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5

알라딘: 박정희 평전 -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에 관한 전기적 연구 전인권2006

알라딘: 박정희 평전


박정희 평전 -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에 관한 전기적 연구 
전인권 (지은이)이학사200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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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사정/정치사 주간 30위|
Sales Point : 1,347

8.0

기본정보
438쪽
책소개
촉망받던 한 젊은 정치학자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박정희 평전. 박정희는 한국 현대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정치가였다. 그러나 박정희란 인물의 중요성에 비해 그에 대한 연구는 질적.양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져왔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 평가론 속에 함몰되어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군부 정치와 박정희 시대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논의는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지만 의외로 '인간 박정희'에 대한 전문 학자들의 연구는 거의 없는 편이다.

박정희 개인에 대한 연구의 불균형을 시정하고 박정희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그의 개인사를 탄생부터 죽음까지 시계열적으로 검토하여, 정치 전기학적 방법으로 박정희에 접근한다. 박정희 개인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심층적이고 누적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을 정치 전기학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최초의 작업이다.


목차


책을 내면서
머리말

제1장 소년에서 군인으로: 박정희의 전前 정치적 생애(1917~1945)
1.가족 배경과 '유기 불안'
2.초등학교와 '가난 체험'
3.대구사범학교와 '심리적 고아'
4.문경초등학교와 '목가적 이상'
5.군인의 길

제2장 시련, 육영수 그리고 정치군인: 군부 지도자가 되는 과정(1945~1959)
1.정체성 위기(1945년 8월 15일~1949년)
2.남로당 사건과 시련의 세월
3.군대 복직과 8기생의 리더
4.육영수의 전통주의
5.박정희의 잡문 분석
6.부산정치파동
7.목표 지향적 '지도자 중심 사상'의 확립

제3장 5·16 쿠데타 그리고 정치 : 1960년대의 사상과 행동(1960~1970)
1.1960년대 초반의 정치적 인식
2.5·16쿠데타와 박정희
3.군정과 박정희
4.한일 국교 정상화와 월남파병
5.1967년 양대 선거와 3선개헌

제4장 유신체제, 국가주의 그리고 파국: 1970년대의 사상과 행동(1971~1979)
1.1970년대 초반의 정치적 인식
2.유신체제의 수립
3.유신체제의 전개
4.유신체제의 붕괴

제5장 박정희는 누구인가? :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
1.정치사상의 심리적 얼개
2.초기 사회화 과정
3.가치의 혼돈과 '심리적 고아'
4.박정희의 정치사상
5.권력 운용의 방법
6.목표 지향적 리더십
7.실체적 공동체 윤리와 모순적 행동론

맺는말
접기


책속에서


지도자 중심 사상의 확립: <지도자도> 분석

군 지휘관 시절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그가 이 시기에 목표지향적 '지도자 중심 사상'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박정희는 5.16 쿠데타를 일으킨지 꼭 한 달 만인 6월 16일 <지도자도(指導者道)―혁명 과정에 처하여>라는 소책자를 출판하여 리더십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 <지도자도>는 기존의 박정희 연구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한 자료이지만, 그 내용을 정치적 필요에 의해 왜곡·윤색하지 않고 밝힌 저서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특히 이 자료는 박정희가 직접 작성한 글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세련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정연한 논리 체계를 보여준다. 또한 박정희 자신의 권위적이며 비민주적인 사고 체계마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그렇다면 '박정희의 지도자 중심 사상'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이 책에서 박정희는 '민주 사상이 발달된 현대에 와서 지도자는 피지도자와 이해 관계를 공통으로 가진 평등한 지위에서 일보 앞서 그들과 같은 길을 걷는 동지이다'이라고 말했으며, '현대의 지도자란 대중과 유리되어 그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나 특권계급이 아니라 그들과 운명을 같이하고 그들의 편에 서서 동고동락하는 동지로서의 의식을 가진 자라야 한다'며 피지도자에 대한 지도자의 동지 의식을 강조한다.

(...) 그러나 그는 곧 '지도자 중심 사상'이 언제든지 절차적 민주주의를 배제할 수 있는 원리임을 도처에서 드러내고 있다. (...) 박정희는 '의사와 환자의 비유'를 통해 민주주의가 중요한 덕목으로 내세우는 절차를 부정하며 엘리트주의적 지도자론을 역설한다. 또한 '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와 같은 비상사태'에 처했을 때는 민주주의를 유보할 수 있다고 했는데, 사실 그는 집권 기간 내내 현재를 비상사태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했다. - 본문 157~159쪽에서... 더보기



저자 및 역자소개
전인권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정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고, 상지대학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신춘문예에 미술평론이 당선되어 미술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정치학자이자 미술평론가, 저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중 2005년 8월 1일 암으로 갑자기 타계했다. 지은 책으로는『김대중을 계산하자』(새날, 1997),『편견 없는 김대중 이야기』(무당미디어, 1997),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100권의 책으로 선정된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문학과지성사, 2000),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선정한 2003년 “올해의 책” 수상작인 『남자의 탄생』(푸른숲, 2003), 『독립신문 다시읽기』(공편, 푸른역사, 2004), 유고 평론집으로 『전인권이 읽은 사람과 세상』(이학사, 2006) 등이 있다. 접기

최근작 : <1898, 문명의 전환>,<전인권이 읽은 사람과 세상>,<박정희 평전> … 총 11종 (모두보기)
전인권(지은이)의 말
이 책은 박정희(1917~1979)의 정치사상과 행동(political thoughts and actions)을 전기적 관점(biographical approach)에서 분석, 종합한 박정희 평전이다. 박정희는 한국 현대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정치가였으며, 그가 집권했던 18년 5개월은 박정희 개인의 성격·사상·행동이 한국 정치에 점점 더 구체적으로 관철되는 과정이었다. (...) 따라서 박정희에 대한 연구는 박정희 개인은 물론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을 검토해보면, 박정희 개인에 대한 연구가 질적·양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져왔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 평가론 속에 함몰되어 있는 형편이다. 또한 박정희 개인에 대한 연구는 그의 정치 행위를 "장기 집권욕"이나 "권력에 굶주린 인간"의 관점 또는 "정통성 확보론"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들은 그의 장기 집권이 절정에 이르렀던 1970년대 말 형성된 관념을 대변하는 것으로 그의 성격이나 인간적 면모는 물론 박정희의 사상과 행동 및 정치적 인식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기존의 '박정희 연구' 또는 '3·4공화국 연구'들은 그들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였던 박정희 자신의 견해와 사상에 대한 주목을 게을리했거나, 그의 주장과 행동들을 박정희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박정희는 찬성과 반대의 무수한 역사적 평가들 속에서 하나의 박제된 이미지로 남는 데 이르렀다.

