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재 지원 남북경협 열려라
농자재 지원 남북경협 열려라
식량기반 확보와 통일농업 토대 마련
지역별 협력거점과 협력특별기구 조성
개별 농기계보다 공장 정상가동화 지원
유기질조합, 대북비료지원협의회 제안
남북 양분수지 균형과 산업활성화 기대
무기질비료, 식량증산 효과에 토양고려
5개년전략 연계 생태농업기지 조성 대안
우수유기농자재 북 지원시 20%증수효과
북한, 생물농약과 대용농약 의존도 높다
이은원 기자 wons@newsfm.kr
등록 2018.06.27 16: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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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달 농자재를 매개로 하는 남북경협 추진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잇달아 열렸다. 북한이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가 식량이기에 농업은 남북경협의 첫단추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또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농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므로 남북농업협력에 비료, 종자, 농기계, 농약, 친환경농자재 분야의 협력과 지원이 필수라는 방정식이 성립된다.
농업 생산력을 위해 우수기자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은 북에도 정착돼 있다. 북한은 2010~2020년까지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진행하면서 총1000억달러를 투자해 공업, 에너지, 농업을 중점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연산 3만톤 규모의 농약공장, 5만톤 종자기지, 종합농기계와 축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잇달아 개최된 ‘남북농기계 교류협력 추진방안 정책좌담회’(한국농업기계학회 19일), ‘가축분 재활용 활성화 간담회’(이개호 국회의원 19일), ‘친환경농자재 대북경협지원 추진방향 세미나’(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 21일)에서는 과거 남북경협의 성과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시행착오를 벗어나자는 방향 모색이 주안점이 됐다.
목마른 이가 샘을 파듯, 내수정체라는 동병을 앓고 있는 농기자재산업계에서 남북경협을 통해 매출과 성장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강한 의지도 읽힌다.
친환경농자재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백정민 통일농수산사업단 사무총장은 “남북 농업개발협력의 목표는 한반도의 안정적 식량기반 확보와 함께 상호경쟁력 제고와 통일농업의 토대 마련 방향으로 나가야 하며, 지역별 협력거점과 협력특별기구를 조성하고 개발 협력의 재원과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 총장은 “북한은 만성적·구조적 식량난을 완화해야 하는데 이는 농업기술·관리·영농물자를 통해 풀어야 하므로 북의 농업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남북 농업개발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남한도 남북 농업협력을 통해 북한리스크 감소와 다각적인 경제협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접근 방식은 산업별·작목별 등 부문단위보다 지역단위의 협동농장 접근방식을 강조했다. 북한은 전국 3300여개의 협동농장이 전체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독립채산제 등의 변화도 일고 있다. 또 부문단위 접근시 사업기관은 해당부문 중앙지도기관이 되지만 지역협동농장 단위로 접근시에는 관리위원회(리), 경영위원회(군), 경리위원회(도), 농업성, 농업과학원이 된다.
지금까지의 남북공동영농사업은 다양한 공동협력시범·시험사업으로 우량볍씨 성능비교 시험, 볍씨 채종 기술 교류, 벼 일관기계화 시범, 병해충 및 질병 종합방제, 친환경 수도작 시험, 다수확 시범포 조성, 밭농사 작부체계 개선, 양돈연수장 운영, 과수·특작 시범, 인삼·양잠 시범, 상품화 기술 교류 등이 있었다.
남한 기술지원단에 참여했던 기관과 민간 목록을 보면 농진청을 비롯해 도농업기술원, 지역·품목농협, 한농연, 협력위원회 등과 함께 신젠타코리아, 동부한농(현 팜한농), 농우바이오, 국제종합기계, 세실, 흙살림, 한얼 등의 민간기업 등도 참여한 바 있다.
2001~2007년 농기계 단계적 지원 사례
한국농업기계학회와 농축산기계신문이 공동개최한 남북농기계 교류협력 좌담회에서는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국장이 운동본부 중심으로 ‘대북 농기계 지원사업의 경험과 향후 방향’을 제시했다.
홍 사무국장은 2001부터 2007년까지 지속된 대북 농기계 협력이 △1단계:농기계 수리공장 설립 및 견본기 공급과 실증시험 △2단계:농기계 조립생산공장 건립 △3단계:민족적 농기계 협력 개발 등 단계적 방안 아래 진행됐다고 밝혔다. <표1>
중고와 신품 콤바인, 경운기, 이앙기, 트랙터 등 지원, 농기계 수리공장을 신축 지원했으며 수리용부품도 지원했다.
