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 (지은이)산지니2022-10-21
512쪽
책소개
울산은 한국의 최대 중화학 공업도시이며, 노동운동의 중심지였다.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 울산의 대공장 노동자의 생활과 의식, 노동운동을 노동계급 형성의 관점에서 살피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민주화 이후 지난 35년의 급격한 사회 변동 속에서 한국의 노동계급이 지나온 행로를 이해하고 오늘날 그들의 집단적 실천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저자는 계급이 구체적인 시공간의 맥락 속에서 계급을 구성하는 여러 층위들 간 상호작용의 결과로 형성되는 것이라는 관점에 따라 울산의 대공장 노동자들의 계급상황, 집단 정체성, 집합행동의 세 가지 층위들 각각의 변화 과정을 추적한다. 또한 작업장의 노사관계와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노동자의 가족의 생활 영역을 분석함으로써 울산 대공장 노동자의 삶과 그들의 노동운동의 전체적인 모습을 분석한다.
목차
머리말
1장 서론
1. 문제의식
2. 분석의 시각
3. 노동계급 형성의 이론
4. 분석의 전략과 주요 내용
5. 자료 소개
2장 ‘현대시’ 울산의 탄생과 노동자 생활
1. 공업도시 울산의 탄생
2. ‘현대에 의해 현대화된 현대시’
3. 1987년 이전의 현대그룹 노동자
3장 노동자대투쟁과 지역노동운동
1. 노동자대투쟁 이전의 미시동원의 네트워크
2. 울산 노동자대투쟁의 양상
3. 계급전쟁
4. 지역노동운동의 결정적 국면과 조직적 경계
4장 내부노동시장의 구축과 임금인상의 정치
1. 내부노동시장의 구축
2. 노동조합의 임금정책과 임금인상의 정치
5장 노동자 주택문제의 해결과 기업복지
1. ‘가족의 시간’과 ‘산업의 시간’
2. 노동자 주택문제의 해결
3. 기업복지의 확대와 ‘사적 복지국가’
4. 계급상황의 이질화: 연대적 집단주의의 기반 약화
6장 대공장 노동자의 가족생활과 지역사회의 변화
1. 육체노동자로서의 신분의식과 집단 정체성
2. 노동자 가족생활의 변형: 소비와 성별 분업
3. 지역사회의 공간성 변화와 계급형성
7장 풍요로운 노동자의 생활세계와 공장의 세계
1. 2000년대 이후 기업의 고도성장과 풍요로운 노동자
2. 외환위기 이후 노동조합 임금정책
3. 풍요로운 노동자가 일하는 공장의 세계
4. 풍요로운 노동자의 생활세계
8장 내부의 타자, 사내하청 노동자
1. 연대에서 사회적 폐쇄로
2. 계급 연대의 좌초: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투쟁의 역사
3. 계급 연대는 왜 실패했는가?
9장 노동자 집합행동과 저항 레퍼토리: 30년의 궤적
1. 자료와 방법
2. 민주화 이후 울산 노동자 집합행동의 궤적
3. 노동운동의 분기와 새로운 집합행동 주체의 출현
4. 노동자 저항 레퍼토리의 분기
5. 주요 노동조합들의 집합행동의 레퍼토리 비교
6. 소결
10장 결론
1. 요약
2. 도구적 집단주의에 대하여
3. 비교와 전망: 노동계급의 재형성?
부록: 울산 지역 노동자 저항사건 코딩의 원칙과 도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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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68개별적 행위 지향은 민주화와 함께 일어난 노동자대투쟁을 계기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조국 근대화의 상징’으로서 탄생한 최초의 계획적 공업도시 울산은 1987년의 뜨거운 여름을 기점으로 ‘노동계급 형성의 대표적 장소’로 재탄생한 것이다. 노동자대투쟁은 울산 지역 노동계급 형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가 되었다.
_2장 ‘현대시’ 울산의 탄생과 노동자 생활 중에서 접기
P. 1381987년 이후 대공장 노조가 전투적 경제주의에 따라 추진한 ‘임금인상의 정치’는 그 자체로 성공적이었지만, 그 성공의 대가가 초(超)기업적 수준에서 임금연대 가능성의 약화였다는 점에서, 계급 연대의 사회적 기반은 훨씬 더 취약해진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_4장 내부노동시장의 구축과 임금인상의 정치 중에서
P. 1901990년대 중후반에 오면 이미 동일 산업의 노동자들 내부에서 ‘사회적 경계’가 뚜렷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노동계급 연대가 일차적으로 공통의 계급상황에서 연원하는 이해관계의 동질성에 기반한다고 할 때, 계급상황의 분절화는 그 자체로 계급 연대에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 계급상황의 이질화를 제어할 거의 유일한 조직적 수단은 노동조합의 정책이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울산의 경우 소수의 대공장 노조를 중심으로 지역노동운동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계급상황의 분화를 제어하거나 완화시킬 조직적 수단이 거의 없었다.
_5장 노동자 주택문제의 해결과 기업복지 중에서 접기
P. 247일터에서 분출된 전투성과 집단주의적 문화와는 별개로, 노동자들의 삶터는 기업의 사회적 통제에 종속되거나 주택시장과 소비주의의 논리에 쉽게 동화되어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1987년 이후 울산의 산업노동자들은 ‘작업장과 지역사회의 문화적 분리’의 조건 속에서 계급형성의 과정을 밟았다고 볼 수 있다.
_6장 대공장 노동자의 가족생활과 지역사회의 변화 중에서 접기
P. 339현대중공업 정규직 노조가 사내하청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때는 2002년이었다. 이때 노조 집행부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전면에 내건 선전활동을 했고, 이에 대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친회사 성향의 대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비판이 격렬히 표출되면서 이후에는 선전활동이 줄어들었다. 또한 당시 노조 집행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에 포괄하기 위한 규약 변경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실제로 추진되지는 못했다. 이후 노사협조 성향의 집행부가 노조 권력을 장악하면서 연대 활동은 사실상 중단되었다.
_8장 내부의 타자, 사내하청 노동자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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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유형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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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예비 사회과 교사를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연구교수, 한국산업노동학회 학술위원장, 비판사회학회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경제와 사회』와 『산업노동연구』 편집위원, 노동포럼 나무 운영위원, 부산노동권익센터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전공은 노동사회학이고 노동운동, 노사관계, 노동인권교육 분야를 연구해 왔다. 최근에는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와 노동운동 재활성화의 국제 비교, 소유권의 진화와 일터 민주주... 더보기
최근작 :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유럽 노사관계의 신자유주의적 변형 (반양장)>,<유럽 노사관계의 신자유주의적 변형 (양장)> … 총 3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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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조직적 배제
기업 내에서의 계급 간 동맹 우선시
저항의 감소, 온건화, 연대의 쇠퇴, 파업의 의례화
공장 안과 밖, 자본에 포섭된 노동
울산 대공장 노동계급 형성의 역사와 실체를 밝힌다
▶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울산 대공장 노동자들의 생활과 의식, 노동운동을 분석하다
울산은 한국의 최대 중화학 공업도시이며, 노동운동의 중심지였다.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 울산의 대공장 노동자의 생활과 의식, 노동운동을 노동계급 형성의 관점에서 살피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민주화 이후 지난 35년의 급격한 사회 변동 속에서 한국의 노동계급이 지나온 행로를 이해하고 오늘날 그들의 집단적 실천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저자는 계급이 구체적인 시공간의 맥락 속에서 계급을 구성하는 여러 층위들 간 상호작용의 결과로 형성되는 것이라는 관점에 따라 울산의 대공장 노동자들의 계급상황, 집단 정체성, 집합행동의 세 가지 층위들 각각의 변화 과정을 추적한다. 또한 작업장의 노사관계와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노동자의 가족의 생활 영역을 분석함으로써 울산 대공장 노동자의 삶과 그들의 노동운동의 전체적인 모습을 분석한다.
▶ 노동계급 동질화에서 이질화로, 연대의 사회적 기반 침식
울산지역의 노동계급은 1987년의 대규모 노동자 집합행동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형성되었다. 하지만 매우 동질화된 계급상황을 배경으로 집합행동이 분출하면서 기존의 억압적 노사관계는 빠르게 무너졌다. 폭발적 동원이 나타난 ‘결정적 국면’에서 구조화된 조직적 유산들은 노동자 연대를 제약하였다. 1987년 직후 노동자들의 자생적인 지역 연대가 활성화되었지만, 그것이 조직화되거나 제도화되지는 못하였고, 노동자 연대의 범위도 노동시장 분절구조를 뛰어넘지 못하였다. 이러한 제한적 연대의 전통으로 인하여 울산의 지역노동운동은 소수의 대기업 노조의 전략적 선택에 의존하였다. 이러한 조직적 유산 속에서 대기업 노조의 분파적 이익 추구 성향은 점점 커졌고 지역의 다른 노동자들과의 이해 균열은 넓어졌다.
