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천의 사람나라 시즌2 19강 나홀로 정치운동 1-노무현의 길에서 이재명의 새로운 길로 : 네이버 포스트
최상천의 사람나라 시즌2 19강 나홀
로 정치운동 1-노무현의 길에서 이재
명의 새로운 길로
DarkKnight
2018.02.06. 20:06 129 읽음
최상천의 사람나라 시즌2 19강 나홀로 정치운동 1 - 노무현의 길에서 이재명의 새로운 길로
길! 사람들은 집에서 나와 길을 따라서 떠나고 길을 따라서 집으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어떤 사람
들은 같은 길을 함께 가기도 하며, 또 어떤 사람들은 먼저 간 사람들과 같은 길을 가기도 한다. 그리
고, 어떤 사람들은 걸어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길을 가기도 한다. 걸어 가다
가 큰 길에서 만나 같은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리
고, 저녁이 되면 같은 학교에서 나와 교문 앞 큰 길에서 작별인사를 나누며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아
이들! 그렇게 하루가 끝나는 것이 우리의 인생 길이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몇 년 전에 봤던 아이들과 비슷한 길을 오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지금! 이재명을 보면은 내 머리에 노무현이 오마주 되는 것도 그 비슷한 것이라고 할까?
분명! 다른 시대를 살아온 다른 사람인데, 그렇다고 얼굴이 닮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닮아 보인다.
그 것은 아마도 두 사람이 살아온 길에 비슷한 길이 많았음이 아닐런지? 가만히 눈을 감고 노무현
의 그 순간 순간을 생각해 보면 시대와 국정을 읽는 눈이 남 달랐음이 다시 생각난다. 그의 강한 승
부사 기질은 최약체 후보에서 그를 최후의 승리자로 만들었고, 또 이후의 대미관계에서도 아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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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과감하게 'NO!'라고 선을 그었던 그의 선택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님도 좋은 분이
고 또 박근혜정권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탄생한 정부다보니까! 초반에 정부의 구성도 완성되
지 못한 상황이었고! 그런 면도 있었겠지만, 다소! 대미, 대일 외교관계에서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운 점이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후보시절에 사드문제에 대해서 최후의 경우에는 주한미군철수까지도 각오해
야 할 것이라고 했던 터라! 사드배치, 한일위안부합의 문제에 대해 파기를 주장하는 나의 입장에서
는 아쉬운 점이 많다!
교실 안 창가에 서 서 창 밖을 바라보며 교문 앞 길을 따라 노무현 형의 길을 따라 오는 이재명 어
린이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 때에 노무현 선배에게 선생님이 내어준 과제와 지금 이재명 어린이에게 내어준 과제는 다른 것
이다.
노무현 형은 강한 승부사 기질로 여러가지 과제를 해결했다.
이재명 동생은 어떤 것으로 과제를 해결할까?
나는 아마도 그 것은 대화, 공감, 투쟁이 '억강부약 이재명'의 업그레이드된 방법이 되지 않을까한
다!
클릭하시면 최상천의 사람나라 시즌 2 19강으로 들어갑니다.
https://youtu.be/3OKyB98yP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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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천의 사람나라 시즌2 19강 나홀로 정치운동 1
최상천의 사람나라 19강 나홀로 정치운동 1 노무현, 신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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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천의 사람나라 19강
나홀로 정치운동 1
노무현, 신주류 대통령의 탄생
1. 나홀로 정치운동
1) 나부터 혁명
(1) 자유인 : 독립적 개인
(2) 두레 : 두레가족, 두레=자유인의 공동체
(3) 사람나라 : 나만들기교육, 인본국가, 인본기업
(4) 주권자혁명
(5) 한국의 힘
2) 나홀로 정치운동 : 1971~
시민채널, 최상천의 사람나라 68강 : 민주공화국의 꿈-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이재명
(1) 1971년 이후 김대중 비판적 지지
(2) 민중당
(3) 국회의원 출마(1996, 무소속) : 노무현(김대중 찬조), 최상천 유세 9
(4) 사람나라(1999), 학교 퇴직(2000)
(5) 혁명적 글쓰기/인터뷰(2001~) : 알몸
박정희,
알몸
대한민국 빈손 김대중
(6) 동영상(2015~) : 96개 올림
3) 매독 퇴치운동
(1) 가짜 대한민국 정체 밝히기 : 미군기지 코메리카
(2) 매독당과 그 수괴 알몸 보여주기 :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안철수, 매독당, 조선일보, 재벌 거
부
4) 대한민국 만들기
(1) 김대중, 노무현(16), 문국현(17), 이재명(19) 대선 해설
(2) 대한민국의 꿈과 현실 밝히기
5) 주권자나라-사람나라 공부
2. ‘스타 노무현’ 발견
‘스타 정치시대’의 개막
1998년 2월 25일, 김대중은 ‘스타 정치시대’의 팡파르를 울렸다. 온갖 역경과 죽음의 고비를 넘기
고 네 번째 도전 끝에 대통령 자리에 오른 슈퍼스타 김대중! 그는 슈퍼스타답게 ‘두목의 정부’를 부
정하고 ‘국민의 정부’를 선언했다. 김대중이 50년 묵은 ‘두목의 국가’를 끝낼 수 있을까? 김대중
이 ‘통뼈 정치시대’를 마감할 수 있을까?
-중 략대한민국
50년은 ‘통뼈의 시대’였다. 통뼈는 상식, 윤리, 법, 남의 생각 따위는 싹 무시하고, 자기
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간을 이르는 말이다. 오직 ‘원초적 욕망’ 에 따라 행동
하는 일차원적 인간을 통뼈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용가리 통뼈’가 멋대로 요리해 먹은 ‘두목의 국
가’에 지나지 않았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은 3대 ‘용가리 통뼈’다. 이들이 했던 ‘통뼈 짓’은 다시 이야기하지 말자. 아
무튼 한국 사람들은 ‘용가리 통뼈’ 몰아내는 데만도 엄청 많은 피를 흘렸다. 그러나 통뼈들을 다 몰
아낸 것은 아니다. 정치권에도 경제계에도 언론계에도 아직 통뼈들이 건재하다. 이들은 금
에다 깁스까지 하고 설친다.
통뼈시대에서 스타시대로! 우리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대중의 생각, 여론의 흐름을 무시하
는 통뼈는 갈수록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연예계와 스포츠계는 오래 전부터 스타들이 완벽하
게 주도하고 있다. 문화계도 이미 스타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런 흐름은 언론계, 학계, 경제계, 운동
권, 정치권까지 확산되고 있다. 스타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타의 조건, 대중과의 관계를 동시
에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스타의 첫째 조건은 ‘새 것’을 내놓을 수 있는 실력이다. ‘새 것’을 내놓을 실
력이 없으면 스타는 꿈도 꿀 수 없다. 수능시험이나 사법고시 수석 정도 실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
다. 낡은 것 따라하기 시험에서 1등한 사람은 기특한 모범생이요 일등 신랑감일 뿐이다. 통뼈시대
에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고, 통뼈들이 만든 악법도 법이라며 ‘법대로’만 외치는 이회창은 타고난 스
타 불감증이다. 박정희 흉내내기나 일삼는 이인제는 거울 스타다. 박정희 도깨비불이 꺼지면 이인
제의 빛도 따라서 사라진다. 그래서 이회창과 이인제한테는 오빠부대나 아줌마부대는커녕 할매부
대도 없다.
홀로서기는 스타의 둘째 조건이다. ‘낡은 것’이 엉터리라는 걸 꿰뚫어보고 ‘새 것’을 확신하기 때문
에, 스타는 자기의 신념과 능력을 굳게 믿는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예’라고 해도 ‘아니오’라
고 할 수 있어야 스타 자격이 있다. 이것이 스타의 빛이다. 진짜 스타는 절대로 남이 만들어줄 수 있
는 존재가 아니다.
눈치 살피며 기웃대거나, 소신 없이 덤벙대거나, 권력과 금력에 주눅 들거나, 눈앞의 이익에 껄떡
대는 걸 스타는 죽기보다 싫어한다. 주체적 개인만이 스타 자격이 있다. 스타는 자기 인생을 스스
로 만들어 가는 자기의 주인이다.
