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2

AAS다녀와서2)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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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국과 북한학

언제부터였을까요? 미국(에 있는) 학자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확실히 높은 듯 보였습니다.

상당수의 한국 관련 세션 토론장엔 파리가 휙휙 날아다니는 데 비해, 북한 관련된 세션에는 청중이 꽉 찼습디다. 캐나다에 있다는 북한 관련 자료 취급 전문회사의 전시 부스에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테드 휴즈ㆍ김재용ㆍ이진경ㆍ이상경 등의 학자들이 연 북한문학 관련된 셰션 청중석도 빈 데가 없었습니다. 내 옆자리에 앉은 하와이대학 사회학과의 젊은 여자 교수도 여러 가지를 나에게 질문했습니다. 가족사회학이 전공이라는 그녀는 북한에 대해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지식만을 갖고 있는 듯 했습니다. 북한 자료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그것은 ‘illegal’이 아닌지, 왜 북한 작가들은 자기 체제에 대해 고발하지 않는지, 당신은 ‘from south’ 면서 어떻게 북한에 대해 잘 알거나(?!) 관심이 많은지(--;;), 따위도 물었습니다.(물론 이 모든 대화는 어뫼뤼칸잉글리쉬로 진행ㅎ.)



이런 관심은 무엇인가?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로부터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인이 숭배하고 ‘진리’로 믿고 있는 보편적 가치로부터 벗어난 ‘이상한 나라’에 대한 관심이 아니겠습니까. 그러한 관심에는 물론 제국주의의, 또는 오리엔탈리즘의 시선이 배어 있겠지요.

이는 그들이 지적인 인문학자건 사회과학자건 어쩔 수 없는 것일지 모릅니다. 심지어 ‘다문화’나 ‘political correctness’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사람이라 해도요. 왜냐하면 우선 북한은 ‘국제질서’의 타자임에 분명하고, 어디에서도 직접 북한 사람은 발언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저 강력한 중심, 저 위력적이고 매력 있는 G1 앞에서 ‘타자됨’은 매우 간단한 일입니다. 뭐 그렇다고 우리가 ‘중심의 괴로움’을 동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물론 북한을 설명하는 단어들은 ‘학술적’으로 치장됩니다. ‘파시즘’과 ‘전체주의’ 같은 공인된 학적 범주가 적용되고요. 그러나 그렇다 해도, 타자화를 피할 수 있을까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타자화하는 시선이 단지 학자나 ‘일반인’의 시선이 아니라, 언제든 폭력을 생산하는, ‘군사(주의)적 시선’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태에 있을 겁니다. 뭐 이 또한 일반적인 이야기이지요. 다 아는 스토리이지요. 미국은 ‘악’을 제거하고 ‘민주주의’를 전파하기 위해, 후세인정권을 뒤엎고 아프가니스탄과 리비아를 폭격했습니다.

‘제국’이 ‘제국’의 보조기구인 유엔의 결정이 나자마자, 그야말로 수시간 내에, 수년 동안 미리 파악해놓았을 리비아의 요지를 그 섬세하고 압도적인 공군력으로 조지는 것을 보니까 새삼 살 떨리더군요. (왜 모든 공중전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겁니까? 미국이 맘만 먹으면 왜 3세계 국가들의 대공망과 지상군사력은 허접쓰레기 같은 되는 겁니까?) 그동안 카다피가 미국과 혹은 프랑스와 이런저런 밀월관계에 있기도 했었다고? 다 공허한 짓거리입니다. 김정일이는 정말 잠이 안 왔겠지요. 북한의 ‘핵’이 용납이 되려고 하기까지 합니다.



*
그래서 차라리 ‘북한의 일상생활 north Korea's Everyday life’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우리 세션의 수지킴도 Everyday Life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발표를 했고, 아예 Everyday Life in North Korea: Bodies, Markets, Symbols, and Time라는 주제의 세션도 있었습니다.

(http://www.asian-studies.org/Conference/Program/Saturday.pdf)



SESSION 426. 9:45AM-11:45AM Room 313C

Everyday Life in North Korea: Bodies, Markets, Symbols, and Time
North Korean Body Size and Living Standards: A Meta-Analysis
Sunyoung Pak, Seoul National University


Bottom-up Marketization in Communism: North Korea and the Soviet Union
Hyung-Min Joo, Korea University

Cultural Reproduction in North Korea: Daily Rituals, Symbolic Performances, and Rites of Passage
Byung-Ho Chung, Hanyang University

How North Koreans Spend Their Time: Everyday Life of Women and Men in Their 30th and 40th


이런 발표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양가성을 가집니다. 광포하고 괴상한 정치체제가 있다 해도, ‘작은 사람들’의 ‘everyday life’가 엄연히 ‘따로’ 있다는 사실. 거기서 그들은 ‘특수’가 아닌 ‘보편’을 발견하려 할 것입니다. 또 이는 북한‘체제’를 김정일 집안과 핵 문제로부터 떠나서 ‘사회’로써 사고하게 하고,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휴머니스틱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물론 후자는 더 근본적인 반북주의와 결합할 수 있겠지요. 
언젠가 어떤 북한 담당 기자로부터 북한에 여러 번 다녀올수록 ‘반북ㆍ반김정일’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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