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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5

박권일 - 능력주의 연구의 '공백', 의사들의 정신세계 .

박권일 - 능력주의 연구의 '공백', 의사들의 정신세계 . 

박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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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 연구의 '공백', 의사들의 정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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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교수는 의대생·전공의 문제를 초래한 사회와 교육 구조 전반에 대한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 불패’ 사회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 세뇌당하면서 살아온 과정이 있다”며 “공부로 사람을 나눠 계급화하고, 이 과정에서 우월의식과 경쟁 중심의 사고가 심어졌다”고 말했다. 상당수 의사들이 경쟁 중심의 엘리트 교육의 결과로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 의식 없이 공부만 잘하는 ‘괴물’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기사 본문은 댓글)
한겨레 기사에서 의대생들의 '괴물성'을 비판한 의대 교수의 발언을 보면서, 새삼스레 능력주의 연구의 어떤 공백이 떠올랐다. 바로 의사들의 정신세계다. 자격증이 강력한 지대효과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영역이 법률과 의료다. 능력주의가 최대의 악영향을 끼치는 영역 역시 이 두 개다.
능력주의 연구할 때, 정확히는 석사 논문 준비하던 2016년에 나는 학계에서 처음으로 <고시계>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기를 전수 조사했다. 그 자료는 엘리트주의나 능력주의 연구자에게는 그야말로 '황금광맥'이자 '보물창고'였다. (내 논문이 나오고 3년쯤 후에 어떤 사회학 연구자가 두 번째로 <고시계> 텍스트를 가지고 논문을 썼다는 걸 확인했다.)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날것의 능력주의와 선민의식이 예비 엘리트 자신의 입으로 투명하게 드러난 그 텍스트들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택한 주제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 실감할 수 있었다.
애당초 능력주의 연구는 극우주의 연구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나는 넷우익 담론을 분석하기 위해 다문화반대카페와 일베를 수개월간 참여 관찰했다. 그리고 그들의 각종 증오, 혐오의 심층에 하나의 공통된 멘탈리티가 있음을 알게 됐다. 바로 능력주의였다. 그리고 그걸 석사 논문 주제로 삼게 됐다. 지금이야 능력주의가 보통 사람들의 대화 주제로 올라갈 정도로 일반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꽤나 생경했던 개념이다. 학계에서는 교육학 빼고는 변변한 레퍼런스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아무튼 나는 일베에 생각보다 의사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관련해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경험을 한 적 있다. 당시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는데, 얼굴 점 빼러 다니던 개인 병원에서 원장이 시술 중에 갑자기 말을 걸었다. 아주 재밌고 좋은 커뮤니티를 자기가 아는데, 한번 꼭 들어가보라는 것이다. 들어보니 일베였다. 내가 뭐라고 답했는지 궁금할 수 있을텐데, 내 얼굴에 레이저를 쏘고 있어서 차마 반박을 못했다. 이런 신박한 경험을 하면서 나는 의사집단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다. 극우에 왜 이렇게 의사들이 많은가? 정확히 얘기하면, 왜 이렇게 일베에 의사라고 인증하는 자들이 많은가, 이겠다.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아무래도 그들이 대체로 사회화가 미진한 상태에서 전문직 훈련에 매진하며 엘리트가 된다는 사실과 관련이 클 것이다. 그런 폐쇄적 전문가 집단일수록 다양성보다는 동질성에 매몰되어 엘리트주의와 선민의식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의사집단의 극우 이념, 엘리트주의, 능력주의를 연구하려면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설문조사, 심층인터뷰 같은 자료가 필요한데 당연히 그런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고 전부 내가 직접 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기엔 '사이즈'가 너무 큰 작업이었다. 일개 석사과정생에게 누가 펀딩을 해줄 일도 없고, 그렇다고 의사집단 네트워크에 깊이 접근할 수단도 없으니 방법이 없었다. 대안으로 택한 게 법조인이었다. 다행히 이쪽은 그래도 문서화된 자료들이 있었다. <고시계> 분석은 그렇게 나오게 된 것이다.(취재할 돈과 인맥이 없으니 내 몸을 갈아넣었다. 심사일정까지 너무 촉박해 2주 동안 하루 2시간씩 자면서 썼다).
석사 논문 이후 10년이 흘렀다. 로스쿨 제도 이후 법조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공급되며 사회적 위상은 하락한 반면, 한국의 의대편중 현상은 더욱 극심해졌다. 과거와 달리 이제 전문직의 대명사는 의사가 됐다. 의대는 사실상 '성역'이 됐다. 의사 파업이 또 일어났고, 극한대치 중에 환자들과 시민의 피해가 막심했음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다른 직군이었으면 벌써 여론에 밀려 철회되었을 파업이었지만, 놀랍게도 의사들은 여론과 정부와의 싸움에서조차 밀리지 않았다. 간간이 의사들의 '내면'을 알 수 있는 발언들이 언론을 탔는데, 거기엔 공동체 의식이나 공적 책임감이라곤 없는 안하무인,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선민의식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나보다 수능점수 낮은 놈들"에 대한 노골적 멸시도 투명하게 드러났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기보다 더 적나라한 능력주의였다.
물론 모든 의사들이 그런 건 아니다. 앞서 인용한 의대 교수도 그렇고, 내가 아는 의료인들 중에 정말 존경할만한 이들이 많다. 그러나 '평균적' 의사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 대다수가 분명 힘들고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팬데믹 시기의 헌신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의사는 지나치게 과도한 권력을 누리고 과소한 사회적 책무를 진다. 의사들이 이기적이고 제멋대로 행동하는데도 모두가 쩔쩔 맨다. 학칙은 물론이고 실정법조차 의사의 집단행동 앞에서 무력해 보일 지경이다.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유일한 성역으로 남은 전문직, 의사집단의 인질이다.
의료체계 등 정책적 의제들과 별개로, 엘리트로서 의사들의 정신세계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연구주제다. 특히 한국사회의 지배규범인 능력주의를 규명하는 데 있어서 의사의 멘탈리티는 핵심적인데, 학문적으로는 사실상 공백 상태다. 양적 연구든 질적 연구든, 아니면 탐색적 연구든 의미있는 작업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Author박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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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society/schooling/1209434.html...


