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1

조난자들 -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에 관하여

조난자들 -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에 관하여

주승현 (지은이) | 생각의힘 | 2018-01-29



반양장본 | 200쪽 | 210*135mm | 319g | ISBN : 9791185585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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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분 만에 비무장지대를 건너 10년 만에 통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주승현 박사의 자전적 에세이이면서도 우리의 뒤틀린 현대사와 일그러진 맨 얼굴을 보여주는 책이다. 탈북민인 그는 스스로를 ‘조난자’로 부른다. 조난자는 항해 중에 재난을 만난 사람을 의미한다. 저자에게 탈북민은 한반도의 분단 역사라는 재앙을 맞아 난파된 자를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3만 명의 탈북민들과 1945년 해방 직후부터 현재까지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한반도의 조난자들’을 호명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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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사선을 넘어 다시 사선으로
1. 스물두 살, 경계를 넘다
2. 사선을 넘어 또 다른 사선에 서다
3. 실업과 호구지책의 사이
4. 대학, 청춘의 죽음
5. 미생의 삶, 경쟁사회의 아웃사이더
6. 분단 사회의 아웃사이더
7. 25분 만에 귀순하여 십 년 만에 쓴 박사모
8. 자유를 찾아 떠나는 디아스포라
9.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10. 통일,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소원
11. 다시 자유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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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한반도의 조난자들
12. 1940년대와 오늘: 서북청년단이란 유령
13. 1950~1960년대: '밀실'과 '광장' 사이의 자유인들
14. 1960년대 이후: 만경봉호에 오른 북송 재일동포
15. 1960~1970년대: 이중간첩 이수근
16. 1980년대: 오길남, 오! 혜원, 규원
17. 1990년대: 황장엽, 비운의 망명객
18. 2000년대: 탈북과 재입북 사이의 조난자들

맺는말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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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12 : 2017년 11월 13일, 북한군 병사 한 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넘어오는 일이 벌어졌다. 쫓아오던 북한군 추격조의 총을 맞고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에 쓰러진 그는 유엔군 헬기로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다. 그는 지프를 몰고 탈출하다가 남측 초소 인근까지 접근했으나 지프 바퀴가 도랑에 빠지면서 차량에서 내려 남측으로 넘어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추격조로부터 총상을 입고 정신을 잃었다. 그의 탈출 영상뿐만 아니라 치료 경과와 내장 상태까지 전국으로 중계되며 많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날 이후 숱한 언론으로부터 매일같이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나도 십여 년 전 그 병사가 탈출해온 지역의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복무했으며, 그와 비슷한 경로로 탈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이 진실을 원한다기보다는, 그저 그를 이용하고 있다는 불온한 생각이 들었다. 한국사회에서 살아오면서 체득한 의심이었고 불안이었다. 나는 결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다만 그가 속히 깨어나기를, 그리고 훗날 그가 목숨을 담보로 경계를 넘어섰던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흔히 말하는 북한 출신의 탈북민이다. 남북한 간의 대립과 대치는 이곳에서도 ‘조난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시사한다. 한반도는 분단 체제하에서 수많은 조난자들을 양산해냈다. 조난자들은 여전히 왜곡되고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통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잠재적인 조난자의 운명을 배면(背面)에 깔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탈북민 한 사람의 고백이기도 하지만, 분단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여러 구성원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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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서문


P.17~18 : 열일곱 살이 되던 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입대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계셨던 공군에서 복무할 것을 바라셨지만, 나는 비무장지대를 고집했다. 지금은 사병 복무 기간이 10년으로 단축되었지만 당시에는 13년이었다. 통일을 향한 ‘성스러운 남진’(남한 진격의 길) 명령이 내려지면 군 복무를 안 해도 될 것이라는 다소 이상적인 생각도 있었다. 처음 접한 비무장지대의 풍경도 그러한 생각을 충분히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하루 24시간도 모자란 듯이 남북한은 서로를 향해 고성능 확성기로 심리전 방송을 내보냈고 비무장 지대 밖에서 쉼 없이 쏴대는 중화기의 사격 훈련 소리와 들짐승이 스치기만 해도 폭발하는 지뢰의 폭발음, 가끔씩 오발인지 도발인지 모르게 상대 구역으로 날아드는 적의 총탄 등은 바로 이곳이 일 촉즉발의 대결장임을 증명하는 듯싶었다.
_ 1장 스물두 살, 경계를 넘다


