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북회담 직전 들은 북한 국민의 기대는?
2018/4/27
저녁 무렵의 양강도 혜산시장의 앞 거리. 2014년 9월 중순에 촬영 아시아프레스.
4월 27일, 문재인-김정은에게 있어서 첫 정상회담이 열린다. 주목되는 것은 아직 휴전상태에 있는 한국전쟁을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 북한 사람들이 남북 대화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24일과 26일에 북부지역에 사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통화한 것은 함경북도 도시에 사는 이승희 씨(가명, 30대 기혼 여성)와 양강도의 도시에 사는 박철민 씨(가명 40대 남성 노동자이자 노동당원). 북한에 반입된 중국 휴대전화로 통화했다.
◆남북 회담에서 기대하는 것은?
—한국전쟁은 아직 휴전 상태지만, 27일 남북 회담에서 종전을 평화 체제로 바꾸는 것이 협의될 것 같습니다. 당신은 한국에 기대하는 것이 있습니까? 회담을 통해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이: 글쎄요… 한국은 잘 사는 나라니까 경제적인 지원 좀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예전처럼 (한국 지원)쌀이 들어오면 우리(주민)에게는 차려지지 않겠지만, 장마당에 (한국에서 지원된)쌀이 나오면 값도 좀 떨어져 사는게 편해지지요.
—많은 것을 원하지 않네요. 쌀 뿐이에요?
이: 쌀 사정이 좋아지면 다른 것도 좋아지니까.
주: 현재의 북한은 1990년대 후반처럼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하지 않아 전국의 어느 시장에서도 대량으로 팔리고 있다. 경제 상황이 상당히 악화돼 서민의 수입이 줄고 있기 때문에 식량가격이 내렸으면 한다는 의미다.
청진시 시장에 부정 유출된 한국에서 지원된 쌀. 2004년 7월 촬영 이준(아시아프레스)
노동당원인 박철민 씨.
큰 기대는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 정상 회담은 한 두번 한 게 아닌데 또 쌀이나 받고 그러다 말겠지요.
—그래도 이번엔 김정은이 판문점을 넘어 와 회담합니다. 세계적으로 관심과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박: 남북회담을 해도 좋은 놈들이나 좋겠지. 우리같은 서민에게 달라질게 뭐 있겠어요. (성과는) 위에서 다 해먹고 아래 서민들은 그냥 소처럼 끌려다니며 일만 하지요. 회담을 하든 말든, 통제 속에서 사니까 평민들의 삶은 바뀌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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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도. 이 씨는 동부 지역에, 박 씨는 북부 지역에 거주 (아시아프레스)
◆남북 회담으로 북한은 바뀔까?
—남북 관계가 개선됨으로써 현재의 정치 체제가 어떻게 변화하면 좋겠어요? 평화체제로 이행하면 지금보다 정치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이: 글쎄… 큰 건 바라지 않지만, 중국처럼만 됐으면 좋겠습니다. 특색있는 사회주의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 조선도 마음대로 장사도 하게 해주면 좋겠지만, 그런데 그렇게 하면 이 나라는 망할겁니다. 워낙 북한사람들이 이제는 똑똑해서(과거처럼 순진하지 않다는 뜻) 조금만 더 눈이 뜨기만 하면 무섭지요.
주: 2월에 개최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여를 결정한 김정은 정권은 동시에 국민에게 ‘자본주의에 대한 경계’를 요구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람들의 인식이 한국과 자본주의로 향하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남북회담 후 김정은이 사회를 바꿔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이: 음… 지금까지 변한 게 없고 솔직히 말해 나빠졌습니다. 지금 하루 종일 전기가 깜박이지도 않아요. (김정은을) 태양이나 신 같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조선 사람은 옛날 사람과 다릅니다. 거창하게 생각지도 않고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일반인 여자애가 어느새 인가 장군님의 처가 되고 부인이 되고 ‘여사님’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단속만 하지 않아도 좋겠는데.
주: 장군님 부인이라는 것은 리설주를 말함.
◆중국처럼 개방했으면 좋겠다
—중국이 좋다고 말했는데 한국의 민주주의 쪽이 좋지 않습니까? 왜 중국처럼 되는 것이 좋아요?
