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 식탁에 커피향 흐르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윤동주를 사랑한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 (지은이),윤수현 (옮긴이)
스타북스2019-06-18
10,000원 9,000원 (500원)
전자책정가
8,000원
Sales Point : 50
9.4100자평(2)리뷰(6)
종이책 페이지수 136쪽
책소개
100만 독자가 추천한 일본의 멋쟁이 시인, 한국인과 교류하고, 한국과 한글과 윤동주를 사랑한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이바라기 노리코가 발표한 많은 시는 역사적인 어둠과 비극적 현장을 생생하고 분명하게 담고 있다. 시집에는 '식탁에 커피향 흐르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등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목차
추천의 글
네 감수성 정도는
보이지 않는 배달부
여자아이의 행진곡
어린 시절
소녀들
호수
벚꽃
기다림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바보 같은 노래
6월
행동에 대해
바다 근처로
여름의 목소리
질문
두 사람의 미장이
게릴라 가드닝
이 실패에도 불구하고더보기
책속에서
이바라기노리코의 시의 마음을 읽다 - 이보나
저자 및 역자소개
이바라기 노리코 (茨木 のり子) (지은이)
1926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46년 도호대학 약학부를 졸업했다. 1950년 무렵부터 시작詩作을 시작하여, 잡지 『시학詩學』 독자투고란에 시를 투고하기 시작해 같은 잡지 신인특집호에 게재되었다. 1953년 가와사키 히로시와 둘이서 동인시지同人詩誌 『노櫂』를 발간했다. 전후戰後, 군국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던 시기에 청춘을 보낸 시인은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시선으로 일상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그 안에 격렬함과 반골 기질이 내포된 날카로운 시풍을 견지했다. 1976년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여 한국 현대시를 일본에 소개했... 더보기
최근작 : <시의 마음을 읽다>,<이바라기 노리코 시집>,<여자의 말> … 총 30종 (모두보기)
윤수현 (옮긴이)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하여 통번역의 길로 접어들었다. 기업에서 다년간의 실무 경험을 거쳐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한일통번역과를 졸업했다. 윤동주100년포럼에 참여하여 『장 콕토 시집』『폴 발레리 시집』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전문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최근작 : … 총 3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글의 매력에 빠져, 죽을 때까지
윤동주와 한국을 사랑한 이바라기 노리코
그리고 서정시의 대표작 ‘식탁에 커피향 흐르고’
죽는 날 공개하라면서 미리 감사와 함께 이별의 인사말을 남긴 시인
‘“그 사람이 떠났구나” 하고 한순간, 단지 한순간 생각해 주셨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랫동안 당신께서 베풀어 주신 따뜻한 교제는, 보이지 않는 보석처럼, 나의 가슴속을 채워서, 광망을 발하고, 나의 인생을 얼마만큼 풍부하게 해 주신 건가?". 깊은 감사를 바치면서, 이별의 인사말을 드립니다. 고마웠습니다.
2006년 3월 길일‘
이바라기 노리코는 2006년에 세상을 떠나기 전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일본 시는 희로애락 가운데 노가 없다. 그러나 한국시에는 그 노가 있다.” 나는 이바라키 노리코의 이런 코멘트에 동감한다. “일본에는 서정시인만 있다. 시인의 사회적 영향력도 한국에 비해 미약하다.” 이 코멘트에도 동감한다. 일본 시인들을 향해 이렇게 거침없는 비판을 할 수 있는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 한 편부터 소개한다.
(전반주 생략)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이런 엉터리 없는 일이 있느냐고
블라우스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
담배연기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마구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다
나는 무척 덤벙거렸고
나는 너무도 쓸쓸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될수록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내가 가장 예뻤을 때」
1945년 일본이 패전했을 때 이바라기 노리코의 나이는 열아홉 살이었다. 그 이듬해 그녀는 지금의 토호대학인 제국여자약전 약학부를 졸업한다. 말이 대학이지, 여학생들은 전쟁에 동원되어 해군 약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이른바 ‘군국주의 정신대 소녀’나 다름없었다.
이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동인지 ‘카이’를 창간하고, 1955년에 출간한 첫 시집『대화』에 수록한 시에서부터 넘치는 상상력을 보여 주었다.
이바라키 노리코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그녀가 32살 때에 20대 초기를 회상하며 쓴 시로서 일본의 국정교과서에도 실렸다. 온 거리가 대공습으로 와르르 무너진 건물 안에서 천정을 보았을 때 “파란 하늘같은 것”이 보였다는 증언으로 시작하는 이 시에는 죽어가는 사람들, 전쟁에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이 전쟁을 그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단정짓는다. 남자도 흉내 내기 힘든 대담한 표현이다. “비굴한 도시를 으스대며 쏘다녔다”는 표현처럼 그녀는 자유롭게 활보한다. 마지막 연에 나오는 루오 역시 뒤늦게 명성을 얻은 할아버지 화가이다. 루오처럼 뒤늦게라도 청춘을 즐기고 싶다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시인은 역경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노래로 이 시를 승화시키고 있다.
이 시 뿐만 아니라 이바라기 노리코가 발표한 많은 시는 역사적인 어둠과 비극적 현장을 생생하고 분명하게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조선의 수많은 사람들이 대지진의 도쿄에서/ 왜 죄 없이 살해되었는가”(「쟝 폴 사르트르에게」)라며 1923년 9월 1일에 발생한 관동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을 증언한 시도 발표한다. 이 시는 “잘 안 되는 것은 모두 저놈들 탓이다”라며 일제 강점기 시절 유대인 못지않은 박해를 받다 온 한국인이 당한 아픔을 어느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인식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런 표현 속에도 패배주의적인 비장감은 없다. 오히려 낙관적이다. 밝다. 바로 이런 점 덕분에 전쟁의 풍경을 숨 막히는 비극적 어둠으로 표현하는 다른 시인들과 달리, 이바라기 노리코는 이 한 편의 시만으로도 전후시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열었다는 평을 얻었다.
