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이 사람을 보라 2 - 인물로 보는 한국 민주화운동사
이 사람을 보라 2 - 인물로 보는 한국 민주화운동사 l 이 사람을 보라 2
김정남 (지은이) | 두레 | 2016-01-25
이 사람을 보라 2 - 인물로 보는 한국 민주화운동사 이 사람을 보라 1 - 인물로 보는 한국 민주화운동사,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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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시대를 빛내며, 희생과 헌신으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엄혹하고 어두웠던 군사독재시대를 돌아보며, 그 암흑시대에 빛을 비추어 민주화 시대를 연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 <이 사람을 보라 1>의 두 번째 책이다. 1권에 수록된 29명에 이어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 20명과,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시대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힘없는 이들 옆에서 고난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이야기를 담았다.
군사독재 암흑시대의 악과 싸워 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죽고, 모진 고문을 당했다. 그 끝 모를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밝혀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이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고난을 당하고 또 헤쳐 나갔는가? 어둠이 어둠을 몰아낼 수는 없다. 빛만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다. 어둠에 빛을 비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바친 사람들을 통해 지난 역사를 돌아본 이야기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며, 진정 가치 있는 삶은 어떤 것인지를 깨우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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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 그가 거기 있었네-장일순
2. 무등(無等)의 대인-홍남순
3.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김영삼
4. 광주의 전설-윤한봉
5. 아직 끝나지 않은 죽음-최종길
6. 산 자여 말하라-최종선
7. 잊혀진 거목-천관우
8. 우리 시대의 의협(義俠)-박윤배
9. 원주선언을 아시나요?-신현봉
10. 썩은 밀알이 되게 하소서-최기식
11. 시인에서 전사로-김남주
12. 인간해방을 위한 긴 여정-장기표
13. 누가 민주화 유공자인가-전병용
14. 민중불교의 전법사-여익구
15. 가장 온순한 인간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로-김도연
16. 맑은 영혼-홍성엽
17. 불꽃 그리고 풀꽃의 시인-조태일
18. 진실의 힘-강용주
19. 민주화운동의 보이지 않는 손-강은기
20. 민족과 문명의 대사상가-정수일
부록: 암흑 속의 횃불-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한국 현대사 연표(1960~87) / 찾아보기
지은이 서문
“지난날의 치욕을 잊는 민족에게는 그 불행한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이 자칫 옛날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게 하고 있다. 우리가 지난날의 역사를 다시 되돌아보는 것은 그때의 비극과 불행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 가운데는 예전에는 공개할 수 없었던 내용도 있다. 관계된 사람의 이름을 실명으로 공개할 수 없는 사정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잇게 된 것이다. 여기 전병용 씨와 관련된 일련의 이야기가 특히 그렇다. 또 이 책을 통해 바로잡고자 하는 것도 있다. 1972년 10월 17일의 유신정변 이후 최초의 반유신투쟁으로 1973년 10월 2일의 서울대생들의 시위를 꼽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전남대 ≪함성≫지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나는 이 책에 수록된 김남주 편을 통해 늦었지만 진실을 밝히고자 했다.
감추어진 진실을 빛 속에 드러내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은 (시인,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 해위 윤보선의 뒤에 있었다 / 김영삼의 뒤에 있었다 / 이돈명 홍성우의 뒤에 있었다 / 아니 함세웅의 뒤에 있었다 //…… 모두 다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데 / 그는 뒤로 뒤로 가 찾을 수 없다 / 그럼에도 그가 있어야 할 때 / 그가 있어야 할 곳 // 꼭 그가 있다 / 아무런 메아리도 없이-(「만인보」, <김정남> 부분)
이시영 (시인)
: 평생을 별다른 직업 없이 살아온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동네를 한바퀴 돌며 골목을 깨끗이 쓸었다고 하는데, 세상엔 이렇게 그림자처럼 조용한 분들이 있으시다. 칠팔십년대 인권 탄압이 있는 곳엔 그가 늘 뒤에 있었으며 변호사를 대신해 쓴 ‘변론’만도 아마 수천 페이지가 넘을 것이다. ‘박종철 사건’도 보이지 않는 그의 손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역사는 이런 분을 잘 기억해주지 않는다.”-(「호야네 말」, <찬(讚) 김정남 선생> 부분)
김수환 (前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추기경)
: 어디선가 김정남 선생을 가리켜 ‘민주화운동의 대부’라고 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과연 민주화운동 30년은 그의 삶 자체였습니다.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고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민주화운동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는 한번도 자신을 드러내 앞에 나서지도 않았고, 또 내세운 일도 없었습니다.
