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혁명보다 뜨겁고 천국보다 낯선
정승구(저자) | 아카넷 | 2015-06-15
정가 22,000원
판매가 19,800원 (10%, 2,200원 할인) | 무이자 할부
양장본 | 480쪽 | 150*225mm | 930g | ISBN : 978895733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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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정재승 추천. 정승구 영화감독의 시선에 담은 쿠바의 모습. 기존에 주로 소개된 쿠바 관련 여행서나 사진집과 달리 이 책에는 쿠바의 역사와 정치, 경제를 비롯해 종교와 문화 등 인류학적 접근이 돋보이며 소설가 김탁환의 추천사처럼 ‘한낮의 달뜬 소동극이자 한밤의 전아한 에세이’의 문학성이 곁들여진 인문서로서도 주목할 만하다.
체 게바라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의외로 사실의 일부이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들을 찾아내고, 피델 카스트로의 리더십을 정치사회학적으로 새롭게 조명하며, 쿠바의 건축물을 통해 행복의 의미와 미학을 탐색하고 쿠바 문화의 속살과 다양성을 위트 있게 드러낸다. 쿠바에 대한 인문적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는 참신함이 돋보이는 대목들이다.
1 레솔베르 9
2 빠라이소 45
3 행복이라는 체인지업 105
4 체 175
5 개 같은 날의 오후 231
6 노인과 바다 269
7 아메리칸드림 349
8 작은 신의 아이들 387
9 파란 바람 429
10 아바나에 내리는 눈 453
P.223~224 : 체의 사상? 그것이 도대체 뭐니? 훌리아가 생각에 빠졌다
마그다의 집 옆 건물에는 훌리아라는 일곱 살짜리 아가씨가 살고 있다. 훌리아와 나는 아침에 마주칠 때마다 서로 인사하며 친해진 사이였다. 초등학교 2학년인 훌리아는 영어를 못해서 하비에나 마그다가 우리의 대화를 통역해주곤 했다. 아바나에서 동부로 출발하던 날 하비에와 내가 차에 짐을 싣고 있는데 줄넘기 연습을 하던 훌리아가 달려와서 섭섭한 표정으로 내게 한국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나는 산타클라라를 들러 산티아고까지 일주일 정도 여행을 하고 돌아올 거라고 얘기해줬다. 훌리아는 자기도 언젠가 어른이 되면 체 게바라의 기념비에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아저씨는 체 게바라에 대해 아세요?”
“아니, 잘 몰라. 음…… 네가 좀 가르쳐줄래?”
친절한 훌리아는 줄넘기를 접으며 내게 체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체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어요. 피델과 함께 쿠바를 해방시켰고요. 그리고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죠.”
“우~와, 정말? 대단한데!”
그녀가 뿌듯한 듯 미소를 머금었다.
“체가 외국에 갔다고 했는데…… 어느 나라에 갔니?”
추가 질문에도 훌리아는 두 눈을 반짝이며 막힘없이 대답했다.
“체는 볼리비아에서 싸우다 죽었어요.”
“저런…….”
“하지만 슬퍼하지 않아도 돼요. 체의 사상은 영원히 죽지 않으니까요.”
“그래? 아니 어떻게?”
훌리아는 자신의 가슴과 머리에 왼손을 차례로 대며 말했다.
“체의 사상은 우리의 마음과 머리에 살아 있으니까요.”
학교에서 아침마다 배운 이야기와 숙달된 동작이었지만 자부심을 갖고 이방인에게 체 게바라에 대해 가르쳐주는 훌리아의 표정은 내 마음 어딘가를 흔들었다.
“그렇구나. 근데…… 체의 사상? 그게 도대체 뭐니?”
훌리아가 생각에 빠졌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하비에가 애써 웃음을 참으며 눈짓으로 짓궂은 나를 나무랐다. 머뭇거리던 훌리아가 정답이 생각난 듯 활짝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P.64 : 시가를 피지 않고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듣지 않는 쿠바의 젊은이들
쿠바의 젊은이들은 내가 쿠바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내가 만난 젊은이들은 그 누구도 시가를 피우지 않았고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듣지 않았다. 간혹 살사를 즐겨 추는 친구들은 몇몇 봤지만 관광 책자에 나온 전형적인 쿠바인은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그 누구도 마르크스는 고사하고 공산주의에도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젊은 친구들이 쓰는 은어 중 ‘공산주의’라는 형용사는 ‘구리다’ 또는 ‘안 좋다’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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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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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쿠바, 혁명보다 뜨겁고 천국보다 낯선>,<영원한 아이>,<펜트하우스 코끼리> … 총 12종 (모두보기)
소개 : 영화감독, 작가. 서울에서 태어나 세계 8개 도시에서 살았다. 90여 개국을 여행했다.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하버드 대학에서 정책학을 공부했다. 장편과학소설 『영원한 아이』를 썼다.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의 각본을 쓰고 연출하고 제작했다. 영화 다음으로 쿠바를 좋아한다. 《중앙선데이》와 《시사인》에 쿠바의 문화, 역사와 정치에 대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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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고 다투고 삼키고 어루만져 완성한 ‘진짜’ 쿠바!
정승구 감독은 시종일관 파고들어 섬의 신비로운 심장을 끄집어낸다.
쿠바다움이란 무엇인가에 집중한, 한낮의 달뜬 소동극이자 한밤의 전아한 에세이!
그 풍성한 '다름'을 진하게 맛볼 때다. -김탁환(소설가)
영화감독 정승구는 매의 눈을 가졌다. 그는 쿠바에 다녀온 후, 여느 여행자가 발견하지 못한 쿠바의 깊은 매력에 빠졌다. 이 책은 그가 발견한 쿠바의 매력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일종의 연서다.
이 책의 미덕은 독자들에게 쿠바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들 뿐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 오늘의 대한민국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는 데 있다.
쿠바에 대한 무지와 오해로 가득 찬 우리의 인식 지평을 넓혀줄 책이다.
-정재승(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쿠바가 열렸다! 미국과 쿠바, 53년 만에 역사적인 화해 결정!