…전반부 생략…
-잘 안되는 것은 모두 저놈 탓이다
조선 사람들이 대지진이 난 동경에서
왜 죄 없이 살해당했는지
흑인 여학생은 왜 칼리지에서 배우면 안 되는지
우리들조차 누군가가 잡은 총에
겨누어지고 있지 않은지
나에게는 한꺼번에 알 수 있는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참혹한 사건의 가지가지가
사르트르씨
나는 당신을 깊이 알고 있지 않다
유대인의 생태生態도 표정도 친숙하지는 않다
인간에 대한 전율이 또 하나 늘어났지만
여하튼 지금 있는 것은 순수한 하나의 기쁨!
…후반부 생략…
-이바라기 노리코「장 폴 사르트르에게」
일본의 한국 식민지 통치의 상흔을 묘사한 또 다른 시도 있다.
한국의 노인은
지금도 변소에 갈 때
조용히 허리를 일으키며
“총독부에 다녀올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조선총독부에서 호출장이 오면
가지 않고는 못 배겼던 시대
어쩔 수 없는 사정
-이바라기 노리코「총독부에 다녀오다」전문
얼마나 한국인이 겪은 역사의 상흔과 아픔을 잘 만져 주는 시인가. 목소리가 높지도 않으면서, 조근조근 풍경 속의 작은 에피소드를 등장시키면서 실감나게 조선총독부 치하의 한국인들이 겪었을 치욕을 그리고 있다.
또한 ‘기대지 말고’라는 자의식에 관한 유명한 시도 있다.
더 이상 야합하는 사상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야합하는 종교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야합하는 학문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어떠한 권위에도 기대고 싶지 않다
-이바라기 노리코「기대지 말고」전문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해야 살 수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그리고 친구나 연인 같은 동조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바라기 노리코 시 속의 기댐은 비굴한 야합 수준의 기댐을 말한다. 시인은 사상이나 종교나 학문, 그리고 권위에 기대는 것은 야합이라고 한다. 결국 이 시는 기대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떳떳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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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ella1133 2019-10-08 공감 (0) 댓글 (0)
마이리뷰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상쾌한
일요일 아침
식탁에 커피 향 흐르고.....
라고 중얼거리고 싶은 사람들은
세상에서
점점 늘어난다
<식탁에 커피향 흐리고> 중에서
이바라기 노리코. 공선옥 작가의 소설 표제시인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잘 알려진 일본시인으로 '윤동주를 사랑한 시인'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작가의 시를 한 편 한 편 접할수록 윤동주를 혹은 한국을 사랑한 시인이라는 수식어를 더는 떠올리지 않게 되었다. 패전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아홉. 그야말로 가장 예뻤을 그 나이에 그녀는 참혹한 세상을 마주했고, '아무도 그녀에게 다정한 선물을 주지 않았던'시절이었다. 그 시절에도 그녀는 시를 썼고 희망을 보았다. 자신과 조국의 희망만 본 것이 아니라 조선인들의 피폐한 삶과 억울함도 그녀의 시선안에 들어왔다. 왜 불쌍한 저들(조선인들)탓이 되고 그로인해 희생되어야 하고 목숨을 잃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녀는 외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녀는 삶 그자체에 대한 깊은 관심이 느껴졌다. 글 서두에 발췌한 <식탁에 커피향 흐르고>중 일부는 저자는 타인을 향한 연민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평일 오후, 주말 아침이란 키워드를 넣고 SNS를 검색하면 그 안에는 늘 한 잔의 커피가 흐르고 그것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경제적 여유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인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간단하고 그리 어렵지도 수고롭지도 않은 그 장면하나가 그토록 여유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는 것은 패전이후나 지금이나 사람이 온전하게 평화롭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었다.
살아있는 나라 죽어있는 나라
그것을 어떻게 간파할까
쏙 빼닮은 학살의 오늘에서
살아있는 것 죽어있는 것
둘은 다가서서 나란히 선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모습을 감추고
모습을 감추고
<살아있는 것, 죽어있는 것> 중에서
이바라기 노리코를 떠올렸을 때 다른 사람이 아닌 나란 사람은 과연 그녀의 작품 중 어떤 시를 먼저 떠올리게 될까 생각해보았다. 앞서 언급한 시도, 미처 언급하지 못하고 리뷰안에 스며들었던 <장 폴 사르트르에게>에게일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단 한 편의 시를 꼽으라면 위의 시, <살아있는 것, 죽어있는 것>의 저 부분이 떠오를 것이다. 살아있는 사과인지, 죽어있는 요리인지, 혹은 마음이 죽고살았는지를 나는 잘 알고 있는가. 내 나라가 그러한지 이웃나라가 그러한지는 판단할 수 있을만큼 이성적이고 현명한지가 궁금해졌다. 물론 시인은 내게 그런 현명함이 있는지를 묻고 있는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이 불문명하니 잘 보라고, 혹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도 너무 아파하지 말라고 하는 듯 싶었다. 마치 윤동주시인의 <아우의 인상화> 속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를 두고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야 할 동생을 걱정하여 썼다고 언급했던 것처럼 말이다. 윤동주시인이 동생을 걱정하듯 그녀도 자국민을 포함한 누구라도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걱정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시인의 사랑]속 시인이 말하길 누군가를 대신해서 울어주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했다. 그런 맥락으로 보자면 분명 이바라기 노리코는 '시인'으로서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살아있는 시인'으로 함께할 것이다.
