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7

오만과 몽상 | 박완서 - 교보문고 알라딘

오만과 몽상 | 박완서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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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와 독립군의 차이는 무엇일까?

 

동학군에서 시작된 독립군의 골짜기의 끝을  쥐고 있는 남상!

매국노에서 친일파로 그리고 악덕기업가로 호의호식하는 아버지를 둔 현!

 

두친구의 만남은 일제침탈로 아니 일제에 통채로 갖다바친 우리의 민낮이고 현실인 듯 싶다

 

책을 읽기전 매국노와 독립군의 차이는? 단지 현실에 순응하고 반항하는 차이일까?

매국노에서 친일파로 악덕기업가로 이어지는 가력을 부정하고 싶은 현이의 마음을 단지 친구 남상에게 가지는 호의로만 느껴야 할까?

 

그건 오만이며 몽상이다. 그 시대의 바람이며 몰아치는 파도인것이다.

조선이라는 거대 괴물을 삼켜야 했던 세상의 바람앞에 우리는 지키는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아니 알아차릴 틈새도 없이 섞여 버린것이다.

 

오만과 몽상1의 현과 남상은 그렇게 서로의 주체사상을 확인도 못한채 돌고 돌아 비탈길의 철재화장실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다.

서로의 현실가면이 바뀌채 말이다

 

2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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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도는 뭘까?

책을 소개하는 잡지통해 80년대 스테디셀러 중 하나가 박완서의 '오만과 몽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 과거에 스테디셀러였다니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만 먹었지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서야 읽게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가 있었다. 독립투사의 자손과 친일파의 자손이 고등학교 동창이지만 서로의 집안 내력을 알게 되고 멀어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읽으면서 내내 왜 제목이 '오만과 몽상'일까, 제목이 뜻하는 게 뭘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 읽은 후, 내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틀릴 확률이 훨씬 높지만- 우선 오만과 몽상은 주인공인 남상과 현, 둘 다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집안 내력을 알게 된 후, 그 집안 분위기에 역행해서 살고자 하고 자신들이 집안과는 무관하게 나름대로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내용상- 오만한(?) 생각을한다. 선조의 친일 행각으로 부자인 현은 일부러 집을 나와 고생하면서 의대 공부를 하고, 독립 투사의 후손이며 가난한 남상은 자신의 성격과 가치관과는 다르게 자신처럼 힘들게 사는 노동자들을 감시하면서 돈 버는 일을 하게 된다. 그들은 서로를 의식하면서 살아가지만 자신들의 생각대로 인생은 엮어지지 않고 결국 그들은 다시 자신들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마치 한바탕 꿈을 꾼 것처럼...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정리해봤는데 이런 의미에서 작가가 붙인 제목과 내용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모르겠다. 도대체 그래서 어쨌다는 건지, 자신이 짊어지는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게 오만한 생각이며 몽상인지, 아니면 사회에 대한 고발인지...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지만 나의 지적 수준에서는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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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이데 2003-02-27 공감(3)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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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오만과 몽상 새창으로 보기 구매
아시마 2021-01-13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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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몽상이 보여주는 불합리한 현실, 진정한 인간

