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7

동학농민혁명으로 써야 한다

동학농민혁명으로 써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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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으로 써야 한다
기자박임근수정 2022-10-18 18:14펼침

지난 5월11일 전북 정읍시 덕천면 동학농민혁명공원에서 열린 제128주년 동학혁명식에서 혁명 참여자 유족과 내빈이 전국에서 가져온 흙을 합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프리즘] 박임근 | 전국부 선임기자

“정부는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드높이고 전국화·세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2022년 5월11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사)

‘동학농민혁명’이 법률용어로 명문화한 지 18년이 됐다. 관련 기관과 단체는 대부분 동학농민혁명을 공식 이름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배우는 현행 교과서는 동학농민혁명을 ‘동학농민운동’으로 쓴다. 이로 인해 역사적 의미 축소는 물론 일선 교육 현장에서 혼선을 초래한다. 3·1운동, 제주4·3사건,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등은 법률용어를 역사교과서에 동일하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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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은 “봉건제도를 개혁하고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을 수호하기 위해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사람의 애국애족정신을 기리고 계승·발전시켜 민족정기를 북돋으며,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그 유족의 명예를 회복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2019년에는 오랜 논란 끝에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5월11일로 정해졌다. 이날은 관군과 싸운 동학농민군이 전북 정읍 황토현전투에서 최초로 거둔 대승을 기념한다. 올해 5월에는 정읍시 덕천면 황토현전적(사적 제295호) 일대에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이 문을 열었다.

그동안 교과서에서는 동학란, 동학혁명, 동학혁명운동, 동학운동, 동학농민운동으로 사용됐다. 아이러니하게 5·16군사쿠데타 2년 뒤인 1963년부터 유신정권 이후인 1981년까지는 ‘동학혁명’과 ‘동학혁명운동’ 두 용어를 사용했다. 이를 두고 군사정권이 민족성과 애국성을 편취해 ‘혁명’을 이용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후 ‘동학운동’(4차 교육과정 1982년 1월~1987년 6월)으로 쓰였고, 5차 교육과정(1987년 7월)부터는 지금까지 35년간 계속 동학농민운동으로 사용됐다.

특별법에 따라 세워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2019년 10월 전문기관 ‘패널나우’를 통해 국민 1038명을 대상으로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국민 인식을 조사했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04%포인트) 응답을 5단계로 구분한 이 조사에서 인지도는 ‘보통’ 38.2%, ‘알고 있다’ 35.7%, ‘모른다’ 26.2%로 나타났다. 

응답자에게 ‘가장 익숙한 명칭’을 묻자 
  • △동학농민운동 68.2% 
  • △동학농민혁명 19.4% 
  • △동학란 5.2% 
  • △갑오농민혁명 3.2% 순서였다.

 이는 30년 넘게 교과서에서 동학농민운동으로 사용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적절한 명칭’을 묻는 말에는 동학농민운동이 48.7%로 낮아지고, 동학농민혁명은 41.1%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대중인식이 미묘한 지점에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운동’을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힘쓰는 일 또는 그런 활동” 등으로 설명한다. ‘혁명’은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 등으로 정의한다.

‘동학농민혁명참여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 누리집에는 이번 교육과정 개편에서 혁명으로 제 이름을 찾아야 할 이유가 나온다. 

“1894년 1년간 전개됐던 동학농민혁명은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으나, 19세기 후반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를 변화시키고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을미의병 활동,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의 모태로서 오늘날 평등사상과 자유민주화의 지평을 연 근대 민족사의 대사건이었다.”

교육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교과서에서 동학농민혁명의 내용과 용어를 어떻게 다룰지 결정하기 위해 2022년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중이다. 올해 안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 뒤 최종 결정을 한다. 부디 바른 결정이 내려지길 바란다.

pik007@hani.co.kr

박임근 기자
전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거대담론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활 주변의 따뜻한 사연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1964년생으로 한겨레에 근무할 날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인연이 될 때까지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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