리제 2019-07-11 공감(5) 댓글(0)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네 김수성 정도는
파삭파삭 말라가는 마음을
남 탓하지 마라
스스로 물주기를 게을리해놓고
서먹해진 사이를
친구탓하지 마라
유연한 마음을 잃은 것은 누구인가
짜증 나는 것을
가족 탓하지 마라
모두 내 잘못
초심을 잃어가는 것을
세월 탓하지 마라.
애초부터 미약한 뜻에 지나지 않았다.
안 좋은 것 전부를
시대 탓하지 마라
희미하게 빛나는 존엄의 포기.(-19-)
질문
인류는
이제 손쓸 수 없이 늙었나요
아니면
아직 매우 젊은가요
누구도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은
질문
모든 것에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우리는
지금 대체 어디쯤?
삽삽한
초여름의 바람이여 (-49-)
되새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닳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소녀시절
아름다운 태도
정확한 발음의
멋진 여성과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내가 애쓰는 걸 간파한 듯
무심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풋풋함이 중요해요.
사람에 대해서든 세상에 대해서든
사람을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게 되었을 때
타락하기 시작하죠 떨어지는 걸
감추려 해도 감추지 못한 사람을 여러 명 보았어요.
나는 뜨끔했습니다
그리고 깊이 깨달았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갈팡질팡해도 되는구나
어색한 인사 추하게 빨개진다
실어증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
아이의 나쁜 행동에도 상처를 받는다.
믿음이 안 가는 생굴과 같은 감수성
그것을 단련할 필요는 조금도 없었던 거구나
나이 들어도 갓 핀 장미 연약하고
밖을 향해 피는 것이야말로 어렵다.
모든 일
모든 좋은 일의 핵심에는
떨리는 약한 안테나가 감춰져 있다 분명
나도 예전 그 사람과 비슷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되돌아보며
지금도 가끔 그 의미를
조용히 되새길 때가 있습니다.(-91-)
회상이라는 것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나는 나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시간의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그르다는 걸 인식하게 되는 그 순간,나 스스로 부끄러움과 마주하게 된다. 이제 고인이 되어버린 시인 윤동주의 삶의 파라미터 안에서 우리는 그렇게 자신의 또다른 부끄러운 자화상과 마주하게 된다. 시는 우리의 마음 언저리의 본질적인 요소들에 개입하게 되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것들, 내 앞에 놓여진 것들에 대해서 조금씩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여쁘게 바라보게 되며, 그것을 또다른 시들을 통해서 내 삶을 반추하게 되었다. 윤동주를 사랑했던 일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 씨는 윤동주의 시에서 자신의 시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되었고, 그 동시대에 살아왔다는 걸 잊지 않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것이리라, 윤동주의 시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들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된다. 또한 시들은 스스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어릴 때의 나의 모습과 성장하면서 자신의 모습들을 겹쳐 놓으면서, 내가 남겨놓을 씨앗에 대해서 스스로 발아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자신의 풋풋한 어린 시절을 잊지 않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암울했던 시기에도 그 안에는 아름다움이 공존하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함이 숨쉬고 있었다. 살아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 추하지 않도록 살아가며, 그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시들이 한 권의 책속에 있다.
- 접기
깐도리 2019-07-10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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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라기 노리코 시집]을 읽고
학창시절 배운 시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시라고 하면, 단연코 윤동주 시인의 서시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윤동주 시인을 사랑한 일본의 시인이 있었고, 그렇게 윤동주 시인의 시가 일본 교과서에 실릴 수 있었다는 것을 한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윤동주를 사랑했던 여류 시인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들을 지금 이렇게 만날 수 있음에 약간 떨림이 생긴다.
시라는 글은 그렇다. 내가 삶에서 흔들릴 때, 외로울 때, 힘들 때, 살며시 다가와서 쓰다듬어 주고 가는 그런 면이 있다. 아마도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들도 그러했을 것 같다. 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 할 때, 이 시인의 시가 일본을 위로했다고 하니 정말 어떤 시들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자연이 우리들에게 가져다 주는 계절의 특색을 저자는 ‘보이지 않는 배달부’라는 시에서 시인 특유의 감성으로 전해준다. 정말 다음의 구절을 읽으며 시인의 상상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3월 복숭아꽃이 피고
5월 등나무 꽃잎들이 일제히 흐드러지고 … <중략>
땅 밑에는 조금 게으른 배달부가 있어
모자를 거꾸로 쓰고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겠지
그들은 전한다 뿌리에서 뿌리고
가기 쉬운 계절의 마음을
우와, 정말 땅 밑에 배달부가 있는 것만 같다. 무언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야 할 것만 같은 동화와도 같은 시다. 이렇게 이 책에 실린 그녀의 시들은 무언가 부드럽다. 하지만, 꼭 그런 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대표작인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의 시다.
이 시집은 후반부는 그녀가 쓴 윤동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녀는 어떻게 해서 윤동주 시인이 옥사하셨는지를 일본인 스스로 그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감동적이다. 무언가 정의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문학인의 의연함과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가 어떻게 해서 한글을 매료되었는지, 왜 한글을 공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한글의 정서를 생각나게 한다.
시인의 삶과 함께 읽은 그녀의 시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단지 시 만을 읽었다면 왜 이런 시들이 그녀의 삶의 뿌리에서 나왔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읽고 그녀의 대표작인 두 시를 다시 읽으니 정말 그녀의 가슴이 어떠했을지 생각하게 된다.
