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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공동체 구상과 해외 한인 언론인들의 중요성
기사승인 2016.10.27
-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존공영을 위한 대안으로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소통네트워크를 통한 한글문화공동체 구상’을 제안“
현재의 동아시아체제를 둘러싼 정치적․군사적 긴장과 갈등이 세계경제 및 자국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다소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동아시아의 핵심국가인 한중일 모두 영토 및 역사문제를 둘러싼 심각한 갈등으로 평화적이고 협력적인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과 세계평화구축에 큰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안한 동아시아체제에서 세계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 역시 이러한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결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함께 공존하고 발전하는 미래지향적인 평화적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을 어렵게 하는 보다 근본적인 요인으로 관련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하는 정치적 소통의 리더십 혹은 소통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당사국간의 상호이해와 신뢰의 상실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겠다.
미래지향적인 평화적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의 소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신뢰와 관계를 회복하고, 동아시아 공동체의 미래지향적 가치와 이념을 함께 공유하며, 새로운 상상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동아시아 공동체의 비전과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남북관계나 동아시아의 여러 현안과 관련한 당면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주요 행위자로서 조선족과 재일조선인 등 한민족 디아스포라들은 지정학적 및 문화적 차원에서 남북관계 개선 및 새로운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형성을 위한 중요한 소통 네트워크 자원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 남북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평화적이고 항구적인 공존공영의 미래를 기대한다면 소통네트워크의 자원으로서 한민족 디아스포라들을 그 공간의 주역으로 삼아야 하며, 결국은 새로운 동아시아 공동체의 미래는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낼 것이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중심국으로서 한중일 3국이 자국의 이해와 이익에 근거하는 폐쇄적 민족주의로의 회귀를 지양하고,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상호주의와 상생에 입각한 관계의 철학을 복원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시점에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존공영을 위해 한반도 문제와 3국의 갈등과 분열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소통네트워크를 통한 한글문화공동체 구상’을 제안하고자 한다.
II. 한국인(South Korean)의 해외동포(한민족 디아스포라)에 대한 인식
“한국이 한민족의 절대 기준이 아니라
‘한국’도 한민족의 국가 중 하나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
조선족 사회가 남한(한국)을 거의 모르고 북한(북조선)만 알고 지낼 때에도 ‘Korean’이었고, 남한과 북한을 다 알고 지내는 지금도 ‘Korean’이다. 다시 말해 조선족이 한국의 귀속의식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민족’이 아닌 게 아니다. 북한과 훨씬 가까웠던 1980년대 이전에는 조선족은 우리 민족이 아니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한때 한국에 온 조선족에 대해 가난한 나라에서 온 촌스러운 몰골의, 촌스러운 사투리 쓰는 사람이라고 깔보는 사람 개그맨 모씨는 방송에서 촌스러운 화장과 옷을 보며 자기 딴에는 우스갯소리로 ‘연변가무단이냐’라고 풍자하면서 개그 소재로 사용된 적이 있다. 만약 조선족 유학생이나 노동자가 한국에 와서 텔레비전을 통해 그런 대사를 본다면 일반 시청자들과 함께 즐겁게 웃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개그맨 모씨와 같은 유사한 내용으로 조선족에 대해 풍자하고 편견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을 쇼와 드라마에서 보아왔다.
해외동포로서 조선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과 편견은 가보지 않고 만나서 소통해보지 않는 이상, 앞의 예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단편적으로 제공된 미디어 정보에 의해 조선족과 조선족 사회에 대해 이해하고 왜곡된 인상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족(Korean)과 국가(남한,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를 구분 못하고, 한민족(Korean)을 얘기하면서 어느덧 머릿속에 한국(South Korea)을 기준으로 삼는 사람, 다시 말해 한국 역시 우리 민족이 사는 국가의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못하는 한국 사람에게 한국만 한민족(Korean)이거나 한국이 한민족의 절대 기준이 아니라 ‘한국’도 한민족의 국가 중 하나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겠다. 조선족 사회를 ‘우리 민족문화의 보존구역’처럼 박제화 시켜서 환상을 품는 사람은 조선족 사회가 박물관이 아니라 생활의 장임을 분명히 깨달을 필요가 있다(조혜영, 2001, 116쪽).
그렇다면 왜 이러한 한국인들의 조선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편견들이 양산되고 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해외동포로서 조선족을 자신들과 동일한 민족이라 생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에게는 ‘민족과 국가는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인들은 ‘조선족도 한국인과 똑같은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간주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인과 조선족 관계에서 대다수의 조선족은 ‘국적’과 ‘한(조선)민족 정체성’을 구별한다. 일부 조선족이 말하는 ‘민족 정체성’이란 것도 ‘범(凡) 한민족 일원으로써 민족 정체성’을 말함이 아닌 ‘중국 소수민족으로서 민족 정체성’을 일컫는 것이다(김혁, 2008). 이렇게 한국인들이 조선족을 바라보는 데는 양립할 수 없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같은 동족으로서의 조선족과 약간 뒤쳐진 동족이지만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의 조선족이라는 상반된 시각에서 한국인과 조선족의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상반된 시각은 다른 해외 동포에게도 작용할 것이라 추정한다.
이호규 (동국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호일보 info@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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