HANI.CO.KR
사과 없는 의대생 복귀…“경쟁사회가 공동체의식 없는 의사 길러”
사과 없는 의대생 복귀…“경쟁사회가 공동체의식 없는 의사 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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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없는 의대생 복귀…“경쟁사회가 공동체의식 없는 의사 길러”
지난 3월 ‘복귀 거부’ 비판 하은진 교수, 한겨레 인터뷰

신소윤 기자
수정 2025-07-23 


하은진 서울대병원 교수(중환자의학과·신경외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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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처럼 공부해 남들보다 위에 섰던 아이들이 의대에 들어옵니다. 의대에선 좋은 과(전공) 가려고 한 문제라도 더 맞히려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경쟁만 주입해온) 이런 환경이 공동체 의식이 없는 의사를 만든 겁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교수(중환자의학과·신경외과)는 ‘의대 2천명 증원’에 반발해 교실과 병원을 떠난 의대생·전공의들이 1년 반 만에 별다른 사죄나 반성도 없이 복귀하려는 것과 관련해 22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 교수는 “아무리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피해자라고 해도 그들은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 가해자라면 ‘죄송하다’고 말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좋은 의사를 기대하면서 정작 그런 사람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이 사회가 만들어온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하 교수는 지난 3월 같은 학교 교수 3명과 함께 온갖 비난을 감수하며 “내가 알던 제자, 후배가 맞는가 두려움을 느낀다”며 복귀를 거부한 의대생·전공의를 정면으로 비판한 성명을 내어 큰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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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교수는 의대생·전공의 문제를 초래한 사회와 교육 구조 전반에 대한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 불패’ 사회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 세뇌당하면서 살아온 과정이 있다”며 “공부로 사람을 나눠 계급화하고, 이 과정에서 우월의식과 경쟁 중심의 사고가 심어졌다”고 말했다. 상당수 의사들이 경쟁 중심의 엘리트 교육의 결과로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 의식 없이 공부만 잘하는 ‘괴물’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사회적 성찰을 강조한 하 교수는 당장 직면해 있는 기복귀한 의대생 보호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학생들 간의 갈등 해소를 위해 서로 상처받았던 것들을 아우르면서 재발 방지에 나서는 등 ‘회복적 정의’와 같은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복적 정의란 잘못에 대한 처벌보다 피해와 공동체의 관계 회복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가해자에게는 자신이 끼친 피해를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책임지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선 기복귀 학생들의 보호를 위해 ‘학습권 존중과 공동체 질서 침해 금지’를 명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학칙에 따라 책임지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제재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 교수는 현재 논란이 많지만 의대생·전공의 복귀에 대해 “더 늦춰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지금이라도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의사 배출이 지속되는 데 중요하다”며 “복귀가 계속 미뤄질 경우, 지금 (병원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람들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의대에서 앞으로 복귀할 학생들에 대해 ‘1학기 유급’ 처리를 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무늬만 유급’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하 교수는 어느 정도 압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급 적용이라도 제대로 돼야 한다”며 “의대생 중 성적 유급을 받는 학생들이 많다. 유급이 두세번 쌓이면 제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1회 유급이 확정되는 건) 학생들에겐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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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e Jeong U

