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30

비핵화(denuclearization)와 핵 폐기(dismantlement)는 다른 얘기이다 : 네이버 블로그



비핵화(denuclearization)와 핵 폐기(dismantlement)는 다른 얘기이다 : 네이버 블로그




비핵화(denuclearization)와 핵 폐기(dismantlement)는 다른 얘기이다


통일경제포럼

2018. 4. 3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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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언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전문가란 사람들이 대중 앞에 등장하여 비핵화와 핵 폐기를 같은 뜻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기본상식도 없는 전문가를 앞세운 언론의 잘못이다. 북은 아직 한 번도 핵보유국으로 공인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북은 폐기할 핵무기도 없고 전파할 핵무기도 없음을 국제적으로는 이미 공인받은 셈이다. 북이 비핵화를 한다는 얘기는 앞으로 더 이상 핵무기개발만 안 하면 된다. 오늘 아침 미국 백악관의 관계자(마크 쇼트 보좌관)도 ‘트럼프의 비핵화’는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의미한다고 답했다. 북에서는 아직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니까 국제사회에서는 공개적으로 핵실험이나 핵개발만 안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핵무기가 없다고 공인받은 나라는 앞으로 영원히 다른 나라를 향해 핵으로 위협하거나 핵으로 공격하지 않아야 되기 때문이다. 대신 비핵화를 선언하지 않은 나라들이 언제 핵무기를 몰래 개발해 다른 나라를 공격할지 모르니까 비핵화를 했어도 방어용으로는 몰래 만들어 넉넉히 배비해야 한다. 이것마저 못하게 하려면 미국도 비핵화, 세계가 비핵화를 해야 한다.

핵보유국으로 공인받은 나라가 비핵화를 선언하면 어떻게 하는 건가? 그동안 보유해온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폐기하고 타국에 전파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나라도 스스로 핵을 이미 폐기했으니까 더 이상 다른 나라를 향해 핵으로 위협하거나 협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 나라에 대해 누군가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무기 폐기(CVID)를 요구하면? 그런 요구는 터무니없는 요구라서 그걸 받아들일 나라는 세상에 없다. 그 나라를 무력으로 완전히 장악했을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세계 어느 나라가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주권국가의 안방을 샅샅이 뒤지도록 허용하겠는가? CVID란 조건이 붙은 비핵화라면 핵 폐기(dismantlement)와 같은 뜻이 된다. 북이 이번에 CVID의 비핵화를 받아들일 거라는 기대는 한 마디로 오뉴월의 개꿈 같은 짓이다.


북은 CVID를 받아들일 것인가? ©KBS


핵보유국으로서 핵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남의 나라를 위협하거나 협박하는 나라는 현재까지 인류역사에 딱 한 나라밖에 없었다. 미국이다. 미국이 비핵화해야 비로소 인류에게 좋은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 나는 트럼프도 이번에 미국의 비핵화를 천명할 것으로 기대한다.

언론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또 다른 문제점은 북이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을 땐 그 전제조건이 무언가를 찾아봐야 옳을 것이다. 핵무기를 개발할 때는 어디엔가 쓰려고 개발했을 터인데 갑자기 사용하지 않겠다면 어째서인가를 파악해야 옳지 않겠는가? 외국 언론은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가가 무엇인가를 집요하게 파고들지만 한국과 미국의 언론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 자기 할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북이 할 일에 대해서만 자꾸 과장해서 CVID라고까지 거짓을 일삼는 건 대체 무슨 속셈일까?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만 끝나면 금방 진상이 드러날 텐데? 연일 거짓뉴스와 진실감추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이들이 북과의 회담할 자격은커녕 준비도 안 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쌍방 합의문을 발표한 뒤에도 “내가 언제 그랬냐?” 하고 돌변할 사람들이다.

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가? 우리에게는 불과 1주일 전에 있었던 미국의 시리아폭격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3월 29일) 어느 연설에서 트럼프가 미국군의 시리아 주둔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았다는 이유로 "우리는 곧 시리아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돌보게 하자."고 했었다. 그리고는 불과 2주 만에 돌변하여 4월 14일 그믐달 밤을 이용해 시리아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다. 그것도 군사요지 3곳만 골라 103발의 미사일을 쏟아 부었다. 시리아를 3분할해서 하나씩 갖자고 미리 러시아에 제안했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시리아정부를 도와 미국의 폭격예상지점을 미리 알려주어 대피시켰다 한다. 이때 미국이 크게 당황했던 것은 시리아정부군이 103발이나 되는 미사일을 71발이나 명중시켜 시리아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사실이다. 러시아보다 2-3세대나 뒤진 군사기술로도 70% 가까운 명중률을 보였으니 서방군사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젠 시리아가 미국과 독자적으로 싸워도 질 수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철군하겠다고 공언한 사람이 한 달도 안 되어 기습공격을 하였으니, 아직 2달이나 남은 북미정상회담까지에도 어떤 변덕스런 수가 나올지 모를 일이었다.