스타는 혼자서도 ‘낡은 것’에 도전하고 ‘새 것’을 위해 깃발을 든다. 수능시험이 웃기는 시험이라
는 걸 알아야 스타 깜이다. 서태지를 보라. 공고 중퇴 학력밖에 없어도 낡은 교실을 질타하고 발해
를 꿈꾸지 않았던가. 독재자와 맞설 담력이 있어야 스타다. 김대중을 보라. 목포상고 졸업장 가지고
도 민주주의를 위해 다섯 번 죽을 고비를 마다하지 않았다. 손해를 보더라도 낡은 생각을 거부해
야 스타다. 부산상고 출신 노무현은 현대 황제 정주영을 묵사발 내고, 깨지고 또 깨지면서도 영호
남 ‘지역감정’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알몸
대한민국 빈손 김대중(2001.11)
155~157쪽)
김대중은 슈퍼스타였다. 김대중이 다른 정치인과 확실히 다른 점이다. 역대 ‘대권’들은 기껏해
야 통뼈였을 뿐이다. 대구 사람들이 아직도 박정희와 전두환을 ‘박통’, ‘전통’ 이라며 ‘통’ 자를 붙여주
는 건 그들을 ‘용가리 통뼈’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노태우를 ‘물태우’, 김영삼을 ‘영사미’라고 부르
는 것은 그들이 통뼈가 아니라 잔뼈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김대중만큼 열렬 팬을 가진 정치인은 없었다. 김종필, 이회창, 이인제 따위
는 스타가 될 재목이 아니다. 그들은 스타의 필수조건인 홀로서기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내놓9을
한 경륜도, 철학도, ‘새 것’도 없다. 한국에서 스타라고 불러줄 만한 정치인은 여운형, 김대중, 노무
현 정도다. (위의 책, 160쪽)
3. <신주류 대통령> 탄생을 위하여
1) 디지털 말(2002.4~5월)
노풍이 이조를 꺾을까?(1)
조중동이 이렇게 무력할 줄이야
알몸
박정희,
알몸
대한민국 빈손 김대중의
저자 최상천. 그가 디지털 말을 통해 촌철살인(⼨
鐵殺⼈)의 필봉을 휘두른다. 이 땅의 지배층에게 죽비를 내릴 그의 글을 읽다보면 통쾌함과 짜릿함
을 느낄 것이다. 그의 지론인 혁명적 글쓰기의 뜨거운 맛을 보여줄 첫 번째 대상은 ‘이회창과 조선일
보 무리들(이조동맹)’이다. 노무현이라는 사나이가 일으키는 바람(노풍)을 이조동맹이 꺾을 수 있는
가? 이게 그가 던지는 첫 번째 화두이다.<편집자주> 3월 초순까지만 해도 '이회창 대세론'은 감
히 범접할 수 없는 신화였다. 보통사람에게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여론분석 전문가, 정치전망 전문
가, 선거예상 전문가 등 탁월한 족집게들도 "대세는 결판났다"고 입을 모았다. 조중동은 이회창
이 천하무적이라는 걸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조중동이 유포했던 대세론은 아주 간단한 세 가지 정
치공식을 말한다.
①작은 대세론 : 이인제가 노무현을 가볍게 누르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된다.
②큰 대세론 : 이회창이 이인제를 사뿐히 즈려 밟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③결론 : 16대 대통령선거(12.19)는 보나마나 이회창을 위한 잔치다.
-중 략3월
19일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55.0 대 33.4로, 노무현이 이회창보다 21.6%나 앞서버렸다. …
단 6일(3.13∼3.19) 사이에 '작은 대세'는 물론 '큰 대세'까지 벼락맞은 듯이 수직으로 급강직하
(急降直下)했다. 3년 넘게 쾌속 비행하던 '이회창 대세론'이 '이회창 대패론'으로 곤두박질친 것이
다. 이건 대형 사고 중에서도 초대형 사고다. 조중동이 밀어주고 당겨주고 띄워주는 '이회창 대세
론'이 요러큼 속절없이 추락할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중
음모론 : 노무현을 'DJ 양자'로 만들어라
내가 알기로 한국정치사에서 이런 혁명적 반전은 일찍이 없었다. 노무현과 그 지지자들이야 혁명
적 반전에 신바람이 났겠지만, 이회창과 이인제와 조중동은 기분이 어땠을까? 3년 이상 순항하
던 '이회창 대세론'이 단 6일만에 곤두박질치고, '노무현 필승론'이 솟아오르는 현실을 바라보고
만 있어야 하다니... 귀신에 홀린 기분이 아니겠는가?
-중 략음모론을
기획 연출한 것은 이인제가 아니라 조중동이다. 중앙일보의 충격적 여론조사 결과가 나
온 이틀 후인 3월 21일, 조중동은 일제히 잘 나가는 '국민'경선 정치축제에 김대중을 끌어들이기 시
작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김심'이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경고하면
서, 그 유명한 라면장사를 시작했다.
-중 략합리적
추리를 해 보면 답이 나온다. 만약 김대중이 '김심'을 발동해서 진짜로 노무현을 밀어준다
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김대중도 노무현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게 뻔하다. 아니, 이런 일은 김대중
과 노무현의 동반 자살을 넘어 민주당 전체가 집단 자살하는 꼴이다. 이런 현실은 김대중도 알
고, 노무현도 알고, 이인제도 알고, 한나라당도 알고, 호남사람들도 알고, 영남사람들도 안다. '주
류' 신문 조중동은 누구보다 더 잘 안다. 노무현이 DJ의 '정치적 양자'로 낙인찍히면 16대 대통령선
거는 어떻게 될까? 김대중이 30년(1971∼현재) 동안 한국의 '주류'들이 쳐놓은 '호남 덫'(호남+빨
갱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듯이, 영남 출신 노무현도 '호남 덫'에 걸려들 게 너무나 뻔하다. '호
남 덫'에 걸리면 김대중이던 노무현이던 고정 표(25%)에다 보너스 표(최고 10%)를 합해도 3
5% 득표를 넘을수 없다. 다시 말해 혼자의 득표력으로는 절대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반면에 이회창은 DJ와 노무현을 하나로 묶어서 '호남 덫'으로 밀어 넣을 수만 있다면, '영남 싹쓸
이 판'(영남+보수주의)에 가볍게 편승할 수 있다. 이런 선거라면 대통령선거는 호남과 영남의 덩
치 대결이 될 게 뻔하다. 결과가 너무나도 뻔한 영호남의 덩치 시합, 이게 원래 '이회창 대세론' 시나
리오의 핵심이다.
-중 략조중동은
'김심'이 경선 판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천방지축으로 보도했다. 근거
는 출처불명의 유언비어다. 이렇게 한바탕 자작극을 벌이고 난 다음, 조선일보는 황당무비의 사설
까지 휘갈겼다.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킨 음모론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나서서 밝히는 것이 도리라
고. 자기들이 음모론을 기획 연출하고서는 대통령한테 그 진상을 밝히라니 요구하다니, 정말 천재
적 적반하장이다. 그러나 조중동의 <음모론 시나리오>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자작극이 먹혀들9 기는
커녕 노풍이 개혁지대(호남, 수도권)를 넘어 영남까지 몰아치고 있다. 만약 보수 아성이요 이회창
의 텃밭(?)인 영남까지 노풍이 휩쓸어버린다면 선거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보기에 이인제는 멋모르고 <음모론 시나리오>의 주연노릇을 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하
게 될 것 같다. 15대 대통령선거에서 500만 표를 얻었던 '작은 대세' 이인제, 그는 조중동 덕분
에 '저질 정치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15대 대통령선거 때 중앙일보와 조선일보한
테 그렇게 당하고도 모르다니, 언론에 놀아나는 정치인의 말로가 어떤지 이인제가 잘 보여 줄 것이
다.
1천만 이상 독자를 거느리고(?) 한국의 여론을 좌지우지한다는 조중동이 이렇게 무력할 줄이야 누
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그들은 '이회창 대세론'을 제작 유포 선동하다가 노풍 앞에서 단 6일 만
에 처절하게 깨졌다. <음모론 시나리오>로 '이회창 대세론'의 부활을 시도하다가 이인제의 신세
만 조져놨다.
