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6

[마감을 하며] 영악한 좌파와 무능한 우파 : 월간조선

[마감을 하며] 영악한 좌파와 무능한 우파 : 월간조선


02 2019 MAGAZINE

마감을 하며
영악한 좌파와 무능한 우파

글 : 김성동
월간조선 편집장

저는 《月刊朝鮮》 2002년 2월호에 6·25 전쟁 당시 이승만(李承晩) 정부가 작성한 ‘납북자 8만661명 명부(名簿)’를 입수해 특종 보도한 일이 있습니다. 보도 후 이 명부는 책자로도 발간됐는데 6·25 당시 가족이 납북됐다고 믿는 많은 분들이 월간조선을 찾아와서 명부 속에 기록돼 있는 부모나 형제 등 가족의 이름을 확인하곤 통곡하던 장면들이 눈에 선합니다.

이 명부를 보도하면서 함께 입수한 자료가 그 두 달 후 역시 특종 보도하게 된 ‘6·25 때 좌익이 학살한 5만9964명 명부’였습니다. 당시 저는 그 ‘좌익 학살 명부’를 보고 반신반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살당한 전체 국민의 72.6%인 4만3511명이 전남 지역에 집중돼 있었을뿐더러 영광군 한 지역에서만 전남 지역 피살자의 절반에 가까운 2만1225명이 좌익들로부터 학살당했다는 그 수치 때문이었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정말 경악할 일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기사를 작성하기 전 사실 확인을 위해 영광을 찾아갔습니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많은 분들을 만나서 증언을 들었습니다. 공통되는 증언은 “엄청 많이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영광에서만 수천 명 이상이 죽었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수치를 제시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취재 후 결론은 그 좌익에 의한 6·25 피살자 명부가 맞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인사들에게 명부를 보여주면 대부분 “누구네 집 누구”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 중에는 얼마나 될까요. 6·25 전쟁 당시 미군이나 우리 국군에 의해 민간인들이 피살됐다며 거품을 무는 자칭 진보적 지식인들은 많이 봤어도 좌익에 의해 우리 국민이 학살당했다는 사실에 거품을 무는 우파 지식인은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최근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검정화 추진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6·25 당시 전남 영광에서 벌어졌던 좌익에 의한 학살 같은 ‘좌익이 저지른 추악한 사실’은 이제 무덤 속으로 가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우파가 무능한 걸까요, 좌파가 영악한 걸까요? 저는 요즘 서로 물어뜯기에 바쁜 자칭 보수 세력을 보면서 전자(前者)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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