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0

알라딘: [전자책] 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 2015

알라딘: [전자책] 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









종이책의
미리보기
입니다.


[eBook] 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 
강정인, 이완범, 김비환, 양승태, 조경란, 신충식, 설한, 최치원, 장의관, 김동하, 장인성, 김명하 (지은이) 이학사 2015-06-15






책소개
정치사상총서 시리즈, 제4권. 사회의 기득권층, 지배층과 강력하게 결합하여 장구한 시간 동안 특정 사회―특히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지배적 이념이 된 보수와 보수주의에 대하여 그 역사와 의미, 정치철학을 탐구하는 책이다.

한국 정치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들 가운데 하나는 한국 보수 집단의 이념적 빈곤 또는 보수주의 이념 자체의 부재 현상이다. 즉 보수 집단이나 보수 정당은 존재하되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고 왜 지켜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이념이 부재하는 것이다.

책은 보수주의의 정치철학적 기초, 한국 보수주의의 역사와 이념, 동양과 서양의 보수주의 등을 광범위하게 살펴봄으로써 무엇보다 이러한 한국적 현상에 대한 정치철학적, 정치사상사적 진단과 처방을 내려보고자 한다.
접기



목차


머리말_양승태
제1부 보수주의의 정치철학적 기초
1장 인간 본성, 정치 그리고 보수주의_설한
2장 아르놀트 겔렌의 현상학적 인간학과 보수주의의 기원에 대한 고찰_신충식
제2부 한국 보수주의의 역사와 이념
3장 한국 보수 세력의 계보와 역사: 전통 보수주의와 신보수주의, 1945~1979_이완범
4장 개혁적 민주 정부 출범 이후(1998~) 한국의 보수주의: 보수주의의 자기 쇄신?_강정인
5장 한국에서 보수주의의 의미에 대한 하나의 해석_최치원
제3부 유럽의 보수주의
6장 영국 보수주의 사상의 형성과 진화: '변화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_김비환
7장 미국 신보수주의의 이론적 구성과 한계_장의관
8장 독일 바이마르 시기의 '보수 혁명' 담론과 정치의 우선성: 국가, 시장,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_김동하
제4부 동양의 보수주의
9장 현대 중국의 신보수주의의 출현과 유학의 재조명_조경란
10장 현대 일본의 보수주의_장인성
11장 동양적 사유에 나타난 보수주의_김명하
맺는말: 한국의 보수주의, 무엇을 지킬 것인가?_양승태
각 장에 대한 안내 및 각 장이 처음 게재된 학술지
지은이 소개
접기



저자 소개
지은이: 강정인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탈서구중심주의와 그 너머 2>,<현대한국정치사상의 흐름>,<교차와 횡단의 정치사상> … 총 63종 (모두보기)
서울대학교 법대 졸업(1977)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버클리 분교 정치학 박사(1987)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1989-2020) 저서 : 『자유민주주의의이념적초상』(1993), 『소크라테스, 악법도법인가?』(1994),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2004), 『넘나듦의 정치사상』(2013), 『한국 현대 정치사상과 박정희』(2014), 『교차와 횡단의 정치사상』(2019 : 편저) 역서 : 『플라톤의 이해』(1991), 『마키아벨리의 이해』(1993), 『홉즈의 이해』(1993), 『마르크스에 있어서 필요의 이론』(1990), 『현대 민주주의론의 경향과 쟁점』(1994 : 공역), 『로크의 이해』(1995 : 공역), 『로마사 논고』(2003 : 공역), 『군주론』(2008 : 공역)


지은이: 이완범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미국의 한국 정치 개입사 연구 3>,<미국의 한국 정치 개입사 연구 2>,<미국의 한국 정치 개입사 연구 1> … 총 38종 (모두보기)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사회과학부 교수, 정치외교학 전공. 광복 이후 한국현대사의 흐름을 성공이나 실패로 보는 양극단의 시각을 지양하며 ‘성찰적 자부 사관’의 관점을 표방해온 저자는 100여 편이 넘는 논저를 저술하였으며, 대표 논저로는『카터시대의 남북한』(2017), 『한반도 분할의 역사』(2013), 『38선 획정의 진실』(2001), 『한국전쟁: 국제전적 조망』(2000), 『박정희와 한강의 기적: 1차 5개년계획과 무역입국』(2006), 『한국 해방 3년사: 1945~1948』(2007), 『해방전후사의 인식』 3·4·6(공저, 1987~1989) 등이 있다.