정승구 영화감독의 시선에 담은 제국과 화해 직전 쿠바의 마지막 모습
미국이 쿠바에 대한 53년만의 봉쇄를 풀고 수교를 결정했다. 쿠바와 한국의 외교관계 수립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 성공한 혁명으로 알려진 나라, 자유로운 음악과 살사의 낭만, 시가와 야구로 유명한 나라… 그러나 이처럼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로 박제화 된 쿠바의 이미지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떠한 형태의 취재 활동도 쿠바에서는 취재 비자 없이는 불법이고 취재 비자를 발급 받으면 쿠바 공무원의 관리 하에 여행과 취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4년 가을, 저자는 취재 비자를 받지 않고 쿠바에서 아는 인맥을 통해 사람들을 만날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떠났다. 이렇게 해서 현지인들과 좌충우돌 부대끼며 그동안 언론과 책에 소개되지 않은 쿠바 사회의 이모저모를 체험했다. 미국과 쿠바가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한국 제품의 수입을 원하는 쿠바와 시장 확대를 바라는 한국의 수교가 시간문제인 시점에서 출간된 이 책은 쿠바에 관한 가장 최근의 정보와 분위기를 담은 책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쿠바의 다양한 색깔을 예리한 프레임으로 포착, ‘크리에이티브 논픽션’ 장르를 선보여
정승구 감독은 영화인이자 스토리텔러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직업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지구 여러 곳을 떠돌며 성장했다. 스위스에서 사춘기를 보내며 영화와 사랑에 빠졌고, 소설과 시나리오를 썼으며, 미국 동부의 기숙고교를 다니며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매료됐다.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정책학을 공부하고 현재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과 감수성은 현지 쿠바인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쿠바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밀착 탐사뿐 아니라 쿠바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한국 사회를 예리하게 통찰하는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의 장르를 펼쳐 보인다.
가령 저자의 쿠바 여행에 동행하는 친구이자 현지 가이드인 하비에, 쿠바 젊은이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페페와 그의 여자 친구 다리아나가 주요 인물로 등장해 한편의 로드무비를 방불케 한다. 이들과 주고받는 대화를 비롯해 곳곳에서 저자가 겪는 사건들은 한편의 소설과 영화처럼, 때로는 다큐멘터리처럼 뒤섞여 전개된다. 이러한 크리에이티브 논픽션의 기법을 차용한 서술방식은 쿠바를 입체적으로 드러내주며 깊이와 정서를 더해준다.
한편 쿠바인들의 일상과 쿠바의 건물 등을 과감한 클로즈업과 롱샷으로 찍은 사진들은 영화감독 특유의 예리한 감각을 보여주며 책의 내용을 한층 더 실감나게 전달해준다.
쿠바의 민낯과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쿠바에 관한 국내 저자의 첫 인문서
기존에 주로 소개된 쿠바 관련 여행서나 사진집과 달리 이 책에는 쿠바의 역사와 정치, 경제를 비롯해 종교와 문화 등 인류학적 접근이 돋보이며 소설가 김탁환의 추천사처럼 ‘한낮의 달뜬 소동극이자 한밤의 전아한 에세이’의 문학성이 곁들여진 인문서로서도 주목할 만하다.
체 게바라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의외로 사실의 일부이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들을 찾아내고, 피델 카스트로의 리더십을 정치사회학적으로 새롭게 조명하며, 쿠바의 건축물을 통해 행복의 의미와 미학을 탐색하고 쿠바 문화의 속살과 다양성을 위트 있게 드러낸다. 쿠바에 대한 인문적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는 참신함이 돋보이는 대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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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다. 쿠바!
무독서 ㅣ 2017-01-10 l 공감(1) ㅣ 댓글(0)
죽기전에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쿠바!
헤밍웨이가 걸었던 길을 걷고 다이키리에 흠뻑 취하고 싶다.
단순한 기행문이기 보다 밀도 있는 내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라스티 ㅣ 2016-05-24 l 공감(2) ㅣ 댓글(0)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도 직장과 가정에 매인 몸이라 꿈도 꿀 수 없는 저에게 친구가 이 책을 보내줬습니다.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음악을 틀어놓고 맥주를 마시며 읽다보니 컬러와 인간미가 넘치는 쿠바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한 묘사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강추합니다!!
미미냥 ㅣ 2016-05-21 l 공감(3) ㅣ 댓글(0)
읽는 동안 머릿속으로만 꿈꾸고 있던 쿠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내 삶에 한발짝 다가온 듯해서 꿈틀거렸다. 꼭 가보고 싶다. 꿈꾸면 이루어지리라...꼭!!
munsun09 ㅣ 2015-12-17 l 공감(4) ㅣ 댓글(0)
조금씩 알아가는 쿠바
hjdo301 ㅣ 2015-09-28 l 공감(0) ㅣ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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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12편
내가 찾던 여행책 longforme ㅣ 2017-11-27 ㅣ 공감(1) ㅣ 댓글 (0)
시간이 많으면 책을 많이 읽을 줄 알았지만, 기약없이 주어진 많은 시간동안 복잡한 마음을 안고서 난 단 한권의 책도 곱씹으며 읽기가 힘이 들었다.
그러던 중 도서관을 어슬렁 거리다 정승구라는 글쓴이가 누군지도 모르고 단순히 시가, 재즈, 살사가 있는 쿠바라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으로 집어든 책이었다. 두꺼운 책 두깨가 무색하게 나는 이책을 열자마자 복잡한 마음을 잠시 비워두고 몇일 동안 쿠바라는 나라에 훌쩍 떠나있는 듯한 기분으로 즐겁게 몰입할 수 있었다.
기존의 여행책은 그 나라의 역사, 문화에 대한 설명 없이 최신의 hot한 볼거리 먹거리 나열위주인 반면, 이 책은 작가의 눈으로 보고 함께 호홉하며 쿠바의 풍경을 보고 길을 걷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게만드는 진짜... 여행책이다.
또한, 작가의 쿠바에 대한 애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쿠바의 정치,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들도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깊이로 적절한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어 작가의 생각과 호홉을 따라갈 수 있도록 이해시켜주는 세심함이 느껴진다.
이런 능력은 아마 영화감독이라는 작가의 직업적인 장점이 책속에 녹아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읽지만 눈으로 보는듯한 여행책...
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보고 싶었던 여행자들에게 추천한다.
