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5

알라딘: 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2003

알라딘: 남자의 탄생

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은이)푸른숲2003-05-02초판출간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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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리뷰
""한국 남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아줌마"라는 보통명사가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린 것처럼, "한국 남자"라는 단어 역시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 하다. "한국 남자"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은 고압적이고 권위적이며, 무뚝뚝하고 자신의 속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이다.

"한국 남자들이 다 그렇지 뭐" "우리나라 남자들은 어쩔 수 없어"라고 말하던 당신. 그러나 한 번이라도 이러한 "한국 남자"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여자들은 영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고, 남자들에겐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영역을 활짝 열어젖힌 책, <남자의 탄생>이 여기 있다.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1960년대에 유년시절을 보낸 한 남자의 개인적인 회고록임과 동시에, 오늘날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남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었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정신분석학적 보고서이다.

지은이는 어느날 불현듯 자신이 실패를 거듭하는 인생을 살아왔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서 갖게 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과 어린 시절을 지배해왔던 부모님을 분석대상으로 설정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 남자"들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데엔 한국 특유의 가족문화가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를 분석하게 되면 한국 사회의 구조적 특징을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책은 지은이가 살던 집의 안방을 추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부모의 부부생활과 어머니와의 살가운 추억들, 아버지의 재떨이에 대한 공상, 새마을운동(?)을 주도하던 초등학교 선생님과 성(性)에 대한 첫 경험 등을 회고하며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자신을 "한국 남자"로 만드는 데 어떠한 기여를 했는가를 살펴본다.

지은이는 이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이 맺는 복잡다단한 관계와 자신의 심리를 매우 자세히 묘사하며 한국적 가족구조는 프로이트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 속에서 권위주의와 자기애(narcissism)의 동굴에 갇혀 주의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는 '동굴 속 황제'라는 인간형이 양산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지은이의 통찰력에 놀라게 된다. 왜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가 나이 들수록 가정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는가를 분석한 대목이나, 왜 우리는 그렇게 다른 집단(혹은 민족)에 대해 배타적인가를 분석하고 있는 부분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신의 사(私)적인 기억을 모두 까발리는 고해성사를 통해 오늘의 한국 사회를 조명하고 있는 이 책은 명쾌하고 또한 통렬하게 아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한국의 20대 여자는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쓰렸고, 책을 읽은 동갑내기 남자 동료는 "인정하긴 싫지만 충분히 수긍이 간다"라고 말한다. 한국의 남자들, 그 중에서도 특히 30대에서 40대 초반에 이르는 이들에겐 더더욱 그럴 것이다. - 조선영(2003-04-30)


목차


글을 시작하며 - 나는 누구인가
몸과 마음의 거리
어머니와 아버지
가면 또는 페르소나
이 책의 전후맥락

1장 - 두 개의 공간, 두 개의 자아
두 개의 공간
아버지 공간의 질서
어머니 공간의 만족
하녀 또는 성녀
두 개의 공간,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자아
두 공간의 의미

2장 - 집 - 두 공간의 결합 원리
집에 대한 두 가지 느낌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
울타리
영원한 부모
부부싸움을 칼로 물 베기
원뿔형의 체계
김수근과 김중업

3장 - 욕망을 달성한 오이디푸스
행복한 아침
동침권
이불 빨래
모자(母子)의 제사
욕망을 달성한 오이디푸스
부부 사이의 내외(內外)
소비경제와 결혼의 파트너십
결혼의 자발성
소비경제 계획서
재테크 컨설턴트

4장 - 신분에 기초한 커뮤니케이션
이유(離乳) 사건
최초의 시련
욕망의 허용
협상과 타협
젖의 선배님들
내가 창설한 최초의 신분
신분의 감옥
신분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두 개의 가족

5장 - 세 얼굴을 가진 어머니
동생의 죽음
천사의 음모(?)
어머니의 배신
내 동생 전인덕
두 번째 배신
전원일기
아버지를 닮은 아들
세 얼굴을 가진 어머니
어머니의 응전과 우리의 슬픔
이천수 선수의 지적
분리사랑과 분리통치

