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0
05 거목이 되어 돌아온 통일운동가 정기열 목사
거목이 되어 돌아온 통일운동가 정기열 목사
거목이 되어 돌아온 통일운동가 정기열 목사
미국시민권 버리고 25년 만에 영구 귀국…강의·통일운동 전념
이필완 (leewaon3@chollian.net)
승인 2005.07.20
▲ 25년 만에 영구 귀국한 통일운동가 정기열 목사. (사진제공 당당뉴스)
89년 평양축전에 전대협 대표로 참석했던 임수경씨가 판문점을 통해 돌아올 때, 휴전선을 넘으면서 문규현 신부와 함께 임수경씨를 보호했던 통일운동가 정기열 목사가 지난 5월15일, 25년 만에 미국시민권을 포기하고 영구 귀국했다.
세계적인 통일운동가로 활약하면서 학위를 마친 후, 25년 만에 미국시민권을 버리고 가족(부인 김정옥, 아들 정희욱)과 함께 영구 귀국한 정기열 목사는 서울 누산동에 거처를 마련하였으며, 감신대 겸임교수와 한신대 강사, '우리겨레 하나되기 운동본부' 국제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80년대 초 미국에 유학하여 예일대에서 공부할 때는 파리의 홍세화보다도 택시운전을 먼저 했고, 공부를 중단하고 통일운동 현장에 뛰어든 85년부터 94년까지 매릴랜드주립대학 교목을 하면서 활발하게 현장활동을 하다가 이번에 학위를 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정 목사는 미국에서 평양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친북활동가로 분류되어 오랜동안 국내 입국이 불허되었지만, 이제는 교수가 되어 강단에 섰다. 이미 봄 학기에 감신대에서 "북한 이해"라는 과목을 가르쳤고, 가을 학기에는 "통일운동과 기독교"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다른 대학에서도 교수로 부임해 줄 것을 요청받았으나 당분간 '겨레하나' 국제위원장을 맡은 일로 고사하였다. 몇 년 전까지의 암울한 남북 관계와 국내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대단히 파격적이고 엄청난 변화다.
"국가 경영전략 세우기에 일조하겠다"
▲ 감리교 소속 사회활동가들이 7월19일 정기열 목사 환영 모임을 열었다. 이들은 정 목사 초청 강연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제공 당당뉴스)
지난 7월19일 오후 6시 서대문 '고난 받는 사람을 위한 모임' 사무실에서 감리교 사회활동가들이 정기열 목사를 환영하는 모임을 열었다. 이날 정 목사는 고난함께가 10년 전인 94년 12월 문익환 목사 100일 추모제에 한호석 목사와 함께 참석했을 때 환영해 준 일을 회상하며 "이번에도 고난함께가 앞장서 환영의 자리를 마련줘 고맙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10년 넘게 입국이 금지된 바 있는 그는, 노근리사건으로 인한 민간학살처 120군데 조사차 26개 국이 참여한 '미국학살 만행 전민족 특별조사위원회'(전민특위) 위원 자격으로 10여 차례 입국했고, 들어올 때마다 국정원 직원들이 따라 붙어 안내하고 감시한 일화를 소개하였다.
53세, 미국 유학 길에 오른지 25년만에 선배와 후배들 앞에선 정 목사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이제는 자신도 많이 바꿨다고 소개한 정 목사는 "옛날에 젊음의 혈기로 방방 떴으나 이제는 말투도 변하고 기능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녹아지려고 한다"고 자신을 낮추었다.
그러나 그는 10년, 20년을 내다보고 통일국가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역설하는 등 통일운동에 대한 열정만큼은 식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정 목사는 어떤 전략과 정책으로 통일시대를 준비할지, 통일시대는 어떤 모습일지 몰라도 자신은 국가 경영전략을 세우는 일에 일조하고 싶다고 하였다.
정 목사는 정부와 자신의 '애증' 관계도 털어놓았다. <말>지에 94년부터 통일과 북한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그에게 당시 정부는 북에 대한 정보를 알려면 정 목사를 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정보비를 주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정 목사는 밝혔다.
47번째 평양방문, "감동이었다"
얼마전 6·15 기념 평양축제에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한 것이 47번째 평양방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6·15 기념 평양축제는 국가대표단과 민간대표단이 함께 행사에 참가함으로 형언키 어려움 감동을 맛보았단다.
"옛날에는 북한에 한번 갔다오면 그저 감옥행이었는데, 꿈인가 생시인가! 더구나 10만 명의 평양 군중이 모인데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통일을 대망하는 연설을 하였다는데, 정말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이번 행사에는 '상이군경회' 대표도 참석했으니, 확실히 좌 우의 구분이 무너져간다고 하였다. 또 한기총 등 일부의 근본주의자들이 꺼져가는 냉전의 불을 살려보려하지만 이제 남북통일은 특정한 개인이나 사람들에 의해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으로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을 방문한 감리교 지도급 아무개 목사와 아무개 감독회장은 "정기열 목사가 새빨간 빨갱이다. 한국 감리교에 먹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정기열 목사야말로 훌륭한 애국자이고 훌륭한 일을 한다"고 반박해 말씨름을 크게 한 적도 있었다. 감리교 안에서 논란의 인물이었던 그는 25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모교인 감신대 강단에 서니 정말이지 하나님의 은혜가 크다고 고백했다.
한편, 정 목사가 국제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겨레하나는 44개의 북한지원 단체 중 통일운동에 참여하여왔던 민노총 민예총 한총련 등이 참여하여 눈높이 낮은 통일운동을 한다. 겨레하나에는 10만여 명이 월 5천 원씩 후원하하여 북한에 빵공장을 운영하고, 북한 어린이의 교육시설을 위한 100억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벌써 60억 원 가량 모였다. 정 목사에 따르면, 겨레하나에는 통일부가 앞장서서 모금액의 50%를 지원한다.
정 목사는 통일운동을 위해 여러 기업인을 만나고 있다. 현대의 현정은 회장도 만날 예정이다. 그야말로 그의 인생이 변하고 있다. 그는 "자본가, 노동가의 구분없이 더불어 함께, 먼저 갔다고 으시대지 않고 자만하지 않고, 다만 쉬지 않고 통일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고 말했다.
이날 정 목사 환영 모임을 개최한 이들은 빠른 시일내에 '정기열목사 초청강연회'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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