 사회는 물론 중국 내부조차 설득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천하주의가 중화민족을 정점으로 한 전통 위계질서 의식을 해소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문명우월론의 각인을 벗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기존의 중화제국 체제의 옛 조공시스템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라 하더라도 그 사상토대는 어디까지나 천하주의적 시각이다. 이는 동아시아 나라들에 특히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서구식 식민주의와 어떻게 명확히 구분될 수 있을지도 문제다. 일대일로가 안으로는 불균등을 해소하려는 목적과 결부되어 있다 해도 밖으로는 ‘팽창’의 시도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주변국들에 위협이 아닌 협력과 공동발전의 기회라고 강조하지만, 외부에서는 중국의 과잉생산을 해소하려는 목적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최근 제기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한 일부 국가의 채무 급증은 이 같은 우려를 낳을 만하다.

중국의 ‘천하질서’를 대하는 한국인 중 이를 반가워할 사람은 없다. ‘천하질서’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과거의 ‘조공’이고 그 이론을 떠받쳤던 것이 중화주의와 유교의 위계이기에 그렇다. 더구나 사드 이후 완전히 중국에서 돌아선 한국인에게 중국 공산당의 세계 구상은 모래성같이 들리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논의를 무시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이 문제는 우리에게 ‘중국의 천하질서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겠느냐’라는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다. 중국의 21세기 구상인 천하주의의 실체를 똑바로 알아야 한국의 위상에 맞는 백년대계를 짤 것 아닌가.

■ ◆조경란

「 성균관대에서 중국의 사회진화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 ‘국가, 유학, 지식인’ 등의 저서가 있다. 2017년 열암철학상을 받았다. 홍콩 중문대학에서 방문학자를 역임했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로 있다.

」

조경란 베이징대 인문사회과학연구원 초빙교수
이슈 · 중, 일대일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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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 이문기 “시진핑, 시대의 영웅이거나 역사의 반동이거나”



·국·통 | 이문기 세종대 교수
“시진핑, 시대의 영웅이거나 역사의 반동이거나”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8-12-02 19:01:58



2018년 12월 호

“시진핑, 시대의 영웅이거나 역사의 반동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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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민족 부흥의 신시대’가 ‘중국 정치 불확실성의 신시대’로
● 3大 위험요인 ①경제 위기 ②엘리트 균열 ③대외관계 실패
● 위기 닥치면 대만 카드 활용해 중화민족주의 격발할 것
● 균형 잡힌 외교(Balanced Diplomacy)로 친미·친중 교집합 찾아 넓히라
● 주한미군 문제 포함한 ‘빅 픽처’ 구상에 보수·진보 지혜 모아야



[지호영 기자]
중국은 친구인가, 적(敵)인가.

중국이 강국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차원에선 아닐지라도 동아시아에서 미국에 도전하면서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어떤 양상으로 일어날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한반도는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조중(朝中·북한과 중국)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이 병립하는 정전(停戰) 상태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퇴조하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한반도의 지정학도 요동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적자 해소 및 제조업 부흥을 위해 중국과의 일전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를 통해 패권 의지를 드러냈다.

‘신동아’와 미래전략연구원은 2017년 1월호부터 2년간 ‘중·국·통’을 진행하면서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답하고자 했다. 신동아와 함께 23명의 중국통(中國通)과 대담한 이문기(52) 세종대 교수가 24회면서 마지막회 주인공이다.






“두려워하거나 깔보고 무시하거나”


2017년 5월 15일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회의. [AP=뉴시스]
이문기 교수는 중국 정치 연구자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후 베이징대에서 중국 정치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정치의 변동과 한중관계 연구에 주력했다. 최근에는 정치학에 역사학을 접목한 한중관계사에도 주목한다.

진보와 보수의 진영 논리를 넘어 국가 발전 전략을 고민하자는 취지로 2001년 출범한 민간 싱크탱크 미래전략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 초대 원장은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신동아와 미래전략연구원이 2017년 1월호부터 2년간 ‘중·국·통’을 진행했습니다.

“석학과 관료들의 통찰력 가득한 분석과 견해를 접하며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중국통 23명과 대화하면서 한국 사회의 중국을 들여다보는 관점이 굉장히 분열적이라는 점을 느꼈습니다. 특히 외교·안보 문제에서 견해가 충돌했습니다. 과도한 두려움과 경계가 하나의 편향이라면 깔보고 무시하는 정서 또한 편향이죠. 중국에 대한 인식이 분열적인 까닭을 세 갈래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한국적 특수성으로서 역사가 주는 무게가 상당합니다. 수천 년간 이웃에서 살았기에 조공 질서를 비롯해 역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둘째는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사이에서 균형점 찾기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셋째는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정체성이 미완성인 데다 불확실하다는 점입니다. 중국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문제예요. 서구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문제는 논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아는 게 전부이고 옳다는 독선적 이해를 넘어 중국을 객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중수교 주역인 신정승 전 주중대사(2017년 8월호)는 “중국이 큰 나라가 되리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이제는 부상한 중국이 한국에 힘을 투사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중국에서 공부할 때와 비교해 격세지감이 듭니까.

“중국이 부상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1992년 한중수교 전후만 해도 보잘것없었죠. 유학생, 상사원이 우대받았습니다. 역사를 통틀어 중국인에게 그때처럼 존중받은 적이 있을까요? 중·국·통에서 다수 전문가가 말씀했듯 분기점은 2008~2010년입니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인해 미·중 간 국력 격차가 축소되고 미국이 주도해온 질서가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국에서 고조합니다. 2010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을 추월한 사건도 상징적이었고요. 한중수교 20주년이던 2012년 ‘한국과 중국의 갑을관계가 역전됐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칼럼을 일간지에 기고한 게 떠오릅니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우월적인 부분이 많았는데 빠른 속도로 위치가 바뀌었어요. 중국인이 한국을 대하는 방식이랄지 접근법도 변화했습니다. 환대받고 우쭐대던 시절이 끝나버린 겁니다.”

-최근 중국 정치의 변화는 ‘역사의 퇴행’이라고 할까요. 시진핑 1인으로 권력 집중이 일어납니다.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표방한 ‘신(新)시대’는 사실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알리는 ‘시(習)시대’ 선언이나 다름없었죠.”


참기래(站起來)→부기래(富起來)→강기래(强起來)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소장(2017년 11월호)은 중국 정치가 ‘민주 없는 집중제’가 되리라고 우려했습니다. 서진영 사회과학원 원장(고려대 명예교수·2017년 10월호)은 “1인 체제는 공산당 몰락으로 가는 길”이라고 일갈했고요.

“중국공산당은 중화인민공화국 발전 단계를 셋으로 나눈 후 현재가 세 번째 도약의 시대라고 여깁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뤄낸 중국 통일은 참기래(站起來·일어서다), 덩샤오핑(鄧小平) 시대는 부기래(富起來·부유해지다), 시진핑 시대는 강기래(强起來·강해지다)로 규정합니다. 중국몽(中國夢)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통해 글로벌 리더 국가가 되겠다는 뜻이고요. 신시대 선언은 중국 역사에서 또 다른 거대환 전환을 이뤄내는 초입에 시진핑이 서 있으며 강기래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카리스마적 권력을 통해 ‘통일 중국’ ‘부유한 중국’을 실현했듯 시진핑이 강력한 1인 통치를 해야 중국몽 실현이 가능하다고 믿는 겁니다. 역사적 책임을 시진핑이 지겠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자오후지(趙虎吉)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2017년 9월호)와의 대담이 떠오릅니다. 그는 “권력 집중은 더 큰 개혁을 위한 수단”이라면서 “권력이 강해야 정경유착을 깰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공산당이 국가에 만연한 부패와 개혁 지체에 위기의식을 가진 것 같습니다. 중진국 함정에 빠져 좌초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고요. 질적으로 한 단계 성숙한 경제·사회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데 큰 걸림돌이 기득권층의 부패와 개혁 저항입니다. 시진핑 집권 후 고강도 반부패 운동을 지속해온 이유죠. 덩샤오핑 사후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해왔는데 정치 안정을 가져온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과감한 개혁이 어렵다는 치명적 약점도 있습니다.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에 개혁이 지체되고 부패 문제에 손도 못 댄 배경에 집단지도체제가 있습니다. 2006년부터 경제성장 방식의 질적 전환에 나섰으나 구호만 반복될 뿐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강력한 권한 집중이 이뤄져야 부패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으며 과감한 개혁 정책도 펼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반부패운동-개혁심화-권력집중은 연동된 논리 구조에 따른 패키지예요.”

-자오후지 전 교수는 “싱가포르식 1당 우위 다당제로 갈 것”이라고 중국 정치의 미래를 내다봤으며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2018년 1월호)도 “중국공산당이 싱가포르의 1당 우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정치제도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만, 현실은 시진핑 종신집권으로 나아가는 모습입니다. 시진핑은 당의 핵심을 넘어 인민의 영수(領袖)로 불리며 당헌에 시진핑 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삽입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시진핑 사상 학습 열풍도 일어납니다. 중국 정치의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싱가포르는 1당 우위 다당제 모델인데 사실상 1당 독재입니다. 중국이 싱가포르 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은 있는데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진핑 3연임해도 이변, 못 해도 이변”
-서구식 민주주의는?

“중국이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당제에 기초한 ‘선거 민주’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지배적 담론이에요. 중국이 지금과 같은 권력 구조와 정치 체제를 갖고는 진정한 강대국이 될 수 없습니다. 강압적인 권위주의 질서를 유지하며 ‘글로벌 리더’ ‘존경받는 국가’가 된다? 기대하기 어렵죠. 국제사회가 지지할 수 있는 정치 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태로 중국몽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중국에서 싱가포르식 모델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지 20년이 돼갑니다. 싱가포르는 1당 우위 다당제, 강력한 법치 및 관료제와 개방적 시장경제를 결합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정치체제 중 중국의 현실과 가장 유사합니다. 공산당이 압도적 우위에 서 있되 비(非)공산당 계열의 정치적 목소리가 체제 내로 수렴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낸다면 싱가포르 모델이 중국에서 실현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민주화’는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입니다.

“멀어졌어요. 아주 먼 미래의 일이 될 겁니다. 후진타오 집권기에는 정치적 개방이랄지 정치 개혁 실험이 활발했습니다. ‘선거 민주’가 중앙은 아니더라도 지방에서는 확산되리라는 기대가 높았는데 시진핑 집권 후 전부 역전됐습니다. 중국의 부상이 도달할 종착점이자 궁극적 난제는 정치체제 개혁입니다. 다당제와 선거 민주는 어렵더라도 시민의 정치 참여, 국민에 의한 권력 통제 등 민주적 가치를 구현해야겠죠. 내부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지만 중국이 꿈꾸는 세계 리더 국가가 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입니다.”