오만과 몽상은 친일파의 후예 현과 독립투사의 후예 남상이의 인생 이야기이다. 실제로 현재 친일파의 후손들은 권력을 잡고 풍족하게 사는 반면 독립투사의 후손들은 정부보조도 못 받고 가난하게 살고 있듯이 이 소설에서도 현은 부유하게 남상은 가난하게 살고 있다.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들의 후손은 사회적 권위도 있고 풍족하게 살아가는 반면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의 후손은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고 빈곤하게 살아가는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 소설 속에서 현과 남상이의 생각으로 계속 되뇌어진다. 독립투사들이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에 결과는 결국엔 가난이었다. 남상은 계속해서 독립투사 집안이라는 긍지를 보존하려하지만 결국엔 가난에 무너지고 만다. 남상이가 독립투사의 피가 이어졌으므로 정의롭고 인간적이고 현실에 굴복하지 않을 것 같지만 가난은 결국 그를 그저 비겁한 인간으로 만든다. 독립투사의 후예 남상은 가난에 대한 경멸로 자신의 공장의 직원을 무자비하고 야비한 방법으로 해고하고 오로지 돈,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된다. 그렇다면 친일파의 후예 현은 부유하게 잘 먹고 잘 살았으니 남상과 비교되게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지만 아니다. 현은 친일파의 후예라고 남상에게 절교 선언을 받은 뒤 모욕감과 배신감으로 자존심이 짓밟힌 것에 분노를 느끼고 남상에게 복수를 꿈꾼다. 그래서 자기가 하고 싶던 소설가의 꿈도 포기하고 집도 나와서 혼자 힘으로 의사공부를 시작하다 자주 회의감에 빠지는 삶을 살게 된다. 현은 혼자서 살 때 주위의 여자들을 함부로 대하고 그들을 도구로 이용하기까지 한다. 현이 그렇게 사람을 소중히 대하지 못하는 것은 부유하지만 현을 내버려두고 집을 나간 어머니와 어머니가 없어져도 누구하나 찾지 않는 가족들이 있는 집안 환경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게 남상과 현 둘 다 인간성이 결여되고 이기적이게 살아가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은 어떠한 보답도 없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잘못된 현실이 낳은 결과이다. 오만과 몽상이라는 책 제목처럼 둘은 오만하고 몽상적이게 살아간다. 자존심을 밟은 친구에 대한 복수로, 가난에 대한 경멸과 돈에 대한 욕심으로 현과 남상은 둘 다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환경이 남상과 현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위해 살아가는 인물이 나온다. 바로 영자이다. 영자는 고아로 살아왔고 돈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하지만 영자는 위의 현과 남상과 다르게 살아간다. 영자는 현이 자신을 함부로 다루고 결국 다른 여자까지 데려오면서 자신의 자존심을 무너뜨리지만 그것에 대한 분노도 느끼지 않고 복수도 하지 않는다. 또 남상이처럼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이지만 가난에 대한 경멸도 느끼지 않고 돈에 욕심도 내지 않는다. 영자는 그저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가지며 살아간다. 이 책을 보면서 영자처럼 살아가고 싶었다. 누군가에 대한 분노도, 가난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죽는 순간까지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가는 영자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독하게 자신의 힘으로 의사 인턴이 된 현, 가난에서 이겨나 어느 정도 풍족하게 살던 때의 남상의 모습은 보통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닮고 싶어 하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사랑이 없었다. 사람을 소중히 할 줄 모르고 진정한 사랑을 하지도 못 했다. 영자는 가난하고 힘도 없는 약자이지만 사람을 소중히 하고 진정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런 사람을 부러워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영자를 통해 현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남상은 자신이 해고했던 덕환이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현과 남상 둘 다 지금까지 잃었던 인간성을 다시 찾게 된다. 또 오랫동안 서로를 미워했던 현과 남상은 영자의 죽음을 계기로 서로에 대한 미움을 버리고 화해하게 된다. 한 사람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생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하고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삶을 사는 것은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임을 느꼈다. 오만과 몽상은 친일파의 후예와 독립투손의 후예가 서로 엇바뀐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고 그 현실의 결과로 친일파의 후예도 독립투손의 후예도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참혹한 모습을 보여주며 그러한 안타깝고 씁쓸한 현실 속에서 환경에 굴복하고 이기적으로 사는 게 아닌 사랑과 인간성을 가지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도 이제는 친일파의 후손들과 독립투사의 후손들의 삶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그것의 불합리함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삶이 바뀔 수 있도록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어떤 방법이 있을지 생각도 해보고 또 이렇게 불합리하고 억울한 일도 많은 현실에서 내 안의 오만과 몽상에서 벗어나 영자처럼 사람을 사랑하며, 소중히 하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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킈킈 2012-12-05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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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몽상이란?

동학군은 독립투사를 낳고, 독립투사는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고, 도배장이는 남상이를 낳고... 매국노는 친일파를 낳고, 친일파는 탐관오리를 낳고, 탐관오리는 악덕 기업인을 낳고, 악덕 기업인은 현을 낳고...' 이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문구이자 모든 것의 시작인 문구이다. 우리의 역사를 보고 인용한 저 문구는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대변해 준다. 현과 남상은 고등학교 때 부터 서로 둘도 없는 친구이지만 집안의 과거 이데올로기, 역사적으로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 집안은 쇠퇴해 가고 나라를 배신하고 팔아먹은 친일 매국노는 부를 축적한다는 사실로 인하여 서로 대립하고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를 회상하고 서로의 꿈을 생각하기를 계속하면서, 자신들의 과거의 이데올로기, 역사적 아픔에서 벗어나 현이는 집안에서 원하는 의사가 아닌 소설가가 되는, 남상이는 가난하고 궁핍한 현실에서도 의사가 되는 자신의 상황과 반대되는 오만한 미래를 몽상한다. 그리고 이를 몽상하고 이루어 가는 현실에서 그들을 현실과 타협하게 해주고 서로에게 여유를 가져다 주는 존재가 '영자' 이다. 영자로 인하여 현이와 남상이는 조금씩 변화하게 되고 이것이 그 둘에게는 다른 결과를 가져다주게 된다. 결국 나는 이 작품을 끝까지 감상하면서도 이 책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책이 어려운 탓 도 있었지만. 오만과 몽상 이라는 책 내용을 대변하는 것 같던 현과 남상의 상황을 내가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이 책에서는 오만과 몽상이라는 것이 현과 남상으로써 표현되었지만 사실 모든 인간들은 오만하고 자기 중심적이다. 자기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일절 하지 않고 자신의 앞길만은 가려한다. 우리 주변의 '영자'같은 존재는 생각하지 않은 채, 결국 현과 남상처럼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나려고만 하는 오만한 몽상에만 빠지게 된다면 우리는 나락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오만한 몽상가이다. 어떠한 상황이 생기고 그것을 해결한다 하여도 그것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자'와 같은 존재가 우리 주변에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한 채, 결국 이 작품은 우리를 포함한 지금의 현실의 부조리함을 현과 남상에게 투영하여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현과 남상은 오만한 몽상을 쟁취하지는 못한다. 현은 소설가가 될 수 없었고, 남상은 의사가 되기는커녕 남상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인하여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결국 그들은 자신의 몽상으로 인하여 파멸하게 된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항상 많은 것들은 무리하게 욕심내고 원하지만 이룰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으며 무리하게 나아가다 보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가 뒤따라 올 수 도 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오만한 몽상가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오만한 몽상을 스스로 쟁취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영자'와 같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우리를 도와주는 존재들이 있음으로 인해 다시 한발 짝 나아간다. 현과 남상은 그러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아무리 오만한 몽상이라도 그것을 꿈꾸고 노력하며 주위에 도움을 받아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처음엔 오만한 몽상이었던 꿈들이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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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2012-11-29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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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몽상