1990년대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계급상황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그 변화는 ‘동질화에서 이질화’로 요약되며, 그 효과는 ‘연대의 사회적 기반의 침식’이었다. 울산지역의 대기업 노조들은 단체교섭을 통한 임금인상 투쟁(임투)을 매개로 조합원의 전투적 동원 전략을 통해 계급형성을 이뤘다. 전투적 동원의 핵심 기제는 임금 극대화와 임금 평준화 목표가 결합된 노조 임금정책과 이에 대한 조합원의 높은 호응성이었다. 그러나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의 정치’는 전체 노동계급의 분절과 이질화 추세와 병행하는 것이었다. 대기업 노조운동의 성과는 노동자 연대의 강화로 연결되지 못했고 오히려 연대의 사회적 기반이 허물어지는 역설적 결과가 초래되었다. 1990년대 동안 울산지역의 산업노동자들은 전반적인 계급상황에서 동질적 계급으로 보기 힘들어질 만큼 이질적인 존재가 되었다.
▶ 장시간의 공장노동, 교환된 신분 상승과 생활의 안락함
계급적 연대보다 노동자 개인의 지위 상승을 위한 도구로
울산 대공장 노동자들의 계급상황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그들의 생활세계도 크게 변형되었다. 임금소득의 상승, 가족임금의 성취, 소비구조의 고도화, 가정 중심성에 기반한 가족생활 양식의 확산 등과 같은 삶의 변형은 1세대 산업노동자의 생애과정에서 뚜렷한 신분 상승으로 경험되었고, 한국의 대기업 노동자 집단은 경제적 측면에서 풍요로운 노동자로서 ‘중산층화’되었다. 즉, 신분 상승과 생활의 안락함이 장시간의 공장노동과 교환되었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 노고의 대가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게 남성 노동자들의 삶이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사회적 정체성은 중산층화된 ‘생활세계’와 육체노동의 현실이 지배하는 ‘공장의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적 간극 속에서 규정되었다. 한편, 이 문화적 간극 속에서 남성 노동자들은 경제적 생계부양자 역할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인정받고자 한다. 즉 임금인상 위주의 노조운동이 남성 노동자들의 이러한 정체성을 집단적 방식으로 확인하고 재생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이 문화적 간극은 ‘도구적 집단주의’의 행위 성향이 확대·재생산되는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즉, 노동자 특유의 집단주의가 계급적 연대보다는 노동자 개인의 지위 상승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행위 성향이 대기업 노동자들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 역사의 반복,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새로운 연대'를 만드는 것은 가능한가
2010년대에 들어와 노동의 분절은 더욱 심화되고 노동계급의 해체적 변형은 가속화되었다. 이 변화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 대기업 노동자들의 집단 정체성은 배타적인 모습으로 변화하였는데, 그것은 대기업 노조의 활동에서 연대 전략보다는 사회적 폐쇄 전략이 전면에 나서도록 하였다. 이 변형 과정의 중심에는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조직적 배제가 자리하고 있다.
둘째,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노조의 임금정책에서도 일정한 변화가 나타났다. 2000년대에 노조의 임금 극대화 목표는 변동성과급의 비중 확대를 통해 달성되었다. 이것은 대기업 노조운동이 계급 내 연대보다는 기업 내에서의 계급 간 동맹을 우선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셋째, 대기업 노동자의 집합행동 패턴에서는 저항 빈도의 전반적 감소, 저항 레퍼토리의 온건화, 연대적 집합행동의 쇠퇴, 파업행동의 의례화 현상이 관찰되었다. 최근 울산지역에서는 기존에 지역노동운동을 주도했던 대기업 노조의 집합행동은 쇠퇴하고 비정규직 등의 주변부 노동자들의 저항 활성화라는 새로운 양상이 출현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운동은 아직은 조직적 자원의 결핍이라는 문제로 노동운동의 대안세력으로서 스스로를 구성해내지 못하고 있다.
▶ 계급 파편화냐 계급 재형성이냐의 갈림길
한국의 대기업 노동자들은 같은 계급 위치를 공유하는 노동자들과의 연대보다는 그들만의 배타적 이해를 좇아가는 분파적 경향이 커졌다. 즉 ‘도구적 집단주의’의 행위 성향의 지배, ‘조직의 분산성’과 ‘계급상황의 이질성’의 결합이 낳는 악순환 속에서 계급의 해체적 변형을 겪고 있는 것이다. 향후 한국의 노동자들이 계급 재형성과 계급 파편화의 경로 중 어떠한 길로 나아갈지는 현재의 해체적 변형 과정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연대의 형식’을 창조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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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절된 노동, 변경된 계급>] 새로운 계급형성 위해, 지나온 계급형성 돌아봐야
박근태(자동차산업과 노동 연구자, 경영학 박사)
기자명박근태 입력 2022.12.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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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 산지니
노동계급의 현재 모습에 비판적인 사람들, 새로운 노동계급 형성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울산 대공장 노동자의 생애와 노동운동>(유형근 지음, 산지니)을 추천한다. 이 책은 “1980년부터 오늘날까지 울산의 대공장에서 약 40년에 걸쳐 일해 온 1세대 산업노동자들의 생애와 생활 전반을 아우르면서 그들이 하나의 조직된 집단적 행위자로서 스스로를 만들어 간 역사적 과정을 탐구”한 책이다.
계급의 네 가지 차원
“노동계급 형성”은 “자본축적의 변화와 임노동관계의 변형 속에서 끊임없이 형성과 퇴보, 재형성과 변형의 과정을 겪는다.” 저자는 이러한 노동계급 형성을 “자본주의 경제의 발달과 생산관계의 구조적 위치, 작업장 안팎의 계급상황, 집단적 성향과 문화적 일체감, 조직과 집합행동이라는, 서로 분석적으로 구분되는 네 가지 계급 층위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파악”한다.
탐구의 요약 : 계급 형성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금속산업 대공장 노동자의 구조적 계급형성은 권위주의 국가의 중화학공업화 정책과 더불어 나타난 1970년대 현대그룹의 자본투자에서 본격화됐다. 노동자대투쟁을 계기로 자주적인 노동조합운동이 탄생함으로써 1987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조직’ 층위의 계급에서 단절적 변화가 발생했다. 당시에는 계급상황이 작업장 안팎에서 동질적이었기 때문에 연대주의적 잠재력이 강했으나, 자본에 의해 구조화된 노동시장 분절구조에 조응해 동일 기업을 기준으로 조직적 경계가 그어졌다.
1990년대에는 계급상황이 크게 변했다. 대기업에서는 내부노동시장이 제도화됐고, 고도성장과 제도화된 단체교섭으로 임금소득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기업복지가 확대됐다. 대공장 노동자들이 소비 영역에서 중상층화 되고, 노동자들의 주거공동체들이 해체되면서 노동계급의 문화적 동질성이 희석되고, 노동운동과 지역사회가 융합될 수 있는 공간적 기반도 약화됐다. 그리고 1997~98년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범주·성향·집합행동 수준 모두에서 계급이 변형됐다.
이후 계속된 기업의 성장과 강력한 노동조합 교섭력의 결과로 2010년대에 오면서 현대자동차 노동자는 ‘풍요로운 노동자’가 됐다.
한편 2000년대 이후 고용 불안정성이 일상화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본의 노동 분절화 전략에 따라 출현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고용의 완충장치인 ‘내부의 타자’로 여겼고, 작업장 내 계급연대는 좌초했다.
널리 추천할 만한, 훌륭한 책
충분히 검증된 책도 잘 안 읽는 나도 읽지 않을 수 없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보기 드물게 잘 쓴 책이다. 학술 교재로는 물론이고 교양서로도, 활동가 학습용으로도 적극 추천할 만하다.