시의 여백 속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시인을 통해 우리 역사 속의 위대한 시인 중의 한 사람인 윤동주의 삶도 다시 한 번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무척이나 의미 있는 시집이었다.
freemangun 2019-07-11 공감(0) 댓글(0)
윤동주 시인을 사랑한 일본 시인 노리코
[서평]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식탁에 커피향 흐르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바라기 노리코 저, 윤수현 저, 윤수현 역, 스타북스, 2019. 06.10.)
사람들에게 ‘그래도 사세요.’라는 말을 전하는 시인이 있다.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가 그렇다.
시의 첫 부분은 다음과 같다. 「네 감수성 정도는」 파삭파삭 말라가는 마음을/ 남 탓하지 마라/ 스스로 물주기를 게을리해놓고// 서먹해진 사이를/ 친구 탓하지 마라/ 유연한 마음을 잃은 것은 누구인가// 짜증 나는 것을/ 가족 탓하지 마라/ 모두 내 잘못// 초심을 잃어가는 것을/ 세월 탓하지 마라/ 애초부터 미약한 뜻에 지나지 않았다// 안 좋은 것 전부를/ 시대 탓하지 마라/ 희미하게 빛나는 존엄의 포기.
저자는 말했다. 좋은 시에는 사람의 마음을 해방시켜주는 힘이 있다고. 또 좋은 시에는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람의 감정을 부드럽게 이끌어내 주기도 한다고. 타인의 마음을 해방시켜 준다는 것은 사람에게는 원래 부드러운 마음이 있다는 것이며, 연민의 감정을 이끌어내 준다는 것은 사실은 누구에게나 풍부한 감수성이 있다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윤동주와 그의 시를 사랑했던 노리코
책을 읽던 중 맘에 드는 시 구절이 또 있었다. 「벚꽃」 …….// 흩날리는 벚나무 아래를 한적히 걸으면/ 한순간/ 명승처럼 깨닫게 됩니다/ 죽음이야말로 정상 상태/ 생은 사랑스러운 신기루라고.
시집의 작품들 가운데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그녀가 32살 때에 20대 포기를 회상하며 쓴 시로서 일본의 국정교과서에도 실렸다. 시는 다음과 같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꽈르릉하고 무너지고/ 생각도 못한 곳에서/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 담배연기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마구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다/ 나는 무척 덤벙거렸고/ 나는 너무도 쓸쓸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될수록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저자는 일본에 의한 한국의 식민통치를 풍경 속의 작은 에피소드로 등장시키며 조근조근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총독부 치하의 한국인들이 겪었을 치욕을 실감나게 그렸다. 이바라기 노리코는 2006년에 세상을 떠나기 전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일본 시는 희로애락 가운데 ‘노’가 없다. 그러나 한국시에는 그 ‘노’가 있다.”
1956년에 남편과 사별한 후 이바라기 노리코는 자기 치유의 한 방법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의 한국어 공부를 도운 분은 홍윤숙 시인이었다. 1990년에 마침내 이바라기 노리코 시인은 12명의 한국 현대시인들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한국현대시선』을 출간했다. 그 주아 가장 좋아하던 시인은 윤동주였다. 그런데 같은 일본인들은 윤동주에 대해서 너무도 무관심했다.
노리코가 보기에 윤동주는 젊은 나이에 죽은 시인이기에 앞서, 젊음이나 순결을 그대로 간직한 맑고 깨끗함이 있는 사람이었다. 노리코는 윤동주를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지적인 분위기, 티끌 한 점 없을 것 같은 밝고 순수한 모습에서 내가 어릴 적 무척이나 우러러봤던 대학생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았다는 어떤 그리운 감정이 겹치면서 윤동주의 인상은 너무나도 선명하고 강렬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언제나 수선화와 같은 상큼한 향기를 풍겨 후대의 모든 독자들까지 매료시키는 힘이 있었다. 실제로 윤동주는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고 말았다.
「혼자서는 생기발랄」 ……. // 혼자 있을 때 외로운 사람은/ 둘이 모이면 더욱 외롭다// 여럿이 모이면/ 타 타 타 타 타 타락이로군// 사랑하는 사람이여/ 아직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그대/ 혼자 있을 때 생기발랄한 사람으로/ 있어 주세요.
노리코는 2006년 2월 17일 지주막하출혈로 별세했다. 향년 80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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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yital 2019-07-13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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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이바라기 노키로 시집
저자 이바라기 노리코는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대한민국에 관심을 갖고
우리네의 비극을 시로 표현하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저자 윤동주를 일본에 알린 시인이다.
같은 시대 다른 상황에서 살아온 그녀지만 역사적인 어둠을 인지하고 그로 인한 비극적인 현장을 시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국적이 다름에도 시에서 느껴지는 정취는 낯설지 않다.
한 권의 시집을 읽다 보면 글을 쓴 저자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가장 중심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의문점을 도서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에 대입하여 본다면
그녀를 이루고 있는 중심축은 크게 여성으로서의 삶과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삶임을 관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그때그때 달라지는 상황에 나라는 존재를 지켜가는 것이 아닐까?
시를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삶을 통하여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 같은 느낌이 든다.
별개의 삶이지만 한 편 한 편을 읽을수록 연결되는 듯한 느낌,
이러한 감정을 저자 이바라기 노리코는 윤동주의 시에서 읽어 낸 것이 아닐까?
좋은 시에 대하여 여러 가지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과 공감의 울림을 주는 시야 말로 좋은 시이고
그러한 시들이 묶여 있는 책이 바로 이바라기 노키로 시집이라고
시를 추천해 달라는 누군가에게 선뜻 권하고 싶어진다.