박완서소설전집 8
박완서 저자(글)
세계사 · 1994년 10월 01일
9.5
(6개의 리뷰)
평가된 감성태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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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국내도서 > 소설 > 한국소설 > 고전소설/문학선
국내도서 > 소설 > 고전소설/문학선 > 한국고전소설/문학선

한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단순하고도 명백한 역사적 아이러니에 대한 작가적 통찰.
<참 듣기 싫은 소리지만 독립투사의 후손은 제대로 된 교육조차 못 받아 지지리 못 살고, 반대로 친일파 후손은 다 잘 산다는 얘기가 있다. 이 소설은 그렇게 대립되는 두 家系의 후손으로 태어난 두 젊은이가 그런 어려운 상식에 각기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항거하는 이야기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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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목


엄마의 말뚝


꿈엔들 잊힐리야 (중)


꿈엔들 잊힐리야 (상)


꿈엔들 잊힐리야 (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서 있는 여자


오만과 몽상


목마른 계절


욕망의 응달


살아있는 날의 시작


도시의 흉년(상)


도시의 흉년(하)


휘청거리는 오후

장바구니

작가정보

저자(글) 박완서
인물정보
현대문학가>소설가



저자 박완서는 1931년 경기도 개풍군에서 출생하여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어국문과를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마흔살의 나이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치열한 예술혼으로 한국 현대소설을 대표하는 빛나는 자품들을 발표해왔다. 소설집으로 [부꾸러움을 가르칩니다], [배반의 여름], [엄마의 말뚝], [꽃을 찾아서], [해산바가지], [저문 날의 삽화], [한 말씀만 하소서], [너무도 쓸쓸한 당신]등을, 장편으로 [휘청거리는 오후] [도시의 흉년] [목마른 계절], [살아있는 날의 시작] [서 있는 여자],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미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등을 간행했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어른노롯 사람노릇], 기행문 [모독]등 여러 권의 산문집을 펴냈다.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중앙문화대상.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황순원문학상(2001), 호암상(2006)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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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bre nu

미망 세트(양장본 Hardcover)

미망 2(양장본 Hardcover)

미망 3(양장본 Hardcover)

미망 1(양장본 Hardcover)

스무 낮 읽고 스무 밤 느끼다(양장본 Hardcover)

소설의 첫 만남: 표현력 세트

나목(아카이브 에디션)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반양장)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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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해설 ' 방민호
작가 ·작품연보
작품목록

출판사 서평


박완서 소설전집의 7권 『오만과 몽상』은 1979년 『한국문학』에 연재한 장편소설로 한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단순하면서도 명백한 역설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다.

현과 남상의 다른 이름, 오만과 몽상

현과 남상이라는 두 친구가 있는데 현은 부잣집 막내아들이고 남상은 가난한 집 장손이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의 집안 내력이 흥미롭다. 현은 친일파의 후예이고 남상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의 자손은 그대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살아갈 수 있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데 목숨을 바친 사람의 자손은 가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 기막힌 역사의 아이러니, 역설. 오만과 몽상은 이 역설 위에 세워진 이야기의 집이고 바로 그 탓에 폭 넓은 의미망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매국노는 친일파를 낳고, 친일파는 탐관오리를 낳고, 탐관오리는 악덕기업인을 낳고, 악덕기업인은 현이를 낳고, 동학군은 애국투사를 낳고, 애국투사는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고, 도배장이는 남상이를 낳고……
―『오만과 몽상』, 77쪽

그런 현과 남상이 고등학교 단짝이라는 것, 바로 여기에 비극의 씨앗이 있다. 세상을 모르고 그리하여 자기에 대해서도 모르는 현과 남상은 각각 자기 분수와는 어울리지 않는 꿈을 꾼다. 현은 소설가가 되고 싶고 남상은 의사가 되고 싶다. 세상을 모르고 자기도 몰라서 자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꿈을 꾸는 그들. 그러나 냉정한 세상은 그들을 고치 속 눈에, 강보에 둘러싸인 어린아이로 남겨두지 않는다. 그들은 성장하지 않을 수 없고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무지 탓에 순수한 이들이 이 힘이라는 것에 노출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질 수 있는가를 『오만과 몽상』은 여실히 보여준다.
현은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탓에 정신의 파멸을 맛보며 남상은 물질에 구애된 삶에 시달린 탓에 물질의 파멸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현과 남상을 각기 대척적이면서도 극단적인 태생의 인물로 설정했다는 것, 그들을 성장케 하여 세류 속을 통과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 통과의 과정에서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으며 어떤 심리적, 의식상 변화가 야기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이를 통해 인간의 굴레를 드러내보이고 인간성의 한계와 가능성을 말하고자 했다는 것 등에서 『오만과 몽상』은 일종의 실험소설에 가깝다.

