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9

Jouhahn Lee 그냥 인용 흉내만 내면서 자기 주장을 합리화 시킬 뿐

Jouhahn Lee updated his status.
4 January 2017 ·



(예전에도 이런 글을 두어차례 쓴 적이 있는데 오늘 또 다시 말해야겠다. 앞으로 몇번 더 이럴진 모르겠다. )

우린 논문을 수시로 읽고 쓰고 발표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과학자들이라서 논문에 대한 일종의 거룩한 의식같은 게 있다. 타인의 논문을 인용하는 것은 내 연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거나 아니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용할 논문의 내용을 철저히 숙지해야함은 당연하다. 내용도 잘 모르면서 함부로 인용한다는 것은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른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의 논문을 심사할 적에도 인용이 제대로 되어있는지를 반드시 체크한다. 그래서 거짓 결과나 속임수를 밝혀낸다. 그렇게 안한다면 세상은 이미 혼란스럽고 거짓과학에 의해서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을 거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논문을 쓰고 제대로 된 보고서를 쓰는 문화에 우리나라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 숙제 베껴서 내는 걸 자연스럽게 해온 우리는 대학리포트도 대충 대충, 실험결과 정리도 정확하게 에러율까지 계산해서 리포트를 쓰는 외국과 달리 대충 쓰윽쓰윽 그려서 내고, 참고문헌도 형식만 갖춰서 내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도 그렇게 했었다.

그건 사회에 와서도 이어진다. 보고서나 언론매체에 글을 쓸 적에 아니면 목사들이 설교할 적에, 인용을 참 자주 한다. 주로 외국의 사례다. 외국 언론 또는 외국 학자의 논문을 슬쩍 차용하는 건 인문학자나 언론인들 단골 레퍼토리이고, 가이드포스트나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인정넘치는 훈훈한 기사 (대부분이 지어낸 이야기지만)를 인용하는 것은 목사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물론 일반인들은 감동을 대부분 하게 된다. 그런 이야기들을 한번 근본을 찾아 들어가보면 놀라지마시라. 거의 대부분이 열이면 여덟 아홉이 다 거짓이란 사실이다. 그냥 인용 흉내만 내면서 자기 주장을 합리화 시킬 뿐이다. 함부로 인용하고 베끼면서 자라왔던 탓에 그 버릇 남 못주는 게다.

작년에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때문에 한차례 태풍이 쳤다. 정부에선 외국 사례를 들어 정당성을 내세운 Y대 교수의 보고서를 가지고 이대평생교육원을 계속 합리화 했는데 그때 내가 너무 이상해서 그 보고서의 내용을 가지고 직접 그 예를 조사해보니 그 보고서는 순전히 엉망이었다. 옥스포드 브룩스 칼리지는 평생교육원이 아니었고 하버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JTBC 기자의 정유라 신고에 대해서 직업윤리를 가지고 말한 글 역시 CNN 리포터의 논문의 앞부분만 달랑 인용해서 결국 잘못된 논리를 전개했을 뿐이다. 이런거 우리 과학자들에겐 잘 안통한다.

꼰대들이 그게 미국에선 이래 이래 하는데 그럴 적에, 미국 어디서요? 언제요? 누가요? 라고 하면 아마 다들 입을 다물거다. 그리고 젊은 넘이 건방지다고 하겠지만, 이제 우리에겐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매번 대충 대충 넘어가니까 나라가 이모양 이꼴이 된 거다. 꼼꼼한 게 쪼잔한 건 아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