주제 자체가 상당히 어렵고 대중적이지 않은데도 훼손이나 왜곡 없이 내용을 쉽게, 잘 전달한다. 저자가 스스로 충분히 소화한 내용을 짜임새 있게 논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서술하고 적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대중서라서’ ‘쉽게 쓰기 위해서’ ‘지면의 제한으로’ 내용을 훼손하거나 왜곡할 수밖에 없었다는 흔한 변명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이론(일반 지식)과 분석 대상에 대한 지식(영역 지식)이 높은 수준에서 잘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학자들의 경우 이론(일반 지식)에 기울어 영역 지식이 분석 대상 분야 사람들의 상식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세부 사실이 아니라 이론(일반 지식)이 중요하다고? ‘예제 풀이’도 똑바로 못하는 사람이 만든 ‘수학 공식’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반대로 특정 영역 전문가의 경우 이론(일반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때로는 너무 넘쳐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론(일반 지식)에 대한 본질적 이해 없이 많은 이론(일반 지식)을 가져와 잡탕을 만드는 경우, 뭔가 그럴듯하고 있을 것 같지만 포장만 화려한 경우다.
굳이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을 들자면, 공장 생산직 노동자에게만 관심을 둔다. 비공장 노동자도, 사무직 노동자도 배제된다.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산업구조도, 계급구성도 변했건만 관성은 계속된다. 이 책만의 한계라기보다는 우리 노동운동과 노동연구의 한계라 할 것이다.
구조 변동이 사상됐다. 계급의 네 차원 중 가장 심연이라 할 수 있는 구조 차원에서는 별다른 변동이 없는 것으로 가정한다. 분석의 편의상 그럴 수 있으나, 실제 그러할까? 이 책의 주요 분석 대상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특히 울산공장은 지난 40년간 산업·가치사슬 내 위상이 변화해 왔다. 산업의 변동, 가치사슬의 변동, 그리고 이것이 미친 영향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과거 분석에서는 사상될 수 있을지라도 앞으로 그럴 것인가?
산업전환의 시대, 새로운 희망을 꿈꾸자
박근태(자동차산업과 노동 연구자, 경영학 박사)
▲ 박근태(자동차산업과 노동 연구자, 경영학 박사)
바야흐로 산업전환의 시대다. 산업의 근본 구조부터 바뀔 것이고, 따라서 계급도 재형성될 것이다. 구조변화는 새로운 조건을 형성할 것이고, 이에 대한 주체의 대응과 상호작용해 현재와 다른 결과에 이를 수 있다. 현재의 계급형성이 노동 분절에 적응한 결과인 것처럼.
현재의 계급형성에 비판적이라면 산업이, 구조가 유동적인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구조변화에 개입해야 한다. 현재 고용돼 있는 사람들, 현재 조합원의 고용보장에 머물러서는 더 퇴행할 것이다.
애써 담당하게 기록했지만, 1세대 노동자들의 계급형성에 대한 묘사가 슬픔이었다면, 다음 세대 계급형성에 대한 기록은 기쁨으로 가득 차길.
“함께 사는 세상, 그래서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든 중심 세력에 대한 찬미가 되길 소망한다.
박근태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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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노동자’가 걸어온 길, 새로운 연대 만들어갈 길
2022.11.04 21:35 입력
박은하 기자
[책과 삶]‘철의 노동자’가 걸어온 길, 새로운 연대 만들어갈 길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
유형근 지음
산지니 | 512쪽 | 3만5000원
울산은 한국 최대의 중화학 공업도시이며 노동운동의 중심지이다. 책은 울산 대공장 노동자가 중심이 된 ‘노동계급’이 무엇을 하고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이들의 생애와 의식, 집단적 실천을 통해 살펴본다.
울산은 국가의 중화학 공업 육성책과 현대그룹의 투자로 만들어진 도시이다. 1970년대 울산에 처음 온 노동자들은 당시 공장을 “이북의 강제수용소보다 더한 곳”, 동네 분위기를 “아수라장”이라고 기억했다. “큰 배 한 척을 만들면 스무 명은 죽는다”는 말이 공공연했다.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과 비인간적 대우라는 ‘동질적 조건’이 1980년대 이들을 뭉치고 폭발하게 했다.
동질성에 기초한 폭발적 동원력으로 기존의 억압적 노사관계는 무너뜨렸지만 1990년대 이후 노동계급은 ‘분절화’ ‘이질화’의 길을 걸었다. 지역 노동운동 전통이 없었고 중간 동원능력이 약한 상황에서 노동계급은 소수 대기업 노조의 전략적 선택에 의존했다. 대기업 노조는 임금 최대화 전략으로 내부의 단결을 얻었고 가족 차원에서 중산층의 삶을 실현했다. ‘생활세계’와 ‘산업세계’를 오가는 노동자들의 선택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외환위기 이후 분절화된 노동의 확산과 맞물렸다. 노동계급은 서로 이질적 존재가 되고 이는 단결 기반을 무너뜨렸다.
‘철의 노동자’가 분절되는 과정이 단지 상층 노동계급의 이기심의 결과는 아니다. 열악한 노동운동의 유산에서 외환위기 이후 실업의 공포에 대응하는 실용적 전략이기도 했다. 노동계급은 이 같은 전략을 반복하면서 ‘조직의 분산성’과 ‘계급적 이질성’이 강화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저자는 ‘분산’과 ‘이질’을 넘어설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마무리한다. 저자는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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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2022,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 울산 대공장 노동자의 생애와 노동운동>, 산지니.
역서
루초 바카로, 크리스 하월, 2020, <유럽 노사관계의 신자유주의적 변형: 1970년대 이후의 궤적>, 한울아카데미. (Lucio Baccaro and Chris Howell, Trajectories of Neoliberal Transformation: European Industrial Relations since the 1970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7)
논문
2022, "유로존 위기 이후 유럽의 '새로운 경제 거너번스'와 노동시장 구조개혁", <경제와 사회>, 134호.
2022, "Unions in Society, Unions in the State: New Forms of Irregular Workers' Movements beyond the Factory in South Korea." Economic and Industrial Democracy, online first. doi.org/10.1177/0143831X221075648 (with Cheol-Sung Lee)
2021, "학교 노동인권교육의 운영 실태와 문제점: 부산광역시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법교육연구>, 16권 2호. (신우진, 김경희, 성지민과 공저)
2020, "금속산업 사내하청 노동자 투쟁의 난관과 운동의 분화", <산업노동연구>, 26권 3호.
2018,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의 실태와 평가: 전국 조사자료의 분석을 중심으로", <법교육연구>, 13권 3호.
2018, "Who Deserves Relief in the Market Society? Labor Markets, Family Support, and the New Poor Law." <한국사회과학연구>, 37권 3호.
2018,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실태와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방안 검토", <법교육연구>, 13권 1호.
2017, "민주화 이후 노동자 저항의 궤적과 집합행동의 레퍼토리: 울산지역을 중심으로, 1987-2016", <산업노동연구>, 23권 3호.
2017, "한국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어떻게 보는가? 노조 태도의 영향요인에 관한 탐색", <산업관계연구>, 27권 1호.
2017,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되기: 투쟁과 협상의 변주곡, 2003-2016년", <산업노동연구>, 23권 1호. (조형제와 공저)
2015, "청년 불안정노동자 이해대변 운동의 출현과 성장: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 <아세아연구>, 160호.
2015, "정부의 공공부문 정책과 공기업 노사관계 변화: 발전 산업을 중심으로", <동향과 전망>, 94호.
2015, "어떻게 뭉치면 강해지는가? 서울남부지역 공단 조직화 캠페인 연합의 형성과 활동", <산업노동연구>, 21권 1호.
2014, "노동조합 임금정책의 점진적 변형: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48권 4호.
2014, “韓国の非正規労働者の組織化の現況と新しい方案”, <東亜経済研究>, Vol.73, No.1.
2013, “The Rise and Fall of Independent Immigrant Worker Unionism: A Case Study of the Migrant Trade Union in South Korea.” Journal of Industrial Relations, Vol.55, No.2. (with Byoung-Hoon Lee)
2012, “Militant Labor Unionism and the Decline of Solidarity: A Case Study of Hyundai Auto Workers in South Korea.” Development and Society, Vol.41, No.2.
2012, "20세기 울산의 형성과 역사적 변천: 공업도시, 기업도시, 노동자도시", <사회와 역사>, 95권.