바로 이것이다. 3대 족벌신문의 무력화는 이번 대통령선거의 첫 번째 이변이다. 세상을 주름잡던 3
대 신문의 철저한 무력화,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16대 대통령선거의 의미도 김대중 정권이래 일
어나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도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노풍이 이조를 꺾을까?(2)
'노풍' 비밀, 한글과 대통령직선제 (2002.4.15)
노풍이 이조를 꺾을까?(3)
하나마나 선거에서 대선드라마로
노풍이 이조를 꺾을까?(4)
대선 지뢰밭을 살펴보자
노풍이 이조를 꺾을까?(5)
이회창의 정치 쇼
2) 한겨레 시론(2002.4~2003.3)
노무현은 민주당을 지켜달라(2002.8.10)
-선 략- 9
노무현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뽑힌 건 한국정치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노무현이 후보
가 되었기에 이번 대선이 민주주의 대 반공주의의 대결이 되었다. 만약 이회창과 이인제의 대결
이 된다면, 이것은 조선일보 주최 반공축구대회에서 반공 A팀 대 반공 B팀이 시합하는 거나 다
를 바 없다. 누가 이기나 민주국가에서 반공국가로 되돌아갈 게 확실하다. 국가보안법까지 그대
로 살아 있지 않는가.
만약 민주당을 해산하고 신당을 만든다면, 그 당은 정치 쓰레기통, 반공 B팀이 될 것이 확실하
다. 오직 이기기 위해 당의 정체성과 원칙을 쳐부수는 패거리가 만든 정당이라면 뻔할 뻔 자 아닌
가. 이런 정당이라면 한나라당보다도 훨씬 저질이 될 게 틀림없다. 한나라당도 국민경선을 뒤엎
는 짓은 안 한다.
나는 노무현에게 부탁하고 싶다. 당신만은 민주주의를 지켜달라.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
는 정당을 지켜달라. 설사 신당 대통령후보가 될 가능성이 100%라도 신당 창당을 단호하게 거부
하기 바란다. 그것은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경선이라는 ‘국민과의 약속’ 도 못 지키면서 대통
령은 무슨 대통령인가?
-중 략나는
민주주의와 원칙을 지켜야 노무현의 명예와 승리가 있다고 믿는다. 노무현이 민주주의와 원
칙을 지키는 인물로 보였을 때 노풍이 휘몰아쳤고 55%의 지지율이 나왔다. 나는 노무현이 이런 정
도의 지지율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민주정도를 지키고, 나라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 비전
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길이라면, 설사 대선에서 지더라도 노무현의 정도정치는 10
년 이내에 거대한 물줄기를 이룰 것이다.
137명의 가신들(2002.8.31) : 이회창과 한나라당 비판
정몽준은 악몽이다(2002.10.12)
몇 년 전부터 ‘조폭 컴백’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위 ‘박정희 향수’가 코를 찌르더니 작년에
는 「친구」, 「조폭 마누라」 따위 조폭 영화가 극장을 점령해버렸다. 천만 명 넘는 청년들이 조폭 문
화에 흠뻑 빠졌다. 이건 문화적 적신호였다.
조폭이 올해는 방송전파를 타고 안방까지 쳐들어왔다. 서울방송의 「야인시대」를 보자. 김두9한
은 주먹 하나로 ‘민족적 조폭’, ‘민중적 깡패 두목’으로 찬란하게 떠오르고 있다. 깡패가 상인들 등쳐
먹는 게 독립운동으로 둔갑하는 나라! 깡패 두목을 형님, 서방님, 민족적 영웅으로 섬기는 나라! 우
리는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실은 조폭 드라마보다 더 암담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김두한 보다 훨씬 힘이 세
고 위험한 인물이 등장한 것이다. 고작 종로의 자리세나 뜯겠다고 나선 ‘장군의 아들’ 정도가 아니
다. 월드컵 ‘4강 신화’를 등에 업고 대통령을 먹겠다고 나타난 재벌의 아들이다. 바로 정몽준이다.
정몽준의 대통령 출마선언을 보면서, 내 머리에는 왕회장 정주영, 현대중공업, 정격유착, 경찰
과 구사대의 폭력 진압, 제임스 리, 1987년의 2개월 파업, 1989년의 109일 파업, 1989년의 1∙
8 테러와 2∙21 식칼테러 따위 살벌한 광경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1∙8 테러는 제임스 리를 비롯한 노조파괴 테러단을 동원해서 현대그룹 노동운동가들에게 무차
별 테러를 자행한 사건이다. 2∙21 식칼테러는 회사 간부들의 진두지휘 아래 파업노동자들에게 식
칼을 마구 휘둘러서 피바다를 만든 사건이다. 이런 회사가 현대중공업일까 현대테러단일까?
이 무렵 현대중공업은 장기 파업, 폭력 진압, 공공연한 테러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했다. 모두 36
세 청년 정몽준이 현대중공업 회장으로 취임(1987)한 이후 벌어졌던 일들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정
몽준이 대통령에 나선 것이다. 이건 정치적 적신호다.
혹자는 그런 테러는 정몽준 몰래 아랫것들이 저지른 과잉충성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소리
는 말이 아니라 방귀다. 아무리 간 큰 사람이라도 정몽준 말 한마디면 테러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지
를 수 없다. 회장의 명령을 거부하는 건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회장’ 정몽준은 아직도 황제의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정몽준의 인기가 올라가는 게 겁나
서 한나라당은 한국 축구팀이 지기를 바란 게 아닌지 답변하라”고 다그쳤다. 정말 굉장하다. 이
런 사람은 청와대가 아니라 청량리로 가야 마땅하다.
‘테러 재벌’의 회장님은 대통령 깜이 아니다. 나는 정몽준 후보 텔레비전 토론을 세 번 봤는데, 도대
체 질문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그의 답변은 십중팔구 동문서답, 횡설수설이었다. 이
런 그의 답변 중 압권은 ‘빌 게이츠 타령’이다. 정몽준은 빌 게이츠 만큼 재산이 많아서 자선기관이
나 대학에 많이 기부하는 것이 자기의 소원이라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2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
다. 이 정도 재산 가지고 마음대로 기부를 못 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되어야 마음놓고 기부할 수 있을
까? 정몽준의 아름다운 기부를 위해 국민 모금 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만약 이런 정몽준이 대통령이 된다면 귀족정권보다도 훨씬 무서운 재벌정권이 될 것이다. 한국 최
초로 정경일체정권이 탄생하는 것이다. 어쩌면 나라사람을 피고용자로 보고 식칼이나 휘두르9는 식
칼정권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이것이 두렵다.
현대 출신 정몽준의 출마는 정당한가? 현대가 어떤 그룹인가? 역대 정권이 베푼 특혜는 무시하기
로 하자. 김대중 정권 들어서도 엄청난 특혜를 베풀었다. 투입된 공적자급이 33조원에 이르
고 그 중 24조원은 회수조차 어렵다고 한다. 정몽준을 비롯한 ‘몽 브라더스’는 이 빚부터 갚아야 ‘국
민’ 앞에 나설 자격이 있다. 정몽준은 이런 일에 목숨을 걸어라! 일곱 살짜리 막내아들이 청와대
에 살고 싶다고 해서 대통령에 나설 일이 아니다. 정몽준당 21(2002.11.9)
노무현이 옳다(2002.12.7)
나는 지난 3일 열린 대통령후보 초청 합동토론회를 보면서 제법 큰 충격을 받았다. ‘보수후보’ 이회
창은 과격을 넘어 ‘파격 후보’로 변신했다. ‘진보 후보’ 권영길은 2강 사이를 비집고 토론회를 자기
의 독무대로 만들어냈다. 그런데 가장 논리적이라는 노무현은 여러 곳에서 버벅댔다. 정치분야
의 빛나는 공약으로 꼽히는 행정 수도의 충청권 이전 문제는 꺼내지도 못했다. 소파 개정 문제가 나
왔을 때는 얼버무리기에 급급했다.