저자 : 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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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1964년 6·3 한일회담반대투쟁의 배후 인물로 구속된 이래 30여 년 동안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민주회복국민회의’의 결성을 주도하는가 하면,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의 활동을 지원했다. 각종 성명서 작성, 구속 인사에 대한 변론자료 준비와 구명운동, 구속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 한국 민주화운동 해외 지원 세력과의 연대, 수배자들을 위한 은신처 마련과 수발 등으로 민주화운동을 막후에서 뒷받침하고 도왔다.
양심선언운동의 제창,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 사건과 인혁당 사건의 진상조사 및...
‘삶이 곧 역사가 된 사람들’, 이들의 삶은 왜 역사가 되었나?
암흑의 시대를 빛내며, 희생과 헌신으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이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엄혹하고 어두웠던 군사독재시대를 돌아보며, 그 암흑시대에 빛을 비추어 민주화 시대를 연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 「이 사람을 보라 1」(초판 2012년 발행, 개정판 2016년 발행)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사람을 보라 2」에는 1권에 수록된 29명에 이어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 20명과,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시대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힘없는 이들 옆에서 고난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이야기를 담았다.
군사독재 암흑시대의 악(惡)과 싸워 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죽고, 모진 고문을 당했다. 그 끝 모를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밝혀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이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고난을 당하고 또 헤쳐 나갔는가? 어둠이 어둠을 몰아낼 수는 없다. 빛만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다. 이 책은 어둠에 빛을 비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대의(大義)를 위해 자신을 바친 사람들을 통해 지난 역사를 돌아본 이야기이다. 이 책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며, 진정 가치 있는 삶은 어떤 것인지를 깨우쳐준다.
‘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의 생생한 증언과 기록
김수환 추기경은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헌신을 기리며 “민주화운동은 그의 삶 자체였고,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고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민주화운동은 없었다”고 했고, 고은 시인은 “해위 윤보선의 뒤에 있었다 / 김영삼의 뒤에 있었다 / 이돈명 홍성우의 뒤에 있었다 / 아니 함세웅의 뒤에 있었다… 모두 다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데 / 그는 뒤로 뒤로 가 찾을 수 없다 / 그럼에도 그가 있어야 할 때 / 그가 있어야 할 곳 // 꼭 그가 있다”(「만인보」)고 표현할 만큼 김정남 전 수석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저자는 1964년 6·3 한일회담반대투쟁의 배후 인물로 구속된 이래 30여 년 동안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양심선언운동의 제창,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 사건과 인혁당 사건의 진상조사 및 폭로, 김지하 양심선언 발표, ‘민주구국헌장’의 작성과 발표, ‘보도지침’ 폭로도 그의 주도나 지원 속에 이루어졌다. 1987년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알리고, 이를 고발하는 사제단의 성명서를 작성하여 6월항쟁이 폭발적으로 전개되는 데 기여했다.
또한 그는 김영삼의 무기한 단식투쟁 때 발표한 「국민에게 드리는 글」과 「김대중, 김영삼의 8·15 공동성명」을 포함해 수많은 성명서를 작성하고, 구속 인사에 대한 변론자료 준비와 구명운동, 구속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 한국 민주화운동 해외 지원 세력과의 연대, 수배자들을 위한 은신처 마련과 수발 등으로 민주화운동을 막후에서 뒷받침하고 도왔다. “민주화운동의 막후 비밀병기”라고도 불릴 만큼 그는 민주화운동의 ‘보이지 않는 손’이자 ‘산증인’이다.
이 책은 이렇듯 30여 년 동안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저자가 직간접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한국 민주화운동사라는 점에서 한국 현대사와 한국 민주화운동사의 생생한 증언이며, 또한 우리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1차적 자료로 손색이 없다. 또한 구체적인 인물들의 삶을 통해 기록한 ‘살아 있는 역사’이자 아름답게 산 사람들에 대한 ‘인물 열전’이다.
