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5

압록강은 흐른다 | 이미륵 2026

[전자책] 압록강은 흐른다 | 이미륵 | 알라딘

원제 : Der Yalu Fliesst
[eBook] 압록강은 흐른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
이미륵 (지은이),안삼환 (옮긴이)민음사2026




종이책의
미리보기
입니다.

































책등 받기




책소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출간 28년 만에 500번을 선보인다. 500번의 주인공은 20세기 디아스포라 문학의 고전 『압록강은 흐른다』이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3·1운동에 가담한 뒤 일제의 수배를 피해 독일로 망명한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미륵의 이름을 독일 문단에 널리 알린 것은 1946년 피퍼 출판사에서 간행된 독일어 장편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였다. 고향에서의 유년 시절, 식민지 조선의 현실, 망명에 이르는 과정 등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초판이 매진될 만큼 독일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해의 뛰어난 독일어 작품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독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명성을 누릴 시간은 길지 않았다. 1950년, 위암으로 생을 마감한 그는 2024년, 타계 74년 만에 유해가 봉환되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그로부터 2년 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번이 이미륵의 이름을 호명한다. 유해의 귀환과 더불어 이루어진 문학의 귀환이다. 오랫동안 유예되어 온 것들이 제자리를 찾는 데 74년이 걸린 셈이다.


목차


수암 7
독약 14
처음 받은 벌 23
남문에서 31
칠성 37
불공 어머니 49
아버지 56
신식학교 74
시계 83
방학 94
옥계천변에서 104
삼년상 118
송림 포구에서 123
새해에 131
가뭄 140
대학 입학시험 146
서울 156
구학문과 신학문 165
이별 174
압록강은 흐른다 186
기다림 200
대양 위에서 206
해안 213
목적지에 219

옮긴이의 말 227
작품 해설 235
작가 연보 245
접기


책속에서


P. 111 “아, 처참한 시절, 더러운 세상이로다!”
P. 112 “나는 바람을 쐬기도 싫었다. 파괴된 성벽들과 헐어 버린 성탑들이 밤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크나큰 공포를 내 가슴에다 떠밀어 넣는 것이었다. 나는 차라리 집에 머물러 있고 싶었다. 아버지 곁에 있으면 나는 어쩐지 아직은 약간 보호를 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의 혈육이었으니, 아무래도 그는 나를 따뜻이 받아줄 것이었다.”
P. 112 “내가 아직 서당에 다니던 때, 나는 내 유년의 많은 날들을 그 나무들의 그늘 아래에서 보냈더랬다.”
P. 116~117 “그날 저녁 내내 나는 이 의사 저 의사를 부르러 뛰어다녔다. 자정이 지난 직후에 어머니는 내게 아버지의 왼쪽에 꿇어앉게 하고 내 손 안에 아버지의 손을 꼭 쥐도록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오른손을 잡고 빌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빌고 있는 동안, 구월이는 길고 흰 천으로써 병상으로부터 대문의 문턱에 이르기까지 아버지... 더보기
P. 119 “나는 책을 읽느라 자주 자정이 넘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고 있었다. 일본어를 매우 많이 배워야 했고 모든 과목의 교과서들이 일본어 책들로 대체되었기 때문에, 공부가 이전보다 더 어려워지고 공부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역사 과목에서 우리는 전부 다시 배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국이 독립되어 있던 시대에 일어난 모든 사건들은... 더보기
P. 123 “모든 농부들과 그들의 아낙들은 새로운 왕가가 우리나라에 나타나자마자 그 옛날의 좋은 시절이 곧 다시 되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나는 그런 믿음을 지닐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도 우리 민족을 위해 더 나은 시대를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믿음에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지는 않았다.”
P. 130 “나는 자주 그런 집 앞에 걸음을 멈추어 서서 귀를 기울이곤 했는데, 그것은 그 이야기가 어떻게 진전되는지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목소리가 우리나라에 아직도 평화가 깃들어 있던 나의 걱정 없던 유년 시절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단지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P. 184 “그녀는 내게 버드나무 가지들로 만든 조그만 바구니 하나를 건네주셨는데, 그 안에는 단지 가벼운 양복 한 벌, 줄이 달린 은제 회중시계 하나 그리고 한 조그만 묶음의 돈만 들어 있었다. 이것이 어릴 적에 내가 그토록 자주 꿈꾸곤 했던 저 다른 세계로의 큰 여행을 위해 내가 지참할 수 있었던 전부였다. 안개와 어둠에도 불구하고 어머... 더보기
P. 184~185 “자주 겁을 먹기도 했지. 하지만, 넌 네가 갈 길을 한 번도 빗나가지 않았어. 나는 너를 깊이 신뢰한다. 부디 용기를 내렴! 너는 어렵잖게 국경을 넘어갈 게다. 그리고, 마침내 너는 유럽으로도 가게 될 것이다. 이 어미 걱정은 하지 말아라! 난 네가 다시 여기 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세월은 정말 아주 빨리 지나간단다.... 더보기
P. 184 “너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더보기