익숙한 이야기와 이미지가 주는 깊고 넓은 감동

『오만과 몽상』의 감동의 근저에는 전통적 구조와 심상이 자리잡고 있다. 깊고 넓은 감동은 전혀 낯선 구조와 상징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익숙한 이야기와 이미지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익숙한 것에 바탕을 두면 바로 그 고도에서 출발하기에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더 깊고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만과 몽상』은 그것에 내포된 희생제의의 구조, 그리고 희생양의 존재로 말미암아 좋은 작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완서 소설이 높은 대중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전통적 구조와 심상이 한 요인을 이루고 있다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평론가 방민호는 ‘한국소설의 이야기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시선으로 세상사의 곡절을 묘파하는 힘을 지닌 것, 그것이 바로 박완서의 문학이다’라고 평했다.
『오만과 몽상』은 세대와 시대를 거슬러올라 고전과 명작의 세계를 재음미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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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ISBN 9788933800607
발행(출시)일자 1994년 10월 01일
쪽수 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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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순
종이책so******|2012.12.05|신고/차단

현은 친일파의 후손이다. 그와 친했던 남상이는 독립투사의 후손이다. 나쁜 짓을 했지만 부유했던 친일파의 자손들은 기업인이 되어 부유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우직했던 독립투사의 후손들은 수위와 도배장이를 거쳐 판잣집 쪽방에서 찢어지도록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계보를 알게 된 남상이가 현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그러나 현과 남상이 사이의 친구의 연은 끊어졌어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피에 대한 서로의 비틀어진 마음은 계속해서 그들의 삶 속에서 그들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현은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본래 자신의 꿈을 뒤로 하고 남상이의 꿈이었던 의사가 되기로 결심해 부유했던 자신의 배경에서 빠져나와 제 발로 가난의 길에 들어섰다. 남상이네 집보다 더 누추한 곳에서 기거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강박관념으로 가난한 환경 속에서 보란듯이 의사로 성공해서 남상이가 우러러보는 위치에 서겠다는 마음이었다. 그의 고등학교 시절에 남상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는 탄탄대로의 삶을 살면서 그에게 주어진 풍족함을 즐겼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그와는 전혀 다른 내력을 가진 집안의 후손과 절친하게 지냈었고, 남상이와 절교한 후에 남상이 스스로를 한계 안에 가두지 않도록 제 발로 가난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가난의 늪과 원래부터 가난했던 사람들의 삶은 달랐다. 그에게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집이 있었고, 그를 해외 유학을 보내주고 유학 후에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병원을 지어줄 아버지가 있었다.
그러나, 그와는 다르게 태초부터 궁핍하게 살아온 진짜 가난한 사람과 풍족함을 배경으로 둔 가난한 사람은 생각하는 것부터가 달랐다. 그들에게 가난은 언제인지도 모르는 까마득한 과거로부터 대물림된 것이었고, 그것이 곧 현실이었다. 끝도 없는 오르막을 올라야 나오는 판잣집에, 내 손으로 오물을 직접 퍼내야 하는 고약한 냄새의 공동 화장실, 그리고 벌레가 제 집처럼 드나드는 쪽방에서 모든 식구가 쪼그리고 잠을 청해야 하는 것이 진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었다. 여기에서도 덧붙이자면 술주정뱅이 아빠와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는 엄마, 쓸모없는 늙은이 취급을 받으며 모두들 언제 돌아가실지만 기다리고 있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바로 남상이였다. 그들의 어쩔 수 없는 태생적이고 환경적인 차이는 5년 후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남상이를 항상 자신의 인생의 숨은 관객이라고 생각하던 현은 5년 후에 남상이네 동네로 무료 진료를 가게 되면서 남상이와 재회하게 된다. 여전히 초라한 남상이와 마주하게 된 현은 더 이상 궁핍한 생활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남상이는 그저 무료 진료라는 얘기에 앞다투어 몰려오던 끔찍한 가난뱅이 아낙네의 아들에다가, 이제 더 이상 의사가 되겠다고 꿈을 꾸던 고등학생이 아니라 꿈마저도 없어진 가난에 찌든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남상이는 화학 공장에서 공원들을 염탐해 사장에게 일러바치는 것에서부터 어음 할인으로 돈 장난을 하는 것까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서슴없이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집을 얻고 차를 사고 부인과 함께 행복을 누리는 것도 잠시, 회사가 부도나 모든 것을 차압당하고 하루아침에 무일푼 신세가 되어버린다. 출산을 앞두고 하혈하는 부인을 병원에 데려갈 돈조차 없던 그는 결국 그가 마지막까지 쥐고있던 자존심마저 다 버리고 현에게 자신의 부인을 살려달라며 애원한다.
남상이가 원했던 것은 부자가 되는 것도 현보다 잘사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원했던 것은 가난을 뿌리뽑진 못하더라도 그 자리라도 뜨게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그에겐 사치일 뿐이었다. 청빈한 애국지사의 후손인 그는 ‘동학군은 애국투사를 낳고, 애국투사는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고, 도배장이는 남상이를 낳고‥’ 라는 말에 그 자신을 가뒀었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결국 한계를 부딪혀 아무리 벗어나려고 애써봐야 그 굴레 속에서 절대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움트고자 했지만 그의 기도는 미치지 못했고, 기적은 일어날 리 없었다.
어쩌면 이 책은 두 사람 모두의 오만과 몽상이 아니라, 친일파의 후손으로 풍요로운 삶에서 스스로 궁핍을 택한 현의 오만과 이제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살아가고 싶지 않은 남상이의 한낱 몽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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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an******|2012.12.05|