6장 - 동굴 속 황제
인삼 사건
분리사랑
즉각적 만족의 육아원리
반(反)가족적 사랑
동굴 속 황제
빨리빨리 병과 허영심
진선미의 화신 = 신분적 인간
심리적 영토의 확장

7장 - 아름답고 성스러운 질서
아버지의 질서 속으로
밥상의 질서
두 가지 잠자리
신분의 감옥
아버지의 썰렁함
술에 취한 아버지
아버지를 탐험하다
아버지의 권위와 질서
아버지와 국가

8장 - 재떨이 고고학
아버지에 대한 환상
Made in U.S.A.
재떨이 어용 고고학
상상적 구성물
재떨이와 사회적 정체성
아버지의 존재증명
안택고사
신보다 높은 아버지
아버지에 대한 첫 기억

9장 - 아버지 위의 아버지들
아버지의 숫자
한·중·일 삼국의 가족제도
수직적 세계질서
미국와 유엔의 차이
아버지의 위대함
한국의 오이디푸스 문제
아버지의 두 가지 의미
연쇄적·중층적 권위 구조
공(公)과 사(私)의 관계

10장 - 아버지 살해의 논리 구조
아버지 살해의 의미
단풍나무가 있는 집
행복한 백일몽
살해 후의 제사
아버지 살해의 논리 구조
<홍길동전>의 욕망 구조
미리 이루어진 상속

11장 - 선택이 아닌 진급하는 삶
질서의 학교
질서의 시작은 아기가 되는 것
아버지와 선생님의 카르텔
진급하는 삶
이름 없는 예술가
예술과 학문
소크라테스가 죽은 이유
국가로 향하는 질서
세계인권선언

12장 - 마음이 비천한 아이들
초등학교 3학년
정동식 선생님
손기정 선수와 민족정신
근대화 운동
칸나
생활계획표
죄의식
마음이 비천한 아이들
타집단에 대한 적대감

13장 - 두 가지 성 이야기
호기심
성기의 카니발
풀잎에 대한 기억
순수한 사랑, 비현실적 사랑
DSZ: 성의 비무장지대
성이 난무하는 거리
더러운 성, 깨끗한 성
매춘의 계단
두 가지 성
어린이의 성

글을 맺으며 - 네 안의 아버지를 살해하라
동굴 속 황제의 나라
권위주의는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한다
아버지 살해의 역사
네 안의 아버지를 살해하라
접기