말씀하신 그 “사회화가 미진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직업/영역/집단 세계에 대한 다양한 의미 있는 작업들에 저 또한 큰 기대가 있고 또 저 역시 제 분야에서 매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Seong-Sik Cho

고시계와 유사한 자료를 말씀드리자면, 대입공부법 책 중에 의대생이 쓴 책이 많은데 의대생의 쓴 대입 공부법(수능)이 이들의 멘탈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Seong-Sik Cho

의사들이 보기에 수능성적이 능력인데, 의대 입결이 서울대를 앞서고 있어서 자기들은 수능 최상위권의 대가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시험"능력주의"의 영향력은 의예과 1학년이 제일 심할 것 같습니다.

Leo Kim

책에서 고시계 텍스트 인용 잘 봤습니다. 훌륭한 연구인데, 그 중요성에 비해 덜 인용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그런 막중한 텍스트 분석 필요가 생기면, 몸 갈아넣기 전에 한번 연락 부탁드립니다. ^^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연구에는 저도 관심 있습니다.

김언호

노동자로서의 권리보장과 현장 의견 존중에 대한 요구는 사과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중간착취자가 이를 지적하는 것 역시 어불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대 사회에서 선민의식이 이번 투쟁에 미친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전공의 및 의과대학생의 성명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노동자로서의 요구를 지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조원식

전공부터 사회적 성찰과 회복적 정의 등 인터뷰의 핵심주제와 지향점 모두 감탄하였고 ...
괴물을 괴물이라 부르는 용기에 거의 기절할 뻔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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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일 한국의 능력주의 -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2021

한국의 능력주의 : 알라딘


한국의 능력주의 -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박권일 (지은이)이데아2021




































Sales Point : 4,810

8.4 100자평(17)리뷰(5)


344쪽
주제 분류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빈곤/불평등문제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사상/사회사상사 >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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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박권일, 한국인의 불평등과 불공정"
능력주의 담론은 최근 몇 년 사이 점점 뜨겁게 달궈져 왔고,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이후로는 대중적 관심의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그간 출간되었던 관련 도서들이 대부분 '능력주의가 곧 정의'라는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며 능력주의의 위선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면, 박권일의 이번 책은 한국에서 능력주의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 왔고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 공공기관과 일부 기업들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거세게 일어난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은 한국형 능력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박권일은 이 사건과 '정유라 사건'을 비교하며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 감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불공정엔 분개하지만 불평등엔 찬성하는 사회.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한국은 정의로운가? 한국의 능력주의의 기원부터 시작해 여러 데이터 비교를 통한 현실 분석, 나아가 대안까지 살피는 책이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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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책소개
시험에 합격하지 않거나 일정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들이 보상을 받는 것에 대해, 예컨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한국인들은 유독 불편해한다. 자격이 없다,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자못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이 논리의 핵심에 능력주의(meritocracy)가 있다고 책은 말한다. 능력이 우월할수록 더 많은 몫을 가지고 능력이 모자랄수록 더 적은 몫을 가지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 이 룰이 깨지면 부정의하고, 불공정하며 사회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일로 비난받는다. 이 책은 이렇듯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보고서다.