(...) 한 개인을 잘 이해하자면 관심의 방향을 달리하여 그의 성장 과정부터 살펴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따라서 이 책은 보통 사회과학적 정치학의 연구 대상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개인사를 탄생부터 죽음까지 시계열적(時系列的)으로 검토하며, 박정희 개인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심층적이고 누적적 연구를 가능케 하는 연구 체계를 갖추려고 한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촉망받던 한 젊은 정치학자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최초의” 박정희 평전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 바로 박정희이다. 지금도 박정희에 대해서는 그 반대자와 찬성자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아직도 박정희는 독재자 또는 영웅으로 극단적으로 그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가 죽은 지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그에 대한 평전은 한 권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평전은 전기와 달리 비평적이고 객관적인 안목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므로 한 인물의 삶과 사상과 행동에 대한 종합적 통찰을 요하는 어려운 작업이기는 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 책은 우리 주위의 정치 세계를 직접 텍스트로 하여 매우 독창적인 해석학적 성찰을 보여주던, 촉망받던 한 젊은 정치학자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유고로) 남긴 “최초의” 본격적인 박정희 평전이다. 정치평론가, 미술평론가, 저술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하다가 지난해 젊은 나이에 갑자기 타계한 이 책의 지은이, 전인권은 무엇보다 젊은 정치학자로서 박정희 연구를 필생의 업으로 삼아 분명한 방법론과 정치학적인 통찰을 가지고 비평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이 책, 『박정희 평전』을 썼다. 따라서 이 책은 박정희에 대한 인식과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림으로써 우리 사회에-그가 박정희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간에-박정희에 대한 생산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박정희”의 사상과 행동을 정치 전기학적으로 조명하는 최초의 작업

박정희는 한국 현대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정치가였다. 그러나 박정희란 인물의 중요성에 비해 그에 대한 연구는 질적·양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져왔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 평가론 속에 함몰되어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군부 정치와 박정희 시대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논의는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지만 의외로 “인간 박정희”에 대한 전문 학자들의 연구는 거의 없는 편이다.
물론 박정희에 대한 전기는 어린이용과 소설로 각색된 것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기는 자의적으로 박정희를 영웅사관의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찬양하거나 지나친 감정이입을 통해 극화하거나 아니면 극단적으로 부정하고 있어, 그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박정희 개인에 대한 연구도 그의 정치 행위를 “장기 집권욕”이나 “권력에 굶주린 인간”의 관점 또는 “정통성 확보론”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어, 박정희의 성격이나 인간적 면모는 물론 박정희의 사상과 행동 및 정치적 인식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박정희 연구들은 그들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자였던 박정희 자신의 견해와 사상에 대한 주목을 게을리 했거나, 그의 주장과 행동들을 박정희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박정희는 찬성과 반대의 무수한 역사적 평가들 속에서 하나의 박제된 이미지로 남는 데 이르렀다.
박정희 개인에 대한 이와 같은 연구의 불균형을 시정하고 박정희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은 그의 개인사를 탄생부터 죽음까지 시계열적으로 검토하여-이 책은 그의 생애의 마지막 주기인 유신체제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성격·사상·행동 방식이 형성되고 발전되는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박정희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치 전기학적 방법으로 박정희에 접근한다. 따라서 이 책은 박정희 개인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심층적이고 누적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을 정치 전기학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최초의 작업이다.