그는 ‘중화민족 부흥의 신시대’가 역설적으로 ‘중국 정치 불확실성의 신시대’를 재촉하고 있다고 봤다.

“시진핑 1인 권력 강화와 장기 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중국 현대사에서 1인으로의 권력 집중은 예외 없이 정치 혼란을 초래했어요. 마오쩌둥 시대의 문화대혁명과 덩샤오핑 시기의 톈안먼 사건은 공산당 내부가 정책 방향을 두고 균열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 시대를 거치면서 확보된 권력 교체의 예측 가능성이 시진핑 집권 이후 사라졌습니다. 정치국 상무위원(총서기+6인), 정치국원(25인) 등 차기 지도부가 누가 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합니다.



“위기 닥치면 대만과의 조기 통일론 꺼내 들 것”
언론을 통제하기에 알려지지 않을 뿐 내부적으로 불안 요인이 상존합니다. 체제 내 갈등을 견제와 균형에 의해 희석하는 게 민주주의의 장점인데 중국에는 그런 제도가 없습니다. 중국 내부에서 시진핑 체제의 업적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일각에선 3연임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합니다.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입은 타격, 공세적 대외정책이 가져온 부정적 효과가 부각돼 3연임이 무산될 수도 있어요. 덩샤오핑 사후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한 이래 처음으로 시진핑이 3연임해도 중국 정치사의 대전환이자 이변, 시진핑이 3연임을 못 하고 물러나도 이변이 돼버린 상황입니다. 예측 가능성이 줄고 불확실성이 커졌죠.”

-시진핑 독주 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할 변수로 경제 문제가 첫손에 꼽힙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2017년 3월호)은 “중국 경제가 융·복합 위기에 처했다”고 봤습니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2018년 10월호)은 “미국 경제가 워낙 좋아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버티기 어렵다”고 진단했고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시진핑 체제가 타격을 입습니다.

“세 갈래의 위험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경제 위기로 인한 민심 이반, 둘째는 엘리트 정치의 균열, 셋째는 대외관계에서의 실패예요. 그중 통제가 가장 어려운 게 경제 문제죠. 경제는 핵심이자 3가지 위험 요인의 공통분모입니다. 시진핑은 반부패 운동 과정에서 정적(政敵)을 양산했습니다. 정치적 반대파가 지금은 잠복해 숨죽이나 민심 이반이 나타나면 엘리트 정치가 균열할 수 있습니다.”

-‘무역전쟁’은 대외관계 관리 실패라고 하겠습니다.

“중국공산당은 덩샤오핑 이후 후진타오 시기까지 경제 발전에서 통치 정당성을 얻었습니다. 대외전략은 정치 안정과 경제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 수준에서 이뤄졌고요. 시진핑 체제는 통치 정당성을 국내적 성공뿐 아니라 대외적 성공과 연계하려고 합니다. 중국 특색의 강대국 외교를 펼쳐 대외적 부상을 이뤄냄으로써 통치 정당성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낮은 자세로 적극적 역할을 자제하던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분발유위(奮發有爲)로 대외정책이 전환됐습니다. 무역전쟁을 봅시다. 미국이 강하게 나오면 중국이 항상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번엔 맞대응했습니다. 대단히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도 도광양회 시기에는 내놓을 수 없는 전략이죠.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압력이 거세지면서 대외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미관계에서의 실패가 통치 정당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외적 위기가 대내적 위기로 전이될 때 위기 모면 카드는 민족주의 정서를 고양하는 것입니다. 중화민족주의 정서를 격발할 카드가 있습니다. 대만 문제가 그것이죠. 조기 통일론을 꺼내 들면 중국은 하나로 똘똘 뭉칩니다.”

-양안관계 전문가인 문흥호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장(2018년 10월호)은 “대만은 지금도 중국의 해양 진출을 막는 미국의 불침항모”라고 했습니다.

“미국과 정면충돌을 피하는 수준에서 민족주의를 격발하는 방식으로 대만 카드를 활용할 겁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얻어맞았습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2017년 5월호)은 “트럼프는 중국 외환보유고를 날로 먹으려는 장사꾼”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2018년 5월호)는 “중국식 강대국 외교는 미국을 더는 추종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중국이 너무 일찍 ‘도광양회’를 버리고 ‘분발유위’를 선언한 게 아닐까요.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2018년 8월호)는 “중국 군사력이 미국에 견주려면 아직 멀었다”고 했습니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오판한 것 같습니다. 도광양회에서 분발유위로 전환이 빨랐다고 봐요. 자국의 부상을 지나치게 낙관하면서 대외전략에서 조급함을 보였습니다. 미국이 가진 체제 내구성과 리더십 복원력을 과소평가했고요. 무역전쟁 초기에는 중간선거용 정도로 여기고 전례 없는 맞대응에 나섰는데 미국의 압박이 무역역조 만회나 선거용으로 이뤄지는 단기적 압박이 아니라는 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미중관계가 앞으로 상당 기간 교착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여요. 장기전으로 가면 기초체력이 센 쪽이 유리한데 미국이 훨씬 튼튼하죠. 중국 내부에서도 시진핑 지도부가 조급했다는 반성 기류가 있습니다. 김재철 교수가 설명했듯 민족주의파와 국제주의파가 대외전략에서 경쟁해왔습니다. 시진핑 집권 1기에는 민족주의파 노선이 득세했는데 국제주의파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외전략이 공세적 부상에서 다소 후퇴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미동맹과 ‘충돌’하는 한중관계”


2017년 9월 7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 사드기지로 반입된 발사대 4기를 주한미군이 점검하고 있다.
-시진핑은 시대의 영웅일까요. 역사의 반동일까요.

“시대의 영웅, 역사의 반동은 양극단이죠. ‘중국 부상의 성패가 곧 시진핑의 성패’면서 공과(功過)도 시진핑이 온전히 떠안게 됐습니다. 중국몽 실현, 신시대 중국의 부상이 시진핑이라는 개인의 성패와 등치된다는 얘기입니다. 시진핑이 자기 의도대로 중국몽을 실현하면 시대의 영웅이 될 겁니다. 장쩌민, 후진타오 레벨이 아니라 마오쩌둥, 덩샤오핑을 잇는 현대사 영웅으로 자리매김하겠죠. 역사의 반동은 과장된 표현이겠으나 실패한다면 개인 책임을 최소화하면서 평범한 지도자로 퇴장할 공산이 큽니다. 정치적으로 책임지면서 불명예 퇴진하는 모습이 연출되지는 않을 겁니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2017년 1월호)는 “중국이 아시아에 거점을 둔 지역 패권을 추구한다”면서 “심리전, 탐색전에 능해 약해 보이면 더 밀어붙이니 흔들리거나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사드 갈등은 봉합된 모양새입니다만 “한중수교사(史)는 사드 이전과 이후로 양분될 것”이라는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 말씀대로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인식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고요. 북한 비핵화 협상과 맞물려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다시 요구할 수도 있을까요. 일대일로 특사로 중국에 다녀온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2017년 7월호)이 말한 “거대한 빙하가 수면 윗부분만 녹기 시작한 단계”가 지금껏 이어지는 듯한 국면입니다

“중국이 사드 문제를 재론해 비핵화 협상 국면을 혼돈에 빠뜨리거나 후퇴시키지는 않을 겁니다만 잠복된 문제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한중수교사는 사드 이전과 이후로 양분될 것’이라는 서진영 명예교수 말씀은 동북아 정세의 구조적 전환을 적확하게 짚은 것입니다. 사드 이전까지 한중관계가 한미동맹과 양립이 가능했다면 사드 이후 한중관계는 한미동맹과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사드 문제는 한국과 중국의 양자 관계가 아니라 한국-중국-미국 삼자관계, 나아가 동북아 질서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미·중 대립구도가 해소되지 않으면 한중관계는 외교·안보적 불일치와 갈등이 항상화(恒常化)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 경쟁을 본격화하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뜻인가요.

“과거에는 안미경중(安美經中) 논리가 통했습니다. 중국도, 미국도 용인했거든요. 한국은 20년 가까이 미국으로부터 안보적 이득과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동시에 취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사드라는 상징적 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되면서 선택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사드 배치 이후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이 한반도에서 북한의 남침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게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는 수단으로 바뀌었다고 인식합니다. 무기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균형이 훼손됐다고 본 거죠. 사드 갈등은 해결된 게 아니라 잠복한 것입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중국은 소아(小兒)적 대국… 때리면 맞으면서 버텨야”라고 했습니다. ‘소아(小兒)적’이라는 표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덩치는 대학생인데 지적 수준은 중학생이라는 비유죠.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비대해졌으나 소프트 파워가 약하고 다른 나라에 보편적 가치를 제공할 자원이 부족합니다. 국제 규범이나 제도에 맞는 외교 행태랄지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도 서투르고요.”



중국의 ‘주한미군’ 인식

-현인택 고려대 명예교수(전 통일부 장관·2017년 2월호)는 “중국의 강압 외교는 제국주의적 패권외교 행태”라면서 한미동맹의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윤영관 명예교수는 “세계 도처에 수많은 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협력하면서 정치·군사적으로는 미국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윤 전 장관이 ‘균형 외교’를 강조했다면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전 주일대사·2017년 4월호)는 ‘비례 외교’를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동맹국,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이니 그 비중에 맞게 외교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이 더 강해지면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딜레마가 더 커집니다.

“원로 세 분께서 상이한 인식을 제시했습니다. 현인택 전 장관은 전통적 시각에서 중국의 부상을 자유주의적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미국과 함께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졌습니다. 일본의 주류 인식과도 맥을 같이하는 견해로 한·미·일 연대를 강조합니다. 윤영관 전 장관은 균형 외교의 불가피성에 주목합니다. 섣불리 한쪽을 골라잡기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최상용 전 대사의 견해는 현 전 장관, 윤 전 장관의 주장을 절충한 것이고요.

윤 전 장관 말씀과 기본적으로 견해를 같이합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기반으로 한 자기주도적 균형외교 전략’이 필요해요. 기존 대국과 신흥대국 사이에 끼여 딜레마 상황에 처한 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은 한중수교 이후 25년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용적 균형 외교를 해왔습니다. 한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포기하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요. 남북관계가 대결로 치달을 때는 균형 외교를 펼치는 데 제약이 큽니다. ‘자기주도적 균형 외교’란 강대국에 일방적으로 편승하거나 순응하는 전략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쪽을 골라잡는 식의 편승외교는 국익과 거리가 있을뿐더러 영구 분단을 자초하는 길이에요.

