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칼럼] 대북 제재는 만능 부적이 아니다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이종석 칼럼] 대북 제재는 만능 부적이 아니다
등록 :2017-07-16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북 제재가 효험 없는 부적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제재 대신에 협상을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가 ‘최대의 압박’에 동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어렵더라도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유엔의 제재는 이제 무속인의 부적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응이 일만 터지면 앞뒤 잴 것 없이 부적부터 사서 붙이는 ‘부적 마니아’와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제재는 북핵 도발의 조건반사처럼 되었다. 한·미·일 정상이 7월4일 북한의 ‘대륙간 탄도로켓’ 시험발사에 대처해서 즉각 합의한 것도 경제제재에 초점을 맞춘 ‘최대의 압박’의 지속이었다.
부적을 믿는 것이 미신이라면, 때와 조건을 가리지 않는 ‘묻지마’ 제재도 미신이다.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연이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맞서 그 의지를 꺾기 위해 제재 일변도의 조처를 취해왔다. 이번에 결의가 통과되면 2013년 이후에만 여섯번째가 된다. 새로운 제재를 할 때마다 ‘사상 최강’의 수식어가 따라붙었으며, 급기야 작년 3월에 통과된 제재에 대해서는 우리 외교부가 제재 강도를 과시하기 위해 ‘끝장결의’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그러나 북한은 6개월 후 다시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제는 제재 강도를 표현할 수식어마저 바닥이 났다.
제재의 성공 지표는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거나, 아니면 핵 도발의 대가로 북한 경제가 궁지에 몰리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제재에 반발하며 오히려 핵 능력을 고도화시켰으며, 북한 경제는 해가 다르게 성장 추세를 보였다. 제재가 실패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의 압박’을 주도하고 있지만 성공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은 스스로 북한 경제를 압박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미국은 제재 과정에서 이미 북한과 모든 경제관계를 단절한 지 오래다. 일본도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미국은 제재 실패를 ‘중국의 비협조 탓’으로 돌리는 ‘네 탓이오!’ 전략을 구사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제대로 동참하면’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지 모르나, 그것은 착각이다. 중국의 대북 제재로 북-중 교역은 이미 크게 위축되었다. 북-중 교역은 2010년부터 비약적으로 증대하다가 2013년 이후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브레이크가 걸려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북한의 경제개방 속도를 고려할 때 유엔 제재가 없었다면 양국 교역 규모는 지금보다 2배 정도는 늘어났을 것이다. 이는 중국의 추가 제재 여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국은 아예 민생분야 교역도 금지하는 초강경 유엔 대북제재를 통과시키려고 한다. 중국이 쉽게 동의할 것 같지 않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그것이 북한을 굴복시키지는 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최근 북한 경제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0년 중국 지도부와 경제 개혁개방에 합의했으며, 김정은은 이를 계승하여 2013년 3월에 개방정책을 공식화했다. 이어서 북한은 농업에서 ‘포전담당책임제’와 산업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상징되는 과거보다 훨씬 시장 친화적이며 경쟁 유발적인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최근 2~3세대 혹은 3~4명을 단위로 하는 ‘포전담당책임제’를 실시한 결과 북한의 농업생산력이 50% 정도 증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내수산업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 중국산으로 가득했던 국영 상점의 소비상품이 대부분 북한산으로 대체되었다. 전국 400여개의 장마당에서는 주부와 은퇴자 110만명이 상업에 종사하며 경제활력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북한 경제는 유엔의 고강도 제재를 받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성장을 했다.
전면적인 경제봉쇄 조처가 취해지면 북한이 당연히 타격을 받겠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일정하게 발전 동력을 구비하기 시작한 경제구조가 주민들의 내핍을 상당 부분 견디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북한 정권이 굴복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결국 대북 제재가 효험 없는 부적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제재 대신에 협상을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가 ‘최대의 압박’에 동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어렵더라도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한-미 관계에 긴장이 조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악순환에 빠진 북핵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주도적으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이 길을 회피해선 안 된다.