4월 14일 새벽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하늘로 날아오르는 미국의 미사일


북(조선)은 4월 15일 태양절 하루 전인 14일 새벽에 감행된 시리아공격을 매우 진지하고도 신중하게 받아들였다. 이날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14일 ‘태양절 106돌 경축 중앙보고대회’가 열렸지만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최룡해 당부위원장, 리수용 당국제담당 부위원장, 김영철 당대남담당 부위원장, 김여정 당제1부부장 등 핵심 인사들이 다수 불참한 것이다. “이제 밥이 다 되였다. 퍼먹자.”하고 무장해제만 하면 바로 그 날로 미국이 맹폭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북은 이날 미국이 남의 잔칫날에 재를 뿌리는 망나니짓을 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들은 그날 태양절 106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하는 대신, 미영불 3국의 시리아공격 의도와 시리아정세 변화,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조미정상회담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미국의 전쟁책동에 대응한 대미전략에 대해 장시간에 걸친 집중토의를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평양에 와 있던 중국의 쑹타오 중공당대외연락부장도 다시 접견하여 “중대문제·국제정세에 관해 심도 있는 의견을 진지하게 교환"했다고 한다.


4월 14일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하는 김정은 위원장. 조선중앙방송은 "접견 석상에서는 또한 조선노동당과 중국공산당의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중대한 문제들과 국제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들이 진지하게 교환됐다" 고 보도했다.


이번의 시리아 폭격은 분명히 북(북조선)을 겨냥한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 4월 14일 시리아 공격이 있기 하루 전, 4월 13일자 한겨레신문을 통해 미국은 북의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5개항을 제시했다. 거기서 한미 두 나라는 주한미군철수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쌍방합의를 못 볼 같으면 시리아 꼴이 날 것이란 위협을 간접적으로 하였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미국이 시리아를 이기지 못한 마당에 이번 위협은 북에게 한바탕 소극(笑劇)에 그쳤다. 오히려 북의 미국과 남한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에 재를 뿌리고 북으로 하여금 경각심만 더 갖게 만들었다.



미국의 그런 배신행위는 작년(17년) 이맘때에도 있었다. 작년 3월 말 미국은 헤일리 유엔대사를 통해 "더 이상 아사드는 미국의 적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시리아로부터의 철수를 지향했다. 그리고는 불과 며칠도 안 되어 4월초 시리아 북서부지방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로 주민들을 공격했다"는 사건을 날조해서(나중에 미국이 날조였음을 시인했다.) 시리아 철수를 없던 일로 돌리고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60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원래 이런 식인데 어떻게 북미국교정상화나 평화협정만으로 주한미군이 북을 침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 있겠는가?


2017년 4월 7일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중에 시리아 폭격을 감행한 미국.


한겨레가 보도한 5개항 중 북미 국교정상화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주둔목적도 사라지는데, 그래도 한미 두 나라는 또 다른 주둔목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동북아의 평화유지에 주한미군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도 북의 비핵화선언에 발맞추어 동시에 비핵화선언을 하면 더 이상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 명분을 갖지 못한다. 트럼프는 틈나는 대로 북미정상회담이 잘될 것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이 ‘훌륭할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저런 식의 발언은 원래 사기꾼이 틈나는 대로 잘 한다. 그리고 그의 명령에 따라 메티스국방장관과 폼페오국무장관도 북미정상회담에 낙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부터 관련인사들 모두 북미정상회담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5개항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진심'이 없는 놈들은 모든 행위가 술책이다. 2015년에도 미국과 쿠바가 국교정상화까지 했지만 미국은 2년 만에 국교정상화를 뒤집었다. 또한 이란과의 핵 협정도 파기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를 본다면 북미정상회담에서 설사 5개항을 합의하여도 미국이 지키지 않고 뒤집는다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미국이 판을 뒤집지 못하게 하려면 남한사회 자체의 내부변화를 통해 쇄기를 박아야 한다. 지금은 바둑으로 치면 끝내기에 들어간 셈이고, 등산으로 치면 하산할 차례이다. 등산할 때에는 하산이 더 위험하고 바둑도 끝내기를 잘못하면 다 이긴 바둑을 망칠 수 있다. 우리가 아직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위험한 하산길을 어떻게 내려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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