친미와 친중을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친미·친중의 교집합을 확장해야 해요. 친중이 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 범위에서 자율성의 공간을 넓혀가는 게 필요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과 세력전이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장기적으로 진행됩니다. 강대국의 세력 관계를 능동적으로 살피면서 실용적인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비핵화 과정의 ‘뜨거운 감자’ 주한미군”

-그게 쉽지 않은 일이죠.

“어렵죠. 친미가 반중으로 받아들여지거나 친중이 반미로 여겨지면 곤란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친미·친중의 교집합은 협소할 수도, 넓을 수도 있습니다. 교집합이 협소하더라도 확장해나가야 해요. 한국은 균형자(balancer)가 되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국력을 뛰어넘는 일이에요. 미·중 사이에서 균형자 노릇을 하려다가 양쪽에서 버림받을 수 있습니다. 밸런싱(balancing·힘의 균형) 개념으로서의 균형 외교 또한 우리가 가진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힘의 균형’을 추구하자는 게 아니라 ‘균형 잡힌 외교(Balanced Diplomacy)’를 하자는 얘기예요.”

-이세기 한중친선협회장(2017년 12월호)은 “중국 중심 동북아 시대 개막은 시간문제”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보수인데 이렇게 말할 수는 없지”라면서 이 회장이 주한미군 관련 발언을 취소한 게 떠오릅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2018년 9월호)는 “평화체제 협상 시 주한미군 철수 논의가 불가피하다”면서 “주한미군이 미국에 계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을 동아시아 밖으로 밀어내려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전략 목표라고 봐야 할까요.

“두 분이 솔직한 견해를 엿보이거나 내뱉은 겁니다. 북한 비핵화를 통해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 질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면서 현재 잠복된 게 주한미군입니다. 중국의 국력이 더욱 강해지면 자신들이 주도해 동북아 안보 질서를 짜려고 하겠죠.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 핵심에 주한미군이 있고요. 주한미군 문제를 보는 중국의 시각에 오해가 많은 듯한데 베이징은 그동안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한미동맹은 냉전시대의 유물”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죠.

“그런 언급 또한 특정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공식 견해는 아니었습니다. 중국이 주한미군 문제에 공개적으로 대응한 최초의 사건이 사드예요. 중국이 철수를 공개적으로 주장하지 않은 것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주한미군이 없으면 남북 간 불장난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본 거죠. 그런데 사정이 바뀌었습니다. 중국은 사드를 미국이 자국을 견제하기 위해 배치했다고 봅니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이 북한에 대한 견제와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을 억제하는 데 있다면 용인하나 그 기능과 역할이 중국 견제로 확대되면 강력히 반대합니다.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이 점진적으로 확대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변화한 게 사실입니다.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평화협정 문제가 현실화하면 주한미군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어요. 평화협정을 맺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주한미군 주둔 명분이 부족해집니다. 종전선언 논의부터 유엔사 존치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유엔사 존속이냐 해체냐, 일본으로의 이전이냐를 두고 논의하는 것으로 압니다.”



고려의 실용적 균형외교 및 자강(自强)
-북·중관계에 대해 박종철 경상대 교수(2018년 9월호)는 “김일성-마오쩌둥 시대의 혈맹 신화가 재현되고 있다”고 봤으나 이희옥 교수는 “북·중은 상호 불신 관계”라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여깁니다. 한 외교 당국자는 ‘전략적 이해관계 불일치하의 일치’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북·중관계는 혈맹도 맞고, 상호 불신이 깊은 것도 맞습니다.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과 불일치한 부분이 공존하는 이중적 관계죠. 일치하는 부분은 민족주의 색채가 짙은 사회주의국가로서 이념적 연대가 강하고 지정학적으로 상호의존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한쪽이 망하면 다른 쪽도 망하는 구조예요. 불일치는 중국 개혁·개방 이후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서방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경제 발전에서 중요했는데 북한이 핵 개발과 폐쇄 정책을 고수하면서 불일치가 생겼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용의를 나타내면서 불일치 지점이 현저하게 감소합니다. 지정학적 안보 의존과 역사적 혈맹이 부각될 수밖에 없죠. 이 같은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한중수교 이후 한국이 친미와 친중을 병행했듯 북한 또한 친중과 친미를 병행하는 개방국가가 되도록 유인해야 합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연구자인 한명기 명지대 교수(2018년 2월호)는 “끼인 자는 선택의 기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광해군, 인조 때처럼 외교 사안을 두고 각 정파가 아전인수(我田引水)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외교 사안의 정쟁(政爭)화는 심각한 문제예요. 역사를 훑어보면 안보 위기는 항상 삼각구조에서 발생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과 그 어떤 세력 사이에 끼었을 때 위기가 발생했죠. 삼각구조가 극심했던 때는 고려시대입니다. 470년 역사 중 350년을 북방 유목민족과 중원의 중화제국 사이의 삼각구조에서 살았죠. 초기는 고려-송-요(거란), 중기는 고려-송-금(여진), 말기는 고려-원(몽골)-남송 관계였죠. 임진왜란은 조선-명-일본, 병자호란은 조선-명-후금(청)의 삼각구조였고요. 청일전쟁과 6·25전쟁은 한반도-중국-해양세력 삼각구조였습니다. 한반도가 중원의 중국과 양자 관계에서 안보 위기를 겪은 적은 없습니다. 고구려 때 수·당과 전쟁을 벌였는데 만주를 지배하면서 중원과 패권 경쟁을 했기에 예외로 봐야 합니다. 중국이 역사적으로 안보 위협이었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삼각구조에서 가장 실패한 사례가 병자호란, 가장 성공적인 시기가 고려입니다. 고려는 실용적 균형 외교와 자강(自强)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해 470년을 생존했습니다. 요·금이 침략했을 때 자강에 입각한 안보를 해나가면서 북방의 신흥국가와 중원에 이중조공을 하는 등 타협도 했죠. 주목할 점은 고려가 안보 위기를 대비하면서 자강 노력을 충분히 취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의 삼각구조는 한반도-중국이라는 대륙세력-미일동맹이라는 해양세력입니다. 역사적 경험에서 살펴보면 자강과 실용적 균형 외교가 불가피합니다.”

-한국 정치는 병자호란 때처럼 국가 이익이 아닌 정파 이익에 따라 외교 사안을 해석할 때가 많습니다.

“보수와 진보로 양분돼 진영 논리에 몰두한 채 상대방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폄하하면서 국내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외교·안보 문제를 이용하려 하죠. 역사의 교훈에서 보면 한국의 현실은 매우 비관적입니다. 병자호란 때 조선은 당파적 이해관계의 틀로 제가끔 위기를 해석하고 내부 경쟁에 몰두합니다. 반정으로 집권한 인조가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하고자 후금과 어리석은 정면 대결을 펼칩니다. 정묘호란(1627), 병자호란(1636) 사이의 10년 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잃어버린 10년’이었죠. 조선은 정묘호란 이후 10년 동안 내적 자강과 실용 외교를 펼쳤어야 합니다. 내정이 분열하고 당파 논리가 횡행하면 삼각구도의 파고를 넘기 어렵습니다.”



천하질서와 조공체계
-삼각구도가 나타난 것은 중국이 “민족주의 중국몽을 채택”(김재철 교수)한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전인갑 서강대 교수(2018년 4월호)는 “베이징이 중국의 방식으로 세계 질서를 재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봤습니다. “중국적 가치의 자장 속으로 들어오라”는 것인데요. 한국은 미국 중심의 질서에 편승해 지금껏 번영을 이뤘습니다.

“중국의 장기적 의도가 적어도 동아시아에서 자국 중심의 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경제력과 군사력 등 하드파워는 갖추겠지만 주변 국가들이 수용하고 존중할 만한 가치와 이념을 제시할 준비가 매우 부족합니다. 중국 부상의 치명적 약점이죠. 소프트파워 알맹이를 유학 전통에서 찾으려고 하는데, 아직은 구체성·보편성을 얻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그런 점에서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2018년 11월호)와의 대담도 의미가 상당했습니다. ‘중국이 재해석한 천하질서는 조공체계와 어떻게 다른가’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는데요. 조 교수는 “한국부터 설득해보라고 중국 사람들에게 말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중국이 만들려는 패러다임은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도 통할 수 있다. 한국을 설득할 수 있으면 세계를 설득할 수 있다.”

“중국이 독자적 가치와 이념을 제시한다면 일차적으로 한국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으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어야 세계에서 통한다는 조경란 교수의 지적은 매우 적절합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중국이 한국의 경험과 소프트파워 자산을 배워야 할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민주, 평화, 인권, 높은 시민의식 등 한국의 강점이 곧 중국의 약점이거든요.”

-중국에서 힘을 얻는 ‘천하질서’ 담론은 조공체계가 떠올라 불편합니다.

“선입견을 거세하고 보면 국제관계의 정당성 측면에서 전통적 조공체계와 근대적 세계질서의 우열을 가리긴 어렵습니다. 각 시스템이 그 시대에 부합해 작동한 겁니다. 전통적 조공체계는 공식적으로 국가 간 관계에 위계성을 표방하지만 조공국(주변국)의 내적 자율성을 충분히 인정했습니다. 베스트팔렌 조약(1648) 이후 현존 질서인 국민국가 체계는 공식적으로는 국가 간 평등성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힘에 의한 불평등 체제죠. 중국이 내놓은 신형국제관계와 인류운명공동체는 아직 공허합니다만, 강대국의 강요와 전횡 등 국민국가 체제가 가진 위선적 요소의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도 있습니다.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가지려면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언론·사상의 자유 등 민주적 가치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중국과 민주주의 국가 사이의 인식 격차가 엄청나죠. 중국이 전통 사상을 현대적으로 변용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국제 질서의 이념과 가치를 제시하겠다는 구상을 가졌는데 앞서 말했듯 아직은 구체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데다 보편성을 얻기도 어려운 수준입니다.”



