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8

“‘전두환 회고록’ 판결문보다 후퇴한 5·18조사보고서 폐기해야” 2024

“‘전두환 회고록’ 판결문보다 후퇴한 5·18조사보고서 폐기해야”

“‘전두환 회고록’ 판결문보다 후퇴한 5·18조사보고서 폐기해야”
기자김용희
등록 2024-03-25 20:25

1980년 5월21일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직전 금남로에 배치된 계엄군 장갑차와 병사들 모습. 5·18조사위 제공

광주시민사회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의 일부 개별보고서에 대해 왜곡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폐기를 촉구했다.

25일 김정호 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는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및 기자간담회’ 발표자로 나서 “5·18조사위 보고서는 전두환 회고록 관련 재판에서 진상 규명된 내용보다 후퇴해 바로잡아야 하고, 군·경 피해 조사보고서는 진상규명과는 거리가 있는 내용이어서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법률용어)를 넘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5·18기념재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5·18유족회,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의회가 공동 주관했다. 김 변호사는 전두환 회고록 사자명예훼손 사건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지원했다.

김 변호사는 발포 경위나 군·경 피해, 무기고 피습 등에 대한 보고서가 5·18 왜곡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경 피해 보고서에는 1980년 5월21일 옛 전남도청 앞 계엄군의 집단발포 직전 군인을 치어 숨지게 한 장갑차 운전자가 시민인지 계엄군인지 확정하지 않았고, 숨진 군인이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는 2022년 9월 전두환 회고록 명예훼손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계엄군 장갑차에 의한 사망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군·경 피해 조사보고서에서는 1980년 5월24일 계엄군 간 오인사격에 숨지거나 다친 일부 군인에 대해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망·상해 이유를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했다.

김 변호사는 “장갑차 사망 사건은 이미 전두환 회고록 관련 재판에서 진상을 규명한 내용으로, 5·18조사위 보고서는 판결문보다 후퇴해 계엄군의 집단발포를 정당화하려는 왜곡을 실었다”며 “5·18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한 5·18조사위가 오히려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왜곡의 근거를 마련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5·18기념재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등이 25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공동으로 연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및 기자간담회’에서 발표자들이 조사위 보고서 한계와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김 변호사는 “5·18조사위는 공개한 개별 조사보고서의 내용에서 허위사실이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종합보고서 작성을 통해 수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입장을 밝혀왔다”며 “하지만 특별법에서는 위원회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보고서를 통해 허위사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경섭 5·18기념재단 5·18진상규명자문위원회 자문위원도 보고서 간 내용이 불일치하거나 계엄군 진술의 비교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전체 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한 개별 보고서는 또 다른 5·18 왜곡 빌미로 작용하거나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비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진상규명 불능’이라는 표현이 진실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미해결 과제, 미규명 과제 등의 표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12월26일 4년간의 조사를 마친 5·18조사위는 17개 직권조사 과제 중 11건은 진상규명 의결, 6건(발포 경위, 은폐·왜곡·조작, 무기고 피습, 전투기 출격대기, 군·경 피해, 희생자 암매장)은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리고 개별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위는 6월26일까지 종합보고서를 작성한 뒤 모든 활동을 마친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