책속에서


아버지는 이 사회가 나에게 침투하는 하나의 방식이며, 내가 사회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였다. 즉, 나는 아버지를 통해 세상의 일원이 되는 것과, '어머니 공간'에서 익힌 동굴 속 황제의 습성을 남성들의 세상에서 펼쳐 보이는 방법을 배웠다. 내가 세상 속에서 동굴 속 황제가 되는 길은 맨 먼저 스스로 낮추어 '국가여! 저를 동원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신하가 되는 것이었다. 신하가 되어본 자만이 황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177에서 접기
남자는 단 한번에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어한다.
첫 경험으로 모든 걸 단정하고 첫인상에 매달린다.
도무지 성숙될 기미가 없다-0쪽 - DreamPartner
나는 내가 누구이며, 나의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가 얼마나 나를 몰랐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는 앞으로 이 책에 무수히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내 곁에 어떤 종류의 사람이든, 누군가 중요한 사람이 있기만 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어떤 감각이 살아난다. 그와 나의 관계 속에서 내가 할 일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타인을 통해서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혼자 있으면, 그것이 아무리 편안한 상태라고 해도, 내가 누구인지를 잘 모르며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의존적인 인간이며, 무척 많은 자아를 가졌지만 유독 내 자신만의 자아는 갖지 못했다. 그리하여 나 역시 이곳에서는 이렇게, 저곳에서는 저렇게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1장. 두 개의 공간, 두 개의 자아]-36쪽 접기 - 브륀
'선/후배 관계'에는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이 있다. 즉, 이 관계에서는 신분과 권위가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신분사회에서 말을 한다는 것은 전인권이라는 사람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과 나의 관계 속에서 주어진 나의 신분이 말을 하는 것이 된다. 다시 말해, '너는 젖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의 실제적 의미는 '나는 너보다 어른이다.'라고 말을 하는 것이 된다.
[4장. 신분에 기초한 커뮤니케이션]-93쪽 접기 - 브륀
요컨대, 어머니가 아들을 낳는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사람이 되는 길이었다. 과거 어머니들이 아들을 편애한 것은 자신의 노후를 보장해줄 사람이기 때문에 그랬다는 말이 있다. 그런 측면도 많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아들을 낳는 것 자체로 엄청난 신분의 상승이 일어났다. 아들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건 왕비마마가 세손을 낳는 것과 똑같은 의미를 지녔다.
그리하여 어머니는 동생을 낳은 다음, 그 앞에서 찍소리도 하지 못했던 아버지에게조차 호랑이처럼 큰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 혼자서는 아무 의미 없는 존재였지만, 세 아들을 통해서 진정한 인간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찌 아들을 사랑하고 편애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또 아버지-남편-아들로 이어지는 삼부종사의 길에서 어머니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남자는 세 아들 뿐이었다.
[5장. 세 얼굴을 가진 어머니]-120쪽 접기 - 브륀
즉, 나는 아버지를 통해 세상의 일원이 되는 것과, '어머니 공간'에서 익힌 동굴 속 황제의 습성을 남성들의 세상에서 펼쳐보이는 방법을 배웠다. 내가 세상 속에서 동굴 속 황제가 되는 길은 맨 먼저 스스로 낮추어 "국가여! 저를 동원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신하가 되는 것이었다. 신하가 되어본 자만이 황제가 될 수... 더보기 - 브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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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전인권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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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정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고, 상지대학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신춘문예에 미술평론이 당선되어 미술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정치학자이자 미술평론가, 저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중 2005년 8월 1일 암으로 갑자기 타계했다. 지은 책으로는『김대중을 계산하자』(새날, 1997),『편견 없는 김대중 이야기』(무당미디어, 1997),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100권의 책으로 선정된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문학과지성사, 2000),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선정한 2003년 “올해의 책” 수상작인 『남자의 탄생』(푸른숲, 2003), 『독립신문 다시읽기』(공편, 푸른역사, 2004), 유고 평론집으로 『전인권이 읽은 사람과 세상』(이학사, 2006)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1898, 문명의 전환>,<전인권이 읽은 사람과 세상>,<박정희 평전> … 총 11종 (모두보기)
전인권(지은이)의 말
<남자의 탄생> 저자, 전인권입니다.
우선, 알라딘 리뷰를 쓴, 조선영씨의 리뷰가 저자의 의도에 충실하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각신문의 서평은 지면의 제한으로 인해, 이 책의 어떤 한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남성의 참회록, 남성에 의한 남성의 연구 또는 권위주의에 찌든 남성 등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이런 것도 이 책의 중요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내용은 이 책의 결론에 해당되는 것이며,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는 이 책의 과정도 중요합니다. 그 과정은 바로 '한국 가족의 운영원리'를 정치학자인 제가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선영씨의 리뷰는 바로 그런 점을 차분하게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조선영씨의 탁월한 안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본래 '한 아이의 가족 로망스'란 제목 아래 집필을 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가족로망스'는 프로이트 용어인데, 그에 관한 설명은 292쪽 각주에 나와 있습니다.

저는 서구의 이론에 꿰맞춰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행동과 생각들을 우리의 언어로,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동기를 갖고 <남자의 탄생>을 썼습니다.