“동북공정 버금가는 상처 준 사드 보복”


[지호영 기자]
-중국은 이웃을 강압하는 미국식 패도(覇道)가 아닌 도덕과 인의의 왕도(王道)로 국제 질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합니다만 한국과의 사드 갈등과 일대일로 전략에서 드러난 모습은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인해 한국에서 반중 감정이 폭발했습니다. 오랫동안 아물지 않을 내상이 한중관계에 생긴 겁니다. 경제 보복은 사실 미국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중국이 흉내를 낸 격인데 미국의 보복과 다릅니다. 미국은 국내법을 이용하든지 유엔을 동원하든지 절차적 합법성을 찾습니다. 중국은 그게 없어요. 비공식적으로 보복합니다. 대중의 민족주의 정서와 결합해 불매 운동이니 하면서 맹목적으로 진행되기에 보복당한 국가가 참기가 더 어렵습니다. 규범성이 떨어지기에 당하는 쪽은 황당하기까지 하죠. 사드 보복 이후 한국 내 반중 감정이 고조한 것을 중국에서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것도 문제예요. 한국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중국의 대(對)한국 정책은 계속 실패할 것입니다. 사드 보복은 2005년 동북공정에 버금가는 상처를 한국에 줬습니다.”

-겨울이 되면서 중국발(發) 미세먼지가 다시 밀려옵니다. 추장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원장(2018년 6월호)은 “중국도 미세먼지 저감에 총력전을 펼치나 아직은 멀었다”고 했습니다. 동아시아 정세도 미세먼지 가득한 날 만큼이나 시계(視界)가 불투명합니다. 빅딜이 이뤄질 것 같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더딘 속도로 이어집니다. 한국은 앞으로 미·중 사이에 더 갑갑하게 끼일 수밖에 없을 테고요.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 논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흔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합니다만 다른 악마가 있어요. 동아시아 신(新)질서에 대한 빅 픽처(Bic Picture)가 부재합니다. 한국과 북한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변 강대국 간 전략적 이해관계를 조율할 큰 그림이 필요합니다. 남북관계가 잘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미·중관계가 대결과 갈등으로 역행하는 상황이기에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신냉전’이라는 개념도 등장했고요. 미·중관계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낼 힘을 기지지 못한 우리는 겸손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보수는 낡은 사고에 갇혀 있으며 진보는 보수를 설득할 만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 큰 그림을 그려야 해요.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배척만 해서는 안 됩니다. 정권을 잡은 쪽에서 비전을 내놓지 못하면 상대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솔직해야 합니다. 단적인 예가 주한미군 문제예요. 굉장히 위선적으로 핵심을 비켜가며 말합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어찌할 겁니까.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주둔은 별개라는 주장은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 논리에 불과합니다. 빅 픽처 구상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 권력에 초연할 수 있는 한국 사회 원로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전문가들 또한 권력이나 정파적 이해로부터 초연해야 해요.”






신동아 2018년 12월호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연재
미래연 연중기획 중·국·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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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 조경란 중국이 재해석한 천하질서는 조공체계와 어떻게 다른가

신동아-미래연 연중기획 중·국·통 |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 |
중국이 재해석한 천하질서는 조공체계와 어떻게 다른가



| 이문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8-10-28 09:00:02


● 조공 체계 통해 주변국에 이익 나눠줬다는 게 中 인식
● 동중서·캉유웨이 소환한 대륙신유가
● 겉으로는 마르크스주의, 안으로는 유가(儒家)
● 사회주의도 법가처럼 형해(形骸)만 남을 수도


[박해윤 기자]
중국에 유가(儒家)가 돌아왔다. 사상가들이 유교와 사회주의 결합을 시도한다. 청(淸) 건륭제 사후(1799년) 내리막길을 걷던 중국이 21세기 굴기한 후 유교가 품은 이데올로기적 가치를 재발견했다. 20세기 초 5·4 신문화 운동기에 도둑과 기생충으로 몰린 공자가 되살아난 것이다.

조경란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중국 현대사상 연구자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했다.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중국의 사회진화론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중국 사회과학원, 홍콩 중문대에서 연구했다. 현대 사상과 지식인 문제, 동아시아 근대 이행기를 연구해왔다. 2017년 열암철학상을 수상했다. 최근엔 한국 학자로는 처음으로 베이징대 인문사회과학연구원 초빙교수 초청장을 받았다.


신좌파, 신보수주의, 자유주의

21세기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중국인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그는 숭중(崇中) 혐중(嫌中)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중국이 가진 이념적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토대로 사상계 논의 흐름을 분석해왔다. ‘21세기 중국’이라는 대(大)주제를 놓고 사상적 접근을 시도한다.

주요 저서로는
‘국가, 유학, 지식인’(2016)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2015),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신유가, 자유주의, 신좌파’(2013)
 ‘중국 근현대 사상의 탐색’(2003) 
등이 있다.

10월 4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그를 만나 중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신(新)유가를 중심으로 대담했다.

- 2013년 출간한 ‘현대중국 지식인 지도’ 만큼 복잡한 중국 사상계 지형을 간명하게 정리한 책이 없습니다. 한국 학자가 외부 시선으로 정리했기에 역작이 나온 것 같습니다. 중국 사상계의 담론과 논쟁에 주목한 까닭은 뭔가요.

“대학 다닐 적에는 노장철학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해 ‘현재’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진화론의 중국적 수용과 역사의식의 전환’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전통 시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이행기가 사상사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통’도 알고, ‘근대’도 알아야 했죠. 자연스럽게 ‘현대’로 진입했고요.”



- 올해가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입니다. 중국 지식계 주류 담론도 변천했습니다. 신좌파, 신보수주의, 자유주의가 경쟁해왔는데요.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로 기계적으로 나눠봅시다. 그중 1990년대가 중요합니다.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선 1978년은 의미 있는 분기점이되 사상적으로 볼 때 톈안먼 사태가 일어난 1989년이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1989년을 전환점으로 지식계 주류가 바뀝니다. ‘신보수주의의 출현’ ‘문화보수주의의 출현’이라는 말로 요약되는 유학, 그러니까 국학열(國學熱)이 1990년대에 일어납니다.”


- 1980년대는 중국 문화를 비판하면서 서양 문화를 긍정하는 흐름이 강했습니다.

“문화대혁명으로 마무리된 중국 사회주의가 기저효과를 일으켰어요. 1980년대는 1919년 5·4 신문화운동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反)전통에 방점을 찍었죠. 5·4운동이 계몽주의라면 1980년대는 신(新)계몽주의라고 하겠습니다. 1980년대는 5·4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중국 사회주의가 문화대혁명으로 끝났기에 그 트라우마로 인해 자유주의가 꽃피웁니다. 지식인이 문화대혁명을 중국 전통에 포함해 비판한 것이지요.”



‘자기 긍정’ ‘자기 회복’의 1990년대

- 1990년대부터 중국 전통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됩니다.

“1990년대의 사상적 흐름은 장기적 시각에서 보면 1980년대의 반동이 아닌 반성입니다. 1990년대 초 철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위잉스(余英時)가 ‘21세기(二十一世紀)’라는 잡지를 통해 근대화의 장애물은 유교, 그러니까 전통문화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막스 베버(‘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저항합니다. 기독교뿐 아니라 유교 또한 자본주의 발전에 굉장히 유리한 지점이 있다고 얘기해요. 그러면서 급진의 시원은 캉유웨이(康有爲·1858~1927)라고 주장합니다. 캉유웨이는 서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중국인입니다. 캉유웨이가 지금 기준으로는 보수지만 당대에는 굉장히 개혁적이었죠.”


- 그 같은 논쟁을 거치면서 신보수주의가 나타나는군요.

“단순히 1980년대에 대한 반동이나 반사가 아니라 소련 붕괴, 냉전 시대의 해체, 글로벌화의 강화에 맞물려 신보수주의가 등장합니다. ‘문명의 충돌’(새뮤얼 헌팅턴) ‘역사의 종언’(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책이 중국 지식인에게 큰 자극을 줬어요.”


- 민족주의도 강화됩니다.

“보수주의, 민족주의의 시대가 열린 겁니다. 1980년대가 5·4운동의 재생이라면 1990년대의 1980년대 비판은 20세기 중국 정치 문화 전체에 대한 반성이었습니다. 1980년대와 사회주의에 대한 반성뿐 아니라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신문화운동 때부터 시작된 근대화 과정 전반에 걸친 반성이 포함된 것입니다.

‘중국에서 유학이 되살아난다, 그러니까 보수다’라고만 볼 게 아니라 이 같은 사상사적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중국은 글로벌화한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해야 했습니다. 그러려면 자기를 버려야 했고요. 그 기원에 신문화운동이 있습니다. 자기 회복, 자기 긍정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고요.”

- 유학 담론을 부활시키려는 신보수주의뿐 아니라 신좌파 흐름도 1990년대 생겨났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신보수주의가 출현하고 문화적으로는 국학열이 탄생합니다. 신좌파는 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사회주의를 다시 소환합니다. 자본주의를 통해 경제성장을 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이의 제기라고 하겠습니다. 서구 지향적인 자유주의자들에게 신좌파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신보수주의가 출현한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단일한 사상이 지배한 적이 없어요. 전통 시기에 법가와 유가가 나라를 지배했다면 현재는 유학과 사회주의가 주류 담론이라고 봅니다. 1990년대 사회주의가 다시 소환돼 개혁·개방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는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문화적 보수주의가 힘을 얻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때 공자 띄운 것은 ‘서양 따라잡기’ 끝났다는 뜻”

- 1990년대 후반 이념 지형을 자유주의 사상가 존속, 신보수주의 출현, 신좌파 부상이라고 정리하면 될까요. 그로부터 20년이 또 흘렀습니다. 자유주의, 신보수주의, 신좌파의 담론 경쟁은 그 후 어떻게 전개됐습니까.

“3개 유파가 2000년대 초반, 대략 2004년 전후까지는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2008년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시작됩니다. 그해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고요. 2008년을 기점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가 끝나고 있다는 분석이 중국에서 나오기 시작합니다. 중국이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지고요. 특히 베이징 올림픽 개·폐막식에서 공자를 띄운 것은 상징적 의미가 커요.”

-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연출했죠.

“공자를 띄운 까닭은 뭐냐, ‘서양 따라잡기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부강몽(富强夢)이 아니라 중국몽(中國夢)’이라고 여긴 겁니다. 중국몽은 2012년 나온 시진핑의 사상이지만 그 이전부터 존재한, 중국식으로 가겠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또한 국학, 그러니까 유학이 ‘대륙신유가’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이미 형성됐습니다.”

- 중국의 사상을 왼쪽부터 나열하면 어떻게 됩니까.