새롭게 읽는 박정희: 전체 구성 및 주요 내용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박정희의 전 정치적 생애(1917~1945)를 다룬다. 이 시기는 그가 태어나서 학업 시대와 교사 및 군인으로 일제의 식민지 체제에 적응해나가다가 일제의 패망으로 그 같은 행진이 단절되기까지를 다룬다. 여기서는 그의 가족적 배경과 성장 과정 및 사회화 과정이 중요한 주제가 된다. 전체적으로 이 시기는 그가 전통적 가족 환경으로부터 식민지 체제가 시행하는 근대적 가치를 받아들이던 시기였다. 또한 그의 교사 시절과 만주군 시절은 청년기 그의 사상과 행동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시기였다.
제2장은 박정희가 대한민국 육군에 입대하여 쿠데타를 일으키는 군부의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과정(1945~1959)을 다룬다. 이 시기는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 패턴이 완성된 시기였다. 이 기간의 초반기 동안 그의 생애는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는 남로당에 가입했던 관계로 사형에 처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며 설상가상으로 개인적 불행을 겪었다. 그러나 그는 한국전쟁의 발발을 계기로 다시 군대에 복직한 이후 대체로 순탄한 군대 생활을 했으며, 구원의 반려였던 여인 육영수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그의 남로당 경력은 늘 그를 괴롭혔지만, 그는 불과 11년 동안 한국군 장교를 지내면서 무려 25번이나 보직을 바꾸며 다양한 경력을 쌓는 가운데 “지도자 중심 사상”을 확립하기에 이른다.
제3장에서는 박정희가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 활약했던 시기의 전반부(1960~1970)를 다룬다. 1960년대에 박정희는 엉성한 쿠데타의 수장에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었음은 물론 1967년에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리고 3선개헌에 성공하기에 이른다. 1960년대는 그가 얼마간 무리는 있었지만 단순하면서도 긍정적인 리더십을 행사한 시기였다. 제3장에서는 이와 같은 기초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처럼 취약했던 쿠데타 정권이 어떻게 박정희 1인 체제로 수렴되는가에 관심을 기울인다.
제4장은 유신체제 시기(1971~1979)를 다룬다. 여기서는 유신체제의 성립과 전개 및 붕괴 과정을 다룬다. 그러나 유신체제의 정치경제학적 성격 또는 객관적 성격보다는 박정희가 이 체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운영하였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이 장에서는 제3장과 마찬가지로, 박정희의 정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사상과 인지적 태도를 집중 분석한다. 박정희의 정치사상은 집권 18년 동안 변화를 겪었다기보다는 기존의 정치사상이 줄곧 강화되는 양상을 띠었다. 특히 박정희는 유신체제를 대내외적 위기에 직면한 준전시체제로 이해했으며, 그와 같은 위기 앞에 개인적 위기의식과 심리적 경향 및 정치사상을 한층 견고하게 체계화된 형태로 드러냈다.
제5장은 지금까지의 논의에 대한 종합 검토를 한다. 여기서는 기존의 논의를 요약?정리하는 가운데, 박정희의 정치사상이 “실체적 공동체 윤리”에 기초한 것으로 이해하며, 그의 행동 패턴이 “모순적 행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그리고 부록으로 이 책을 저술하는 데 학문적인 근거가 되는 “전기적 연구 방법의 성립 근거”와 방법론의 핵심인 “분석 개념-심리적 고아”를 별도로 정리하였고, 기존에 나온 박정희 연구들을 총정리한 “박정희에 대한 기존 연구들”을 실었다.

박정희를 분석하는 기본 틀과 그를 움직인 심리적 요인
“심리적 고아”라는 개념으로 박정희의 생애와 사상을 분석

이 책은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이 그의 성장 과정과 개인사적 경험 속에서 형성된 것이며, 그의 심리적 요인이나 정신적 외상과 체계적인 관련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또 이 책은 한국의 가족은 분석적 차원에서 두 개의 가족-부성 가족과 모성 가족-으로 분리될 수 있으며, 이 두 가족이 한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잘 이해할 때,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심리인류학(문화와 인성론)적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방법론을 통해 “심리적 고아psychic orphan”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심리적 고아가 탄생하는 과정과 그가 지향하는 사상 및 행동적 경향을 바탕으로 박정희의 생애와 사상을 분석한다.
심리적 고아는 모성의 공간에서 어머니를 둘러싸고 형제들과 벌인 싸움에서 작은 승리를 거둔 오이디푸스가 아버지 공간(공식적 가족의 공간)에서 아버지와 관계를 맺으면서 벌이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즉 심리적 고아는 소년기를 거치면서 자신이 동일시했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파괴된 경우, 현실의 아버지는 부정하지만, 더 이상화된 아버지를 추구하거나 동일시 대상을 보다 더 이상화된 다른 대상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논리적으로 보면, 한국 남성들은 누구나 정신적 고아 상태를 수없이 경험하며 성장하고, 어른이 된 이후에도 그 같은 상황에 자주 빠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주된 관심은 심리적 고아가 갖고 있는 정치적 함의이다. 심리적 고아가 겪어야 하는 대표적인 증상은 무엇보다 자신이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는 권위체로의 투신을 통해서 정신적 고아 상태를 벗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행동은 필연적으로 권위주의적인 정치 문화의 형성에 기여하게 된다. 박정희의 경우에는 이것이 존경할 만한 선배, 역사적 위인, 역사 그 자체, 국가, 단체 등에 대한 강력한 존경·숭배·동일시로 나타났다.

박정희를 움직인 세 가지 심리적 요인
이 책은 박정희의 전 생애를 살펴볼 때, 그가 크게 세 가지 심리적 요인에 의하여 움직였다고 본다. 첫째, 박정희는 어머니의 만족스러운 사랑 속에 양육되어 강력한 나르시시즘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나르시시즘은 손상받을 경우 강력한 권력의지로 변모할 수 있는 요소였다.
둘째, 박정희는 어린 시절 심각한 유기 불안을 경험하였으며, 대구사범 시절 “심리적 고아”가 되었다. 심리적 고아가 되기로 한 이 결정은 훗날 5·16쿠데타와 유신 추진 등과 같은 결정의 원형이었으며, 그의 국가주의적 정치사상 및 행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유기 불안”과 “심리적 고아 의식”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난 박정희의 지배적인 심리적 경향이었는데, 이런 요인들은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 경제적 안전과 안보상의 안전을 과도하게 인지하는 원인이 되었다.
셋째, 유년 시절의 가난 체험은 두 가지의 정신적 외상trauma을 남겼다. 하나는 가난 그 자체로 인한 배고픔과 같은 경험에서 생긴 외상이요, 다른 하나는 가난으로 인해 타인에게 의존하다보니 생긴 수치심으로 인한 외상이다. 그의 가난 체험이 근대화에 대한 의지를 낳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타인에 대한 의존으로 인한 수치심은 훗날 자주, 자립을 강조하는 사상으로 연결되었으며, 안보상의 안전에 대해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 두 가지 외상은 유기 불안과 결합된 심리적 고아 의식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박정희에게는 이러한 세 가지 요인이 그의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골수에 사무친 심리적 태도 또는 체험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모든 태도나 신념 체계, 정치사상과 행동에는 이러한 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박정희의 신념 체계, 목표 지향적 리더십 그리고 정치사상