이날 토론에서 가장 주목을 끈 대목은 최근의 반미사태에 대한 후보별 입장이었다. 권영길은 부시
의 직접 사과와 소파 개정을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내자고 요구했다. 이회창은 부시의 직접 사과
를 요구할 것이며 소파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도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노무현은 미국
에 무비판적인 한국의 정치풍토를 비판하면서도 부시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겠다는 말은 끝까지 하
지 않았다. 권영길의 공동선언문 제안에 대해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성명서 정치’를 해서는 곤란하
다며 이를 명백하게 거부했다.
나는 깊은 충격에 빠졌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저렇게 앞뒤 가리지 않고 말을 해
도 되는 건가? 표만 나오면 무슨 짓이든지 하겠다는 건가? 버벅대는 노무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
다. 이회창과 권영길, 특히 이회창의 단호한 태도를 보면서 나는 전차에 받친 듯했다. 대통령이 되
겠다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패권국가라서 사과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게 아니다. 미국 대통령 아니라 동티모르 대통령한
테라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적대국가가 아니라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대통령에게 사
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국제적 몰상식이다.
상대방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사과 요구가 국제적 몰상식이라는 걸 이회창이 모를까? 국가 요직
을 두루 거친 이회창이 이걸 모른다면 새빨간 거짓말이다. 만약 이회창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제
적 망신을 당하더라도 부시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할까? 한나라당 당원들도 그게 헛소리라는 정도
는 다 알고 있다. 9
시위군중이 “부시는 직접 사과하라!”고 외친다고 해서 대통령 후보가 이 말을 따라하기만 하면 정
말 곤란하다. 그건 정치가 아니라 복창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면 한 걸음 앞서서 문제를 인
식하는 지적 능력, 한 차원 높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정책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도 없이 복창
만 해댄다면 정치는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권영길이 공동선언문 제안은 정략적 발상이다.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
다. ‘부시 직접 사과’를 넘어서는 한 차원 높은 정책은 전혀 제안하지 않았다. 대중의 정서에 영합해
서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것이 목적이었다. 권영길은 목적을 120% 달성했다.
‘복창 정치’를 벗어난 후보는 노무현뿐이었다. 이 시점에서 부시 직접 사과 문제를 외면하는 게 얼
마나 ‘위험한 짓’인가? 대중의 정서를 거스르는 미친 짓이 틀림없다. 0.1%를 다투는 경쟁에서 자칫
하면 결정적 패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노무현은 끝까지 ‘성명서 정치’에 동의하지도 부시의 직
접 사과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노무현은 대통령이나 대통령후보가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그 원칙을 지켰다. 이것이 노무현의 정치
가 낡은 정치와 확실하게 다른 점이다.
미국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무현의 정책 대안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대충 짐작
은 간다. 그는 남북의 평화공존과 한국 주도론을 유별나게 강조하는데, 이것을 통합해서 보면 <평화
주도 전략>이 아닌가 싶다. 군사대결체제로부터 평화협력체제로의 전환을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야
심 찬 전략으로 이해되는데, 이 전략이 미국주도의 ‘대결하는 한반도’에서 겨레 주도의 ‘협동하는 한
반도’로 가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홍세화, 진중권의 판결 : 함량미달 용비어천가 홍세화가 이미 지
적했듯이 얼마 전에 실린 최상천의 글은 한 마디로 현대판 용비어천가다. 이회창도 서명하는 성명
서에 정작 노무현은 서명하지 않았다. 그는 이것 역시 옳다고 주장한다. 사실 정치인인 노무현이 그
렇게 주장하는 데에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치인 본인이 아닌 지식인이 나서서 행여 그에게 누
가 될세라 그 짓을 옳다고 변명해주는 것은 내가 가진 윤리적 직관에 심히 거슬린다. 대통령도 되
기 전에 부르는 이 함량미달의 용비어천가가 한겨레신문에는 아무 여과 없이 그대로 실린다. (<한
겨레>에 기고를 거부하며-주인과 머슴의 변증법-, 오마이뉴스, 2002.12.11)
진보, 구좌파의 심각한 문제 : 지적 사기, 못난 오만(표정, 태도)
홍세화의 사기 : 홍세화의 신문사 규정 위반→한겨레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진중권의 야바위와 난체
*야바위 : ‘복창 정치’와 대안부재 정치의 문제→최상천의 노무현 찬가
9
*낙인 : “노무현이 그렇게 주장하는 데에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치인 본인이 아닌 지식인이 나서
서 행여 그에게 누가 될세라 그 짓을 옳다고 변명해주는”
*오만과 짓밟기 : “내가 가진 윤리적 직관에 심히 거슬린다”, ‘함량미달 용비어천가’ *난체-지적
(?) 폭력 : 정상적인 대화, 토론 불가평화주도할 정당 창당을(2003.4.4)
부시와 그 부하들이 하는 짓을 보면 엽기 그 자체다. 그들은 ‘이라크의 자유’를 위한다면서 이라크
를 생지옥으로 만들어버렸다. 대량살상 무기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이라크를 공격한다면서 그
들 자신은 집속탄 같은 대량살상 무기를 멋대로 사용한다. ‘오폭’인 척하면서 병원을 폭격하고, ‘이
라크 해방’을 외치면서 이라크 사람들을 살상한다. 이들 부시맨들의 언행은 ‘악의 축’보다도 더 악랄
하다.
미국의 700명 넘는 상·하원 의원 중에서 침략전쟁을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 유명한 신문
과 방송 중에서 ‘이라크의 자유’가 사실은 ‘이라크의 파괴’라는 걸 밝히는 곳도 없다. 극소수 양심
적 지식인을 빼면, 미국의 지식층은 ‘침묵의 카르텔’을 넘어 박수부대로 나서고 있다. 〈엔비시〉의 피
터 아넷 기자가 미군의 초기 작전을 비판한 것이 최고의 자기비판이었다. 더 참담한 것은 그런 비판
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미국 민주주의 수준이다. 아넷이 정중하게 사과했는데도 엔비시는 그를 잘라
버렸다. 이게 ‘자유의 나라’란다!
75%의 미국인은 침략전쟁을 찬성한다. 그들은 폐허가 된 바그다드, 폭격으로 죽은 사람들, 가족
을 잃고 울부짖는 사람들을 날마다 지켜보면서도 전쟁을 지지한다. 전쟁 초기에는 반전운동이라
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 거의 사라졌다. 미국인은 어떤 마음으로 ‘이라크 파괴작전’을 보고 있을
까 프로야구를 보듯이 즐기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죄 없는 이라크 사람들을 날마다 수
십 명씩 죽이고 있다는 사실에는 관심도 없다. 그러나 제시카 일병 한 사람을 구한 일에는 미친 듯
이 환호한다.
-중 략미국의
다음 표적은 조선(북한)이라고 한다. ‘이라크 파괴작전’처럼, ‘북조선의 자유’를 위해 김정일
을 제거하겠다고 나서는 날이면 정말 큰일이다. 미국식 초토화 전쟁은 한민족의 역사적 퇴장을 강
요할 것이 거의 틀림없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을 말릴 수 있
는 세력은 없다. 미국 안에는 물론이고 유엔도 교황청도 강대국도 미국 앞에서는 무기력할 뿐이
다. 이것이 문제다.
나는 미국이 추구하는 ‘동북아 대결체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한-중-일-러 평화공조’에 있
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겨레, 1월4일)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평화를 위해 힘을 합치면 전쟁
을 막고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번영의 길도 열 수 있을 것이다. ‘한-중-일-러 평화공조’가 강력9한 힘
을 가지고 ‘동북아 협력체제’로 발전한다면, 조선과 미국도 여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동북아 협력체제’라는 역사적 과제를 수행할 정치세력이다. 누가 이 일을 맡을 수 있을
까 나는 4월2일 파병동의안에 반대한 68명을 주목한다. 이들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
의 역사인식을 확인하고 소속 정당을 뛰어넘어 정책공조를 이루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
는 안 된다. 3·1운동 이후에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듯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졌던 반전평화 운동
은 ‘평화주도 정당’의 창당으로 열매를 맺어야 한다. 민족의 생존이 걸린 이 시기에, ‘평화주도 정
당’을 만들어낼 정치적 리더십이 너무나 절실하다.