* 정세현 칼럼을 마치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03026.html#csidx817324388b99b7eaa61bd990a310cc9
대북 제재가 효험 없는 부적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제재 대신에 협상을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가 ‘최대의 압박’에 동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어렵더라도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유엔의 제재는 이제 무속인의 부적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응이 일만 터지면 앞뒤 잴 것 없이 부적부터 사서 붙이는 ‘부적 마니아’와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제재는 북핵 도발의 조건반사처럼 되었다. 한·미·일 정상이 7월4일 북한의 ‘대륙간 탄도로켓’ 시험발사에 대처해서 즉각 합의한 것도 경제제재에 초점을 맞춘 ‘최대의 압박’의 지속이었다.
부적을 믿는 것이 미신이라면, 때와 조건을 가리지 않는 ‘묻지마’ 제재도 미신이다.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연이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맞서 그 의지를 꺾기 위해 제재 일변도의 조처를 취해왔다. 이번에 결의가 통과되면 2013년 이후에만 여섯번째가 된다. 새로운 제재를 할 때마다 ‘사상 최강’의 수식어가 따라붙었으며, 급기야 작년 3월에 통과된 제재에 대해서는 우리 외교부가 제재 강도를 과시하기 위해 ‘끝장결의’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그러나 북한은 6개월 후 다시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제는 제재 강도를 표현할 수식어마저 바닥이 났다.
제재의 성공 지표는 북한이 핵 개발을 멈추거나, 아니면 핵 도발의 대가로 북한 경제가 궁지에 몰리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제재에 반발하며 오히려 핵 능력을 고도화시켰으며, 북한 경제는 해가 다르게 성장 추세를 보였다. 제재가 실패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의 압박’을 주도하고 있지만 성공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은 스스로 북한 경제를 압박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미국은 제재 과정에서 이미 북한과 모든 경제관계를 단절한 지 오래다. 일본도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미국은 제재 실패를 ‘중국의 비협조 탓’으로 돌리는 ‘네 탓이오!’ 전략을 구사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제대로 동참하면’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지 모르나, 그것은 착각이다. 중국의 대북 제재로 북-중 교역은 이미 크게 위축되었다. 북-중 교역은 2010년부터 비약적으로 증대하다가 2013년 이후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브레이크가 걸려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북한의 경제개방 속도를 고려할 때 유엔 제재가 없었다면 양국 교역 규모는 지금보다 2배 정도는 늘어났을 것이다. 이는 중국의 추가 제재 여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국은 아예 민생분야 교역도 금지하는 초강경 유엔 대북제재를 통과시키려고 한다. 중국이 쉽게 동의할 것 같지 않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그것이 북한을 굴복시키지는 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최근 북한 경제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0년 중국 지도부와 경제 개혁개방에 합의했으며, 김정은은 이를 계승하여 2013년 3월에 개방정책을 공식화했다. 이어서 북한은 농업에서 ‘포전담당책임제’와 산업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상징되는 과거보다 훨씬 시장 친화적이며 경쟁 유발적인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최근 2~3세대 혹은 3~4명을 단위로 하는 ‘포전담당책임제’를 실시한 결과 북한의 농업생산력이 50% 정도 증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내수산업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 중국산으로 가득했던 국영 상점의 소비상품이 대부분 북한산으로 대체되었다. 전국 400여개의 장마당에서는 주부와 은퇴자 110만명이 상업에 종사하며 경제활력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북한 경제는 유엔의 고강도 제재를 받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성장을 했다.
전면적인 경제봉쇄 조처가 취해지면 북한이 당연히 타격을 받겠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일정하게 발전 동력을 구비하기 시작한 경제구조가 주민들의 내핍을 상당 부분 견디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북한 정권이 굴복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결국 대북 제재가 효험 없는 부적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제재 대신에 협상을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가 ‘최대의 압박’에 동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어렵더라도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한-미 관계에 긴장이 조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악순환에 빠진 북핵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주도적으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이 길을 회피해선 안 된다.
* 정세현 칼럼을 마치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03026.html#csidx817324388b99b7eaa61bd990a310cc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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