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라딘: 한 글자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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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편집회의
"<마음사전> 출간 10년, 김소연의 특별한 신작"
한 권의 책이 10년이란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책이 바로 김소연 시인의 첫 산문집 <마음사전>이다. 2008년 1월 20일 첫 산문집을 출간하고, 10년이 흘렀다. 시인은 <마음사전>을 읽어준 이들에게 10년 세월의 연륜을 얹어 완성한 <한 글자 사전>으로 안부를 보낸다.
새로 펴낸 <한 글자 사전>과 <마음사전>을 '열 살 터울 자매'로 여긴다는 시인은, 작은 방 안에 두 자매가 내뱉은 한숨과 웃음과 고백들이 연기처럼 가득 차면 좋겠다고 말한다. '감'부터 '힝' 310개의 '한 글자'에 시인의 감성을 덧입혀 각 글자에 담긴 시인만의 이야기들을 섬세한 문체로 풀어낸다. 시인이 오랫동안 다지고 모은 삶의 조각들이 한 권의 특별한 사전을 이룬다. 속도를 낼 필요도, 처음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눈길이 가는 대로 어디를 펼쳐 읽어도 좋다. 단, 서두르지는 말 것. 첫 책이 그러하였듯, 앞으로 다시 10년 손을 맞잡은 '두 자매'가 많은 독자들의 마음에 가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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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 MD 송진경 (2018.02.02)
9
100자평 20편
리뷰 18편
세일즈포인트 5,600
양장본
400쪽
책소개
김소연 시인의 첫 산문집 <마음사전>은 2008년 1월 출간되었다. '감성과 직관으로 헤아린 마음의 낱말들'이라는 콘셉트로, 마음을 이루는 낱말 하나하나를 자신만의 시적 언어로 정의,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밑줄 긋고 이야기해온 터다.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채웠던 <마음사전> 출간 10년을 맞아 특별한 신작을 선보인다.
시인은 "<마음사전>을 읽어준 이에게, 10년 세월의 연륜을 얹어 안부를" 보내고 싶었다고, <한 글자 사전>을 오직 이런 마음으로 완성했다고 말한다. 또다시 한국어대사전을 내내 책상 옆에 두고 지내는 날들 가운데 비로소 2018년 1월 <한 글자 사전>이 도착했다.
<한 글자 사전>은 '감'에서 출발해 '힝'까지 310개에 달하는 '한 글자'로, 가장 섬세하게 삶을 가늠한 책이다. 시인의 눈과 머리와 마음에 새겨진 한 글자의 결과 겹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시간, 사람,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놓친 시선과 삶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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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머리에
ㄱ_ 개가 되고 싶어
ㄴ_ ‘너’의 총합
ㄷ_ 단 한 순간도
ㄹ_ 동그라미를 가리키는 말
ㅁ_ 멀리 있으니까
ㅂ_ 반만 생각하고 반만 말한다
ㅅ_ 새해 첫 하루
ㅇ_ 의외의 곳
ㅈ_ 잘 가
ㅊ_ 나의 창문들
ㅋ_ 코가 시큰하다는 것
ㅌ_ 밀 때가 아니라 당길 때
ㅍ_ 팔을 벌리면
ㅎ_ 회복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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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29
우리의 손이 닿거나 우리의 몸을 감싸거나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의 감촉이다. 부드러운 결은 안식을 주고 세월의 결은 경외감을 유발하며, 섬세한 결은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복잡한 결은 우리의 시선을 다르게 만들어준다.
-「결」 에서
P.29
‘옆’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나’와 ‘옆’, 그 사이의 영역.
-「겹」 에서
P.98
가장 좋은 상태.
-「덜」 에서
P.110
동물은 평화롭고 생선은 푸르며 사람은 애처롭다.
-「등」 에서
P.118
욕구가 왕성할 때 쓰는 말. 주로, 아이들이 반복해서 놀고자 조를 때, 윗사람이 반복해서 충고하고자 할 때, 연인들이 헤어지고 싶지 않을 때, 말이 말을 낳을 때, 술이 술을 부를 때.
-「또」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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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사랑이그린세상
잎
식물을 구분할 때 꽃을 보고 구분하는 것보다 잎을 보고 구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사람을 구분할 때 얼굴을 보고 구분하는 것보다 손을 보고 구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HJ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쪼개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물을 주어 알아내는 것.