그리하여 가족학, 정신분석학, 인류학, 사회학 등의 관점을 섞어가며 주로 가족과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들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해 보려고 했습니다. 또 독자들은 이 책이 정치학자가 집필한, 다분히 정치학적인 의미가 있는,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정치학 책이라는 점을 고려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또 저는 우리가 서양의 유명학자들의 이론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학문역량이 그만큼 커진 것이지요. 그러나 정작 우리가 모르는 것은 우리 자신이요, 그 중에서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나, 가족, 어머니, 아버지, 학교, 지역사회 등 가장 가까운 것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오히려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문의 발전도 더딘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것들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 남자라는 사회적 존재가 탄생되는 과정을 살펴보았지요. 그것은 싸르뜨르의 연인이었던 보부아르가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던 것과 똑같은 문제의식입니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역시 유년시대부터 여자가 어떻게 사회적 여자로 길러지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러 독자들에게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필자 전인권 올림.

(2003년 5월 8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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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남성들은 어쩌다가 동굴속 황제가 되어버렸는가.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의 고백을 일반화의 영역으로 제법 잘 가져왔다.
웽스북스 2012-07-08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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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공감되지 않는다. 여자들 이거보고 괜히 남자에 대해 알았다고 착각하지 말기를. 20대 젊은 남자의 입장에서 보기엔 세미-부르주아적인 환상에 갇혀있는 평범한 꼰대의 보빨일기에 불과할 뿐이니까.
오오미 2017-09-25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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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중 ‘세미-부르주아적인 환상에 갇혀있는 평범한 꼰대의 보빨일기에 불과‘라 비난한 댓글을 쓴 남성의 기질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저서이다. 남성을 바라볼 때 ‘인간 보편‘을 생각하고 여성을 바라볼 때 ‘성‘을 생각하게 되는 사회를 우린 다시 한번 고찰해야 한다.
호랑이나비 2021-10-20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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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가 자신의 개인사를 시시콜콜히 밝혀나가며 자신의 성격 형성과정을 밝혀낸 책으로써, 그가 자신을 규정한 `동굴 속 황제`는 우리 자신들의 자화상이 겹쳐진다고 할 것입니다. 저자의 자아탐구를 보고 있으면, 스스로의 자의식에 대해서도 자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석천 2014-01-11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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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 관한 책
actl 2015-05-0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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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여자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남자들은 여러 가지 집착에 가까운 생각들을 지니고 있다. 남자는 일단 강해야 한다. 그게 육체적으로 강한 것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강해야 한다. 절대 울어서는 안 되며, (남자가 눈물을 보인다는 건, 특히 남자들 앞에서 보인다는 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일이다) 친구들끼리 술을 한잔 기울이며, '우리는 누구나 기댈 수 있는 산이 되자!'하며 목청을 드높이는 것도 남자들이 자주 하는 일이다. 지갑에 일단 돈이 없어도 어느 정도 허세를 부려야 하는 것도 절대 밑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보고자란 게 크다. 강한 모습을 보이던 선배들, 형들, 아버지들 (특히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크다), 군대 (군대만큼 남자를 한국의 남자로 만들어내는곳도 없을 꺼다)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그 틀에서 벗어나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런 것들이 습관처럼 가치관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25살이다. 79년생이고, 나는 조금 어정쩡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내 위로는 특히 나이를 더 먹어갈수록 '한국 남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내 밑으로 가면 그런 것보다 자유분방한 성격들이 훨씬 돋보인다. 나를 포함한 79, 80들은 그 중간에 끼어있다. 생각으로는 내 아래의 나이처럼 자유분방한 게 더 좋다고 (가치를 따지자면) 생각하지만, 보고 배운 게 있어서 몸은 어느 정도 굳어있다. 선후배간의 깍듯함, 강한 남성의 이미지는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틀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공감할 내용이 거의 없으리라..(아무래도 내 윗 선배들의 이야기일 꺼라) 생각했는데 읽어가면서 너무 많은 부분들을 공감했다. 특히 책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읽는 동안 내내 내가 집에서 보아왔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내 아버지도 전형적인 '한국 남자'다. 어릴 때부터 강한 남자로 길러졌고, 싫은 내색 할 수 없게 키워지셨다. 돈을 벌기 위해 매일 애쓰시지만, 집에서는 대화 나눠줄 사람 하나 없다. 아버지 자신부터 대화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한국남자는 대화보다는 명령과 복종에 더 익숙하다)

한국을 살아가는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리고 여자분들이 읽으신다면 남자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한 사람의 개인적인 고백이라는 부제와 내용을 담고 있지만 누구나 읽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다. 읽고 나서, 그리고 항상 생각하지만 그런 '한국 남자'이신 아버지의 쓸쓸한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벗어나고 싶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숙명적인 끈처럼 달고 다니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50대의 아버지들이 아닐까.