[마이리뷰] 쿠바, 혁명보다 뜨겁고 천국보다 낯선 ㄴㅅㅈ ㅣ 2016-12-20 ㅣ 공감(2) ㅣ 댓글 (0)
정승구 감독의 쿠바 여행기이자 쿠바 혁명 개론서. 피델과 카스트로, 가난하지만 행복한 국가에 대한 그의 기분 좋은 편파 해석.
글, 사진, 시선 그리고 쿠바까지. 모자람이 없다. 부러운 사람. 근데 만든 영화가 펜트하우스 코끼리?
나에게 있어 쿠바에 대한 관심은 99% 체 게바라 때문에 생긴 것이다. 거기에, 바로 위에 두고 가지 못하는 공산국가에 대한 호기심. 지독히 가난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쿠바 사람들은 어떻게 행복하게 사는지 궁금했다. 멸종한 것으로 알았는데 그 나라엔 아직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체 게바라에 대해서는 관심있게 알아보았었지만 피델에 대해선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정승구 작가는 피델을 미래의 인간이라며 치세웠지만 사실 나는 피델을 체 게바라가 만들어 놓은 혁명국가 쿠바를 혼자 독식해 장기집권에 빠진, 여타 다른 식민지 국가에서 흔히 보이는, 적당한 시기에 드라마틱하게 죽지 못해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다 까먹고 추한 모습을 보이는 독재자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닌가 보다. 그게 다가 아닌가보다. 피델에 대해서도 알아봐야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글과 내용 사진이 알맞게 차들어있는 느낌이다.
에덴의 동산이나 지상 낙원 따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땅 위에 각자의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시간, 그 것을 경험하는 나의 시간들만 있을 뿐이지. 땅이 중요한게 아니다. 그 공간을 채우는 모든 것의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러운 조화, 그 안에 내가 어느 정도 조화되어보고 오는가가 중요할 것 같다. 그 장소에 있다고 해서 그 흐름에 들어갈 수 없고 그곳에 없다고 해서 그 흐름에 들어 앉을 수 없는 건 아닐거다. 그러나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보고 싶다. 가능하지 않겠지만 가능한 정도라도.
밑줄, 생각
57쪽
마그다를 포함한 다수의 쿠바인들은 과세 제도를 체험한 지가 10년이 채 안 됐고, 국가에서 교육과 의료를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나라에서 평생 살아온 그들로서는 왜 인류 역사상 가장 부자 나라인 미국이 자국민들의 보건과 복지를 책임져주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개개인이 자신의 노후를 걱정해야 하면 불안해서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겠느냐며 마그다는 염려했다.
: 정신질환에 걸린 거 같다. 나도 우리 사회도. 돈 때문에 인생의 행복을 포기하고 평생을 경쟁하고 잠을 못자고 가정이 파괴되고. 이게 정신질환에 걸린 게 아니라면 뭐가 정신질환일까.
57쪽
˝모든 미국인들이 부자는 아닐 거 아냐? 그러면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돈이야?˝
58쪽
˝자유는 공짜가 아니에요. 자본주의에서는 공짜가 없어요.˝
: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돌아가는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정말 자유로울까. 그중에 몇이나 자유로울까. 나는 살면서 어떤 자유를 행사하며 살고 있나. 거주 이동의 자유는 집값 비싼 서울에서 살지 않을 자유를 말하고 직업 선택의 자유는 양질의 직업을 선택하지 않을 자유를 뜻하고 정치적 자유는 언론이 만들어놓는 프레임을 믿을 자유를 의미하는 거 같은데.
73쪽
˝쿠바에서는 예술적 자유에 제한이 많죠. 그렇지만 자본주의에서도 검열이 있잖아요? 시장에서 팔릴지 고민해야 하는 작가들의 무의식적인 자체 검열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 헐. 예술 뿐만이 아니라 사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창작활동이 수익성을 목표로 하는 것 역시 검열이라고 생각하지를 못했다. 그렇다. 이것 역시 검열이다. 아무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수익성에 배반하는 생각은 공산주의 국가의 폭압보다 더 무서운 폭력, 가난이라는 죄를 지워버린다.
81쪽
쿠바 정부가 자랑하는 평등주의 정책의 성과는 모두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쿠바의 평등주의는 너무나 ‘평등‘해서 남자, 여자, 의사, 과학자, 법조인, 야구선수, 미용사, 무용수, 너나 할 것 없이 수입에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수입이 월등히 높다. 외국어를 여럿 하는 전문 가이드가 아니라도, 호텔에서 일하며 매일 팁을 챙기는 벨보이들도 의사나 과학자들보다 많이 번다. 그러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서 매춘은 쿠바인들에게 유혹적일 수밖에 없다.
85쪽
자살을 엄청난 뉴스로 여기는 쿠바인들은 내게 종종 묻곤 했다. 왜 경제적으로 유복한 한국에서 자살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 우리 나라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왜 그 많이 사람들이 사회에 떠밀려 한강으로 빠지게 될까. 한강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 뿐만이 아니라 그 어두운 그림자도 모두 담고 흐른다. 이 사회의 이면을 한강이 다 담아내어 흘러내려간다. 한강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이 사회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 더이상 그 강물에 목숨을 내맡기지 않는 세상이 될까.
86쪽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네트워크와 달리 사람과 사람이 직접 엮인 촘촘한 공동체는 쿠바 사회를 받쳐주는 든든한 기반이다.
: 인터넷으로 세상의 모든 사람이 연결된다 해도 현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하고 웃고 울고 다투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혐오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관계가 필요하다. 그런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고립된 사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 페이스북이 구름 위에 플랫폼을 세운 것처럼 나는 이 땅 위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사람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88쪽
일반적인 한국 드라마는 여자들이 신분 상승을 위해 부자 남자들에게 기생하는 이야기라서 정서적으로 불편하다고 했다.
90쪽
쿠바가 자랑하는 평등주의는 동성애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 그동안의 진보가 계급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성으로 그 초점이 옮겨가는 것 같다.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계급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그 문제가 심화되고 있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성 문제에서 진보를 이루어내면 더 많은 사람들과 연대하여 더 큰 목소리를 내어 반쪽짜리 진보가 아닌 온전한 하나의 진보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같이 갈 생각부터 해야 한다.
2008년 라울 카스트로가 집권하면서부터 LGBT들의 권익은 향상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은 LGBT인권운동가이자 쿠바 정부의 실세인 라울의 딸 마리엘라 카스트로이다.
