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5

가자란 무엇인가 - 팔레스타인 문제의 역사적 맥락과 집단학살의 본질 오카 마리

"팔레스타인을 통해 비로소 조선 식민 지배 문제를 알게 됐다"

"팔레스타인을 통해 비로소 조선 식민 지배 문제를 알게 됐다"

[프레시안 books] 오카 마리 <가자란 무엇인가>

김효진 기자 | 2024-10-19 15:59:14

"팔레스타인을 통해 저는 일본의 식민주의 문제를 만났습니다. 일본인 가정에서 평범하게 공부하고 대학까지 가서 역사 수업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해 배우기는 했지만, 그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을 만나면서 저는 처음으로 조선 식민지 지배의 문제, 재일교포의 문제, 오키나와의 문제, 아이누모시리(일본 홋카이도 선주민 '아이누의 땅')의 문제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 <가자란 무엇인가>(오카 마리 지음·김상운 옮김·두번째테제 펴냄·215쪽)의 저자 오카 마리 와세다대 문학학술원 교수는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주도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전투원들이 벌인 이스라엘 공격은 이스라엘과 서방이 명명한 "테러"가 아닌 "점령군인 이스라엘군에 대한 저항"으로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10월7일 이전에 50년 이상의 이스라엘 점령과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감옥"으로 불린 16년 이상의 가자지구 봉쇄가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의 "시작"을 "테러"로 강조하는 것은 "불편한" 점령 역사를 지우고 이 싸움의 "대의명분"을 가리고자 함이라고 말한다. 그는 "민간인을 끌어들이는 작전의 옳고 그름은 엄격하게 따져야 하지만 (10월7일 팔레스타인 전투원들의) 이 군사 공격 자체는 점령된 조국의 해방을 위해 실행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스라엘이 기를 쓰고 부정하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라며 "조국을 점령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는, 대의명분이 있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이 역사적 맥락이야말로 이스라엘에게 가장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은 이스라엘 주장처럼 지난해 10월7일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며 역사적 맥락을 단절한 채 가자지구 전쟁을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로 테러 집단의 섬멸을 목표로 한 보복"으로 보는 시각을 비판한다. 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75년 전부터 서서히 이어져 온 '점진적 집단학살'의 총결산"이라고 본다.

저자는 "현재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식민지 지배의 굴레로부터 해방을 요구하는 사람들과 어떻게든 식민지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섬멸의 폭력을 행사하는 식민지주의 국가 사이의 '식민지 전쟁'이나 다름없"다며 "이 점령이라는 폭력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 한, 현재진행형으로 발생하고 있는 폭력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 발발 초기 가자지구에 대한 식량과 연료 반입까지 차단하며 완전 봉쇄한 것을 비롯해 이후에도 충분한 구호품 반입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들어 왔다. 가자지구 주민 대부분이 심각한 기아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스라엘이 국제법의 보호를 받는 병원 습격도 여러 차례 저지른 끝에 의료도 붕괴된 지 오래다. 따라서 전쟁 초기부터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는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저자는 그러나 이 "인도적 위기" 또한 이스라엘 점령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거듭 창출돼 왔고 결과적으로 팔레스타인 문제가 "정치적 문제"임을 가리는 역할을 한다며 경계감을 표출한다. 그는 16년간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로 사람과 물자의 반입과 반출이 통제돼 경제기반이 파괴되며 이미 전쟁 전 가자지구 실업률이 40%가 넘었고 주민들이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희망을 잃은 가자지구 젊은이들의 자살도 급증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한때는 자신들의 운명을 자신들 손으로 개척해 나가는 그런 정치적 주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점령과 봉쇄가 계속됨으로써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다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없으면 오늘을 연명할 수도 없는 그런 존재가 되어 버렸다"며 "인도적 위기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자지구, 그리고 팔레스타인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는 정치적 문제다. 그런데도 거대한 인도적 위기가 끊임없이 창출됨으로써 인도적 문제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정치적 주체성을 말살하고 조국 해방이라든가 독립 국가라든가 난민의 고향 귀환이라는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게 하려고 의도적이고 인위적으로 창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해 10월20일과 23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지 불과 2주가 지난 상황에서 일본 교토대와 와세다대에서 한 강연을 엮은 것이다. 그러나 전쟁 발발 1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사상자만 늘었을 뿐 본질적인 상황은 같거나 악화되고 있어 분석이 여전히 유효하다. 저자가 이미 이스라엘 공격을 "집단학살"로 규정한 지난해 10월20일 무렵 가자지구에선 3700여 명이 숨진 상황이었지만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인용한 가자지구 보건부 자료에 의하면 이달 16일 기준 가자지구 사망자는 4만2409명으로 그 10배가 넘는다. 부상자는 9만9153명이다. 전쟁 전 가자지구 인구 220만 명의 2%가 사망한 것이다.