- 접기
rainapple 2003-05-09 공감(2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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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너무나도 솔직한

생전에 전인권 씨는 대학 강단에서 수강생들에게 꼬박꼬박 '~씨'라는 말을 붙여서 호명했다고 한다. 나아가, 학생이 선생에게 "전인권 씨, 질문이 있는데요!"라고 말하거나, 신문기자가 대통령에게 "노무현 씨!"라고 부르며 자유롭게 토론하는 날이 오길 기대했다고도 한다.(p.12) 그런 날이 언제 올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그가 얼마만큼 평등한 커뮤니케이션을 열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이러한 비권위주의적인 태도가 그가 태생적으로 권위주의적이라는 더 큰 진실을 가릴지도 모른다고 경계하는 양심적이고 건강한 사람이기도 하다. 어찌 이런 선생님을, 아니 이 저자에게 애정을 주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가 태생적으로 권위주의적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그 역시 한국의 전형적 가정에서 성장한 '동굴 속 황제'이기에) 그가 권위주의를 싫어하긴 싫어하는 모양이다. 책을 마무리하는 부분에 이르러 이런 말까지 덧붙이는 걸 보니 말이다. "당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 직장, 단체 등이 권위적인가 아닌가를 알아보고 싶다면, 그곳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된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거나, 구성원 중 누군가 할 말을 못하고 있는 분위기라면 분명 문제가 있는 곳이다." (p. 297) 뻔한 이야기지만 이 발언의 의미를 새기며 생활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머릿말을 통해 파악한 저자의 면모는 저자에 대한, 나아가 책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전인권 씨는 지독하리만치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자신의 유년기를 복기해 낸다. 그의 이 처절한 솔직함에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는 '아니, 이 사람 이렇게까지 말하면 가족 생활, 사회 생활에 지장 생기는 것 아닌가' 하고 주제넘은 걱정까지 들게 할 정도이다. 그의 솔직함은 여태까지의 자신의 인생이 실패였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 실패의 원인을 한국 가정에서의 그의 성장과정에서 찾는 것이 일환이기에 단순히 유년기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지루하게 반복된다는 인상도 종종 풍기지만, 대체로 공감할 수 있다. 나아가, 나 자신의 유년기를 돌아보고 나의 정체성 형성에 대해 반성해 볼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참 고맙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한국의 남자 아이에게는 적용하기 힘들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어머니를 사랑한 남아가 아버지를 강력한 경쟁자로 여겨야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인데, 애초에 한국의 가정에서는 경쟁자로서의 아버지가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들은 꽤 오랫동안 어머니와의 동침권을 확보하고 목욕탕도 시장도 함께 간다. 아버지는 아버지만의 공간에 머무르며 어머니와는 내외할 뿐이니 아들이 아버지를 경쟁자로 여길 건수가 도통 없을 수밖에 없다. 내 경우만 보더라도 난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 엄마 옆에서 엄마의 젖가슴을 주무르면서 동침하며, 원래 엄마와 아빠는 떨어져 자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의 가정이야 또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정설로 여겨지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정면으로 반박한 부분은 나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대목은 아버지(가족)-선생님(학교)-대통령(국가)로 이어지는 수직적 위계에 대한 분석이었다. '군사부일체'를 빌리지 않더라도, 아버지 말씀 잘 듣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며 대통령을 존경하라는 말은 어린 시절 귀에 못 박히도록 듣지 않았는가. 결국 위에 열거한 3가지 공간 모두 '아버지의 언어'가 지배하는 공간, 아버지(선생님, 대통령)을 매개하지 않고는 다가갈 수 없는 공간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다. 동시에 가족-학교-국가라는 공고한 카르텔을 구축해 개인의 자아를 옭아매는 것이다. 여기서 파생하는 문제는 역시 '정당하게 아버지를 살해하기'를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의 근원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 살해'란 내 안에 존재하는 아버지, 내가 가정에서 동굴 속 황제로 자라면서 만들어낸 이상적인(실재로는 지독하게 권위적인) 아버지상을 되돌아보고 제거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버린 자신을 구하는 길이며, 결국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임을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이 글을 읽는 남성들이여. 그리고 나여. 그렇게 솔직해질 각오가 되었는가?

