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2

알라딘: [전자책] 채식주의자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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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노벨문학상, 한강
[eBook] 채식주의자 (개정판) 
한강 (지은이) 창비 2022-03-25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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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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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2016 부커상 수상작"
2007년 출간된 연작 소설집. 2015년 말 영문명 '더 베지터리언'(The Vegetarian) 영국에서 출간된 후, 가디언, 인디펜던트지 등 유수 언론으로부터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이 책으로 한강은 한국인 최초로 부커상을 수상했다.

한 여자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이 되고, 함께 살던 남자는 그녀를 화분에 심는 이야기(<내 여자의 열매>)에서 이 이야기는 출발한다. 표제작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이 죽어가는 개에 대한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점점 육식을 멀리하고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하는 '영혜'를 주인공으로 공유하며 교차한다. 단아한 문체, 밀도있는 구성으로 섬뜩한 아름다움을 형상화한다.

"여전히 계속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아름다움과 빛과 같이 어떻게도 파괴될 수 없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하는 소설가 한강의 길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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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MD 김효선 (2024.10.11)



8.5
100자평 20편
리뷰 18편
세일즈포인트 193,302
파일 형식 ePub(39.19 MB)
가능기기 크레마 PC IOS Android
TTS 기능 지원
276쪽 (종이책 기준)
ISBN : 9788936492373


책소개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입지를 한단계 확장시킨 한강의 장편소설.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 상상력의 강렬한 결합을 정교한 구성과 흡인력 있는 문체로 보여주며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한강만의 방식으로 완성한 역작이다.

소설에는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가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서술되며 영혜는 단 한번도 주도적인 화자의 위치를 얻지 못한다.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부장의 폭력, 그리고 그 폭력에 저항하며 금식을 통해 동물성을 벗어던지고 나무가 되고자 한 영혜가 보여주는 식물적 상상력의 경지는 모든 세대 독자를 아우르며 더 크나큰 공명을 이루어낼 것이다.



목차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새로 쓴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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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P.50~51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P.72
어떤 고함이, 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 고기 때문이야. 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 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 틀림없어. 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 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캄캄한 창밖으로 달려나가고 싶어. 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 그럴 수 있을까.

P.128
이 모든 것을 고요히 받아들이고 있는 그녀가 어떤 성스러운 것, 사람이라고도, 그렇다고 짐승이라고도 할 수 없는, 식물이며 동물이며 인간, 혹은 그 중간쯤의 낯선 존재처럼 느껴졌다.

P.210
언니.
영혜의 낡은 검은 스웨터에서 희미한 나프탈렌 냄새가 났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영혜는 한번 더 언니, 하고 속삭였다.
언니. ……세상의 나무들은 모두 형제 같아.

P.237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선량한 인간임을 믿었으며, 그 믿음대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성실했고, 나름대로 성공했으며,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락한 가건물과 웃자란 풀들 앞에서 그녀는 단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밑줄긋기
멋지다마라송
어두운 숲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뾰죽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헤치느라고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어.
분명 일행과 함께였던 것 같은데,
혼자 길을 잃었나봐.
무서웠어. 추웠어.
얼어붙은 계곡을 하나 건너서,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독자들의 마음에, 꿈에 오래도록 머물
채식주의자
@한강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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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1녹챠별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P.25감자공주
봄이 올 때까지 아내는 변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풀만 먹게 되긴 했지만 나는 더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변하면 다른 한 사람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P.110감자공주
그제서야 그는 그녀의 표정이 마치 수도승처럼 담담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나치게 담담해, 대체 얼마나 지독한 것들이 삭혀지거나 앙금으로 가라앉고 난 뒤의 표면인가, 하는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는 시선이었다.