일본인인 저자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점령 문제를 접하며 비로소 일본의 조선 식민 지배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고 밝힌 점은 한국인들의 이목을 끈다. 저자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미 조선에 대한 식민 지배와 그 후속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갖고 있다. 2005년 교토 우토로 지구를 방문한 팔레스타인 배우 줄리아노 메르 카미스는 일제에 징발돼 군사 비행장 건설을 위해 동원된 조선 노동자들이 이후 돌아가지 못한 채 일본에서 살던 곳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해 투쟁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우리 난민촌에서 난민 1세, 2세 할머니들이 투쟁하는 것과 같다"며 "동아시아 땅에서 우리와 같은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가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원은 "식민주의"라며 "그것은 일본 역사의 문제, 일본에 사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강연에서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에 대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직접적으로 항의하는 것, 일본 정부에도 관련해 항의하는 것 외에 "일본에서 지금도 계속되는 식민주의에 맞서 싸우는 것"을 들었다. 저자는 "일본에도 인종주의, 혐오가 있다. 하마스=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것과 조선학교를 적대시하는 것은 정말 똑같은 구조"라며 "우리가 우리의 투쟁을 제대로 하는 것도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가자란 무엇인가> ⓒ두번째테제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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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란 무엇인가 - 팔레스타인 문제의 역사적 맥락과 집단학살의 본질 
오카 마리 (지은이),김상운 (옮긴이)두번째테제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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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0원


역사 주간 20위, 역사 top100 4주|
Sales Point : 4,500

10.0 100자평(1)



기본정보
215쪽
책소개
2023년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에서 무자비한 집단학살이 시작되었을 때, 일본에서는 시민사회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긴급 강연회가 개최되었다. 아랍 문학, 제3세계 페미니즘 전문가이며 트라우마와 서사에 관한 통찰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지성 오카 마리 와세다대학 문학학술원 교수는 시민 및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두 차례의 강연을 통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재빠르게 공유했다.

이 강연을 엮은 《가자란 무엇인가: 팔레스타인 문제의 역사적 맥락과 집단학살의 본질》은 독자들을 강연 현장에 초대하면서 친절하게 이 문제를 뿌리에서부터 몸통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의 역사적 맥락과 집단학살의 본질을 바로 알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시각을 넓혀 줄 목적으로, 저자 오카 마리 교수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역사에서 정의의 문제까지 폭넓게 문제의 핵심을 전달한다.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이 되었던 이스라엘의 건국과 시오니즘의 문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그곳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난민이 되어 간 과정, 가자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봉쇄 속 현실 가운데 살아가는 모습과 그에 따른 심각성까지 다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외교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이 전 세계에 벌이는 거짓 선전 전술과 미국 정치권과의 관계, 이러한 서구 국가들의 위선적 태도 또한 문제의 해결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_ 희망으로서의, 가자 5
시작하며 17
팔레스타인 문제 관련 연표 및 지도 23