한 아이의 유년기에서 아버지, 어머니 못지 않게 중요한 존재가 형제, 자매다. 그리고 전인권 씨는 실제로 형제, 자매가 4명이나 있었다. 허나, 책에서는 자신의 유년기에 영향을 끼친 형제, 자매와의 일화는 소홀히 다루어졌다. 물론 이 책의 기본 구도가 나-아버지-어머니로 이루어진 삼각형이었겠지만, 특히 한국에서 동기간의 관계가 갖는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그 부분은 좀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이 책을 쓴 동기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자신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실패했고 불행하기 때문에 행복해지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라고. 이 책을 읽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는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 독서의 효용은 어차피 개인차가 있는 거니까. 이 책이 최소한 자신이 누구인지 더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머릿말과 맺음말이라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본문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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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07-03-04 공감(10) 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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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난 리뷰를 못쓴다니까



[이 유쾌하고 용감한 정치학자 전인권씨는 '한국 남자'를 해부했다. 스스로 과거를 샅샅이 파헤쳐 실험대 위에 까발렸다. 책을 읽고 보니, 어떻게 '한국 남자'가 기특하게 이런 시도를 했나 싶기도 하고, 어떻게 다른 '한국 남자'들은 이런 왜곡속에 자라면서도 저자같은 성찰을 한번도 안하고 사나 싶기도 하다. 쓸데없이 목 뻣뻣하고, 무뚝뚝한 남자들, 그대들의 삐딱한 남성성은 그대들 탓이 아니라 '키워진 탓'이라는데, 한국 남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리뷰의 아티스트' 마냐님이 쓴 서평을 보고 대번에 주문을 했다. 이렇게 좋은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 책을 걸고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저자인 전인권 씨가 이벤트 공지-"성적순으로 세명을 뽑아 <남자의 탄생>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를 봤다면 아마도 감격했을거다. 하지만 뒤에 삽입된, "이미 읽으셨거나 맘에 안드시는 분은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책을 고르셔도 무방합니다"라는 문구 때문인지, 당첨자 4분은 모두 그 책을 거부했다. 한분은 "마초적인 책은 싫다!"고 거부 이유를 적어 주셨다. 그러면 저자는 슬퍼해야 하는 걸까? 아니다. 일이 잘못되어 그중 한분께 그 책이 발송되었고, 또다른 친구에게 그 책을 선물했으니까. 나까지 샀으니 세권은 팔린 셈이다. 그럼...좋아해야겠네? 아니다. 친구 주소로 주문을 했는데 그 책이 절판되었다고, 주문을 변경하라는 메일이 와서 할수 없이 다른 책을 선물했다. 총 팔린 책은 그러니까 달랑 두권. 하지만 무려 5쇄나 찍을 정도로 잘 팔렸으니, 저자가 슬퍼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이미 절판되었으니 내가 무슨 말을 한들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터, 맘놓고 말하자면 "조금 지루했다!"다.

이 책에서 공감한 대목은 형제간에 싸울 때 대처방법에 관한 부분이었다. [분쟁의 원인과 시비, 곧 싸움의 진실은 나중 문제였다...어머니는 두 아들을 모두 야단치기도 했다. "너는 형이니까 양보해야 한다"느니 "형에게 대들면 어떻게 하니"...라고 말했다..(129-130쪽)]
저자도 말했지만, 이런 식의 대처는 오히려 형제간의 우애를 나쁘게 할 뿐이며,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싸움이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나한테는 너만한 아들이 있다"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도 그런 데 있을 듯하다.