2010, "한국 노동자의 계급의식 결정요인: 울산 지역의 조직노동자를 중심으로", <경제와 사회>, 87호. (송호근과 공저)
2009, "거주지의 공간성과 노동계급의 형성: 울산 북구와 동구의 비교연구", <산업노동연구>, 15권 2호. (송호근과 공저)
2009, "자동차산업의 임금결정메커니즘에 관한 사례연구", <한국사회학>, 43권 2호. (이병훈과 공저)
단행본 공저
박명준, 권혜원, 유형근, 진숙경, 2014, <노동이해대변의 다양화와 새로운 노사관계 형성 과정>, 한국노동연구원.
김승호, 김영두, 김종진, 유형근, 인수범, 2007, <노동운동의 재활성화 전략>,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
서평
2022, "'과로죽음의 사회학'을 향한 도전: 김영선, <존버씨의 죽음>(오월의봄, 2022)", <경제와 사회>, 136호.
2019, "<노동자 연대: 불안정고용 시대 노동약자들의 승리 전략>(이병훈, 2018, 한울아카데미)", <산업노동연구>, 25권 3호.
2017, "김종진, <함께 걷는 노동>, 서울연구원, 2016", <산업노동연구> 23권 1호.
2016, "생산방식이라는 블랙박스를 파헤친 산업사회학의 노작: 조형제, <현대자동차의 기민한 생산방식: 한국적 생산방식의 탐구>(한울, 2016)", <경제와 사회>, 110호.
2013, "캐쓸린 씰렌, <제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신원철 옮김, 모티브북, 2011", <산업노동연구>, 19권 1호.
2013, "민중저항의 발원지를 찾아: <레디컬 스페이스: 협동조합, 민중회관, 노동회의소>",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사회>, 172권.
2007, "19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을 되새기는 '아래로부터의' 역사책들: <1987년 울산 노동자대투쟁 1, 2>, <1987-2007 골리앗은 말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사회>, 126호.
2007, "이방인의 눈에 비친 "아파트 공화국"의 모습: <아파트 공화국>",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사회>, 120호.
2006, "한국 노동시장체제 역동성에 대한 냉정한 분석: <현대 노동시장의 정치사회학>",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사회>, 114호.
기타
이명규, 유형근, 김종진, 정준영, 하윤정, 김직수, 2014, "노동 포럼: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 깊이 들여다보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사회>, 179호.
유형근, 조건준, 오동진, 2012,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은 어떻게 해체돼 갔는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사회>, 164호.
유형근, 2007, "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 현중 민주노조 대투쟁의 흔적과 '새로운 87년'의 꿈",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사회>, 1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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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투사 불리던 그들, 왜 귀족노조가 되었나
[책과 길]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
유형근 지음
산지니, 512쪽, 3만5000원
입력 2022-11-03 22:09 수정 2022-11-0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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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6월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의 결의대회 모습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며 노조로 조직화된 대공장 노동자들은 이후 한국 노동운동을 견인해가는 투사들로 여겨졌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사업장별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에 주력하면서 노동귀족으로, 기득권 세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국민일보DB
“울산 대공장 노동자들은 한때 ‘골리앗의 전사’로 불리며 민주노조운동을 견인해가는 투사들로 칭송받다가,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자본가와 담합하는 ‘귀족’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에는 자기들끼리 공장 안에서 똬리를 틀고 미래 전환을 가로막는 기득권 세력의 표상처럼 취급되고 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한국 노동계급에 대한 인식 변화를 압축하는 문장이다. 그동안 노동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유형근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의 책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은 이 궁금증에 답한다.
책은 울산 대공장 노동자들의 생애와 노동운동을 통해서 한국 노동자들이 지난 40년간 거쳐온 변화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 책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건 울산의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소속 생산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한국 대표 공업도시’이자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려온 울산의 핵심부 노동자층이다.
책은 울산 대공장 노동자들의 연대 의식이 빠르게 ‘변형’됨으로써 1987년 이후의 동질적 계급 상황이 이질화되고 노동의 ‘분절’이 가속화되었음을 밝힌다. 1987년 대투쟁 당시만 해도 직영과 하청은 동료의식이 강했고 함께 싸웠다. 그 결과로 노조들이 앞다투어 만들어졌고 노동운동이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1990년 이후 사내하청이 고용 유연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자본의 이중적 고용관리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사내하청과 정규직의 동료 정체성은 빠르게 사라졌다.
특히 노조 설립이 노동자 연대의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은 주목할 만하다. 노조 설립 이후 노동운동이 단위 사업장 중심의 임금인상 투쟁으로 재편되고 고용 안정에 치중하게 되면서 노동의 분절, 노동자의 이중계급화를 외면하거나 승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998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무급휴직 1636명을 포함해 총 6494명의 인원 감축이 있었다. 이런 일을 겪으며 2000년대에 들어와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 활동의 최우선 목표로 고용 안정을 내세웠다. 대표적 결과물이 2006년 6월 노사간 체결된 ‘완전고용보장합의’였다.
신기술 도입이나 자동화 등 정규직 고용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하청과 신규 작업을 정규직에게 돌려 고용을 보장하기로 한 이 합의는 정규직 노조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고용안정을 위한 완충장치로 인식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암묵적으로 용인돼온 기업내 이중노동시장이 제도화됐고,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연대에 선을 그었다.
저자는 1987년을 거치며 ‘형성’된 한국 노동계급은 노조 설립을 통해 ‘조직’되었으나, 1990년대 이후 ‘변형’되었다고 요약한다. 그 변형이란 노동자들의 성향이 ‘연대적 집단주의’에서 ‘도구적 집단주의’로 바뀌었음을 말한다. 도구적 집단주의는 노동자 집단행동이 노동계급 연대가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지위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성향을 가리킨다.
저자는 임금과 복지가 향상되면서 울산 노동자들이 중산층화되었고, 이런 생활세계의 변화가 도구적 집단주의를 강화했다는 점도 짚어낸다. 현대차 남성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반복 작업으로 특징되는 ‘공장의 세계’와 골프 치고 외식 하는 중산층 생활양식을 가진 ‘생활의 세계’ 사이의 문화적 간극에 노출되었다. 이 간극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의 계층적 상승이라는 목표에 복무하는 가장으로 규정하면서 임금과 복지, 고용 등에 주력하는 집단행동 성향을 강화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지역신문 보도 분석을 통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울산 노동자들의 집단행동 궤적을 그려내는데, 대공장 노조에서 2010년 이후 지역과 국가 스케일의 저항이 사라지고 사업장 내 이슈에 몰두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또 지난 15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행동이 크게 늘어났음도 확인된다.
저자는 “오늘날 두 개의 구분되는 노동운동 세대가 병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울산에서 (제조업 대공장 중심) ‘1987년 세대’ 노동운동의 집합행동 빈도는 감소했거나 온건화·규격화된 반면에, (비제조업·비정규직 중심) ‘1998년 세대’ 노동운동이 집합행동의 장에서 그 중심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새로 등장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도 세력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노동자들이 다시 계급으로서 재형성될 수 있을까.
책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비정규직 투쟁이 활발해졌지만 지금까지 원하청 연대를 통한 사내하청 노조운동의 성공 사례는 최소한 금속산업의 제조공장에서는 부재하다. 이 실패는 흔히 원하청 노동자들 사이의 연대 실패로 분석돼 왔다. 하지만 저자는 연대를 어렵게 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사내하청운동은 정규직 노조와 대표성이나 이익에서 불가피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악순환이 이대로 지속되면 노동계급의 파편화 또는 해체의 단계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면서 “문제는 언제나 당대의 분절된 노동의 조건 속에서 연대와 단결의 형식을 재구성하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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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투사 불리던 그들, 왜 귀족노조가 되었나
김남중입력 2022. 11. 3. 22:09수정 2022. 11. 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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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
유형근 지음
산지니, 512쪽, 3만5000원
1993년 6월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의 결의대회 모습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며 노조로 조직화된 대공장 노동자들은 이후 한국 노동운동을 견인해가는 투사들로 여겨졌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사업장별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에 주력하면서 노동귀족으로, 기득권 세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국민일보DB
1993년 6월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의 결의대회 모습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며 노조로 조직화된 대공장 노동자들은 이후 한국 노동운동을 견인해가는 투사들로 여겨졌지만 90년대 후반 이후 사업장별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에 주력하면서 노동귀족으로, 기득권 세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국민일보DB
“울산 대공장 노동자들은 한때 ‘골리앗의 전사’로 불리며 민주노조운동을 견인해가는 투사들로 칭송받다가,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자본가와 담합하는 ‘귀족’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에는 자기들끼리 공장 안에서 똬리를 틀고 미래 전환을 가로막는 기득권 세력의 표상처럼 취급되고 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한국 노동계급에 대한 인식 변화를 압축하는 문장이다. 그동안 노동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유형근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의 책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은 이 궁금증에 답한다.