제1부. 가자란 무엇인가
매년 행해지는 이스라엘의 혐오 시위 33 | 네 가지 요점 37 | 이스라엘에 의한 집단학살 41 | 봉쇄된 가자지구에 대한 되풀이되는 공격 44 | 발신조차 할 수 없다 49 | 이스라엘의 정보전 50 | 가자란 무엇인가 53 | 이스라엘은 어떻게 건국되었는가 58 | 시오니즘의 탄생 60 | 시오니즘은 인기가 없었다 62 | 식민주의로서의 시오니즘 65 | 팔레스타인 분할안 67 | 팔레스타인을 강타한 인종청소: ‘나크바(대재앙)’ 72 | 이스라엘 국내에서의 움직임 77 | 인구 과밀 지역, 가자지구 79 | 하마스의 탄생 84 | 오슬로 협정 이후 7년 동안 86 | 민주적 선거에서 승리한 하마스 89 | 저항권 행사로서의 공격 92 | ‘봉쇄’란 무엇인가 98 |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 102 | 살아 있는 죽음 105 | 귀환의 대행진 110 | 가자지구에서 증가하는 자살 112 | ‘국제법을 적용해 주기만 하면 된다’ 116 | 요르단강 서안지구 출신 여성의 연설 120 | 가자지구 중부 출신 안하르 씨의 연설 125

제2부. 인간의 부끄러움, 가자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134 | 몇 번이나 반복되어 왔다 136 | 망각의 집적 끝에서 139 | 불균형한 공격 142 | 평화 시위에 대한 공격 145 | 뻔뻔한 망각 149 | 거대한 실험장 151 | 가자지구의 동물원 155 | 세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158 | 말과 휴머니티 160 | ‘증오의 연쇄’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166 | 서안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173 | 10월 7일의 공격이 의미하는 것 177 | 밝혀져 온 사실 180 | 진짜로 질문할 것은 ‘이스라엘이란 무엇인가’ 아닐까? 184 | 시오니즘과 팔레스타인 분할안 188 |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193 | 인도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 196

질의응답 201


책속에서


식민주의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가자지구, 그리고 팔레스타인은 근대 500년의 유럽과 미국에 의한 전 지구적 식민주의의 역사와 인종주의의 모순들이 응집된 장소입니다. “팔레스타인이 해방되면 세계가 해방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_ 한국어판 서문 중
P. 40 지금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것은 이스라엘인데, 그렇다면 무엇이 그 집단학살을 가능케 하는가 하면, 이 오랜 국제사회의 이중 잣대입니다. 저스티스(공정성)의 기준은 하나여야 합니다. “이쪽에는 적용되지만 저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건 저스티스가 아니에요. ‘공정’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돼야 합니다. 접기
P. 98~99 봉쇄라는 것은 구조적 폭력입니다. 사실 전쟁에서 벌어지는 직접적인 폭력만큼이나 치명적인 폭력이지만 폭격 같은 직접적인 폭력과 달리 그것에 의해 직접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그 폭력성을 단순하게 알 수 없는 거죠.
P. 149~150 정전, 그리고 망각. 이렇게 우리는 망각을 반복함으로써 이번에도 가자지구가 이러한 틀림없는 집단학살로 가는 길을 닦아 온 셈입니다. 언론도 시민사회도 공격이 계속되어 건물이 파괴되고 사람이 대량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을 때만 주목하며 연일 보도하지만, 일단 정전이 되면 잊어버립니다. 가자지구 사람들의 삶을 압살하는 봉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만’이 고통받는 한, 이스라엘이 아무리 국제법을 짓밟고 전재범죄를 저질러도 세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 이 뻔뻔한 망각과 학살의 반복이 지금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집단학살을 가져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접기
P. 205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점령으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는 것, 그것이 역사적으로 계속되어 온 투쟁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리는 것입니다. 특히 투류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SNS 등을 이용해서 널리 퍼뜨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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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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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대학 문학학술원 교수, 교토대학 명예교수. 현대 아랍 문학, 팔레스타인 문제 및 제3세계 페미니즘 사상 전문가이다. 1960년생으로 도쿄외국어대학 아랍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팔레스타인 작가 가산 카나파니의 소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문제, 아랍 문학을 만났다. 이집트 카이로대학에 유학했으며 모로코 일본국 대사관 전문조사원, 교토대학 대학원 인간·환경학연구과 교수를 거쳤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 《기억·서사》, 《그녀의 진정한 이름은 무엇인가》가 있으며 최근 저서로 《야자나무 그늘에서: 제3세계 페미니즘과 문학의 힘(棗椰子の木陰で: 第三世界フェミニズムと文学の力)》(세이도샤, 초판 2006년, 신장판 2022년간), 《아랍: 기도로서의 문학(アラブ: 祈りとしての文学)》(미스즈쇼보, 초판 2008년, 신장판 2015년), 《가자에 지하철이 달리는 날(ガザに地下鉄が走る日)》(미스즈쇼보, 2018년)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가자란 무엇인가>,<기억·서사>,<그녀의 진정한 이름은 무엇인가> … 총 5종 (모두보기)