신념 체계: 영웅 숭배, 종적 인간관계, 조급한 계몽주의, 지도자 중심 사상, 역사의식
박정희는 몇 가지 두드러진 태도 또는 신념 체계를 보였다. (1) 영웅 숭배, (2) 횡적 인간관계에 무능·무관심한 대신 종적 인간관계에 철저했던 성향, (3) “국민 도의의 확립”과 “교사적 태도”로 나타나는 조급한 계몽주의적 경향, (4) 민중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한 “지도자 중심 사상” 등이 그런 것들인데, 이것들은 그의 고아 의식과 일정한 관계를 갖고 있다. 또한 그의 고아 의식과 관련하여 그의 역사의식을 주목할 만하다. 그의 역사의식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갖는다. (1) 조상의 유산을 계승하여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조국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보았다. (2) 월남망국사와 같이 위기에 처한 민족 또는 한민족의 국난 극복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 경우 그는 위기에 처한 민족들의 역사를 거의 자신의 생애와 동일시했다. (3) 그런 역사 속에서 현재란 “무언가 획기적인 일”을 성취해야 하는 “특별한 시대 또는 위기의 시대”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역사의식은 주한미군 7사단의 철수 결정과 월남 패망으로 인해 1970년대에 더욱 두드러졌다. 그의 역사의식은 상호 모순적인 것도 많다. 예컨대 그는 추상적인 의미에서 역사를 존중했으나, 한민족의 구체적 역사 내용에 대해서는 “퇴영과 조잡, 무기력과 나태의 역사”라고 하는 등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또한 그는 5·16쿠데타를 기점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는 일종의 창업자적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같은 그의 역사관은 그 자체로 “심리적 고아”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인데, 전체적으로 그의 역사관은 그 자신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모종의 위기의식과 불안 의식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목표 지향적 리더십
박정희는 목표 지향적 리더십을 지향했다. 물론 모든 인간은 근원적인 의미에서 목표 지향적으로 행동하지만, 여기서 “목표 지향적 리더십”이라 함은, 그의 행동 방식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절차적 민주주의를 배제하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로 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편의적 수단이 아니라 골수에 사무친 원리로 갖고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리더십의 특성은 우월한 엘리트가 열등한 비엘리트를 지도해야 한다는 권위주의적 지도자 사상을 함축하며, “가난의 극복과 자립의 달성”이 강박적일 정도로 뿌리 깊은 그의 심리적 목표였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목표 지향적 리더십은 생존(가난)에 대한 불안과 이를 극복하려는 강력한 생존 의지가 결합된 것이며, 그의 정치사상이 갖고 있는 실체적 윤리성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또한 박정희의 리더십은 목표 달성과 관련하여 일체의 종교적·관습적·전통적 터부를 배제하려는 속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일정하게 마키아벨리적 근대성을 담고 있다.

정치사상: 국가주의_실체적 공동체 윤리
박정희의 정치사상은 국가주의로 요약된다. 그의 정치사상은 관념적인 사상 체계가 아니라 고도의 실천성을 가지는 7가지의 개별적인 사상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사상들은 서로가 미분화된 채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들 사상의 가장 상위 논리는 “실체적 공동체 윤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개인보다 가정, 단체, 군대, 국가 등 집단에 실체적 윤리성을 부여하고, 둘째, 개인들은 이 공동체에 대해 윤리적 관계를 형성할 때만 삶의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민주주의의 절차나 개인의 인권과 상관이 없는 이상사회와 관련이 깊은 사상이다. 박정희는 그의 성장 과정과 생애에서 단 1년도 민주주의를 학습할 기회가 없었으며,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일제강점기에 교사와 군인의 경험을 통해 형성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실체적 윤리를 내용으로 하는 국가주의적 세계관에서 단 한치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따라서 박정희는 민주주의에 반대했다는 의미에서 반민주주의자라기보다는, 그런 민주주의를 몰랐다는 의미에서 몰민주주의자 또는 무민주주의자였다.
이러한 “실체적 공동체 윤리”를 비판적으로 정리하면, 그는 근대적 개인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그는 개인이 그의 윤리가 개인의 내면이나 양심이 아니라, 국가와 단체에 대해 윤리적 존재임을 행동이나 직분의 수행으로 증명할 때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는 민주주의란 말을 사용할 때 절차적 관점에서 이해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란 어찌 되었든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실체적 관점에서 말하곤 했다. 따라서 그는 단순히 권력욕이 강해서 민주주의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민주주의를 몰랐고 민주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따라서 유신체제는 그의 정치적 사상과 행동과 아무런 모순이 없는 체제였으며, 오히려 그의 이상을 표현한 것이었다. 현실 세계에서 그의 정치사상은 국민 모두가 국가나 대통령인 자신을 중심으로 그가 제시한 목표에 따라 상호 협동해야 한다는 자기중심적인 전체주의적 속성을 띠게 되었다. 이중 “자기중심적인” 부분에 대해서 그는 자신의 애국심이나 지도력으로 인정받기를 원했으나, 그것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용납되기 어려운 사상이었다.
박정희의 정치적 행동은 한마디로 “모순적 행동론”에 입각해 있다. 그의 행동이 모순적이라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그는 자신의 행동 체계 안에 모순적이며 대립적인 요소를 수없이 병존시킨다. 둘째, 그는 자신이 천명한 원칙과 모순되는 행동을 서슴없이 행한다. 그러나 이는 그가 거짓말을 했다거나 진실하지 못했다는 의미와는 다른 것이며, 오히려 그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과도한 책임 의식과 윤리 의식 및 타인에 대한 불신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었다.
이렇게 볼 때, 그의 정치사상은 자신의 출생과 성장 과정에서 겪게 된 정신적 불안과 이를 비상한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결합된 것이었으며, 그의 모순적 행동론은 현실 세계에서 그 자신의 생존과 권력의지를 구체화하려는 실천적 행동 방식이었다.