P.203감자공주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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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한강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최근작 : <소년이 온다 (10주년 한정 특별판, 양장)>,<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총 40종 (모두보기)
1970년 겨울에 태어났다.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맨부커 인터내셔널, 말라파르테 문학상, 메디치 외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다. 2024년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인터내셔널 부커상, 산클레멘테 문학상 수상작
전세계가 주목한 한강의 역작을 다시 만나다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입지를 한단계 확장시킨 한강의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를 15년 만에 새로운 장정으로 선보인다. 상처받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 상상력의 강렬한 결합을 정교한 구성과 흡인력 있는 문체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한강만의 방식으로 완성한 역작이다.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그리고 아마도 그들의 꿈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라는 평을 받으며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던 『채식주의자』는 “미국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독자들과 공명할 것으로 보인다”(뉴욕타임스),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다”(가디언)라는 해외서평을 받았고 2018년에는 스페인에서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는 등 전세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100만부 가까이 판매되었다.
『채식주의자』는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가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장편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은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서술되며 영혜는 단 한번도 주도적인 화자의 위치를 얻지 못한다.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부장의 폭력, 그리고 그 폭력에 저항하며 금식을 통해 동물성을 벗어던지고 나무가 되고자 한 영혜가 보여주는 식물적 상상력의 경지는 모든 세대 독자를 아우르며 더 크나큰 공명을 이루어낼 것이다.

폭력과 아름다움의 처절한 공존
여전히 새롭게 읽히는 한강 소설의 힘

2007년 창비에서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2010년부터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번역 출간돼왔으며 2015년 문학의 명문 출판사인 포르토벨로가 영어판을 낸 뒤 영국 포일스(Foyles)서점에서 소설분야 톱10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2016년 미국 최대 출판그룹 중 하나인 펭귄랜덤하우스 그룹의 문학전문 임프린트 호가드(Hogarth)에서 미국판이 출간된 이후에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시카고트리뷴』 『라이브러리저널』 등을 비롯해 다수의 유력 매체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위클리』는 ‘2016년 봄, 가장 기대되는 주목할 소설’ 중 첫째로 『채식주의자』를 꼽기도 하는 등 빠르게 화제의 중심에 올라선 바 있다. 그리고 드디어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세계적인 작품으로 자리했다.
『채식주의자』의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 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아내 인혜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다. ‘나’는 영혜를 찾아가 비디오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청한다. ‘나’는 결국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영혜와 교합한 뒤 비디오작품을 촬영하고 다음 날 벌거벗은 두 사람의 모습을 아내가 발견한다. 3부 「나무 불꽃」은 가족들 모두 등 돌린 영혜의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인혜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인혜는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만나고, 영혜는 자신이 이제 곧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각인된 폭력의 기억 때문에 철저히 육식을 거부한 채로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영혜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다른 생명에게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는 무해한 존재를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 본질에 대해 쉼 없이 질문하며 ‘고통’에 대해 천착해온 작가는 이번 개정판을 출간하며 “고백하자면 이 책에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 하지만 귀밑머리가 희어지고 어느 때보다 머리가 맑은 지금, 나에게는 이 소설을 껴안을 힘이 있다. 여전히 생생한 고통과 질문으로 가득 찬 이 책을”(새로 쓴 작가의 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채식주의자』는 지금까지 40개국 이상에 판권이 수출됐다. 올해 9월에는 연극으로 제작되어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 뒤 12월 벨기에 리에주극장에서 해외 관객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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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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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만났기에 개정판인 이 도서를 만났다. 작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에 다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작품을 읽었던 시간이었다. 가족이라는 집단을 구성하는 우리들은 얼마나 서로를 알고 있을까? 부부, 부모와 자식, 형제들은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는 집단일까? 이 작품의 친정아버지가 결혼한 딸에게 빰을 때리는 장면은 영혜라는 딸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베트남 참전용사인 친정아버지. 그의 자랑하는 모습과 딸들에게 보여준 폭력성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뺨을 맞고,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었던 두 자매를 계속 부여잡으면서 작품을 다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 소설이다.



영혜의 긴 시간들을 차분히 떠올려보게 한다. 성장기와 결혼생활, 그녀의 표정과 말까지도 우리는 떠올려보게 한다. 그녀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 남편이 아내인 영혜를 타인처럼 거리를 두기 시작한 병원에서의 모습까지도 기억하게 한다. 사건이 일어나서 병원으로 실려간 그날 영혜는 철저하게 혼자였음을 작품은 짚어준다. 부모도, 남편도, 형제들도 영혜의 식습관에 이해보다는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강요하며 억압하는 모습이 폭력적으로 일어나는 날이었다.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것에, 이유에 대해서도 사회가 보는 시선은 부드럽지 않았다는 것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남편이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도 자기중심적인 모습이었다. 사랑하니까, 함께 여생을 보내고자 하는 결혼이 아닌 결혼생활이 얼마나 건조한 것인지 이 작품의 부부을 보면서 느끼게 한 작품이기도 했다. 언니 부부의 모습에서도 놀라움과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남편의 무책임한 행동들은 아내와 자식에게도 서슴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감정을 끝없이 숨기면서 인내하는 아내의 모습도 위태롭기까지 했다. 아들이 꿈을 꾸고 나서 엄마품에서 우는 날 그녀가 아침에 보여준 모습들. 두 자매의 외줄타기 곡예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 작품이었다. 영혜의 모습이 곧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지한 언니의 삶도 아프게 그려지는 소설이었다. 아이가 아빠가 집에 있냐는 질문에 그녀가 아이에게 대답하는 대화도 결코 가볍지가 않았던 장면이었다.