‘오만과 몽상’을 읽는 내내, 나는 작가인 박완서 선생님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 주인공이 현과 남상이라는 걸 안 후부터, 나는 계속 현이 편 아니 남상이 편 하면서 줏대 없이 이리 저리 끌려 다녀야 했다. 내용은 빠르게 전개되고 주인공들도 빠르게 바뀌어 간다. 읽는 내가 다음을 가늠할 수 없어 따라잡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생각과 행동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내 자신의 오만과 몽상을 보는 것처럼 부끄러워졌다. 이 책은 생각보다 나에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는데도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도무지 마음을 놓고 읽을 수가 없었다. 그저 친일파와 독립투사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던 나는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 의료보험 혜택에 대한 이야기 같은 아마 무시하는 것이 더 마음 편할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단지 누구의 편을 들고 한 사람이 옳다며 무작정 응원하면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어서 힘들었다.
현이는 ‘못난 사람 새끼’라서 의사가 될 수 없다는 남상이의 말이 그저 변명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남상이 하나를 관객으로 지독한 가난 속에서 공부한다. 사실 남상이는 자신을 보고 있지 않는데도 그 존재하지 않는 시선에 집착한다. 그저 보여 주기위해 의사가 되려는 현이는 계속해서 의사에 맞지 않는 자신과 부딪히고 영자가 가볍게 요청하는 ‘약손’에도 과민 반응할 정도로 생명에 대해 두려워한다. 남상이와의 재회 후 족보를 떨쳐내곤 인정하지 않던 아버지에게 순응하고 살면서 자신을 보살핌으로써 재봉틀 기름이 되지 않는다는 영자를 모질게 버린다. 잘못된 세상을 뒤에서 방관만 하면서 살고 그런 스스로에게 구역질을 내면서도 성장하지 않는다. 군대에 다녀온 남상이는 하얀 가운을 입은 현이를 보고 마치 자신의 꿈을 현이가 일방적으로 빼앗아간 것처럼 생각하며 큰 배신감을 느낀다. 사실 의사가 되겠다는 말뿐이었지, 그렇게 큰 노력은 하지 않았으면서도 자신의 일방적인 절교가 남상이에게 준 상처는 생각지도 않는다. 현이를 만나고 비로소 족보로부터 자유로워 졌다고 생각한 남상이는 오히려 야비한 친일파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던 나사장의 내 사람, 내 돈줄이 되어 말마디나 할 것 같은 공원을 일러바치고, 어음을 이용해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모은다. 하지만 나사장을 지렛대로 이용한다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이용당한다.
두 주인공의 상황은 잔인하다. 오직 남상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사는 현이와 그런 현이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 먹고 살기위해 변해가는 남상이의 상황은 매우 다른데도 둘은 똑같이 유치하다. 둘은 서로가 심어준 족보에 집착해 족보에 반항하면서 잘못된 삶을 살아간다. 나는 처음엔 현이의 복수를 응원하다가 남상이를 동정하면서 남상이의 편을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둘은 똑같이 성장하지 못한 상태였다. 내가 현이와 남상이를 보면서 떠올린 단어는 ‘애증’이었다. 둘은 서로가 심어준 족보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정작 자신과 주변사람을 보지 않는다. 현이는 자신이 그 족보와는 상관없는 행랑아범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남상이는 나사장에게 이용당해 얻었던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는다. 결국 두 사람 다 스스로는 벗어났다 생각하면서도 오만과 몽상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잘못된 것을 깨닫게 하는 존재는 바로 ‘영자’다. 현이는 자신이 양심의 가책에서 편해지기 위해 영자에게 상처를 주고 남상이는 이익을 위해 야비한 짓을 하다가 영자에게 상처를 준다. 현이의 방에 장판을 깔아주고 이불을 다듬어주며 보살피다가 버림받고, 남상이와 살면서도 자신을 버려도 된다. 싫어지면 버려라 하면서 남상이의 나쁜 짓을 말리다가 결국 배 속에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나는 ‘영자’는 둘에게 현실을 보여주고 스스로 깨우치게 만드는 존재이다. 현이와 남상이는 똑같이 어리석어서 영자를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성장을 시작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을 정말 많이 욕했다. 가엾은 영자에게 치욕을 주고 자신은 고고한 척 방관만 하던 현이와 돈을 위해 독립투사의 자손이라면서 못난 사람새끼라면서 큰 소리 치더니 결국은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공원들을 쳐내며 돈을 벌던 남상이, 둘 다 너무 이기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기분 나빠했다. 그런데 과연 내가 현이라면 또는 내가 남상이라면 나라면 달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 속의 모든 내용이 충격적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것이다. “어른들도 오로지 추상적인 불우 이웃만을 필요로 했다. 추상적인 불우 이웃은 아이들의 정서 생활에 도움을 주지만 구체적인 불우 이웃은 아이들을 해친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뜨끔했다. 내 마음을 읽힌 것 같이 부끄러웠다. 사실 현이도 남상이도 자기 자신이 우습다, 역겹다, 괴물단지다 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알면서도 좀처럼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도 현이와 남상이가 괴물단지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안 그럴 것이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나도 너무 이기적이어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어떤 잘못된 현실을 무시해서 내가 편하다면 그렇게 할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이와 남상이가 족보를 달달 외던 어린애에서 벗어난 것처럼 나도 성장해야겠다고 생각 한다. 그 시작이 지금부터가 되게 하겠다고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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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so******|2012.12.05|


