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2

16 생명·여성의 눈으로 본 동학농민혁명 소설 - 충북인뉴스



생명·여성의 눈으로 본 동학농민혁명 소설 - 충북인뉴스

생명·여성의 눈으로 본 동학농민혁명 소설‘동학언니들’ 15명이 펴낸 <여성동학다큐소설> 전 13권

충청리뷰
승인 2016.04.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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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권은숙 온갖문제연구실 연구노동자

▲ 여성동학다큐소설
동학언니들 지음.
모시는사람들 펴냄.


3년 전 겨울 경주에서 15명의 여자들이 모였다. 120년 전 ‘육십갑자 두 번이 지나면 개벽세상이 온다, 그 때 세상의 주인은 여성이다’는 예언이 있었다. 동학을 창시한 수운이 천도(天道)를 받았다는 용담정에서동학사상과 다시 올 ‘개벽세상’을 꿈꾸며 동학을 되살리는 소설을 쓰자고 결의한다. 작가들은 소설을 쓰는 동안 저마다의 화두를 가졌고 마침내 총 13권의 소설이 탄생했다.

충청권에 양반 동학도인들이 왜 많을까, 그들이 꿈꾼 정치체계는 무엇이었을까, 천안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왜 유독 항일운동가들이 많을까를 캐물으며, 그 뿌리가 동학이었다고 답을 찾았고. 특히 동학의 경전인 <동경대전>이 간행된 목천을 동학의 깊이가 느껴지는 곳이었다고 말하는 변경혜경 작가. 작가들의 이름이 네 글자인 것은 부모성 함께쓰기를 실천했기 때문.

동학을 전라도의 것으로만 아는 사람이 많지만 동학은 경상도 땅, 경주에서 시작되었다. 1, 2대 교주가 모두 경상도 사람이다. 예천의 최대접주였던 최맹순, 의성출신으로 짐작되는 이하백 등이 더 밝혀져야 하고, 경상도 동학이 부활해야 군사정권 20여 년 동안 지역 패가르기에 희생된 경상도인의 올곧은 역사의식을 되찾을 수 있다며 전라도에 거주하지만 상주편을 쓴 명금혜정 작가.

근현대사 격동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70여개의 주석을 달아 다큐소설의 면모를 살렸고, 제국주의의 야욕에서 벗어나려는 동학 2세 3세들의 몸부림이 사회주의 운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역사, 해방 전 후 저항세력이 미국의 개입으로 어떻게 사라져갔는가를 소설을 읽으면 알 수 있다. 또 남북분단의 뿌리가 일본의 동학 살상에 닿아있고, 동학의 가치를 살리는 것만이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라고 강변하는 고은광순 작가.

공주지역 동학 농민혁명에 참가한 이유상, 윤상오, 장준환, 임기준, 오정선 등의 실존인물에 대한 기록은 한 두 줄 뿐이었다. 그들을 살려 내는 것, 동학에 참가한 다양한 사람들이 가진 그 힘을 소설에 녹아내고 싶었고, 그 한 줄의 기록도 없이 전국의 산과 들에 한줌의 흙으로 물로 스며들었을 사람들, 그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역사적 사실을 재미있게 재구성한 이장상미 작가.

동학하면 고부군수의 부패와 전봉준, 죽장과 피를 떠올렸는데 동학소설을 쓰면서 비로소 동학사상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고, 병든 자를 일으키고 못가진자, 억울한 자의 편에 섰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동학도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는 정이춘자 작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같은 마음을 모아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은 하늘이 하시는 일이다. 동학소설쓰기는 그렇게 기적처럼 이루어졌다. 예수를 믿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처럼 살고, 동학의 정신을 아는 것만이 아니라 동학을 하는 것, 쌀 한 톨에서 우주를 본다는 박석흥선 작가.

교사생활 26년째인 작가는 일베친구들이 이 소설을 보면 좋겠다고 했다. 고구마 구어 먹으며 해작거리며 놀기 좋아하는데, 수많은 제자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겁게 일하고 깔깔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유이혜경 작가. 진정한 혁명은 정치적 평등을 이뤄내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거대한 생명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말하는 여자. 모든 사람에게 깃든 하늘을 모시는 시천주(侍天主), 어린이 존중, 남녀평등, 가진 자와 없는 자가 서로 돕는다는 유무상자(有無相資)정신에서 동학혁명 원인을 찾으며 동학 정신으로 살려고 하는 김장현옥 작가.

역사는 후방을 기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생활이기 때문이다. 생활을 담당한 것은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이었다. 시루떡, 쇠죽가마, 강경젓갈김치 등의 구전기록을 바탕으로 후방을 준비하면서 의로운 세상을 꿈꿨던 여성들을 소설에서 살려 보고 싶었다는 한박준혜 작가. 그리고 ‘순수의식’으로서의 동학에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었던 동학혁명의 실제 주인공을 연구 분석한 박이용운 작가.

동학혁명에서 희생 된 무수한 시체들과 피로 물든 강산을 넘어, 어린 소녀의 못 다한 꿈을 담아 나비 한 마리가 날아가는 꿈을 꾸고 뒤 늦게 소설팀에 합류한 임최소현 작가. 스스로를 ‘동학언니들’이라 칭한 여자들은 2년에 거쳐 소설을 썼다. 지난해 12월 출판기념회를 한 자리에서 거리의 철학자 최현국 할배는 작가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작가들은 현직교사. 명상지도자, 인권운동가, 동학도의 자손까지 통일된 표현이 불가능한 조합이었다. 소설은 써 본적이 없으나 열정만큼은 모자람이 없었고 의리 또한 출중했다. 실패한 혁명은 없다. 혁명의 기록이 후대로 전해진다면 혁명의 불씨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여성동학다큐소설이 122년 전 동학농민혁명의 불씨를 전달해 줄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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