“맨 왼쪽이 신좌파, 맨 오른쪽이 신유가, 중간이 자유주의죠. 베이징 올림픽 이후부터 신유가가 영향력을 가진 담론으로 부상합니다. 최근에는 신유가가 학술회의를 엄청나게 많이 주최합니다. 학술회의에 신좌파, 자유주의자를 모두 불러요. 신유가가 플랫폼을 만들어 양쪽을 불러 토론하는 형식이죠. 현재는 삼각구도가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할까요. 중국이 소프트파워를 구상한다면 사회주의와 더불어 유학이 근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적 차원에서 유학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죠. 국가 이데올로기가 되리라는 점은 장담할 수 없으나 유학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 자오후지(趙虎吉)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중국통’(2017년 9월호) 대담에서 “중국의 정치철학은 동중서(董仲舒)에서 비롯한다”면서 “중국 전통의 정치철학이 공산당에서 구현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굉장히 정확한 지적입니다. 대륙신유가라는 명칭은 2005년 만들어졌습니다. 대륙신유가를 줄여 캉당(康黨)이라고도 일컫습니다. 캉유웨이의 ‘캉’을 따온 겁니다. 공자 외에 신유가가 주목하는 인물은 주자가 아닙니다. 동중서와 캉유웨이예요. 캉유웨이와 동중서는 서로 밀접하게 통합니다.”


신유가가 주목한 동중서, 캉유웨이

동중서는 유교 국교화의 길을 연 사람으로 기원전 2세기 한(漢)나라 때 학자면서 관료다. 캉유웨이는 청나라 말 체제를 개혁해 서구에 대처하자는 변법자강을 주창했다.

- 2008년 이후 새롭게 부상한 일군의 지식인 집단이 지배적 흐름으로 자리매김했고 그들이 사상적 자원을 뽑아내려는 대상이 동중서와 캉유웨이다? 흥미롭습니다.

“이들이 강력하게 소환되고 재해석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국 규모의 국가 안정과 유지입니다. 동중서가 한무제 때 한 일을 캉유웨이가 근대 이행기에 했다고 보는 겁니다. 두 사람은 자신이 산 시대를 최대의 위기로 인식합니다. 동중서는 법가로는 실패한다고 봤습니다. 법가로 통치한 진(秦)나라가 14년 만에 단명합니다. 동중서가 가진 위기의식은 법가, 도가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공자를 소환합니다. 유가를 통해 분열이 없는 화목한 사회, 대일통(大一統)의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본 거죠. 황제는 민심에 근거해 존재한다는 내러티브를 활용해 거대한 유교 통치 이데올로기를 만든 사람이 동중서예요.”

- 캉유웨이는?

“캉유웨이는 서양의 제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한 최초의 중국인이면서 중국에서 민주(民主)를 얘기한 최초의 사상가입니다. 당대에는 굉장히 진보적인 사람이었죠. 만주족을 몰아내자고 주장한 쑨원(孫文) 세력이 나타나면서 캉유웨이를 비판합니다. 역할의 전도라고 하겠습니다. 캉유웨이는 청나라를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든요. 순수한 한족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모두 섞였다는 논리였습니다. 민족이 분리되면 혼란이 온다고 본 거죠.

동중서가 통치 체계를 만든 이후 중국의 왕조는 송(宋), 명(明)을 제외하면 중화제국을 형성했습니다. 캉유웨이는 청나라의 판도를 온전히 보전해 국민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대만과의 통일과 소수민족 문제는 지금도 중국에서 뜨거운 이슈입니다. 중국 지도자, 지식인에게 캉유웨이가 호소력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캉유웨이는 또 국민국가에서 백성을 균질화해 국민을 만드는 데 공자의 사상이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면서 공교(孔敎)를 주장합니다. 공자교라고도 하는데요. 기독교처럼 문화적 베이스로서의 가치 체계를 얘기한 것이죠.”


‘천하질서’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 캉유웨이에 주목하는 게 특이하게 느껴집니다.

“‘대륙신유가가 생각하는 입법자가 누구냐, 마오쩌둥(毛澤東), 쑨원도 아니고 캉유웨이다. 그게 이 시대에 맞는 얘기냐’는 비판을 거자오광(葛兆光) 같은 지식인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비판에 대한 재(再)비판이 진행되고요. 중국이 경제적 부상에 성공하면서 자국 문화를 긍정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를 선택할까요? 캉유웨이는 쑨원이나 마오쩌둥과 비교하면 반동인 것 같지만 한 세기 전으로 되돌아가 캉유웨이의 고민을 곱씹어보면 다른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 캉유웨이가 소환되면서 중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유학 담론이 논의의 지평을 확대하는 것 같습니다. 유학의 부흥 외에 중국 지식계에서 최근 주목할 지점으로 ‘천하질서’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신유가가 힘을 얻었으나 마르크스-레닌의 깃발을 내리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중국 사회에서 사회주의 이념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법가처럼 제도로만 혹은 형해(形骸)로만 남을 수도 있습니다. 마오쩌둥 또한 중국이 부정할 수 없는 대상입니다. 사회주의, 마오쩌둥, 천하질서가 함께 가리라고 봅니다.

‘문화종횡(文化縱橫)’이라고 지식인과 파워엘리트의 글을 싣는 잡지가 있습니다. 이 잡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중국몽과 일대일로를 시진핑 집권기를 상징하는 2대 프로젝트로 꼽으면서 천하질서의 새로운 형태로 규정하더군요. 중국몽이 국내를 다룬다면 일대일로는 바깥 질서를 포함한 것이죠.”

- 천하질서 담론은 시진핑이 강조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국가적 목표와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천하질서 담론의 과잉을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대체하고 중국 주도의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과정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천하질서 논의가 앞으로 중국에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신천하주의, 천하체계 등 천하 담론은 중국몽이나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를 발표하기 이전부터 지식인들 사이에서 논의가 상당히 많이 진행됐습니다.”

- ‘천하질서’라는 개념은 한국인에게 불편합니다. ‘조공’ ‘사대’ 같은 낱말이 떠오르거든요.

“‘천하질서는 이런 것이다’라고 정립된 설명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자오팅양(趙汀陽)이 쓴 ‘천하체계’에 따르면 서구의 근대적 체계는 국가 간 영토성, 경계성을 기본으로 하는 반면 중국의 전통적 천하질서는 경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공자가 이상으로 여긴 주나라

- ‘조공질서로 되돌아가겠다는 것 아니냐’는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과거의 조공질서에서 위계성을 떼어내고 평화의 문제를 고민하면 서구가 주도한 세계질서보다 진보적인 질서를 구성할 수 있다고 자오팅양은 주장합니다. 자오팅양의 천하체계 모델은 공자가 이상으로 여긴 주나라입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중국은 주나라 모델로 역사가 만들어진 게 아니라 진나라 이후는 중앙집권제입니다. 천하질서는 굉장히 이상적인 어떤 것을 말하는 것으로 봐야 해요. 동아시아 패권이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중국 지식인들이 가장 두려워했고, 공포를 느꼈으며, 안타까워한 것이 조공국들이 떨어져 나간 것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폭망’했죠. 일본의 침략을 받으면서 과거의 판도를 지켜내지 않으면 중국이 정말로 망한다는 의식이 팽배합니다. 잃어버린 바깥을 어떻게 다시 찾아올 것인가 하는 의식이 20세기 내내 중국을 지배합니다. 중화제국은 무너졌으되 중화주의는 반성될 수가 없었던 거죠. 중화주의가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논쟁해선 안 됩니다. 그것은 당연히 존재합니다.”

- 천하질서는 시진핑이 내놓은 ‘인류운명공동체’와 맥이 통합니다.

“역사를 잘 아는 중국 지식인 및 정치인들이 조공 체계를 재현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저는 그 재현 체계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 인류는 20세기를 경험했으니까요.”

- 일대일로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게다가 일대일로에는 일종의 ‘반성’이 들어가 있어요. 예전에는 해상은 포기했죠. 북방민족이 계속 쳐들어와 그것을 막아야 했으니까요. 어느 중국 지식인이든 조공 체계를 기억합니다. 조공 체계가 리(利)보다는 의(義)에 근거해 운영됐다고 보는 중국 지식인이 굉장히 많습니다. 중국이 이득을 취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죠. 신좌파인 왕후이(汪暉) 는 조공 체계 대신 ‘과체계사회(跨體系社會·trans systemic society)’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왕후이는 일대일로와 과체계사회를 연결하는데, 글로벌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극복해 과체계사회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일대일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왕도와 패도


이문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과 대담하는 조경란(오른쪽) 교수. [박해윤 기자]

- 천하질서를 ‘큰 나라와 작은 나라의 역할 차이를 인정하면서 호혜적이고 윈-윈하는 구도로 가자’는 담론으로 이해할 수 있겠으나 우리에게 익숙한 국제질서에 대한 근본적 도전일 수 있기에 불편한 인식이랄까, 비판적 사고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잘 본 것 같아요. 그러나 유교의 핵심은 위계성(正名論과 各得其所)과 조화에 있습니다. 평등주의가 아니에요. 역사학자 리중톈(易中天) 같은 사람은 유교를 계승할 때 등급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하다고 말합니다.”

- 위계성을 빼버리면 질서가 안 잡히죠.

“근대사회라는 게 국가 간 평등하다고 하지만 형식적 평등이거든요. 서구의 근대가 만들어낸 형식적 평등은 그럼에도 굉장히 중요하죠. 중국은 이웃을 강압하는 패도(覇道)가 아닌 도덕과 인의의 왕도(王道)로 구축되는 세계 질서를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천하사상과 왕도주의를 연결합니다. 왕도를 실현하면 그것이 본보기가 돼 밖으로 감화된다는 겁니다. 태양이 있고 위성들이 존재하는 형태를 얘기하는 건데요. 중국에서 천하질서를 말하는 사람들과 서구가 만든 근대질서에 익숙한 사람들의 생각은 평행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패러다임의 충돌이라고도 하겠습니다.”

- 신형국제관계를 구축해 인류운명공동체를 건설하자는 시진핑 외교사상의 하위 개념 중 하나가 ‘정확한 의리관(正确的義利觀)’을 확립하자는 것입니다. 의로울 의(義)와 이로울 리(利)를 썼는데요. 국가 간에 의와 리를 정확하게 처리해야 국제질서의 모범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동중서도 한무제 때 천하질서 체계를 만들면서 중국과 주변국의 관계를 처리할 때 의와 리에 입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맹자에도 나오는 얘기입니다.”

- 전통 시대 황제국가가 도덕적 정당성과 우월성을 유지하는 게 의로움(義)이죠. 이익(利)을 베풀고 공유하는 게 중국이 ‘주장’하는 전통적 조공 체계고요.

“조공 체계는 외교 관계면서 문화, 경제가 다 포함된 개념입니다. 조공 체계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게 아니라 주변 국가에 이익을 나눠줬다는 게 중국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주변국에 이익을 나눠주는 대신 중국은 조공을 받는다는 명분을 얻었고요. 일대일로도 그렇게 만들려는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다르게 구현됩니다. 투자하는 쪽과 투자받는 쪽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득권을 가진 나라들이 방해할 가능성도 크고요.”