현은 친일파의 후손이다. 그와 친했던 남상이는 독립투사의 후손이다. 나쁜 짓을 했지만 부유했던 친일파의 자손들은 기업인이 되어 부유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우직했던 독립투사의 후손들은 수위와 도배장이를 거쳐 판잣집 쪽방에서 찢어지도록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계보를 알게 된 남상이가 현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그러나 현과 남상이 사이의 친구의 연은 끊어졌어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피에 대한 서로의 비틀어진 마음은 계속해서 그들의 삶 속에서 그들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현은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본래 자신의 꿈을 뒤로 하고 남상이의 꿈이었던 의사가 되기로 결심해 부유했던 자신의 배경에서 빠져나와 제 발로 가난의 길에 들어섰다. 남상이네 집보다 더 누추한 곳에서 기거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강박관념으로 가난한 환경 속에서 보란듯이 의사로 성공해서 남상이가 우러러보는 위치에 서겠다는 마음이었다. 그의 고등학교 시절에 남상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는 탄탄대로의 삶을 살면서 그에게 주어진 풍족함을 즐겼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그와는 전혀 다른 내력을 가진 집안의 후손과 절친하게 지냈었고, 남상이와 절교한 후에 남상이 스스로를 한계 안에 가두지 않도록 제 발로 가난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가난의 늪과 원래부터 가난했던 사람들의 삶은 달랐다. 그에게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집이 있었고, 그를 해외 유학을 보내주고 유학 후에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병원을 지어줄 아버지가 있었다.
그러나, 그와는 다르게 태초부터 궁핍하게 살아온 진짜 가난한 사람과 풍족함을 배경으로 둔 가난한 사람은 생각하는 것부터가 달랐다. 그들에게 가난은 언제인지도 모르는 까마득한 과거로부터 대물림된 것이었고, 그것이 곧 현실이었다. 끝도 없는 오르막을 올라야 나오는 판잣집에, 내 손으로 오물을 직접 퍼내야 하는 고약한 냄새의 공동 화장실, 그리고 벌레가 제 집처럼 드나드는 쪽방에서 모든 식구가 쪼그리고 잠을 청해야 하는 것이 진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었다. 여기에서도 덧붙이자면 술주정뱅이 아빠와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는 엄마, 쓸모없는 늙은이 취급을 받으며 모두들 언제 돌아가실지만 기다리고 있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바로 남상이였다. 그들의 어쩔 수 없는 태생적이고 환경적인 차이는 5년 후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남상이를 항상 자신의 인생의 숨은 관객이라고 생각하던 현은 5년 후에 남상이네 동네로 무료 진료를 가게 되면서 남상이와 재회하게 된다. 여전히 초라한 남상이와 마주하게 된 현은 더 이상 궁핍한 생활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남상이는 그저 무료 진료라는 얘기에 앞다투어 몰려오던 끔찍한 가난뱅이 아낙네의 아들에다가, 이제 더 이상 의사가 되겠다고 꿈을 꾸던 고등학생이 아니라 꿈마저도 없어진 가난에 찌든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남상이는 화학 공장에서 공원들을 염탐해 사장에게 일러바치는 것에서부터 어음 할인으로 돈 장난을 하는 것까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서슴없이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집을 얻고 차를 사고 부인과 함께 행복을 누리는 것도 잠시, 회사가 부도나 모든 것을 차압당하고 하루아침에 무일푼 신세가 되어버린다. 출산을 앞두고 하혈하는 부인을 병원에 데려갈 돈조차 없던 그는 결국 그가 마지막까지 쥐고있던 자존심마저 다 버리고 현에게 자신의 부인을 살려달라며 애원한다.
남상이가 원했던 것은 부자가 되는 것도 현보다 잘사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원했던 것은 가난을 뿌리뽑진 못하더라도 그 자리라도 뜨게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그에겐 사치일 뿐이었다. 청빈한 애국지사의 후손인 그는 ‘동학군은 애국투사를 낳고, 애국투사는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고, 도배장이는 남상이를 낳고‥’ 라는 말에 그 자신을 가뒀었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결국 한계를 부딪혀 아무리 벗어나려고 애써봐야 그 굴레 속에서 절대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움트고자 했지만 그의 기도는 미치지 못했고, 기적은 일어날 리 없었다.
어쩌면 이 책은 두 사람 모두의 오만과 몽상이 아니라, 친일파의 후손으로 풍요로운 삶에서 스스로 궁핍을 택한 현의 오만과 이제 더 이상 구질구질하게 살아가고 싶지 않은 남상이의 한낱 몽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종이책qg*****|2012.11.29|