저자 및 역자소개
이미륵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본명 이의경(李儀景). 독일식 이름은 Mirok Li.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났다. 유교적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며 한학을 익혔으며 이후 신교육을 접했다. 1917년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해 의학을 공부했으나 1919년 3·1운동에 가담한 뒤 일제의 탄압을 피해 상하이를 거쳐 1920년 독일로 망명했다. 뮌헨대학교에서 동물학·철학·생물학을 공부했고 1928년 동물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자연과학이었지만 1931년 독일 잡지 《디 다메》에 작품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을 배경으로 한 단편 소설과 산문을 꾸준히 독일어로 썼다. 1947년부터 1949년까지는 뮌헨대학교 동양학부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이미륵을 독일 문단에 널리 알린 작품은 1946년 피퍼 출판사에서 간행된 독일어 장편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였다. 고향에서의 유년 시절, 식민지 조선의 현실, 망명에 이르는 과정 등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초판이 매진될 만큼 독일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해의 뛰어난 독일어 작품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독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한국에는 1959년 전혜린의 번역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1950년 뮌헨 근교 그래팰핑에서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과 독일을 잇는 특별한 유산으로 남은 그와 그의 문학을 기려 2019년 독일 그래팰핑에는 이미륵 기념 동판이 세워졌다. 그 위에는 그가 생전에 즐겨 쓰던 말, “사랑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에게는 가시동산이 장미동산이 되리라”가 새겨져 있다. 2024년 11월, 타계 74년 만에 유해가 봉환되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접기

최근작 : <압록강은 흐른다>,<이야기>,<새롭게 만나는 우리 명작 한빛문고 18종 세트 - 전18권> … 총 45종 (모두보기)

안삼환 (옮긴이)
저자파일
신간알림 신청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본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교수와 한국괴테학회장, 한국독어독문학회장, 한국비교문학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이다. 2012년 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으로부터 ‘야콥 및 빌헬름 그림 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독일 십자공로훈장을 서훈받았다. 저서로 『괴테, 토마스 만 그리고 이청준』, 『한국 교양인을 위한 새 독일문학사』 등이 있으며 역서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토니오 크뢰거』, 『텔크테에서의 만남』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이 시대의 가짜와 진짜>,<역관 일지>,<바이마르에서 무슨 일이> … 총 40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너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1946년 독일 문단이 그해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전설의 소설
조선인 이미륵이 망명지에서 독일어로 쓴 가장 한국적인 소설

▶ “대단히 품위 있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요즘도 나는 이따금 이미륵의 순수한 영혼이 나를 감싸 주는 듯한 행복한 환각에 빠지곤 한다.” -안삼환(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
▶ “이미륵은 한국과 서양 사이의 중개자였을 뿐만 아니라 온전한 세계와 상처 입은 세계 사이의 중재자이기도 했다. 동양과 서양이라는 범주로는 포착되지 않는.” -볼프강 바우어(뮌헨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 독일어판 『압록강은 흐른다』(에오스, 2011) 서문에서
▶ “내가 출판할 수 있었던 가장 아름다운 책들 중 하나다.” -라인하르트 피퍼(피퍼 출판사 대표), 『출판인으로서의 나의 삶. 오전 – 오후』(피퍼, 1964)에서
▶ “누구나 아웃사이더이고 누구나 어딘가로부터 추방된 자인 시대에 이미륵의 소설은 새로운 정전(正典, canon)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왜 떠돌고 있는지, 그 유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환기시켜 준다.” -박혜진(문학평론가·민음사 편집자)

■ 정작 우리는 몰랐던 월드클래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출간 28년 만에 500번을 선보인다. 500번의 주인공은 20세기 디아스포라 문학의 고전 『압록강은 흐른다』이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3·1운동에 가담한 뒤 일제의 수배를 피해 독일로 망명한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이다. 망명 후 이미륵은 뮌헨대학교에서 동물학·철학·생물학을 공부했고 1928년 동물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자연과학이었지만 독일 잡지 《디 다메》에 작품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을 배경으로 한 단편 소설과 산문을 꾸준히 독일어로 썼던 그는 1947년부터 1949년까지 뮌헨대학교 동양학부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이미륵의 이름을 독일 문단에 널리 알린 것은 1946년 피퍼 출판사에서 간행된 독일어 장편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였다. 고향에서의 유년 시절, 식민지 조선의 현실, 망명에 이르는 과정 등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초판이 매진될 만큼 독일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해의 뛰어난 독일어 작품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독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명성을 누릴 시간은 길지 않았다. 1950년, 위암으로 생을 마감한 그는 2024년, 타계 74년 만에 유해가 봉환되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그로부터 2년 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번이 이미륵의 이름을 호명한다. 유해의 귀환과 더불어 이루어진 문학의 귀환이다. 오랫동안 유예되어 온 것들이 제자리를 찾는 데 74년이 걸린 셈이다.

■ 전혜린에서 안삼환까지, 이미륵의 후예들

『압록강은 흐른다』가 한국 독자와 처음 만난 것은 1959년, 독문학자이자 작가 전혜린의 번역을 통해서였다. 이미륵과 전혜린은 모두 뮌헨대학교에서 공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륵이 1928년 뮌헨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이후 그곳에서 강의했다면 전혜린은 1950년대 같은 대학 독문과를 다니며 그의 작품을 읽었다. 고국을 그리워하는 한 망명자의 이야기, 아름답고 섬세한 문체로 포착된 잃어버린 풍경은 독일 유학 중이던 전혜린에게 각별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때의 인연이 전혜린으로 하여금 『압록강은 흐른다』를 한국어로 옮기게 했다. 이후에도 다수의 번역본이 출간되었으나 주로 청소년이 읽기 쉬운 문체로 옮겨지며 성인 독자보다는 청소년 문학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짙었다. 자연히 작품이 품고 있는 디아스포라 문학으로서의 깊이나 문체적 성취가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
안삼환의 번역으로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이미륵의 독일어 원문이 지닌 결을 온전히 살려 성인 독자의 정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이자 한국괴테학회장·한국독어독문학회장·한국비교문학회장을 역임한 안삼환은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토니오 크뢰거』 등을 옮긴 한국 독문학 번역의 대표자다. 무엇보다 안삼환은 독일 유학 시절부터 이미륵에게 각별한 애정을 품어온 ‘후배’이기도 하다. 지도 위에 존재하지 않는 조국의 이름을 독일인들에게 전달해야 했던 이미륵의 처지와 독일어로 쓰인 위대한 작품들을 한국어로 옮기며 평생 두 언어 사이를 오간 안삼환의 작업은, 방향은 다르지만 같은 종류의 사명감 위에 놓여 있다. 이미륵이 한국을 독일에 건넸다면 안삼환은 독일을 한국에 건넸다. 이번 번역은 그 오랜 유대의 결실이다.