사족을 한가지만 달자. 이 책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얘기가 나오는데, 그 단어가 나올 때마다 떠올려지는 사람이 있다. <아날라이즈 디스>에 나오는 로버트 드 니로. 영화 속에서 정신과 의사가 그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얘기를 하자 그가 이런다. "내가 엄마를 좋아한다고? 그 뚱땡이를?" 웃기지 않는가? 참고로 그 영화는 내가 재미있게 본 10대 영화에 당당히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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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6-16 공감(5) 댓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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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의 아버지를 죽여라



성공회대 전인권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전기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정치학자다. 그는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한국문화의 구조적 특징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던 중 “한국은 무슨 한국이냐, 먼저 너 자신의 꼬라지나 정확히 알아라”는 양심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자란 그 자신이 벌써 한국적이요, 권위적인 인간이었던 까닭이다. 그는 한국문화의 구조적 특징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접고 자신의 내면세계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남자의 탄생’은 이렇게 해서 쓰인 한 정치학자의 치열한 자기탐구서다. 5세부터 12세까지의 유년기를 통해 한국 남자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살핀 독특한 저작이다. 사회과학이 주관적 경험을 배제하고 객관세계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분야라면, 이 책은 그런 사회과학의 전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특정 개인의 주관적 경험 분석을 통해 한국문화 전체를 조명하려는 시도로는 아마 이 책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남자의 탄생’은 개념과 이론으로 무장하지 않아도, 도표와 수치로 포장하지 않아도 뛰어난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아버지는 가장의 의무와 책임감을 가진 존재이자 가정내 질서의 근원이었다. 아버지와 자식간에는 엄격한 상하의 질서가 지배했다. 반면 어머니는 아버지와 자식 사이에서 제 얼굴을 잊어버린 채 살아야 했다. 전교수 가족의 사례는 한국의 평균적인 가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국가가 확대된 가족[國家]으로 받아들여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 전교수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국가와 세계질서의 대변자였다.



어머니는 그 질서에 복속된 존재로 남편과 자식들에게 제 정체성을 의탁한 존재에 불과했다. 저자는 1960년대 한국에서 유년기를 보냈지만, 그의 경험은 바로 한국인 자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같은 가족질서는 학교·회사·군대 등 한국 사회를 이루는 여러 집단 속에서 발현되고 있다. 한 가족의 이야기는 결국 한 국가와 사회의 구조와 문화로 확대되고 재생산된다.



저자는 스스로를 ‘동굴속 황제’라고 부른다. 입으로는 민주주의와 진보·자유를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봉건적 권위와 신분질서에 물들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동굴속 황제의 습성을 버릴 때 비로소 자신의 가족이 행복해지며, 나아가 한 사회에 민주적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네 아버지를 살해하라”는 말로 정리한다. 물론 이는 아버지에 대한 ‘상징적 살해’다. 전교수의 저작은 한국 사회가 경험해왔던 ‘문화코드’의 저류를 추적함으로써 앞으로 지향해야 할 새로운 민주적 질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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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사이 2010-06-25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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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의 가부장적 신분주의... 그 정체성



한국의 남성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윗사람들에게 복종적이고, 군대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를 즐겨 하며, 여성을 자연스런 파트너쉽으로 대하지 못하고 물질적으로 접하기 쉽다는 것. 남자들끼리 술 마실 때 가정사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으며, 끊임없는 진급과 학벌 사회란 망령 속에서 배회하는 외로운 영혼이라는 것.

이런 특이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 배경은 어떤 것일까?
가부장적 사회에서 길러진 사회성?
아니면 군대와 수직 사회에서 얻어진 본능?
그것도 아니라면 혈액 속에 끈적하게 흐르는 보이지 않는 진한 유전자의 힘?