오만과 몽상. 책 제목이 참 독특하다. 이러한 제목을 앞장세운 책의 내용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책을 읽고 나면 오만과 몽상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거라는 들뜬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 했다.
책은 현과 남상이라는 두 인물의 관계로부터 시작한다. 현과 남상이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정반대였다. 현은 친일파의 후손이자 악덕 기업인의 자식이었으며, 남상이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자 도배장이의 자식이었다. 이렇게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두 인물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 독자들이 의심도 하기 전에 작가는 남상이를 통해 둘의 우정에 금을 긋기 시작한다. 남상이는 의사가 되기를 꿈꾸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가문과 현이네 가문의 내력을 알게 된 후로부터 남상이는 자신의 꿈이 헛된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현에게 절교를 선언한다. 현은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공부를 해나가는 남상이를 보면서 이미 ‘의사 남상이’라는 책의 제목까지 생각해 둔 현이었다. 그런 현에게 남상이의 절교 선언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그 후 현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포기하고 남상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남상이 하나만을 관객으로 한 삶을 살기 시작한다. 남상이가 그토록 원하던 의사가 되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남상이의 절교 선언을 한 기점으로 둘은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남상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현은 자신의 삶의 관객이 되어버린 남상이에게 떳떳해지기 위해 집에서 벗어나 밑바닥 생활부터 하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는 가정환경에 의해서 또는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인해서 달라진 삶의 환경에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 치열하게 적응하며 살아간다. 남상이는 악덕 사장인 나사장 밑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하며 정직하지 못한 돈을 번다. 그러나 나사장이 부도를 내고 도망을 가는 바람에 결국 빚더미에 앉게 된다. 현은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의과 대학에 들어가 공부를 끝마친다. 어느 한 쪽에도 속하지 못한 체 주변인으로서 겉을 맴도는 삶을 살아간다. 절교한 이후 이 둘의 유일한 연결 고리는 영자라는 인물이다. 영자는 여공으로서 재봉틀기름이 되지 않기 위해 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 곳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현에게 버림을 받게 된 후 남상이와 함께 살게 된다. 영자는 현과 남상이의 화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기도 하다. 남상이의 애를 낳다가 죽는 영자의 모습을 보면서 현은 그동안 억지로 거부해왔었던 무언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후 현과 남상이의 삶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삶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분명 이때 이들의 모습을 보고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책 제목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책읽기라고 하기엔 느낀 점이 너무나 많았다. 과연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책의 제목인 오만과 몽상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나는 오만과 몽상을 현과 남상이가 자신에게 묶여진 한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태로 나아가기까지의 시행착오라고 보았다. 혹은 그 상태로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라고도 볼 수도 있겠다. 즉, 오만과 몽상이라는 것은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이것을 올바른 과정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현과 남상이, 서로의 가계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대립적 관계는 대대로 대물림 되어 이 둘에게 까지 도달했다. 실제로 현이가 친일파 집안의 후손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여전히 현은 친일파 집안의 후손이고 남상이는 독립운동가 집안의 후손이었다. 그리고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는 그들의 방식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그들은 종종 삶에 지쳐 현실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사와 소설가라는 꿈이 현실에 의해 부셔진 후 이들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이는 이들이 더 이상 오만과 몽상을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오만과 몽상은 젊음을 상징할 수도 있겠다.
결국에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자신이 가진 오만과 몽상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그것을 그 나이 대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여기고 이 세상 열심히 살아가라는 뜻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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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ca*******|2004.01.12|신고/차단

이 소설의 주인공 현과 남상은 고등학교 시절의 단짝이다..
부자집 아들 현은 공부보다는 문학쪽에 관심이 많아..소설가를 꿈꾸면서..친구 남상이가 의사가 되면..'의사 남상이'를 꼭 소설로 그리고자하는 순수한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가난한 남상의 꿈은 의사.. 오로지 공부를 해서 의사가되면.. 지금의 가난으로부터 벗어날수 있다는 일념하에.. 공부에만 열중하는 학구파..

남상이 어느날엔가..자신의 출신 배경과..친구인 현의 출신배경..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가난과 부요함의 차이를 알게된후..
친구 현에게 절교를 선언한다..

'매국노는 친일파를 낳고 친일파는 탐관오리를 낳고.. 탐관오리는 악덕 기업가를 낳고..악덕 기업가는 현이를 낳고.. 동학군은 애국투사를 낳고.. 애국투사는 수위를 낳고..수위는 도배쟁이를 낳고 도배쟁이는 남상을 낳고...' 바로 현은 친일파의 자손이었고..자신은 독립군의 자손이라는 차이.. 그차이는 현재의 부유한 현이를 있게 했고..반면에..가난뱅이 남상 자신을 있게한 것이라 생각한 남상..

결국..소설가가 되겠다는 현과..의사가 되겠다는 남상의 꿈들은 .. 현실이 아닌 몽상이 되어버렸고.. 현은 의사가되고.. 남상은 생활의 고난에 짓눌려..결국 파산하게 되고마는.. 친일파가 흥하고..독립투사가 망하는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 그들 역시 그 모순을 피해가지 못하고..
예전의 꿈들과 순수가 한때의 오만이자 몽상으로 치부되어버리는 냉엄한 현실을 살아가는 그들..