지은이: 김비환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사유재산의 정치철학>,<현대정치의 위기와 비전>,<개인적 자유에서 사회적 자유로> … 총 26종 (모두보기)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해 현재까지 서구정치사상사와 정치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2021년부터 사회과학대학장직을 맡고 있으며, 한국정치사상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의 주요 관심사는 좋은 국가, 분배적 정의 그리고 조세체계의 이론적 연관성이다. 저서로는 『개인적 자유에서 사회적 자유로』(2018),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2016), 『정의는 불온하다』(2016), 『마이클 오크숏의 철학과 정치사상』(2014), 『이것이 민주주의다』(2013),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과 변증법적 법치주의』(2011), 『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치와 문화』(2005), 『자유지상주의자들, 자유주의자들, 그리고 민주주의자들』(2005), 『맘몬의 지배: 사회적 가치분배의 철학』(2002), 『축복과 저주의 정치사상: 20세기와 한나 아렌트』(2001), 『데모크라토피아를 향하여』(2000)가 있다. 편저로는 『현대정치의 위기와 비전』(2020)과 『인권의 정치사상』(2010)이, 그리고 역서로는 『정치의 생각』(2011)이 있고, 그 외 다수의 논문과 공저가 있다.


지은이: 양승태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대한민국 무엇이 위기인가>,<우파, 한국의 우파>,<리시아스와 안티스테네스> … 총 13종 (모두보기)
대전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 턴대학교에서 밀(J. S. Mill)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튀빙엔대학교 철학부 및 고전학부와 미국 브라운대학교 고전학부에서 연구를 수행한 바 있으며, 한국정치사상학회 초대 및 2대 회장,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을 역임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소크라테스의 앎과 잘남: 대화, 아이러니, 시민적 삶, 그리고 정치철학의 태동』,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국가 정체성 문제에 대한 정치철학적 성찰』, 『우상과 이상 사이에서: 민주화 시대의 이데올로기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 『앎과 잘남: 희랍 지성사와 교육과 정치의 변증법』 등이 있고, 역서로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그 밖에 ‘의사변증법과 의사실천적 윤리학’, ‘맥퍼슨에서 로크로, 그리고 로크를 넘어서’, ‘미개적 대동, 문명적 대동, 소강, 그리고 정치적 이상의 역사적 진화론’, ‘새바인의 정치사상사 이념 연구 서설’ 등 정치철학 및 동서양 정치사상사에 관련된 다수의 논문이 있다. 동서양 철학사 및 정치사상사에서 변증법 이념의 발전, 국가 정체성 문제에 대한 정치사상사 및 정치철학적 탐색 등이 주요 연구 주제이다.


지은이: 조경란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대륙신유가>,<유학과 동아시아>,<차이나 인사이트 2018> … 총 21종 (모두보기)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저서로는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신유가, 자유주의, 신좌파>(2013),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전통·근대·혁명으로 본 라이벌 사상사>(2015), <국가, 유학, 지식인>(2017) 등 다수가 있으며, 열암철학상(2017)을 수상했다.


지은이: 신충식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루소, 정치를 논하다>,<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 … 총 9종 (모두보기)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철학을 공부하고 미국 뉴스쿨 사회과학대학원 철학과에서 타자성과 시간 현상학에 관한 논문 “The Living Present and Otherness”(2005)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국현상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관심 분야는 현상학, 해석학, 정치 이론, 공직 윤리, 교양 교육이다. 최근 논문으로 〈슈미트와 하이데거: ‘정치현상학’의 가능성 모색〉, 〈책임의 역설과 행정악行政惡의 문제〉, 〈해석학으로서 행정학의 가능성에 대한 검토〉, 〈아렌트의 초기 시간 분석과 이웃사랑의 가능성〉, 〈아렌트의 ‘정치적 사유’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 〈가다머와 아렌트: 아리스토텔레스의 ‘프로네시스’〉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 《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 철학》(공저), 《생태 문명 생각하기》(공저), 《공직 윤리》(공저) 등이 있고 《인간을 인간답게》, 《다른 하이데거》 등을 번역했다.


지은이: 설한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공동체와 로컬리티>,<좋은 삶의 정치사상>,<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 … 총 4종 (모두보기)
정치철학 전공. 서울대학교 철학과(미학전공)를 졸업하고 피츠버그대학(University of Pittsburgh)에서 정치학 석사,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현재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 관심 분야는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민주주의, 다문화주의, 세계화 등을 핵심주제로 하여 서로 연계된 현대 정치철학 관련 제 문제들이다. 주요 연구성과로는 「주디스 슈클라(Judith Shklar)의 정치적 자유주의: ‘공포의 자유주의’를 중심으로」(2017), 「다원주의 사회의 민주적 시민권: 권리와 의무」(2015), 「배리(B. Barry)의 다문화주의 비판과 평등주의적 자유주의」(2014), 「다문화주의의 이론적 퇴조 원인 분석: 문화 개념과 규범성 문제를 중심으로」(2014), <좋은 삶의 정치사상>(공저, 2014), <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공저, 2013) 등이 있다.


