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친화적 농사꾼의 시골이야기:진보와 정론의 인터넷 신문 - 대자보 -
자연친화적 농사꾼의 시골이야기
[책동네] 농부 작가 전희식의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
김철관
▲ 표지 © 한살림
노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병이 치매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노인들은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고 한다. 치매로 인한 자식 간의 갈등도 심상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 2011년 치매관리법이 제정되고 2014년부터 전국 시도 자치단체별로 광역치매센터가 생겼다. 이렇게 사회적으로도 치매 예방에 대한 인식이 높아가고 있다. 치매나 중병에 걸린 부모들을 위한 효도휴직이나 효도휴가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면 어떨까.
이와 관련해 전희식 농부 작가가 쓴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2016년 11월, 한살림)는 귀농이나 귀촌을 바라는 사람들이 읽으면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 임은 틀림없지만, 시골 부모를 어떻게 모셔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길라잡이로도 손색이 없다.
병약한 부모의 돌봄과 모심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치매 등 병이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늙고 죽듯이 인과의 법칙에 따라 찾아오는 신경질환이라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해야하기 때문이다.
“치매가 날로 악화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치매가 호전되는 것이 도리어 부자연스럽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어 찾아오는 현상인 ‘섬망(譫妄)’은 일으키는 당사자는 무서움도 불안도 공포도 없다. 옷에 똥을 묻히고 있을지언정 더럽다는 불쾌감도 없다. 신체적으로 위생적으로 위해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자식의 시선으로 실제보다 과장되게 사태를 진단해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본문 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원칙을 지키듯이 병약한 부모의 눈높이에서 최선을 다하면 일종의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골은 병약한 부모들이 무언가 집중할 거리가 많기 때문에 부모 모시기에는 시골이 유리하다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출산휴가와 유아휴가는 근로기준법으로 보장돼 있고, 육아휴직은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 왜 효도휴직 또는 효도휴가는 없을까요. 효도휴직이나 효도휴가의 여건을 정하고 해당 직장인에게 휴가를 주는 방법도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본문 중에서-
특히 이 책은 ‘왜 시골에 사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삶터를 시골로 옮길지 말지의 문제를 넘어 농사를 짓는 농부의 삶이 ‘스스로 성장하는가, 아니면 퇴보하는가’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시골살이를 통해 내면의 성장, 삶의 지혜, 생명사랑, 깨달음 등이 소중한 키워드가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렴한 헌집을 사 새집 만들기, 다양한 농부의 잡일, 묶은 땅 개간, 먹거리를 위해 말리고 절이고 땅에 묻은 겨우살이,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노는 ‘삶이 곧 문화’라고 강조하는 저자 농부의 철학이 돋보인다.
시골살이는 몸을 믿고 부딪다 보면 자연스레 해결되고, 자기 안에 숨은 능력을 끌어낼 수 있으며, 아이들도 자연 속에서 스스로 자유분방하게 자라게 해 자생능력을 키우는 것이 최고의 자녀교육이라고 일갈하고 있다.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는,집과 땅 장만, 먹고살기, 농사짓기, 농기구와 자원, 겨울나기, 문화생활, 양육, 부양, 농민의 삶 등으로 구성했다. 이렇게 소제목만 봐도 대충 책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저자 전희식은 지난 94년 귀농해 20년 넘게 전라도 완주를 거쳐 현재 장수에서 자연재배 농사를 짓고 있다. 현재 농민생활인문학대표, 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이다. 농민단체와 생명평화단체, 채식과 명상 단체 등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 등에 농업과 생명사상관련 칼럼을 쓰기도 했다.
저서로 치매 어머니 돌보고 모신 이야기를 담은 똥꽃 '엄마하고 나하고'가 있다. 귀농생활과 생태적 각성 그리고 우리농업에 관한 통찰을 담은 '아궁이 불에 감자를 구워 먹다' 땅살림 시골살이, 시골집 고쳐 살기, 아름다운 후회, 소농은 혁명이다, 등이 있고, 어린이 책 '하늘이의 시골일기'를 내기도 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