P.24~25 : 1961년 8월 13일, 위기의식을 느낀 동독 공산당은 소련의 지원을 받아 동~서 베를린을 연결하는 13개의 주요 도로와 80여 개의 거리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베를린장벽을 건설하며 봉쇄에 들어갔다. 베를린 시민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경악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후인 8월 15일, 동독의 군인이었던 한스 콘라드 슈만(Hans Conrad Schumann)이 분단선을 뛰어넘어 제일 처음 탈출했고, 28년 후 1989년 11월 베를린장벽이 붕괴될 때까지 2,000명이 넘는 장교와 병사들이 서독으로 목숨을 걸고 건너왔다. 

콘라드 슈만은 냉전시대에 자유의 아이콘으로 상징되었으나, 그는 서독으로 건너간 후 오랫동안 우울증과 외로움에 시달렸고 독일이 통일된 후인 199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나이 56세였다. 그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죽음의 이유를 알고 있다. 결국 그 역시 베를린장벽의 수많은 희생자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_ 1장 스물두 살, 경계를 넘다




장강명 (작가)
: 탈북민의 삶을 얼마간 안다고 여겼는데 책을 읽으며 깊이 반성했다. 주승현 박사는 그들이하나의 이야기로 묶이지 않음을 먼저 보여준다.사람마다 사연과 처지가 너무나 다르고, 원하는 바가 다르며, 분개하는 지점도 다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남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그걸 지독히도 모른다. ‘왜 우리한테 감사해하지 않아?’ 하고 궁금해할 정도로.
북한, 통일, 탈북민 사회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소수자를 소외하고 차별하는 모습에 분노하고 부끄러워한 적이 있다면 역시 읽어야 한다. 한국의 뒤틀린 현대사와 일그러진 맨 얼굴을 감당하고 어려운 숙제를 받아들일 각오가 있는 이들에게 권한다. 그런데 저자의 인생 역정을 읽다보면 ‘세상에 못 이룰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용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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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주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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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조난자들>
소개 : 비무장지대에서 북측 심리전 방송요원으로 복무했다. 휴전선을 넘어 한국에 온 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통일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와 여러 기업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여러 대학에서 정치학과 한반도 통일론을 강의하며,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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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현 박사의 인생 역정을 읽다보면
세상에 못 이룰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용기가 난다!”
(장강명, 소설가)

25분 만에 비무장지대를 건너 10년 만에 박사모를 쓴,
그러나 지금도 ‘사선’을 건너고 있는 한 조난자의 비망록

2002년, 저자 주승현은 비무장지대에서 북측 심리전 방송요원으로 복무하다 휴전선을 넘어 한국에 왔다. 휴전선을 건너는 데에는 불과 25분이 걸렸지만, 그날 착종된 트라우마는 10년 넘게 저자를 괴롭혔다. 그는 지금도 비무장지대의 한가운데에서 지뢰를 밟고 서 있는 고약한 악몽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는 오늘도 ‘사선 너머의 사선’을 건너고 있다. 탈북민을 향한 한국사회의 편견과 차별, 배제와 싸우며 저자는 통일학 박사가 되어 통일 문제를 연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25분 만에 비무장지대를 건너 10년 만에 통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주승현 박사의 자전적 에세이이면서도 우리의 뒤틀린 현대사와 일그러진 맨 얼굴을 보여주는 슬픔의 책이다. 탈북민인 그는 스스로를 ‘조난자’로 부른다. 조난자는 항해 중에 재난을 만난 사람을 의미한다. 저자에게 탈북민은 한반도의 분단 역사라는 재앙을 맞아 난파된 자를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3만 명의 탈북민들과 1945년 해방 직후부터 현재까지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한반도의 조난자들’을 호명해낸다.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사람들

2017년 11월 13일, 북한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일이 벌어졌다. 북한군 추격조로부터 총격을 맞고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에 쓰러진 그는 유엔군 헬기로 긴급 후송되었다. 그의 탈출 영상뿐 아니라 치료 경과와 내장 상태까지 전국으로 중계되어 많은 논란을 빚었다. 그날 이후, 저자는 많은 언론사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그도 십여 년 전 인근의 비무장지대에서 복무했으며 비슷한 경로로 탈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언론이 진실을 원한다기보다는 그저 그를 이용하고 있다는 불온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살아오면서 체득한 의심이었고 불안이었다.