지은이: 최치원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교차 2호 : 물질의 삶>,<민본과 민주의 개념적 통섭>,<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 … 총 4종 (모두보기)
독일 브레멘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평화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치사상·철학 일반, 인간과 정치, 동서 비교 정치사상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베버(Max Weber)와 아렌트(Hannah Arent)의 정치철학과 방법론, 정치 현실 및 과정에 대한 사상적, 역사적 해석, 한국과 동아시아의 민주주의와 평화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미완의 근대기획'으로서 동북아시아: 계몽, 지식과 과학·기술의 의미 그리고 혼돈과 오류 성찰」(2013), 「종교문화적으로 이해된 막스 베버의 유교윤리에 대한 정치이론적 해석」(2012), 「칸트와 회페의 세계공화국 개념 고찰」(2012) 등이 있다.


지은이: 장의관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생각하는 사회>,<좋은 삶의 정치사상>,<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 … 총 5종 (모두보기)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와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뒤이어 재산권과 재분배적 조세를 주제로 정치이론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아태민주지도자회의 사무국장, 통일교육원 교수 등을 역임한 후,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에서 정치 및 정책 분야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근년에는 실천적 정의와 윤리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논문으로는 「시민덕성, 정체, 그리고 마키아벨리」(2014년), 「좋은 사람과 좋은 시민의 긴장: 아리스토텔레스 정치공동체의 가능성과 한계」(2014년), 「미국 신보수주의의 이론적 구성과 한계」(2013년), 「아담 스미스와 규제 없는 시장의 덕성」(2012년) 등이 있다.


지은이: 김동하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좋은 삶의 정치사상>,<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 … 총 3종 (모두보기)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서양 정치사상사와 현대 민주주의 이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정치 통합 문제, 정치와 종교의 관계, 사회적 소수자의 인정 문제 등이다. 저서로는 독일의 Koenigshausen & Neumann 출판사에서 출간된 Anerkennung und Integration: Zur Struktur der Sittlichkeit bei Hegel(2011), 『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2013, 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헌법'과 통합의 정치: 헤겔 '법철학'의 현재성 옹호를 위한 요소들」(2013), 「시민종교와 정치통합: 헤겔의 규범적 통합이론의 문화론적 재구성」(2012), 「독일 바이마르 시기의 '보수혁명' 담론에 나타난 국가, 시장, 민주주의」(2011) 등이 있다.


지은이: 장인성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전후 일본의 지식 풍경>,<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 … 총 3종 (모두보기)
도쿄대학에서 학술박사(국제관계론 전공)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동아시아의 정치사상과 국제 관계를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동아시아 국제사회, 근대 동아시아 정치사상, 한국 외교사 등이다. 저서로 『메이지유신』(2007), 『근대한국의 국제관념에 나타난 도덕과 권력』(2005), 『장소의 국제정치사상』(2002)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현대일본의 애국주의」(2013), "The Social Construction of an East Asian Community and Regional Culture"(2012), 「3.1운동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의'와 '평화'」(2009) 등이 있다.


지은이: 김명하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 … 총 2종 (모두보기)
경북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북대학교 동서사상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로 한국 정치사상, 중국 정치사상을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천인관계 및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둘러싼 문제들이다. 저서로는 『한국정치사상사』(2005), 『장자사상의 이해』(2003), 『중국 고대의 정치사상』(1997) 등이, 논문으로 「고대 중국정치사상에서의 보수와 진보」(2013), 「묵가 정치 이론에서의 국가와 권력」(2007), 「한국 상고대 정치사상에서의 천인관계」(2002) 등이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출판사 제공 책소개

'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을 탐구하는 기획

보수나 진보를 한 가지 획일적인 기준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사전적 정의를 따르면 보수주의는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태도", "오랜 시간을 통해 발전되어온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통적인 제도와 관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보수주의는 일반적으로 특정 국가에서 사회의 기득권층이나 지배층의 존재성 및 정체성을 나타낸다. 그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정치적 존재성을 정당화하거나 자신들의 집단적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이 보수주의의 이념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책은 사회의 기득권층, 지배층과 강력하게 결합하여 장구한 시간 동안 특정 사회―특히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지배적 이념이 된 보수와 보수주의에 대하여 그 역사와 의미, 정치철학을 탐구하는 책이다.