10,000원 9,000원 (500원)
전자책정가
8,000원
Sales Point : 50
9.4100자평(2)리뷰(6)
종이책 페이지수 136쪽
책소개
100만 독자가 추천한 일본의 멋쟁이 시인, 한국인과 교류하고, 한국과 한글과 윤동주를 사랑한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이바라기 노리코가 발표한 많은 시는 역사적인 어둠과 비극적 현장을 생생하고 분명하게 담고 있다. 시집에는 '식탁에 커피향 흐르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등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목차
추천의 글
네 감수성 정도는
보이지 않는 배달부
여자아이의 행진곡
어린 시절
소녀들
호수
벚꽃
기다림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바보 같은 노래
6월
행동에 대해
바다 근처로
여름의 목소리
질문
두 사람의 미장이
게릴라 가드닝
이 실패에도 불구하고더보기
책속에서
이바라기노리코의 시의 마음을 읽다 - 이보나
저자 및 역자소개
이바라기 노리코 (茨木 のり子) (지은이)
1926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46년 도호대학 약학부를 졸업했다. 1950년 무렵부터 시작詩作을 시작하여, 잡지 『시학詩學』 독자투고란에 시를 투고하기 시작해 같은 잡지 신인특집호에 게재되었다. 1953년 가와사키 히로시와 둘이서 동인시지同人詩誌 『노櫂』를 발간했다. 전후戰後, 군국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던 시기에 청춘을 보낸 시인은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시선으로 일상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그 안에 격렬함과 반골 기질이 내포된 날카로운 시풍을 견지했다. 1976년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여 한국 현대시를 일본에 소개했... 더보기
최근작 : <시의 마음을 읽다>,<이바라기 노리코 시집>,<여자의 말> … 총 30종 (모두보기)
윤수현 (옮긴이)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하여 통번역의 길로 접어들었다. 기업에서 다년간의 실무 경험을 거쳐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한일통번역과를 졸업했다. 윤동주100년포럼에 참여하여 『장 콕토 시집』『폴 발레리 시집』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전문 통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최근작 : … 총 3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글의 매력에 빠져, 죽을 때까지
윤동주와 한국을 사랑한 이바라기 노리코
그리고 서정시의 대표작 ‘식탁에 커피향 흐르고’
죽는 날 공개하라면서 미리 감사와 함께 이별의 인사말을 남긴 시인
‘“그 사람이 떠났구나” 하고 한순간, 단지 한순간 생각해 주셨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랫동안 당신께서 베풀어 주신 따뜻한 교제는, 보이지 않는 보석처럼, 나의 가슴속을 채워서, 광망을 발하고, 나의 인생을 얼마만큼 풍부하게 해 주신 건가?". 깊은 감사를 바치면서, 이별의 인사말을 드립니다. 고마웠습니다.
2006년 3월 길일‘
이바라기 노리코는 2006년에 세상을 떠나기 전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일본 시는 희로애락 가운데 노가 없다. 그러나 한국시에는 그 노가 있다.” 나는 이바라키 노리코의 이런 코멘트에 동감한다. “일본에는 서정시인만 있다. 시인의 사회적 영향력도 한국에 비해 미약하다.” 이 코멘트에도 동감한다. 일본 시인들을 향해 이렇게 거침없는 비판을 할 수 있는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 한 편부터 소개한다.
(전반주 생략)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이런 엉터리 없는 일이 있느냐고
블라우스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
담배연기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마구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다
나는 무척 덤벙거렸고
나는 너무도 쓸쓸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될수록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내가 가장 예뻤을 때」
1945년 일본이 패전했을 때 이바라기 노리코의 나이는 열아홉 살이었다. 그 이듬해 그녀는 지금의 토호대학인 제국여자약전 약학부를 졸업한다. 말이 대학이지, 여학생들은 전쟁에 동원되어 해군 약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이른바 ‘군국주의 정신대 소녀’나 다름없었다.
이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동인지 ‘카이’를 창간하고, 1955년에 출간한 첫 시집『대화』에 수록한 시에서부터 넘치는 상상력을 보여 주었다.
이바라키 노리코의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그녀가 32살 때에 20대 초기를 회상하며 쓴 시로서 일본의 국정교과서에도 실렸다. 온 거리가 대공습으로 와르르 무너진 건물 안에서 천정을 보았을 때 “파란 하늘같은 것”이 보였다는 증언으로 시작하는 이 시에는 죽어가는 사람들, 전쟁에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이 전쟁을 그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단정짓는다. 남자도 흉내 내기 힘든 대담한 표현이다. “비굴한 도시를 으스대며 쏘다녔다”는 표현처럼 그녀는 자유롭게 활보한다. 마지막 연에 나오는 루오 역시 뒤늦게 명성을 얻은 할아버지 화가이다. 루오처럼 뒤늦게라도 청춘을 즐기고 싶다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시인은 역경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노래로 이 시를 승화시키고 있다.
이 시 뿐만 아니라 이바라기 노리코가 발표한 많은 시는 역사적인 어둠과 비극적 현장을 생생하고 분명하게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조선의 수많은 사람들이 대지진의 도쿄에서/ 왜 죄 없이 살해되었는가”(「쟝 폴 사르트르에게」)라며 1923년 9월 1일에 발생한 관동대지진 당시의 조선인 학살을 증언한 시도 발표한다. 이 시는 “잘 안 되는 것은 모두 저놈들 탓이다”라며 일제 강점기 시절 유대인 못지않은 박해를 받다 온 한국인이 당한 아픔을 어느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인식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런 표현 속에도 패배주의적인 비장감은 없다. 오히려 낙관적이다. 밝다. 바로 이런 점 덕분에 전쟁의 풍경을 숨 막히는 비극적 어둠으로 표현하는 다른 시인들과 달리, 이바라기 노리코는 이 한 편의 시만으로도 전후시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열었다는 평을 얻었다.