우리집에 아빠 있어? 아이가 아침마다 던졌던 질문.

없어. 아무도 없어. 너랑 엄마만 있는 거야. 언제까지나 그럴 거야. 196



자신의 삶을,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것과 견뎌왔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짐작해 보게 된다. 두 자매의 인생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생각하게 한다. 썩어서 문드러진 시체 같은 꿈속의 얼굴이 곧 자신이었다는 영혜의 말은 큰 웅덩이가 된다. 육체만 있을 뿐 영혜는 이곳에 있지 않다. 그녀가 꾼 꿈들의 얼굴들과 언니가 꾸는 꿈속의 자신의 얼굴도 상징적으로 전달된다.



썩어서 문드러진 시체 같은, 피투성이일 때도 있고, 아주 낯익은 얼굴, 낯선 얼굴... 달랐던 꿈속의 얼굴 171



유독 꿈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들과 인물들의 눈이 자주 등장한다. 작품은 사회가 강직하게 보여주는 문화와 규율, 규범, 당위성, 타인의 시선과 시기와 의심, 혐오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촘촘하게 등장시켜준다. 무책임하고 방관하는 가족들의 모습들도 놓치지 않는다. 이해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정신병원에 넣은 사람이 가족이었다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치료하는 모습이 최선이었는지도 질문하게 된다. 육식을 강요하는 가족의 모습들, 채식을 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시선은 호의적이지는 않는 모습이 작품에 흐른다. 나와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배타적인지 사회인지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텅 빈 두 눈 129

사막같은 얼굴 127

정신병원 가지요? 버스 승객들 시선. 의심과 경계, 혐오와 호기심이 얽힌 그들의 시선 181

오랫동안 혼자여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시선 181

눈에서 빛이 꺼진 것 228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 268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시선. 어린아이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이 담긴, 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눈... 아무것도 눈동자에 담아본 적 없는 것 같은 시선. 177

주변의 시기와 험구 160



꽃, 나무, 숲, 비. 물구나무를 서는 영혜의 세상은 동물의 세계가 아닌 식물의 세상이었다. 뿌리가 되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비를 맞고 땅으로 흡수된 것이 나무에 흡수되는 순환의 세상이었던 영혜가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프게 그려지는 고통이었다. 누구도 영혜를 헤아려주지 않았고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그녀의 아픔은 긴 시간 속에 새겨진 가족이 그려낸 것들이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자두, 복숭아, 수박까지도 거부한 그녀의 고통과 분노, 아픔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병원에서도.



'새로 쓴 작가의 말'을 연거푸 되새기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만큼이나 이 작품을 기억할 것 같다. 믿고 읽었던 작가의 소설이었다. 수위가 높아서 다소 놀라웠지만 한글이 그려내는 문장의 전달력에 또 한 번 감동하면서 마지막까지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시간들과 작품성에 놀라워하면서 읽은 소설이었다.



잔인한 무책임의 죄. (아이꿈. 엄마새. 그날의 새벽.남편의 무책임 ) 266

(남편) 전부를 걸고, 전부를 잃었다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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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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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4.5점을 주고 싶지만 현재 별점이 8.1 이라서 평균을 높이기 위해 5점을 준다.