저자는 하루 24시간도 모자란 듯이 남북한이 서로를 향해 고성능 확성기로 심리전 방송을 내보내며 격돌하던 90년대 후반부터, 갑자기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던 2000년대 초반까지 북측 비무장지대에서 복무했다. 그는 도라산역이 착공되고 완공되는 과정을 북측 지역에서 지켜보았다. 장교가 되기 위해 군관학교를 준비하던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과 군관학교 입학이 보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저자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봉쇄해야 할 남측의 심리전 방송이 도리어 한줄기 희망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저자는 목숨을 걸고 탈북을 결행하였다.

대북 확성기에서 말해주지 않던 또 다른 한국사회의 모습

하나원에서 탈북민 정착프로그램을 이수하고 한국사회에 나온 직후, 저자는 자신의 운명이 다시 사선 앞에 놓여 있음을 직감했다. 한국군의 대북 확성기는 또 다른 한국사회의 모습은 충분히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겹게 일식당에 취직했지만 남들보다 궂은일을 도맡아 더 많이 일해도 월급은 더 적게 받았다. 하나원에서 “한국은 북한과 달라서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라고 배웠지만 현실은 달랐다. ‘노력과 대가는 비례한다’는 상식조차 탈북민에게는 예외였다.

일식집에서 첫 월급을 받던 날, 저자는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하였고 월급의 절반을 투자해 입시학원에 등록하였다. 대학 생활도 결코 쉽지 않았지만 저자는 한 번의 휴학도 없이 대학을 졸업하였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여러 기업과 국회 등에서 일하면서 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마침내 통일학 박사가 된다. 대학에 입학한 지 정확히 10년 만의 일이었다.

통일부는 2017년 10월까지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3만 1,093명이라고 발표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지만,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다시 한국을 떠난다(탈남). 일각에서는 대략 5,000명의 탈북민이 탈남했거나 탈남했다가 돌아온 것으로 추정한다. 탈남한 이들 중 일부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다(재입북). 그들은 왜 한국을 떠나는 것일까. 그리고 왜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이 책은 저자의 개인사를 풀어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가 흔히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부르는 탈북민들이 겪고 있는 힘겹고 고달픈 삶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감수하기도 하였는데, 장강명 작가는 이 책 『조난자들』을 읽고 다음과 같이 추천사를 썼다.

“북한, 통일, 탈북민 사회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소수자를 소외하고 차별하는 모습에 분노하고 부끄러워한 적이 있다면 역시 읽어야 한다. 한국의 뒤틀린 현대사와 일그러진 맨 얼굴을 감당하고 어려운 숙제를 받아들일 각오가 있는 이들에게 권한다.” _ 장강명 작가의 추천사에서

한반도의 조난자들,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

이 책의 2부는 한반도의 조난자들을 다룬다. 그들은 1945년 해방 직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들로, 비단 탈북민만이 아니다. 이 책은 제주 4·3 사건의 학살을 주도했던 서북청년단부터, 최인훈의 소설『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처럼 자유를 찾아 남과 북을 떠나는, 혹은 떠나지 못한 채 고통받는 자유인들, 북한으로 떠나는 만경봉호에 오른 북송 재일동포들과 정대세를 비롯한 그 후예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중간첩 이수근, 독일 망명자였다가 북한으로 들어간 후 다시 탈북하여 한국에서 살고 있는 오길남, 주체사상의 입안자였으나 비운의 망명객으로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황장엽, 그리고 오늘날 탈북과 탈남과 재입북을 반복하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담아낸다.

이들 조난자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통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잠재적인 조난자의 운명을 배면(背面)에 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탈북민 한 사람의 고백이기도 하지만, 분단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러 구성원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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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터뷰기사를 보고 구매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렵니다. 더더욱 활발한 집필활동을 기대합니다.
여름밤 ㅣ 2018-03-03 l 공감(0) ㅣ 댓글(0)



이 시대에는 그들만이 아니라 남쪽에서도 다수가 아웃사이더로 존재한다. 남한 사람이면서도 사람들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들.
역사smof ㅣ 2018-01-25 l 공감(0) ㅣ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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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3편




조난자의 군상 muno0225 ㅣ 2018-03-03 ㅣ 공감(2) ㅣ 댓글 (0)


