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7

송필경 - 역사에서 기억, 후회 그리고 사죄

송필경 - 역사에서 기억, 후회 그리고 사죄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데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 Facebook

역사에서 기억, 후회 그리고 사죄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데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기억하는 것이고
다음은 돌이켜 후회하는 것입니다.”
수줍은 웃음을 머금고 부드럽게 말하는 시인 탄타오((Thanh Thảo; 1946〜)의 말씀이다. 시인은 베트남에서 국민시인으로 존경받는 분이다.
시인은 베트남 중부지방 꽝응아이(Quảng Ngãi)에서 태어났다. 1954년 베트남이 남북으로 분단되자, 가족들은 북쪽 하노이로 갔다. 하노이 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외아들이어서 굳이 최전선으로 가지 않아도 되지만, 험난하기 짝이 없는 호찌민 통로를 거쳐 남쪽에서 게릴라 활동을 했다. 낮에는 총을 들고 밤에는 종군 기자 역할을 했다. 종전 후 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저널리스트, 평론가로도 활동했으며, 특히 사회 문제와 시대적 고민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성찰하는 지식인의 목소리를 담은 시로 유명하다.
"기억하고 후회하는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조건"이라는 말은 베트남전쟁이라는 잔혹한 폭력을 겪은 지성인의 깊은 성찰이다.
고통스럽더라도 ‘전쟁의 진실’을 기억하면 인간은 성숙하고, 잘못에 대한 후회는 인간을 통찰로 이끈다. 다시 말해 기억은 의무와 다짐이고, 후회는 도덕적 책임과 성찰이다. 그리해야만 인간은 천박한 야만성에서 벗어나 도덕적 존재로 진화할 수 있다.
2.
베트남 꽝남(Quảng Nam)성에 베트남 1번국도가 지나가는 퐁니-퐁넛(Phong Nhất-Phong Nhị) 마을이 있다.
1968년 2월 12일 오전, 8살 응우옌티탄(Nguyễn Thị Thanh)은 오빠와 이모 집에서 사촌들과 놀았다. 엄마는 장에 가셨다. 갑자기 총성이 울리며 군인들이 들이 닥쳤다. 이모는 아이들과 집안 땅굴로 숨었다. 얼마 후 땅굴을 찾은 군인들은 땅굴에 기관총을 갈기고 떠났다. 이모와 사촌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응우엔티탄은 배에, 오빠는 엉덩이에 총을 맞았다. 군인들이 떠난 뒤 탄과 오빠는 엉금기어 땅굴에 나와 엄마를 찾았다. 탄은 왼쪽 옆구리에서 터진 창자를 감싸고 동네를 기어 다니다가 기절했다. 동네 사람들이 탄을 구해 미군 병원으로 데려갔다. 탄은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엉덩이에 총을 맞은 오빠 역시 목숨을 구했지만 성불구 앉은뱅이로 호찌민 시에서 걸식하며 평생 살았다. 마을에 들어와서 총탄을 갈긴 군인들은 한국군 청룡부대(해병 제2여단) 소속 군인들이었다.
응우옌티탄은 한국군 민간인 학살의 전모를 밝힌 구수정 선생을 만났다. 구수정 선생이 한국군 학살지의 희생자를 찾아 역사의 증언을 듣는 다크 투어(Dark Tour) 때 응우옌티탄은 차분한 증언을 했다. 그녀는 한국 사람을 두려워하며 평생 살았다. 다크 투어는 주로 청소년 대상이었다.
2014년 7월, 성인들만 기행 와서 증언을 할 때 내내 눈을 허공을 향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인 성인 20여명의 앞에서 증언이 처음이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증언을 듣는 사람 모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증언을 마치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마지막 한 마디를 했다.
“왜 한국군은 이모와 아이들만 있는 우리에게 총을 쏘았어요?”
눈물을 훔치며 증언을 듣던 흰 머리의 이정우 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께서 눈물을 가득 머금은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아주머니,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우리가 잘못했어요!”
그러자 전교조 교사인 김명희 선생님은 탄 아주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탄 아주머니 두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한참 동안 손을 어루만지셨다.
우리가 떠나고 그 뒤 탄 아주머니는 권형우 선생께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은 (괴물같이) 두려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진정 어린 눈물의 사죄는 46년 동안 한국에 대한 공포와 회한을 씻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탄 아주머니는 2015년에 한국을 방문해 한국인들 앞에 증언을 했다.
2020년 탄 아주머니는 <한베평화재단>의 여러 사람 특히 법률가의 조언을 받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서울중앙지법에서 그리고 2025년 항소심에서 탄 아주머니는 승소했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3.
1975년, 리영희(2029〜2012) 선생은 《전환시대의 논리》를 통해 유신 독재 시절의 반공주의의 실체를 밝혀 한국사회의 인식과 생각에 큰 충격을 주어 사상의 대전환을 이루게 했다. 특히 이 책안에서 밝힌 ‘베트남전쟁’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베트남전쟁의 진실에 관한한 가장 탁월한 비판과 분석이었다.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그 뒤에 나온 조영래(1947〜1900)변호사의 《전태일 평전》과 함께 성숙한 한국 사회를 이루는 결정적인 토대가 되었다.
2012년, <리영희 재단>이 설립되었다. 우리 시대 ‘사상의 은사’인 리영희 선생의 진실과 이성을 추구하는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제13회 리영희 상(2025)’은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인 응우옌티탄 아주머니가 받았다. 탄 아주머니는 한국군이 저지른 학살의 피해를 증언하고 진상 규명을 위해 한국 법정에서 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탄 아주머니는 국가 폭력의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려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받아 수상하게 되었다.
4.
기억과 후회는 진정한 사죄로 마무리해야 한다. 진정한 사죄는 말뿐이 아닌, 배상, 교육, 재발 방지책 마련 등 구체적인 조치를 통해 역사적 정의를 구현하려는 의지가 담겨야 한다. 역사 사죄는 과거의 잘못을 후대에게 가르치고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가 약속을 하는 의미이다.
만약 대법원에서까지 응우옌티탄 아주머니가 승소한다면, 우리는 과거사를 애써 무시해서 우리가 그토록 경멸한 일본과 다르다는 국가의 도덕성을 후세에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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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15년 한국을 방문해 경북대를 찾은 응우옌티탄 아주머니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명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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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 할줄 알아야 진정한 용기가 있는 사람이지요.
자신의 잘못을 거짓으로 덧칠하는 자는 자신을 악의 구덩이로 빠져가는 가장 비겁한 짐승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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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y



Jongtae Lee

명진스님이시네요.
명진스님 뿐만 아니라 우리 일반인들도 진심으로 사과해야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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