책은 울산 대공장 노동자들의 생애와 노동운동을 통해서 한국 노동자들이 지난 40년간 거쳐온 변화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 책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건 울산의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소속 생산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한국 대표 공업도시’이자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려온 울산의 핵심부 노동자층이다.
책은 울산 대공장 노동자들의 연대 의식이 빠르게 ‘변형’됨으로써 1987년 이후의 동질적 계급 상황이 이질화되고 노동의 ‘분절’이 가속화되었음을 밝힌다. 1987년 대투쟁 당시만 해도 직영과 하청은 동료의식이 강했고 함께 싸웠다. 그 결과로 노조들이 앞다투어 만들어졌고 노동운동이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1990년 이후 사내하청이 고용 유연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자본의 이중적 고용관리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사내하청과 정규직의 동료 정체성은 빠르게 사라졌다.
특히 노조 설립이 노동자 연대의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은 주목할 만하다. 노조 설립 이후 노동운동이 단위 사업장 중심의 임금인상 투쟁으로 재편되고 고용 안정에 치중하게 되면서 노동의 분절, 노동자의 이중계급화를 외면하거나 승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998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무급휴직 1636명을 포함해 총 6494명의 인원 감축이 있었다. 이런 일을 겪으며 2000년대에 들어와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 활동의 최우선 목표로 고용 안정을 내세웠다. 대표적 결과물이 2006년 6월 노사간 체결된 ‘완전고용보장합의’였다.
신기술 도입이나 자동화 등 정규직 고용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하청과 신규 작업을 정규직에게 돌려 고용을 보장하기로 한 이 합의는 정규직 노조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고용안정을 위한 완충장치로 인식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암묵적으로 용인돼온 기업내 이중노동시장이 제도화됐고,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연대에 선을 그었다.
저자는 1987년을 거치며 ‘형성’된 한국 노동계급은 노조 설립을 통해 ‘조직’되었으나, 1990년대 이후 ‘변형’되었다고 요약한다. 그 변형이란 노동자들의 성향이 ‘연대적 집단주의’에서 ‘도구적 집단주의’로 바뀌었음을 말한다. 도구적 집단주의는 노동자 집단행동이 노동계급 연대가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지위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성향을 가리킨다.
저자는 임금과 복지가 향상되면서 울산 노동자들이 중산층화되었고, 이런 생활세계의 변화가 도구적 집단주의를 강화했다는 점도 짚어낸다. 현대차 남성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반복 작업으로 특징되는 ‘공장의 세계’와 골프 치고 외식 하는 중산층 생활양식을 가진 ‘생활의 세계’ 사이의 문화적 간극에 노출되었다. 이 간극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의 계층적 상승이라는 목표에 복무하는 가장으로 규정하면서 임금과 복지, 고용 등에 주력하는 집단행동 성향을 강화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지역신문 보도 분석을 통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울산 노동자들의 집단행동 궤적을 그려내는데, 대공장 노조에서 2010년 이후 지역과 국가 스케일의 저항이 사라지고 사업장 내 이슈에 몰두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또 지난 15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항행동이 크게 늘어났음도 확인된다.
저자는 “오늘날 두 개의 구분되는 노동운동 세대가 병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울산에서 (제조업 대공장 중심) ‘1987년 세대’ 노동운동의 집합행동 빈도는 감소했거나 온건화·규격화된 반면에, (비제조업·비정규직 중심) ‘1998년 세대’ 노동운동이 집합행동의 장에서 그 중심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새로 등장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도 세력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노동자들이 다시 계급으로서 재형성될 수 있을까.
책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비정규직 투쟁이 활발해졌지만 지금까지 원하청 연대를 통한 사내하청 노조운동의 성공 사례는 최소한 금속산업의 제조공장에서는 부재하다. 이 실패는 흔히 원하청 노동자들 사이의 연대 실패로 분석돼 왔다. 하지만 저자는 연대를 어렵게 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사내하청운동은 정규직 노조와 대표성이나 이익에서 불가피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악순환이 이대로 지속되면 노동계급의 파편화 또는 해체의 단계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면서 “문제는 언제나 당대의 분절된 노동의 조건 속에서 연대와 단결의 형식을 재구성하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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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과 변형
울산지역 대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 1987-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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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유형근
Advisor
송호근
Major
사회학과
Issue Date
2012-02
Publisher
서울대학교 대학원
Abstract
본 논문은 한국 노동계급의 연대가 약화된 이유와 그 과정을 노동계급 형성과 변형의 시각에서 규명하였다. 이를 위하여 한국의 최대 산업도시인 울산의 중공업부문 대기업, 특히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산업노동자 집단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본 연구는 계급이 객관적으로 주어진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공간의 맥락 속에서 계급을 구성하는 여러 층위들 간의 우발적인 상호작용의 결과로 형성되는 것이라는 이론적 관점을 취하였다. 이에 따라 1987년부터 2010년까지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계급상황, 집단 정체성, 집합행동의 세 가지 층위들 각각의 변화 과정을 추적하는 한편, 그 층위들 간의 상호작용의 결과에 주목하였다.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울산지역의 노동계급 형성은 1987년의 대규모 노동자 집합행동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매우 동질화된 계급상황을 배경으로 집합행동이 분출하면서 기존의 억압적 노사관계는 빠르게 무너졌다. 그러나 폭발적 동원이 나타난 결정적 국면에서 구조화된 조직적 유산들은 이후의 노동자 연대를 제약하였다. 1987년 직후 노동자들의 자생적인 지역 연대가 활성화되었지만 그것이 조직화되거나 제도화되지는 못하였고, 노동자 연대의 범위도 노동시장 분절구조를 뛰어넘지 못하였다. 이러한 제한적 연대의 전통으로 인하여 울산의 지역노동운동은 소수의 대기업 노조의 전략적 선택에 의존하였다. 이러한 조직적 유산 속에서 대기업 노조의 분파적 이익 추구 성향은 점점 커져갔고 지역의 다른 노동자들과의 이해 균열은 넓어졌다.
2) 1990년대 울산지역 노동자들의 계급상황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났다. 그 변화는 동질화에서 이질화로 요약되며, 그 효과는 연대의 사회적 기반의 침식이었다. 울산지역의 대기업 노조들은 단체교섭을 통한 임금인상 투쟁을 매개로 조합원의 전투적 동원 전략을 통해 계급형성을 이루어갔다. 전투적 동원의 핵심 기제는 임금극대화와 임금평준화 목표가 결합된 노조 임금정책과 이에 대한 조합원의 높은 호응성이었다. 그러나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의 정치는 전체 노동계급의 분절과 이질화 추세와 병행하는 것이었다. 대기업 노조운동의 성과는 노동자 연대의 강화로 연결되지 못하였고 오히려 연대의 사회적 기반이 허물어지는 역설적 결과가 초래되었다. 1990년대 동안 울산지역의 산업노동자들은 전반적인 계급상황에서 동질적 계급으로 보기 힘들어질 만큼 이질적인 존재가 되었다.
3) 대기업 산업노동자들의 생활세계 또한 1990년대를 거치며 크게 변형되었다. 임금소득의 상승, 가족임금의 성취, 소비구조의 고도화, 가정중심성에 기반한 가족생활 양식의 확산 등이 대기업 노동자의 생활세계 변형의 주요 내용이다. 1990년대의 이러한 삶의 변형은 1세대 산업노동자의 생애과정에서 뚜렷한 신분상승으로 경험되었고, 한국의 대기업 노동자 집단은 경제적 측면에서 중산층화 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중산층화는 남성 노동자의 삶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부분적인 것이었다. 신분상승과 생활의 안락함이 장시간의 공장노동과 교환되었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 노고의 대가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게 남성 노동자들의 삶이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사회적 정체성은 중산층화된 생활세계와 육체노동의 현실이 지배하는 공장의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적 간극 속에서 규정되었다. 한편으로, 이 문화적 간극 속에서 남성 노동자들은 경제적 생계부양자 역할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인정받고자 하는데, 임금인상 위주의 노조운동이 남성 노동자들의 이러한 정체성을 집단적 방식으로 확인하고 재생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 문화적 간극은 도구적 집단주의의 행위 성향이 확대·재생산되는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즉 노동자 특유의 집단주의가 계급적 연대보다는 노동자 개인의 지위 상승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행위 성향이 대기업 노동자들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결국 도구적 집단주의 하에서 임금인상을 위한 전투적 노조운동은 이제 계급의 형성을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계급의 해체적 변형에 기여하게 되는 기능 전환을 겪게 되었다.