- 서구 모델에 친화적인 중국의 자유주의는 급격히 퇴조하는 느낌입니다.

“자유주의는 주류가 된 적이 없습니다. 중국에서 주류가 되는 날이 올까요?”

- 1980년대에는 자유주의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있었습니다.

“1990년대에도 자유주의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낸 시기는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주의자들이 설 자리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한국 학자들은 중국의 자유주의자에 호의적일 수밖에 없으나 중국에서는 서양 것만 가져와서 얘기한다는 비판을 듣습니다. 중국에 착근해 있지 않다는 거죠.”


“신유가 영향력 지속적으로 강화”

- 신유가의 중국 내 영향력은 커지는 형국입니다.

“신좌파인 왕후이는 그렇게 보지 않더군요. 중국 정부는 신유가, 신좌파, 자유주의자의 견해를 모두 취합니다. 신유가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시진핑이 2013년 공자묘를 방문해 제사를 지낸 것도 다분히 정치적인 행보예요. 유가의 이상이 현실에서 실현된 적은 없습니다. 중국에서 국가를 통치한 방식은 법가의 사상이었습니다. 중국에서 사회주의가 ‘법가화’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사회주의가 이념으로서의 역할은 못 하고 인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만 남는 거죠. ‘외마내유’라는 말이 유행합니다. 겉으로는 마르크스주의인데 안으로는 유가라는 건데요. 전통 시대에는 ‘외유내법’이었어요. 유가가 통치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법가라는 뜻입니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지금은 한반도를 포함한 세계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저변에 G2라는 중국의 위상 변화가 있어요. 사드 사태 때 중국은 분명 옹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난받아 마땅하죠. 그러나 한국이 중국과의 비대칭성을 인정하면서 중국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합니다. 한국은 조선왕조 500년을 유교국가로 보냈지만 또한 동시에 그것을 벗어나 민주주의를 이룩했고 경제성장을 한 나라입니다. 아시아 4마리 용 중 유일하게 중화권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런 특성을 가진 한국이라는 장소는 중국의 천하질서든 소프트파워든 객관적 평가를 내릴 가장 좋은 조건을 갖췄습니다. 평소에 중국 지식인들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이 만들려는 패러다임은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도 통할 수 있다. 한국을 설득할 수 있으면 세계를 설득할 수 있다’.”





신동아 2018년 11월호
| 이문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연재
미래연 연중기획 중·국·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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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els: 기득권, 자오 팅양, 조경란, 좌파 기득권, 진보 기득권, 트라우마 한국

2019-05-22

16 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1, 02, 03 : 네이버 블로그


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1 :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eongho0805/220837520608



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1


<반전의 시대>를 읽게 된 것은 친구가 소개해준 아래 기사 때문이다. 이제 명실상부 G2가 된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고민하고 있던 내게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볼 안목을 제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것을 정리하여 낸 책이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41872
'미군 없는 아시아가 도둑처럼 올 수도 있다'
소설가 장정일은 "새로운 질문을 낳는 책, 주류와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책, 그 시대의 절박한 문제에 응답하려 분투하는 책"이라고 했다.2015년 2...
www.pressian.com



우선 저자를 조금 이해할 필요가 있어 교보문고에 나온 저자 소개를 간략하게 정리했다.

저자 이병한李炳翰은 연세대학교 학부에서 사회학을,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중화세계의 재편과 동아시아 냉전 : 1945~1991>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자오퉁(交通)대학교 국제학대학원, UCLA 한국학연구소, 베트남 하노이 사회과학원, 인도 네루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등에서 공부하고 연구했다. 월간 ‘말’ 편집위원, 창비 인문사회 기획위원, 세교연구소 상근연구원 등을 지냈다. 2015년부터 프레시안 기획위원으로 3년 여정의 <유라시아 견문>을 진행 중이다. ‘한반도의 통일’과 ‘동방 문명의 중흥’을 견인하는 ‘Digital-東學’ 운동을 궁리하고 있다. 1978년생인 그는 남한이라는 국지적 공간에서 벗어나 8개 국어에 달하는 언어를 익히며 현지 지식인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중심/주변, 제국/식민이라는 편견을 깨고 한반도, 동아시아를 넘어 유라시아 지평에서 사유하는 안목을 배웠다.

이병한은 현재 서른여덟 살... 아주 젊은 소장학자이다. 그런데 세상을 보는 눈은 거장이다. 마치 거인의 눈으로 소인들의 세계를 내려다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너 이거 알아?’하는... 약간은 거만한 듯하지만, 유려한 글 솜씨로 그것을 감추며 새로운 관점을 펼쳐나간다.

<반전의 시대>는 어려운 책이 아니다. 그러나 매우 불편한 책이다. 기존 이데올로기, 관념... 이 모든 것을 해체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구닥다리’라고 폐기했던 과거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는다. 그는 ‘신新’과 ‘구舊’가 아니라 ‘고古’와 ‘금今’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즉 연속된 시간 속에서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공자가 죽어나 나라가 산다.’고 했다. 그러나 저자는 죽은 공자를 다시 살려내고 있다. 폐기되었던 과거를 다시 상기하게 만든다. 그래서 불편하다. 그래서 이 책은 보수나 진보에게 모두 껄끄럽다. 책제목처럼 모든 것을 뒤집어야하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이유는 아래 구절에서 명확히 나타난다.

“자유보다는 자제와 절제가 더욱 지속가능한 미덕이다. 수신修身, 수기修己이다. 문명이라고 다를까? 무한성장이 약속한 자유와 평등과 민주라는 가치가 인류의 집합적 수명을 단축시키는 독이 되고 있음을 냉철하게 직시할 때이다. 반생태적이고, 반생명적이다. 인간 중심적이다. 근대의 사회공학(자유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등)이 엔트로피를 폭발적으로 가중시킨다.” (252쪽)

여기서 더 나가 “냉전은 종식되었으되, ‘냉전의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자유민주주의’가 형해화되어 간 90년대 이후의 일관된 추세도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이웃에 자리한 동방 사회주의 국가들을 진지한 사유의 대상으로 삼지도 못했다.”(256쪽)

한마디로 지금 우리는 ‘죽은 아이 부랄 잡고’ 내가 잘 낫니, 네가 잘 낫니 떠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을 보는 시각도 중국 속으로 제대로 들어가 보지도 않고 서구 잣대, 아니 엄밀히 말하면 미국 잣대로 중국을 포함한 사회주의 국가와 다른 나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역사를 보는 관점은 극히 동양적이다. 그 중심에는 유교가 있다. 유교적 질서의 재림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부제가 ‘세계사의 전환과 중화세계의 귀한’이다. 저자의 역사관은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서구 역사관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는 문명 발달을 서구 역사관으로 이해하고 있다. 국제법의 효시가 된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분화된 국가라는 단위를 기반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있고, 정체政體로서는 귀족제의 변형인 의회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독교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의회가 귀족제의 변형이라는 것은 영국의회가 생긴 과정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베스트팔렌조약>

https://ko.wikipedia.org/wiki/%EB%B2%A0%EC%8A%A4%ED%8A%B8%ED%8C%94%EB%A0%8C_%EC%A1%B0%EC%95%BD

그러나 저자는 역사를 ‘치세治世’와 ‘난세亂世’로 구분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본 2000년 역사가 그랬다는 것이다. ‘치세’때는 천하가 안정되고 편안했고, ‘난세’에는 여러 나라가 발흥하면서 고통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이 바로 ‘난세’라는 것이다.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온 지구가 민족국가로 갈가리 찢겨지면 춘추전국시대나 다름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베스트팔렌 조약을 제국주의가 발생한 근원으로 보고 있다. 나라를 갈가리 찢어 놓음으로써 강대국이 약소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할 때 중국으로부터 독립된 국가라는 것을 주장한 것은 중국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한 후 합병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럼 이런 ‘난세’를 어떻게 다시 ‘치세’로 되돌릴 것인가. 그는 춘추전국시대에 나온 ‘유교’에 주목한다. 유교는 ‘난세’를 어떻게 하면 ‘치세’로 돌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 주장한다. 유교는 죽음 이후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면에 어떻게 하면 현세에서 ‘안정적으로 국가와 사회를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보면 중국은 이미 송나라 때 과거제도를 도입하면서 철저하게 실력본위로 관료를 선발하여 귀족이라는 계급을 없앴다고 주장한다. 이후 중국은 귀족이 없이 관료 중심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실력본위로 인재를 선발하여 나라를 다스리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미래 국가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자유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의회민주주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는가에 의문을 던진다. 의회는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보는 시스템으로 전락하였다고 주장한다. 선거의 속성이 과거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에 결코 미래를 지향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다.

촘스키도 선거제도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지금 선거는 홍보산업, 즉 PR산업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데....중략... 그들은 사람들을 미혹시켜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려고 애쓸 뿐이다.”(촘스키/95쪽) 촘스키도 선거가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에 의문을 가진다.

저자는 “개인, 자유, 평등, 독립, 성장, 발전 등 그간 ‘진보’의 산실로 여겼던 근대적 개념들은 하나같이 무질서를 촉발하는 것들이다. 그 항상적인 카오스에 딱 어울리는 정치제도가 바로 ‘민주주의’였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민주는 민주 이외의 가치와 체제에 좀체 관용을 베풀지 않기 때문에 민주의 속성은 천주의 속성을 빼닮았다.’고 주장한다.(28,9쪽)

이런 근대적 가치가 오히려 혼란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자유가 아니라, 자연스러워야 한다. 평등이 아니라 공정하고 온당해야 한다. 민주도 절제되고 조율되어야 한다. 정의는 합당한 차등에서 달성된다. 그래야 오순도순 자매/형제애와 이웃애도 피어난다. 건강한 사회, 건강한 국가, 건강한 문명을 지향할 일이다.”(30쪽) 孝悌忠信, 修身齊家治國平天下... 이것이 미래를 담보하는 기본이라는 것이다.