목차


프롤로그 : “그건 참아도 이건 못 참지!”·7

1부 형성
1장 과거제도, 한국 능력주의의 기원?·27
2장 자연화한 능력주의: 사회진화론·43
3장 입신출세주의와 교양물신주의·59

2부 현대 한국
4장 학력주의와 능력주의의 묘한 관계·75
5장 엘리트는 어떻게 ‘괴물’이 됐나·95
6장 한국 능력주의의 특징·123

3부 가치관과 민주주의
7장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물으신다면·143

4부 능력주의 비판
8장 불평등 그리고 이데올로기·199
9장 ‘이상적 능력주의’ 비판·222

5부 대안
10장 길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245

에필로그 : 최후의 능력주의자·298

주·305
참고문헌·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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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14 세상에는 1루를 밟지 못한 사람, 아예 야구 경기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떤 이들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어도 불우한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교 입학은 꿈도 꾸지 못한다. 심지어 사회적 성취를 위한 ‘노력’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P. 79 한국인들 대다수는 추천제나 기부금 입학제도를 혐오하며, 같은 문제를 풀어 ‘전국 1등부터 꼴찌까지’ 분명히 가려져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제도와 문화 역시 그렇게 형성되어왔다.
P. 82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많은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열패감과 좌절감에 시달린다. 능력이 있음에도 그만큼 대우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능력이 없어서 좋은 대학, 좋은 과를 가지 못했기에 열악한 처우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기도 한다.
P. 121 한국의 고시제도 하에서는 거의 필연적으로, 평범한 국민들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냉소하는 엘리트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고시는 과소한 민주주의 교육이 과도한 능력주의 신화와 결합할 때 어떤 ‘괴물’이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 거대한 사회 실험이었다.
P. 135 시험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좋은 대학 출신이 아니란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한국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타인을 향해 차별, 비하, 멸시적 발언을 내뱉는다. 환경미화원,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본인 눈앞에서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며 제 자식을 훈계하는 주민들을 수시로 마주친다.
P. 175 한국은 근대화 이후 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험 성적으로 사람을 서열화하고 차별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였고 현재도 여전히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이런 서열체계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타인이 그 서열체계를 이유로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 분노하면서도 획일적인 기준으로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줄 세우는 서열체계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논리 앞에 약자들에게는 대항논리가 없었다. 접기
P. 176 결론만 말하면, 한국은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소득 불평등에 대한 압도적 찬성이다. 다른 나라와 너무 차이가 커서 데이터 세트 원본을 몇 번이나 확인했을 정도다. 6차 세계가치관조사(2010~2014년) 결과 중에서,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을 살펴보자. 중국은 평등 52.7%, 불평등 25.8%로 평등 쪽이 높았다. 일본은 평등 28.6%, 불평등 25.1%로 양쪽이 비슷했으나 평등이 조금 더 높았다. 서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의 대표주자인 독일은 평등 57.7%, 불평등 14.6%였다.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상징 스웨덴은 평등 42.7%, 불평등 30.6%였다. 미국은 능력주의와 ‘아메리칸드림’의 나라답게 평등에 찬성한 비율보다 불평등에 찬성한 비율이 높게 나왔다. 평등 29.6%, 불평등은 36.2%다. 그럼 한국은? 한국의 경우 평등에 찬성한 비율은 23.5%였고 불평등에 찬성한 비율은 58.7%였다. 최근 조사인 7차 자료(2017~2020)는 더 경이로운 수치를 보여준다. 한국인의 64.8%가 불평등에 찬성했고, 12.4%만 평등에 찬성했다. 접기
P. 208 조국 사태, 미국 입시 비리,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통해 알수 있는 사실은 특권이 강할수록 부패가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다. 특권과 부패는 정비례하며 특권이 클수록 능력주의도 강해진다. 요컨대 특권, 부패, 능력주의는 붙어 다닌다. 특권을 그대로 둔 채 특권을 둘러싼 부패와 불공정에 분노하는 것은, 음식을 한곳에 쌓아두고 벌레가 꼬인다고 역정 내는 짓이나 다름없다. 접기
P. 302 비유컨대 능력주의는 ‘화석연료’다. 한때 그것은 성장의 필수 연료로 각광받았지만, 오늘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족쇄가 되었다. 현장 역량보다 학업 성적 위주인 각종 공채시험 제도, 소선거구제 등 승자독식적인 정치제도, 제왕적 대통령제, 엘리트의 부정부패와 선민의식, ‘재벌’에 대한 특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극단적으로 분절된 노동 및 고용체제 등 사회 전 영역에 격차와 특권을 당연시하는 제도와 문화가 만연해있다. 접기
P. 303 어떤 대안은 황당무계한 몽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세계를 향한 몽상은 포기되는 대신 구체화되어야 한다. 격차와 불평등을 동력삼아 모두가 전쟁처럼 살아야 하는 사회는 정의롭지도, 행복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이런 가망 없는 짓은 이제 그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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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박권일 (지은이)


기자와 공직을 거친 뒤 《한국의 능력주의》(2021), 《소수의견》(2012) 등을 썼으며 독립연구자로 활동 중이다.

최근작 : <다이내믹 코리아>,<최소한의 시민>,<포스트 챗GPT> … 총 28종 (모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