HJ
곡
세상 모든 곡은 생명 있는 것들의 호흡과 맥박과 심장박동을 재해석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가장 위험한 순간에서부터 가장 안락한 순간까지를. 그래서 음악을 듣는 일은 다른 숨을 쉬게 되는 경험이 아닐까.
HJ
똑같은 꽃이 계속해서 지고 계속해서 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사람처럼, 제라늄 옆에서 제라늄을 바라봤다.
P.374다락방
폼
폼을 잡는 사람한테서는 폼이 안 나고 폼이 나는 사람은 폼을 안 잡는다.
P.383다락방
해
해가 365번을 뜨고 나면 해가 바뀐다.
P.36다락방
공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놀이를 할 때 줄곧 사용하던 둥글둥글한 도구. 공을 굴리다, 공을 던지다, 공을 받다, 공을 잡다, 공을 차다, 공을 튀기다, 공을 때리다...... 어울려 쓰이는 말들을 살펴보면, 둥글둥글한 사람들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가 짐작된다.
P.48다락방
깨
‘맛있게 드세요‘라는 뜻으로 뿌려두는 것.
P.70다락방
남
남자, 타인, 남쪽. 이 세 가지를 모두 이 한 글자로 적는 데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멀리 두고 보아야 좋다.
P.221다락방
색
빛이 없으면 색도 존재하지 않는다. 색은 사물 자체의 성질이 아니라 사물에 반사되는 빛의 파장이다. 가시광선만을 색으로 인식한다. 물체가 흡수한 색이 아니라 반사한 색을 인식한다. 그러니 색을 쓰는 여자는 없다. 색을 밝히는 남자의 시선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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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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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1 : 핵인싸: 여기가 안인가?>,<나를 뺀 세상의 전부> … 총 42종 (모두보기)
1993년 『현대시사상』에 「우리는 찬양한다」 등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수학자의 아침』 『i에게』와 산문집 『마음사전』 『시옷의 세계』 『한 글자 사전』 『나를 뺀 세상의 전부』 등이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마음사전』 출간 10년, 특별한 신작 『한 글자 사전』 「감」에서 「힝」까지, 310개 ‘한 글자’로 가늠한 삶 김소연 시인의 첫 산문집 『마음사전』은 2008년 1월 출간되었다. ‘감성과 직관으로 헤아린 마음의 낱말들’이라는 콘셉트로, 마음을 이루는 낱말 하나하나를 자신만의 시적 언어로 정의,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밑줄 긋고 이야기해온 터다.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채웠던 『마음사전』 출간 10년을 맞아 특별한 신작을 선보인다. 시인은 “『마음사전』을 읽어준 이에게, 10년 세월의 연륜을 얹어 안부를” 보내고 싶었다고, 『한 글자 사전』을 오직 이런 마음으로 완성했다고 말한다. 또다시 한국어대사전을 내내 책상 옆에 두고 지내는 날들 가운데 비로소 2018년 1월 『한 글자 사전』이 도착했다. 『한 글자 사전』은 「감」에서 출발해 「힝」까지 310개에 달하는 ‘한 글자’로, 가장 섬세하게 삶을 가늠한 책이다. 시인의 눈과 머리와 마음에 새겨진 한 글자의 결과 겹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시간, 사람, 세상을 마주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놓친 시선과 삶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전이라는 양식(糧食) 생을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기꺼운 양식(樣式) “사전은, 말이 언제나 무섭고 말을 다루는 것이 가장 조심스러운, 그것이 삶 자체가 된 나에겐, 곁에 두어야만 하는 경전”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한 글자 사전』은 기역(ㄱ)부터 히읗(ㅎ)까지 국어사전에 실린 순서대로 이어지는 한 글자들을 시인만의 정의로 풀어 썼다. 사전적 정의라기보다는 해당 글자를 화두로 삼은 산문적 정의다. 시인의 생생한 사전 속에는 다른 시선과 깊은 통찰과 뼈아픈 각성과 소소한 웃음과 선명한 위트가 가득하다. 사전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 기꺼운 세계는 극명하게 빛을 발한다. 1. 이미 아름다웠던 것은 더 이상 아름다움이 될 수 없고, 아름다움이 될 수 없는 것이 기어이 아름다움이 되게 하는 일. 2. 성긴 말로 건져지지 않는 진실과 말로 하면 바스라져버릴 비밀들을 문장으로 건사하는 일. 3. 언어를 배반하는 언어가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일. -「시」 242쪽에서 또한 단어 하나, 문장 한 구절, 쉼표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신중하고 엄정하게 고르고 벼른 글자와 행간들에는 시인만이 꿰뚫는 날카로운 해석의 맛이 자리한다. 여자들은 환영받지 못한 여동생으로 태어나 여고생이 되었다가 여대생이 되고, 여급에서 여사원에서 여사장이, 여가수나 여의사나 여교사나 여교수나 여류 화가나 여류 작가로 산다. 남자들이 환영받는 남동생으로 태어나 고교생이 되었다가 대학생이 되고, 사원에서 사장이, 가수나 의사나 교사나 교수나 화가나 작가로 사는 동안에. -「여」 266쪽에서 시인이 세상을 보는 방식과 태도에 관하여 “읽는 이가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를 수 있기를” 이 시대에 “시인으로 산다는 건 비경제적 비사회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소연 시인은 누구나 ‘시적인 삶’을 가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일러준다. “탐을 내다 탐닉하게 되고, 탐닉하다 탐구하게 되고, 탐구하다 탐험하게”(「탐」) 되는 것. 