유교에 '분수分數'라는 개념이 있다. 한자도 같지만 물론 수학의 ‘분수分數’가 아니다. ‘제 분수를 알라.’는 말에서 뜻하듯이 분수란 ‘자기의 신분이나 처지에 알맞은 한도’를 말한다. 스스로를 알고 삼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왕은 왕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는 아이답게 분수를 알아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국가 간에도 과거와 같은 ‘사대事大’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저자가 보는 세계질서는 중화질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중화질서는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대’에는 ‘사소’가 따라야 한다.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에 관용을 베푸는 아량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어쨌든 앞으로 세계는 하나의 강국 즉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한다고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런 다극체제 속에서 세계는 제국주의적 종속관계가 아닌 과거 제3세계에서 주장하는 독립적 국가이지만 大小관계로서 위계를 가지는 ‘사대’를 바탕으로 한 국가질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포함한 근대에서 만들어진 여러 개념들을 이상으로 생각해왔다. 정말 좋은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는 많은 모순과 갈등이 노정되었다. 그 모순과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정말 많이 고민해왔다. 그리고 아직 답도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고 저자가 말하는 공정, 온당, 절제라는 것이 현재 가치관의 모순을 완벽하게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 내가 아는 유교체제하의 역사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유교적 덕목을 제대로 다시 찾아보면 저자가 말하는 ‘지나친 자유의 결과인 카오스적 상태’를 어느 정도는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유교적 덕목으로 돌아가자는 저자 주장은 그간 우리의 과거에서 간과한 것은 없는지 살펴볼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추신 : <반전의 시대>는 400쪽이다. 다보기 버겁다고 생각하는 분은 3장만 읽어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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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2  책을 읽고 

2016. 10. 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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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2


<반전의 시대>전반을 개괄했으니 이제 부분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 생각과 다른 점을 몇 가지 거론해본다.

첫 번째는 중국을 보는 시각에 대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국은 미국 버금가게 중요한 국가이다. 과거 역사를 보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를 좌지우지할 국가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중국을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내 이야기는 필요 없다. 저자의 눈으로 보자.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중국을 보는 시각은 보수나 진보나 다르지 않다고 한다. 특히 진보는 동방문명을 모르기 때문에 중국을 오독한다고 말한다. 진보나 보수 모두 경제개혁에 비하여 정치개혁이 미흡하다는 생각... 이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처럼 정치개혁을 단행한 국가가 드물다고 한다. 30년 동안 헌법만 네 번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87년 헌법이 개정된 이래 개헌이 없었지만 중국은 네 차례 개정되었다는 것이다.

헌법이 많이 바뀐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그렇다. 48년 헌법이 재정된 이후 87년까지 9번 개정되었지만 4.19이후 2차례 개헌과 87년 개헌 외에는 권력자 의지에 따라 개정되었다.

중국개헌 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알지 못한다. 맞는지는 다시 살펴볼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민주와 독재’라는 도식에 사로잡힌 우리는 진화하고 있는 중국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공산당을 ‘거대하면서도 왕성한 학습조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 최고 대학인 청화대 학부생 10%가 공산당원이며 대학원으로 가면 50%가 공산당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당교黨校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평생 학습시킨다고 한다.

저자는 중국정치에 대해 ‘독재’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정치국 상임위원 9명은 집단지도체제로서 서열이 정해지기까지는 치열한 경쟁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연령제한을 두고 있어 과거처럼 죽을 때까지 권력을 독점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체제를 갖추는데 30년이 걸렸다고 한다. 즉 30년 동안 중국은 저들의 논리로 부단히 진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뭐냐?’라고 저자는 묻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중국을 냉전주의 사고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서점을 가면 자본주의에 관한 책이 넘쳐난다고 하고 있다. 촘스키는 중국 언론이 오히려 서방언론보다 중립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본론>이란 책은 고사하고 얼마 전 군에서 금서로 지정한 책 중에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 인>이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중국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일까?

<촘스키>에서 중국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많이 보여주는데 그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 보면 피상적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고 하고 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서구식 민주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 내에서의 개혁을 바라는 것이라 하고 있다.(촘스키/150쪽)

어쨌든 저자의 논리가 맞는지는 다시 살펴볼 일이지만 중국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저자는 중국의 강점을 ‘공부’에 두고 있다. 저자는 중국 공산당원이 5000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 수와 같다. 그 많은 공산당원 열심히 공부하며 경쟁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이렇게 훈련된 공산당원 중에서 지도자가 뽑히는 시스템이라고 하고 있다.

저자 말처럼 공부하는 공산당이라면 우리가 ‘지피지기知彼知己’했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중국을 이길 수 있을까? 그리고 단순히 공산주의 국가이니 곧 자유에 대한 갈망이 분수처럼 폭발하여 곧 붕괴될 것이란 막연한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자 우리 정치현실을 보자... 국회를 보면 말도 안되는 말이 오가고 있다. 논리는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런데 그런 국회의원 중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이런 대통령이 논리로 무장된 중국 지도자를 설득시킬 수 있을까?

정말 모골이 송연해진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경쟁을 부추긴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경쟁에 내몰리는 사회이다. 그런데 그 경쟁이 무슨 경쟁일까? 책도 읽지 않으니 논리도 없고, 아부만이 출세의 근본임을 가르치는 대한민국이다.

경쟁... 진정한 경쟁이 사라진 대한민국의 미래는 무엇일까?

두 번째는 ‘문화文化’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일본이 만들어 낸 ‘조어造語’인 ‘문화’를 비틀어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문화’란 한자말 그대로 ‘文’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라는 뜻으로 말하고 있다. 저자는 송나라가 과거제도를 통해 관료에 의한 정치를 하면서 ‘문화文化’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는 고려 때부터 ‘문화’되어갔고, 그래서 <고려왕조실록>과 <조선왕조실록>이 편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을 ‘문화’라는 단어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문화’된 적이 없다고 한다. 딱 한번 있었는데 그것이 메이지유신이라고 주장한다. 메이지 유신 초기를 보면 정치권력의 집중화, 보편적 도덕 이념을 결합한 ‘중화왕권’의 탄생으로 보고 있다. 고등문관시험도 과거시험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중앙관료가 지방에 파견되어 관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354쪽) 그러나 일본은 신유학에 입각한 지식관료국가의 경험이 미천했기 때문에 기민하게 국민국가로 전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352쪽)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일본과 중화권(중국, 한국, 베트남)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일본과 미국의 의기투합을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재무장은) 오래된 ‘무武’의 관성이다. 내부적으로는 문치의 경험이 박해 지식인과 민중의 권력 통제가 미약하고, 외부적으로는 이웃들과의 다자외교에 미숙하다. 끝내 동방 문명의 원리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편이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도 부합한다. 사무라이와 카우보이가 의기투합하여 대륙 봉쇄의 군불을 재차 지피는 것이다. 환태평양(Trans-pacipic)의 실제이다.”

그럴 듯하다. 일본의 역사를 보면 ‘무’를 버린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려 광종 때 과거제도를 도입하면서 ‘문’이 지배하는 국가로 변모해갔다. 광종은 과거제도를 도입하면서 귀족에 대한 제어를 병행했다. 오죽 무신이 천대를 받았으면 무인반란이 일어났을까.

저자는 제국주의를 ‘무武’의 시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조선도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꾸면서 연호를 ‘광무光武’라고 했다는 것이다. 함포외교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무력증강을 통한 갱생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저자는 동방의 역사관은 ‘치세’와 ‘난세’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제 난세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고, 저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다시 중국이 부상함으로써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중심이 될 것이며 다시 ‘문화’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2|작성자 한국사람


[출처] 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3  책을 읽고 

2016. 10. 1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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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3

이 책은 처음 이야기했듯이 과거체제의 소환이다. 유행만 돌고 도는 것이 아니다. 역사도 돌고 돈다. 그래서 과거가 다시 소환되는 것이다. 저자의 관점은 이삼성의 관점과 닮은 점이 있다. 그래서 2009년 기억을 소환해 봤다.

이삼성은 <동아시아전쟁과 평화>라는 책에서 중화질서는 지배와 종속이 아닌 평화를 규율하기 위한 동아시아의 국제적 규범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서구의 규범은 세력이 비슷한 유럽국가간에는 평등한 국제질서처럼 보이지만 유럽 외의 약소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식민주의적 질서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중화질서가 주권적으로 평등한 질서가 아닌 위계질서였지만 강국과 약소국 사이에 착취적인 식민질서가 아닌 위계를 전제로 한 약소국의 내적 자율성을 보장하는 질서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안정되었을 때는 한반도도 안정되었지만 중국이 유목민에게 의해 불안정해졌을 때 한반도도 전화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로서 역사에서 모든 사람이 행복했을까. 과거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았다면 불안을 떨칠 수 없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기억이 그랬다. 그런 기억들... 잘못된 역사인식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위협이었다는 기억을 지울 수는 없다. 또한 선린관계의 이면을 보면 전쟁이란 극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차선의 굴욕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태평성대임에도 누구에게는 지옥일 수도 있다. 역사를 대승적 관점에서 보는 것과 개별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중국과 우리 관계... 그리 편하지 않았다.

그래 전쟁보다는 굴욕의 평화가 좋을 수 있다. 특히 약소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과거처럼 병장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면 약소국에도 기회가 있다. 근세이전 중원이 혼란이 빠진 시기가 바로 그런 때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시기가 아니다. 경제력이 곧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는 시대에서 과연 강대국 옆에 있는 약소국이 편할 수 있을까?

이제 중국이 다시 힘을 회복했다. 그런 상황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대교린 즉 ‘사대事大’에 버금가는 ‘사소事小’를 할 것인가도 궁금하다. 힘을 가진 자들이 늘 위세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것이 담보될 수 있는가가 저자가 말하는 ‘사대교린’ 질서의 핵심이다.

저자는 말한다. 근대의 가치관인 평등, 자유니 하는 개념에 한계를 봐야 한다고 했다. 기계적 평등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 말에 부정하지는 않는다. 인류 역사이래 평등한 적도 없었고, 완벽한 자유를 누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근대의 중요성은 인간 개개인에게 주체로서 인식할 수 있게 하여, 스스로의 가치 즉 자존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저자가 말하는 ‘자유’와 ‘평등’보다는 ‘분수’를 알아 처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람에게 능력에 차이가 있음도 안다. 그럼에도 기계적 평등 개념을 벗어나기 힘든 것은 다름에 대한 생각이 조금 빗나가면 차이가 차별로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수신修身’과 ‘수기修己’이다. 즉 군자의 삶으로 목표로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사단四端’울 구현하고 ‘칠정七情’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능력을 가진 군자의 삶을 살았던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조선은 철저하게 주자학적 체계 속에 유지된 왕조이다. 왕은 태어나자마자 저자가 주장하는 ‘덕치’를 위해 군자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았다. 아마도 세계 역사를 보더라도 조선 왕처럼 스스로를 다스리기 위한 공부를 많이 한 왕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자기를 다스리면서 ‘덕치’로 나라를 다스린 왕이 몇이나 될까. 아마도 세종과 정조 정도일 것이다. 조선도 덕치를 하는 왕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지만 완벽한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다. 정조 역시 자세히 살펴보면 시대 흐름을 거스르고 ‘반동정치’로 회귀했다.

