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독서율, 종이책과 전자책】
* 성글게 인터뷰 했다. 너무 짧은 생각이지만 일단 메모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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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 국민 독서율이 매해 급감하고 있습니다. 문체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독서실태>에 따르면 성인 6천 명 중 절반 이상이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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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책을 쓰고 팔아야 하는 작가나 출판사 입장에서 볼 때 충격이고, 국가 공동체의 입장에서도 우려가 됩니다. 다만 독자를 탓하기보다는 이 영상 시대에 독자들의 영혼을 움직일 수 있는 책을 기획하고, 쓰고, 편집하고, 제작하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창조적 시스템이 먼저 중요하다고 봅니다. 영상 매체도 중요하지만, 종이책이 얼마나 우리에게 큰 정보와 성찰을 주는지 체험하게 해야 하겠죠. 종이책을 내는 출판사, 판매하는 서점은 어렵지만 이 시대 문화의 최첨병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국가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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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율과 출판 판매량이 등가하지는 않습니다. 독서율이 낮을지 모르나 도서구매율은 높아진 면이 있지요. 대형 출판사와 알라딘 판매율을 보면 늘었습니다. 예전에 서점에서는 무거워서 책을 많이 사지 못했는데, 이제는 집까지 배달해주니 대량 구매자들이 온라인으로 더 많이 구입하는 현상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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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희망이 없을까요. 극단적인 예로 소크라테스는 독서보다 토론을 중시했지요. 종이책 독서가 중요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다고 정보를 얻지 못하거나 비판적 사고가 사라진다는 것은 고정관념이 아닐까요? 예전에도 그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종이책을 안 읽는 노숙인들은 아예 비판적 사고가 없을까요? 노숙인 인문학 교실에서 강의해온 제가 생각해볼 때 반드시 종이책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종이책을 읽으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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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동구권이 소련의 압제에서 벗어날 때 세 가지 장소가 중요했다고 『작은 것들의 정치』라는 책은 세 가지 공간을 명시합니다. 토론하는 살롱(카페), 성찰할 수 있고 토론이 있는 도서실, 가족들이 대화하는 저녁 식탁입니다. 중요한 것은 '종이'라는 매체에 앞서, 인간을 성찰하게 하는 '담론'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쓰레기 내용을 담은 종이책이 글자를 못 읽지만 지혜로운 촌로(村老)보다 위대하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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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은 2011년부터 독서율 70%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50%가 무너졌습니다. 우리나라 종이책 독서율이 현저히 낮은 이유와, 그로 인해 우려되는 것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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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책이 사라지면 성찰도 사라질 거라고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럴까요? 고대시대에 대나무에 글씨 쓰고, 양피지, 파피루스에 글 쓰던 시절이 있었고, 1377년 고려 금속활자, 1455년 구텐베르크 금속활자가 생기고, 2011년에는 아마존에서 전자책 단말기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스마트 폰 독서 프로그램이 광범위하게 이용됩니다. 인간은 계속 읽고 성찰하는 일을 할 것이고, 그 매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해 왔고, 또 변해가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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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종이책의 운명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전자책 사용률이 미국은 7%, 프랑스는 5% 정도, 한국은 2019년 16.5%로 다른 나라에 비교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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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이 종이책에 비해 독해력이 떨어진다고 발표한 나라는 일본입니다. 일본 쇼와 대학 연구팀은 34명의 독자에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과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종이책과 전자책 중 선택해서 읽고, 내용이든 인물에 관해 답을 쓰게 했습니다. 그 결과 전자책으로 독서한 경우가 종이책을 읽은 경우 보다 정답률이 낮다고 합니다. 두 책 모두에서 종이책을 읽은 경우의 정답수가 스마트폰 독서보다 더 많았다고 합니다. 뇌의 움직임과 호흡이 종이책을 읽을 때 더욱 깊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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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예전에도 한자 인식율이 종이가 아니라 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암기율이 떨어졌다는 보고를 10여 년 전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유의해야 할 것은 일본어가 한글하고 같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어와 한국어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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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전자책 사용율은 37.2%로 성인보다 높습니다. 제 수업 중 IT공학부 학생들 교양수업이 있는데, 전체가 아이패드를 갖고 있고, 제 강의록이나 책자를 모두 전자책으로 봅니다. 종이를 아예 볼 수 없고, 노트 필기 볼펜도 안 갖고 있어요. 이 학생들은 종이책을 아이패드에 넣어 펼쳐 읽습니다. 전자책 매체인 아이패드에 손가락으로 메모합니다. 전자책으로 하는 수업과 종이책으로 하는 수업 사이에 큰 차이를 저는 느끼지 못합니다. 시험 문제를 내도 어느쪽이 우월하다는 결과는 제 경우 없습니다. 종이책을 보지 않는다고 성찰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젊은이들이 종이책을 안 읽는다고 걱정하지만, 전자책 독서율이 올라가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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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종이책 독서율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한 독서는 늘고 있어, 이러한 시류를 반영한 새로운 독서 장려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독서 양상 변화를 고려해 효과적으로 독서를 장려하려면 어떤 방책의 정책이나 지원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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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중요한 것은 내용입니다. 콘텐츠 혹은 디스코스입니다.
책에 담긴 디스코스를 읽으면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체험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오디오북이든, 디스코스 즉 담론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매체야 어떠하든 다양한 방식으로 디스코스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디지털 리터러시 (digital literacy) 또는 디지털 문해력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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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한 개인보다 독서공동체를 지원해야 한다.
개인의 독후감 쓰기도 중요하지만 여럿이 함께 읽는 방식에 지원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벗을 모으고, 벗으로써 어질게 됨을 돕는 이문회우 이우보인(以文會友 以友輔仁)은 지금 이 시대에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대인의 토론방식인 하브루타도 좋은 방식이지요. 사람을 만나 독서하고 토론하고 좋은 일을 하도록 세 가지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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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현재 도서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책 읽기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이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시민 자율에 맡기는 민주적 도서관 시스템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 프로그램과 사서와 봉사자 시스템, 그리고 작가 연구자 상주 시스템, 또한 작은 책방, 독특한 책방 등을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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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이나 스마트폰 유튜브 낭송 등이 아무리 새로운 역할을 한다 해도, 종이책의 긍정적 역할, 독서 그룹을 만드는 서점과 도서관의 위대한 역할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기원전 3세기에 건립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건재할 겁니다. 오늘도 저는 종이책에 밑줄 긋고 여백에 연필로 메모하며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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