모두 자신만의 이야기로 사전을 만들어가기를 원하는 시인의 진심은, 『마음사전』10년의 시간을 거쳐, 다시 『한 글자 사전』에 이름으로써 굳건해진다. 마침표는 마침표가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쉼표임을 잘 아는 시인의 마음이 이 책에서 오롯하게 읽힌다. 이 『한 글자 사전』이 『마음사전』의 열 살 터울 자매가 되어주면 좋겠다. 자매 둘이서 무릎을 모으고 앉아 대화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방바닥은 이제 막 따뜻해지기 시작했고 담요 한 장을 나누어 덮고 있다. 언니가 귤 하나를 까서 동생에게 내민다. 작은 방 안엔 두 자매가 내뱉은 한숨과 웃음과 고백 들이 연기처럼 가득 차 있다. 귤 향기와 함께. 둘은 어느 때보다 솔직하다. 속 얘기를 하염없이 꺼내놓는다. 때론 깔깔대며. 때론 어깨를 서로 다독여주며. 『마음사전』이 10년 동안 누군가에게 이 장면에 가까운 자매애를 선물해왔기를 감히 기대했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실은 당신이 이야기를 하고 싶게 하는 작용이 되기를. 둘 사이에 이야기가 쌓여가기를. 속 깊은 자매애에 소용되기를. 『마음사전』을 쓸 때도 그랬지만, 부디 『한 글자 사전』도 읽는 이가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를 수 있기를. -‘책머리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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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분포
9.0
100자평
보물선 2018-02-01
저도 선물용으로 여러권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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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6-30
여백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 아니 여백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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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6-18
곁에 두고 계속 보고 싶은 책. ‘책 : 인간의 사유와 인간의 말이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운지 책을 통해 목격하는 행위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한 글자 사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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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2777 2018-02-20
주변에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입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깐의 짬을 내주는 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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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okki1 2018-02-04
마음사전이 준 인상이 너무 강해서일까. 마음사전은 마음이 많이 보이는데 한글자사전은 좋은책인데 뭔가 아쉬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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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2018-02-19
나를 위한 선물. 빨리 만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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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김이당군 2018-02-17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극. 단어의 길이, 어감 또 누군가가 말해줄 때의 발현되는 언어들. 한국말은 한 글자만으로도 발현되는 그 언어의 묘한 표현들이 있다 <마음사전> 때도 작가에게 매료되었지만 한 글자 사전은 이 한 글자를 두드리고 깨보는 마음이 보인다. 그 마음을 들여다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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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ofsun 2018-02-21
작가처럼 나만의 정의와 견해를 담아 한 글자 사전을 만들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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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숨 2018-02-22
<마음사전>과 나란히 꽂아둡니다. 귤은 까 내가 먹습니다. 오래오래 만나고 싶습니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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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디드 2018-03-03
힝.. 마지막 글자가 내 마음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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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구마 2018-02-17
10년 전에 출간된 김소연시인의 「마음사전」을 읽지 않은 채로 이번에 출간된 신작이자 「마음사전」의 10살터울 자매격인 「한 글자 사전」을 읽어보았음.