4) 이상의 노동계급의 해체적 변형은 산업의 시간이 고도성장의 국면에서 외환위기를 계기로 불황과 구조조정의 국면으로 진입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외화되었다. 해체적 변형의 양태는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 대기업 노동자들의 집단 정체성은 배타적인 모습으로 변화하였는데, 그것은 대기업 노조의 활동에서 연대 전략보다는 사회적 폐쇄 전략이 전면에 나서도록 하였다. 이 변형 과정의 중심에는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조직적 배제가 자리하고 있다. 둘째,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노조의 임금정책에서도 일정한 변화가 나타났다. 2000년대에 노조의 임금극대화 목표는 변동성과급의 비중 확대를 통해 달성되었다. 이것은 대기업 노조운동이 계급내 연대보다는 기업 내에서의 계급간 동맹을 우선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기존 정규직 조합원들에게만 적용되던 노조의 임금평준화 정책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면서 정당성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셋째, 대기업 노동자의 집합행동 패턴에서는 저항 빈도의 전반적 감소, 저항 레퍼토리의 온건화, 연대적 집합행동의 쇠퇴, 파업행동의 의례화 현상이 관찰되었다. 최근 울산지역에서는 기존에 지역노동운동을 주도했던 대기업 노조의 집합행동은 쇠퇴하고 비정규직 등의 주변부 노동자들의 저항 활성화라는 새로운 양상이 출현하고 있다.
5) 종합적으로 보면, 울산지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의 수출부문 재벌 대기업의 노동자들은 같은 계급 위치를 공유하는 노동자들과의 연대보다는 그들만의 배타적 이해를 좇아가는 분파적 경향이 커져갔다. 집단 정체성 층위에서 도구적 집단주의의 행위 성향이 지배하고 있고, 계급상황과 조직의 층위에서는 조직의 분산성과 계급상황의 이질성의 결합이 낳는 악순환 속에 처해 있으며, 종합적으로는 계급의 해체적 변형을 겪고 있다. 향후 한국의 조직 노동이 계급 재형성과 계급 파편화의 경로 중 어떠한 길로 나아갈지는 현재의 해체적 변형 과정을 제어할 수 있는 분절 속의 연대를 이루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Working-Class Formation and Transformation in South Korea: Unionism and Life-Worlds of Industrial Workers in Ulsan, 1987-2010
Yoo, Hyung Geun
Department of Sociology
Graduate School
Seoul National University
From the perspective of class formation and its transformation, this study investigates why and how working-class solidarity in South Korea has been diminished. To do this, the study undertakes a case study of the unionism and life-worlds of industrial workers employed by large factories in the Hyundai automobile and ship-building industries in the city of Ulsan from 1987 to 2010. Contending that social classes are not determined by the objectively given structures of relations of production, it takes the theoretical standing that they are made, in particular time-spatial contexts, by the contingent interaction process among the levels or tiers that constitute them, such as the economic structure, class situation, collective identities and collective action. The findings can be summarized as follows:
1) The organized labor movement in the Ulsan region emerged after the Great Workers Struggle of 1987, and the process of working-class formation in the region, severely repressed by the authoritarian regime for a long time, has continued since then. Given the situation of a highly homogeneous class of tens of thousands of industrial workers in the region, especially those working for Hyundai and its subsidiaries, the labor offensive quickly broke down the authoritarian industrial relations and exploitive work rules. However, at the critical juncture of great labor protests and the wave of unionization after 1987, unionists in Ulsan failed to set up regional class-wide organizations that could transcend the boundaries of enterprise unionism and foster workers solidarity beyond the limits of individual workplaces.
As a result of the organizational legacies bequeathed by the critical juncture of the workers mobilization, regional labor movements in Ulsan hereafter tended to depend crucially upon enterprise unionism at one or two large-scale companies such as Hyundai Motor Company (HMC) and Hyundai Heavy Industries (HHI), which belonged to the largest leading conglomerate (chaebol) in South Korea. In addition, without an effective organizational means of constraining the sectionalism of the workers in large enterprises, the once relatively common interests of workers were split apart mainly according to segmented labor markets and the market status of each company.
2) After the critical juncture of workers collective action, the class situation of industrial workers in Ulsan changed significantly during the 1990s. The overall changes can be summarized as spanning from homogeneity to heterogeneity, and undermining the social foundations of class solidarity.
Keeping pace with the gradual institutionalization of the collective bargaining system in the early 1990s, large-scale enterprise unions in Ulsan increasingly concentrated their resources on enterprise-level wage increase efforts by means of the militant mobilization of rank-and-file workers, which were the effective measures for making a working class within the severe constraints imposed by the labor-exclusive political regime and oppressive labor laws. Therefore, the core mechanism of working-class formation was to strengthen the interaction in the workplace between the union wage policy, which mainly aimed at wage-share maximization and internal wage leveling, and the active participation of rank-and-file workers during the mobilization process. The militant mobilization strategy of enterprise unionism was so successful that wages increased dramatically, wage differentials among union members were considerably reduced, and company welfare programs were vastly expanded.
However, there was a dark side of the politics of wage increase efforts by large-scale enterprise unions, specifically intensified market segmentation and heterogeneity in the class situation among the working-class in general, which gradually encroached on the social foundations of class-wide solidarity. After all, industrial workers in Ulsan were too heterogeneous to assume that they may belong to the same social category in terms of the class situation.
3) A profound transformation of the life-worlds of industrial workers at large companies was brought about during the 1990s. As their family life-styles and consumption patterns reached the level of middle-class families, we can say that the embourgeoisement of the manual workers, which was well-known in Western Europe and the US during the 1950s-1960s, appeared in Korea. From the life-courses of the first generation of Korean industrial workers, who had long been regarded as occupying a low and unrespectable status, living a stable life with material affluence and financial security was considered as independent evidence of upwardly mobility of their social position.
However, the embourgeoisement of workers living standards could be maintained in exchange for their hard work in factories, where they had to work very long hours with day/night shiftwork at regular intervals. It was not his home or family but the factory around which the lives of male industrial workers mainly revolved. Therefore, social identities of industrial workers were constructed in the cultural gap between the factory-worlds with painful manual labor and the life-worlds with the living standards of middle-class families. As long as these the cultural gap widened, the instrumental collectivism was likely to prevail over the solidaristic collectivism in the industrial workers orientation towards collective action and labor unionism.
4) After the Asian financial crisis of 1997 and subsequent drastic restructurings, the process of class formation entered the stage of class transformation on the way to its dissolution. Three aspects of class transformation are as follows:
First, the collective identities of industrial workers in large companies were changed into rather exclusive identities, and large-scale enterprise unionism was inclined to choose the strategy of social closure rather than of class solidarity. At the core of the change, there was an organizational exclusion against thousands of in-house subcontracted workers, who has been discriminated against unfairly on the grounds of their employment status in spite of performing jobs that were identical or similar to those of regular workers.
Secondly, there were changes in wage policy of the large-scale labor unions during the 2000s. Unions quests for the wage-share maximization were pursued by means of industrial cooperation with management or via performance-based pay systems, which had been desperately opposed by the labor unionists themselves during the 1990s. In addition, as in-house subcontracted workers were organized independently and began to make legitimate claims for equal pay for equal work, the existing wage-leveling policy of regular workers unions needed to be modified substantially in order to promote greater wage equity among the various types of workers in the same factory. However, it was just a partial and limited acceptance of the wage equity principle actually enacted by the regular workers union. As a result, unionism at large factories was faced with a serious crisis of legitimacy.
Finally, the patterns of the collective action of industrial workers at large companies were also transformed during the 2000s. Their characteristics can be summarized as follows: an overall decrease in the frequency of protests, moderation of the repertoire of protests, the decline of the solidary culture of protests and the routinization of strike activities. In contrast, there were sudden rises in the number of protests by workers who had scarcely raised their voices previously in the Ulsan region, such as workers in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non-regular workers and public sector employees. The overall changes in workers collective actions indicated a gradual shift in the agents of labor movements.
