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통일을 잊자
2015. 10.06. 00:00:00
며칠 전 인천의 어떤 모임에 갔다가 서해 5도에서 주민 권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백 척의 중국 어선이 선단을 이뤄 꽃게 어장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어선이 우리 어선에 비해 낡은 것들이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최신식 중국 배들이 출현해서 우리 어선을 압도하고, 더구나 쌍끌이 저인망으로 바다 밑을 아예 훑어 버리기 때문에 해조류도 자라지 못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죽은 바다가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아예 조업을 포기하고 중국 측에 약간의 입어(入漁)료만 받고 어장을 내주는 형편이라 하고, 한국 해경은 중국 배들의 불법 조업 사실을 눈으로 보고도 쫓아내기는커녕 그냥 어민들에게 피하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 측과 중국 선박의 조업을 막기 위한 공동 대응을 하거나, 북한 측에 첨단 어선을 지원해 주고 북한이 잡은 고기들을 한국 측이 사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때라고 했다.
이 정부의 ‘통일 대박’론은 이들 어민에게는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다. 당장 정부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맞서 해양 주권도 지키지 못하고 어민의 생존권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보·국방만은 제대로 하는 세력인 것처럼 하는데 참 가식적으로 느껴진다.
평생 여당만 찍어 온 접경지대 주민들에게 ‘국가 부재’의 현실은 세월호 유족들과 다르지 않았다.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로 북한과 모든 경제교류가 막힌 후, 남북한은 양쪽 인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였다.
중국의 기술과 산업경쟁력이 이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잡고 있으며, 이제 중국은 지난 100여 년의 ‘굴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다시 대국의 길로 나선다. 그런데 한반도는 분단과 전쟁의 수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생각해보면 ‘냉전의 섬’ 남한과 체제의 생존에 급급한 북한이 더 발전된 나라가 되기는커녕 별개의 지속 가능한 경제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그간 걸어온 경로 위에서 각자의 미래를 구상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일본의 우경화, 중국의 대국화, 미국의 미사일 배치 등 큰 이슈가 마구 다가오는 이 국면에서 남북한은 언제까지 종속변수로 남을 것인가?
그런데 만약 남북한이 서로 적대하는 분단국가가 아닌 그냥 인접한 별개의 주권국가라면 자기 앞바다가 유린되는 것을 이렇게 두고만 볼까? 어떤 형태로든 공동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즉 남북한의 중국 어선에 대한 대응은 정상국가들의 그것보다도 못하다. 분단은 확실히 마이너스의 역사다. 그렇다면 남북한 보통의 생활인들에게는 소모적 적대의 청산, 즉 남북한 신뢰 프로세스 수립, 공동이익 추구 및 평화체제 수립이 당위론적인 통일보다는 훨씬 더 절실하다.
북한붕괴론을 암암리에 깔고 있는 이 정부의 통일 대박론이나, 반외세 통일만이 살길이라는 남한 통일운동 진영의 대안이 모두 공허하게 느껴진다. 북한이 아무리 ‘우리 민족끼리’라고 외쳐도, 한국 청년들 중 그것에 감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전체주의 북한, 그리고 경쟁과 세습의 ‘지옥’(‘헬조선’)으로 변한 한국사회의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통일론이나 민족주의 담론은 어떤 호소력도 갖지 못한다.