: 우리나라의 비선실세는 최순실인데 쿠바는 LGBT인권운동가란다. 슬프다 정말.
95쪽
여행이란 관습과 습관에 길들여진 나를 자극하고 변화시키기 위한 도전이다. 변화란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이다. 그러나 낯설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불편하고 쉽지 않다. 누구나 새로움을 갈망하지만 낡고 친근한 것들을 버리지 못해 집착한다. 그래서 자유롭지 못하다.
108쪽
쿠바인들은 행복하다.
: 인간이 고통 속에서 순간적인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게 가능했단 말인가.
116쪽
까사 데 벨라즈케즈 같은 대저택이 아닌 일반인들이 살던 평범한 집들을 보고 싶다면 중남부 해안에 위치한 트리니다드에 가야 한다. 트리니다드에서 플라자 마요르라는 광장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작은 마을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들이 가장 잘 보존된 지역 중 하나이다. 그래서 1988년에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122쪽
아메리카의 자원을 모국으로 보내는 거점이자 카리브 해의 전략적 요충지였던 쿠바는 스페인 제국에서 매우 중요한 식민지였다.
123쪽
17세기의 아바나는 스페인 제국의 신대륙 수도 역할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중남미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금과 은이 모두 아바나를 통해 스페인으로 갔고, 쿠바에서는 자체적으로 담배와 커피를 본토로 수출했다.
쿠바에서는 18세기에서 19세기까지 ‘백금‘으로 불렸던 설탕을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생산해냈다.
128쪽
18세기 아메리카에서 무역의 중심지였던 아바나는 미국의 보스턴이나 뉴욕보다 훨씬 부유했고, 리마와 멕시코시티에 이어 신대륙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였다. 18세기부터는 또 다른 스페인 식민지 필리핀을 통해 청나라의 물품들까지 쿠바로 들어와 문화의 다양성에 크게 기여했다.
130쪽
바로크는 원래 ‘변형된 모양의 진주‘라는 뜻이지만 ‘기괴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바로크 건축은 원래 종교개혁에 대항하는 가톨릭의 반종교개혁과 함께 태어났다.
131쪽
쿠바의 소설가 까르펜티에는 이 성당(산 크리스토발 성당)을 ‘음악이 석재로 변한 것‘이라고 묘사했다.
133쪽
영국은 아바나를 장악하자마자 곧바로 자신들의 식민지인 북미와의 무역을 활성화시켰다. 영국은 스페인 지배하에 존재했던 독과점과 불필요한 무역 장벽들을 제거했고, 아바나를 일종의 ‘자유무역 지대‘로 탈바꿈시켰다.
135쪽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의 여파로 국왕 페르난도 7세가 쫓겨나면서 스페인은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 틈을 타서 쿠바의 설탕 귀족들 일부는 독립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쿠바 기득권층은 스페인과의 분리를 반대했다. 그들은 스페인의 제도적인 후원과 정치 지배 아래서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노예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쿠바를 탐내는 미국 대통령 제퍼슨과 미국과의 병합을 비밀리에 추진하기도 했다.
: 미국의 파운딩파더가 이토 히로부미나 다름 없었던 것인가. 쿠바나 어디에나 을사오적들은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나보다.
140쪽
1812년부터 노예 봉기가 일어나면서 노예제 폐지를 향한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1868년에 독립주의자 세스페데스가 자신의 노예들을 모두 풀어주면서 쿠바의 독립을 위해 싸우자고 결의했다. 이 선언이 쿠바 독립투쟁의 시발점이었다.
143쪽
미국 정부는 미군함 메인 호를 아바나로 보냈다. 아바나 항구에 정박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어느 저녁, 메인 호에서 원인 모를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배가 침몰하면서 266명의 선원이 사망했다.
: 통킹만인가.
144쪽
미서전쟁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전승국 미국은 쿠바의 독립을 지원한다면서 1902년까지 쿠바를 점령 통치하기로 결정했다.
1902년 이후부터 미국은 아예 플랫 수정법을 만들어서 쿠바의 외교권과 경제적인 실권을 가져갔다. 그래서 많은 역사학자들은 스페인이 나간 1898년과 혁명이 일어난 1959년 사이의 기간을 ‘공화정의 시대‘가 아닌 ‘신식민지 시대‘라고 부른다.
: 미국은 일본이다.
147쪽
잔디밭 한쪽에는 과학 건물이, 그 맞은편에는 성당이 있었다. 지식과 믿음은, 사실과 진실은 그 잔디밭을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아니 평행을 이루고 있었다.
148쪽
˝미국은 남미를 입맛에 맞게 활용하기 위해 남미의 지도층을 매수하고, 그 남미의 지도층은 민중을 부리기 위해 하느님을 입맛에 맞게 활용한다고.˝
˝쿠바가 훌륭한 나라죠. 쿠바는 미국도 하느님도 쿠바 입맛에 맞게 부려먹잖아요.˝
148쪽
모던 건축을 간단하게 정의한다면 기능과 목적에 충실한 단순한 건축 형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50쪽
시각적으로 멋져 보이는 많은 모던 건축물들은 우리에게 말을 걸기보다는 혼자서 외친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다.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그 외침은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가르침에 가깝다. 그런 건물들은 우리에게서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키지 못한다. 세상에, 삶에, 인간에 대한 대화를 시도하는 건축만이 우리의 느낌과 생각을 자극한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기능이 아닌 예술이기 때문이다.
154쪽
˝우리는 건물을 만들지만 그 건물들은 결국 우리를 만든다.˝ 처칠이 자주 쓰던 표현이다.
일상적인 건축 환경이 거주자의 사고와 판단에 암묵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은 수없이 많다.