이: 한국처럼 자본주의로 간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해요. (권력자가) 허가하지 않으니까. 그냥 사회주의 명목을 지켜야 하니까 중국처럼 개방하면 우리는 좋지요.
—한국인도 세계 사람들도 북한의 실상을 잘 모릅니다. 북한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지, 어떤 공포 속에서 사는지 몰라요. 이런 실태를 간단히 설명해 주세요.
이: 글쎄… 당신도 (북한을) 안다고 하지만, 잘 모를겁니다. 우리는 여기서 살아 (고난에)익숙해서 그러는데, 한국에서는 외국에도 쉽게 나가고 보안원들, 거기서(한국)는 경찰이라고 하지요? 경찰들이 아무 사람이나 잡아거나 때리지 못한다고 들었어요. 그런 곳에서 좀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조선에서는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오직 먹을 걱정만 하고 어떻게 하면 굶어죽지 않겠는지 그런 걱정만 하고 있어요. 똑똑해도 돈이 없고, 뇌물을 내지 않으면 대학도 못 가고, 발전도 못해요. 점점 이 나라는 썩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실상에 대해서는 탈북한 사람들이 증언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바라는 게 있습니까?
이: 글쎄… 원한다고 그 사람들(한국사람)이 들어주겠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같은 민족이잖습니까. 그런데 남조선은 잘 살고 북쪽은 가난한 게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영화랑 보면 사람들이 사는 게 정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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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조직에서 진행된 김정은의 위대성 선전을 위한 정치학습 모습. 2013년 8월 북부지역에서 촬영 ‘민들레'(아시아프레스)
◆딸은 한류 스타의 팬
이: 우리 중학생 딸은 한국 배우 차태현과 ‘올인’에 나오는 송혜교에게 푹 빠졌습니다. 딸이 말하는 게 통일보다는 한국에 가서 거리에서 그런 배우들의 모습을 한번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합니다.
—아, 배우들이 거리를 지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구요?
이: 예. 우리 딸은 차태현한테 빠졌습니다.
주: 차태현은 인기 한류 배우. 송혜교는 한국SBS방송에서 2003년에 방송된 인기 드라마 ‘올인’에 출연했었다.
주: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해적판 비디오가 중국을 경유해 대량으로 북한에 유입, 복사되어 시장에서 거래되어 대유행했다. 이를 경계한 당국은 삼엄한 단속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 징역형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하천 정비에 동원되어 돌을 운반하는 여성들. 2013년 6월 북부지역에서 촬영 ‘민들레'(아시아프레스)
◆한국이 부럽다
—그렇습니까? 그럼 한국의 어떤 점이 부럽습니까? 북한도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점은?
이: 한국 사람들은 자유롭지 않습니까. 그게 부러워요. 한국에 가면 여성동맹회의에 참가하지 않아도 되고 아침에 인민반 동원에 나가 도로까기, 풀뽑기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주: 여성동맹은 직업을 가지지 않은 가정 주부의 조직. 인민반은 말단 행정 조직. 해방전 ‘십가장’ 제도와 유사.
—‘도로까기’한다는 건 무엇인가요?
이: 눈이 오면 얼어붙지 않습니까. 그 얼음때문에 차들이 다니기 힘드니 도끼로 얼음을 깨지요. 여기 참가하지 않으면 수십 명이 모인 사상 투쟁회의에서 (비판)당합니다. 사상투쟁회의 이런거 좀 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거는 내 혼자 생각이 아니고 다른 사람도 다 같은 생각입니다. 말 할 수 없어서 그렇지.
그리고 (한국에서는)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면 한 것만큼 돈을 준다고 하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여기서는 평생 노예처럼 일해도 입쌀 먹기 어렵습니다.
이: 우리 세대는 안 되지만, 자식대에는 외국에도 가고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을 다 가보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이 불쌍하지요. 입고 싶은 옷도 못 입고 머리 염색했다고 거리에서 가위로 다 잘라버립니다. 정말 미개하지요.
주: 자본주의적인 복장, 머리 모양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작년부터 시작되었다.
(이시마루 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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