3) 월간말 (2002년 10월호)
노무현 후보에게 보내는 제언
‘새 정치’에 승리의 길이 있다
김영삼, 김대중이 주도했던 양김 민주화시대 이후, 한국은 누가 주도하고 어디로 갈 것인가? 민주
화시대를 넘어 복지국가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민주화시대를 부정하고 반공국가로 되돌아갈 것
인가? 이것이 16대 대통령선거의 핵심 주제다.
이번 대선에는 이회창, 노무현, 권영길, 정몽준이 나설 것 같다. 이들은 어떤 드라마를 연출할
까? 그리고 이 중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중 략노무현
없는 노풍은 없다. 그렇다면 노무현의 그 무엇이 노풍을 불러일으켰을까? 노무현이 거
짓, 권모술수, 허풍, 부정부패, 패거리싸움에 빠져 있는 낡은 정치인들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
시 말해서, 노무현한테서 새로운 정치를 발견하고, 그가 집권하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
기 때문에 폭발적인 지지를 보냈을 것이다.
노무현의 인격을 보여주는 전형적 행동은 결혼이다. 그는 남로당 간부의 딸과 결혼을 했다. 이
런 결혼은 연좌제가 살아 있던 당시로서는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고시 지망생에게는 더욱 그랬
다. 그런데 노무현은 험난한 미래가 눈앞에 보이는 데도 기꺼이 결혼을 결심하고 실천했다. 이런 행
동은 자기의 이익보다 상대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는 것을 뜻한다.
사랑과 신뢰 중심의 가치관은 노무현의 행동 원칙이 된 듯하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은 상대
를 인격 주체로 인정하고 동반자로 받아들인다. 다만 사랑과 신뢰를 부정하는 폭력, 거짓, 인격 훼
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맞서 싸우는 경향이 있다. 9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은 금기를 거부하고 세 가지 정치적 도전을 거리낌없
이 실천했다.
첫째, 노무현은 노동자를 정치적 파트너(동반자)로 인정하고 기꺼이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어려움
을 같이 했다. 국회의원 중에서 이런 활동을 한 정치인은 노무현뿐이다. 노동자와 가장 가깝다는 김
대중도 노동자를 ‘위하는 대상’으로 여겼을 뿐 정치적 파트너로 대접하지는 않았다. 노무현은 노동
자 앞에서 기꺼이 마이크를 잡았고,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현대자동차로 달려가서 노사
협상을 성사시켰다.
둘째,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조선일보의 부당한 보도에 맞섰다. 김대중이 평민당총재 시절
에 조선일보와 잠시 겨룬 적이 있지만 단호하게 맞서지는 못했다. 그러나 노무현은 소송을 제기하
고 전쟁까지 선포했다.
셋째, 노무현은 지역주의와도 치열하게 맞섰다. 부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두 번, 부산시장 선거
에 한 번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모두 떨어졌다.
원칙과 신뢰를 위해 기꺼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옳은 일을 위해서는 홀로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
는 정치적 실천이 노무현을 독보적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정치인 최초의 팬클럽이 탄생했
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다. 바로 이 노사모가 노풍이라는 정치적 태풍
을 불러일으켰다.
노무현이 처음 후보 경선에 참여했을 때, 그를 지지하는 국회의원이 단 한 사람도 없을 정도로 초라
했다. 그야말로 「맨발 노무현」이었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 돈도 지위도 없는 젊
은 친구들, 단지 노무현의 노선과 행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서자 판이 바뀌기 시작했다.
노사모는 노무현을 지원하기 위해 시간과 돈과 열정을 기꺼이 내놓았다. 모임을 만들고, 회의를 가
지고, 전국의 경선대회장에 달려갔다. 그들은 새로운 정치운동을 만들어 간 것이다. 그들의 행동
을 보면 세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순도 100%의 참여정치를 선보였다. 권하는 사람도, 돈을 대주는 사람도, 칭찬하는 사람
도 없었다. 자기 뜻에 따라, 자기 돈으로, 자기의 정치적 희망을 마음껏 주장했을 뿐이다. 마음 맞
는 사람끼리 어울려 축제를 벌인 것이다.
둘째, 긍정의 정치운동을 전개했다. 노무현 또는 노무현의 정치노선이라는 긍정적 정치인, 긍정
적 가치를 위해 노력했다. 상대에 대한 비방, 욕설, 반대는 별로 없었다. 빨갱이로 몰고 삿대질과 주
먹질이 난무하는 한국정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9
셋째, 정치운동을 정치 축제로 승화시켰다. 경선장에 나타난 노사모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너
무나 신나게 놀았다. 꼭 소풍 나온 아이들 같았고, 오랜 친구들 같았다. 게임을 하다가 심심하면 ‘노
무현’을 외치고, 도무지 이게 정치운동인지 놀이마당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지경이다.
노사모의 정치 축제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정치 혐오증을 가진 사람들은 정치 축제를 이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돈 아니면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 게 한국정치의 현실인데, 제 돈 쓰며 저렇
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그러나, 이들의 잔치판을 보고 사람들은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무현도 다시 보기 시작했
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까? 이때부터 노풍이 일어나기 시
작한 것이다. 노풍은 삽시간에 정치판을 삼켜버렸고, 결국 노무현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
다. ‘정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동반자시대의 대안은 노무현
나는 이번 대선을 통해 「동반자 시대」가 열리기를 바란다. 「동반자 시대」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
는 역사적 요구다. GDP 만 달러 시대에도 특권주의, 차별주의, 부정부패, 부실한 사회보장으로 버
틴다면 분열, 대결, 불신, 증오가 넘치는 나라가 될 뿐이다. 결국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장이 되
고 말 것이다. 이미 그런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이제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특권 시대, 헌법에만 평등이 있고 실제로
는 인종 차별, 남녀 차별, 계급 차별, 지역 차별, 세대 차별, 소수자 차별 등 온갖 차별이 판을 치
는 차별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 모든 부담을 가족에게 떠맡기는 가혹한 가족보장제도에서도 하
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남북을 아우르는 민족적 동반자관계, 남녀와 노자(勞資)와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시민적 동반자
관계를 포괄하는 「동반자 시대」를 열기 위한 대안을 찾아내야 미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의 성격과 안전보장에 대한 혁명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더 이상 나라사람을 통치와 동원대상으
로 취급하는 국가관은 곤란하다. 국가는 나라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의무체가 되어야 한
다. 안전보장도 국가안보 우선에서 시민안보(사람안보) 우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국가는 나라사람
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4. 노무현 당선 : 신주류-넷 민주주의의 승리
노풍 대 이조 (월간인물과사상, 2002년 6월호)
거대한 변화를 보자
9
-선 략대하드라마의
흐름을 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어디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박정
희, 전두환 같은 두목 한 사람이 명령하고 동원하는 대로 움직이던 ‘명령의 시대’는 거의 지나갔
다. 소위 ‘지도층’과 조중동 등 패권 그룹이 지도, 교육, 조작, 계몽하는 대로 끌려다니던 ‘지도의 시
대’도 손살같이 지나가고 있다. 세상 모르고 명령과 지도를 하겠다고 나섰다가는 십중팔구는 ‘웃기
는 꼰대’로 몰릴게다.
검증제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 국가 검증제, 언론 검증제에서 대중 검증제(시장 검증제)로 어마어
마하게 빠르게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성역은 없다. 대통령과 그 아들도, 정치인도, 언론도, 변호사
도, 상품도, 가수도, 영화도 대중의 맛보기와 감상 대상이다. 국가에서 신지식인으로 뽑아줘도 아무
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조선일보가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고 띄워줘도 이문열은 욕만 먹었다.
이제 나라사람들은 자기 눈으로 보고, 자기 혀로 맛보고, 자기 마음으로 헤아리고, 자기 손으로 찍
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00년 넘는 고난의 세월 동안, 이 땅의 독립운동가와 민주운동가와 민중
이 죽음과 피와 눈물로 이룩한 것이다. 그들은 대하드라마의 물줄기를 국가중심, 지도층 중심에
서 민중 중심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것이 거대한 변화의 본질이다. 대중검증시대에는 대중의 열망
이 분위기를 만들고, 그 열망을 짊어진 스타가 시대의 변 화를 주도한다. 이러한 <대중+스타 시대>
에는 ‘지도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실력도 없으면서, 대중의 눈물과 열망이 무엇을 뜻하는지
도 모르면서, 집안, 학력, 경력, 조직, 재력 믿고 자칭 ‘지도층’이라고 설치는 족벌세력, 부자그룹, 학
벌그룹을 거부한다. 노풍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현상이다. 노풍은 대중 시대의 개막과 스
타 탄생을 알리는 팡파르다. 이것이 이번 대선이 보여주는 거대한 변화의 한 장면이다.
