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0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복잡한 문제를 풀 때는금강일보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복잡한 문제를 풀 때는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복잡한 문제를 풀 때는
데스크승인 [ 2면 ] 2018.04.09 금강일보 | sindong@ggilbo.com


한남대 명예교수

아주 복잡한 꿈을 꾸다가 아침에 깨어났다. 내가 어디에선가 공부하는 때였다. 시험시간이 되었다. 학생들이 자리에 앉았고, 시험관이 얇은 책만큼이나 되는 매우 두꺼운 시험문제지를 나누어주었다. 문제가 굉장히 많고, 문장이 길었다. 그 중에는 내가 수강신청은 했지만, 어렵고 흥미가 없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과목의 문제도 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종합시험문제였던 모양이다. 중간에 누가 무엇이라고 질문하니 그것에 대답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났고, 사람들은 오고가고, 책상도 다른 교실로 빼가서 앉아서 쓸 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누구 하나 다른 곳에서 가지고 와서 차분히 앉아서 시험을 보도록 돕지도 않았다. 다시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관이 무엇이라고 설명하지만 별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제까지 마치라는 말도 없었고, 답안을 내면 곧바로 성적을 내어 준다고 하였다. 문제는 굉장히 빽빽하게 많은데, 답을 쓸 자리는 없어 보였다. 문제는 다른 나라 말인데, 나는 어떤 언어로 답을 써야 할지도 막연하였다.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참 막막해 하면서 잠에서 깼다. 우리가 항상 맞닥뜨리는 것들이 이런 것들이 아닌가?

어제는 좀 번잡한 시간을 보냈다. 항상 일요일 오전에 하듯이 퀘이커고요예배를 잘 마치고, 그에 대한 공부도 하였다. 그리고는 아산에 사시는 장회익 선생 댁에 몇 명이 찾아갔다. 80세를 넘기셨지만, 젊은 때처럼 왕성하게 연구 활동과 학문토론을 하시면서 연구논문도 쓰고 강의까지 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놀라웠다. 공부할 때 잘했다고 지도교수에게 칭찬도 받고, 좋은 점수로 졸업하고, 학위도 그것으로 받았지만, 그래도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항상 무엇인가 다른 것이지 않을까 하지만, 납득이 안 되는 것을 가지고 평생을 산 셈이다. 그런데 최근에 양자역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국제과학세계가 인정하는 학술지에 발표하여 큰 반향을 받았단다. 상수 하나를 찾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음과 양의 문제, 길과 흉의 문제를 역공간으로 설명할 때 양자역학의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시간과 공간과 속도와 빛 따위로 조성되는 복잡한 차원의 이론을 나로서는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젊은이처럼 신이 나서 설명하신다. 실제생활에서는 부딪침 없이 실천하고 활용하는 것이지만, 논리로는 설명을 할 수 없었던 복잡한 문제이지만 당신으로서는 새로운 해석으로 활기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알 수 없지만 어렴풋이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감만 잡았다.


그리고는 저녁에 옥천에서 있는 은빛순례 대화모임에 갔다. 옥천 보은 지역에서 오신 분들과 도법 스님, 이부영 선생 등이 참여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나도 한반도의 평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지켜야 하고, 또 평생 동안 실천해야 할 것이 평화로운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운동에 함께 한다. 그런데 바위는 가만히 있으려 하나 찰싹거리는 물결이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바위를 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생과 역사과정에서 반평화의 물결은 몰려오고 또 와서 평화로움을 깬다. 남북의 문제가 그냥 남북으로 풀어지는 것도 아니고, 북중의 문제나 북미의 문제도 단순히 그것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남북협상이 잘 되고, 북미대화가 잘 되어, 한반도에 영구평화의 실마리가 잡힌다고 할지라도, 전쟁 상황이 끝나고 완전히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이 이루어진다고 할지라도, 남북한 간의 불간섭과 불가침이 합의된다고 할지라도 평화롭게 사는 사회가 금방 당장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노력은 영원히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할 문제다. 억겁을 출렁이는 바다 물결과 같이, 억겁으로 오는 갈등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여기의 상수는 무엇일까?

지금 우리 사회는 매우 복잡한 문제 앞에 놓여 있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잘 하고 있지만, 그들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또 평소에 잘하던 사람들이 변하여 하던 일과 방향을 어렵게 할 때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변화와 역사의 진전은 매우 냉정하다. 사람은 타락하고 변질될 수 있어도, 그가 진정으로 하던 그 한 순간의 일로 한 발짝 앞으로 나간다. 타락하였건, 실족하였건, 달라졌건, 그렇게 된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그냥 역사는 제가 갈 방향으로 간다. 그런 개개인들의 성공과 실패를 뒤섞어 종국에는 모든 역사가 치유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이런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도 상수는 있겠지.

자신이 없지만 자신 있게, 막연하지만 분명한 자세로, 주변의 영향이 크고 반향이 중요하지만 나 혼자만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맘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지극정성으로 나가다 보면 일은 풀리지 않을까? 남북관계, 북미관계, 북중관계, 동북아시아의 관계를 평화로운 분위기로 만들기 위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끊임없이 진정성을 가지고 달래고 어르면서 굳게 나가기를 바란다.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 세계의 핵을 없애기 위하여 일단 북은 핵을 포기하겠다 선언하고, 남북한의 체제를 서로 인정하고, 전혀 위험을 느끼지 않게 살 수 있는 길을 트면 좋겠다. 남북미중이 한반도의 평화협정을 맺자고 제안하고, 남북한은 불가침조약과 함께 남북한의 대표부를 상대지역에 두고, 북미 간에도 대사급을 교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도록 먼저 제안하면 좋겠다. 줄타기식의 고도의 기술이 아니라, 우직한 진정성으로 일관하면 좋겠다. 사실 지금 얽힌 문제는 매우 복잡하지만, 정상상황이라면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말하고 오고가고 돕고 도움을 받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비상상황이 아니라 지극한 정상상황이라고 인정하고 우직하게 그 길로 가는 상수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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