민주화운동에 이바지한 사람들을 위한 헌사
「이 사람을 보라 1·2」에는 모두 49명의 인물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모두가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인권회복에 보이지 않게 헌신한 인물들이다. 특히 2권에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어 책의 의미가 더욱 크다. 저자는 이 책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일한 많은 사람들의 공로와 노력에 대한 헌사”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모두 그 하나하나가 가장 아름다운 꽃”이기 때문이다.
원주를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만든 무위당 장일순, 광주의 대인 홍남순 변호사와 광주민주화운동의 마지막 수배자이자 광주의 전설 윤한봉, 민주화운동의 ‘거산’ 김영삼 전 대통령, 민주화운동가들을 뒷바라지 해준 의협(義俠) 박윤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출범의 밀알이 된 신형봉과 최기식 신부, 감옥에 갇힌 민주인사들과 밖에 있는 사람들의 가교 역할을 한 민주교도관 전병용, 자신의 신념을 위해 끝내 전향을 거부한 ‘세계 최연소 장기수’ 강용주,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 의문사한 최종길 교수와 그런 형(최종길)의 의문사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 최종선, 시인에서 전사가 된 김남주와 불꽃의 시인 조태일, 민중불교의 전법사 여익구, 문학청년에서 투사가 된 김도연, YWCA 위장결혼 사건의 영원한 신랑 홍성엽, 민주화운동의 보이지 않는 손이었던 인쇄쟁이 강은기, 잊혀진 거목 천관우, 전태일의 대학생 친구가 되어준 장기표, 민족과 문명의 대사상가 정수일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민주화운동의 숨은 주역들
「이 사람을 보라 2」에는 1권과 달리 한국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서 특히 저자는 “꼭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셋”이라고 한다. 1권에서 소개된 박중기와 함께 2권에 실린 박윤배와 전병용이다. 그 이유는 “이들의 이야기, 특히 나와 관련된 것들은 나만이 알 뿐만 아니라 내가 아니면 쓸 사람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윤배는 그의 친구인 언론인 임재경에 의해 처음 세상에 소개된 이후, 채현국, 서립규, 김지하, 리영희 등의 글 속에서 조금씩 간접적으로 소개되었다. 그를 주인공으로 그의 삶을 다룬 글은 이 책이 처음이다. 박윤배는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뒤에서 도왔고, 김지하 구명운동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특히 민주화투쟁의 과정에서 쫓기는 사람들이 은신할 수 있는 마지막 피난처로 떠올리는 곳이 흥국탄광이었는데, 그 이유는 박윤배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윤배는 ‘재야 민주화운동의 막후 기지의 사령관’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그도 김태홍(당시 기자협회장)의 도피를 도와주었다가 잡혀가 남영동에서 이근안에게 끔찍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전병용과 저자는 교도관과 수감자로 처음 만났다. 이후 전병용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서울구치소 안과 밖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도맡아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전병용이 이 시기에 했던 역할은 이루 예거하기가 어렵다. 아마도 민주화투쟁과 관련해서 서울구치소에 구금되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연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를 민주교도관이라 부른다. 그는 결국 직장에서 쫓겨난 뒤에 자연스레 민주화운동 진영의 일원이 되고, 이부영을 숨겨준 혐의로 구속되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저자는 전병용과 함께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데 크게 공헌한 또 다른 민주교도관 안유와 한재동도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저자는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헌신적으로 도와준 교도관들의 “아직 햇빛을 보지 못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지만, 전병용이 한사코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저자와 김영삼(YS)의 인연은 1975년 저자가 YS와 재야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때로는 성명이나 연설문안을 쓰기도 했고, YS의 자문에 응하기도 했다. YS의 어록 가운데 유명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은 저자가 「한국인물대계」를 만들 때 관련 책을 읽다가 발견한 말을 YS의 연설문에 써서 유명해진 말이다. 김영삼이 5·17 쿠데타로 인해 가택연금되었을 때, 한국의 정치 현실과 관련된 문제에 관해 저자가 초고를 쓰면 김영삼이 고치거나 첨삭해서 「나와 내 조국의 진실」(1984)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1983년 김영삼의 단식투쟁 때에는 저자의 신상 문제가 전두환정부의 정보선상에 올라 “저들이 혹시 나를 어떻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몹시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간 적도 있다. 저자는 YS의 대통령 취임사를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
저자는 YS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벌어진 일들,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실시, 역사 바로 세우기, 12·12와 5·18 발포명령 책임자 처벌 문제 등과 퇴임 이후 연설 원고를 도맡아 한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YS에 대해 “너무 가까이서, 또 오래 보다 보니, 그의 단순함이나 실수까지도 나의 눈에 너무 인간적이어서, 나는 차마 그를 욕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다”고 술회한다. 그리고 YS를 “한국 민주주의에서 그는 민주주의의 길을 내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민주주의에 대한 위험과 장애를 제거하고 뿌리쳐 준, 한국 민주화의 원훈이”라고 평가한다.