5) Ultimately, we conclude that working-class transformation was an effect of a heterogeneous class situation and a segmented labor market in the context of decentralized class organization, i.e., enterprise unionism. Under such a condition, industrial workers and their unions in large firms tended to defend their own exclusive interests rather than to promote solidarity with other workers and labor unions in different sectors, industries, and workplaces. At present, trapped in a vicious cycle at the intersection of heterogeneity and decentralization, the Korean working-class has undergone a gradual transformation towards class dissolution. In the long run, whether labor movements in Korea will be able to make a more solidaristic working class or the dissolved one depends upon their capacity and willingness to foster solidarity within segmentation.
Key Words: working-class, class formation, class transformation, Ulsan, unionism, solidarity, instrumental collectivism
Language
kor
URI
https://hdl.handle.net/10371/156375
http://dcollection.snu.ac.kr:80/jsp/common/DcLoOrgPer.jsp?sItemId=00000000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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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과정 (노동일보) 조회:762 (2002-11-28)
계급형성론 관점에서 한국의 노동운동·노동문제 분석
세계화와 자본의 총공세 속에서 노동운동의 미래 제시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은 미국 코넬대학출판부에서 2001년 출간한 구해근 교수의 저서 `Korean Workers:The Culture and Political of Class Formation'을 신광영(중앙대학교 사회학과)교수가 번역한 저서로 그동안의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분석이 노동계급 형성과정이 아닌 주로 노동운동사적 관점에 머문다는 아쉬움에서 출발한 책이다.
구해근 교수가 10여년 동안의 조사와 연구를 통해 완성한 이 저서는 전세계 진보진영이나 학계으로부터 주목을 받아온 한국의 노동운동·노동문제를 계급형성론의 관점에서 처음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저자가 이 저서를 통해 밝히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한국의 노동자들이 독특한 계급의식을 발전시켰고, 그 계급의식이 어떻게 다양한 형태의 활동으로 조직화되고 문화화되고 제도화 되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한국 노동운동의 저력은
그렇다면 97년 총파업때 당시 연 300만명을 운집하게 한 한국의 노동운동의 저력은 어디서 나왔는가.
이러한 질문에 저자는 E. P 톰슨의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에서 밝혔던 전통·가치체계·제도 등 문화적 요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역사주의적 혹은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이 질문들을 풀어나간다. 이는 구조적-환원주의적 혹은 결정론적 계급개념에서 노동운동을 풀이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한국 노동계급이 노동자를 경멸하는 문화적인 이미지와 국가가 강제한 산업전사라는 타의적 정체성을 극복하고 노동자로서 자신들의 집단적인 정체성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문화와 정치의 요인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특히 한국의 노동자들이 `한'을 품게된 것은 국가에 의해서 규정된 산업전사라는 정체성과 노동자를 천시하는 한국의 교육 이데올로기 속에서 `공순이와 공돌이'로 폄하되온 멸시풍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한의 정서는 작업장 내부에서의 인간적 대우를 받고자 하는 열망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상대적으로 성적 억압까지 받았던 여성노동자들의 불만으로 표출되었다.
저자는 87년 이전의 노동운동이 여성노동자들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사회·문화적 환경과 작업장내 비민주성이 노동계급 형성에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여기엔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정치화된 교회단체와 학생 등 지식인집단의 역할과, 한편 노동자간에 오히려 긴밀한 유대, 연대의식을 불러일으킨 국가의 노골적인 친자본적, 반노동적 태도, 배재적 노동통제가 노동계급 형성에 기여했다.
이러한 노동계급의 형성을 저자는 1∼7장에 걸쳐 논의하고 있다. 특히 3∼5장의 경우 실제로 노동자들의 수기와 일기로써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들이 문화적으로 계급의식을 갖게 되었는가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로에 선 한국의 노동계급
1987년 이후 민주주의로의 정치적 이행으로 국가와 자본의 행위, 그리고 노사관계와 공장의 작업조건은 크게 변화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민주화과정에서 얻어진 노동자들의 권력 증대로 국가는 더 이상 분노의 대상이 아니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본가들의 경영방식은 좀더 은밀한 통제형태로 변했다.
이런 국가정책과 자본가들의 태도 변화는 강압에 기초한 노동체제인(`생산의 정치' 마이클 부라보이가 정의한) `전제적 공장체제'에서 노동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고 국가와 공장체제가 제도적으로 분리된 체제인 `헤게모니체제'로 점차 변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통제의 변화와 맞서서 노조지도부들의 과거 전략은 이러한 변화된 노동통제 형식에 더이상 먹히지 않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또한 중요한 노동운동의 환경변화로써 노동계급투쟁과 사회·정치운동의 분리를 들 수 있다. 군사정권의 종말과 함께 이 두 운동은 `공동의 적'을 상실했다. 중간 계층 지식인들이 주도하는 `신사회운동'은 의식적으로 노동운동조직과 급진적인 민중운동에 거리를 두었다. 동시에 노동운동의 주류는 사회, 정치운동과 거리를 두면서 더욱 실리적, 경제지향적으로 변화됐다.
또한 세계화는 199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형을 결정짓는 지배적인 요소로 등장했다. 저자는 한국 자본가들이 선택한 새로운 기업전략은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는 중대한 효과를 지녔다고 보면서 이전에 동질적이던 노동계급은 점차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중심부-주변부 노동자로 내부 분화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말 노동 대공세가 획득한 전반적인 경제적 이익은 이들 두 부문에 불공평하게 분배되었고 둘 사이의 격차를 벌려놓게 되었다. 그 결과로 인한 노동계급 분절은 노동계급연대를 약화시켰고, 협소한 `기업노조주의'로 나아가는 경향을 조장했다.
저자는 현재의 경제상황은 한국의 노동계급을 협소한 노동조합주의에 몰두하게 만들어, 내부적으로는 분열되고 외부적으로는 고립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보면서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투쟁성과 전투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노동계급이 아직도 조직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약하고 허물어지기 쉬운 계급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의 노동계급을 강한 저항정신, 계급불평등과 사회적 불의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 강한 연대의식과 점증하는 정치적 자신감을 획득한 계급으로 평가하면서 이러한 세계화와 자본의 총공세속에서 노동운동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강문영 기자 kkang@laborw.com
( 2002-11-28 19: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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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의 발자취를 따라서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울산 대공장노동자들의 생활과 의식, 노동운동을 노동계급 형성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 나왔다. 바로 유형근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의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이다.
유 교수는 노동운동, 노사관계, 노동인권교육 등에 관심을 두고 있는 노동사회학자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연구교수, 한국산업노동학회 학술위원장, 비판사회학회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부산대 사범대에서 예비 사회과 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최대의 중화학공업도시이자 노동자대투쟁의 주요 무대인 울산, 그 안에서도 현대자동 차,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대공장노동자들의 지난 30여 년을 장기적이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다. 열 악한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고생은 되어도 돈은 벌 수 있다’며 타지에서 모여든 노동자들이 ‘철의 노동자’가 되어 울산에 정착하고 ‘귀족노조’의 표상이 되기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누군가는 왜 이들의 노동과 삶을 들여다봐야 하냐고 물을 수 있겠다. 이 질문에 유 교수는 “이들의 노동운 동과 삶, 의식을 들여다보면 87년 이후 형성된 한국 노동계급의 행로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20 일 부산대에서 유 교수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집필 배경이 궁금하다.
2012년 박사 학위를 받을 때 쓴 논문을 토대로 한 책이다. 당시 박사 논문 주제를 고민할 때 노동과 관련해 울산이라는 지역을 파헤쳐보자는 생각을 했다.
2000년대 중반은 울산 대공장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더 높았을 때다. 현대차 노동조합이
96·97 총파업을 하고 10년이 채 안 됐고, 현대차 안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 운동도 등장해 투쟁을 벌였
다. 현대차 노동조합이 금속노조로 산별 전환에 성공했고, 지역적으로는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며 노동자 정치세력화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을 때였다. 대공장노동자들에게 귀족노조라는 꼬리표가 본격적 으로 따라붙기 시작한 때도 이때부터다. 되돌아보면 지금보다는 훨씬 다면적인 노동운동이 일어나고 있던 때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2000년대 이전과 비교해도 노동운동이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 그래서 ‘왜’ 노동운동이 그렇게 변화했는지를 다층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기로 했다. 논문 발 표 이후에도 관련 연구를 조금씩 해왔기 때문에 하나의 단행본으로 묶는 작업을 이번에 새롭게 하면서 책 으로 출간하게 됐다.