독서모임에 선정되어서 다시 읽게 되었다.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해서 이슈가 되었던 책이다. 그 때 읽고 8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읽었다. 역시 좋은 책이고 다시 읽었을 때 다르게 보이는 지점들이 있어서 좋았다.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책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더 찾아보고 싶은 책이다. 독서모임에서 열띤 이야기들을 나누었지만 뭔가 해소되면서도 오히려 갈증이 더 커진 느낌이다. 폭력에 대해, 인간의 관습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연작소설이다. 영혜는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된다. 영혜의 남편의 시점으로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채식주의자'. 영혜의 형부의 시점으로 쓰인 예술과 자유, 관습에 대한 '몽고반점', 영혜의 언니 인혜의 시점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쓰인 '나무 불꽃' 모두 좋은 작품이다.




유튜브에서 한강 작가님이 <채식주의자>를 낭독하는 걸 조금 들었는데 좋았다. 눈으로 읽는 것과 귀로 듣는 게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인간의 폭력을 정면으로 마주했던 작가 한강. 이 작품 이후에 <소년이 온다>를 읽었는데, 그 후로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 <소년이 온다>처럼 감정 소모가 큰 소설일까봐 두려워서 읽지 않았던 거 같다. 다시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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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愚民)ngs01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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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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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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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17.

인문책시렁 271




《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2007.10.30.







《채식주의자》(한강, 창비, 2007)를 읽고서 몇 가지를 느꼈습니다. 첫째, ‘글쓰는 순이(여성)’가 돌이(남성) 마음을 섣불리 옮기려 하는구나 싶더군요. 예전부터 ‘글쓰는 돌이’도 순이가 어떤 마음인지 제대로 모르는 채 함부로 쓰는 버릇은 매한가지입니다. 그동안 숱한 글꽃(문학)이 ‘순이를 모르는 돌이 눈높이’로 휘갈겼다면, 거꾸로 ‘돌이를 모르는 순이 눈길’로 똑같이 휘갈긴다면, 그저 갈라치기나 싸움만 이룹니다.




둘째, 영어를 한글로 옮긴 글인지, 영어로 옮기기 좋게 쓴 한글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글결은 우리말씨가 아닌 옮김말씨(번역체)입니다. 한글로 적는다고 해서 다 ‘우리글꽃(한국문학)’이라고 아우를 수 있을는지 아리송합니다. 2000년 무렵까지 웬만한 우리글꽃은 ‘무늬만 한글’이 아닌 ‘속살로 우리말’이라는 얼개를 다스리면서 글빛을 밝혔다면, 2000년을 넘어선 뒤부터는 ‘무늬도 한글 같지 않’은데다가 ‘속살마저 일본말씨에 옮김말씨가 범벅인 글멋을 부리는 길’로 확 기울었습니다.




셋째, 풀밥이건 고기밥이건 맛없게 지으면 맛없고, 맛있게 지으면 맛있습니다. 풀밥차림이 맛없어야 할 까닭이 없고, 맛없지 않습니다. 오늘날 이 나라를 가볍게 비아냥대거나 나무라면서, 또 ‘채식주의’인 사람들까지 슬며시 비웃거나 타이르면서 ‘순이돌이하고 얽힌 서울살이 쇠사슬’을 옮기는 듯한 줄거리이기는 한데, 언제까지 ‘막장 연속극’ 같은 판을 깔아야 할까 아리송합니다. 2007년 아닌 2017년에도 ‘집안일 안 하는 돌이’가 많습니다만, 2007년뿐 아니라 1997년에도 ‘집안일을 하고 바깥일을 끊은 돌이’가 꽤 있었습니다. 글꽃(문학)은 우리 어떤 살림자리를 옮겨서 앞으로 어떤 살림꽃으로 피우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을 노릇일까요? 글꽃이란 무엇일까요?




사람들 스스로 차츰 바꾸어 나가는 터전입니다. 다만, 사람들 스스로 바꾸어 나가더라도 끝까지 안 바꾸려고 버티는 무리가 있어요. 글꽃은 ‘끝까지 안 바꾸려고 버티는 무리’를 쳐다보면서 그런 줄거리를 담는 삶일까요? 아니면, 글꽃은 먼저 스스럼없이 나서면서 바꾸어 나가는 삶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일까요?




끝까지 안 바꾸는 사람을 나무라기란 ‘매우 쉽’습니다. 이슬받이처럼 첫길을 열기란 ‘매우 어렵’겠지요. 우리글꽃은 매우 쉬운 길만 풀어놓으면 그냥그냥 읽히고 팔리는 판인가요? 우리글꽃은 첫길을 이슬빛으로 나아갈 만한 새글일 수는 없을까요?