결국 현과 남상의 삶을 지배하는것은..사춘기적의 순수가 아니라..냉엄한 현실과 환경의 냉엄한 논리임을.. 현실의 부조리함과 대립하기도 하고.. 자유롭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승복하고야 마는.. 결국은..그 부조리함과 타협하고 마찰없이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의 세상사를 현과 남상이라는 인물로 형상화해낸듯..

거목 박완서를 실감케 하는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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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ea*****|2003.07.10|신고/차단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항상 주인공의 입장이 되거나 한 인물의 입장이 되어 작품을 읽게 된다. 작품의 인물들에게서 나와 닮은 점을 한 가지라도 보게 되면 닮지 않은 아홉 가지는 상관없게 되고 만다. 그래서 그 닮은 한 가지를 가지고 인물과 나 사이를 연결시키고 깊이 빠져든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배경이 너무나 다른 두 인물의 삶이 대조적으로 그려짐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누구의 편에도 손을 들어주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여전히 양극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이 소설은 한국문학에 처음 연재되었던 것인데 처음 작품이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느 쪽이 오만의 표상이며, 어느 쪽이 몽상의 표상인지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화자 역시도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어느 쪽이 오만이고 어느 쪽이 몽상의 표상인지 가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작가는 그 어느 쪽도 오만이나 몽상을 표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그리고 주인공들을 통해 젊음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오만이나 몽상이란 젊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특권을 그들을 통해 젊음의 소중함을 내비치고자 한 것이다.

이 소설은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산업화가 일어나고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해지고 일제의 잔재가 악영향으로 남아 세대를 답습하고 있는 그 시기..... 그 시대의 뒤틀린 사회상은 다음의 소설 내용에서 잘 나타난다.

「동학군이 독립투사를 낳고, 독립투사는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고, 도배장이는 남상이를 낳고...... 매국노는 친일파를 낳고, 친일파는 탐관오리를 낳고 탐관오리는 악덕기업인을 낳고, 악덕기업인은 현을 낳고,,,,,」

일제의 잔재를 모두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실수가 낳은 뒤틀린 사회상은 아직까지도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하고 있다. 곪고 뒤틀려 바로잡기까지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희생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노력에는 아직 소극적인 입장이다.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일파들이 정권 깊숙한 곳, 경제의 머리에 자리잡은 상태에서 시작된 나라였으니 누가 자신의 잘못을 말하고 스스로 십자가를 질려 하겠는가....그럴 사람들이었다면 처음부터 나라를 팔지는 않았으리라.

그렇게 처음부터 뒤틀린 사회상을 답습한 제3의 세대들......현과 남상이....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의 출생과 아버지에 대한 불신과 남상이가 자신에게 가지는 원망을 떨치기 위해 스스로 가난을 선택하고 문학가라는 꿈을 버리고 남상이가 꿈꾸던 의사의 길을 간다. 단지 출생을 이유로 자신을 선택받은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남상이에게 똑같은 가난한 조건에서 자신이 보란듯이 의사가 되어 남상이가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을 없애주겠다는 오기에서 시작한 그! 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계보와 현의 계보를 알게 된 이후 절친하던 현에게 절교를 선언한 남상이..... 그는 자신이 스스로 피해의식에 잡혀 그 계보를 답습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른다. 마지막에 자신의 부인....현을 사랑했던 그러나 남상이의 부인이 된 영자.......영자를 살려달라며 현에게 선생님..선생님을 연발하는 남상이의 처절한 모습은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것은 남상이가 가지는 피해의식과 복수심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며 겉으로는 모두 가진 듯 행복해 보이는 현의 출생을 통해 부유함의 그 깊숙한 곳은 또한 비어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러한 두 인물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된 삶의 모습을 투영해 보고 고쳐나가길 바라는 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젊기에 그 시도를 해볼 만한 용기와 오만과 꿈같은 희망이 남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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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자존심과 사랑

[오만과 몽상] 박완서
byGONDWANAAug 07. 2019








매국노는 친일파를 낳고, 친일파는 탐관오리를 낳고, 탐관오리는 악덕기업인을 낳고, 악덕기업인은 현이를 낳고...
동학군은 애국투사를 낳고, 애국투사는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고, 도배장이는 남상이를 낳고...
그리고 현이는 의사가 되고 남상은 사기꾼의 앞잡이가 된다.





이렇게 아픈 역사는 흘러왔다. 친일파 집안의 자식이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현이는 몸부림치고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남상은 현실과 타협한다. 현이나 남상이나 본인이 친일파가 아니었고 독립투사가 아니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운명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역사는 후손들에게 그 멍에를 씌웠고 부조리한 한국사회는 그들을 서로가 증오의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영자의 죽음 이후에도 두 사람이 화해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영자의 삶이 정말 아름다운 것이란 것을 자각한 것은 현이와 독자들 뿐이다. 빈부나 학력 같이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조건들을 초월하는 자존심과 사랑을 보여준 영자는 현이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이에게 어떤 행동을 촉발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 행동들이 어떠한 종류의 것이 될것인지는 독자들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영자처럼 자존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랑을 하라고 주문한다. 소설의 결말처럼 실제 세상도 아름다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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