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4

애 안 낳으려던 한강, 마음 바꾸게한 남편의 한마디…누리꾼 "감동·낭만"

애 안 낳으려던 한강, 마음 바꾸게한 남편의 한마디…누리꾼 "감동·낭만"

애 안 낳으려던 한강, 마음 바꾸게한 남편의 한마디…누리꾼 "감동·낭만"
채태병 기자2024. 10. 13


2024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사진=뉴시스


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운데, 누리꾼들이 출산에 부정적이었던 한강의 마음을 바꿨던 그의 남편 홍용희 평론가의 말을 재조명하며 "낭만적 일화"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는 '애 안 낳으려고 했던 한강작가가 설득된 말'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공유됐다.



이 게시물에는 2000년 문예지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한강의 자전소설 '침묵'의 일부 내용이 담겼다.

소설 '침묵'에 따르면 한강은 홍용희 평론가와 결혼한 지 2년쯤 됐을 때 자녀 계획을 주제로 남편과 대화를 나눴다.

당시 한강은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의 인생에 이르러 성취하겠다는 식의 소유욕에 염증을 느꼈다"며 "잔혹한 현실의 일들을 볼 때면 고민 없이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런 생각을 가졌던 한강에게 남편은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 그렇다면 한 번 살아보게 한다고 해도 죄짓는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한강은 "그 아이가 이런 생각에 이를 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라며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몫도 결코 아니고…어떻게 그것들을 다시 겪게 하냐"고 우려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가운데)의 아버지이자 선배 소설가 한승원(왼쪽)이 공개한 1995년 촬영 사진. /사진=뉴스1


그러자 남편은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라며 "여름엔 수박이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라고 했다. 이어 "그런 것 다 맛보게 해 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 주고 싶지 않냐"고 되물었다.

남편의 말에 느닷없이 웃음이 나왔다는 한강은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건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다"며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었다"고 회상했다.



이 일화에 대해 누리꾼들은 "너무 감동적이고 낭만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삶을 고통으로 인식해 출산에 부정적이었던 작가님이 남편의 말에 자기 삶에도 진실한 즐거움이 있었다는 걸 상기하게 된 것 같아 좋다"고 댓글을 적기도 했다.

한강은 지난 10일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품에 안았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24년 만의 대한민국 역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기도 하다.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은 아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정말로 놀랐고 오늘 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강은 아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책방오늘'을 운영하고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진 뒤 책방오늘의 앞에는 시민들이 보낸 축하 화환과 현수막 등이 놓였다.

2024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사진=뉴스1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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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일  · Follow
a day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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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기까지만 알고싶은 이야기가 있다.
"빗소리, 수박 맛 알려주고 싶지 않아?"... 아이 안 낳으려던 한강 작가 설득한 남편의 한마디
소설가/한강 이야기다.
소설가 한강이 아들과 저녁밥을 먹던 중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그가 계획에도 없던 출산을 결심하게 된 남편과의 일화가 재조명받고 있다.
한강은 지난 2000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자신의 자전소설 <침묵>에서 계획에도 없던 출산을 결심하게 된 까닭을 밝힌 바 있다.
해당 도서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한강은 '세상에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많고 살아갈 만하지만,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이를 느낄 때까지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현실에 고민하고 있었다.
한강을 설득시킨 남편의 한 마디
한강은 "아이가 그 생각에 이를 때까지, 그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라며 아이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전까지, 혹은 이를 느끼지 못할 경우 평생 겪을 수 있는 고통을 상상하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한강의 이 같은 말에 그의 남편은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 그런 거,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라며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다.
남편의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는 한강은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것은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다"며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었다"며 아이에게 달디단 여름 수박의 맛을 보여주고 싶어졌다고 고백했다.
이 계획이 없던 한강의 생각을 단번에 바꿔버린 그의 남편의 말은 지난 10일 한강이 아들과 저녁밥을 먹던 중 수상 소식을 접했다는 일화가 공개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남편분도 너무 낭만 있으시다",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경험들에 가려진 소소한 행복이 더 많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이게 문학이구나...", "여름에 먹는 달콤한 수박의 맛은 정말 유니크한 경험이긴 하다", "표현이 기가 막힌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24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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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adimir Tikho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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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한강 작가는 1970년생이시고, 저는 1973년생인데, 결국 같은 "세대"입니다. 1970년대초에 태어난 저희 세대는, 그래도 살만한 세상을 좀 맛봤습니다. 저는 소련에서 비록 권위주의적이었지만 그래도 당위적으로 "좌파"를 지향했던 정권 밑에서도 살아봤고, 무료 교육/의료 혜택도 받았고, 독서가 최고의 취미였던 분위기도 즐겼죠. 그나마 막차를 탄 거죠. 저보다 10년 뒤에 태어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의식 있는 삶을 살게 될 때에 볼 수 있는 것은 마피아들끼리 싸우는 장이 된 소련의 폐허뿐입니다. 남한만 해도 최근까지 "성장"해온 사회인 만큼 재분배가 아주 좋지 않아도 그래도 적어도 "파이" 전체가 커지고, 또 1980-90년대에 억압이 강한 만큼 조직적 저항도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남한의 독서율이 43%에 불과하지만, 1994년, 즉 한강 작가 데뷰 쯤에는 87%나 됐습니다. 글을 써서 발표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분위기였죠. 한데 저희 자녀들은 전혀 다른 상황에서 살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기후위기로 여름철 살인 폭염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점차 망가져 갈 것이고, 미-중 패권을 다투는 시기인 만큼 세계 각처에서 전쟁들도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가면 갈수록 더 고립되어 가는 인간들의 대부분은 구조적으로 가난해질 것이고, 생존을 위해 하루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고 더 피곤하게 살 것입니다. 그들이 파김치가 돼 집에 오면 그들을 위로하게 될 것은 아마도 독서도 아닌, 휴대폰으로 보는 넷플릭스 정도일 겁니다. 저는 두 자녀를 갖고 있지만, 자녀를 낳는 결정이 맞는 결정이었는지, 지금 나락으로 가고 있는 세계를 보면서 계속 회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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