얼굴 없는 위대한 투사들
1970년대와 80년대에 쫓기는 사람들이 숨어드는 피신처였던 원주에서 이렇게 쫓겨온 사람들을 보살피고 뒤를 봐주었던 무위당 장일순, 뒤늦게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광주의 ≪함성≫지 사건, 고영근 목사 사건, <노예수첩> 필화 사건,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에는 물론 서울의 동아투위 사건, 김재규 사건의 공판정 등 1960년대와 70년대 재판정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홍남순 변호사, 광주민주화운동의 마지막 수배자로 미국에 망명해 12년간 생활하고, 국내에 돌아와서 ‘명예’가 아니라 ‘멍에’를 지고 살다가 간 ‘광주의 전설’ 윤한봉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전설로 남았다.
‘유럽거점 간첩단 사건’ 관련해 중앙정보부에서 수사를 받던 중 주검이 된 최종길 교수와, 최 교수를 중앙정보부로 안내한 뒤 형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명예를 회복시켜주기 위해 스스로 정신병원에 갇혀 양심선언을 쓰기도 한 최종선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최종길 교수의 고문치사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데에는 최종선의 양심선언과 증언은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자는 최종선의 양심선언을 ≪평화신문≫을 통해 처음을 세상에 공개했다.
이른바 오둘둘(5·22) 사건에 가담하면서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김도연과, YWCA 위장결혼 사건(통대선거저지 국민대회)에서 신랑이었던 홍성엽. 시대에 의해 가장 온순한 사람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가 된 이들은 나란히 1980년대 내내 민주화운동에 헌신했지만, 모두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서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재규 구명운동 관련 자료집, YH 여성 노동자들의 유인물, 5·18 광주민중항쟁 관련 화보집 등 유인물 등 무수한 인쇄물을 옥고를 치르면서까지 책임진 세진인쇄소의 강은기는 말 그대로 ‘민주화운동의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세계 최연소 장기수, 강용주. 이는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되어 14년을 복역하면서도 전향서와 준법서약서를 모두 거부한 결과였다. 자기가 올바르다고 살아온 삶은 결코 훼손될 수 없으며, 사상의 자유를 몸으로 지켜 내야 한다는 신념을 지킨 그의 삶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지금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일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시대와 함께, 시대를 넘어
1970년대와 80년대는 시인을 투사로 만든 시대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김남주와 조태일이다. 김남주는 1972년 유신정변 이후 최초의 반유신투쟁으로 기록될 수 있는 전남대 ≪함성≫지 사건의 주역이었다. 그는 뒤에 남민전 사건으로 만 9년 3개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조태일은 1971년 민주수호국민협의회에 참여하면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장준하와 백기완이 주도한 ‘개헌청원 1백만인 서명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한국작가회의)의 창립과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월간 시 전문지 ≪시인≫을 창간해 김지하, 양성우 등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는 문학인이란 그 시대의 핵심체인 민중과 함께하는 실천적이고 능동적인 민주시민이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박태순, 이문구 등과 함께 문인들의 민주화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익구는 한때 불문에 의탁했을 때도 있었지만, 산문에서 내려와 죽는 날까지 한결같이 ‘민중불교’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되었다 풀려난 뒤 유신정권의 철권 아래 신음하는 민중의 아픔에 동참하고, 불교의 민중화를 시도한 민중불교운동에 매진했다.