■ 사라져 가는 조선, 흔들리는 세계

『압록강은 흐른다』는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이자 한 세계가 소멸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주인공은 유교적 가풍 속에서 서당에 다니며 한학을 익힌다. 그러나 그가 자라는 동안 조선은 빠르게 변해 간다. 신식학교에 들어서면서 그는 처음으로 두 개의 세계 사이에 놓인다. 한쪽에는 한자와 고전, 조상의 예법과 자연의 질서로 이루어진 세계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수학과 과학으로 대표되는 근대의 세계가 있다. 병렬하는 두 세계는 충돌한다. 일제의 식민 지배가 심화되면서 교과서의 언어가 일본어로 교체되고 역사 시간에는 한국이 독립 역사를 가진 민족이 아니라 예로부터 일본에 조공을 바치던 변경 민족으로 다시 쓰인다. 소년은 외우고 배우는 동시에 무언가가 지워지는 것을 목격한다. 양반가의 몰락, 전통 세계관의 해체, 식민지 교육의 폭력 등 한 가족의 일상과 한 소년의 의식 속에서 전통과 근대가 충돌하는 순간을 이토록 섬세하게 포착한 소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미륵의 소설이 문학사적으로 희귀한 이유다.

■ 100번에 한 번씩 만나는 ‘세계 속의 한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100권, 200권, 300권, 400권의 이정표마다 『춘향전』, 『홍길동전』, 『이상 소설 전집』, 『시여, 침을 뱉어라』 등 한국 작품을 세계의 정전들 사이에 배치해 왔다. 한국문학을 세계문학의 일부로 바라보는 동시에 세계문학을 비추는 거울로서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의도다. 500번으로 선택된 『압록강은 흐른다』는 이러한 전통의 연장선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도착점이다. 애초부터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이라는 경계 위에서, 혹은 그 경계가 지워진 자리에서 태어난 이 작품이야말로 ‘한국문학 속의 세계문학’과 ‘세계문학 속의 한국문학’이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오랫동안 이 작품은 어느 문학사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했다. 한국어로 쓰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문학사의 경계 밖에 머물렀고, 조선인 망명자의 글이라는 이유로 독일문학의 정통 계보에도 편입되지 못했다. 그러나 인류의 문학사에는 모국어가 아닌 이방의 언어로 위대한 작품을 남긴 작가들이 있다. 『압록강은 흐른다』 역시 이 계보 안에 있다. 이미륵의 경우 언어의 이동은 생존의 문제에서 시작되었으나 결과적으로 미학적 성취에 도달했다. 일제의 검열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망명자에게 독일어는 자유의 언어였을 뿐만 아니라 그 거리감은 역설적으로 담담하고 서정적인 문체를 만들어 내며 식민지 조선의 풍경을 시적으로 전달하도록 했다.

■ 재독 화가 윤종숙의 표지

표지에는 독일 뒤셀도르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재독 화가 윤종숙의 그림 「Spring, Spring」을 실었다. 충남 온양에서 나고 자란 윤종숙은 30년 가까이 독일에 살면서도 어린 시절의 산과 들, 냇물에 대한 기억을 간결하고 투명한 색채의 추상 풍경으로 그려온 화가다. 작가는 스케치 없이 그때그때의 감정과 기억을 따라 쌓아 올린 색면 위로 마음속에 또렷이 남아 있는 고향의 풍경을 표현했다. 끝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미륵의 그리움이 독일에서 한국의 산과 강을 그려온 윤종숙의 화면과 고요히 겹쳐지며 우리 마음속 각자의 잃어버린 ‘고향’도 펼쳐진다.

■ 지금 우리를 위한 고전

이 소설이 지금 다시 호명되는 것은 단순히 문학사적 복권의 의미만이 아니다. 국경을 넘고 언어를 바꾸며 정체성의 좌표를 잃어가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오늘날, 상실된 고향과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이라는 이 소설의 주제는 한 민족의 특수한 경험을 넘어 인간 보편의 조건으로 다가온다. 한 세기 전 폐허 위의 독일인들이 이 소설에서 자신들의 상실과 향수를 발견했다면, 21세기의 우리는 이 소설에서 오늘의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고향을 잃고 떠도는 한 인간의 기록이 시대를 건너 계속 살아 있는 이유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이 시대의 새로운 정전으로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떠도는가. 그리고 그 떠돎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작품 해설에서

21세기의 우리는 어쩌면 이미륵보다 더 많이 떠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경을 넘고, 도시를 옮기고, 언어를 바꾸고, 정체성의 좌표를 잃어가며. 누구나 아웃사이더이고 누구나 어딘가로부터 추방된 자인 시대에 이미륵의 소설은 새로운 정전(正典, canon)의 역할을 한다. 우리가 왜 떠돌고 있는지, 그 유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환기시켜 준다. 접기