한국 보수의 이념 부재에 대한 정치철학적, 정치사상사적 진단
한국 정치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들 가운데 하나는 한국 보수 집단의 이념적 빈곤 또는 보수주의 이념 자체의 부재 현상이다. 즉 보수 집단이나 보수 정당은 존재하되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고 왜 지켜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이념이 부재하는 것이다.
이 책은 보수주의의 정치철학적 기초, 한국 보수주의의 역사와 이념, 동양과 서양의 보수주의 등을 광범위하게 살펴봄으로써 무엇보다 이러한 한국적 현상에 대한 정치철학적, 정치사상사적 진단과 처방을 내려보고자 한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보수주의의 출현을 기대하며
한국 정치에서 보수 세력은 존재하되 그들 나름의 정책 결정 혹은 사회적 가치 배분의 준거로 삼을 보수주의라고 불릴 수 있는 이념은 부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논의를 통해 잘 알려진 바 있다. 여기서 이념이 부재한다는 것은 보수 세력이 스스로 보수하고자 하는 제도나 체제를 뒷받침하는 가치나 이념의 실체를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이념적으로 체계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의 보수주의는 오랫동안 그 이념적 근거를 '반공'이라는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이념에서 찾아왔으며, 그 이념적 근거에 대한 주체적인 탐색 없이 자유민주주의나 사유재산권을 마치 '성스런' 이념처럼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수준의 이념적 위상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보수 세력에 대중적 논객은 많이 있어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수주의 사상가나 이데올로그는 발견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그러한 이념적 빈곤의 반영일 것이다.
보수든 진보든 속된 말로 현실 정치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정치적 수사나 구호는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성격의 정치적 구호나 수사의 정치적 실용성은 결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수주의는 현재의 역사적 상황에 대한 철저한 이해 및 보수해야 할 가치의 이념적 근거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서만 구축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한국 사회에서 보수의 역사와 의미, 이념에서 일탈하여 한국 보수의 진정한 책임과 의무, 가치를 망각하고 그 역사마저 부정하면서 보수로 행세하고 있는 일부 보수 집단들의 깊은 반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보수주의는 한국의 역사 속에서 발현한 사상과 문화, 전통과 관행 그리고 탁월한 인물들의 삶 속에서 진정으로 지킬 만한 것들을 발굴하고 그것들을 이념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 다시 말해서 한국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보수주의가 출현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시점에 있다. 이 책이 그러한 보수주의 이념 구축의 학문적 출발점으로서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 보수주의의 정치철학적 기초에서부터 한국, 유럽, 동양의 보수주의까지

1, 2장은 인간 본성을 중심으로 보수주의의 정치철학적 기초를 탐구한다.
1장 「인간 본성, 정치 그리고 보수주의」에서는 보수주의의 목적에 가장 적절하게 부합된다고 생각되는 인간 본성에 대한 개략적인 견해를 제시함으로써 보수주의와 인간 본성 간의 관계, 그리고 이것이 넓은 의미에서 정치에 대해 가지는 함의를 고찰한다.
2장 「아르놀트 겔렌의 현상학적 인간학과 보수주의의 기원에 대한 고찰」에서는 지난 세기 가장 논쟁적이며 역동적인 보수주의 사상을 제시한 겔렌의 인간 본성에 대한 현상학적, 생물학적 분석에서 본래적인 인간 조건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제도적으로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3, 4, 5장은 해방 후부터 주요 정권 시기의 한국 보수주의의 현상, 계보, 의미를 중심으로 그 역사와 이념을 규명한다.
3장 「한국 보수 세력의 계보와 역사」에서는 한국 보수주의의 계보와 역사를 추정함으로써 한국 보수주의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규명해나간다.
4장 「개혁적 민주 정부 출범 이후(1998~) 한국의 보수주의」에서는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어온 보수 세력의 재결집과 자기 쇄신 현상이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에 대한 지지와 탄탄히 연계되어 있는지를 검토한다.
5장 「한국에서 보수주의의 의미에 대한 하나의 해석」에서는 보수주의를 정치 현상에 대한 특정 정치적 자세나 정치 이데올로기적 측면이라기보다는 한국인의 총제적인 삶 자체를 의미하는 특정 행위 양식의 조화가 만들어낸 하나의 현상 유지적 상태라고 보고 이에 관해 탐구한다.

6, 7, 8장은 영국, 미국, 독일의 보수주의를 알아본다.
6장 「영국 보수주의 사상의 형성과 진화」에서는 사회 정치적 변화에 대한 영국 보수주의의 특유한 '태도 혹은 관점'을 영구 보수주의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보면서, 그런 태도 혹은 관점이 3세기 반에 걸친 영국 보수주의 '사상사'에 얼마나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가를 고찰한다.
7장 「미국 신보수주의의 이론적 구성과 한계」에서는 신보수주의의 사상적 기조와 논리적 구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신보수주의의 이론적 체계성을 평가하는 한편, 정치 수사학으로서의 기능적 효율성을 검토한다.
8장 「독일 바이마르 시기의 '보수 혁명' 담론과 정치의 우선성」에서는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시기의 '보수 혁명' 담론에 나타난 국가와 시장의 관계, 공동체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방식의 분석을 통해 전통적 보수주의는 물론이고 독일 파시즘의 국가사회주의와 구분되는 보수 혁명의 고유한 정치적 특성, 즉 독일 '보수 혁명'이 추구한 '정치적인 것'의 성격과 내용을 새롭게 재구성한다.