비운의 시대를 헤엄쳐가는 민족은 자신을 닮은 운명의 개인들을 양산해낸다. 나 또한 그 비운의 그늘에 드리운 쓸쓸한 고드름이 녹여낸 한 방울의 눈물이다. 저자와 같은 탈북자로서 그의 책을 읽을 때,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쥐어짜는 듯한 아픔이 고인다. 그의 마음을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탈북자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에서 “광장”의 이명준을 거론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탈북민들에게 ‘허용되지 않는’ 광장을 직접 경험했기에, 그 의미가 더 통절히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광장에로의 탈북민들을 방해하는 제도적, 법적 장벽은 없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집단의 여론이, 뭇사람들의 시선이 때로는 더 높고 두터운 장벽이라는 것은 이제 초등학생조차 본능으로 알고 있다. 특히 저자가 ‘불가촉천민’이라는 표현까지도 서슴지 않은 탈북민이고 보면 그 시선의 압력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이러한 시선아래서 탈북민들의 광장은 왜곡된 점이 적지 않다. 사회의 너그럽지 않은 시선은 극단적 소수의 부적절한 행동을 마이너리티 그룹 전체를 매도할 절호 기회로 삼는다. 나는 그동안 두 개의 광장을 사이에서 방황하다 결국 자신만의 밀실로 숨어들어가는 탈북민들을 수없이 보았다. 그러면서 소설 속 이명준이 느꼈을 법한 경계인의 비참함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무언의 장벽을 당당히 넘어서며 자신들의 선택에 따라 광장으로 나가는 용감한 소수의 탈북민들을 보며 작은 위안을 받기도 했다.



편견을 이겨내는 것은 많은 시간과 자본과 능력과 아픔을 동반하는 일이며, 이 마저도 주류사회 구성원들의 최소한의 아량이 없다면 쉽지 않다. 이제 탈북사회도 3만 명이 넘었고, 그들은 각 분야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하나의 구심점을 갖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탈북민사회의 각이한 분파에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한 속삭임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탈북민 사회를 대변하는 객관적이며, 상호배려적인 목소리는 언제쯤 나올까하고 기다려보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은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페이지마다 묻어나는 농밀한 아픔을 씹어 넘길 때 그 쓴맛 뒤로 느껴지는 희망, 그것은 역사의 조난자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이다. 그것이 없다면, 저 같은 주제의 책이 어찌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었겠는가. 어쩌면 이 책은 3만 명으로 타자화 되어 있는 조난자들의 군상이 사실은 7500만, 아니 8000만 우리민족 자신의 것임을 일깨워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와 그들을 나누기 전에... JAYJOY ㅣ 2018-02-25 ㅣ 공감(1) ㅣ 댓글 (0)
탈북자로 한국에서 살아본 이들의 경험에 대한 목소리를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기회가 없었기에 '조난자들'은 반갑기 그지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정착경험에 대한 좌절과 성공, 남한사회에 대한 실망과 비판을 진솔하게 들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이 있었다. 첫째, 한국에 온지 10년이 넘었고 대학 강단에서 통일을 강의하는 저자도 이겨내기 힘든 탈북민들에 대한 차별과 냉대가 한국사회에 깊게 뿌리박고 있다는 것. 둘째, 진정으로 평화롭고 성공적인 통일을 위해서는 '먼저 온 통일'이라 불리는 탈북민들에 대한 포용과 그들과 함께 연합하는 과정이 축적되어야 한다는 것.

북한 사람들은 한국에만 가면 자유롭고 배부르게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자유에 대한 억압과 굶주림이 일상이 되어버린 북한을 탈출한다. 설령 더 나은 삶을 향한 당연한 희망을 쫓는 과정에 목숨을 잃는다고 할찌라도 그들의 '한국행'은 멈추지 않는다.