이 상품을



구매자 (5)
전체 (7)
공감순






생각보다 짧은 소설인데 이렇게 아름답고 슬픈 소설이라니. 왜 전혜린이 그 때 독일에서 이 책을 번역해서 소개했는지 이해했고 저자의 이력을 보고 더 슬퍼졌다
포도*** 2026-07-03 공감 (5) 댓글 (0)
Thanks to
공감




아름다우면서 슬픈 소설입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ba******2 2026-07-29 공감 (1) 댓글 (0)
Thanks to
공감




가장 순수한 단어로 폭력의 시대를 말하다
쥑* 2026-09-22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아름답고 서정적인, 긴 시를 읽는 듯한 소설.
Se*********r 2026-10-03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아름답고 쓸쓸하고 가슴이 아픔..
싱*이 2026-10-30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구매자 (3)
전체 (11)
리뷰쓰기
공감순




망명객이 보내 온 노스탤지어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는 한국인이 독일어로 쓴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문장은 현상을 설명하며, 많이 정제되어 있다. 이것은 문학평론가 박혜진의 해설처럼, ‘담담하며 고요한 절제의 미학(p.237)'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전적 내용을 바탕으로 하지만, 경계의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봤기에 절제될 수 있었을 것이다. 몸은 독일에 있지만 영혼을 고국에만 두었다면 이미륵의 문장은 격한 울음이었을 것이다.



감정이 절제된 채, 묵묵히 진행되는 이미륵의 글은 비슷한 시대를 자전적 내용으로 쓴 박완서의 문장과 대조적이다. 집요하고도 선득한 느낌마저 드는 박완서의 문장에 비해 그의 글은 건조하면서도 따뜻하다. 글을 읽을 대상이 그 당시 한국을 거의 모르는 독일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일인이 아닌 나에게 이 책은 두 가지 시선으로 읽혔다. 여기에 실제 이미륵이란 사람을 넣어 읽는 것과 그를 떠나 단지 이 책을 소설로만 읽는 경우다.



이 소설에는 구시대에 태어나 신문물과 신학문을 받아들여야 하는 그 당시 사람들의 혼란이 있다. 시대를 잘못 만나 독일로 망명길에 올라 다시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한 젊은이의 애환도 있다. 말도 생활환경도 다른 그 먼 곳에서 겪었을 서러움과 인종차별, 고향에 대한 향수는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안전하다고 여기고 간 그곳이 나치의 소굴이자 제 2차 세계대전의 현장이 되었고, 거기에서 살아남아야 했을 이미륵의 고단한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언제 들어도 디아스포라의 사연은 슬프고 먹먹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담담하게 서술된 여기에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진 않지만, 고향, 가족, 지나온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소설의 모든 곳에 따뜻함이 있다. 사람들의 순수와 사심 없는 태도에 감탄할 정도다. 다만 일본에 의해 식민지가 된 것에 대한 두루뭉술함과 중화사상에 젖은 그 당시 지식인의 태도가 아쉬웠다. 먼 훗날 그 시대를 바라보는 나에게 답답함이 느껴졌다.



딸 셋을 낳고 아들을 낳기 원하는 어머니를 위해 대신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는 여인의 도움으로 세상에 태어난 ‘나’는 미륵(彌勒)이란 아호로 불리게 된다. 5세의 미륵은 사촌 형 수암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다. 아버지가 작고한 동생의 식솔을 거둔 것이다. 남편이 죽은 고모와 그의 아들 칠성과도 잠깐 동안 함께 지낸다. 직계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친척들도 챙겨야 했던 아버지의 고단함이 보였지만 천석꾼 집안이라 가능했을 것이다. 미륵, 수암, 칠성은 아버지가 집에 개설한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고, 장난치며 싸우고 벌을 받으며 개구 진 어린 시절을 보낸다.



퉁풍으로 아버지가 죽을 고비를 넘기자, 아버지는 서당을 없애고 수암 가족과 칠성 가족도 분가한다. 북적댔던 집안은 조용해지고 미륵은 아버지와 친구처럼 다정하고 친밀한 사이가 된다. 미륵은 계속 한학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이미 신식학교가 들어와 서양 또는 유럽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온 신학문을 가르치고 있었다. 고민 끝에 미륵도 학교에 입학하고, 힘들어하며 과학과 수학을 배운다. 특히 영어는 미륵에게 너무 어려운 공부였다. 그곳에서 친구들은 미륵의 공부를 도와준다. 미륵의 집안은 세계정세에 대해 잘 몰랐지만 이미 미륵의 친구들은 잘 알고 있었고 공부에 대한 진도도 많이 나간 상태였다. 미륵도 운명처럼 유럽을 생각하며 새 시대가 오고 있음을 인식한다.



일찍 한국에 들어 온 일본인은 거의 장사를 했고 사람들은 ‘왜놈들’이라 지칭하며 무시했다. 하지만 일본에 의해 나라가 합병되고 일본은 군대를 동원해 강압적으로 한국인을 통제한다. 어느 여름 날 미륵은 아버지와 옥계천변으로 물놀이를 나가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 날 저녁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다. 미륵은 송림으로 가서 잠시 칩거하지만 경성의전(서울대 의대)으로 진학하기 위해 해주에서 서울로 간다. 의학을 배우고 서울 생활을 하며 미륵은 새 시대에 눈을 뜬다. 여지껏 우리나라에서 시행했던 것들이 서양의 학문에 비해 턱없이 비효율적인 것이 많았던 것을 공부를 통해 알게 된다.