9, 10, 11장은 중국, 일본, 그리고 동양 전통의 보수주의를 살펴본다.
9장 「현대 중국의 신보수주의의 출현과 유학의 재조명」에서는 1990년대부터 주류로 등장한 중국 신보수주의의 출현 배경과 성격 및 연원에 대해 살펴보고, 신보수주의와 유학의 관계는 무엇인지 그리고 신보수주의가 지향하는 중국의 미래는 어떤 것인지 알아본다.
10장 「현대 일본의 보수주의」에서는 일본의 전후 체제를 문제 삼아 보수의 일상 감각을 보수주의 이념으로 재구축하려는 보수 지식인의 담론에 주목하고, 역사 교과서 문제라는 정치적 행위에 가려진, 혹은 정치적 비난에 엄폐된 보수주의의 일상 감각과 보수 이념을 '국가'라는 표상을 매개로 성찰함으로써 일본 보수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일본=보수' 표상의 실체를 드러낸다.
11장 「동양적 사유에 나타난 보수주의」에서는 중국 사상의 태동기인 선진 시대 유자들의 사유 중 보수주의적 성향을 고찰하고 현실 사회에 대한 개선책을 둘러싼 유자들의 보수주의적 사유의 특성을 살펴본다.
접기


마이페이퍼 (3편)
쓰기

묵향 2020-06-09메뉴










한국에서 이익집단을 넘어선 진정한 보수주의가 형성될 수 있을까.




이데올로기라는 것이 본디 투명하거나 일관된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서구에서 자유주의, 사회주의와 더불어 3대 정치 이데올로기를 이루었던 보수주의는, 한국에서 존중할 만한 이념과 세력으로 존재하지 못했다. 보수주의도, 자유주의도, 사회주의도 실력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곧잘 스스로 지리멸렬에 빠지기도 하는 동안 경쟁다운 경쟁 한 번 없이 제각각 속물 보수주의, 속물 자유주의, 속물 사회주의에 휘청거리고 있다. 물론 보수주의보다는 반공 이데올로기가 훨씬 강력한 실체였던 우리 현실에서, 이념적으로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까지 탄압받았던 사회주의를 나머지 둘과 동등한 위치에 놓고 비판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아직 우리는 유의미한 사민주의 정당조차 가져본 적이 없다. 아무튼 보수주의를 자임하는 분들이 오래 전부터 해온 습관대로 공포 마케팅, 증오 마케팅에 의존하는 한, 거부감, 혐오감만 키울 뿐 차오르는 미래 세대의 선택을 받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그 반대쪽도 상대를 자꾸 닮아가다간 마찬가지의 운명에 처할 테고...




다니엘 벨은 자신을 "경제에서 사회주의자, 정치에서 자유주의자, 문화에서 보수주의자"로 묘사한 바 있는데(책 141쪽),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발전하려면 정치에서 '자유주의적 합리성'의 회복이 절실하다. 상대가 본 것을 내가 놓쳤을 수 있다고 쿨하게 인정하는 태도 말이다. 처음에는 어떤 추상적이고 고매한 기치를 위해 복무한다고 생각하면서 시작하였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상대를 섬멸하는 전쟁이 되다 보면 어느새 대의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자신들을 그 기치와 동일시하면서 결국에는 조직 보위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단이기주의, 당파주의에 빠지게 된다.




지은이 로버트 니스벳은 2차세계대전에 육군으로 참전한 사회학자로, 처음에는 좌파적 입장을 띠었으나 그의 첫 저작 The Quest for Community: A Study in the Ethics of Order and Freedom (1953)이 보수주의 저작으로 평가받았고, 그 자신도 후에 철학적 보수주의로의 전향을 부인하지 않았다(책 147쪽). 이 책은 '복지 보수주의'를 제안하며 마치고 있는데, '신보수주의'의 창시자로 불리는 니스벳도 더 구체적으로는 '공동체주의자'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최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의외의 의기투합이 있었다는 식의 보도가 있었는데,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탈진영'은 한국 정치가 바람직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본다). 니스벳은 자신이 수학한 U.C.버클리에서 가르치다가 컬럼비아 대학에서 경력을 마쳤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에드먼드 버크와 보수주의』, 『현대사회의 정신사적 기초』라는 책이 있다.












