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란코프] 북한의 극심한 빈부격차

[란코프] 북한의 극심한 빈부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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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북한의 극심한 빈부격차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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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북한 서민들의 생활이 좋아진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경제성장을 가져온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시장화, 즉 장마당 경제의 성장입니다. 세계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시장 경제만큼 경제 성장과 발전을 불러올 수 있는 제도가 없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제에도 결정적인 약점이 없지 않습니다. 그것들 가운데 사회 양극화, 즉 빈부 격차만큼 어려운 문제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사실상 장마당이 주도하는 시장경제 하에 살게 된 북한 주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자기 몸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의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도 강냉이밥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농민 가족들도 고난의 행군 시절에 비하면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양의 돈주들이나 고급 간부들의 집과 비교하면 시골 농민들이나 서민들은 거지라고 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해졌습니다. 평양 특권 계층은 자가용 승용차도 있고 출장을 위장한 해외여행까지 가능하지만 시골 마을 사람들은 어쩌다 물고기를 조금 먹을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일성 시대에도 불평등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간부들이 돈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특별 공급, 분배, 선물 등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일성시대 간부들은 일반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습니다. 모든 주민들에게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오늘날의 돈주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아마 북한주민 대부분은 세계 어디에나 시장경제가 시행되고 있으면 빈부 격차가 심한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완전히 평등하게 사는 나라가 있을 수는 없지만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잘 사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빈부 격차는 북한만큼 심하지 않습니다.
역설적으로 그 이유는 민주정치, 즉 정치적인 평등과 자유 때문입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노동자를 비롯해 잘 못사는 사람들도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비롯한 여러 가지 권리보호 단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단체들은 국가와 정치 지도자들을 움직여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하고 이렇게 얻은 돈으로 서민들의 교육, 보건 수준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어떤 사회이든지 부자들보다 잘 못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정치적인 자유가 있는 민주국가에서는 부자들이 서민들의 압력에 굴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잘 사는 나라에서 서민들이 국가로부터 공짜로 받을 수 있는 것은 북한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북한의 어용 선전 언론들은 북한의 무상교육, 무상치료를 운운하고 있지만 사실상 잘 사는 자본주의 국가 대부분은 무상교육과 무상치료를 다 시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잘 사는 자본주의 국가에선 경제기반이 튼튼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 서민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수준과 치료수준은 북한에서는 고급 간부조차 꿈꾸기 어려운 높은 수준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와 같은 사회제도는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이 아닙니다. 잘 사는 나라에서는 인민대중들이 먼저 정치적인 자유를 얻고 그렇게 얻은 정치 자유를 이용하여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고 양극화를 많이 완화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인민대중이 완벽한 자유를 하루아침에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중국과 같은 나라는 아직도 완전한 민주국가가 아니지만 노동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북한도 중국처럼 비슷한 정도의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면 빈부 격차가 금방 없어지지 않겠지만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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