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0

정기열 교수 -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분석 및 전망






경래 백 [3/29/18]
부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분석 및 전망

행사는 캐나다 경제학자인 미셸 죠스도프스키 교수의 여는말로 시작해 정기열 교수의 본강연으로 이어졌습니다. 미셸 교수가 간단히 지적한 현 국면 분석에 대해 정교수가 부연했습니다. 논점은 크게 4가지 였습니다.

"이번 북미, 남북 평화국면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호재가 아니라 미 국무부와 정보국의 오랜 물밑 작업이 이뤄낸 결과이다. 군사력으로 세계 제패를 주창해온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 목소리로 트럼프에게 오랜 기간 일관되게 북한과 대화할 것을 조언해왔다. 그들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 및 동아시아 정세는 무력으로 다룰 성격이 아니다. 지도상에서 북한을 지우더라도 그들이 얻을 실익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상황을 잘 이끌어 태평양 너머 중국과 러시아 2강에 대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기회이지 위기나 위협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 5월 북미, 남북회담까지 상황은 북한의 주도하에 진행 될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장기간 지속되어 온 군사도발은 미국과 대화라는 1 차적인 목적을 달성했다. 곧 있을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이 교역, UN제재철회, 김정은 체제 인정 등의 성과를 얻어낸다면 북으로서는 최종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다. 북한으로서는 적절한 시기에 핵 폐기, 평화 유지라는 카드만 제시하면 되는 쉬운 협상이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원하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세번째, 하지만 상황을 전적으로 낙담할 수 만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집과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가 지금 북한과의 대화를 준비하는 주변 인사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교체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사들은 모두 실무자들의 접촉을 시작으로 하는 대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수장이 먼저 만나 극적 타결을 이끌어 내는 이른바 탑다운 방식을 고수해 왔다. 이것이 신임 국무부장관 자리에 마이크 폼페오가, 신임 정보국장 자리에 지나 헤스펠이 오게 된 이유이다.

그렇다면 평화무드가 끝나고 혹여라도 냉전체제가 찾아왔을 때 한국이 독자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나? 답은 없다. 전시 작전권은 미국에게 있기 때문에, 미국을 설득하는 방법외에는 없다는 말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북한이기에,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거쳐가는 채널이 될 뿐 최종 협상대상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전시작전권을 환수할 때까지는 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할 뿐이고, 한국의 전쟁 억지력 내지는 평화 교섭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지난 한 달간의 북한 관련 뉴스들은 그 이전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이 핵 폐기와 군사도발 중단을 선언하면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고, 한국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서 회담 참석 의견 확답을 받고, 백악관을 배경으로 전 세계 뉴스미디어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연일 세계 각국에서 북한의 외무부소속 공무원들은 타국의 외교관들과 만나거나 공식행사에 참가해서 열린 제스쳐를 보이고 있고, 평양은 국제 사회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엇이 됐든, 벌어질 일에 대해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결정권은 크지 않습니다. 평화를 이야기하고,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시각으로 북한이라는 협상 상대국을 대할 뿐이지요. 하지만 분명 이 시점은 남북, 북미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특이점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저물어 가는 한국전쟁시대, 통일 내지는 공존체제로 넘어가는 시대를 오롯이 지켜볼 일입니다. 더불어 우리 안의 전쟁의 망령, 색깔론과 이념논쟁도 어떻게 사라지는지 두고보겠습니다. 또 만에 하나 저물어 가던 시대가 다시 변곡점을 돌아 온다면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평화는 그 자체로 너무 좋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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