책은 자유주의의 존 스튜어트 밀, 사회주의의 맑스에 대응하는 인물로서 에드먼드 버크를 보수주의의 태두로 중요하게 다룬다. 보수주의 철학은 1790년 에드먼드 버크의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니스벳은 이후 2세기 동안 전개된 보수주의의 중심 논지도 그 확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책 17쪽).




버크에게 자코뱅 혁명은, '자의적 권력'으로부터의 해방과 "실제로 살고 있는 인간과 그들의 관습, 습관을 위하여 자유를 추구"했던 미국 독립 혁명과는 정반대였다. "실제로 살고 있는 인간 군상들에는 별 관심 없[이], 혁명 지도자들[에 의해 제조된] 평등이란 이름의 평준화였고, 자유란 명목의 허무주의였다." 버크는 "정치적 지식인들"인 자코뱅이 "혁명적 인간Revolutionary Man의 창조에 방해가 되는 모든 제도들을 기꺼이 파괴[했다]"고 비판하면서 프랑스 혁명은 "자유를 위한 투쟁이라기보다는 절대 권력을 위한 투쟁"이라고 보았다(책 22-23, 25쪽). 당시 공안위원회의 '혁명적 인민'에 관한 다음과 같은 언설은 후세에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익숙한 형태로 반복된다("사회주의적 인간"). "당신은 당신이 해방하고자 하는 인민을 전적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민의 편견을 파괴하고, 그 습관을 변경시키며, 필수적인 것들을 제한하고, 그 악덕을 제거하며, 그 욕망을 순화해야 한다." (책 29쪽) 이것은 공포정치의 논거가 되었다. "혁명 시 인민 정부의 토대는 덕성과 공포이다. 공포 없는 덕성은 무기력하고, 덕성 없는 공포는 살인이다." (로베스피에르, 책 30쪽).

어빙 배빗은 훗날 『리더십과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적 지식인 집단을 모두 염두에 두고 '민주주의적 제국주의democratic imperialism'를 비판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고도로 조직적이고 단호한 소수의 의지가 소극적이고 비조직적인 대중의 의지를 압도하는 방식을 이른바 민주주의 운동만큼 분명히 보여 준 운동은 없었다." (책 60쪽) 민주주의로 인한 대중의 창조가 전체주의 국가 탄생의 싹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도슨, 엘리엇, 커크에 이르는 보수주의자들은 물론이고, 부르크하르트, 니체, 키에르케고르, 호세 오르테가 가세트, 피터 드러커, 한나 아렌트도 유사한 지적을 했다, 책 77, 82쪽).




"나는 미래에 대해 전혀 희망을 갖지 않는다. 일종의 로마 제정 시대처럼 반쯤은 참을 만한 몇 십 년의 세월이 우리에게 허용될 수도 있다. 내 의견은 민주주의자와 프롤레타리아트가 갈수록 가혹해지는 전제정치에 시달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 부르크하르트(책 137쪽)





니스벳은 『성찰』에 더하여 번역되지 않은 버크의 저작 중 『궁핍에 관한 상론 Thoughts and Details on Scarcity』을 추천했다.











니스벳은 토크빌도 중요한 이론가로 다룬다. 토크빌은 프랑스 혁명가들을 다음과 같이 비난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들을 경멸했으며, 교묘하고 독창적인 노선에 따라 제도를 개조하는 데 취미가 있었고, 헌정 체계의 오류가 있는 부분을 바로잡으려 하기보다는 논리적 규칙과 미리 고안한 체계에 따라 전체 헌정 체계를 재구축하고자 했다. 그 결과는 재앙 그 자체였다. 왜냐하면 학자로서 장점인 것이 정치가에겐 악덕이 될 수 있으며, 위대한 문헌을 창조할 수 있는 바로 그 재능이 파국적인 혁명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코뱅의 언어는] 주로 그들이 읽은 책들에서 차용한 것으로서 추상적인 단어, 값싼 장식적 언설, 멋을 부리는 상투어 그리고 문학적인 문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책 25쪽)

토크빌의 『앙시앵 레짐과 프랑스혁명』이 그런 내용이라는 것은 미처 몰랐는데, 과학에서 '오컴의 면도날'이 한 기준이 될 수 있어도, 정치에서 지나치게 완벽한 논리 체계, 단순하고 선명한 구호, 미사여구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맞는 말 같다. 버크는 국가 조직의 '기하학적 조화'를 추구하고, 이성의 이름으로 권력을 집중시키는 프랑스 혁명정부의 조치가, 이웃들 간의 지역적 연계를 파괴하고 "하위 공동체의 유대를 갈기갈기 찢어 [] 반사회적이고 반문명적이며 서로 고립된 입자들의 혼돈 상태로 해체"하였으며, "모든 시민을 뒤섞어 하나의 동질적인 대중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표현했다(책 72, 76쪽). 니스벳은 일종의 '말의 혁명'이었던 프랑스 혁명의 수사는 루소로부터 비롯되었고, 이것은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드 메스트르의 다음과 같은 말은 버크나 토크빌 같은 보수주의자들의 프랑스 혁명에 대한 입장을 잘 대변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반혁명이 아니라, 혁명의 반대 상태이다." (책 42쪽)