그런 것들을 정말 쫀득쫀득한 이야기로 풀어내서,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듯이 보이는 언설로 '한국 남성의 정체성'을 정치적 언어로 도출시켜내는 새로운 이야기법을 쓰는 작가를 만났다. 이름도 좀 별난 가수 같은 전인권이다.

이 책은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지나치게 많다 싶을 정도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
그렇지만, 글을 읽어가는 도중에 자기도 모르게 지은이가 의도하는 구도의 형상을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한번 잡으면 놓기가 힘든, 성장 소설을 닮은 사회학 책이다.

이 책의 표지에는 저자의 사진을 타이포그래픽으로 그린 글자 그림이 있다.
이 글들을 읽어 가노라면 저자의 사진을 느낄 수 없지만, 글자들의 번짐을 의심하며 좀 멀찍이서 보는 순간 그의 얼굴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도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전경화되도록 배치해 둔 것이다.

한국 남자들의 '집단성'은 남다르다. 학연을 따지고, 지연을 따진다.
그것보다 '위계성'은 더 유별나다. 학번을 따지고, 나이를 따진다. 존대에서 금세 나너들이로 넘어간다.
그리고 '남성성'은 정말 우스울 지경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은 수이 나오고, 술자리에서 불쾌할 정도의 음담패설도 서슴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연,놈들이라고 했어도 괜찮다는 판결도 나올 정도로 남성에게 관대한 사회다. 우스울 정도로...

이 사회의 가부장제란 여성의 무한한 비루함을 딛고 선 가부장제였고, 신분제의 아랫사람들의 부단한 희생 위에서의 가부장제였다. 욕설에도 '니기미, 니에미'가 붙은 욕설은 흔하지만, '니 애비'가 붙은 욕설은 드물잖은가. 기껏 애비 없는 '호로시키' 정도가 있을 뿐.

그렇지만,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술자리에서 갖가지 가오를 잡아 보지만, 한국의 남성들은 초라하다.
수직의 계급 사회에서는 언제나 아랫사람이 많게 마련이고, 가오를 잡고싶은 윗사람일수록 더 윗사람에게 꼼짝도 못하는 법이다. 회사에서 퇴근하고도 '과장님', '부장님'으로 대접해야 하는 '공과 사가 구분되지 않는, 아니 구분해선 안 되는 사회'다.

난 내가 선택한 교사란 직장이 가장 좋은 점은 '진급'이 없다는 점이라고 생각해 왔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내가 발령받았을 때, 호적 나이가 만 22세였는데, 퇴직할 만 62세까지 진급이 없다고 해도 상관이 없는 직장. 이 직장 밖의 사람들은 그 매력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비교적 위아래 없이 열댓살 윗사람도 '형님' 대접하며 잘 지낸다. 맘에 안 내키면 '쌩까면' 그만이다.

이 책에서 제일 멋진 말. 진정한 예술과 학문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란 말이다. 이 사회는 참 뒤틀려 있어서 있는 그대로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있는 그대로 보다가는 크지도 않은 코가 박살이 날 정도로 무서운 본때를 보여주는 지독한 사회다. 아직도 이 사회는 '사랑'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다. 중고생들이 손을 잡고 다니는 것도 용인하지 못할 정도로...

권위주의로 무장한 국가.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사회. 말이 많으면 빨갱이란 무지막지한 비논리로 '있는 그대로 보는 이'들을 탄압한 역사를 가진 사회.

그 사회에서 남자의 정체성을 갖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가족으로 외연을 넓히고 결국 국가와 사회까지 연결시킨 수작이다.

의아한 것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이 '박정희 전기'일진대, 175쪽의 주에 '한국은 미국이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하위 파트너'라고 한 것에 물음표를 붙이고 싶다. 저자가 이 글을 읽을 확률은 극히 적지만, 박정희가 케네디에게 밉보였던 것을 만회하려고 '오버 액션'을 해서 베트남 참전을 하게 된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렇게 얼버무려 표현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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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2-04 공감(3)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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