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5

‘부부 전임교수 불가’와 ‘초빙교수 임용'을 둘러싼 성차별 논란



주간 기독교







"밥그릇 사움이냐, 성차별이냐?"

‘부부 전임교수 불가’와 ‘초빙교수 임용'을 둘러싼 성차별 논란

◇2월 이사회 결정을 기점으로 이 문제는 다시 한 번 논란이 될 것 같다. 감신대 정문.


감리교신학대학교(총장·김득중, 이하 감신대) 내의 사이버 공간은 말 그대로 ‘후끈’ 달아올랐다. 총학생회, 대학원학생회, 대학원 총여학생회 등에서는 연일 ‘부부 전임교수 불가’와 초빙교수 임용 문제에 대한 설전으로 뜨겁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김득중 총장의 ‘부부 전임교수 불가 방침’ 선언. 학내에서 부부가 함께 강의를 할 경우, 두 사람 모두 전임교수가 될 수는 없다는 방침을 발표했던 것이다. 이 논란의 당사자들은 초빙교수로 재직해 있는 강남순(여성과 종교), 권희순(목회와 심리) 박사로 현재 감신대의 전임 교수인 박충구, 김홍기 교수의 부인이다. 따라서 만약 김 총장의 발표가 학교 정책이 될 경우 강, 권 박사가 전임 교수가 되는 일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지난해 말 감신대는 이 사안을 둘러싸고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었다. 부부 전임교수 불가 방침 선언을 비롯해 교수 임용 전반에 대해 불공정성을 주장했던 박충구 교수의 문제제기로, 김 총장과 박 교수의 의견은 뚜렷한 대립을 보이며 교계 언론을 달구기도 했다. 그런데 논란이 채 사그러들기도 전에 이 문제는 다시 한 번 성차별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논란의 당사자였던 강, 권 박사가 최근 감신대 초빙교수 재임용 과정에서 탈락 됐던 것이다. 감신대 대학원 총여학생회를 비롯한 감리교 여성계는 초빙교수 재임용 과정을 두고 “보복적 인사 조처”와 “명백한 성차별”을 주장하며 적극적 대처에 나서고 있다.

◇강, 권 교수와 학생들이 각각 제출한 청원서.


부부는 한 학교에서 전임교수가 될 수 없다!
김 총장이 처음 “부부 교수 전임 불가”를 발표한 것은 지난해 6월 보직 교수 회의에서였다. 당시 발표된 사항은 “교양 분야는 전임 교수를 선발하지 않고 교수 부인도 전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 당시 다른 교수들은 이 문제에 대부분 동의하였으나 이 문제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박충구 교수였다.

그는 “교수 인사 정책과 관련하여 차별적 판단과 성차별적 시각이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부 교수 임용 금지는 현행법에도 위반되는 성차별이니 다시 한 번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하는 글과 공개질의서를 수차례 교수들에게 보내고 현대기독교사회윤리문제연구소(소장·박충구)와 감신대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렇게 논란이 불거지게 되자 김 총장은 박 교수와의 공개 서신을 통해 “내 임기 중에 부부 교수는 두지 않을 것”이란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지난 12월 한 교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부 전임 교수 불가에 대해서 교수들 모두가 다수결로 동의한 사안이고 학교 상황을 고려한 정책이다”라면서 “박 교수가 아내를 전임 교수로 만들기 위해 이 문제를 성차별적인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전혀 교수들 내에서 합의하고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런 논의가 있었고 나는 계속 문제제기를 해 왔다”고 반박했다. 김 총장과 박 교수가 이 문제를 두고 몇차례 교계 언론과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마치 이 사안이 둘 사이에 정치적인 대립으로 불거지는 듯 했다. 그리고 지난 12월 25일, 초빙교수 재임용 결과가 발표되면서 이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학교를 시끄럽게 한 죄?
12월 25일 감신대 교원인사위원회는 2004년도 초빙교수 임용 결정 내용을 공고했다. 올해 초빙교수로 임용된 이들은 모두 10명. 새로 개설된 영어회화 과목의 내정자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9명은 모두 지난해까지 감신대에서 강의를 했던 초빙교수들이 재임용되었다. 따라서 재임용에 탈락된 이는 강, 권 박사 두 사람뿐이다. 김 총장은 “2년 간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새롭게 초빙교수를 재임용한 것뿐”이라고 말했지만 부부 전임교수 불가 문제로 한창 논란이 되던 상황에서 유독 강, 권 박사만 재임용에서 탈락된 것은 이 두 사람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자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감신대 대학원총여학생회와 학부총여학생회 등은 지난 2일 교원인사위원회와 이사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강, 권 박사의 재임용의 재심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이 청원서에는 초빙교수 임용 절차에서 두 교수가 탈락되는 과정 중 몇 가지 의혹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큰 의혹으로 삼고 있는 것은 강 박사가 가르치던 ‘여성과 종교’라는 과목을 ‘여성학’으로 갑작스럽게 변경한 점이다. 신학대학교에 더 적절한 과목인 여성과 종교를 굳이 여성학 과목으로 변경하고 여성학이나 신학분야의 전공자가 아닌 정치학 박사를 내정함으로 강 박사가 설자리를 의도적으로 배제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 권 박사가 가르치던 실천 신학 분야의 ‘목회와 심리’라는 과목 또한 ‘목회와 상담’으로 변경 공고했을 뿐더러 현재 실천 신학 분야의 초빙교수 내정자가 없는 상태인데도 권 박사를 재임용되지 않은 것은 부부 전임교수 문제 논란이 커지자 당사자인 박사들에게 보복적 인사조처를 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학생들은 “감신대의 여성교수 비율은 일반대의 16%에 불과한 상황에서 감리교 내에 희박한 여교수를 육성하지 않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면서 강, 권 박사의 초빙교수 재임용을 재고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강, 권 박사 역시 지난해 12월 31일, 초빙교수 임용 과정에 대한 정밀 감사와 재심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보낸 상황이다. 강 박사는 “초빙 교수 재임용 과정에서 두 사람이 배제된 것은 성차별적 행위가 노골화된 하나의 결과”라고 말하면서 “부부 교수임용 문제를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은 대학 사회 내 뿌리깊이 박혀 있는 가부장적 사고와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의혹들이 불거지자 이번 초빙교수 임용을 담당했던 교원인사위원회는 1월 8일 초빙교수 임용 선발과 과정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인사위원회는 “부부 교수 불가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뿐더러 다만 적합한 담당자를 선발했을 뿐, 학력, 경력, 면접 점수 등을 총괄한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였다”고 밝혔다.