정수일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5년여를 감옥에 갇혀 생활했지만, 자신에게 남은 것은 학문뿐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감옥 안에서 학문에 몰두한다. 그가 감옥 안에서 써 낸 원고의 양을 합치면 2만 5천 매가 넘는다. 그는 지금 실크로드학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안타까운 ‘시대의 거목’들
이 책에는 과거 민주화운동의 중심이자 거인이었지만, 다른 길을 걸어간 이들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운 마음도 담겨 있다. 천관우는 탁월한 역사학도이자 기개 있는 선비이자 언론인이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암흑이 지배했던 시절, 재야 민주화운동을 이끈 우뚝한 지도자였다. 하지만 그는 전두환정권이 출범하기 전인 1980년 3월 ‘지식인 134인 시국선언’을 마지막으로, 전두환정권에 참여하면서 민주화 진영과 멀어졌다. 저자는 이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바람을 전한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그는 당대 제일의 논객이었으며, 기개 높은 언론인이었다. 그리고 이 나라 재야 운동의 시발이라 할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창립하고 이끈 이 나라 민주화운동의 거목이었다.… 그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조명이 지금쯤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장기표는 1970년대와 80년대 학생운동, 더 나아가 민주화투쟁의 신화요 전설이었다. 전태일이 분신하자 조영래와 함께 누구보다 빨리 달려갔고, 전태일이 남긴 수기와 일기를 바탕으로 뒷날 조영래의 손으로 마무리된 「전태일 평전」의 바탕이 되는 자료들을 정리한 사람도 장기표였다. 법정에서 행하는 도도한 진술은 민주화의 장전이요 현하의 웅변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고부터 불운이 따라다녔고 세상의 평판도 옛날 같지 않다고 안타까워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신현봉, 최기식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은 지난해 창립된 지 40주년을 맞았다. 인권회복과 민주화를 위해, 민주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결성되어 활동해 오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당당하게 자기 모습을 지니고 있는 단체는 흔치 않은데, 사제단은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사제단은 1974년 9월 26일 ‘제1시국선언’을 발표하면서 공식 명칭을 쓰기 시작했고, 이를 사제단 탄생의 기점으로 잡는다. 이후 민주화운동의 과정에서 사제단의 보호와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최종길 교수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함평 고구마 사건, 오원춘 사건, 동일방직 사건, 원주선언,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김재규 사건, 광주민주화운동,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 보도지침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민주화운동사에서 사제단의 역할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암흑 속의 횃불이었다. “사제단은 창립 40주년을 거리에서 맞았다. 용산참사가, 제주도 강정마을이, 밀양 송전탑이, 쌍용차 해고가 그들을 거리에 나서게 했다. 사제단에 대한 모략과 음해도 여전하다. ‘용공’이 ‘종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가난하고 짓밟히고 있는 이들의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은, 민주화에 대한 역주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나라와 겨레에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이러한 사제단이 출범하기까지 신현봉, 최기식 신부의 활동은 눈물겨웠다. 그들의 지성스러움이 사제단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신부는 사제단 탄생의 산파였다. 신현봉 신부는 3·1 민주구국선언의 모태가 되는 ‘원주선언’으로, 그리고 최기식 신부는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총 : 1편
이 사람을 보라 2 - 김정남 책찾사 ㅣ 2016-02-14 ㅣ 공감(3) ㅣ 댓글 (0)
1945년 광복 이후 100여년도 안된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수많은 정치적 시련을 목도해야만 했다. 헌법에서도 명시하듯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에도 불구하고 군사 쿠데타에 의한 독재 정치가 꽤 오래간 지속되었고,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비로소 우리가 현재 민주주의로 알고 있던 체제가 확립되었다. 개인적으로 군부 독재 시절을 경험한 시기라고 해봐야 초등생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피부로 느껴본 기억은 없고, 다만 책이나 매체를 통하여 당시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람을 보라 2>(총 2권)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의 중심에 섰던 인물들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요즈음 치열한 이념 논쟁과 지역 이기주의, 정치권의 각종 비리와 무능함으로 인하여 점점 정치에 대한 관심이 실망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청년층은 'N포 세대'라는 말로 대변되듯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른바 수저 논쟁이 등장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계층화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취업난과 경제적인 위기에 더하여 최근 북핵 사태로 인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사실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관심을 갖기란 쉽지 않다. 이제는 체제적으로 민주국가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니 과거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이 사그러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날의 치욕을 잊은 민족은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여 경험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떠올린다면 우리가 과거에 피를 흘리며 쟁취한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더구나 과거 독재 정권 시절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던 계층이 여전히 사회의 주도 세력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보면 왠지 불행한 역사의 반복이 시작될 조짐이 아닐까 심히 걱정되기도 한다.