시선을 한반도에서 동아시아로 돌리면 어떨까? 한국이 기여할 점들이 많다. 중국에는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갈등 치유의 선례를 가르쳐 주고, 일본에는 동아시아 과거 청산을 통한 화해 작업에 앞장서라고 촉구하면서 동아시아 모든 국가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안할 위치에 있다. 그러자면 남한 집권세력은 북한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속 좁은 행동을 그만두고 한국을 좋은 국가로 만드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통일, 통일’ 외친다고 통일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민족국가가 수립되면 남북한 인민들이 모두 행복해진다는 보장도 없다. 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친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에 한반도가 기여할 몫을 생각하면서, 남북한이 자기 국민의 생명권과 생존권이라도 제대로 보장하는 국가다운 국가가 되도록 촉구하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북한은 아예 조업을 포기하고 중국 측에 약간의 입어(入漁)료만 받고 어장을 내주는 형편이라 하고, 한국 해경은 중국 배들의 불법 조업 사실을 눈으로 보고도 쫓아내기는커녕 그냥 어민들에게 피하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 측과 중국 선박의 조업을 막기 위한 공동 대응을 하거나, 북한 측에 첨단 어선을 지원해 주고 북한이 잡은 고기들을 한국 측이 사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때라고 했다.
이 정부의 ‘통일 대박’론은 이들 어민에게는 너무나 먼 나라 이야기다. 당장 정부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맞서 해양 주권도 지키지 못하고 어민의 생존권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보·국방만은 제대로 하는 세력인 것처럼 하는데 참 가식적으로 느껴진다.
평생 여당만 찍어 온 접경지대 주민들에게 ‘국가 부재’의 현실은 세월호 유족들과 다르지 않았다.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로 북한과 모든 경제교류가 막힌 후, 남북한은 양쪽 인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였다.
중국의 기술과 산업경쟁력이 이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따라잡고 있으며, 이제 중국은 지난 100여 년의 ‘굴욕의’ 역사를 청산하고 다시 대국의 길로 나선다. 그런데 한반도는 분단과 전쟁의 수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생각해보면 ‘냉전의 섬’ 남한과 체제의 생존에 급급한 북한이 더 발전된 나라가 되기는커녕 별개의 지속 가능한 경제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그간 걸어온 경로 위에서 각자의 미래를 구상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일본의 우경화, 중국의 대국화, 미국의 미사일 배치 등 큰 이슈가 마구 다가오는 이 국면에서 남북한은 언제까지 종속변수로 남을 것인가?
그런데 만약 남북한이 서로 적대하는 분단국가가 아닌 그냥 인접한 별개의 주권국가라면 자기 앞바다가 유린되는 것을 이렇게 두고만 볼까? 어떤 형태로든 공동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즉 남북한의 중국 어선에 대한 대응은 정상국가들의 그것보다도 못하다. 분단은 확실히 마이너스의 역사다. 그렇다면 남북한 보통의 생활인들에게는 소모적 적대의 청산, 즉 남북한 신뢰 프로세스 수립, 공동이익 추구 및 평화체제 수립이 당위론적인 통일보다는 훨씬 더 절실하다.
북한붕괴론을 암암리에 깔고 있는 이 정부의 통일 대박론이나, 반외세 통일만이 살길이라는 남한 통일운동 진영의 대안이 모두 공허하게 느껴진다. 북한이 아무리 ‘우리 민족끼리’라고 외쳐도, 한국 청년들 중 그것에 감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전체주의 북한, 그리고 경쟁과 세습의 ‘지옥’(‘헬조선’)으로 변한 한국사회의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통일론이나 민족주의 담론은 어떤 호소력도 갖지 못한다.
시선을 한반도에서 동아시아로 돌리면 어떨까? 한국이 기여할 점들이 많다. 중국에는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갈등 치유의 선례를 가르쳐 주고, 일본에는 동아시아 과거 청산을 통한 화해 작업에 앞장서라고 촉구하면서 동아시아 모든 국가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안할 위치에 있다. 그러자면 남한 집권세력은 북한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속 좁은 행동을 그만두고 한국을 좋은 국가로 만드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통일, 통일’ 외친다고 통일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민족국가가 수립되면 남북한 인민들이 모두 행복해진다는 보장도 없다. 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친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에 한반도가 기여할 몫을 생각하면서, 남북한이 자기 국민의 생명권과 생존권이라도 제대로 보장하는 국가다운 국가가 되도록 촉구하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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