5. 존재와 이상의 분열: 평범한 인간

박정희는 가난의 극복이라는 가장 낮은 계층의 절박한 요구에 누구보다 민감했다는 점에서 그의 정치적 동기는 인민주의적 요소마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추진하고 달성하는 과정에서 그는 엘리트주의적이면서도 조급한 계몽주의로 일관했으며, 결국에는 자신의 꿈과 불안을 지나치게 정치과정에 투입하는 “고독한 영웅의 해결책”에 의존했다. 또한 그는 스스로에게 부여한 사명감에 충실하려고 했으나, 그의 시야는 언제나 그 특유의 불안감으로 편협한 목표에 갇혀 있었으며 민주적 의사 결정이 가져다주는 힘을 신뢰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존재와 이상의 분열은 그의 생애 동안 영원히 계속되었으며, 양자를 수렴하기엔 그의 시대가 너무나 험난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침대 위에 누워 죽어가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이상을 접었던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박정희]가 사망한 직후 한동안 “버림받은 독재자”였다가 이제 “박제된 영웅”으로 기억되는 이 상황은, [……] 박정희가 상정했던 약육강식의 현실 세계의 반영이란 점에서 흥미로운 역사의 반복을 보여준다.(본문 363쪽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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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적이며 풍부한 내용이 마음에 든다
우왕 2014-08-05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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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교사의 한국현대사 산책 전집을 읽다가 박정희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어 이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박정희의 행동에 대한 심리분석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박정희에 대해 비판 혹은 옹호를 자유자제로 할 수 있겠더군요
박준오 2013-08-16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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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라는 개인의 삶을 정신심리분석의 관점에서 해부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시대를 이해하는 꽤나 주요한 텍스트로 생각됩니다.
킹킹킹 2016-12-07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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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라는 인간의 캐릭터는 확실히 독보적임. 이 독보적인 캐릭터의 기원을 추적함.
2017-07-0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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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 박사의 책들을 몇 권 읽었는데 그의 장점은 기성학계에서 잘 소화하지 못하는 소재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언제나 문제의식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책 역시 비슷하다.
청루 2016-11-06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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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인가, 영도자 인가



인간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독재자 또는 영도자로 나뉘고 있다.

유신 말기의 대통령 긴급조치 시대 - 유신 헌법에 대한 비방 금지, 억압 통치

보리고개로 부터의 탈출 - 수출 입국, 경제 발전, 통일벼

그는 억압하는 독재자 였는가, 위대한 지도자 였는가

어느 하버드 대학 교수는 경제 발전과 민주화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먼저 하여야 했을까

박정희 정권 초기에 필리핀은 우리나라보다 선진국이어서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필리핀으로 연수를 갔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의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위치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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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동 2009-02-08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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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박정희의 심리기제 분석

인간 박정희, 그는 누구인가?
정치적 측면 보다는 인간적 측면에, 더 정확히는 심리 기제 분석을 주로 한 책이다
그래서 제목도 "평전" 이다
정치 얘기는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박정희 시대에 관한 책은 즐겨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박정희라는 개인에 중점을 준다는 점에서 선택하게 됐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나귀님의 호의적인 리뷰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그러고 보면 내 독서의 폭은 이 분 때문에 많이 확대되는 것 같다

박정희가 "심리적 고아" 라는 식의 설명은 솔직히 별로 끌리지가 않는다
한 사람이나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설명 체계는 어쩐지 작위적, 혹은 결과론적이라는 느낌 때문에 신뢰가 잘 안 간다
박정희가 심리적 고아였다면,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적고, 부모와 반대되는 길을 가는 모든 사람이 다 고아일 것이다
한편으로 따지면, 고아 즉 부모와 결별한 사람만이 부모 세대를 뛰어넘어 업적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나처럼 부모에게 너무 밀착된 사람은 결국 부모가 원하는 길, 부모가 제시한 방향 이상으로 나가지는 못한다
이른바 모범생 컴플렉스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조갑제가 쓴 전기의 인용이 많다는 점이다
조갑제 하면 수구 꼴통 내지는 박정희 신도 같은 부정적인 생각 밖에 안 떠오르는데 그래도 다른 책에서 인용할 수 있을 만큼의 객관성이나 정확성은 확보하고 전기를 썼나 보다
책에서 언급한 대로 박정희와 김대중은 정 반대의 성향을 가졌다
두 사람의 전기를 같이 읽어 보고 싶다
강준만식의 인물 비평 같은 전기는 싫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꽤나 성실하고 우수한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전라도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나는 자유주의적인 김대중에게 더 끌릴 것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박정희식의 국가주의나 전체주의, 혹은 공동체 윤리적인 게 너무 싫다
그냥 싫은 게 아니라 너무너무 싫다
1970년대에 학교를 다니지 않은 점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아마도 사회부적응자가 되었을 게 뻔 하다
그렇다고 학생운동 세력이 되지도 않았을 것 같다
학생운동 진영 역시 권위적이고 민족주의적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개인의 자유가 공동체의 이익보다 앞서는 사회, 좀 더 양보하자면 최소한 비슷한 무게를 지니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다

박정희의 남로당 가입이 순전히 권력욕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동감하는 바다
당시 시대 상황에서 보자면 공산주의 사상에 심취했다기 보다는, 비정상적인 코스로 빠르게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쪽에 섰음이 분명하다
이를테면, 서울대 나와서 정통 관료가 되는 길로는 갈 수 없으니 대안을 선택했다고 해야 하나?
아빠가 고백한 것처럼 70년대는 학생운동이 또다른 대안적 권력잡기의 길이 아니었던가?
만약 그가 진실로 공산주의자였다면 한 번의 검거로 그토록 완벽하게 변절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저자의 분석대로 형 박상희의 죽음에 따른 울분과, 형 덕분에 남로당 고위층에 가까이 갈 수 있었다는 점이, 그에게 공산주의자라는 신분을 부여했을 것이다