김상운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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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치철학 연구자이자 전문 번역가이며 현대정치철학연구회 연구회원이다. 에티엔 발리바르와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공저 《인종, 국민, 계급》, 미셸 푸코의 콜레주드프랑스 강의록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5~76년》을 옮겼고, 《자기의 통치와 타자의 통치》, 《생명체의 통치에 관하여》 등도 곧 출간된 예정이다. 그 밖의 역서로 《현대사상 입문》,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 《너무 움직이지 마라》, 《이미지의 운명》, 《푸코의 미학》, 《목적 없는 수단》, 《세속화 예찬》 등이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이 해방된다면…”
세계를 비추는 등불, 팔레스타인 문제를 알아 가는 최상의 안내서

역사적 맥락과 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침묵하지 않고, 연대를 통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집단학살을 막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책!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주도한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과 그에 대한 무차별적 보복으로 시작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전쟁(을 빙자한 일방적 공격)이 이어진 지 어느덧 1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학살 방지 명령’과 “이스라엘의 점령이 불법”이라는 유엔 결의안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와 전쟁 중지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도 아랑곳없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집단학살(genocide)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멈춤 없이 늘어나는 사상자 수가 가자지구에서만 사망자 41,272명, 부상자 95,551명(2024년 9월 18일 기준)에 달하며, 이미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집을 잃고 난민이 되었다. 가자지구에 제대로 서 있는 건물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대칭적인 일방적 공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고 이러한 학살이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뉴스에서는 이스라엘이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레바논 무선호출기(삐삐) 테러에 관한 속보가 전해지고 있으며, 파멸적 확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점점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이 거대한 폭력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이스라엘,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는 이 무자비한 폭력의 연쇄, 그 본질은 무엇일까?
2023년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에서 무자비한 집단학살이 시작되었을 때, 일본에서는 시민사회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긴급 강연회가 개최되었다. 아랍 문학, 제3세계 페미니즘 전문가이며 트라우마와 서사에 관한 통찰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지성 오카 마리 와세다대학 문학학술원 교수는 시민 및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두 차례의 강연을 통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재빠르게 공유했다. 이 강연을 엮은 《가자란 무엇인가: 팔레스타인 문제의 역사적 맥락과 집단학살의 본질》은 독자들을 강연 현장에 초대하면서 친절하게 이 문제를 뿌리에서부터 몸통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의 역사적 맥락과 집단학살의 본질을 바로 알고,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시각을 넓혀 줄 목적으로, 저자 오카 마리 교수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역사에서 정의의 문제까지 폭넓게 문제의 핵심을 전달한다.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이 되었던 이스라엘의 건국과 시오니즘의 문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그곳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난민이 되어 간 과정, 가자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봉쇄 속 현실 가운데 살아가는 모습과 그에 따른 심각성까지 다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또한 외교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이 전 세계에 벌이는 거짓 선전 전술과 미국 정치권과의 관계, 이러한 서구 국가들의 위선적 태도 또한 문제의 해결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에 대해 거짓 중립이 아닌 정의의 편에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집단학살을 멈추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매듭을 풀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이 해방된다면…”,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며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평화, 정의가 실현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연대를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 두번째테제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독립 출판사입니다. 두번째테제는 독자들이 이론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인식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펴내려고 합니다. 독자들의 세계 이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출판, 좋은 내용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정직한 출판을 지향합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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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잘 설명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좋은 책‘이라고 하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 마음 아프기도 했습니다. 아테프 아부 사이프의 <집단학살 일기>와 함께 읽어도 좋겠습니다.
우아 2024-10-03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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