자유를 억압하는 북한을 벗어나 남한에 온 북한사람들은 엄청난 행운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있던 나는 '북한도 틀리고 남한도 틀리다'라는 저자의 의견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희망을 품고 온 탈북민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탈북민들에 대한 차별과 무관심이 팽배한 한국사회의 민낯을 마주하고서는 달리 할말이 없었다. 어떤 이들은 한국에 온 탈북민들은 자유를 얻게 되고 굶주림은 피할 수 있으니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적인 삶'은 자유와 먹을 것을 얻는다고 충족되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는 같은 대한민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탈북민들을 '북한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할 뿐 아니라 냉대와 무관심으로 대한다. 경쟁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전반적으로 공동체 의식이 약해졌고, 특히 경제적으로 낙후한 북한에서 온 탈북자들에 대한 우월의식이 우리 안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은 워낙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려서 쉽게 변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북한에서 도라산역의 착공와 완공을 지켜볼 수 있었던 초소에서 심리전 방송요원으로 근무하다가 비무장지대를 통해 탈북했다. 대학 강단에서 통일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에게도 차별과 냉대의 벽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탈북민에 대한 한국사회 부정적인 인식과 태도로 인해 탈북민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외로움과 좌절, 더 나아가 이로 인한 탈선과 극단적 선택을 다양한 실제 사례를 들어 알려준다. 충격적이기도 한 이런 이야기들은 한국 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반드시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야기이다. 북한에도, 남한에도 속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표류하는 탈북민들을 저자는 조난자라고 부른다. 조난자들은 북한에서 넘어왔지만 간첩으로 몰려 사형을 당했던 탈북민, 독일 유학 중 윤이상의 권유에 북한으로 넘어갔다가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탈북하였지만 여전히 가족을 만나지 못한채 살아가는 오길남 박사, 통일의 비전을 가지고 한국으로 귀순했지만 한국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제대로 활동도 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둔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 등 한반도 분단의 희생자도 포함한다.

탈북민들에게 더 열린 마음으로 존중을 해달라는 말을 탈북민인 저자가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지만, 이 책을 통해 한국사회가 탈북민들을 좀더 포용할 수 있는 방법과 탈북민정착제도에 대한 제언도 곁들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탈북민들은 북한에서의 역경을 딛고 목숨을 걸고 한국에 자유를 찾으러 온 사람들이다. 탈북 과정 중에 수많은 고비들을 넘어 한국에 무사히 온 이들은 '기적'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차단시키기 위해서 북한은 중국으로 넘어가는 주민들을 그 자리에서 총살한다. 행여나 가까스로 중국에 넘어왔다고 해도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북한 정권에 동조하는 중국정부는 탈북민들을 찾아내 강제송환 시킨다. 강제송환을 당한 북한사람들은 보위부, 안전부와 같은 조사시설에서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 단련대나 교화소로 옮겨져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강도 높은 노동을 강제받는다. 이런 곳에서는 영양실조와 강제노동으로 인한 사망 그리고 자살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간 북한여성들은 강제송환을 두려워하며 차별적인 대우와 폭력에도 저항하지 못하고 조용히 살아간다. 그 뿐아니다. 영화 <크로싱>에도 나왔듯이 한국에 가기 위해 광활한 고비사막을 건너다가 길을 찾지 못하고 탈진으로 쓰러져 백골이 된 이들도 셀 수 없다. 또다른 탈북루트에서 종착점인 태국으로 가기 위해 메콩강을 건너다가 강에 빠져 악어에게 먹힌 이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탈북민들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남조선'으로 온다. 우리는 생명을 건 여정을 선택한 그들의 용기와 기적을 경험한 그들의 삶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고,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마주하며 좀더 나은 미래를 함께 꿈꿔나가야 한다. 그 첫출발은 "한국에 잘 왔습니다!”라며 맞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탈북민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한발짝 더 나아가, 가족도 친구도 없이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정착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에게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언젠가 필연적으로 주어질 것이다. 정치적 통합을 넘어 사회적 통합이 진정한 통일을 이룬다는 것을 기억하고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에 대한 존중과 포용을 통해 함께 성장해나가는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탈북민들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분단된 한반도의 조난자가 아니라 두 체제를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저쪽에서 살았던 시간과 이곳에 와서 살아남고자 버둥거렸던 노력이 다시 합쳐지면 언젠가 저곳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다 보면 저자의 바람처럼 언젠가 통일의 그날에 닿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 말이다.

[마이리뷰] 조난자들 녹우 ㅣ 2018-02-04 ㅣ 공감(2) ㅣ 댓글 (0)책에도 쓰여 있듯이 북에서 건너온 사람들을 부르는 적절한 말조차 정립돼 있지 않다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그들을 어느 정도 생각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그들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어서 한 장 한 장 놀라고 반성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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