…전반부 생략…
-잘 안되는 것은 모두 저놈 탓이다
조선 사람들이 대지진이 난 동경에서
왜 죄 없이 살해당했는지
흑인 여학생은 왜 칼리지에서 배우면 안 되는지
우리들조차 누군가가 잡은 총에
겨누어지고 있지 않은지
나에게는 한꺼번에 알 수 있는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참혹한 사건의 가지가지가
사르트르씨
나는 당신을 깊이 알고 있지 않다
유대인의 생태生態도 표정도 친숙하지는 않다
인간에 대한 전율이 또 하나 늘어났지만
여하튼 지금 있는 것은 순수한 하나의 기쁨!
…후반부 생략…
-이바라기 노리코「장 폴 사르트르에게」
일본의 한국 식민지 통치의 상흔을 묘사한 또 다른 시도 있다.
한국의 노인은
지금도 변소에 갈 때
조용히 허리를 일으키며
“총독부에 다녀올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조선총독부에서 호출장이 오면
가지 않고는 못 배겼던 시대
어쩔 수 없는 사정
-이바라기 노리코「총독부에 다녀오다」전문
얼마나 한국인이 겪은 역사의 상흔과 아픔을 잘 만져 주는 시인가. 목소리가 높지도 않으면서, 조근조근 풍경 속의 작은 에피소드를 등장시키면서 실감나게 조선총독부 치하의 한국인들이 겪었을 치욕을 그리고 있다.
또한 ‘기대지 말고’라는 자의식에 관한 유명한 시도 있다.
더 이상 야합하는 사상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야합하는 종교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야합하는 학문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어떠한 권위에도 기대고 싶지 않다
-이바라기 노리코「기대지 말고」전문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해야 살 수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그리고 친구나 연인 같은 동조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바라기 노리코 시 속의 기댐은 비굴한 야합 수준의 기댐을 말한다. 시인은 사상이나 종교나 학문, 그리고 권위에 기대는 것은 야합이라고 한다. 결국 이 시는 기대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떳떳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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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ella1133 2019-10-08 공감 (0) 댓글 (0)
마이리뷰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상쾌한
일요일 아침
식탁에 커피 향 흐르고.....
라고 중얼거리고 싶은 사람들은
세상에서
점점 늘어난다
<식탁에 커피향 흐리고> 중에서
이바라기 노리코. 공선옥 작가의 소설 표제시인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잘 알려진 일본시인으로 '윤동주를 사랑한 시인'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작가의 시를 한 편 한 편 접할수록 윤동주를 혹은 한국을 사랑한 시인이라는 수식어를 더는 떠올리지 않게 되었다. 패전당시 그녀의 나이는 열아홉. 그야말로 가장 예뻤을 그 나이에 그녀는 참혹한 세상을 마주했고, '아무도 그녀에게 다정한 선물을 주지 않았던'시절이었다. 그 시절에도 그녀는 시를 썼고 희망을 보았다. 자신과 조국의 희망만 본 것이 아니라 조선인들의 피폐한 삶과 억울함도 그녀의 시선안에 들어왔다. 왜 불쌍한 저들(조선인들)탓이 되고 그로인해 희생되어야 하고 목숨을 잃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녀는 외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녀는 삶 그자체에 대한 깊은 관심이 느껴졌다. 글 서두에 발췌한 <식탁에 커피향 흐르고>중 일부는 저자는 타인을 향한 연민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평일 오후, 주말 아침이란 키워드를 넣고 SNS를 검색하면 그 안에는 늘 한 잔의 커피가 흐르고 그것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경제적 여유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인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간단하고 그리 어렵지도 수고롭지도 않은 그 장면하나가 그토록 여유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는 것은 패전이후나 지금이나 사람이 온전하게 평화롭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었다.
살아있는 나라 죽어있는 나라
그것을 어떻게 간파할까
쏙 빼닮은 학살의 오늘에서
살아있는 것 죽어있는 것
둘은 다가서서 나란히 선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모습을 감추고
모습을 감추고
<살아있는 것, 죽어있는 것> 중에서
이바라기 노리코를 떠올렸을 때 다른 사람이 아닌 나란 사람은 과연 그녀의 작품 중 어떤 시를 먼저 떠올리게 될까 생각해보았다. 앞서 언급한 시도, 미처 언급하지 못하고 리뷰안에 스며들었던 <장 폴 사르트르에게>에게일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단 한 편의 시를 꼽으라면 위의 시, <살아있는 것, 죽어있는 것>의 저 부분이 떠오를 것이다. 살아있는 사과인지, 죽어있는 요리인지, 혹은 마음이 죽고살았는지를 나는 잘 알고 있는가. 내 나라가 그러한지 이웃나라가 그러한지는 판단할 수 있을만큼 이성적이고 현명한지가 궁금해졌다. 물론 시인은 내게 그런 현명함이 있는지를 묻고 있는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이 불문명하니 잘 보라고, 혹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도 너무 아파하지 말라고 하는 듯 싶었다. 마치 윤동주시인의 <아우의 인상화> 속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를 두고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야 할 동생을 걱정하여 썼다고 언급했던 것처럼 말이다. 윤동주시인이 동생을 걱정하듯 그녀도 자국민을 포함한 누구라도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걱정했다고 생각한다. 영화 [시인의 사랑]속 시인이 말하길 누군가를 대신해서 울어주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했다. 그런 맥락으로 보자면 분명 이바라기 노리코는 '시인'으로서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살아있는 시인'으로 함께할 것이다.