162쪽
˝넌 호기심과 상상력이 있잖아. 타인에게 관심과 배려를 갖고 다른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서 좋아. 그게 교양이야. 죽은 유명인들의 이론이나 예술 작품 따위를 외운다고 교양이 생기는 게 아니지. 대학에서 아무리 책을 읽고 학위를 받아도, 생각이 바뀌지 않고 삶이 바뀌지 않는 한심한 것들은 영혼 없는 좀비들과 다르지 않아.˝
˝아무런 감동도 받지 못하면서 낯선 배경 앞에서 셀카나 찍어대고, 먹고 마시고 쇼핑만 하는 인간들에게는 의미 있는 변화나 성장을 바라기 어렵지.˝
˝교양 없는 사람들은 매력도 없고 지루해. 호기심이 없으니 의문도 질문도 당연히 없고, 삶에 대한 그 어떤 흥분도 없어. 그런 사람들은 돈이나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그들의 이야기는 늘 재미가 없지. 하지만 호기심이 없는 것들은 상상력도 없어서 자기들이 지루하다는 사실도 몰라.˝
˝교식한 사람들도 교양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음....교양이 있고 없고를 측정하는 적합한 시험은 유머감각이야. 교양 없는 것들은 유머가 단조롭고 질이 떠어져.˝
˝내가 아는 대부분의 교양 없는 인간들은 다 자기들이 균형 감각이 있다고 믿어. 근데 균형이라는 것도 무엇과 무엇 사이에서 잡는지가 중요하고, 또 그보다 그 사이의 거리가 훨씬 더 중요해. 그 균형을 잡는 길이 또는 넒이가 결국 지식과 상상력의 폭이니까.˝
165쪽
쿠바인들이 행복한 것은 일상에서 행복을 포착해내는 기술을 오래전부터 연마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사진을 찍어서 순간을 간직하듯이 그들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자유자재로 찾아내서 느낄 줄 알았다.
166쪽
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의미 있는 가치다.
168쪽
붏ㅇ한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특징은 행복은 과거에만 존재한다고 믿는 증세다. 현재의 일상에서 징징거리며 감사할줄 모르는 태도를 보이는 그들은 기본적으로 ‘행복의 기술‘이 없다.
203쪽
체가 그린 ‘신인간‘이란 이타적이고 협조적이며, 인간을 차별하지 않고, 부패하지 않고, 반물질주의적이고, 반제국주의적이고, 물질적인 이익이 아닌 도덕적 동기에 의해 행동하는 의식 있는 인간이다.
213쪽
체 게바라를 잡기 위해 투입된 특수부대원들을 이끄는 CIA 요원은 몇 년 전 어린 나이에 피그스 만 침공에 참여했던 쿠바계 미국인 펠릭스 로드리게즈였다. 로드리게즈 일행은 1967년 10월 7일 현지 정보원들이 파악한 위치에서 치열한 교전 끝에 체 게바라를 생포하게 된다.
216쪽
체 게바라를 사살한 볼리비아인은 테란이라는 서른한 살의 주정뱅이 군인이었다. 그는 자신의 친구들이 체의 게릴라들에 의해 죽었다며 복수에 혈안이 돼 있었다.
220쪽
상상력으로 시작된 변화는 희생으로 영원해졌다.
: 제국주의 미국의 혈맹 국가인 대한민국에 사는 한 20대 남자도 체 게바라를 공부하고 있으니 영원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224족
˝체의 사상? 그게 도대체 뭐니?˝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234쪽
˝체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분법으로 나누고 단순화시켰어요. 그것도 아주 마초적으로요. 미국은 제국주의라서 무조건 싸워야 한다고 강요했어요. 하지만 싸우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요. 조국이 아니면 죽음을? 왜 둘 중 하나여야 하죠? 미국으로 이민 갈 수도 있어요. 그것도 자유잖아요.˝
˝체 게바라가 종교인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탄압과 학대를 주도한 건 아시죠? 체 때문에 혁명정부는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사회의 질병으로 간주하며 잡아 가뒀다고요. 그런 폭력적인 전체주의가 과연 ‘신인간‘들이 사는 해방된 사회일까요?˝
˝그거 아세요? 1960년대에는 한동안 쿠바에서 영어로 된 음악을 듣는 게 불법이었어요. 그래서 비틀즈를 숨어서 들어야 했대요.˝
249쪽
하비에는 쿠바인들이 불평불만을 더 이상 공개적으로 표출하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바뀌는 게 없을 거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250쪽
인생의 많은 부분은 우리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무작위적인 운에 따라 정해진다. 언제 어디서 어떤 환경과 부모에 의해 어떤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지가 인생의 상당 부분을 결정한다. 하지만 의외로 이런 사실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자신이 나름대로 성취한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진 이들 중에는 오만한 인간들이 꽤 있다.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신이고, 인생의 성패를 개인의 노력과 책임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상상력만 모자란 게 아니라, 과학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병자들 같다. 그들은 약자에 대한 배려도, 삶에 대한 감사도 없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며, ‘정치적 올바름‘으로 듣고 외운 것들이 있어서 말로는 다르게 얘기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자신의 성공과 기쁨은 자신이 이룬 것이고, 타인의 실패와 아픔은 타인의 책임이기 떄문에 본인 외에는 그 누군가에게 깊이 감사하거나 또 원망할 이유가 없다고 굳게 믿는다. 이런 정신상태는 자본주의사회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내가 만난 쿠바의 기득권층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252쪽
행운을 믿지 않거나 숨기려는 자들에게도 행운은 계속 함께해줄까? 나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을 접할 때마다 늘 그게 궁금했다.
288쪽
˝피델 카스트로는 공산주의자입니까?˝
미국 기자들이 피델을 만나고 나온 흐루시초프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피델이 공산주의자인지는 모르겟지만, 확실한 건 내가 피델주의자fidelist라는 겁니다!˝
291쪽
역사적으로 패망하는 지배 집단의 특징은 도덕적 타락과 무능함이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한심한 상태였으면, 국가권력과 체제가 고작 열 몇 명의 청년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간단 말인가?
295쪽
자기 자신을 변호한 피델은 그 유명한 ˝역사가 나를 용서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며 감옥으로 끌려갔다. 그 와중에도 그는 법정에 취재하러 온 로하스라는 여기자에게 자신의 최후 변론을 제대로 받아 적었는지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296쪽
몬카다 병영 습격에 가담했던 M-26-7 대원들 중 가장 잔인한 고문을 경험한 이들은 아이데 산타마리아와 아벨 산타마리아 남매다. 아바나에서 대학 시절부터 피델과 운동을 함께해온 그들은 정부군에 잡혔을 당시 묵비권을 행사하며 취조에 협조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데가 홀로 잡혀 있는 취조실에 경찰이 안구를 하나 들고 왔다. 경찰은 남동생 아벨이 나머지 눈이라도 간직하게 하려면 누이가 협조하라고 협박했다. 그러자 아이데는 단호하게 말했다. ˝눈을 파낸 내 동생도 말을 안 했는데 내가 말을 하겠나?˝ 결국 아벨은 두 눈을 모두 잃고 감옥에서 사망했다. 오늘날 산타클라라에는 아벨 산타마리아의 이름을 딴 공항이 있다.