2005년에는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등과 합의해 농기계생산공장을 경협방식이 아닌 지원방식으로 추진해 그해 7월 농기계공장을 평안남도 강서군 금성트랙터 공장 내에 건설해 콤바인과 이앙기 등 농기계 조립라인을 설치했다. 콤바인 조립 기술교육도 실시했으며 9월에는 추수기에 사용할 콤바인 50대를 첫 생산했다. 당시 67명의 우리측 대표단이 방북해 9월 14일 ‘우리민족·금성·동양 농기계공장’ 준공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운동본부 지원사업과 연계, 국산 농기계 부품 일부를 이곳에서 생산해 국제종합기계에 공급하는 협력사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홍 사무국장은 이앙기, 경운기, 콤바인 등 국산 농기계가 수작업이나 북한 농기계와 비교할 수 없는 효율성을 보여 북측의 만족도가 높았으며, 경운기 등의 생산기술 이전에 대한 요구도 컸다고 밝혔다.
홍 사무국장은 농업기계화가 현 북한의 주요과제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남북협력을 통한 농기계공장 현대화, 공동투자 형식의 신 농기계공장 건설과 한반도 농업에 필요한 농기계 개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미 한국농어촌공사 통일농업연구부 과장은 현재 파악 가능한 북한의 농업생산기반 자료가 추정치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오래된 자료가 많다고 지적했다. 협력사업에 앞서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현황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는 요구다.
북한 작물 생산량 증대의 가장 큰 제약요인은 부족한 농기계와 연료라고 밝혔다. 개별 기계 지원보다는 주요 농업용 기계공장의 정상가동화 지원을 위한 인적·물적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경운기, 트랙터 등 완제농기계 지원방식이 아닌 북한 현실에 맞는 농기계 제작환경 조성을 위한 교류협력이 돼야 한다는 것. 공장의 정상가동화 지원이 돼야 유지 보수 및 필수부품이 해결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현황에 맞는 농기계 제작 지원도 고려할 수 있다.
“비료협의체 구성해 지원효과 높이자”
이개호 국회의원의 ‘가축분 재활용 활성화 간담회’를 주관한 한국유기질비료협동조합 김종수 이사장은 대북비료지원협의회를 통한 대북비료지원이 북한 농업의 단기적인 문제를 완화하면서 남북의 장기적인 문제 해결도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토양은 유기물 함량이 낮기 때문에 유기질비료 시용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고, 남한은 축산분뇨와 기타 유기성 자원이 과잉 상태에 있으므로 이를 해소하는 효과가 크다. 남한의 잉여 유기물 및 해양투기가 금지된 축산분뇨를 유기질비료로 재활용해 북한에 지원함으로써 남북한 농경지의 양분 수지균형에 도움이 된다.
또한 김 이사장은 향후 대북비료지원협의회와 같은 협의체를 구성해 생산 및 공급 관련 업체의 선정, 공급량 배정, 지원 비료의 품질과 공급방법 기준을 정하는 역할을 제안했다. 북측과 협의를 통해 지원 비료의 분배 투명성을 높일 것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축산산업의 기업화로 발생되는 많은 양의 가축분뇨 처리와 유기질비료를 통한 재활용으로 축산농가의 환경개선과 유기질비료 업계의 지속적인 활성화도 기대되는 요인이다.
영농형태 맞는 무기질 신비종도 지원해야
한국비료협회(회장 이광록)도 25일 대북 비료관련 무기질비료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북한의 비료 소요량은 130여만톤으로 자체 생산 20여만톤, 중국산 수입 16만톤을 감안할 때 100여만톤이나 부족한 것으로 추산된다. 만일 우리측에서 무기질비료 30만톤을 지원해 벼·옥수수 재배 사용시 약 130만톤(4.4배) 식량 증산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협회는 1999~2007년 연평균 20~35만톤의 대북 비료 지원이 있었으며 요소·복합비료·황산암모늄 등 주로 고성분 비종 위주였다고 밝혔다. 북한의 척박한 토양과 농업환경이 열악해 과거 비료 지원시 요소, 복합비료 등 무기질비료 공급으로 조기에 부족한 식량확보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비료 지원이 재개된다면 최근 북한의 토양환경 및 영농형태 등을 고려, 요소·복비와 함께 원예용·밭작물용의 특화된 비종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농업개발협력 복합단지의 성공사례 만들자”
친환경농자재 세미나에서 ‘북한농업 현실과 친환경농자재 대북경협지원 추진방향’에 대해 폭넓은 주제발표를 한 안인 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 부회장은 2016년 북한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과 연계해 농촌개발 생태농업기지 조성을 제시했다. 함경남도 북청과 함경북도 어랑·숙천 농업개발구와 함께 만포·압록강·혜산 경제개발구와 위원 등에 북한 정책과 부합하는 생태농업기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개성-해주-사리원을 잇는 서부권, 금강산-새포-원산의 동부권에 농업개발협력 복합단지 조성과 개성공단 인근지역에 시범 복합영농단지 조성 등이다. 시범사업 성공사례를 밑바탕으로 지역과 방식의 다양화도 모색할 수 있다. 복합영농시범단지 중심으로 종자부터 비료, 농약, 친환경자재, 농기계, 비닐온실기자재 등 생산기지 구축 패키지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안 부회장은 북한 농업개발을 위해 복합농촌단지를 단계별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북한 농촌 접경지에 생산기반, 생산요소, 농업기술을 지원하고 이어 단지에서 생산한 농산물 반입 투자협력 추진 등 상업적 교류를 시도한다. 그 다음 인근특구와 연계해 남한-특구-복합농촌단지로 연결된 3각 협력사업 추진을 도모하며 마지막으로 시범사업 성공사례 등의 성과를 북한 전 지역으로 확산하는 전략이다.