-중 략핏줄이나
고향이 같은 사람들이 패거리를 지어서 겨누는 건 1차원 정치다. 이런 편먹기와 행동
은 동물적 구분이요 동물적 정치다. 거기에는 생각이 필요 없다. 현재의 계급∙계층에 따 라 패거리
를 지어서 겨루는 건 2차원 정치다. 여기에는 자기의 이익을 사회적 차원에서 판 단하고 추구하
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이념과 정책이 같은 사람끼리 패거리를 지어서 겨루는 정치는 3차원 정치
다. 거기에는 이념과 정책을 소화하고 비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들어
있기도 하다. 노무현이 1차원의 ‘동물의 정치’를 청산하고, 2차원의 계급정치를 넘어, 3차원의 이념
과 정책의 정치를 해보자는 건, 진짜 정치혁명을 하자는 이야기다. 이제 유치하게 핏줄, 고향, 호
적 같은 과거를 가지고 싸우지 말고, 우리도 수준 높게 미래를 위한 정책 가지고 겨뤄보 자는 ‘정치
의 두 단계 업그레이드 선언’이다.
-중 략9
민주연합 대 반공동맹 이번 대선은 민주당 노무현과 한나라당 이회창의 대결이 아니다. 민주당에
도 노무현을 거 부하는 세력이 있고, 한나라당에도 이회창을 반대하는 인사들이 제법있다. 전면적
인 정계 개편이 되지 않으면, 이번 대선에서는 정당보다 노풍과 조중동이 훨씬 큰 역할
을 할 것 같 다. 이렇게 본다면 16대 대선은 노무현과 노풍을 합친 세력을 한편으로 하고, 이회창
과 조중 동을 합친 주류세력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역사적 승부가 될 것이다. 이것을 간단하게 <
노 풍 대 이조(이회창+조선일보)>의 대결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나는 <노풍 대 이조>의 본질을 <민
주연합 대 반공동맹>의 대결로 파악하고 있다. 이걸 설명하자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진다. 다만 발상
의 전환을 위하여 한 가지만은 꼭 짚고 싶다. 민주주의와 반공주의는 정반대의 이념이다. 반공적 민
주주의, 민주적 반공주의 따위 말 은 ‘네모난 동그라미’처럼 황당한 말이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인격
적 주체성을 인정하는 데 서 출발하고, 반공주의는 나라사람을 군사적 동원대상으로 취급하기 때문
이다. 반공주의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나는 많은 한국인의 정신병적 행동, 한국사회의 병리적 증상
은 대부분 반공주의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왜 그런가? 인간의 논리와 윤리 는 대체로 주
체성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반공주의는 ‘공산당 반대’를 명분으로 상대(북한)의 주체성을 부정할 뿐
만 아니라, 나라사람의 주체성도 짓밟아버린다. 이런 주체성에 대한 무 차별 공격이 바로 반공주의
다. 이렇게 주체성이 파괴된 곳에서 갑자기 자유가 주어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거기에는 합리
성도 체면도 없다.
-중 략노무현은
이론과 실천이 같았다. 그래서 전대미문의 일을 네 가지나 저질렀다. 첫째, 국회의원 노
무현은 노동자 앞에서 기꺼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런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노동자를 정치주체
로 인정하고 그들과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남들은 그러면 죽는 줄로 아는 데도 말
이다. 둘째, 국가보안법과 반공주의를 시종일관 반대하고 정면으로 맞섰다. 처형당한 장인(남노
당 간부)의 존재가 법조인에게 큰짐이 될 줄 뻔히 알면서도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기꺼이 결혼
을 해버렸다. 정말 못 말리는 촌놈이다. 셋째, 지역감정 타파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세 번이나 부
산에서 민주당 간판 달고 출마했다가 번번이 떨어졌다. 부산사람들이 ‘김대중 꼬봉’이라고 겁나
게 욕하는데도 말이다. 넷째, 한국 제일을 자랑하는 조선일보의
공격에 당당히 맞서고 전쟁까
지 선포했다. 김대중과 김영삼이 조선일보를
박정희나 전두환보다 더 무서워했다는 걸 너무너
무 잘 알면서도 말이다.
노무현의 진정성과 용기가 노풍의 근원이 되었다. 이런 행동을 ‘무모한 짓’으로 손가락질 한다
는 건 우리사회가 얼마나 일그러지고 사람들이 얼마나 찌들었는지를 증명할 뿐이다. 넷 민주주
의 새바람 얼른 보면 <노풍 대 이조> 대결은 상대가 안 될 것 같다. 학력과 경력을 최고로 쳐주는 한
국에서, 노무현은 자랑거리라고는 사법고시 합격밖에 없다. 영락없는 경상도 촌놈에다 상고 출
신 ‘맨발의 청춘’이다. 게다가 장인이 남노당 간부였다니, 이회창과 붙어보기도 전에 조중동한테 몰
매 맞아 중도하차 하지나 않을지…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장인이 남노당 간부라는 게 밝혀졌는데도 여전히 노풍이 이조
를 압도했다. ‘장인 사건’ 이후로 심상찮은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상도 아지매들까지 노풍에 가세
해버렸다. 수구 본당 경상도 아지매들까지! 이것도 16대 대선이 보여주는 거대한 변화의 하나다.
-중 략창간이래
줄곧 권력의 나팔수 노릇, 사주의 사냥개 노릇을 일삼았던 족벌언론은 일방통행식 ‘지
도 언론’의 악습을 버리지 못했다. 이게 문제다. 세월이 바뀐 것도 모르고 죄지은 사주를 옹호하겠다
고 멍멍대고, 똑똑한 독자를 지도하겠다고 왈왈대니 딱하다. 사설, 논설, 시론, 해설, 박스기사, 특
별기사를 아무리 내놓아도 말발이 서지 않는다. ‘지도 신문’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조중동은 아직
도 그걸 잘 모르고 있다.
‘이회창 대세론’과 <음모론 시나리오>와 <색깔론 시나리오>이 깨지면서 조중동은 정치적 힘을 아
주 많이 잃어버렸다. 발악적 저항을 하고서도 노풍을 단 한 걸음도 막지 못한 게 그 증거다. 공신력
과 정치적 힘을 잃으면서 조중동은 벼룩시장,
가로수,
동네방네와
겨루는 신세로 변해가
고 있다. 두고 보시라. 이 싸움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독재정권시절에는 정권도 언론도 걸핏하면 ‘어리석은 백성’을 가르치려고 들었다. 운동권까지도 그
랬다. 자기가 말하는 게 진리인 듯이 굴었다. 신문과 텔레비전만 있을 때는 그게 통했다. ‘어리석
은 백성’은 신문과 텔레비전에 반격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국가민주화가 되고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더 이상 일방통행
식 명령, 주입, 교육, 계몽은 먹혀들지 않게 되었다. 인터넷에서는 자유로운 의사표현, 동등한 자
격, 쌍방통화가 기본이다. 다시 말해서 자유, 평등, 쌍방주의가 인터넷의 기본 가치다. 인터넷에
서 나이, 신분, 학력 가지고 뻐겨 보라. 혼자 안답시고 상대를 지도하고 가르치겠다고 설쳐 보라. 욕
이라고 생긴 욕은 다 맛볼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노무현이 이회창을 압도한다. 95년 대선에서 김영삼 마스코트가 이회창에게 당했
던 일이 인터넷에서 반대로 재현되고 있다. 이회창은 N세대에게 얻어터지기 위해 등장하는 마스코
트일 뿐이다. 인터넷 정치마당은 노무현 독무대나 다름없다. 날이면 날마다 노무현 지지대회가 열
리고, 여기저기서 이조(이회창+조선일보) 성토대회가 벌어진다.