온누리를 아름답게 바꾸려면, 남이 아닌 나부터 아름답게 말·넋·삶을 바꿀 노릇입니다. 나라지기를 거꾸러뜨리거나 둘레(사회)만 바꾸더라도 나부터 안 바뀌었으면 늘 도루묵입니다. 나부터 바꾸어 나가기에 나라나 둘레가 어수선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한 줄기 들풀로 돋아서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면서 천천히 바꾸어 냅니다.




ㅅㄴㄹ




그런데 이제 아내가 차려놓은 식탁은 무슨 꼴인가. 비스듬히 의자에 앉은 아내는 한눈에도 맛없어 보이는 미역국을 입에 떠넣고 있었다. 밥과 된장을 상추에 싸서 볼이 불룩하게 넣고 씹었다. (22쪽)




“뭐가 문제야?” “피곤해.” “그러니 고기를 먹으라고. 고기를 안 먹으니 힘이 없지. 전에는 이러지 않았잖아.” “사실은.” “뭐?” “…… 냄새가 나서 그래.” “냄새?” “고기냄새. 당신 몸에서 고기냄새가 나.” 나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방금 못 봤어? 나 샤워했어. 어디서 냄새가 난다는 거야?” 그녀의 대답은 진지했다. “…… 땀구멍 하나하나에서.” (24쪽)




다음 음식은 깐풍기였고, 그다음 음식은 참치회였다. 모두가 먹는 동안 아내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작은 도토리알 같은 유두를 블라우스 속에서 뚜렷이 내민 채, 거기 모인 사람들의 입술과 그 움직임을 샅샅이, 빨아들이듯 지켜보았다. (33쪽)




처형이 달려들어 장인의 허리를 안았으나, 아내의 입이 벌어진 순간 장인은 탕수육을 쑤셔넣었다. 처남이 그 서슬에 팔의 힘을 빼자, 으르렁거리며 아내가 탕수육을 뱉어냈다. 짐승 같은 비명이 그녀의 입에서 터졌다. “…… 비켜!” (5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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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esis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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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작품은 읽는데 체력도 정신력도 감정도 많이 든다. 읽고 나면 일종의 정서적 탈진 상태가 오고, 내 문해력으로 소화가 안 되는 작품에 글을 얼마간이라도 덧붙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내개 한강 작가의 작품은 완독도 감상도 특별히 어려운 존재였다. 아름답지만 어려운 시어처럼 나풀거리며 마음에 깊이 꽂히는 작가의 언어들...



개정판의 구성을 보니 2004-5년에 발표된 작품들이 묶여있다. 새삼스럽게 지금이 2022년이구나 하고 은밀하게 화들짝 놀란다. 더 이상 성장도 발전도 어려운 번다하기만 한 일상을 살지만, 그래도 시간을 걸어온 것은 무언가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다시 읽어 본다.



아주 오래전부터 채식주의자였고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하는 지인들이 많아서, ‘생명이 있었던 것을 차마 먹을 수 없었다’는 느낌이 무엇인지는 안다. 생명이 없었던 식재료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을 생각은 전혀 없다.



누구나 각자의 이유로 선택한 일에 자기 이해관계나 피해 없이 시비를 거는 일은 부당하고 비겁한 일이다. 다만 나이가 좀 더 들어서일까. 영혜가 그토록 폭력적인 이유로 깊은 상처를 입은 것만이 안타깝고 아프다.



처음 읽을 때는 남편의 캐릭터가 몹시 미웠다가 다시 만나니, 나의 비겁함만 투영된다. ‘적당함’을 선택하는 일이 나에게도 얼마나 무수히 많았던가. 때론 계산을 하기도 했지만 살다 보니 정말 그 정도의 선택을 할 체력과 정신력 밖에 남지 않았을 때도 많았다.



매일 내가 책임지고 모든 결정을 해야 하는 일상이 이어지는 누구나 선택을 회피할 수 없는 누구나 ‘적당함’을 점차 의지하게도 된다. 결혼이라고 늘 이상적이고 고귀한 본래적 가치를 지닌 선택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현실에서 그런 결혼을 본 적도 없다. 결혼은 타협이라는 기술로 마무리된 계약이다.