리제 2019-07-11 공감(5) 댓글(0)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네 김수성 정도는
파삭파삭 말라가는 마음을
남 탓하지 마라
스스로 물주기를 게을리해놓고
서먹해진 사이를
친구탓하지 마라
유연한 마음을 잃은 것은 누구인가
짜증 나는 것을
가족 탓하지 마라
모두 내 잘못
초심을 잃어가는 것을
세월 탓하지 마라.
애초부터 미약한 뜻에 지나지 않았다.
안 좋은 것 전부를
시대 탓하지 마라
희미하게 빛나는 존엄의 포기.(-19-)
질문
인류는
이제 손쓸 수 없이 늙었나요
아니면
아직 매우 젊은가요
누구도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은
질문
모든 것에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우리는
지금 대체 어디쯤?
삽삽한
초여름의 바람이여 (-49-)
되새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닳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소녀시절
아름다운 태도
정확한 발음의
멋진 여성과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내가 애쓰는 걸 간파한 듯
무심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풋풋함이 중요해요.
사람에 대해서든 세상에 대해서든
사람을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게 되었을 때
타락하기 시작하죠 떨어지는 걸
감추려 해도 감추지 못한 사람을 여러 명 보았어요.
나는 뜨끔했습니다
그리고 깊이 깨달았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갈팡질팡해도 되는구나
어색한 인사 추하게 빨개진다
실어증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
아이의 나쁜 행동에도 상처를 받는다.
믿음이 안 가는 생굴과 같은 감수성
그것을 단련할 필요는 조금도 없었던 거구나
나이 들어도 갓 핀 장미 연약하고
밖을 향해 피는 것이야말로 어렵다.
모든 일
모든 좋은 일의 핵심에는
떨리는 약한 안테나가 감춰져 있다 분명
나도 예전 그 사람과 비슷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되돌아보며
지금도 가끔 그 의미를
조용히 되새길 때가 있습니다.(-91-)
회상이라는 것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나는 나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시간의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그르다는 걸 인식하게 되는 그 순간,나 스스로 부끄러움과 마주하게 된다. 이제 고인이 되어버린 시인 윤동주의 삶의 파라미터 안에서 우리는 그렇게 자신의 또다른 부끄러운 자화상과 마주하게 된다. 시는 우리의 마음 언저리의 본질적인 요소들에 개입하게 되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것들, 내 앞에 놓여진 것들에 대해서 조금씩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여쁘게 바라보게 되며, 그것을 또다른 시들을 통해서 내 삶을 반추하게 되었다. 윤동주를 사랑했던 일본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 씨는 윤동주의 시에서 자신의 시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되었고, 그 동시대에 살아왔다는 걸 잊지 않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것이리라, 윤동주의 시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들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된다. 또한 시들은 스스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어릴 때의 나의 모습과 성장하면서 자신의 모습들을 겹쳐 놓으면서, 내가 남겨놓을 씨앗에 대해서 스스로 발아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자신의 풋풋한 어린 시절을 잊지 않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암울했던 시기에도 그 안에는 아름다움이 공존하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함이 숨쉬고 있었다. 살아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 추하지 않도록 살아가며, 그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는 시들이 한 권의 책속에 있다.
- 접기
깐도리 2019-07-10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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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라기 노리코 시집]을 읽고
학창시절 배운 시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시라고 하면, 단연코 윤동주 시인의 서시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윤동주 시인을 사랑한 일본의 시인이 있었고, 그렇게 윤동주 시인의 시가 일본 교과서에 실릴 수 있었다는 것을 한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윤동주를 사랑했던 여류 시인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들을 지금 이렇게 만날 수 있음에 약간 떨림이 생긴다.
시라는 글은 그렇다. 내가 삶에서 흔들릴 때, 외로울 때, 힘들 때, 살며시 다가와서 쓰다듬어 주고 가는 그런 면이 있다. 아마도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들도 그러했을 것 같다. 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 할 때, 이 시인의 시가 일본을 위로했다고 하니 정말 어떤 시들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자연이 우리들에게 가져다 주는 계절의 특색을 저자는 ‘보이지 않는 배달부’라는 시에서 시인 특유의 감성으로 전해준다. 정말 다음의 구절을 읽으며 시인의 상상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3월 복숭아꽃이 피고
5월 등나무 꽃잎들이 일제히 흐드러지고 … <중략>
땅 밑에는 조금 게으른 배달부가 있어
모자를 거꾸로 쓰고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겠지
그들은 전한다 뿌리에서 뿌리고
가기 쉬운 계절의 마음을
우와, 정말 땅 밑에 배달부가 있는 것만 같다. 무언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야 할 것만 같은 동화와도 같은 시다. 이렇게 이 책에 실린 그녀의 시들은 무언가 부드럽다. 하지만, 꼭 그런 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대표작인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의 시다.
이 시집은 후반부는 그녀가 쓴 윤동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녀는 어떻게 해서 윤동주 시인이 옥사하셨는지를 일본인 스스로 그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감동적이다. 무언가 정의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문학인의 의연함과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가 어떻게 해서 한글을 매료되었는지, 왜 한글을 공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한글의 정서를 생각나게 한다.
시인의 삶과 함께 읽은 그녀의 시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단지 시 만을 읽었다면 왜 이런 시들이 그녀의 삶의 뿌리에서 나왔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읽고 그녀의 대표작인 두 시를 다시 읽으니 정말 그녀의 가슴이 어떠했을지 생각하게 된다.