박정희가 능력있는 군인이라는 점이 자주 언급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꽤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다
독재자,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 파시스트 대략 이런 게 박정희에 대한 내 이미지였는데, 상당히 객관적인 저자의 서술에 따르면, 박정희는 나름대로 사상도 있고 확고한 행동력과 능력을 갖춘 유능한 군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긴 남로당 사건으로 숙청될 위기에 몰린 그가, 한국전쟁 중에도 군에서 복무하고, 반공이 국시인 나라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저자의 말마따나 뛰어난 실력이었을 것이다
과거청산을 못하고 친일파가 국가의 요직을 점령한 점은, 민족기강 면에서 보자면, 혹은 인과응보 법칙에서 보자면 통탄할 일이지만, 그나마 교육을 받고 국가경영을 할 만한 집단은 기존의 관료나 군인들 밖에 없었을 것 같다
미국이나 이승만 입장에서 친일파 관료 집단을 받아들인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따지면 단지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능력의 검증도 없이 국가의 중요 직책을 맡는 게 온당하냐는 의문이 생긴다
결국 민주화 운동 내지는 독립 운동은, 또다른 권력획득으로 보상받는 게 아니라 시민 사회의 존경과 국가의 경제적 보상 수준에서 마무리 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육영수와의 결혼 이야기는 로맨틱한 구석이 있다
대단한 부잣집 딸이었던 육영수가 가난한 군인에게 끌려, 그것도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전쟁터에 결혼을 감행했다는 점은 특이할 만한 점이다
확실히 박정희에게는 사람을 끌 만한 카리스마가 있었던 것 같다
육영수는 아버지의 비서 노릇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뜻을 받들었던 것처럼, 박정희를 깍듯히 섬겼다
강요되지 않았다는 점, 이를테면 자발적이었다는 느낌 때문인지 기존의 가부장제에 대한 거부감과는 다르게, 아름답게 느껴졌다
저자에 따르면 이 부부는 완벽한 커플십을 자랑했다고 한다
육영수가 죽은 후 박정희가 심리적으로 심한 방황과 갈등을 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박근혜는 그녀의 어머니가 청와대 내의 야당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육영수는 박정희가 원하는 대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내조를 했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그녀의 스타일로 봤을 때 남편 뜻을 크게 거스르면서 자유와 평등을 설파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상당히 전통적인 여성이었던 것 같다
육영수의 아버지 육종관은 얼마나 부유했던지 소실을 다섯이나 거느리고, 자식이 22명이나 됐다고 한다
재력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런 대단한 사람이 정실 부인에게서 낳은 딸을, 그것도 비서 역할을 잘 수행해 내던 신뢰하던 딸을, 재취로 줘야 했으니 꽤나 반대가 심했을 법 하다

상관에게는 철저하게 복종하고, 아랫사람들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베푸는 식의 종적인 인간관계에 익숙한 박정희는, 반대로 동료들과의 횡적인 관계는 서툴렀다
이거야 말로 아빠의 특성을 보는 것 같다
아빠 역시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아랫사람에게는 자애로움과 변치않는 애정을 보이고, 반대로 힘있는 윗사람은 깍듯이 모신다
그런데 정작 본인과 위치가 비슷한 동료들과의 관계는 서툴다
아빠의 경우는, 동료들보다 특별히 나은 위치에 서지 못해 인간관계 자체를 회피하는 식으로 풀었던 것에 비해, 박정희는 아빠보다는 훨씬 능력있는 시대의 인물이다 보니, 그들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평전을 읽을수록 아빠가 박정희와 비슷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을 숭상하고 횡적인 관계에 약하고 반대로 종적인 관계에서는 강하고, 남을 제압하려고 하고 소탈하고 적자생존 논리에 동의하고 권위주의적인 면 등등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아빠가 학생운동을 했던 것도 박정희가 남로당에 가입했던 것처럼 정상적인 루트로 권력을 잡지 못한 상황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안이었던 것 같다
나는 아빠를 사랑하고 특히 아빠와 많은 부분에서 기질적으로 일치하지만, 권위주의적이고 공동체적인 면은 매우 싫어한다
우리가 갈등을 빚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다
이를테면 나는 유교적 가치나 공동체 윤리 측면의 전체주의적인 부분을 싫어한다
꼭 결혼을 해야 하는가, 꼭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 등과 같은 유교적인 도덕 부분은 우리가 늘 갈등하는 부분이다
박정희와 기질이 매우 비슷한 아빠가 정작 박정희에 반대하는 데모를 하다가 청춘을 바친 걸 보면 아이러니 하면서도, 절대 공산주의자가 될 수 없던 박정희가 남로당에 가입했던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박정희가 생존 문제에 집착했다는 점은 내 기질과 비슷하다
이 점은 아빠와 내가 다른 점이기도 하다
내가 여자인 탓도 있겠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비정치적이고 권력을 잡는 문제에 대해 매우 무관심하다
다만 나는 가난이라던가 경제적 의존 같은 문제에는 너무너무 민감하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용감하게 자유를 찾아 떠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그 경제적 생존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나는 돈 문제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도 될 상황이다
나 역시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고 내가 그토록 동경해 마지 않는 예술적인 관람자 생활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질상 절대로 그런 낭비적인 삶을 살 수 없다
경제적 생존 문제는 나를 넘어 우리 가족에게까지 확대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박정희는 가족은 건너 뛰고 바로 국가나 민족에게로 확장시켰던 것 같다
저자의 지적처럼 심리적 고아이다 보니, 가족의 가난 극복은 뒷전이고 (어쩌면 형 박상희에게 일임하고) 민족의 생존 문제에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나는, 심리적 고아는 절대로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지나치게 가족 의존적이기 때문에)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아마도 나는 죽는 날까지 우리 가족의 경제 문제에 매달릴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위해 사치하는 날은, 내 기질상 죽는 날까지 오지 않을 것 같다
명품을 사고 비싼 차를 사는 것 같은 사치가 아니라, 오페라를 보고 책을 모으는 문화적 종류의 사치까지도 말이다

