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흡수통일론은 북한 주민 투명인간 취급" - 오마이뉴스
"한반도 평화포럼, 지난 6일 대장정 돌입… 12월 말까지 남북관계·국제정치 특강 진행
17.04.07
최종환(jun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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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악화일로 거듭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모색하기 위한 아카데미가 열려 눈길을 끈다.
한반도 평화포럼은 지난 6일 '한평아카데미' 개강식을 열고 오는 12월까지 대장정에 들어갔다. 격주마다 진행되는 이 포럼은 2009년 11월 설립된 민간 단체로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남북공동 번영의 길을 열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남북관게, 민족문제 등을 연구하는 소장학자를 비롯해 전직관료, 종교, 시민사회 등에서 활동해 온 인사들과 실무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첫 강의에는 '있는 그대로의 북한'라는 제목으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포문을 열었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수장을 지낸 이종석 전 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상임위원장 등을 두루 거치며 북핵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
▲ 한평아카데미 개강식 모습. 한평아카데미 개강식 모습.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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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장관은 인사말에서 "남북관계와 북한은 우리가 객관적으로 바라볼 문제다"라며 "어떤 기준이나 잣대가 합리적인지 생각해보며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가 철저히 제한된 북한 문제를 현상과 시류에 치우치지 않고 엄밀하고,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의미다.
또 이 전 장관은 북한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오랜 편견을 털어놓으면서 강의의 흥미를 유발했다. 20여 년 전 북한연구가 본격화 될 즈음 우리 사회에 김일성은 '가짜'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권력의 칼자루을 쥔 북한 군부가 김일성을 뒤에서 조정한다는 이야기다. 믿거나 말거나 식 풍분이 돌면서 북한은 이해할 수 없는 '악마 국가'가 됐다.
북한군이 총을 들고 주민들을 압박주는 사진이 잔뜩있는 초등학교 교과서는 '혐북'을 유발시켰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계에선 객관적인 북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게 이 전 장관의 주장이다. 그래서 나온 게 '내재적 접근'이다.
이종석 전 장관은 "북한 연구에서 중요한 점은 내재적 접근이다. 우선 북한의 논리를 봐야한다"며 "북한의 의도와 양태를 그들의 입장에서 분석하면 의외로 한반도 문제를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인과 결과의 논리적 관계에 주목해 북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봐야 정확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잔재해 있는 '혐북'과 '반북'의식을 버리고 제3자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이해하라는 지적이다.
북핵 문제, 중국이 해결사? '글쎄'
지난해 미국 트럼프 정권의 등장으로 한반도 정세는 물론 전 세계가 불확실성에 빠지고 있다. 북핵 문제 역시 어떻게 해결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 가운데 우리 사회에는 중국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마침 미중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도 한 껏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중국 역할론에 일침을 가했다.
우선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 안하면 우리가 한다'는 발언에 대해 '유체이탈화법'이라고 운을 뗐다.
이종석 전 장관은 "1994년 제네바 협의에서 보듯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의 본질은 북미관계다"며 "미국이 북한을 설득하도록 우리 정부가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참여정부 당시 9·19공동성명과 2·13합의 등은 모두 북미관계가 개선되면서 벌어졌다"는 점을 거론했다.
남북통일, 결국 '포용'부터
▲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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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통일담론은 '흡수통일'로 모아지고 있다. 머지 않아 북한이 붕괴되고, 군부와 당, 주민이 자연스럽게 남한체제에 흡수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이 전 장관은 "흡수통일론은 북한 주민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정책이다"며 "화해협력은 없고 적개심이 만연한 상황에서 통일은 요연하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우리에게 북한은 독재국가지만 주민들은 북한에 애국심이 있다"며 "북한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통일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종석 전 장관은 북한 문제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는 등 모든 분야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한 뒤 "하지만 북한 문제는 그렇지 않다. 민주화와 상관없이 북한의 관용도는 매우 적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전 장관은 '역지사지'를 강조했다.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통일과정에서 북한이 우리에게 '그동안 뭐해줬냐'고 하면 딱히 할말이 없다"며 "항상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정책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17.04.07
최종환(jun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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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악화일로 거듭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모색하기 위한 아카데미가 열려 눈길을 끈다.