경성의전에서의 여섯째 학기 중에 3.1 운동이 일어났고 미륵은 참가해 수배자가 된다. 미륵은 망명하기로 결심하고 일본인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압록강을 건넌다. 만주의 수도 묵덴, 천진을 거쳐 남경, 양자강을 지나 상해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몇 달 기다리다 여권이 나오자 프랑스의 거대한 여객선인 ‘폴 르카’호에 탑승한다. 사이공, 실론 섬, 싱가포르, 인도양, 지부티, 홍해, 시나이 산, 수에즈 운하, 지중해, 그리스, 이탈리아, 메시나 해변을 지나 마르세유 항에 입항한다.



미륵은 그곳에서 독일로 가 어려운 언어를 공부하며 고향을 그리워하고 그곳을 회상한다. 어머니께 편지를 보내고 매일 답장이 왔는지 우체국에 간다. 우체국에서 집으로 돌아오며, 어느 낯선 집 마당에 피어있는 꼬리 관목에 눈이 가 한참을 그 앞에 서 있기도 한다. 해주 자신의 집 정원에서 본 꽃이었기 때문에 반가워서다. 여러 계절이 지나 드디어 도착한 누나의 답장에는 어머니가 며칠의 신고(辛苦)하신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어 있다.





나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은 조부모와 부모를 두었다. 할아버지는 집안의 종손으로 존중을 받으셨고 한복을 입고 생활하였다. 지금도 기억나지만 내가 어릴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애도하기 위해 9일상을 했었고 시골집 마당에 차양을 치고 조문객을 받았었다. 대를 이어 종손이 된 큰아버지 역시 할아버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았지만 차남인 나의 아버지는 도시로 나와 공부를 해 은행원이 되었다.



한 반에 60명이 넘고 강압적이며 일률적인 교육을 초, 중 고등학교에서 받았고, 그때는 철저히 아날로그의 생활을 했다. 친지와 친구의 전화번호를 수십 개 외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각 다른 대학으로 진학한 우리 친구들은 편지를 열심히 주고받기도 했다. 빠르게 컴퓨터가 세상을 점령했고 우리는 또 디지털의 세계에 입문해야 했다. 지금은 곧 대세가 될 인공지능이 고개를 내민다. 아니 달려오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난 거기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언제나 새 시대는 물밀듯이 밀려오고 나와 같이 미륵도 구시대와 새 시대의 경계, 타국에서 끊임없는 선택을 했을 것이다. 다만 거기에 아픈 역사의 반복만은 없길 바란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이며 독일에서 혼자 고독한 삶을 살아야했던 그가 고향과 가족에 대한 지독한 향수를 담은 글이다. 어떤 배경이든 노스탤지어와 디아스포라가 있다면 누구나 거기에 마음이 움직인다. 이런 내용으로 담담하고 아름답게 서술된 이국의 서사가 전후 독일인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끝내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독일에서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미륵은 억울하고도 착잡한 심정이었겠지만, 인간 삶의 허무와 불가해함을 이해했기에 이렇게 정제된 글로 지나간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감동과 비판의 양가감정으로 이 책을 읽었지만 미륵의 고뇌, 여정, 그의 부모님의 죽음은 애틋했다. 작가 연보에 의하면 미륵은 조혼을 해 두 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아마 그들은 독일로 가지 못한 듯하다. 두 아들은 6.25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한국인이 독일어로 쓴 소설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된 글을 읽는다는 것에 기분이 약간 묘했다. 오래 전 전혜린의 번역으로 읽었을 이 소설은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고 제목만 나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 기대했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0번으로 이 책이 출간되지 않았다면 난 아마 재독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책도 이렇게 우연으로 다가와 인연으로 맺어지는 것 같다.



[사라져가는 조선의 풍경과 기억을 보존하는 기록인 동시에 식민지라는 역사적 조건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이동시키고 변화시키는지 보여 주는 증언으로서 이 소설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왜 자신의 언어와 장소를 떠날 수밖에 없는지 변호한다. 조국을 떠난 뒤에야 가능해진 회고이자 타국의 언어를 선택한 뒤에야 구성할 수 있는 텍스트였다는 점에서 디아스포라 문학을 대표하는 이 작품이 독일어로 쓰인 것은 선택의 여지 없는 선택이었다. -p.240~241, 작품 해설 중에서]
- 접기
페넬** 2026-08-06 공감(38) 댓글(0)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압록강은 흐른다



이 소설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2022년 '독립운동열전' 책에 언급된 덕분이었다. 확인해보니 2000년에 이 책이 번역되어 나온 적이 있었고, 2010년에도 나왔으나 절판되었다. 내가 구입하려 했을 때는 이미 소설을 구할 수 없어서 아쉬워하던 찰나였다. 그러다 이번에 민음사에서 번역되어 나온 덕분에 읽을 수 있었다.