<정조대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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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에 대하여
정조대왕에 대하여 조선왕조 27명의 왕 중에 훌륭했던 왕을 뽑으라면 대부분 세종과 정조를 꼽는다. 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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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500년을 유지한 것도 어쩌면 이런 노력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완벽한 성공을 이뤘다고 볼 수 없다. 이것이 인간의 한계이다. 어쨌든 시스템의 뒷받침과 부단한 개선 없는 자율...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의회민주주의도 저자 말대로 한계가 왔다. 그 반동으로 엄선되고 잘 훈련된 관료시스템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지금 중국의 관료시스템이 이런 형식이라고 한다. 잘 훈련된 공산당원이 경쟁을 통해 최고지위로 오를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그것으로 새로운 중국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미국은 지고 있고, 중국이 떠오른다. 완벽하게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곧 중국이 다시 세계를 좌지우지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제 우리도 새로운 질서 속에서 역할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은 분명하다. 분명 지금까지의 역사를 잘 살펴 온고이지신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두 가지를 생각해보려 한다.






‘문화文化’라는 단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기억에 남지만, ‘정치政治’와 ‘덕치德治’가 병치될 수 있다는 것에도 놀라웠다. 나는 두 단어를 병치해본 적이 없다. 이 책에서 두 단어를 병치했다. ‘정치보다는 덕치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했다. 문득 드는 생각 ‘정치’란 무엇일까. ‘덕치’라는 단어는 금방 이해된다. ‘덕’으로 다스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政’의 한자 뜻을 살펴보면 ‘정사 정, 구실 정’으로서 “정치상의 일, 바루다, 바로잡음, 정치하는 사람, 임금∙관리∙벼슬아치의 직무나 관직, 국가, 정벌함”의 듯이 있다. 글자 구성을 보면 ‘바를 정正’과 ‘복攵’이 합친 것이다. 攵는 ‘칠 복’으로 ‘攴 칠 복’과 같은 자라고 한다. ‘攴’자를 보면 ‘치다. 채찍질’함의 뜻이 있다.






즉 바른 것으로 매진한다는 뜻이 바로 ‘政’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는 그런가... 정말 바른 길로 매진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당파끼리 짬짜미하는 것인가? 과연 정치의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 말대로 ‘정치’를 ‘덕치’로 바꿔야 되는 현실이 된 것이 아닐까?

두 번째로 저자는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보완을 이야기하면서 “‘다음 선거를 위한 정치’를 보완하여 ‘다음 세대를 위한 정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250쪽)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선거가 과거의 행적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에 진취적인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지금 선거의 기본 개념은 직접, 보통, 평등, 비밀선거이다. 직접과 비밀선거는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 상황을 없애기 위한 조건이다. 그러나 보통선거 일정한 나이에 찬 사람은 모두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을 말하고, 평등선거는 모든 유권자에게 1인 1표를 주는 것을 말한다. 과연 맞는 시스템일까. 혹자는 더 이상의 대안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런 선거제도에 변화를 줄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나는 선거 연령제한을 어린 나이에만 둘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든 사람에게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어린아이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은 판단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이가 든 사람은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

사람은 이기적 존재이다. 판단역시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든 사람의 결정은 즉 지금 자기를 기준한 것이다. 저자 말대로 결코 ‘다음 세대를 위한 결정’ 즉 ‘미래지향적인 판단’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여명이 얼마나 되는데... 젊은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출처] 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3|작성자 한국사람

2016. 11. 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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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국가, 유학, 지식인)

이 책은 책방을 돌아보던 중 눈에 띈 책이다. 서문을 읽어 보니 이전에 읽은 <반전의 시대>와 관련이 있어 산책이다. 이전에 읽은 <반전의 시대>에서도 유교의 재림을 주장했는데, 이 책에서도 중국에서 다시 불고 있는 유교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중국의 민족주의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조경란도 중국의 제국화에 대해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 책을 보면 <반전의 시대>저자뿐만 아니라 가라타니 고진 외 여러 사람이 중국의 ‘再 제국화帝國化’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당연한 것이었고 그 배경이 역사의 반복 및 사상의 복고라는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이 <제국의 구조>라는 책에서 중화제국을 ‘선한 제국’의 원리로 언급했다고 한다. 이것은 <반전의 시대>에서 주장한 ‘事大’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즉 과거 질서의 회귀인 것이다. <반전의 시대>에서는 중국의 부상에 대해, 다시 중화시대가 도래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기본은 사대事大에 있다고 했다.

가라타니 고진은 ‘선한제국’의 개념으로 <반전의 시대>에서는 ‘사대의 복귀’로 새로운 중국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주변국이 ‘사대事大’를 할 때 중국은 그에 걸 맞는 ‘사소事小’를 할 것인가?” 저자도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최근 중국에서 유교가 부흥되는 것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유교를 강조하는 것이 흐려진 사회주의 이념을 대체가 하기 위한 방편으로 관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중국이 과연 주변국과 원활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당면한 문제는 내부단속이라고 한다. 대외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위해 우선 다민족국가인 중국이 하나로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중국정부는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민족주의nationalism'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중국의 ‘민족주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민족주의’가 아닌 ‘국민주의’라고 정의한다. 정복으로 통합된 다민족국가에서 민족주의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이라는 개념으로 통합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중국을 내부적으로 ‘제국’이라고 정의한다. 주변의 소수민족을 복속하여 현재의 중국이 된 것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영토를 확장하여 청나라 때 최대 강역을 확보했다. 그 과정은 제국주의와 다를 바 없었다. 어쨌든 중국정부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재의 영토를 보전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

중국의 민족주의(국가주의) 발전은 세 단계를 거쳤다고 한다. 첫 번째는 청나라 말기로서 서구나 일본의 침략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순수한 의미의 '민족주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19세기말 중국의 민족주의는 외세 즉 여러 민족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한족漢族’만의 결집을 목적으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해혁명이후 민족주의는 청나라가 확보했던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서 그곳에 사는 만족滿族(만주), 몽족蒙族(외몽고), 회족回族(신강․위구르), 장족藏族(티베트)까지 아우르는 다민족국가로 개념을 확장하였고 이에 맞춰 ‘민족주의’ 개념을 영토 확보를 위해 ‘국민주의’로 변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개념이 더 확대되어 한족을 제외한 55개의 소수민족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최근 중국은 티베트에서 티베트의 정체성을 없애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인을 이주시켜 인구 구성비를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수민족의 정체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은 소수민족의 특성을 무시하고 중국과 동화시키려 하는 것이다.

중국은 강국이 되어가면서 점점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도 남중국해를 놓고 미국과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런 중국이 대외적으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에 대해 주변 국가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핵심은 중국이 대내적으로는 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이면서 대외적으로는 교린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저자는 아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를 ‘중국에서 보는 아시아’와 ‘아시아에서 보는 중국’으로 나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은 ‘중국에서 보는 아시아’에는 매우 익숙해 있지만 ‘아시아에서 보는 중국’의 관점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나도 이 주장에 동의한다.

‘중국中國’이라는 단어도 세계의 중심국가라는 말이다. 그리고 정식 국호인 ‘중화인민공화국’에서의 ‘중화中華’도 원래 뜻은 시조 황제가 중국 오악五岳 중 하나인 중악中岳인 화산華山에서 일어났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이것이 발전하여 세계에서 가장 문화가 발달한 국가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즉 중국이 세계 중심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이런 생각이 골수에 박힌 사람들이 중국인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관념을 깨뜨리고 ‘사해동포’의 개념으로 중국이 아시아를 생각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내가 중국이 다른 나라가 하는 ‘사대’만큼 다른 나라를 ‘사소’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물은 것이다. 저자도 이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과거와 같이 아시아의 중심이 되려면 ‘아시아에서 보는 중국’을 제대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우리나라를 대하는 것을 보면 강대국으로서 약소국을 대하는 듯 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도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문제는 중국이 이런 감정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프랑스의 엘리트 중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 식민지를 자기들이 개화시켰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일본에도 그런 사람이 많다. 한마디로 우월적 감정이 사라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반전의 시대>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이 된다는 전제에 사로 잡혀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사대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사대질서가 있는 동안은 평안했다고 했다. 서구의 침략적 질서가 아닌 서로를 배려하는 질서가 존재했다고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분명 서구 제국주의적 질서보다 상대적으로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 질서를 <반전의 시대>에서는 찬양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반전의 시대>의 독후감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안에서도 갈등은 있었고 강자와 약자는 질서는 존재했다. 누가 말했다. ‘최악의 평화가 최선의 전쟁보다는 낫다’고... 그래 굴종으로 얻은 평화가 어떤 사람에게는 아픔이고 악몽이다. 그런 악몽이 우리에게 남아 있다. 그래서 <반전의 시대> 주장에 동의하기 힘든 것이다.

이제 중국은 G2가 되었다. 20년 후 정도에는 G1이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아마도 당이나 명, 청나라 정도의 위상을 가질 것이다. 이때 중국이 미국과 같이 자기의 이념을 강요하는 국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관용을 가진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인가. 이것은 단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도 변하지 않으면 큰 사달이 난다. 이때 주변국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앞으로 점점 중요한 국가가 될 중국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저자가 인용한 일본학자의 연구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연구자들도 많지만 일본학자의 연구가 인용 빈도나 깊이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일본은 그렇게 하는데.... 우리는 이웃이자 바로 주적일 수 있는 중국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여러 각도에서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국가 유학 지식인>이 저자 조경란과 <반전의 시대>저자 이병한 모두 중국을 보고 있다. 단지 다른 관점에서 중국을 보고 있을 뿐이다. 둘을 읽고 보니 조경란은 나이에 걸맞게 돌다리도 두드리고 있고, 이병한은 젊은 패기로 세상을 자기 주관에 의해 재단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저자 둘 모두 중국이 부상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둘이 중국을 보는 눈이 다르다. 두 사람이 보고 있는 중국, 그 중에 어떤 중국이 미래의 중국일까?


[출처] 책을 읽고 (국가, 유학, 지식인)|작성자 한국사람

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3 
2016. 10. 16.

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2 
2016. 10. 16.

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1 
2016. 10. 16.

책을 읽고 (부의 역사)


[출처] 책을 읽고 (반전의 시대) 01|작성자 한국사람


책을 읽고 (국가, 유학, 지식인)  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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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els: 가라타니 고진, 이병한, 장하준, 조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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