24 노동법률 202301
Q
누군가는 울산 대공장노동자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엔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면서 어려운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
다(웃음). 두 가지 측면에서 질문이 나올 것 같다. 하나는 왜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생산직 노동자들이냐, 또 하나는 왜 그 들의 노동과 삶이냐 라는 질문일 거다.
전자에 대한 답은 그들이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민주노 조 운동에 있어 상징적인 존재들이고 자동차산업과 조선산 업이라는 한국의 대표 중화학공업, 그중에서도 가장 큰 기업 에 속한 이들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들의 노동운 동과 삶, 의식을 들여다보면 87년 이후 형성된 한국 노동계 급의 행로를 읽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후자에 대한 답은 그들의 삶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왜 노동운동이 그렇게 전개되고 흘러갔는지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엔 주체들의 이해와 관심, 욕구와 열망이 담길 수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자기 자식들에겐 무엇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지 등을 함께 봤다.
Q
현대차·현대중공업 생산직 노동자들은 전환기를 겪고 있 다.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주축이었던 베이비부머 세대들 이 매년 대규모 정년퇴직을 하고 있다. 현대차에선 불법파 견 정규직 전환자들이 새 구성원으로 유입되고 있고, 조 선산업의 사내하청 비중은 앞으로도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노동운동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자연스럽게
세대가 바뀌면서 이전 세대와는 사회화 경험이 다른 조합원들 이 늘어날 거다. 예를 들어 1인당 소득수준이 5000달러일 때 성장기를 보낸 노동자들과 2만 달러일 때 성장기를 보낸 노동 자들의 사고와 의식, 생활양식엔 큰 차이가 있지 않겠나. 주체
worklaw.co.kr 25
인터뷰
▲유형근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노동법률)
의 이해가 반영되는 노동조합 활동도 당연히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조합원들의 변화에 발맞춰 노동조합이, 좀 더 정확 히 말하면 노동조합 간부들이 변화할 수 있는가에 있다. 우리 가 흔히 노동조합 활동가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어떻게 육성하 고 훈련시켜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세대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어도 국가와 자본을 향한 파업, 투쟁을 통해서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훈련받을 수 있는 조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역사적 격동기는 과거가 됐다. 노동조합의 일꾼을 길러내고 교육하지 않으면 세상을 바꿔 나가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조합원들을 위한 서비스기관 으로서의 노동조합, 관료적인 활동만 반복하는 노동조합으로 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Q
안팎에서 지금의 대공장 노동운동이 언제까지 유효할 것 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현대차, 현대중공업 안에서 노동운동이 어떤 모습으로 변 화할 거라고 보는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산업전환 속에서 지금까지 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작업장, 일하는 방식이 나타날 거 라고 본다. 결국 이 산업전환 과정에 노동조합이 어떻게 대 응하고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지에 따라 노동운동의 향배도 달라질 거다. 이때 그동안 자신들이 누려왔던 사회적 지위보
26 노동법률 202301
다 하락하는 일이 발생하면 그 저항은 강렬할 수밖에 없다. 지금 현대차 생산직에게 미래차로의 전환은 사회적 지위가 ‘내려갈 수도 있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문제다. 회사 입장에 서도 이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노 동조합과 불확실성을 적절하게 해소해 나가는 전환의 과정 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한국 사회에서 대공장 노동운동이 앞으로도 유효
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기엔 한국의 경제상황이 너무도 많이 변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이후 경기가 살아 난다고 하더라도 한국은 2%대의 경제성장률이 지속될 거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채용은 줄어들 것이고, 임금인상이 1 순위인 노동운동도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특히, 현대차나 현 대중공업 같은 수출 대기업은 더더욱 그렇다.
결국 이후에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들이 단
체교섭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 노동의 인간화, 노동시간, 일과 삶의 균형, 산업안전보건, 일터 민주주의 같 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유럽이나 미국도 마찬가지 과정을 겪 었다.
동시에 최근 공공부문, 플랫폼산업과 같은 분야에서 새로 운 투쟁들이 분출되고 있기도 하다. 노동운동의 중심축도 전 통적인 제조업에서 새로운 산업, 이전에 주목받지 못했던 부 문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현시점에선 이러한 변화를 평 가하고 묶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Q
책에서도 울산 대공장 노동운동에서의 임금인상 정치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임금인상의 정치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표현이 오해를 일으
킬 수 있어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임금인상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령 올해만 하더라도 인 플레이션 때문에 실질임금이 하락하지 않았나. 실질임금을 만회하는 건 교섭에서 임금인상을 통해 올리는 게 맞다. 책 에서 말하는 임금인상의 정치라는 건 노동운동 차원에서 임 금인상이라는 매개로 조합원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이를 통 해 사측 또는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는 모델이다. 이것이 이 제 대공장에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고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때문이다. 울
산 대공장에 속해 있는 집단들이 임금인상을 가속화할 경우 전체 노동계급의 단결이 깨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책에선 연대의 기반이 계속 축소된다는 표현을 썼는데, 각자가 서 있는 땅이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연대라는 이름으로 이들이 하나로 묶일 수 있겠나. 묶이지 않는다는 걸 우리가 목격하 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공장 노동운동의 임금인상 정치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본다.
결국 대안으로 임금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형태의 임금정책을 생각해 봐야 하는데, 그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임금의 평준화’다. 이때 임금 평준화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가는 방법이 될 수도,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동시에 내려가고 올라가 편차 를 줄일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이 좋을지는 정세나 조건에 따 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이제 대공장 노동운동도 임금격차 완 화 정책을 자기 과제로 안고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Q
책에서 완성차공장과 조선소에서 원하청 간 연대가 어려 운 구조적인 한계도 함께 짚고 있는데.
지금의 구조에서는 원하청 간 연대가 일시적으로 이뤄질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유지되고 튼튼해지기는 어려운 환 경이다. 그 이유를 확인하려면 완성차공장과 조선소에 사내 하청제도가 왜 도입됐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두 산업 모두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조합의 교섭력
이 강화됨에 따라 사측이 노동조합을 우회해 고용유연화를 도모하기 위해 사내하청제도를 도입했다. 도입될 때만 하더라 도 정규직 노동조합 입장에선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문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IMF 외환위기 이후 자신들의 구조조정을 최소 화할 수 있는 완충 장치로서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쓰일 수 있 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면서부터 생겼다. 정규직 노동조 합과 사측 간 사내하청노동자들을 활용하자는 일종의 거래 가 일어난 것도 이때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한 구조 속에서 원하청 간 연대 는 이뤄지기 어렵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가능하다. 예를 들 어,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파업할 때 노동조합 집행부의 의지
‘분절된 노동, 변형된 계급’의 발자취를 따라서
와 노력에 따라 정규직 노동조합 대의원들이 이들을 엄호하 고 지원하는 일이 일시적으로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원 하청 노조가 함께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함께한다거나 단체교섭을 함께 하거나 하는 ‘이상적인 형태의 원하청 연대’ 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원하청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적 으로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인데, 이걸 특정한 기업의 작업장 내부 노동자들에게 해결하라고 하는 것 역시 가혹한 요구일 수 있다.
Q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이 우리 사회에 조 선산업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들의 파업을 어떻게 봤는가.
이번에 하청노동자들이 어떻게 투쟁에 성공할 수 있었을
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현대중공업도, 대우조선해양도 조선소 안에서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이렇게 오랜 기간 전국적인 주목을 끌면서 투쟁했던 경험이 거의 없 었다. 있더라도 분신과 같은 매우 고립적이고 극단적인 방법 을 사용했다. 근데 지난 몇 년간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 하청지회 조직화 등을 통해 지난번과 같은 파업을 할 수 있 을 정도의 수준까지는 목소리가 많이 올라온 것 같다. 즉, 단 며칠이라도 전체 흐름 중 일부를 멈출 수 있는, 작업을 중지 시킬 수 있는 정도의 힘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다. 일차적으 로는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지난번 파업과 동일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앞으 로 계속 나타날 거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지 금 조선소가 인력난을 겪고 있지 않나. 수요가 많은데 공급 이 적으면 어떤 일이 생기겠나. 일반론적으로 보면 노동자들 의 교섭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낼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지고 목소리 내기 도 쉬워질 거다. 정부도 어떻게든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놔 야 하니까 원하청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상생협의체를 운영 한다고 발표했지만 핵심은 건들지 못했다. 결국 앞으로 크고 작은 형태로 항의나 쟁의행위가 계속 발생할 거다. 그렇게 되 면 지난번과 같은 임기응변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질 거라고 본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worklaw.co.kr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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