한반도 평화포럼은 지난 6일 '한평아카데미' 개강식을 열고 오는 12월까지 대장정에 들어갔다. 격주마다 진행되는 이 포럼은 2009년 11월 설립된 민간 단체로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남북공동 번영의 길을 열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 남북관게, 민족문제 등을 연구하는 소장학자를 비롯해 전직관료, 종교, 시민사회 등에서 활동해 온 인사들과 실무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첫 강의에는 '있는 그대로의 북한'라는 제목으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포문을 열었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수장을 지낸 이종석 전 장관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상임위원장 등을 두루 거치며 북핵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
▲ 한평아카데미 개강식 모습. 한평아카데미 개강식 모습.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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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장관은 인사말에서 "남북관계와 북한은 우리가 객관적으로 바라볼 문제다"라며 "어떤 기준이나 잣대가 합리적인지 생각해보며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가 철저히 제한된 북한 문제를 현상과 시류에 치우치지 않고 엄밀하고,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라는 의미다.
또 이 전 장관은 북한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오랜 편견을 털어놓으면서 강의의 흥미를 유발했다. 20여 년 전 북한연구가 본격화 될 즈음 우리 사회에 김일성은 '가짜'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권력의 칼자루을 쥔 북한 군부가 김일성을 뒤에서 조정한다는 이야기다. 믿거나 말거나 식 풍분이 돌면서 북한은 이해할 수 없는 '악마 국가'가 됐다.
북한군이 총을 들고 주민들을 압박주는 사진이 잔뜩있는 초등학교 교과서는 '혐북'을 유발시켰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계에선 객관적인 북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게 이 전 장관의 주장이다. 그래서 나온 게 '내재적 접근'이다.
이종석 전 장관은 "북한 연구에서 중요한 점은 내재적 접근이다. 우선 북한의 논리를 봐야한다"며 "북한의 의도와 양태를 그들의 입장에서 분석하면 의외로 한반도 문제를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인과 결과의 논리적 관계에 주목해 북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봐야 정확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잔재해 있는 '혐북'과 '반북'의식을 버리고 제3자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이해하라는 지적이다.
북핵 문제, 중국이 해결사? '글쎄'
지난해 미국 트럼프 정권의 등장으로 한반도 정세는 물론 전 세계가 불확실성에 빠지고 있다. 북핵 문제 역시 어떻게 해결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 가운데 우리 사회에는 중국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마침 미중 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도 한 껏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중국 역할론에 일침을 가했다.
우선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 안하면 우리가 한다'는 발언에 대해 '유체이탈화법'이라고 운을 뗐다.
이종석 전 장관은 "1994년 제네바 협의에서 보듯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의 본질은 북미관계다"며 "미국이 북한을 설득하도록 우리 정부가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참여정부 당시 9·19공동성명과 2·13합의 등은 모두 북미관계가 개선되면서 벌어졌다"는 점을 거론했다.
남북통일, 결국 '포용'부터
▲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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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의 통일담론은 '흡수통일'로 모아지고 있다. 머지 않아 북한이 붕괴되고, 군부와 당, 주민이 자연스럽게 남한체제에 흡수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이 전 장관은 "흡수통일론은 북한 주민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정책이다"며 "화해협력은 없고 적개심이 만연한 상황에서 통일은 요연하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우리에게 북한은 독재국가지만 주민들은 북한에 애국심이 있다"며 "북한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통일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종석 전 장관은 북한 문제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는 등 모든 분야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한 뒤 "하지만 북한 문제는 그렇지 않다. 민주화와 상관없이 북한의 관용도는 매우 적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전 장관은 '역지사지'를 강조했다.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통일과정에서 북한이 우리에게 '그동안 뭐해줬냐'고 하면 딱히 할말이 없다"며 "항상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정책을 펼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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