: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위대해질 수가 있는 거지. 나는 아마 끌려가는 그 순간부터 다 불었을 거다. 눈은 고사하고 목소리만 조금 높혀도 다 불었을거다.
296쪽
훗날 피델은 감옥이 최고의 학교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감옥에서 하루에 열네 시간씩 독서와 집필을 했고
: 역사를 둘러보면 정말 감옥에서 성장해 나오는 위인들이 많은 것 같다.
305쪽
1957년 <뉴욕타임스>의 보도 이후 미국의 방송사 CBS도 게릴라 캠프로 찾아왔다.
: 아니 언론사는 게릴라들을 이렇게 잘 찾아냈는데 한 나라의 정부군과 미국의 FBI는 왜 못찾았을까.
306쪽
‘지금의 투쟁이 끝나면 나는 더 큰 투쟁을 맞이할 거요. 그 투쟁은 미국과의 싸움이 될 것이고, 그것이 운명이요.‘
: 이미 거대한 적과 겨우고 있는데, 그 뒤에 미국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계속 싸울 수 있다니. 역사 속의 영웅들은 시대가 부여하는 역할을 받아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무거운 역할을 받아낼 수 있는 그릇은 아무나 가지고 있지 않은가보다. 그 무게에 무너지는 사람과 그 무게를 받아내어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사람. 나는 내 삶 하나의 무게도 버거워하는데 역사의 무게라니.
312쪽
피델은 웃으면서 수행원들에게 이런 농담을 던졌다.
˝내가 사냥을 하다가 실수로 흐루시초프를 쏘면 어떻게 될까?˝
315쪽
피델은 ‘천만 톤 설탕 생산‘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세우고 모든 자원을 동원했다.
1970년 5월 피델은 설탕 천만 톤 생산 사업의 종료와 실패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 중국이나 북한이나 쿠바나, 사회주의국가에서 국가 주도하에 실시되었던 전 국가적인 사업은 결국 다 그렇게 망하고 마는구나.
미국은 소련의 앞잡이가 되는 것이 쿠바혁명의 종착역이냐면서 쿠바와 피델을 비웃었다. 피델은 미국의 이런 비판에 대해 ˝배를 침목시킨 자들이 구명보트를 얻어 탄 자를 욕하는 격˝이라고 했따.
316쪽
˝내가 입는 유일한 조끼는 ‘도덕의 조끼‘요.˝
: 와우.
319쪽
인민을 감시하고 사찰하는 사복 경찰이 쿠바 전역에 깔려 있고, 친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또 반혁명 세력을 색출해 폭력을 가하는 민간 청년단도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다.
323쪽
정작 피델은 사회주의의 모태인 소련이 망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의 지인들은 모두 그때 피델이 늙었다고 했다.
324쪽
능력이 권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은 권위주의에 의존하지만, 진정한 지도자는 권위와 권위주의를 분리할 줄 아는 법이다.
: 권위주의로 일관하는 자들의 능력과 도덕은 의심해봐야 한다. 권위주의의 장막 뒤에 숨어 본인의 무능력과 부도덕함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333쪽
쿠바의 교육은 불필요한 경쟁보다는 건설적인 협력을, 타인을 다스리는 방법보다는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와 공존하는 세상을 추구한다.
: 학교에서 리더십을 가르치려는 열정만큼이나 명상과 독서에 대해 가르쳐야 하지 않겠나. 학교에서 리더십을 가르치다니. 리더십을 가르치다니! 학교에서!!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효과도 없는 걸 가르치다니!
아침마다 학교에서 체 게바라처럼 되겠다고 맹세한 아이들은 커서 의사가 되어 죽음을 무릅쓰고 에볼라 퇴치를 위해 아프리카로 주저 없이 떠난다. 이들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생명이나 건강과는 별 상관 없는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의사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인간들이다.
자신의 이익이 아닌 더 큰 목적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은 분명 고귀한 존재들임에 틀립없다.
경제적으로 기적을 이룬 나라는 기쁨을 잃었지만, 경제적으로 불편한 쿠바가 불행하지 않은 이유는 어쩌면 쿠바인들이 아닌 우리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336쪽
모든 악의 근원은 무지에서 온다고 믿은 피델은 인민들에게 늘 강조했다. 의식주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관이고, 가치관은 자식과 문화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336쪽
혁명정부 초기에 시행한 토지개혁의 첫 대상은 다름 아닌 피델의 부모가 소유한 농장이었다. 총명한 아들이 변호사가 됐을 때 집안의 부를 지켜주고 불려줄 것이라고 자랑했던 피델의 부모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355쪽
˝피델이 우리에게 변기물을 내렸다.˝
그 당시 마이애미 시장이 한 말이다.
377쪽
˝하지만 나도 언젠가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냥 사는 곳에 만족하고, 정착하고 싶은 그런 마음을 갖고 싶어요˝
: 그런 날이 오면, 그건 정착하고 싶은 곳을 찾아서일까 아니면 결국 어디로가나 똑같다는 포기에 따른 것일까.
405쪽
내일을 앞으로 당기는 방법은 돈이다.
431쪽
˝이유가 있는 삶은 그 어떤 과정도 견딜 수 있다.˝
니체가 한 말이다. 아마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하는지도 모른다. 의미가 없는 우연한 인생보다 더 비극적인 삶은 없을지도 모르니까.
: 그래서 내 삶은 안락한데도 힙겹나보다
438쪽
소방 당국은 왜 최초로 신고한 학생에게 탈출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나? 해경은 왜 선장과 선원들을 구하면서 배 안에서 창문을 두드리며 애원하는 어린 학생들을 외면했나? 경제 부국인 한국 해군의 첨단 장비와 배는 그날 무엇을 했나? 왜 첫날 아무런 구조 작전이 이뤄지지 않았나? 이 엄청난 비극에 대해 한국 정부에서는 누가 어떤 책임을 졌나? 관리 감독을 하는 관련 공무원들이 어떻게 해당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먹나? 한국의 정경 유착과 부정부패는 어디까지 올라가는가? 왜 그날 한국 정부는 304명을 구조하지 않았나? 도대체 왜 한국 정부는 국민들을 버렸나?
