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단독] ‘103세 철학자’ 김형석 “윤석열 당선인 분열을 통합으로 만들어야”
2022.03.10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 문재인 정부, 갈등을 분열로 만들었고, 결국 갈등은 병으로
■ 권력 가지고 갈등 해결하려 하면 승자와 패자 생길 수밖에
■ 정치의 방향 바꾸지 않으면 5년 동안 나라 더 힘들어질 수도
■ 윤석열 당선, 헌법 지켰고 사심 없다는 점 국민 인정받은 결과
▎‘103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일 때 헌법을 지켰다는 점과 사심이 없다는 점이 국민에게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3월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원천교회에서 ‘103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와 만났다. 김 교수는 월간중앙을 통해 임기를 두 달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함께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당부를 전했다.
월간중앙 인터뷰 1년 전인 지난해 3월 19일 김 교수는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만나 조언과 덕담을 건넸다. 같은 달 5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2주간의 칩거를 깨고 윤 전 총장이 맨 처음 만난 사람이 김 교수였다.
당시 김 교수는 “국민만을 위해 뭔가를 남기겠다는 사람은 누구나 정치를 해도 괜찮다”며 “적극적으로 정치하라고 권하지도 않겠지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윤 전 총장을 격려했다.
김 교수는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분열 정치를 바꾸려면, 정치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면서 “새 정부가 정치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5년 동안 나라는 더 힘들어진다”고 걱정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주요 문답.
내일이면 새 대통령이 뽑힙니다. 대통령 당선인에게 당부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본·중국과 1년에 100명씩 교환 대학생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일본과 중국에 국비로 100명씩 보내주고, 일본과 중국에서 100명씩을 받는 거죠. 그리고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우리가 100명씩 받아주는 겁니다. 그렇게 아시아 젊은이들이 공부하고, 교환 대학생 제도가 성공하면 대통령 10명이 하는 것보다 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지요. 지금처럼 일본은 나쁜 나라라고 치부해버리면 일본에서 유학하고 싶은 사람들을 주저하게 하는 건데, 그건 잘못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일본의 움직임을 잘 보세요. 러시아·중국은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낙후된 나라이고, 미국·유럽은 수준 있는 나라들이에요. 낙후된 나라들이 미국이나 유럽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30~50년쯤 걸릴 겁니다. 그때까지는 지금의 일본처럼 우리도 미국이나 유럽과 우호 관계를 잘 유지하라는 거지요. 나중에 러시아나 중국이 민주국가가 되면 그때는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우호 관계도 깊어질 거예요.”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 갈등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쟁에서 지는 사람은 내려가고, 이기는 사람은 올라갑니다. 무한경쟁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 이기적인 경쟁만 하면 사회가 무너지고, 선의의 경쟁을 하면 사회는 올라갑니다. 국가도 민족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국가나 사회가 올라가는 단계에 필요한 게 갈등입니다. 갈등이 전혀 없는 민족은 살아남지 못해요. 아무 갈등 없이 열매나 따 먹고 살았던 하와이나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은 소멸했어요. 일본 북쪽 아이누도 그랬고요.”
우리 사회 어떤 분야의 갈등이 가장 심하다고 보시는지요?
“무엇보다 정치 이념의 갈등이 가장 심하죠. 미국·유럽·캐나다는 좌우 분열이 진보와 보수로 바뀌면서 공존하게 됐어요.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면서 ‘북한과 같은 나라가 돼도 좋으니 통일만 하면 된다’는 식인데 그건 아니에요. 그건 역사를 100년 끌어내리는 일로, 자유와 평화를 포기하겠다는 건데 지금 푸틴이 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갈등을 분열로 만들었고, 결국 갈등은 병이 됐어요.”
▎‘103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갈등을 분열로 만들었고, 결국 갈등은 병이 됐다”고 진단했다. 최영재 기자
정부와 국민은 계속, 대통령은 그 가운데 5년
갈등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사회가 한 단계 올라가기 위해 갈등이 필요하다고 해서, 갈등을 병으로 만들면 안 됩니다. 우리 역사에서는 조선 왕조 말미에 그랬지요. 갈등이 분열이 되면 갈등은 그 생명력을 잃게 돼요. 해결책은 좌우로 분열하지 말고 진보·보수로 공존하라는 겁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열린 사회로 가야 해요. 그리고 하나 더, 권력을 가지고 갈등을 해결하려 하면 승자와 패자나 생긴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대화로 해결해야 합니다.”
새 대통령 당선인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정부는 국민과 더불어 계속됩니다. 대통령은 그 가운데 5년을 맡는 거예요. 대통령이 나에게 주어진 5년 동안 할 일이 뭔가, 그걸 고민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분열을 통합으로 만드는 거지요. 인간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을 깨끗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5년 전) 취임사 때는 국민 통합을 얘기해놓고 지금까지 분열만 만든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지난번 3·1절 기념사 때도 김대중 정부가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민주정부라고 하던데… 그런 거짓말이 어디 있나요? 박정희 정부의 유신헌법 체제부터 전두환 정권 때는 민주주의의 암흑기였고, 노태우 정부를 거쳐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법치국가가 됐지요. 법치국가가 곧 민주국가니까요. 마치 김대중 대통령이 다 한 것처럼 말하는 건 역사적 사실을 은폐하는 겁니다.”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미안한 얘기지만 실패했고, 실패할 수밖에 없었지요. 왜 그럴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이상이 좌파나 진보보다 앞서 있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다 보니 그 안에 빠진 거예요. 그 안에 빠지다 보니 청와대가 운동권으로 구성됐던 거고…. 새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분열 정치를 바꾸려면 정치의 방향을 바꿔야 해요. 그런데 아쉽지만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뿌리가 같기 때문에 바꾸기 어려울 걸로 봐요. 정치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5년 동안 나라가 더 힘들어질 겁니다.”
오늘 아침 새 대통령이 선출됐습니다. 국민이 왜 윤석열을 선택했다고 보십니까(이 질의 응답은 3월 10일 아침 전화 통화로 이뤄졌다)?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그분은 검찰총장일 때 대한민국을 지켜줬습니다. 그분이 법관이기 때문에 헌법을 지킨 거죠. 그 공로를 국민이 인정한 것이라고 봅니다. 둘째, 그분은 그릇이 크고 사심이 없어요. 그 점 또한 국민이 인정했다고 생각해요. 아까 말했듯이 새 대통령은 분열을 통합으로 만드는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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