ㄱ부터 ㅎ까지 한 글자로 된 단어들을 뜻풀이를 하거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나 다른 책에 실려 있던 문장들을 발췌해놓은 글들을 보며 공감가기도 했고 한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싶기도 했었음.
(‘빛‘처럼 실리지 않은 한 글자 단어들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허 : 남의 허는 노리고 나의 허는 찔린다. (384쪽)
생각해보니 그렇게 느껴졌고 끄덕하게 되는 말들.
더 : 타인에게 요구하면 가옥한 것, 스스로에게 요구하면 치열한 것. (96쪽)
나에게는 관대하지만 남에게는 엄격해질 수 밖에 없는 모습들.
빚 : 빛을 향해 가기 위해 당분간 짊어진다고 믿는 것. 빛을 향해 짊어지고 가다가 어느새 빚을 향해 끌려가는 신세가 되는 것. 마음으로 진 것은 마음으로 갚아야 빛이 될 수 있는 것. (193쪽)
‘님‘이라는 글자에 한 획을 추가하면 ‘남‘이 되듯한 획차이로 빚이라는 부정적인 글자에 한 획을 추가하면 ‘빛‘이라는 빚과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되는 것을 책을 읽으며 새삼스럽게 알아 가게 되어 흥미로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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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ye91 2018-03-19
'펜'이란 말에서 시작하고 싶다. 책을 내는 것도 펜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펜은 이렇게 설명된다.
펜
펜이 칼보다 강할 수는 없지만 펜이 칼이 될 수는 있다. 펜을 가장한 칼이 도처에 가득하다.
이게 현실이다. 말이 칼이 되고 있는 현실. 이런 현실 속에서 마음을 도닥여 줄 말을 찾게 된다. 그런 글을 찾게 된다. 펜이 펜 역할을 하는 너무도 당연한 현실을 찾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글자를 통해 마음을 읽게 된다. 또한 세상을 보게도 된다. 가령 이런 말이 있다. 칼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펜이 칼이 되지 않는 책을 만나면 반갑다. 이 책은 이렇게 펜을 펜으로 남아 있게 한다.
그것이 힘들지라도 적어도 그런 척을 해야 한다. '척'이라는 말은 이 책에서 이렇게 등장한다.
척
그러는 척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서슴없이 척척 잘할 수 있게 된다.
착한 척을 해야 한다. 착한 척을 하다보면 어느 새 착하게 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척들이 모여 행동을 바꿔놓았을테니 말이다. 이런 '척'과 반대편에 서 있는 말이 있다. 바로 '징'이다.
징
울림이 오래가기 때문에 한 장단에 한 번 쳐야 한다. 그러니까 제발 좀 징징대지 마.
여기서 징은 한 번으로 끝내야 한다. '지잉~~~~~'하는 울림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그 울림을 기다리지 못하면 징징이 된다. 우리네 삶은 어쩌면 이렇게 변해왔는지도 모른다.
지금 그냥 바쁘게만 산다. 우리는 징 소리가 내는 여운이 있고 울림이 있는 소리 '지잉~~~~~'하는 소리를 기다리지 못한다. 그 소리가 끝나 마음 속에 머무를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그럴 틈이 없다. 틈이 메워지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틈이 없는 삶은 여유가 없는 삶이다. 살기 위해서 바쁘게 생활과 생활 사이에 틈을 만들 틈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틈을 메우는 또 하나의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핸드폰이다.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틈
생각날 틈 없이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연인. 생각할 틈 없이 핸드폰을 열람하는 사람들. 모든 틈은 핸드폰이 점령했다.
무서운 현실이다. 우리는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 틈을, 여운을, 울림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 틈은 메워야 한다. 메워져야만 한다.
이게 지금 현실이다. 한 글자를 통해서 이렇게 현실을 마주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여유를 둘 수 있다.
이렇게 한 글자들을 통해서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음뿐만 아니라 세상도 들여다 보게 된다. 이 말을 읽으면서 절로 감탄하게 됐다. 우리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야 할 것. 그러나 지금 교육에서는 사라져 버린 것.
씨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쪼개어 알나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물을 주어 키워가며 알아내는 것.
이것이 바로 교육 아니겠는가. 우리는 학생들이 자신의 내부에서 자신을 발견하도록 물을 주어 키워가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학생들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알기 위해 어거지로 쪼개고 있지는 않은지.
모든 존재들에게 바로 이런 자세로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틈을 낼 수 있고, 틈을 내는 척이라도 해야 여유가 우리에게 온다는 것.