그러니 남편의 입장에서는 식재료에 관해 타협할 수 없다고 하는 영혜가 도리어 갑자기 낯설어졌을 수도 있다. 수많은 시간 타협하는 선택으로 일군 협력이 그들의 일상을 이루어온 본질일 지도 모른다. 어색한 쪽은 놀란 쪽은 남편이 맞다. 서글프게도...



한편 영혜는 억눌리고 감추던 자아가 계기를 만나 처음으로 촉발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비로소 스스로 무언가를 자신의 의지와 의견으로 선택하고자 하는 첫 비행인 것이다. 영혜의 몽고반점은 영혜가 성체로 성장한 적이 없다는 증거처럼도 보인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시행착오를 거쳐 단련된다. 그런 점에서 연습 없이 ‘결단’의 형태로 닥친 변화는 힘들고 괴롭다. 그 대상이 자신이건 타인이건... 함께 살아가며 타인과 조율하며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성장이고 어른이 되는 것이라 믿는다.



그건 단지 인간끼리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은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해, 다른 생명체와도 함께 어울려 사는 방법을 몰라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다. 막 자아를 인식한 어린아이가 표현을 할 줄 몰라 힘 조절을 몰라 여러 실수를 하고 때론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는 장면이 인류 문명과도 같다.



유치한 인간 중심주의... 한 때는 생존을 위해 이기적 선택을 했더라도, 지구의 가장 거대한 단일종이 되고, 지구 자체를 폭파시킬 무기까지 갖춘 지금 역시도, 제 생존 도모를 위해 남은 다른 생명을 해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얼마나 웃긴 비논리이고 비겁한 발상인가.



티핑포인트의 시간은 멀어지지 않고 더 다가오고 있다. 정말 6번째 생물 소멸, 대멸종의 시기에 접어들었다면... 애쓰고 노력하는 힘을 어디서 왜 어떻게 찾아야할까... 암담하고 힘겨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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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1377 202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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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장바구니에 담겨져 있었던 책을 중에 구매한 책이 왔다.

한 인친이 소개해준 책이었는데, 놀랍게도(이젠 놀랍지도 않는지) 잡고 새벽 2시까지 읽었다.

이제는 밤 10시에 잠든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겠다.

책을 다 읽었지만 표지가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읽기 전에는 물고기 꼬리 같았는데, 이게 물고기 꼬리가 맞는지….

이 책은 네 사람의 이야기를 세 사람의 시선으로 끌어간다.

처음에 챕터가 나뉠 때는 급작스런 시점의 변화로 인해 ‘단편인가?’ 하는 생각으로 표지를 다시 봤는데 버젓히 <장편소설>이라고 쓰여있었다.

장편이군…

읽다보니 ‘헐~’




피드참조

오미자는 다섯가지 맛을 느낄수 있단다.
게이샤 커피는 먹을때 마다 다르고..

이 책은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곱씹을 수록 맛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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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마라송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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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뾰죽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헤치느라고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어.
분명 일행과 함께였던 것 같은데,
혼자 길을 잃었나봐.
무서웠어. 추웠어.
얼어붙은 계곡을 하나 건너서,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독자들의 마음에, 꿈에 오래도록 머물
채식주의자
@한강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창비
어두운 숲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뾰죽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헤치느라고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어.
분명 일행과 함께였던 것 같은데,
혼자 길을 잃었나봐.
무서웠어. 추웠어.
얼어붙은 계곡을 하나 건너서,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독자들의 마음에, 꿈에 오래도록 머물
채식주의자
@한강 -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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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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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는 내용을 있는 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불편한 소설이다.

솔직히 중반까지 읽을 때는 '뭐 이런 치졸하고 뭣 같은 소설이 있나'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책장을 덮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마침내 책을 덮었을 때 뒤통수가 얼얼했다.

이 소설의 진가는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그래서 대체 여주인공은 왜 미쳤을까?'에 대한 답을 찾았다.

분명 이유가 있을텐데?, 왜 저런 걸 바라지? 왜 저런 짓을 용납하지? 왜? 왜?