<이 사람을 보라 2>에 소개된 인물들은 20명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책에 소개된 인물 중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김영삼 전대통령 밖에는 없다. 그만큼 나 또한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의 역사에 대하여 얼마나 무지하였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김영삼 전대통령도 집권 과정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일단 이 책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과거 독재 정권 치하에서 전개된 민주화운동에 초점을 두고 각 인물들에 대하여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저자 역시 민주화운동에 참여를 하였고, 김영삼 정권 시절 비서관을 지낸 이력이 있지만, 어느 정치 계열인지는 논외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당시 민주화에 대한 그들의 갈망과 염원이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하게 된다. 김영삼 전대통령과 같이 정치인 출신으로서 독재 정권에 대항한 사람도 있지만, 김남주 시인과 최기식 신부, 민중불교의 전법사 여익구와 같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에 참여를 하였다는 사실은 그러한 것들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요즈음 집회 및 시위가 발생하면 경찰들과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어느 정도 인권을 의식한다고 해도, 과거 독재 정권 시절에서는 법을 초월하여 감금 및 폭행, 고문들이 살벌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이었기에 이들의 민주화운동이 얼마나 용기와 결단을 필요한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이러한 물리적인 압박만이 그들의 민주화운동을 더욱 뜻깊게 한 것이라 보기 어렵지만,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그러한 일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간첩 혐의로 인하여 고문을 받다가 투신 자살로 발표된 최종길 교수와 아이러니하게 최종길 교수를 고문한 중앙 정보부에서 근무하던 그의 동생 최종선씨의 이야기는 너무나 비극적이다. 자신의 형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채로 체포된 것도 분한 상황인데, 고문으로 인하여 사망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눈앞에서 벌어졌으니 최종선씨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언론인 출신으로 대한민국 언론인의 대부와 같았던 천관우씨는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면서 반독재에 극렬하게 저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정권 시절 각종 관직을 맡으면서 동료들로부터 변절 취급을 받으며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모습도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들은 어찌보면 독재 정권에 의하여 우리가 고통받는 비극적인 상황의 일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법조계, 종교계, 문학계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력이 상세히 소개되고 있다. 그들의 활동을 들여다본다면 당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공감하면서 다시 한번 과거의 그릇된 역사적인 현실을 떠올릴것이며, 나처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뒤늦게나마 이 책을 통하여 당시의 상황을 깨닫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장일순 홍남순 김영삼 윤한봉 최종길
최종선 천관우 박윤배 신현봉 최기식
김남주 장기표 전병용 여익구 김도연
홍성엽 조태일 강용주 강은기 정수일
<이 사람을 보라 2>에 실린 분들의 이름을 이렇게나마 써보면서 그들의 뜻을 기리면서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본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시기에 대하여 후대에 평가를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은 현 시점에서도 충분히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이후 민주화가 달성되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한 염원이 사그러들기 시작하였고, 점점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이 시기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당장 눈앞의 먹고 살기에 급급한 나머지 대한민국의 근본적 토대인 민주화에 대하여 우리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이 과거 민주화운동을 통하여 이루고자 한 모습일까? 형식적으로 민주국가의 모습만 갖춘 채 국민을 우습게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무능과 비리, 뻔뻔함은 어찌보면 민주화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단 한권의 책으로 모든 것을 깨달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관심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사람을 보라>가 비록 한 권의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과거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 민주화운동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을 무관심과 외면이 아닌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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