시인이 말하는 한 글자들을 읽으며 마음을 읽게 된다. 그리고 세상도 읽게 된다. 말이 칼이 되는 세상, 펜이 칼보다 더한 짓을 하는 세상에서 말은 사랑이 되고 펜은 위로가 되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이 책을 읽으며 아무 쪽이나 펼쳐도 좋다. 그리고 마음을 다독이면 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도 좋다. 그러면 자연스레 마음에 틈이 생기고, 그 틈 속에 다른 것들이 깃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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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8-03-01
최애 시인 김소연의 사전.
한 글자로 응축된 말들.
시인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여백이 주는 안정감이 좋은 책이다.
덜 : 가장 좋은 상태. - 98
명 : 기계는 너무나도 쉽게 단종되고 인간은 너무나도 오래 산다. - 145
시 : 1. 이미 아름다웠던 것은 더 이상 아름다움이 될 수 없고, 아름다움이 될 수 없는 것이 기어이 아름다움이 되게 하는 일.
2. 성긴 말로 건져지지 않는 진실과 말로 하면 바스라져버릴 비밀들을 문장으로 건사하는 일.
3. 언어를 배반하는 언어가 가장 아름다운 언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일.
- 242
재 : 얼마나 덩치가 크든 얼마나 무겁든 얼마나 대단하든 얼마나 소중하든, 그 무엇이든 다 타고 나면 한 줌. - 302
2018.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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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77 2018-03-11
늘 느끼는 거지만, 김소연 시인의 글은 너무나 섬세하고 사려 깊어서 깊은 위로가 되는 동시에 날카롭게 벼린 사시미 칼처럼 폐부를 찔러 기존의 인식을 바꿔놓는 힘이 있다.
그렇다고 난해한 언어로 자신만의 벽을 쌓지도않아 독자와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는데, 그 점이 그녀의 감춰진 내공을 짐작케 한다.
때론 소박한 듯 정감 넘치는 언니 같고 때론 산전수전 다 겪은 인생 선배 같아서 오래도록 곁에 두고 함께 하고픈 사람 같달까.
특히 이번 책은 오래전에 '마음사전'을 읽고 그녀의 글이 좋아진 사람이라면 더욱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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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june 2018-08-03
격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를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격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모든 걸 가진 자에게서보다 거의 가진 게 없는 자에게서 더 잘 목격할 수 있는 가치이고, 모든 걸 가진 자가 이미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유일한 가치이고, 거의 가진 게 없는 자가 유일하게 잃기 싫은 마지막 가치이기 때문이다. (28쪽)
늘
그러고 싶은 것에 대하여는 이것이 무엇보다 어렵고 그러기 싫은 것에 대하여는 이것이 무엇보다 쉽다. (84쪽)
달
변해가는 모든 모습에서 ‘예쁘다‘라는 말을 들어온 유일무이한 존재. (91쪽)
득
이것 없이는 이제 사랑도 하지 않는다. (109쪽)
미
모든 아름다움은 모든 권위보다 더 권위 있다. 진. 선. 미 가운데서 유일하게 생존한 인간의 덕목이다. 하지만 편파적이다. 여성의 진과 선은 아름다움의 지위를 얻지 못할 때가 많든 데 반해, 남성의 진과 선은 아름다움의 지위를 손쉽게 얻는다. (152쪽)
뻥
참말을 더 참말처럼 보이려고 지나친 애를 쓰다가 사용하게 되는 과장된 참말. (198쪽)
생
인간의 한 생은 ‘생‘일 수밖에 없다. 익지 않거나 익히지 않은, 엉뚱하고 공연한, 본디 그대로의, 지독하거나 혹독한 것일 수밖에 없는. (223쪽)
씨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쪼개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물을 주어 키워가며 알아내는 것. (248쪽)
옆
사람이 있어야 할 가장 좋은 자리. 사회적으로 높거나 낮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인맥생에서 멀거나 가깝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누군가에게. (270쪽)
책
......인간의 사유와 인간의 말이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운지 책을 통해 목격하는 행위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328쪽)
티
가난함은 티가 나고 부유함은 티를 낸다. (365쪽)
폐
폐가 될까 걱정하는 것이 사람다움이다. 폐가 폐라는 걸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폐가 된다. (373쪽)흙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한다. 눈에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395쪽)
2020-01-23
알라딘: 한 글자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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