나는 노풍을 인터넷 선진국 한국에서 신세대가 일으킨 <넷 민주주의 새바람>으로 해석하고 싶
다. 새바람의 핵심은 전통적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인 자유와 평등에다가 인터넷시대의 기본가치
인 쌍방주의를 접목시킨 것이라는 판단이다. 나는 쌍방주의를 특별히 주목하는데, 이것이 한국 5천
년을 지배해온 일방주의를 청산할 수 있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정몽준의 자폭테러 엿보기 (월간인
물과사상 2003년
신주류의 걸작
16대 대선에 대한 나의 평가는 한 문장으로 충분하다. 노풍(노무현+인터넷)이 이조(이회창+조
선일보)를
제치고 신주류 시대를 열었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번 대선이 <노풍(노무현+인터
넷) 대 이조(이회창+조선일보)>,
<새 정치 대 낡은 정치>, <신주류 대 구주류>의 대결이 될 것
이라고 진단했다. 노풍은 자유, 평등, 쌍방주의를 지향하는 신주류세력을 대표하고, 이조는 억
압, 차별, 일방주의를 유지하려는 구주류세력을 대표한다고 파악한 것이다. 내 방식으로 표현해
서 <넷 민주주의세력대 반공조폭세력>의 대결이었다.
이 대결에서 신주류는 몇 번의 결정적 고비를 이겨내고, 이인제, 정몽준, 이회창 등 구주류 거물들
을 차례로 꺾고 기어이 승리를 일궈냈다.
-중 략지금까지
한국은 독재정권이 선거를 주관하고 ‘국민’을 동원하는 관권동원 시대, 정당과 후보들
이 선거운동을 주도하고 당원과 지지자들을 돈으로 동원하는 금권동원 시대를 넘어서지못했다. ‘국
민’은 주권자라기보다 동원 대상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신주류 시민세력이 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정치판 자체를 주도했다. 3
월 16일 민주당 광주 경선에서 노무현을 1등으로 만들어낸 것은 선거혁명의 신호탄이었다. 이
후 노풍은 파죽지세로 이인제를 격파하고 ‘이회창 대세론’까지 초토화시켜버렸다.
후보도 선거주도자가 아니라 주연 ‘배우’에 지나지 않았다. 시민이 선거의 제작과 감독을 맡은 거
나 마찬가지였다. 정당은 조감독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것이 이전의 선거와 이번선거가 결정적으
로 다른 점이다.
-중 략결정적
장면
어떤 일에나 고비가 있기 마련이다. 고비 중에는 일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고비도 있다. 이번 선
거에서도 그랬다. 내가 보기에 대선의 결정적 변수는 정몽준이었고, 결정적 고비는 정몽준의 ‘심
야 폭격’이었다. 그것은 신주류로 위장했던 재벌2세 출신 골수 구주류가 마지막 순간에 가면을 벗
은 사건이었다
정몽준은 선거를 일곱 시간 남짓 남겨두고 노무현과 신주류를 향해 심야 폭격을 퍼부었다. 피할 시
간도 방어할 방법도 없었다. 정몽준은 자신의 폭탄선언으로 이회창이 당선될 거라고 확신했던 모양
이다. 그러나 결과는 ‘자폭테러’로 끝나고 말았다. 이회창을 살리지도 노무현을 죽이지도 못했다. 자
폭하면서 ‘희대의 배신자’ 낙인까지 찍혀버렸다.
12월 18일 밤 11시 경, 전주대학교 김○○ 교수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김 교수는 난해한 문제
가 생기면 종종 나의 자문을 구하는 분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당선을 위해 상당히 열심
히 뛰었는데, 선거운동 막판에 터진 정몽준의 ‘노무현지지 철회’ 발표에 큰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
다. 위로라도 받고 싶은 심정으로 나에게 전화를 했던 것 같았다.
‘정몽준의 자폭테러’는 누가 뭐래도 이번 대선의 ‘가장 엽기적인 장면’이다. 사실 이런 황당무계
한 장면은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세기의 희극이다. 이번 대선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서
는 이 장면을 꼼꼼하게 뒤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로 김 교수와 나눈 통화 내용을 여기에 옮겨본
다.
김 : 혹시 텔레비전을 보고 계세요? 정몽준 소식 들었습니까?
최 : 아니요. 지금 오시엔(OCN)에서 영화보고 있는데요. 김 : 조금 전에 정몽준이 노무현 지지를 철
회한다고 발표했어요.
최 : 예? 결국 정몽준이 사고를 치고 말았군요. 제가 말했잖아요. 정몽준은 악몽이라고.
김 :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이러다가 이회창이 당선되는 것 아닙니까? 난리
가 났어요. 벌써 대세가 뒤집힌 것 아닙니까?
최 : 김 선생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노무현이 이길 겁니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몽
준이 노무현 지지를 철회한 건 대한민국의 복입니다. 나는 노무현이 대통령을 하고 정몽준이 총리
를 맡는 동거정권을 생각하면 앞이 보이질 않았어요. 이런 노무현 정권이라면 이회창 정권보다 나
을 게 하나도 없거든요. 정몽준과 재벌이 고비마다 발목을 잡을 게 뻔하잖아요. 개혁도 없고 안정
도 없어요. 불협화음만 나오죠. 그런데 불과 선거 하루 전에 ‘정치적 혹’이 저절로 떨어져 나갔어
요. 정말 하느님이 보우한 겁니다.
김 : 정몽준의 지지 철회가 선거에 별 영향이 없을 거라고 봅니까?
최 :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이번 선거는 전반과 후반이 많이 다릅니다. 초장에는 한나라당과 조
중동이 선거 판을 흑색선전 판으로 몰고 갔습니다. 아무 근거도 없이 국정원 도청의혹과 노무현
의 재산 은닉 의혹을 터뜨렸어요. 노무현을 불안한 사고뭉치로 몰기 위해 텔레비전 광고를 내9고, 연
설원을 총동원해서 인신공격을 했어요.
그런데도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이 효과를 내지 못했어요. 정말 많이 바뀌었죠? 초조해진 이회창
과 한나라당은 열흘 전쯤부터 노무현의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 공약과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
을 난타했습니다. 말이 정책 비판이지 또 다른 흑색선전이었어요. 특히 행정수도 이전을 물고 늘어
졌잖아요. 수도를 옮기면 서울이 텅텅 비고 서울 집값이 폭락할 게 틀림없다며 겁을 줬거든요. 서울
과 서울사람이 곧 망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게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결정적 실수(!)였습니다. 그들
도 모르는 사이에 노무현의 ‘정책 대결작전’에 말려든 거죠.
김 : 정책 대결이 된다고 반드시 노무현이 유리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최 : 흑색선전이나 인물 대결하고 정책 대결은 차이가 납니다. 정책 대결이 되면 정책에 따라 편먹
기를 합니다. 노무현 지지자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행정수도 이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라
는 뜻입니다. 이회창 지지자는 그 반대고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북핵 문제’와 행정 수도 이전 문
제는 둘 다 노무현이 내건 공약입니다. 따라서 노무현은 해결책을 제시하는 진취적인 후보로 비치
고, 이회창은 남의 공약을 헐뜯기나 하는 부정적인 인물로 비칩니다. 사실이 그랬고요. 대통령 선거
를 노무현이 주도하고 이회창이 따라가는 꼴이죠. 이런 싸움은 노무현이 50점 따고 들어갑니다. 의
제 선점의 효과라고 할 수 있죠.
흑색선전이 판을 칠 때는 폭로 내용에 따라 지지후보가 바뀝니다. 인물 대결 때는 인물에 대한 평가
가 바뀔 때마다 지지후보도 덩달아 바뀝니다. 그러나 정책 대결 선거가 되면 웬만한 사건이 일어나
도 지지후보를 바꾸지 않습니다. 선거 후반부에 ‘북핵 문제’와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핵심 주제로 부
각되면서 정몽준은 이미 중요 변수가 아니었어요. 근거없는 비방이나 인물 평가는 더 이상 중요하
지 않게 된 겁니다. 정책 대결 선거로 바뀌면서 노무현은 정몽준 지지자 대다수를 흡수해버렸습니
다. 이제 정몽준 지지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게 된 겁니다. 이런 판국에 잘 나가던 시절만 생각하
고 ‘노무현지지 철회’를 발표하는 건 자살행위예요. 내가 보기에 정몽준은 보기 드문 바봅니다.
