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5

Park Yuha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베트콩 7명“ 살육을 자랑삼는 아버지의 가정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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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베트콩 7명“ 살육을 자랑삼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으나 도망치지 못했던 소녀의 훗날 이야기다. 

어른이 되어서도 음식을 입에 억지로 틀어넣는 방식으로 딸을 관리/지배하려는 가부장의 폭력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길을 고작 자해와 거식(拒食)이라는 자기파멸에서밖에 찾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쉽지만, (동물이나 상대를)죽이기보다 스스로 죽는 쪽을 택한 여성의 이야기. 
인간세계에서의 최대폭력은 다수를 순식간에 살상하는 전쟁이나 집단학살이고, 주인공의 갑작스러워 보이는 육식거부는 그 메타포일 뿐이다. 
말하자면 인간이 당연시해 온 “약육강식(弱肉強食)“적 세계관에 대한 저항. 아무도 죽이지 않는 ‘나무’—식물이 되고 싶어하는 것도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때문이다.
형부와의 성적 관계가 비난대상이 되고 있지만, (아무도 죽이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원초‘(몽고반점으로 은유되는)에 대한 감성을 공유하는 남성이 형부였던 건, 이른바 ‘정상’세계에서 살아 가는 걸 선택했고 그 때문에 동생과 남편을 정신병원에 보내면서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럼에도’ 끝까지 동생을 보살피는 ‘언니’가 또한사람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영혼없는 결혼을 한 결과로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 그녀를 주저없이 버리는 것과 반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세상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밀어내고 차별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때로 죽이는 걸 당연시한다. 언니의 존재는 ‘폭력’과 반대되는 지점에 있는 어떤 것들이다.
그러니, 형부와의 난잡한 섹스라는 표면적이해도, 
독재권력에 대한 저항이라는 엉뚱한 정치적 해석도, <채식주의자>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하긴 어렵다. 
물론 “어리석은 섹스”라는 독해도. 
대답을 모르고 질문형식으로 소설을 이끌어 간다는 평도 봤는데, 내가 보기에 한강은 너무나 세상을 명징하게 알고 있다. 
독해는 독자의 자유이긴 하지만, 모처럼의 경사를 기뻐하지 못하게 만드는 독해와 오해를 방치하는 건 또다른 가담일 것 같아서.
윤선경
공유합니다.~

Park Yuha

세사람의 시각으로 이루어진 연작인데, 아버지의 시각(내면)까지 넣었다면 더 풍요로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해자의 고통 혹은 망각의 방식/과정까지 넣었다면.

이용애

제가 느꼈던 감상을 명료하게 정리해주신 듯요.


SeHan Kim

선생님께서 요약해 주신 내용만으로도 가슴 속에서 꾸욱 소리가 나는 것 같네요. 나중에 준비 좀 해서 읽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ichie Yoshida

동감입니다. 표현에 대한 무이해애서 오는 오해와 곡해가 작품을 낮추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 느낍니다. 나아가서는 작가에 대한 평가가 저속한 조롱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


진민

읽고나서 영화로도 봤던 경험은 좀 뭐랄까 난해하다기 보다 너무 영화에서 외설스런(보는 이들의 입장에서)?! 쪽으로 몰고 간 경향이 있지 않았나 싶어 살짝 실망스럽긴 했어요
벌써 이상한 안티로 글 올리는 사람들 보면서 잠시 또 머리가 아파 오네요 ~^^;

임지숙

교수님 글 보니 채식주의자가 읽고 싶어집니다. 언제든 시도해보렵니다.
일단 이 불기가 좀 사라진후에요~

차윤영

노벨상 수상은 경사스러운 일입니다만, 부커상 수상때 읽어본 '채식주의자'는 재미가 없더군요. ㅎㅎ 한강 작가는 4년정도 채식으로 살았다고 하는데, 비건은 아니고 우유, 계란은 먹었다고 하더군요.

Sanghoon Lee

저는 소설을 읽지않아 어떤 말은 않았습니다만 누구도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대한 언급이 없더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Park Yuha

이상훈 크게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코드라고 생각합니다. 개를 학대하기도 하죠.


Sanghoon Lee

네 행간에 적힌 글 또는 슬쩍 흘리는 곳에 단서가 있기 마련이죠


Hyonggun Choi

와! 문학도 유하선생님 본연의 모습이 보이는 글 잘 읽었습니다!

