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2

김대호 - 한강씨는 황석영, 고은, 백낙청 같은 저질 좌파는 아니다

(2) 김대호 - 내가 아는 한, 문학, 특히 소설은 갈등을 날줄로 작가의 독특한 감수성과 문체를 씨줄로 짠 천이다.... | Facebook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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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한, 문학, 특히 소설은 갈등을 날줄로 작가의 독특한 감수성과 문체를 씨줄로 짠 천이다. 
갈등은 인종, 민족(부족), 이념, 종교, 성, 세대, 계층(빈부), 노자, 지역 갈등과  국가(폭력) VS 선량하고 힘없는 광주&제주 시민(?) 간 갈등 등 너무나 다양하다. 
문학, 특히 소설은 아무래도 약자, 소외자, 패자, 피해자의 관점에서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한을 노래하는 것이 주류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단순무식하게 좌우파 프레임으로 재단하면 
문학, 특히 소설(가)의 90% 이상은 
아마 소외된 사람=비주류 내지 좌파적 관점과 가치를 체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한강이 5.18이나 4.3을 
좌파적 관점에서 여성(개인)의 감수성으로 노래했다고 해서 분노하거나 걱정할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원래 그런 것이고, 
한강씨는 적어도 문학을 문선대의 선동 춤 비슷하게 여기는 황석영, 고은, 백낙청 같은  저질 좌파는 아니니!! 

(좌파 문학의 대척점에는 우파 문학이 아니라 예술성 높은 문학이 있다던가?)  
중국이나 북한이라면 당의 공식 입장에 반하는, 그래서 검열에 걸려 작가가 (솔제니친처럼) 수용소에 끌려갈만한 그 사회 기준으로는 비주류/소외자/좌파 작가의 문학성 높은 작품 몇 편이 영어, 불어, 독어, 스웨덴어 등으로 잘 번역이 된다면 노벨문학상 후보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추측컨대 중국의 노벨문학상은 아마 도시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농민공의 아픔을 노래하거나  죽음의 고통을 겪는 티벳이나 신장위구르 출신의 감수성 예민한 소설가나 시인이 차지하지 않을까 한다.  당연히 일정한 문학성과 번역과 노벨상 선정위원회의 정치적 판단의 종합이겠지만! 

추측컨대 한국어를 쓰는 수상자는 10~20년 내에 또 나오지 않을까 한다. 탈북자나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출신의 글 재주 있는 작가라면!!  사실 이들의 눈에 비친 인간과 국가와 세계는 인류 보편적 공감대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가자 지구에서 죽음의 고통을 겪는 팔레스타인 작가나 러-우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작가도 인류 보편적 감성에 부합되는 작품을 몇 개 쓴다면 가능할 것이다. 

노벨 평화상은 철저히 정치상이고, 노벨 문학상도 그에 버금하는 정치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정치는 좋은 의미의 정치다. 인류 보편적 이해와 요구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5.18과 4.3에 대한 한강씨의 인식에 전혀 공감이 가지 않지만, 한국인의 50% 내외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흉포한 국가와 힘없고 선량한 시민의 갈등으로 해석한다. 사실 나도 젊었을 때 빠진 편견이다. 
지금도 한국인 50% 내외와 (한국의) 역사와 현실을 잘 모르는 선진국 지식인 대다수가 가진 편견일 것이다. 
그리고 남성과 다른 여성 특유의 감수성도 절감했다. 그래서인지 (시는 몰라도) 소설은 읽으면, 작가가 여성인지 남성인지는 십중 팔구는 맞힐 수 있을 것 같았다.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북한을 언급하지 않아서 유감이었다) 등지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얘기하면서 노벨상 수상 기념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한 (아버지 한승원이 전한) 작가의 말에서 그 감수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요컨대 세계의 절반인 여성의 감수성으로, 현재 인류의 보편적 갈등 중의 하나인 국가(폭력)와 시민의 갈등처럼 비친 5.18과 4.3을 빼어난 문체로, 그것도 중국, 일본, 대만, 필리핀, 방글라데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인이 아닌 한국인이 노래했으니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가 선정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축하할만한 일이고, 분노하거나 걱정할 일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원래 좌파적이고, 작가가 역사와 현실을 입체적으로, 실사구시적으로 보는 것은 원래 어렵고, 한강씨는 비록 좌파적 관점은 가지고 있을 지라도, 윤석열 탄핵-조국 수호를 외치는 저질 극좌파는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쯤에 황석영의 <철도원삼대> 외에 586운동권의 위선과 타락을 노래한 소설 2권을 읽었다. 

그런데 소설가들이 총천연색인 역사와 현실을 흑백 단색으로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이 훨씬 드라마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이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기대가 컸던 황석영 작품이 특히 실망스러웠다. 

읽어 보진 않았지만 한강씨의 작품은 황석영 작품 보다는 덜 이념적(반역적) 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사 봐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0.001%도 생기지 않는다. 한 5~10년 쯤 후에, 진짜 시간이 넘치면,  한번 쯤 읽어 볼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한강씨의 노벨상 수상작은  K-팝이나 김치나 비빔밥처럼, 인류 보편적 공감을 일으키는 한류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담담하게 축하할 일이다.


국관호
무조건 노벨상의 권위를 인정하고 축하합니다. 보정된 사진도 원판은 불변이듯이 번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2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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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
13세에 흘렸다는 눈물.
글쎄요.
그 사진을 보여준 아버지.
한국문학계에 차지하는 그의 영향력이 🏆이라는 물질에 다가가게끔 만들었을 수도.
한강의 모든 작품들을 읽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번역 탓으로 돌리면 됩니다.
소설이 역사로 완벽하게 둔갑되는 그날, 어쩌면 대한민국엔 과거만 존재할 것입니다.
한국의 히스토리를 감히 노벨재단에서 일개 소설가의 감상문으로 대체하다니요.
체험과 미체험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음을 넘어서려는 시도는 SF에 족합니다.
7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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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man Shin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을 단지 가공된 허구로만 보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는것 같습니다. 특히 역사를 각색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인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나라다보니 이미 선동영화를 통해 전두환이 김일성보다 더 악마적인 인물로 매도된지 오래라..
위선과 왜곡을 대리석 위에 새겨 박아버린 느낌이 듭니다.
1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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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 Ban
많은 분들이 노벨상 수상에 대해서 평가했지만 김작가님 코멘트가 젤 공감이 가네요
1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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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endaychule Sheen
정답입니다.
9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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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래
기쁘게 축하하면 될일
7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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