김 : 그래도 박빙승부에서는 정몽준 변수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
최 : 제가 듣기로 오늘 낮까지 노무현이 대략 5% 정도 앞선다고 하더군요. 정몽준의 지지철회로 노
무현 지지자 중에서 조금은 빠져나가겠죠. 그러나 권영길 지지자 중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노무
현 지지로 옮기는 사람도 제법 많을 겁니다. 이래저래 따져보면 노무현대세에는 변화가 없을 듯합
니다. 결국 정몽준만 자폭으로 정치 인생을 마감하는 거죠.
김 : 맞아요. ‘노무현지지 철회’를 했는데도 노무현이 당선된다면 정몽준만 자폭하는 꼴이죠.
최 : 정몽준이 이제야 정체를 드러낸 겁니다. 한국 사람들은 과거를 쉽게 잊어버려요. 박정희는9 가
장 폭력적인 정치인이었고 정주영은 가장 폭력적인 자본가였잖아요. 그런데 그들의 자식들이 활개
를 치고 다녔어요. 정몽준은 노동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식칼테러까지 저질렀던 현대중공업 회장이
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새로운 인물’로 둔갑해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어요. 슬픈 현실이죠. 그런
데도 언론은 정몽준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나서서 한겨레
시평에다 두 번이
나 그를 냉혹하게 비판했어요. “정몽준은 악몽이다”(2002. 10. 12)와 “정몽준당 21”(2002. 1
1. 9)이라는 시평입니다. 당시에는 제법 욕을 많이 얻어먹었어요. 김 : 한가지 참 궁금한 게 있는데
요. 노무현이 대통령 당락이 달린 급박한 시기에 왜 추미애와 정동영을 대통령 깜으로 들먹였을까
요? 노무현이 너무 경솔했던 것 아닙니까? 이런말이 정몽준을 자극할 건 뻔하지 않습니까?
최 : 저도 노무현의 자극적인 말을 주목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노무현이 뭘 모르거나 경솔해서 정
동영과 추미애를 거론한 것이 아닙니다. 아주 의도적으로 그랬다고 봐요.
내가 보기에 노무현은 세 가지 특징을 가진 인물입니다. 하나는 국정 전반을 꿰고 있을 만큼 머리
가 좋고, 또 하나는 원칙과 소신을 위해 어떤 위험과 손해도 감수할 수 있는 올곧은 성격을 가진 겁
니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는 수십만 열렬 팬을 가진 노무현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의 강인한 승부사 근
성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습니다. 내가 보기에 노무현은 최고의 승부사입니다. 승부를 걸되 대중
의 관심을 극적으로 고양시키는 화려한 정치쇼도 연출할 줄 아는 인물입니다. 10년 앞을 내다보
고 투자까지 할 줄 압니다. 계속 떨어지면서도 부산에서 출마한 걸 보세요. 눈치 빠른 사람은 그
때 노무현이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을 겁니다. 조선일보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건 승
부를 걸면서도 극적인 효과까지 노린 정치쇼였습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정몽준 쪽 요구
를 다 들어준 것 보세요. 내가 보기에는 노무현으로 단일화 된 결정적 요인은 바로 ‘대담한 양보’였
습니다. 부산 유세 중에 지지자들과 천연덕스레 부산갈매기를 합창하고 춤까지 췄어요.
나는 이런 정치쇼 능력이 상고 출신 노무현을 위력적인 정치가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나는 정치쇼
를 할 줄 모르는 숙맥은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회창은 대법관이
나 해야 할 인물입니다. 정치가 자질이 없는 사람입니다. 체질에 맞지않는 정치가로 나섰다가 자신
은 물론이고 자식과 아버지까지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렸어요. 자기의 원칙과 소신을 실현하기 위
한 정치쇼는 정치인의 흠이 아니라 능력입니다.
김 : 정동영과 추미애를 들먹인 게 정몽준을 자극하기 위한 정치쇼였다는 겁니까?
최 :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자극적인 말은 정몽준과 끊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을까요? 머리 좋은 노
무현이 정몽준을 자극하는 방법 정도는 알았을 겁니다. ‘왕자마마’를 열 받게 하는 방법은 자존심
을 후벼파는 거죠. 그런 정도는 나도 알거든요.
김 : 충격적인 해석이네요. 사실이 그렇다면 노무현은 정말로 대단한 인물입니다. 아무리 노무현이
지만 대통령에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설마 그런 도박을 했겠어요?
최 : 아니요. 원칙과 명예를 존중하는 노무현이 정몽준과의 동거정권을 받아들이기는 정말 어려
울 겁니다. 노무현은 애초에 후보 단일화를 단호하게 반대했습니다. 상황에 몰려서 단일화를 하기
는 했지만, ‘실패한 대통령’이 될 게 뻔한 동거정권은 정말 싫을 겁니다. 어쩌면 낙선보다 더 싫을지
도 모릅니다. 내가 보기에 노무현은 구차하게 동거정권 대통령이 되기보다는 당당하게 낙선을 선택
할 인물입니다.
정책 대결 선거가 되면서 정몽준 지지자를 거의 흡수해버린 현실도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정몽준
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대세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명실상부
한 ‘노무현 정부’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거라고 봅니다.
김 : 그렇다면 정몽준이 노무현의 고차원 ‘단절 작전’에 말려든 거군요. 최 : 저는 그렇게 봅니다. 겉
으로 보기에는 정몽준이 노무현을 버린 것 같지만, 사실은 노무현이 정몽준의 자존심을 폭발시켜
서 관계 단절을 유도했다고 보는 겁니다.
김 :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 노무현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속이 편해집니다. 더 하고 싶
은 말
-중 략정몽준의
‘노무현지지 철회’ 이후 신주류와 호남사람들이 보여준 노무현 당선을 위한 열정과 실천
은 거대한 참여의 물결을 만들었다. 선거 당일 하루 동안 623만 명이 오마이뉴스(인터넷신문)를 방
문했다고 한다.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휴대폰이 불을 뿜었다. 신주류의 초조한 심리와 뜨거
운 참여 열정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이런 사정은 호남 사람들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호남 사람들은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15
대 때 김대중한테 던진 표보다 2%나 더 많은 표를 노무현에게 던졌다. 영남 지역주의 정권에 대
한 두려움이 경상도 사나이 노무현에 대한 몰표로 나타난 것이다. ‘지역감정’ 타파라는 대의를 위
해 적장(?)을 포용하는 호남 사람들의 정치적 역량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영남 민심은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것이다. 많은 영남 사람들이 김대중에 대
한 증오심 하나로 이회창에게 투표를 했다. 그러나 이런 것 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상고 출
신, 원칙과 소신을 거침없이 실천하는 정치인, 자유, 평등, 쌍방주의 문화를 체득한 부드러운 노무
현을 절대로 대통령 깜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심리다. 대다수 영남 사람들은 근엄한 표정, 위압적
인 태도, 점잖은 말투를 구사해야 인물로 쳐준다. 조폭 두목같은 위엄이 없으면 우습게 보는 경9 향
이 있다. 그래서 노무현이 경상도 사람이라도 외면한 것이다. 이게 지역감정보다 더 무서운 조폭심
리(또는 파쇼문화)다.
영남에는 개개인의 인격적 독립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인격적 의사소통의 언어가 없다. 명령
과 일방적 의사전달을 하는 가부장적 파쇼 언어가 일상생활을 지배한다. 영남 말에는 거의 주어
와 형용사와 부사가 없다. 서울 말, 호남 말과는 정 반대다. 거의 동사 한 가지만 사용한다. 밥 묵었
나? 아는? 자자! 이런 파쇼 언어가 통용되다보니 상하존비의 예의를 의리로 떠받드는 조폭문화
가 지배한다. 이 낡아빠진 구주류의 병적 심리와 문화를 치유하는 것도 우리의 역사적 과제다. 이
걸 어떻게 고쳐야 할까? 워낙 중대한 문제이니 영남 문화 해석과 처방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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