북한 중앙남새연구소와 중국 후베이성 농업과학원의 채소 생산기술협력을 통해 △채소 어린모 생산기술 △채소 종자 채종기술 △주요채소 육종기술 △노지채소 생산기술 △온실채소(토마오, 오이) 생산기술 △채소 유전자원 교류 등을 한 사례도 참조할 수 있다.
유기질비료와 친환경자재의 증수효과기대
북한의 유기농업은 나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주체농법을 지키면서 유기농법을 비롯한 새로운 선진영농방법과 기술을 장려해 왔다. 2003년 조선유기농업개발협회 창설, 2005년 유기산업법 제정, 2004~2010년 유기농업발전 7개년 계획을 수립해 유기생산체계와 기술개발 시범사업이 설정됐다. 2014년 북한 농업전문가 6명이 독일에서 유기농업 등 농업생산력을 높이는 기술교육을 받기도 했다.
GNE와 농업과학원은 평양, 황해남도, 평안북도, 강원도 등에 유기농업 시범농장을 운영했다. 2012년에는 유기농법안내서를 제작했으며 조선유기농업개발협회, 농업과학원, 국토환경보호성과 평양원예지도국 등 전국 여러 기관이 협동농장과 협력해 유기농업생산과 관련한 과학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올렸다.
북한은 다양한 유기질비료와 대용비료의 사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갈탄이나 니탄에 암모니아를 섞어서 만든 흙보산비료가 인기이며 안주흙보산비료공장 등의 대규모 시설에서 제조하고 있다. 토양 개량과 지속가능 농법을 위한 사업인 ‘세대당 1톤 유기거름 전투’도 이채롭다.
안 부회장은 “우리측의 유기질비료가 무기질비료와 비교할 때 완효성이며 폐기물을 원료로 하고 있다는 북측의 인식으로 인한 거부감을 해결하기 위해, 유박비료와 무기질비료를 묶어 지원하고 가축분퇴비는 축산 협력사업과 병행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안 부회장은 우리나라 가축분뇨 발생량이 4억6530만톤에 이르며 가축분퇴비 생산량 885만톤, 소비량은 738만톤으로 잉여분 150만톤의 절반 정도만 북한에 공급해도 북한 채소·과수가 10%정도 증수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또한 국내 유기질비료 20% 추가소비의 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친환경유기농자재를 선호하는 북한에 우리의 우수 유기농자재를 선발해 지원시 20%이상의 증수효과가 기대되며 우리측에 북한의 우수 유기농자재 도입 병행으로 남북 상생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옥수수 육종종사 2000여명, 사과육종도 활발
안인 부회장은 종자 분야에 대한 북한 현황도 주제발표 내용에 담았다. 북한의 식물유전자원수는 약 8만점으로 추정된다. 농업과학원 산하에 작물별 전문연구소와 지역단위 연구소에서 품종개발을 하고 있다. 옥수수의 재배면적이 60%, 옥수수 육종 종사인력은 2000여명으로 대규모이며 핵심 연구인력도 330명이 된다. 벼는 수량성에서 품종에 따라 남한보다 80% 내외이며 최근 식량난 극복을 위해 2모작을 추진하고 있다. 사료작물도 개발한 바 있다. 감자와 채소는 품종수 부족 등 낙후된 실정이다.
최근 우리측의 종자 지원은 아시아종묘(대표 류경오)가 2014년 부추, 무, 배추, 양배추, 겨자, 브로콜리, 치커리, 갓, 시금치, 완두콩, 다채, 청경채, 비타민채 등 13품종 15억원 분량을 지원한 바 있다. 독일 민간 구호단체(Welthungerhilfe)가 유럽연합으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중국 배추, 토마토, 고추 8품종의 종자생산사업을 통해 북한 일부지역에 공급하기도 했다.
북한의 작물보호제 생산은 함흥 소재 2.8비날로연합기업소에서 생산되고 있다. 국가과학원 고려생물약센터에서 식물성농약 명록, 천록 등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농약기술이 없어 식물추출물이나 생물농약, 대용농약 의존도가 높다.
이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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