Park Yuha

Hyonggun Choi 고맙습니다.^^


변영권

어릴 때 읽은 동화 중에 다른 동물을 잡아먹기 싫어서 자기 꼬리를 먹다가 점점 짧아지는 뱀 이야기 읽었던 게 생각나네요


Park Yuha

변영권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이병권

문학과 교수님의 전문적인 평를 잘 읽었습니다. ㅎ


Tune Rhee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 또는 사상적 해석이 오해이자 엉뚱한 해석이라고 하셨는데,
그 동안의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가 집필한 작품과 또한 언론에서의 수많은 인터뷰 발언은 그들의 정치적 사상적 배경이 어떠한지를 명확하게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이것을 오해이자 곡해라고 하시다니요 터무늬 없습니다.
여성주의자이자 진보주의자 로서 교수님은 정말로 한강이 집필한 작품들이 이 사회와 문명의 진정한 진보라고 생각하시는겁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유럽 문명 사회의 종말을 증명하는 마일스톤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Park Yuha

Tune Rhee <채식주의자>에 대한 평입니다. 작품은 읽으셨나요.
수상이 절대적 가치를 말하는 건 꼭 아니지만, 정치적 스탠스가 다르다 해서 전문가들의 평가를 폄하하는 건 스스로를 가난하게 만드는 일일 듯 합니다.

Tune Rhee

박유하 예. 채식주의자를 평하셨지만 한 작가에 대한 정치적 오해를 언급하셨기에 드리는 말씀인겁니다.
많은 이들이 이토록 이번 노벨문학상에대해서 비판하는것은 단순히 한작가의 정치적 스탠스를 지지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것은 박교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문학 전문가들의 평가라는것을 단순히 전문가라는 이유로 대중들이 곧이곧대로 수용하고 믿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더군다나 문학이라는 장르에서는 더더욱 그래서는 안되지 않나요?
그러한 말씀은 너무나도 권위적이십니다.


Park Yuha

Tune Rhee
평가하고 싶지 않은 마음 하나로 “유럽문명사회의 종말”이라는 엄청난 단정을 하셨기에 한 얘깁니다.
저는 “작가에 대한 정치적 오해”를 말한 적 없고 “채식주의자는 정치적인 작품이 아니다”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우선 본문을 정확히 읽으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전문가라고 말한 것도 제 이야기가 아니라 노벨상 위원회 얘기이고, 선택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높이 평가 할 때는 일단 읽어보고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세상의 반은 내 생각과 다를텐데 무조건 부정하시는 게 안타까워서 한 이야기구요. 날씨도 좋으니 이만 하지요.


김욱성

소설을 읽지는 않았으나 그런 부분 때문에 청소년 권장 도서라 하기엔 어려운것 아닐까요



Park Yuha

김욱성 네.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교육을 한다면 나름 좋은 교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도 없이 권장하기에는 수위가 좀 높지요.
동시에 요즘 청소년들은 훨씬 더 수위높은 매체에 노출되어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Young Ai Lee

단순한? 독자들이 읽기에는 좀
불편한? 소설이긴 합니다

Park Yuha replied

YH Cha

교수님의 해설(?)을 보니 난해하기만 했던 '채식주의자' 내용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도 같네요. 한강 작가의 글들은 대체로 매우 어렵더라고요. ㅠㅠ

Park Yuha

YH Cha 글 쓴 보람이 있네요.^^ 편히 다가가기 쉽지는 않지만, 그 극단이 필연으로 여겨지면 좋은소설이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극단이 그저 관심수단으로 선택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김종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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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읽으면서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박교수님의 명징한 해석을 읽으며 머리가 맑아지네요. 하루키에 대한 글도 그렇고 최고의 평론가이시네요.앞으로 읽은 책들에 대한 평론집을 내주시면 좋겠어요.


Park Yuha

김종혁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사실 30년전엔 문학비평을 잠깐 하기도 했는데 비평은 다른 분들이 잘 하시니 나까지 안 해도 된다 싶어 그만 뒀었죠. 그래도 문학에 대한 관심을 아주 버린 건 아니니 숙제들이 좀 끝나면 시도해 보겠습니다.

Inhee Jung

비난받는 부분이 저에게도 맞지 않긴 하네요. 저런 복잡한 난해함이 문학의 언어로 어떻게 쓰여질지 궁금하면서도..그것또한 불필요한 매듭같아서 풀기 싫은걸 보면 저란 사람은 단순보수적인 인간이구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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