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8

<탈북자 수기> 내가 받은 비판집회 '생활총화' (1) 전 국민이 참가하는 독재의 요체



<탈북자 수기> 내가 받은 비판집회 '생활총화' (1) 전 국민이 참가하는 독재의 요체



<탈북자 수기> 내가 받은 ‘생활총화’ (1) 민중이 제일 싫어하는 비판집회이자 독재의 요체
2016/3/1
사회/인권, 연재기사 ・특집, 전체기사, 정치
내가 받은 비판집회 ‘생활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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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국가 최고 지도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의무가 있다. 바로 ‘생활총화’와 ‘정치학습’이다. 생활총화란 간단히 말하면 ‘반성회’이다. 학생은 학교에서, 농민과 노동자는 농장과 공장에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모여 자신의 생활태도나 직무의 결함 등을 고백, 반성하고 친구나 동료 혹은 이웃을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이 ‘생활총화’의 주 목적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를 체크하는 데 있다. 북한 국민 통제의 요체 ‘생활총화’는 어떤 것인지 그 방법과 실태를 기고한 평양 출신의 탈북자 림철의 수기를 연재한다. (기고: 림철”탈북자”/ 정리: 리책)
<탈북자 수기> 내가 받은 비판집회 ‘생활총화’ 기사 일람





모든 것의 기본은 ‘말씀’

생활총화는 주 1회를 기본으로 진행하지만, 주 생활총화 외에도 월간 생활총화, 분기 생활총화, 연간 생활총화도 진행된다. 이외 조직의 한 사람이 큰 잘 못을 저질렀거나 일정 기간 해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경우는 시기에 관계없이 생활총화가 진행된다.

생활총화는 말로만 해서는 안 되며 노트에 기술한 것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참고로 북한의 모든 국민은 생활총화 전용 노트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뒤에서 서술되지만 정치학습용 노트와 김일성, 김정일의 ‘말씀’을 기록하기 위한 노트도 갖고 있어야 한다. 북 주민들은 이것을 통털어 ‘정치학습 노트’라고 부른다. 노트는 가급적이면 질 좋은 것을 쓴다.

특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표지가 낡거나 종이 질이 나쁜것을 사용하면 ‘정치학습에 대한 관점과 태도’가 바로 서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정치학습 노트는 모든 국민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수요는 상당하다. 시장에 가면 붉은 표지에 금색 글씨로 ‘정치학습’이라고 쓴 노트가 세트로 판매되는 정도다. 주 생활총화는 과거 한주 동안 자신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상과 의도, 당의 요구대로 어떻게 생활했는가를 쓰는 것으로 시작한다. 목적이 반성인 것 만큼 주간에 잘 못이 없다 하더라도 ‘100% 옳바르게 생활했다’라고 써서는 안 된다. 반드시 자기 부족점을 들어 자기 비판을 해야 한다.

생활총화의 내용을 노트에 쓸 때에는 앞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말씀’ 혹은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의 한 구절을 반드시 인용해야 한다.(현재라면 김정은에 의해 개정된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확립의 10대원칙) 이에 비추어 자신이 반성해야 할 점을 꼽는다. 그리고 마직막에는 동료나 학우의 결점을 비판하는 ‘상호비판’도 써야 한다. 참고로 인용한 ‘말씀’과 자기 반성 내용이 맞지 않으면 당 간부 등으로부터 ‘정치이론 수준이 낮은’것으로 평가돼 주목 대상이 될 수 있다.

※ 정리자 주: 김일성과 김정일의 ‘말씀’은 그들이 다양한 분야에 대해 지도, 지시한 내용들로, 모든 사회 활동과 국민 생활의 지침으로 알려졌다. 또 ‘유일 사상체계’는 김일성이 제창한 ‘주체사상’을 조선민족 전체의 지도 이념으로 정한 것으로, 1967년 조선 노동당 대회에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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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생활총화라는 것이 요란한 의식처럼 보이겠지만 진지하게 참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생활총화는 기관별로 진행하는 날이 다르지만 대체로 토요일에 진행한다. 오전은 생활총화, 오후는 후술하는 정치 학습이 진행된다. 사람들은 이 지루하고 따분한 하루를 ‘내일은 일요일, 휴식이다’라는 희망을 가지고 그럭저럭 넘기고 있을 뿐이다.

내가 근무하던 평양시의 한 교육기관은 토요일이면 일을 금지하고 당원과 비당원으로 나뉘어 생활총화를 진행한다. 생활총화를 무난히 넘기자면 몇가지 포인트가 있다. 우선 반성하는 내용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고르면 안 된다.

부서에 따라 몇명에서 30명 안팎의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생활총화는 각자 노트를 보며 자기 반성을 한 뒤 회의 집행자가 반성에 대해 설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때 큰 비판을 받지 않도록 생활상의 사소한 결점과 태만 등을 반성해 보이는 것이다. 더구나 매주 자신의 결점을 꼽기도 쉽지 않다. 아무래도 떠오르지 않으면 억지로 ‘조작’하기도 한다. 세상이 넓다고 하지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자기 결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북한 국민만이 아닐가 싶다.

그리고 생활총화에서 최대 난관으로 되는 것이 ‘상호비판’이다. 남을 비판하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것은 아니지만 비판 받는 상대는 더욱 그렇다. 이것이 원인으로 인간 관계가 틀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그래서 생활총화가 열리는 날이면 사람들은 신경질적이 되기 쉽상이다. 그렇다고 상호비판을 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비판 대상이 된다.

김정일의 ‘말씀’에 의하면 ‘상호비판은 자신을 더욱 혁명적으로 수양하기 위한 양식이다’라고 되어 있다. 김정일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이상 상호비판을 피하는 행위는 김정일에게 거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모두 하기 싫어도 상호비판을 하지만 인간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엔 내가 너를 비판하니 다음 주는 네가 나를 비판하라’라는 등 미리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해도 예상 밖의 문제로 기분이 불괘해지기도 한다.

다음은 나 자신의 체험이다. (계속)



<탈북자 수기> 내가 받은 비판집회 ‘생활총화’ 기사 일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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