과거 식민지 조선에서 1919년 3월 만세 운동이 벌어졌을 때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사상 불온 등을 이유로 옥고를 겪었다. 한편으론 혐의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이 땅을 떠나 망명길에 올라야 했던 사람들이 있다. 이미륵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여러 편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어린 시절부터 겪은 자신의 일상을 담담히 풀어내며 간접적으로 조선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는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났다. 시기가 참 교묘하다. 아주 어릴 때는 대한제국 시기를 겪었고 기억이 날 무렵에는 조국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이미륵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통해 한학을 공부하며 여러 경전을 두루 읽었고 나중에는 서당에서 훈장님으로부터 심화 학습을 거쳤다. 아버지에 의해서 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으나 그는 그것을 꽤나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11살이 되었을 때 그가 이미 중용과 맹자를 읽은 터였던 만큼 아버지는 한문 고전 공부는 그만하면 되었다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그는 신식 학교에서 서양 교육을 배우게 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기차를 만드는 방법, 달까지 거리를 추정하는 방법, 전력을 만드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시간도 얼마 가지는 못했다.




어느 샌가 시내에는 일본군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민가를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마을은 흉흉했다. 곧 전쟁이 일어난다고도 하고 세계가 멸망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우리의 임금님이 물러나셨다.” 왕의 옥새가 찍힌 고지문이 방에 붙어 있었다. 그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었다는 왕의 편지가 이렇게 허망한 글일 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그런데 대부분의 백성들은 그 고지문이 국권피탈 소식임을 인지하지도 못했을 것 같긴 하다. 이미륵은 얼마 후 아버지의 삼년상을 치르게 되기도 했다.




일제의 통치는 조선에 여러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1911년이 되면 일제에 의해 새 교육령이 발표된 후 서당 교육은 구교육으로 치부되었고 신교육인 서양의 수학, 과학 교육 등을 배워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게다가 일본어로 교육을 받아야 했으니 일본어도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는 실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에게는 수학, 물리, 화학 등 모든 것이 명백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니는 그의 괴로움을 알고 신식 학교를 그만두라 이야기한다. 그는 한동안 농부의 집에서 지내며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가출을 감행했던 적도 있다. 기차를 타고 유럽으로 가려 했던 것이다. 물론 후회하고 돌아오기는 했지만.




방황을 끝내고 그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기로 하면서 대학 입학 시험 준비를 위해 독학하며 열심히 매진한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는 말했다. “지나간 일에 너무 괘념하지 말아라! 새로운 문화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보다 앞서 있고… 네가 그들로부터 무엇인가 배우고자 하는 마당이니, 네 온화한 성격을 늘 유지하고 그들의 거친 태도를 아울러 참아내도록 해라.” 그는 때늦은 공부에 열등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머니의 이런 위로와 응원은 그에게 지지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그는 이후 경성의학전문학교 학생이 되었다. 경성의전은 당시 조선 최고 교육기관들 중 하나로 조선을 여행하는 사람은 그 학교를 방문할 정도로 유명했다. 다만 강의와 실습을 선택할 수 없는 등 여러 모로 규율이 강해서 학교라기보다는 군대 같았다고 한다.




여섯째 학기가 지나고 있을 때 그는 친구로부터 시위 소식을 듣게 된다. 정부 직속의 학교를 다니고 있었던만큼 그는 가능한 정치적 시위에는 참가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친구는 민족과 관련되는 일이 일어났는데 참여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야기한다. 고민하던 그는 친구와 같은 길을 가겠다 결심하고 3.1운동에 참여했다. 이 소식은 후에 어머니께도 알려진다.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불안해한다. 실제로 얼마 후 사태는 심상치 않게 전개되었다. 일제의 검거 작전이 시행되자 어머니는 어느 날 그에게 짐을 싸고 빨리 떠나라는 지령을 내린다. “너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넌 네 갈길을 한 번도 빗나가지 않았어. 나는 너를 신뢰한다. 부디 용기를 내렴!” 그때 이미륵은 어머니를 두고 돌아서면서 3.1운동에 참여한 것을 후회했다고 고백한다. 행동하지 않았다면 그는 학교를 다니며 조선에 남아 어머니와 살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부랴부랴 떠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책의 제목이자 소제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짐작하겠지만 이 내용은 그가 압록강을 건넌 뒤 어느 곳에서 조국을 바라보며 읊는 감상이다.

아득한 옛날 이래로 이 끝없는 만주 땅으로부터 내 고향을 분리하고 있는 그 국경의 강은 막을 길 없이 세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쪽은 모든 것이 크고 어둠침침하고 진지했고, 저 건너편은 모든 것이 작고 쾌활했다. 짚으로 지붕을 이은 밝은 집들이 언덕들 곁에 흩어져 있었다. 여러 굴뚝에서는 벌써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멀리 밝은 가을 하늘 아래에 한 무리의 연산들이 다른 연산들로 연이어지고 있었다. 산들은 석양을 받아 빛났고, 어스름 속에서 다시 한번 활짝 빛을 발했다가는 푸른 연무 속으로 서서히 잠겨 들었다. 나는 멀리 남쪽에서 골짜기들과 여울들을 거느린 수양산을 본 것 같았고, 어릴 적 매일 저녁 그 위에 앉아 저녁 음악에 귀를 기울이곤 하던 삼층 석탑도 내 두 눈 앞에 보이는 듯했다. 나는 남쪽으로부터 바람처럼 날아온 것에 틀림없는 그 천상의 소리를 두 귀로 약여하게 듣는 듯했다. 압록강은 그칠 줄 모르고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P189~190).

읽는 내내 정말이지 짠했다. 이 모습을 보며 발길이 제대로 떨어졌을지.