시의 여백 속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시인을 통해 우리 역사 속의 위대한 시인 중의 한 사람인 윤동주의 삶도 다시 한 번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무척이나 의미 있는 시집이었다.
freemangun 2019-07-11 공감(0) 댓글(0)
윤동주 시인을 사랑한 일본 시인 노리코
[서평]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식탁에 커피향 흐르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바라기 노리코 저, 윤수현 저, 윤수현 역, 스타북스, 2019. 06.10.)
사람들에게 ‘그래도 사세요.’라는 말을 전하는 시인이 있다.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가 그렇다.
시의 첫 부분은 다음과 같다. 「네 감수성 정도는」 파삭파삭 말라가는 마음을/ 남 탓하지 마라/ 스스로 물주기를 게을리해놓고// 서먹해진 사이를/ 친구 탓하지 마라/ 유연한 마음을 잃은 것은 누구인가// 짜증 나는 것을/ 가족 탓하지 마라/ 모두 내 잘못// 초심을 잃어가는 것을/ 세월 탓하지 마라/ 애초부터 미약한 뜻에 지나지 않았다// 안 좋은 것 전부를/ 시대 탓하지 마라/ 희미하게 빛나는 존엄의 포기.
저자는 말했다. 좋은 시에는 사람의 마음을 해방시켜주는 힘이 있다고. 또 좋은 시에는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람의 감정을 부드럽게 이끌어내 주기도 한다고. 타인의 마음을 해방시켜 준다는 것은 사람에게는 원래 부드러운 마음이 있다는 것이며, 연민의 감정을 이끌어내 준다는 것은 사실은 누구에게나 풍부한 감수성이 있다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윤동주와 그의 시를 사랑했던 노리코
책을 읽던 중 맘에 드는 시 구절이 또 있었다. 「벚꽃」 …….// 흩날리는 벚나무 아래를 한적히 걸으면/ 한순간/ 명승처럼 깨닫게 됩니다/ 죽음이야말로 정상 상태/ 생은 사랑스러운 신기루라고.
시집의 작품들 가운데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그녀가 32살 때에 20대 포기를 회상하며 쓴 시로서 일본의 국정교과서에도 실렸다. 시는 다음과 같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꽈르릉하고 무너지고/ 생각도 못한 곳에서/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 담배연기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마구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다/ 나는 무척 덤벙거렸고/ 나는 너무도 쓸쓸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될수록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저자는 일본에 의한 한국의 식민통치를 풍경 속의 작은 에피소드로 등장시키며 조근조근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총독부 치하의 한국인들이 겪었을 치욕을 실감나게 그렸다. 이바라기 노리코는 2006년에 세상을 떠나기 전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일본 시는 희로애락 가운데 ‘노’가 없다. 그러나 한국시에는 그 ‘노’가 있다.”
1956년에 남편과 사별한 후 이바라기 노리코는 자기 치유의 한 방법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의 한국어 공부를 도운 분은 홍윤숙 시인이었다. 1990년에 마침내 이바라기 노리코 시인은 12명의 한국 현대시인들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한국현대시선』을 출간했다. 그 주아 가장 좋아하던 시인은 윤동주였다. 그런데 같은 일본인들은 윤동주에 대해서 너무도 무관심했다.
노리코가 보기에 윤동주는 젊은 나이에 죽은 시인이기에 앞서, 젊음이나 순결을 그대로 간직한 맑고 깨끗함이 있는 사람이었다. 노리코는 윤동주를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지적인 분위기, 티끌 한 점 없을 것 같은 밝고 순수한 모습에서 내가 어릴 적 무척이나 우러러봤던 대학생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았다는 어떤 그리운 감정이 겹치면서 윤동주의 인상은 너무나도 선명하고 강렬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언제나 수선화와 같은 상큼한 향기를 풍겨 후대의 모든 독자들까지 매료시키는 힘이 있었다. 실제로 윤동주는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고 말았다.
「혼자서는 생기발랄」 ……. // 혼자 있을 때 외로운 사람은/ 둘이 모이면 더욱 외롭다// 여럿이 모이면/ 타 타 타 타 타 타락이로군// 사랑하는 사람이여/ 아직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그대/ 혼자 있을 때 생기발랄한 사람으로/ 있어 주세요.
노리코는 2006년 2월 17일 지주막하출혈로 별세했다. 향년 80세였다.
- 접기
kimyital 2019-07-13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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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이바라기 노키로 시집
저자 이바라기 노리코는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대한민국에 관심을 갖고
우리네의 비극을 시로 표현하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저자 윤동주를 일본에 알린 시인이다.
같은 시대 다른 상황에서 살아온 그녀지만 역사적인 어둠을 인지하고 그로 인한 비극적인 현장을 시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국적이 다름에도 시에서 느껴지는 정취는 낯설지 않다.
한 권의 시집을 읽다 보면 글을 쓴 저자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가장 중심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의문점을 도서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에 대입하여 본다면
그녀를 이루고 있는 중심축은 크게 여성으로서의 삶과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삶임을 관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그때그때 달라지는 상황에 나라는 존재를 지켜가는 것이 아닐까?
시를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삶을 통하여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 같은 느낌이 든다.
별개의 삶이지만 한 편 한 편을 읽을수록 연결되는 듯한 느낌,
이러한 감정을 저자 이바라기 노리코는 윤동주의 시에서 읽어 낸 것이 아닐까?
좋은 시에 대하여 여러 가지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과 공감의 울림을 주는 시야 말로 좋은 시이고
그러한 시들이 묶여 있는 책이 바로 이바라기 노키로 시집이라고
시를 추천해 달라는 누군가에게 선뜻 권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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