토크빌도 버크와 마찬가지로 『빈곤에 관한 회상록 Memoir on Pauperism』이라는 책을 썼다.









전통적으로 볼 때 사회주의, 자유주의, 보수주의는, 흔히 '개인과 국가의 정당하고 바람직한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관점에서 다루어진다. 보수주의자들은 국가주의(민족주의)와 개인주의 양 극단 사이에 있는 사회질서 내의 전통적 중간 집단, 즉 '가족', '지역 공동체', '교구', '이웃' 그 밖에 모든 형태의 '상호 부조' 집단을 중시하고 신성시한다(책 43, 160쪽). 토크빌에 따를 때 이러한 "중개적 결사들은 개인을 중개하고 함양하는 기제로서 소중하고, 그에 못지않게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완충장치로서도 소중하다." (책 81쪽) 19세기 말 메이틀런드, 피기스, 비노그라도프는 중세 이후 서구사를 국가, 법인 단체, 개인의 삼각관계적 시각에서 조망했고, 이 지점에서 헨리 메인(신분 대 계약), 오토 폰 기르케(유기적인 것 대 개인주의적인 것), 막스 베버(전통적인 것 대 합리적인 것), 짐멜(소읍 대 대도시), 쿨리(1차 집단 대 2차 집단), 퇴니스(공동사회 대 이익사회) 등의 유형론이 분출한다.




"사회적 유기체라는 근본적 관념으로부터 중세는 일련의 다른 관념들을 연역해 냈다. 우선, 다양한 교회 및 정치 단체 내에서 개인이 점하는 지위를 묘사하기 위해 구성원이라는 관념이 발전했고 [] 그 결과 이런 단체의 구성 요소인 개인들은 산술적으로 평등한 단위로서가 아니라 사회집단의 구성원으로서, 그리하여 상호 차별적으로 인식됐던 것이다."




- 오토 폰 기르케(책 63쪽)




유기적 구조의 성장에 주목하는 역사발전학파에게 가장 큰 적은 벤담주의였다(책 43-44, 72-73, 122-123쪽). 버크를 비롯한 보수주의자들에게 근대사는 권위와 자유의 중세적, 봉건적 종합이 꾸준히 몰락해 가는 과정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이들에게 중세법상 '자유'란 법인 집단의 적절한 자율성에 대한 권리를 의미했는데, 서구사의 전체 형상은 이러한 사회적, 조합적 개념이 개인들로 이루어진 대중에 의해 지배되는 개념으로 해체되는 과정이었다(책 63쪽). 버크에게 최상의 통치는 '분권화'와 '자유방임'이었다. 여기서 '자유방임'은 개인주의에 입각한 자유주의와는 다른 것으로서, 사회에 존재하는 '중개적 구조'의 풍습을 전제하는 것이다(65쪽, 개인주의에 입각한 법은 관습의 창조자라기보다는 종종 그 파괴자가 될 수도 있다. 책 86쪽). 이는 헤겔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요약하자면, "사회적 유대의 강조, 개인의 상대적 경시, 전통에 대한 애착, 위계질서, 영웅주의, [] 그리고 모든 정치적인 것을 봉건화, 분건화하려는 경향"이다(책 67쪽). 어찌 보면, 미국 헌정사 역시도 "'개인' 권리의 극대화를 주장하는 세력과, 주 및 지역 공동체의 '법인체적' 권리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세력 간 투쟁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에 관하여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정부'는 강하고 통일되어야 하지만, '행정'은 자유와 질서 모두를 위해서 가능한 한 분권화, 지방화되어야 하며 가급적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고 기술했다(책 70쪽).