440쪽
김 선생과 하비에는 눈물을 글썽였따. 순간 나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 맞다. 이런 게 사람이지. 타인의 슬픔을 공감할 줄 아는 게 인간이지. 비록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비극이라 할지라도....
445쪽
왜 쿠바에도 답이 없는 거죠? 쿠바는 진정 빠라이소인가요? 낙원은 존재하나요? 자유란 무엇인가요? 왜 세상의 수많은 약속들과 꿈들은 지켜지지도 이뤄지지도 않는 건가요?
왜 따뜻한 사람들보다 친절한 사람들이 성공하고, 왜 가식은 늘 지식을 지배하나요?
왜 부와 빈은 상속되나요? 왜 나쁜 놈들이 더 잘사는 건가요? 왜 교육을 받은 멀쩡한 인간들이 자발적으로 영혼을 팔고 노예를 자처하나요? 왜 우리는 필요 없는 것들을 원하고, 그것을 사기 위해 뼈빠지게 일해야 하나요?
예술이란 무엇인가요? 왜 시장은 예술가보다 사기꾼을 선호하나요? 영감은 노인인가요, 아니면 바다인가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왜 ‘내모‘라는 단어는 없고 ‘외모‘라는 단어만 있는 건가요? 못생기고 돈도 없고 공부도 못하면 살지 말아야 하는 건가요?
메카니코처럼 열과 성을 다해 창의력을 발휘하면 의미도 행복도 만들어지는 건가요? 왜 사람들은 행복을 갈망하면서 권력과 돈에 집착하나요? 왜 아무도 진지하게 고민하며 행복을 추구하지 않나요?
하느님은 하나님인가요? 신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계시나요?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나요?
왜 한국 정부는 그날 304명을 구출하지 않았나요? 왜 슬픔은 세상 어느 곳에서나 반짝이나요? 왜.....?
답을 좀 알려주세요.
466쪽
서울 시간의 기본값이 ‘빠르게‘라면 트리니다드의 시간은 ‘어쩔 수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471쪽
미국의 손길이 닿기 전, 자본주의의 떄가 묻기 전, 그런 풋풋한 쿠바의 마지막 모습을 포착하고 온 나로서는 왠지 쿠바인들을 떠올리면 호모사피엔스들에 의해 멸종된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들‘ 같다는 우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변해가는 쿠바의 끝자락이라도 보고 싶다. 나도 그 사라져가는 거대한 사회의 조각이라도 보고 싶다.
쿠바, 혁명보다 뜨겁고 천국보다 낯선 깐도리 ㅣ 2016-05-10 ㅣ 공감(5) ㅣ 댓글 (0)
여행을 떠남으로서 우리는 그곳의 경치도 느끼고 그곳의 아름다움도 느끼게 된다..여행 속에서 인연을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여행을 통해서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느낄 수가 있다...책은 바로 1000만 인구 섬나라 쿠바의 여행 이야기가 담겨져 있으며 쿠바 여행을 통해 자신을 이해할 수가 있게된다..
우리에게 있어서 쿠바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혁명가 체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이며 사회주의 국가 쿠바이다...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야구 결승에서 쿠바와의 마지막 경기였다..이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않은 나라이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이야기의 배경이 쿠바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혁명가 체게바라...체게바라가 있기전 쿠바는 미국의 통제 속에서 독재자 바티스타 정부가 있었다...바티스타 정부는 미국의 지지 속에서 부패와 쿠바 국민들을 착취하였으며 국민들이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게 된다..체게바라와 피델카스트로는 300명의 혁명군을 바티스타 독재 정권을 바꾸었으며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게 된다....정권이 바뀐 후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로 전환한 것은 미국의 자본주의 안에 감추어진 착취들을 쿠바 국민들이 느꼈기 때문이었다..비록 체게바라는 죽었지만 피델 카스트로는 1959년부터 2008년까지 쿠바를 통치하였으며 쿠바 국민들에게 무상 교육과 무상의료,무상복지를 현실화하게 하여 주었다...
비록 쿠바 경제가 제조업이 없어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며 사탕수수 농장과 설탕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쿠바 경제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지금 대한민국이 누리는 생활에 대해서 그들은 크게 부러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통해서 알 수가 있었다...대중교통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쿠바의 교통과 삶..그들은 1950년대 미국에서 들여온 자동차를 고치고 다듬으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어디론가 급하게 가야 할 때는 히치하이킹을 주로 애용하게 된다..
야구...쿠바의국민 스포츠....쿠바의 야구가 140년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그리고 쿠바는 야구 뿐아니라 배구와 다양한 스포츠에서 강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으며 2008년 베이징에서 9회말 정대현의 마지막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행복이란 무엇일까...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해서 행복은 아닌것 같다....국민들의 기본 생활을 정부가 보장해주며 국민들이 모두 건강한 나라 그것이 행복이아닐까...복지 포퓰리즘 이야기 하면서 병원을 없애거나 무상급식 취소를 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우리는 어쩌면 말로만 행복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쿠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쿠바인의 내밀한 삶 응돌 ㅣ 2015-11-29 ㅣ 공감(5) ㅣ 댓글 (0)
이 책을 무슨 책이라고 설명해야 할까
단순한 여행기도 견문기도 아니다. 한편의 소설 같기도 하고 쿠바의 내밀한 속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르뽀 같기도 하다. 또한 쿠바의 어제와 오늘을 말하는 동시에 현재의 한국사회의 본질(세월호 참사)을 묻고 있는 시론(時論)이기도 하다.
저자는 시종 쿠바인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지만 쿠바라는 사회체제를 지상낙원이나 이상적인 나라로 말하진 않는다. 그곳 또한 많은 불합리와 비리가 있는,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지난 9월 <한겨레>에 실린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의 소개글을 통해서인데 정말 책값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저자의 웅숭깊은 눈과 글은 이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쿠바로 달려가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저자가 2015년 이 책 말미를 쓸 무렵 미국과 쿠바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양국의 수교가 발표되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축하의 마음을 전하면서도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때묻지 않은 2014년의 쿠바에 대해 아쉬움과 섭섭함을 내비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돈으로 뒤덮히기 직전 마지막으로 쿠바인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전하는 희귀한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쿠바의 겉모습뿐 아니라 그들의 내밀한 삶과 고난에 찬 역사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사는 쿠바인들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사족 : 아쉬움 하나!
