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ok Lee
1 h ·
오늘 광주의 벗님들과 논어 산책을 하는 날입니다.
아침에 오늘 함께 다룰 장(章)들을 검토하다가 다음 문장에서 여러 상념이 스칩니다.
5편 2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입니다.
"백이와 숙제는 예전의 악(惡)을 마음에 새겨두지 않았다. 그래서 원망하는 일이 드물었다."
佰夷叔齊 不念舊惡 怨是用希
극단(極端)은 극단(極端)을 부르고, 원망은 원망을 부릅니다.
양극단의 악순환이 아니라, 양극단을 두들겨서 진실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자타(自他)의 생명을 살리는 길이고 평화의 길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렇습니다. 아픈 역사의 원인을 성찰하고 반성하여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합니다.
먼저 그렇게 된 내부 원인을 성찰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힘이 없으면 약육강식의 냉엄한 국제 현실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도 잊으면 안됩니다.
그러나 그 원한을 잊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원한의 역사는 ‘이직보원(以直報怨)’하는 것이 원한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길입니다.
‘바름으로 그 원한을 갚는다’는 뜻입니다.
이 나라에 인류가 나아가야할 바른 질서를 세우는 것이야말로 약육강식의 낡은 세계를 우애와 평화와 공동번영의 세계로 바꾸는 선두에 우리가 서는 길입니다.
우리가 받았던 그 많은 희생과 억울함들을 진정으로 갚는 길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비원(悲願)이 바로 그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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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보원 이덕보덕以直報怨 以德報德
by동그라미Sep 06. 2021
옳고 곧음으로써 원망을 갚고, 덕으로써 덕을 갚아야 한다.
이직보원 이덕보덕
以直報怨 以德報德
或曰: "以德報怨, 何如?"
子曰: "何以報德? 以直報怨, 以德報德."
혹왈: "이덕보원, 하여?"
자왈: "하이보덕? 이직보원, 이덕보덕.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 36장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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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덕으로써 원한을 갚는 것은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그렇게 한다면 무엇으로 그 은덕에 보답하겠는가? 옳고 곧음으로써 원한을 갚고 덕으로써 덕을 갚아야 한다"
덕의 쓰임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원망이나 원한을 덕으로 갚아버린다면 이후 덕으로써 대하는 자에게는 무엇으로 갚을지 대안이 없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모든 일에는 덕으로써 대하는 것도 좋지만 원망이나 원한을 갚을 때는 옳고 곧음으로써 정직하게 대하고 덕을 갚을 때는 덕으로써 행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말이죠.
여기서 우리는 원한이나 원망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해야하는 지 공자의 가르침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에게 좋게 대하는 사람은 당연히 좋게 대합니다. 그러나 나를 향해 원망을 가지고 있거나 원한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좋게 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를 덕으로써 대하기란 더욱 힘들겠죠.
그래서 원한이 생기거나 원망이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을 해하려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입기도 합니다. 도로에서 경적을 울렸다고 차를 부수는 사람들, 층간 소음 때문에 살인을 하는 사람들. 보복운전으로 도로의 무법자가 되는 사람들... 이런 경우,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개인적인 원한이 생겼다고 또다시 원한을 갚는다면 악순환의 고리는 한없이 계속될테니까요.
더욱이 개인이 아닌 국가나 공권력의 경우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요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반발이 거세지자 국회 본회의에서 무산하고 처리를 연기하는 사태까지 이어졌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주요 요지를 살펴보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대한 법률을 개정하는 것으로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것을 담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징벌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자칫 권력자들이 언론을 통제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유튜브, SNS, 개인 매체 등에서 혹여 잘못된 정보, 즉 가짜 뉴스가 보도가 되거나 만들어낸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언론사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만큼 매우 신중해야할 문제인거죠.
사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기존 권력을 잡고 있던 세력들에 대해 언론을 통제한다고 수위높은 비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강제로 통과시키려했다는 사실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간한 2021년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42위를 기록했는데요, 아직까지는 진정한 언론자유가 부족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죠. 거기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30위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목표를 제시하기도 한 상황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발의는 거꾸로 역행하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찌보면 정부에 대해, 공권력에 대해 너무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죠. 없는 소리도 하고 말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수위를 넘어서는 비난이 섞인 말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람들의 생각과 독한 말을 청와대 게시판이나 공공기관 게시판, 1인 미디어, 반대편에 서 있는 언론들이 쏟아낸다면 이를 듣고 읽는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원한과 원망에 대해 싸우자고 달려드는 것보다, 옳고 곧은 잣대를 통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좋을 때 좋은 것으로 갚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자꾸 찔러대며 아프게 한다고 해서 원망을 원망으로 갚는 것은 진정한 민주주의라면 해서는 안되는 작태입니다.
한 국회의원의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언론이 문제가 많지만
표현의 자유와 권력 감시 역량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해서는 안. 된. 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아프게 찔러댄다고 원한을 원한으로 갚는 다면 발전은 없습니다. 옳고 곧음, 정직함으로 원한을 갚는 것이 지금 이시대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직보원 이덕보덕
以直報怨 以德報德
옳고 곧음으로써 원망을 갚고,
덕으로써 덕을 갚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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