저자가 일찍 타계했다는 점은 참 아쉽다
"남자의 탄생" 도 참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만약 그가 살아 있었다면 박정희의 딸 박근혜에 대한 분석도 시도했을 것 같다
박정희가 근대 사회에 남긴 흔적을 생각해 보면, 박근혜가 과연 정권을 잡을 수 있을지 문제도 퍽 흥미롭다
여자라는 결정적인 이유 때문에 아마도 힘들 가능성이 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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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7-07-10 공감(2)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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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지도자 아니면 독재자



1945년 우리 역사가 일제의 강점을 지나 해방을 맞이하면서 기억하기조차 힘든 여러 사건들과 지도자들이 명멸해갔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박정희라는 인간처럼 논쟁의 정점에 서있는 지도자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소위 386세대도 아니며 지금 20대의 직장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

박정희라는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도 복잡하고, 뭐라고 단정내리기 힘든 부분이 많아 이 책에 큰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이 책에서 약간 아쉬운 점만 몇가지 뽑자면,

하지만 내가 너무 기대를 가진듯하다. 나보다 위의 리뷰를 올리신 독자분이 지적하신 점과 마찬가지로 문체자체도 건조하고 맛깔난 부분이 없었다.(하지만 이 챡은 논문을 보다 쉽게 다듬여 내놓은 글이니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두 번째로 박정희라는 인간자체를 정신분석학 개념인 심리적 고아라는 개념으로 글을 풀어내고 있는 저자의 의견에는 나는 약간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을 나도 접해보고, 대학시절 프로이트와 라깡 세미나도 참석하며 공부해 봤지만, 정신분석학으로 접근해서 사람을 분석할 때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 몇 명이나 나올까?

이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내가 본 책들과 공부해 본바에 따르면 나의 결론은 이랬다.

인간 박정희를 심리적 유아라는 개념으로 파악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점들만 제외한다면, 분명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나온 박정희에 대한 연구서로서, 선구자적인 가치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저자인 고 전인권 박사도 이 글을 쓰면서 얼마나 많이 고심하고 생각하고 연구하며 글을 써 냈을지 생각해본다.

죽음앞에서 한 없이 약해지는것이 인간이라 나 또한 이 리뷰를 쓰면서, 감정이 약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건 아닌거 같다.

이 책은 분명 좋은 책이고 뛰어난 학술서이다.

고 전인권 박사의 노력에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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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82105 2008-01-26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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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적 접근, 그 양날의 검.



말 그대로 박정희 평전. 박정희의 정치 사상과 행위를 전기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박정희 개인의 심리적 연원을 파헤쳐 그의 행위를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사용하는 핵심적인 개념은 '심리적 고아'와 '정신적 제왕'이다. 얼핏보면 모순되는 것 같은 두 개념이 박정희의 행위나 사고방식에 모두, 그것도 동시에 나타난다. 박정희가 모순처럼 보이는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서민과 함께 막걸리를 들이키는 그의 모습은, 실은 그가 제왕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박정희는 자신과의 관계가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에 있는 사람과는 거의 모든 곳에서 갈등을 일으키거나 불만을 가졌다.



박정희는 자신의 과거와 '청산적 단절' 또는 '단절적 청산'을 반복하며 인생을 영위해온 정신적 고아였다. (106쪽)



이 모든 것은 그가 어렸을 때부터 겪었고 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선택했던 '심리적 고아' 상태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 심리적 고아 상태는 박정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가족 제도 및 문화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여기서 고아 상태를 박정희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선택했다는 점이 중요하며, 그 선택은 박정희가 현재를 항상 위기 상황으로 인지하게끔 만들었다. 유신체제 또한 그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그가 현재를 언제나 위기 또는 긴급 상황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254쪽)



크게 보면, 유신 체제 또한 그가 현재를 항상 긴급 상황으로 이해했던 특유의 시간개념, 역사인식과 관련이 있다. 그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몰역사적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현재가 위기 상황이라는 점만을 강조하고 부풀릴 뿐, 왜 지금 이 위기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절의 언급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단히 도식화하면, 위기가 왔기 때문에 사심이 없는 내가 집권해야 한다. -> 집권 -> 위기다. -> 그러니까 내가 집권해야 한다. 라는 어이없는 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위기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 또한 모순에 가득 차 있다.



(1) 위기가 발생하면 또 다른 위기를 조장한다. (2) 두 위기는 모두 막상막하의 나쁜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규정한다. (3) 박정희 자신은 사심이 없으므로 그런 위기와는 관련이 없다. (4)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등과 같은 주장을 펼 수 있는 근거를 만들도록 사건을 조작한다. (213쪽)



따라서 저자는 박정희의 정치적 사고과 행동은 "모순적 행동론"에 기초한다고 주장한다. 즉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행동 원리를 자신의 행동 체계 안에 수없이 많이 공존시켰다"(353쪽)는 것이다. 결론 부분에 정리된 박정희의 모순점은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그는 정치를 행정화하고 행정을 정치화했다"(357쪽)는 지적은 그야말로 촌철살인이다.