이후 그는 기차를 타고 심양(묵덴)을 거쳐 산해관으로, 이후 난징까지 곧장 이동했다. 그리고는 상해에 도착해서 유학생을 대상으로 상담하는 조선인을 찾아간다. 망명을 위해서는 중국 여권이 필요했는데 여권이 나오기까지의 기다림은 지난했다. 이미륵 뿐만 아니라 당시 많은 조선 학생들이 망명을 위해 같은 절차를 밟았던 것 같다.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상황에서의 기다림은 까마득하지 않았을까. 마침내 1920년 초가 되어 여권을 구할 수 있었다고.

그렇게 거대한 증기선을 타고 세계 곳곳을 돌며 마침내 그는 독일 땅에 닿았다.




한때 유럽을 가고 싶어 기차를 타고 싶어했지만 완전히 낯선 세계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삶을 정착해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생활이 좀 정리되자 매일 그는 고향에서 돌아온 소식을 살펴보기 위해 우체국에 들르기를 수개월 동안 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의 소식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고 한다. 결국 그렇게 제대로 이별하지도 못하고 허둥지둥 떠난 길이 마지막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당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런 삶을 경험했을까 싶어 마음이 먹먹하다.




이미륵은 독일에 정착해서도 세계피압박 반제국주의의회에 유일하게 한국 대표로 참가할 정도로 조국을 위한 일을 놓지 않았다. 아무튼 마침내 읽고 싶었던 소설을 읽고 나니 속이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론 여러 소회가 든다. 읽고 싶으셨던 분들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 접기
거리*** 2026-07-30 공감(24) 댓글(7)
Thanks to
공감



압록강은 흐른다 자전적 소설 3.1운동 독일 망명











#협찬

3.1운동에 동참한 대학생 청년이 일제 수배를 피해 압록강을 건너 상해, 만주 등을 거쳐 독일에 망명한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이다. 20세기 디아스포라 문학의 고전이라는 소개글에 눈길이 머무르면서 독일 국민들의 찬사를 받은 최고의 소설이 된 이유가 궁금해서 펼친 작품이다.

​

​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고통이 얼마나 큰 슬픔인지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하게 된다. 그리움을 문학으로 그려내고 있는 풍경과 그리운 추억속의 사람들을 하나둘씩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는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사촌과 함께 성장한 배경과 이유, 아버지의 가르침과 교육, 놀이문화와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기억들이 전해진다.

​

​

중국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교육을 받았는지, 왕을 어떤 마음으로 섬겼는지도 전해지면서 아버지의 가르침과 화자의 다른 의견이 대립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큰 세상이라고 믿었던 중국, 작은 나라라고 생각한 일본이 자신의 나라를 어떤 태도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전해진다. 검을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위협하는 모습을 목격한 3.1운동 현장의 긴박함과 돌아오지 않은 친구의 소식, 고향으로 다시 돌아간 이유가 긴박하게 흐른다.

​

​

일본 군인이 한국에 들어와 분위기가 좋지 않은 나라에서 자식들을 어떻게 할지 부부가 상의하는 모습과 3.1운동 가담한 아들의 긴박한 상황에 독일로 망명시키고자 준비한 어머니의 결단과 아들을 향한 응원의 말 한마디,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라도 머뭇거림 없는 어머니의 용기와 선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라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예감하는 어머니와 다른 의견을 표명한 아버지의 모습, 저녁에 독서모임에 참석한 어머니의 모습도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

​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가 혼자 아들의 운명을 예감하고 조용히 망명을 계획한 결단력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아들도 독일에서 어머니를 얼마나 그리워하였을지 소설에서도 그리움이 고스란히 흘러넘치지 않는가. 제국주의의 피해자가 된 한 청년이 어떻게 독일에 망명하게 되었는지 자신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아버지에 대한 추억, 어머니, 누나, 사촌, 학교 친구들을 추억하면서 그리움이 묻어나는 자전적 소설이다.

​

​












문학평론가이자 편집자 박혜진 글에서 누구나 어딘가로부터 추방된 자인 시대에 우리가 왜 떠돌고 있는지에 대한 유랑의 의미와 질문이 꽤 설득력 있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소설의 배경과 시대적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인들이 왜 어딘가로 유랑하면서 떠돌고 있는지 지긋하게 응시하도록 이끌어준 글도 반짝이지 않는가. 독서 후 사유할 수 있는 확장의 독서로 이어준 쾌거의 소설로 남는다.

​

​

오늘도 낯선 지역을 지나치다가 우연히 발견한 3.1운동 유적지를 보면서 이 소설은 더욱 부풀어 오른다. 나라를 빼앗기고 침략당하고 언어를 잃고 역사가 말살되고 유린되는 수모와 침략자들이 휘두른 검과 총에 희생된 수많은 목숨들과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다시 만나지 못한 아들과 어머니, 어머니 소식을 전한 이들의 아픔까지도 짐작하지 않을수가 없었던 소설이다. 크게 요동치지 않는 감정의 절제가 문체에 묻어나지만 작가가 경험한 수많은 다급한 상황들과 장면들이 또렷이 기억속에 남는다.

​

​

복잡하고도 빠르게 급변하는 세계적 상황들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힘이 얼마나 절실한지 짚어보지 않을수가 없다. 평범한 한 소년이 대학을 가고자 마음을 먹은 이유, 일본이 의학 교육을 시킨 이유까지도 고찰하게 된다.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아버지의 모습, 기독교 학교에서 가르친 학문과 지금까지 소년이 배운 학문이 너무나도 달랐던 이유까지도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소설이다.