보수주의자들에게 '역사'는 그 본질에 있어 '경험'이고, 그들의 역사주의는 추상적이고 연역적인 사고에 우선하는 경험에 대한 신뢰에 기초를 두고 있다(책 45쪽). "한 국민의 진정한 헌법은 한 장의 문서가 아니라 그 제도들의 역사에 있다"는 것이다(버크, 책 50쪽). 만하임은 "보수주의자로서 진정 사물을 본다는 것은 [] 과거에 근거한 상황과 배경에서 도출된 태도에 입각해 사건을 경험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책 46쪽). 증거가 충분히 쌓이기 전에는 경험에서 비롯된 명제를 쉽게 수정하지 않는 태도(귀무가설을 기각하지 않는 태도)를 '인식론적 보수주의'라 이름할 수 있을까.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변화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고장 나지 않았으면 고치지 말라"는 것이다. 버크에게 '혁신의 정신'이란 "변화 그 자체를 위한 변화에 대한 우상숭배이고, 무한히 새로운 것을 통해 기분 전환과 자극을 추구하는 대중들에게 만연된 경박한 욕구[로서], 인간 제도에 적용될 때 특히 치명적[인 것이었다]." (책 50쪽). "진화론적 선택에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지혜를 초월한 엄청난 지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자연적인 변화와 발전 과정에 의한 것 이상을 해내려는 사육자의 노력은 [] 터무니없는 짓이다." (책 53쪽)

역사학자 중에는 '정확히 실제 일어난 그대로의 wie es eigentlich gewesen ist' 과거를 회복하라고 호소한 랑케가 대표적이고(책 49쪽), 오크숏Michael Oakeshott과 베겔린Eric Voegelin 역시 경험과 역사의 '구체성'을 강조한다. 이들은 합리주의자들의 '자연적', '추론적', '가설적', '논리적' 역사는 추상적 이론일 뿐 역사가 아니라고 본다. 루소의 다음과 같은 입장은 이들의 입장과 대척을 이룬다. "사실을 논외로 두고 시작하자. 왜냐하면 그것은 논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 우리가 여기서 착수하고 있는 검증은 역사적 사실로서가 아니라 (역사가의 연대기보다는 물리학자의 가설과 더욱 비슷한) 조건적이고 가설적인 추론과정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책 47쪽) 과거에 대한 '주관적 낭만화'도, 미래에 대한 '진보적 발전주의'도 모두 거부 대상이다.




"진보주의 사상은 결국 모든 것이 자신을 초월하는 것, 곧 미래의 유토피아나 어떤 초월적 규범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도출하는 것임이 드러난다. 그러나 보수주의는 사물의 모든 의미를 그 '배후'에 놓여 있는 것, 즉 시간상의 과거나 진화론적 기원에서 발견한다. 진보주의자는 사물을 해석하는 데 있어 미래를 사용하지만 보수주의자는 과거를 사용한다."




- 칼 만하임(책 135쪽)













그 밖에도 짧은 분량 안에 많은 내용이 나오지만 이 정도로 정리를 마친다. 강정인 교수의 번역이 그리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덕분에 어렴풋했던 보수주의에 대한 관념이 조금 잡히는 것 같기도 하다. "신에 대한 신앙을 상실한 결과 야기되는 위험은 인간이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것이든 믿어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체스터턴, 책 114쪽)라는 견지에서 종교의 중시, "한 (원숙한 시인의) 작품에서 가장 우수하고 가장 개성적인 부분은, 죽은 시인들과 그의 선조들이 가장 정력적으로 그들의 불멸성을 주장하는 부분일 것이다. 예술가는 조국의 문학 전체에 부단히 자신을 바친다. [] 예술가의 진보는 지속적인 자기희생이며, 지속적인 개성의 소멸이다."(엘리엇, 책 132쪽)로 표현된 것과 같은 예술에서 전통의 강조도 납득이 갔지만, '재산'이나 '권위'에 관한 내용은 살짝 궤변 같기도 하고 와닿지 않았다. '반기술주의' 역시 지금 시각에서는 보수주의의 특질로 보기 어렵다.





결코 보수주의자는 아니지만, 군나르 뮈르달은 우리 시대에 이 점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보수주의 진영은 그들의 ‘현실주의‘에 의해 상당한 이득을 누렸다. 실제 활동에서 보수주의자들은 존재하는 질서 이외의 ‘자연적인 질서‘에 대한 사변을 삼갔고, 대신 사회를 있는 그대로 연구했으며, 그 결과 실제로 근대 사회 과학의 기틀을 마련했다."- P118
"자연법은 역사적 방법 앞에서는 한순간도 그 발판을 유지하지 못했다." - 메인- P122
"진보주의 사상은 결국 모든 것이 자신을 초월한는 것, 곧 미래의 유토피아나 어떤 초월적 규범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도출하는 것임이 드러난다. 그러나 보수주의는 사물의 모든 의미를 그 ‘배후‘에 놓여 있는 것, 즉 시간상의 과거나 진화론적 기원에서 발견한다. 진보주의자는 사물을 해석하는 데 있어 미래를 사용하지만 보수주의자는 과거를 사용한다." - 칼 만하임- P135
공감 (42) 댓글 (0)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