이 책은 저자의 박사논문을 출판한 것인데, 그 점을 감안하면 박사논문으로서의 미덕을 잘 지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쟁점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으며, 자신만의 관점을 뚜렷하게 관철시킨다. 그 와중에 자신의 논문이 기존의 연구들 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도 명민하게 살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박정희 관련하여 출판된 책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객관성을 유지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역시나 문제가 되는 건, 이 책이 심리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장점이 또한 단점이 되는 것이다. 심리학적인 접근을 한다는 그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지만, 결론적으로는 모든 것을 개인으로 소급한다는 인상을 준다. 이 책에서도 이미 그 점에 대해 조심하고 있다고 스스로 언급하고 있지만, 내 생각에 그 위험을 완전히 피해가지는 못한 것 같다. '심리적 고아'라는 개념 자체가 애매한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그와 같은 경험을 하거나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모두 박정희처럼 행동했던가라는 다소 유치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유치하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만약 그것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굳이 박정희의 정치적 사상이나 행위의 근원을 유아기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또 저자는 기존 박정희 연구에서 프로이트의 방법을 적용한 것과 달리, 자신은 한국의 가족 제도 및 문화를 감안하여 변용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애초에 프로이트의 방법을 도입해야할(그대로 적용하든 변용하든) 이유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이미 유명한 이론이기 때문에 적용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것일텐데도, 이 이론이 적합하다는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박정희의 정치 행동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유신체제에 대해서 심도 있는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박정희는 민주주의와 아무련 관련이 없다는 의미에서 몰민주주의자 또는 무민주주의자였다. (15쪽)



저자는 박정희에 대해 이런 정의를 내리기도 하는데, 이 정의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박정희가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교육을 받지 못했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의 시대에 민주주의를 '제대로' 교육받고 이해한 인물이 몇이나 된다는 말인가? 솔직히 독재에 반대했던 민주화 세력 중에서도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한 인물이 몇이나 되었을까? 박정희를 반민주주의자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몰민주주의자, 무민주주의자로 이해하면 무엇이 달라진다는 말인가? 오히려 이런 표현은 박정희를 더 깊게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오해와 왜곡을 위한 표현으로 오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 저자의 의도가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굳이 이런 정의를 함으로써 추구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심리학적 접근이 매우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모든 것을 개인으로 소급시키고 또 그를 이해하려는 일방적인 태도로 문제에 접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정치적 행위와 사상을 이해하는 것과 그 개인을 이해하는 것. 여기에서 '이해'의 맥락은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박정희를 "공적 인간"이었다고 인정하지만,



그는 비록 영웅주의적 방식이긴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공적 세계에 투입한 "공적 인간"이었으며, 자신이 제시한 공적 목표에 전력투구하는 책임감을 보였다. (348쪽)



이런 사고 방식이나 행동이 가능했던 것은 공적 세계를 자신의 세계와 완전히 일치시켰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인간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다.



한 개인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중요한 일이란 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더군다나 그 인물이 한 시대를 어떤 방식으로든 휘저은 인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개인에 너무 함몰하게 되면, 결국 모든 것을 결과론적으로만 이해하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짜증이 났던 부분이 그것이다. 정말 고아도 아니었던 그가 그랬다면, 거기다 그것이 적극적인 선택이었다면, 정말 고아였던 사람들에게서는 어떤 행위와 사고 방식이 나오는가?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패턴을 가진다고 할 수 있는가?) 아무리 저자가 그런 저급한 수준의 비판을 미리 차단한다 하더라도 결론이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 하나 거슬리는 것. 왜 이런 정치학 쪽의 책에는 쓸데 없이 영어를 덧붙이는 걸까? 예를 들어 "이 책은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political thoughts and actions을 전기적 관점biographical approach에서 분석, 종합한 박정희 평전이다." 정치사상과 행동이라는 용어가 어떤 특이한 이론에서 나온 용어가 아닐진데 이렇게 굳이 영어를 뒤에 붙이는 건 좀 불편하고 꼴사납기까지 하다.



이런 일부 짜증나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여전히 이 책은 박정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저적임에는 틀림없다. 아마도 저자가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더 완성도 높은 저작이 나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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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뜬별 2014-02-06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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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그는 누구인가?



박정희 경우, 내 머리속에 뚜렷하게 각인된 것은 10.26이 일어난 다음날인지 아니며 그 다음날인지 모르겠지만, 밥상에서 어머니가 "대통령이 죽었대"라고 말하면서 불안해하던 모습으로 기억된다. 사실, 박정희가 죽었을 때 나는 국민학교 2학년이었으며 매일 5신가 6시 쯤에 길을 가다가 국기게양식때 멈춰서서 가슴에손을 얹고 서있었으며 또한 국민교육헌장을 외우지 않은 관계로 선생한테 맞고 다녔다.

하지만, 아버지가 공무원이다 보니 늘 박정희 찬양조의 얘기를 하셨고 특히 전라도에 대한 이유없는 지역감정을 토로하셨다. 그러다 보니 나의 유년시절에는 박정희는 늘 성가신 존재이자 아버지한테는 영웅이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그러다 한참을 잊고 살다가 대학에 가서 전두환,노태우의 광주민주화항쟁을 제대로 알면서 박정희에 대해서 알고 싶었지만, 그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의 상반된 평가라서 그런지 별로 와 닿지 못했다.

그러다, 강만준의 한국현대사 시리즈의 40년대, 50년대를 읽고나후 60년대의 첫권을 읽어가면서 박정희에 대해서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을 찾다가 전인권의 박정희 평전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가 언급했듯이 전기적 관점에서 평전을 쓰는 것이며 또한 박정희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점이다.

전인권의 경우 박정희의 태아시절부터 일본육사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경험이 "심리적 고아"라고 주장하며 그것을 기제로 하여 그의 정치와 사상 및 행동의 일관된 면을 추적하고 있다. 사실, 정신분석학적 개념을 가지고서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추는 것은 환원론적인 관점이지만, 일견 모순되어 보인 그의 행동의 일관성을 지적했다라는 점에서는 아주 효과적인 접근방법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심리적 고아가 추구하는 생존의 게임에서 중요하게 박정희가 생각한 것은 자주국방 및 경제였으며 나머지는 특히 민주주의 및 국민은 상기 목적에 부합되는 도구적 개념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 조직의 관리자로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유용한 점이 있다면 리더로서의 그의 탁월한 목표설정 능력과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개방적 태도 및 현장점검에 있다. 비록, 그가 과거의 인물이었더라하더라도 현재 조직의 관리자들이 기본적으로 가져야할 태도이지 않을까 한다.

오래만에 좋은 책을 보게 되서 좋았지만, 저자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또 다른 지적 멘토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어서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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