수려하고 수준 높은 사진이 그득하여 쿠바 화보집으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지만 사진에 설명이 전무하다. 저자의 색다른 의도가 있었을지 모르나 저자만큼 쿠바를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수정판을 찍을 때에는 보완이 되길 희망해 본다.
빠라이소 쿠바에서는 말이지 레삭매냐 ㅣ 2015-07-19 ㅣ 공감(12) ㅣ 댓글
디렉토르 정이 빠라이소 쿠바를 찾았다. 그는 미국 유학파 출신 감독으로 경제학과 정책학은 연구한 사람인데, 영화감독이 되었단다. 그리고 작년 세월호 사건을 보고 나서 먹먹한 가슴을 안고 쿠바에 갔다. 쿠바는 그에게 힐링의 장소였을까? 미국과 반세기 넘는 대결을 벌이면서도 혁명의 가치를 고수해온 고집스러운 나라. 하지만, 미국과의 혹독한 엠바고 결과 국민들의 생활은 피폐해질 대로 피혜해졌다. 얼마 전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쿠바와의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드디어 국교정상화를 발표했다. 사회주의 쿠바는 이제 자본주의를 허용하고 세계질서로 편입되는 걸까. 쿠바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디렉토르 정의 이야기를 통해 들을 수가 있었다.
어떤 특정한 인물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사실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적어도 혁명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21세기 오늘의 쿠바를 있게 만든 두 인물에 대해 작가는 상세하게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한 명은 아직도 살아 있는 피델 카스트로이고, 자신이 솔직하게 체빠라고 밝히고 있는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 체 게바라다. 소싯적 남미 전역을 도는 여행(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참조하시라)을 통해 소위 바바나 공화국이라 불리는 신제국주의의 제물이 된 남미 여러 나라의 처참한 현실을 깨닫게 된 체 게바라는 평생의 동지라고 할 수 있는 카스트로를 만나게 되면서 운명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동지가 된 두 사람은 불가능해 보이는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면서 일약 전설이 되었다. 미완의 혁명을 여전히 지도하고 있는 카스트로와 달리 체 게바라는 콩고와 볼리비아를 전전하며 혁명전파를 위해 애쓰다가 젊은 나이에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이 둘의 합작품인 쿠바의 오늘이 작가의 글쓰기 타깃이 되었다.
소위 말하는 ‘특별시기’를 거치면서 쿠바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 작가의 진단이다. 콜럼버스가 상륙한 이래, 제국주의 스페인의 특별한 식민지이자 구대륙과 신대륙을 이어주는 전초기지로서 쿠바의 전략적 중요성은 익히 입증된 바 있다. 한 때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정도의 전략적 가치를 가지고 있던 쿠바는 사탕수수 재배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제조업의 부재와 이웃 베네수엘라처럼 풍부한 석유자원을 가지지 못해 공산품 수입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야했다. 미사일 위기 이래, 강력한 우방이었던 소련이 붕괴하고, 경제지원이 끊기면서 쿠바 경제 역시 막심한 타격을 입어야 했다. 오랜 골칫거리였던 쿠바를 고사시키기 위한 미국의 경제제재에 대항해서 쿠바 사람들은 “레솔베르”라 불리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국가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생존에는 성공했지만, 카스트로와 게바라가 약속한 지상천국을 건설하겠다는 그들의 혁명공약이 지켜졌는가라는 본질적인 국민들의 질문에 답해야할 때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디렉토르(왜 자꾸만 ‘디텍이터(dictator)’가 연상되는 걸까) 정은 자신이 숙소로 정한 마그다 아줌마네 아들인 페페와 그의 유사 여자친구인 다리아나를 등장시켜 오늘날 쿠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중계해준다. 나도 작가의 생각에 동의한다. 과거 같은 역사는 그동안 축적된 정보로 파악이 가능하지만, 진행 중인 현재와 미래를 알고 싶다면 당대의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페페가 답답할 정도로 순진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스마트함이 있다면, 다리아나는 세상에 닳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자본주의 시스템의 폐해를 잘 알고 있으면서 현재 쿠바에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생기 없고, 무얼 해도 할 수 없음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고급 호텔에서 재떨이와 식기를 챙기는 영악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시설의 물건들을 공공재라고 생각하는 쿠바사람들 특유의 변명이라고 한다면 너무 구차하려나.
어쨌든 혁명의 대의를 지키기 경제적 궁핍 혹은 다른 표현을 쓰자면 결핍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거인에 맞선 쿠바 사람들의 결기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래도 최소한 굶어 죽지 않고(물론 상대적인 판단일 것이다), 국가가 교육과 의료를 책임진다는 작가의 전언은 깊이 새겨볼 만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각자도생해서 살아남아 한다는 천박한 신자유주의 사고가 만연한 곳과 비교한다면,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고 살아가는 그네들의 모습이 정말 천국보다 낯설게 다가왔다.
경제학과 정책학 전공자답게, 디렉토르 정은 오늘날의 쿠바를 다방면의 앵글을 통해 잡아낸다. 어떤 한 면만으로 그 나라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작가는 잘 알고 있다. 오늘날 쿠바를 이루게 만든 혁명, 더 앞서서는 바티스타 정권의 파렴치한 독재, 스페인 제국주의의 침탈 등의 역사를 양념으로 해서 이제 곧 우리에게도 개방될 사회주의 쿠바의 곳곳을 종횡무진 누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디렉토르 정은 자신의 기념비적인 쿠바원정기를 국내 유수의 보수일간지를 통해 연재했다고 한다. 아마 그 신문의 특성상, 작가의 뼈있는 혼잣말 같은 이야기들은 모조리 걸러지지 않았을까 추정해 본다. 마지막으로 쿠바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낸 미국 출신 대문호 헤밍웨이가 간간히 등장하는 판타지 시퀀스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도 말레콘 방파제에서 카리브 바닷내음을 음미하며 즐기는 모히또 한 잔의 여유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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