​

​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도취하게 된 소설이다. 유럽으로 가는 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이들이 어느 나라의 청년들이었는지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피로 얼룩진 역사속에 살아남아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문학으로 전한 소중한 소설이다. 권력자가 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가르쳐 준 아버지의 모습, 지위와 권력을 가지고 통치하고 처형장과 무덤을 격조되지 않는 목소리로 전달하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소설이 아닌 현재에도 수많은 전쟁과 칼을 휘두르는 권력과 지위가 보이는 시대이다. 압록강은 흐른다는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서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한국소설이다.



​




아버지가 어른이라고 해서 반드시 저보다 더 잘 아시는지는 의문입니다! 70

​

중국은 내게는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 섬세한 것, 훌륭한 것 100

​



국경을 넘고 도시를 옮기고 언어를 바꾸고 정체성의 좌표를 잃어가며 누구나 아웃사이드이고 누구나 어딘가로부터 추방된 자의 시대에... 우리가 왜 떠돌고 있는지, 그 유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환기시켜 준다. 244







아버지가 어른이라고 해서 반드시 저보다 더 잘 아시는지는 의문입니다! - P70



관리들의 지위와 권력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 어떻게 그런 지위에 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설명 - P44



중국은 내게는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 섬세한 것, 훌륭한 것 - P100



무슨 말이 적혀 있니? 그녀는 글을 읽을 줄 몰랐다. - P109



만주 수도. 통치. 처형장. 처형된 자들의 무덤들. 비극적 들판 - P191



노스탤지어_ 귀환을 뜻하는 그리스어. 돌아가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고통 - P236



국경을 넘고 도시를 옮기고 언어를 바꾸고 정체성의 좌표를 잃어가며 누구나 아웃사이드이고 누구나 어딘가로부터 추방된 자의 시대에... 우리가 왜 떠돌고 있는지, 그 유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환기시켜 준다. - P244


- 접기
구름** 2026-08-07 공감(7) 댓글(0)
Thanks to
공감



[마이리뷰] 압록강은 흐른다

놀랐다.
여기 등장하는 조선말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기 직전, 직후를 살아가던 황해도 해주 어느 마을의 사람들이 이토록 품위있고, 이토록 정갈하게 그리고 이토록 다정하게 살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 중 악인은 없다, 일본 순사를 제외하면.
아무래도 나는 조선말 나라를 빼앗겼다는 그 사실에 그 당시를 살던 사람들 모두가 힘없고, 비루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미륵의 아버지와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는 대화며, 미륵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며, 누나들의 태도며, 이른마 머슴이나 마름 등의 언행이 모두, 품위있고, 격조가 있었다.
세상에 나는 무엇을 생각한 것일까
어쩌면 일본이 36년을 지배하며 만들어놓은 어떤 이데올로기를 해방이 되고 몇 십년 동안 학교에서 사회에서 되풀이 교육 받은 영향이런가.
책을 읽고 나서도 이런 생각이 계속 떠다닌다.
- 접기
테*사 2026-11-02 공감(3) 댓글(0)
Thanks to
공감



(민음사) 압록강은 흐른다



화성에 핫한 카페가 있다고 해서 찾았다가, 평범한 맛을 사악한 가격에 판매하는 구나 느낌에 살짝 화가 났다. 그럴때는 근처 독립책방을 찾아봐야 한다. 수원에 있는 책방 '그런의미에서' 를 찾았다. 마음 속으로 사고 싶은 책 목록을 언제나 담아 두고 있어서,열심히 구경하다가, 오래전 부터 읽어 보고 싶었던 '압록강은 흐른다'를 구입했다.









2026년국제도서전에서 판매된 상품이라고 했다. 속지가 한지로 되어 있다고 했다. 당연히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비싸다.그런데 속지가 한지라는 말에 솔깃해서 구입했다. 책갈피도 한지다. 책갈피에 적힌 문장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왜냐하면 페이지까지 알려주진 않았기 때문이다.페이지를 넘기는 기분이 좋았다. 뭔가 더 집중하고, 소중하게 페이지를 넘겨야 할 것 같은 기분...




"멀리 밝은 가을 하늘 아래에 한 무리의 연산( 連山)들이 다른 연산들로 연이어지고 있었다. 산들은 석양을 받아 빛났고 어스름 속에서 다시 한번 활짝 빛을 발했다가는 푸른 연무 속으로 서서히잠겨 들었다(..)"/177쪽




'연산'(죽 잇대어 있는 산)이란 단어를 마주한 순간 책의 표지 그림이 이해되었다.

제목만 보고 긴 장편일줄 알았는데, 단편보다는 길고 중편보다는 짧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소설 속에 담긴 역사의 시간은 묵직하게 전해졌다. 표지에 그려진 산의 모습을 보며,소설의 제목은 압록강...이지만, 안생의 고비고비를 넘는 기분을 산에 비유한 것은 기분이 들었다.

평화로웠던 유년시절은, 일제강점기를 피부로 느낄수 없었다.3.1운동이 거대한 폭풍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읽을 경우, 주인공은 보통 결연한 마음..으로 독립운동을 하러 떠나는 모습이었지만, 압록강은...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에 집중한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역사 앞에서 흔들리고 두려워하는 나약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독립운동을 나서지 않은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고향을 등지고 압록강을 건너야 했던 선택이 얼마나 외롭고 무서운 결단이었을지,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소설의 마지막이 쓸쓸하게 다가 온 건 표지 마지막 페이지 그림에서,남자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기분이들었기 때문이다. "너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 접기
우* 2026-07-21 공감(2) 댓글(0)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