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북농업협력, 자연생태농업으로 전환 필요
2015년 06월 2일 | | 805 회 링크복사
한국농어민신문에 기고한 전희식 녹색당 농업먹거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의 글을 싣습니다.
녹색당에서는 앞으로도 녹색당 내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다양한 칼럼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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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농업협력, 자연생태농업으로 전환 필요
전희식(농민. ‘아름다운 후퇴’ 저자)
남북농업협력이라고 하면 으레 남쪽에서 북쪽으로 비료나 농약, 또는 농사용 비닐이나 쌀을 보내는 것으로 여긴다. 국수공장이나 비닐온실을 지어 주는 것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는 협력이라기보다 지원이며 지원이라기보다 적선이라고 하겠다. 남쪽 사람들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북한(농업)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의 산물이다.
남북농업이 협력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부터 바로 보고 다방면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그 핵심은 자연생태농업이 아닐까 한다.
북한도 이미 생태농업 추진 중
근 한 달 가까이 중국에 가 있으면서 자연농업 현장도 보고 농부들도 만났으며 그들과 농사법과 귀농운동에 대해 토론했다. 뜻하지 않게 북한농업의 현주소를 보게 되었다. 북한과 녹색농업기술개발을 전개하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농업과학원 관계자를 통해서다.
한국의 자연농업 재배와 귀농운동 현황을 발표한 나에게 그 관계자는 북한과 맺은 계약서와 사업내용을 담은 자료를 보여주었는데 2011년부터 추진되는 그 사업에는 놀랍게도 비료와 비닐 공급으로 북한농업의 미래를 살릴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추진 중인 주요 사업은 대규모 ‘녹색농법 시범단지’ 사업과 ‘생태농업기지 건설’로 되어 있었다. ‘논벼에 대한 자연경작법’에는 오리나 새우를 사양하여 벼농사를 짓는 것으로 되어 있고 양을 사양하여 사탕수수농장을 일구는 순환농업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생태동력체계 구축 사업도 활발하였다. 생물농약기술양성 사업도 비중 있게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식량부족과 아사자 발생문제도 실태는 좀 다르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와 WFP(유엔세계식량계획)에 의하면 북한의 식량자급률은 남한보다 훨씬 높은 93% 정도나 된다는 사실이다. 쌀 생산량이 400만 톤인 남한은 이보다 3배가 넘는 1400만 톤의 사료작물을 수입한다. 따라서 사료작물 소비가 적은 북한은 남한과 곡물자급률을 비교한다면 그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통계를 보면 북한이 식량생산량에서 남한을 추월한 것으로 나온다. 남한은 456만 톤을 생산했지만 북한은 467만 톤을 생산한 것이다. 다만 북한은 굶주리고 남한이 굶주리지 않는 것은 다른 차원의 변수들 때문이라 하겠다. 남북농업협력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들이다.
과도한 농업현대화가 남긴 폐해
기존의 남북농업협력에서는 남한의 발전된 농업기술과 농자재 등 한국의 농업을 북한에 이식하는 것을 전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대목도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과연 한국의 농업이 지속가능한 농업인가 하는 점이다. 미래문명에 적합한 농업이냐는 것이다.
2조원 가까운 남북협력기금이 몇 년째 잠자고 있는 실정인데 남한 내 비료자본과 농기계자본, 나아가 농자재자본이 쌓여있는 이 돈을 탐내고 한국 내 과잉물을 소비하려는 측면도 있지 않나싶다. 최근에는 화학비료를 ‘무기질비료’라 칭하면서 북한으로의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북한농업 붕괴의 재미있는 연구를 소개하고 싶다. 농촌·농업·농민이라는 3농 이론의 창시자이며 중국인민대 교수이자 ‘농업 및 농촌발전대학’원장인 윈톄쥔(溫鐵軍)의 연구다. 그는 북한농업의 붕괴를 농업현대화의 지연 때문이 아니라 반대로 과도한 농업현대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백년의 급진’ 돌베개) 북한 농업현장에서 연구한 그의 지적은 주목 할 필요가 있다.
80년대만 해도 북한의 농업현대화(기계화)는 남한보다 앞섰는데,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한순간에 에너지 공급과 농기계부품 조달이 끊기자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 무역의 해외의존도와 식량 해외 종속이 심화되어 있는 우리나라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분석이라 할 것이다. 남한 뿐 아니라 북한농업도 자연생태농업의 진전은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쿠바농업의 붕괴와 회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치권과 언론부터 바뀌어야
남북농업협력에서 언론의 역할이 크다. 우리 언론은 대부분 북한의 호전성과 무모한 군사주의 뉴스로 가득 차 있다. 굶주림과 비참, 잔혹한 통치 뉴스가 아닌 북한 소식을 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화와 예술, 인민의 일상이나 미담 등은 엿 볼 수가 없다. 군산복합체의 이해가 결부된, 군사대결을 부추기는 보도 관행을 벗어나 남북 동질성 회복과 교류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보도가 아쉽다. 남북의 농업협력도 그런 토양 위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남북문제를 군사적 방식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접근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군사적 대결분위기를 고조시켜서는 어떤 남북 교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남북농업협력에 대한 정부·민간차원의 심도 있는 토론과 연구가 필요한 때다.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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