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0
“30년간 53차례 다녀온 친북파…동지 아닌 친구 되고자” : 국방·북한 : 정치 : 뉴스 : 한겨레
“30년간 53차례 다녀온 친북파…동지 아닌 친구 되고자” : 국방·북한 : 정치 : 뉴스 : 한겨레
“30년간 53차례 다녀온 친북파…동지 아닌 친구 되고자”
등록 :2015-05-19 20:53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석좌교수.
[짬] 재미동포 북한전문가 박한식 교수
박한식(76) 미국 조지아대 석좌교수에겐 ‘친북’이라는 딱지가 자주 따라붙는다. 지난 5월 초에도 53번째로 북한을 다녀온 그는 ‘친북’이라는 꼬리표를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긍정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친북’이 돼야 한다고 권장하기까지 한다.
“북한하고 친한 게 왜 나쁜가요? 오히려 친해야 합니다. 친하지 않으면 평화가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 교수도 이번 방북에서는 많은 위기감을 느꼈다. 친구 사이가 돼야 할 남북한의 거리가 한층 더 멀어졌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북에서 만난 학자나 관료 등에게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화를 권유했을 때 대부분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사람과 어떻게 대화를 하겠느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는 것이다. “북에서는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해 북한을 몰락시키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불신 탓인지 최근 평양의 분위기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고 한다.
“이념 동의 못하지만 서로 다름 인정”
이달초 방문 다양한 ‘친구들’ 대화
‘박 정부에 불신’ 깊어져 단절 우려
‘한 지붕 두 가족’ 공동프로젝트 제안
독도 지키기·북한 유기농 협력 등 유망
“동질성 회복 불가능…이질성 존중을”
박 교수는 대화 단절과 상호 불신의 지속은 남북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며 다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친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30여년간 북한을 오가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정부 관료나 정당인, 농민, 교사 등등 모두 그의 친구가 됐다. 하지만 그는 “물론 그들은 내 친구지만 동지가 될 수는 없다”고 확실히 선을 긋는다. 동지는 이념적인 목표를 같이 나누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 자신 북의 노선이나 목표에 동의하지 않을뿐더러 동포로서 남북을 모두 이해하면서 화해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이번 방북에서도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북한 현실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동지가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이 횡행한다. 그리고 ‘적’에게는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게 된다. 북에서는 이런 이분법이 특히 심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북한에 대한 ‘악마 이미지’는 잘못된 것입니다. 악마란 기독교 의식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대상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있어도, 악마를 사랑하라는 말은 없지 않습니까.”
미국과 적대관계가 지속되면서 ‘악마 낙인’이 심해졌지만 북의 실상을 보면 대부분 ‘우리와 다른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지난 평양 방문 때 <시엔엔>(CNN) 인터뷰에서도 그는 인권 개념에 대해 그 차이를 설명했다. “북한은 인권을 설명할 때 ‘민족, 국가, 단체, 그룹, 가정’ 등 공동체의 인권이 먼저 있고, 개인의 인권이 있다고 말합니다. 서구의 인권은 개인의 권리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저는 북쪽 사람들이 얘기하는 공동체의 중요성도 우리가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시엔엔 쪽에 얘기했습니다.”
박 교수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는 ‘민족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과 북은 이미 달라져 있는데, 남과 북이 같아질 것을 강조하다 보면 시기, 질투, 경쟁, 싸움만 일어납니다. 이질성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이질성을 서로 존중할 때 평화가 옵니다. 그것이 바로 친구 사입니다.”
그는 남북이 서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 지붕에서 함께 생활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한 지붕 아래서, 부엌은 같이 쓸까, 화장실은 따로 쓸까, 침실은 어떻게 하나 상의하면서 적대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부닥치는 문제들을 대화로 풀어가다 보면 사랑방에서 장기를 두며 정담을 나눌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는 이런 청사진을 공유하는 가운데 우선은 “남북 모두에 득이 되는 공동 프로젝트부터 시작해봐야 한다”며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정치적으로는, 독도 지키기에 남북이 공동대응하고, 경제적으로는 북의 유기농 사업을 남이 지원하는 프로젝트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꼽는다.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이번에 북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 교수는 올해로 석좌교수 강의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한국에 머무며 대중강좌를 더욱 많이 여는 등 지난 30여년간 남북 사이에서 해왔던 ‘소통의 다리’ 구실을 더욱 강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남북의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친구가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하는 노교수의 열정은 여전히 뜨거웠다.
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691976.html#csidxff7498fb4856cf793cd9f4ddb23f5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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