그러나 끝까지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미친 사람은 그냥 미쳤으니까 미친 거다.평범한 사람은 미친 사람의 사고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잠깐, 미치지 않은 사람인들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아 소설 속 비극은 아주 가까운 타인을 타인으로 여기지 못하는 오만에서 비롯된다




작중 시간이 흘러갈수록 여주인공의 가정은 산산이 부서진다

처음에는 남편이, 그 다음엔 가족이, 마지막에는 그녀 자신마저 공동체를 떠난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들이 흩어진 것은 결코 여주인공의 광증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편협한 시선을 정의라 생각하며 서로를 재고 판단하였다.

뿐만 아니라 깊은 곳에 '상대를 향해 희생을 하고 있다'는 불만을 품은 채 심지어 부도덕한 욕망을 합리화하고 있다.

누구도 서로의 수고를 들여다보지 않고 누구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니 파탄은 늦든 빠르든 예견된 일이었다.

부부는 이혼하면 남이고 부모 형제도 등을 돌리면 남과 같이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결국 내가 아닌 자는 모두 타인이다.

물론 타인을 위해 제 살을 깎아내 가며 희생할 필요는 없다. 하나 반대로 타인이 나를 위해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서도 안된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사랑이라는 핑계를 대면 그 최소한의 선마저 무너지고 만다.




이 이야기는 결국 얼기설기 쌓여있던 성냥개비 탑이 지진 한번에 산산조각 나버리는 이야기다.




문득 책을 덮고나서 제목인 '채식주의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고기 반찬이 없으면 식욕이 돋지 않는 사람이라 채식주의자가 되는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나 지금 채식을 하고 있는 사람 중 과거 나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되었을까? 신념 때문일까? 다이어트 때문일까? 병에 걸려서 그럴 수도 있다던데.

내가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는 한 아마 그들의 경험과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다면 조금 더 가까운 타인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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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wls6284 202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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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색 영역을 클릭하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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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w 202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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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이 책은 남편의 시선에서 아내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이 됩니다.

아내는 키나 외모도 지극히 평범하였다고 합니다.

적당한 키에 단발머리, 외꺼풀의 눈에 광대뼈, 단수한 구두를 신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삶을 사는 여인입니다.

남편도 과분한 여자를 싫어해서 적당히 괜찮은 사람으로 결혼을 합니다.

평범한 아내의 역활로 아침 여섯시면 일어나 아침을 차려주고 처녀시벌부터 하던

아르바이트로 가계에 보탬을 줍니다.









말수가 적은 편이며 휴일이라고 외출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며 일을 하거나 책을

보는게 다라고 합니다.

그리고 브래지어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합니다.

결혼 오년차의 어느날 새벽에 아내가 냉장고 앞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는 말만하고 어딘가 다른 행동을 합니다.









그리고 아침에 냉장고의 고기를 다 버립니다.

남편은 늦어서 지각을 하고 뛰어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저녁상에는 채식위주의 식사가 차려집니다.

처음부터 고기를 싫어하는 타입이 아니었는데 꿈을 꾸고 나서 변한것이라 생각합니다.

풀만 먹어서 그런지 매일 말라갑니다.









채식을 하는 아내와 그것을 보는 남편의 시선으로 특이하면서도 소설이라서

이런 것이 가능한가 하며 생각을 하며 읽게 됩니다.

#채식주의자 #한강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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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상에 빛나는 한강님 작품 올해의 책이에요 -
재밌게 봤습니다. - gottkd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 도서를 구매해서 읽었었는데 이북도 나오네요 재미있습니다 다들 읽어보세요! - zuihao87
한강님의 소설책 중에 손꼽히는 작품이죠. 상도 받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글속에 울림이 있고 그 울림은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낄 것이며 가끔씩 잊어 버렸다 싶을때 한번씩 읽는다면 그때 마다 다르게 읽히는 소설이지 않나 싶어서 추천합니다. 명작은 계속 읽어도 좋더라고요. <채식주의자> 추천합니다. - 장보규
개정판으로 어떻게 바뀌었을지 기대됩니다 - aa
채식주의자(개정판) 마음에 들어요! 한강 작가님 글을 정말 좋아하는데, 개정판도 읽어보고 싶네요. - -
추천합니다. - 마인
추천해요! - 니코마코스
추천합닏다 - -
워낙 유명한 책인지라 기대됩니다!!! - 로이로이
아직 못읽어봤는데 이북으로 나왔군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즐독! - 하늘소리
기대됩니다 - 0212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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