더불어 여성과 종교가 여성학 과목으로 전환된 것은 더 넓은 영역에서의 학문으로 전환한 것이며 여성학에 더 적합한 박사를 선발했다면서, 권 박사의 경우는 교원 신규임용 심사표에서 80점 이하의 점수를 받아 자격이 미달된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공식입장이 있기 전 날 인사위원 중 한 교수는 “두 사람의 여 교수가 초빙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은 보복적 인사조처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부부 교수 임용 불가 문제로 학교를 시끄럽게 했던 것이 영향을 주었다”고 말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밥그릇 싸움이냐, 성차별이냐
총학생회의 홈페이지에 ‘어느 시골 교회 목사’라는 필명의 글은 “부부 전임교수 불가는 성차별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초빙교수를 무리하게 전임교수로 임용시키려 했던 박 교수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오히려 강, 권 박사가 초빙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에그머니’라는 이는 “가부장적이고 남성우월주의적인 사고구조의 틀과 관련되어 두 분 여성 교수님이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임용과정으로 탈락됐다”면서 “측근으로 담합된 감신내의 권력구조의 부당한 처사가 개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학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은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었음에도, 이 문제를 정당하게 성차별 문제로만 보기 힘든 부분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람이 강 박사의 남편인 박 교수라는 점 때문이다. 박 교수와 교수들간의 권력과 이해관계 등이 얽혀 이런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여학생은 “이 문제는 명백한 성차별 문제다. 감리교에 턱없이 부족한 여성신학자 중의 2사람을 감신대 교수직에 임용하지 않은 것은 여성에 대한 명백한 성차별이다”라고 강조하면서 “또 두 박사가 전임교수로 임용되지 않는다면 내후년이면 감신대 내에 여성 전임교수는 0%가 된다”라고 우려했다.
이런 뚜렷한 대립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성차별 논란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감신대 대학원총여학생회를 비롯한 감리교 여성단체들은 지난 6일 ‘감리교신학대학교 성차별 바로잡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발족하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공대위는 감리회전국여교역자회와 여동문회 등 8개 단체가 연합한 감리교여성연대와 여성신학자협의회 등의 교계 여성단체와 일반 여성단체들과의 연대를 계획하고 있다. 또 단기적으로는 강, 권 박사의 초빙교수 재임용을 위해 활동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감리교 전체의 여성 차별 문제 개선을 위해서 활동할 것이며 기자회견과 시위 등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순영(한강감리교회·감리교 희망연대 대표) 목사는 “이번 문제는 한국 교회와 감리교 내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문화의 단적인 표출”라고 강조하면서 “교수들간의 권력관계와 다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반적인 과정 속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또 “대학 내 성차별적 문제가 비단 감신대의 경우만은 아닐 텐데 혹여 특정한 학내의 문제로만 치부될까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김성례 교수는 “사회에 빛과 소금이 돼야 할 한국 기독교 내에서 남성중심주의와 가부장적 편견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생겨난 것이 가슴아프다. 이 문제는 한국 대학 사회 안에서 여성교수의 차별 문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감리교 이사회의 인준을 남겨둔 상황에서 강, 권 박사는 여성부 남녀차별신고센터에 내용을 접수하였다. 2월에 열릴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이 문제는 더욱 많은 논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김진아 차장 tokki@c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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