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5

NYT “한강, 가부장제·여성혐오 향한 저항 상징”

NYT “한강, 가부장제·여성혐오 향한 저항 상징”

NYT “한강, 가부장제·여성혐오 향한 저항 상징”
기자최윤아
수정 2024-10-13

한강 작가. 김정효 선임기자 hyopd@hani.co.kr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한국의 문화적 성취라고 상찬 받고 있지만, 한강과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은 가부장제와 여성혐오가 여전한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11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해 이 같은 해석을 내놨다. 매체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한국 여성 소설가와 시인, 번역가들이 전성기를 맞아 국외 독자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현시점에 시기적절하다”며 “정·재계, 언론계 등에서 여전히 여성들이 차별받고 있는 한국에서 문학은 여성들이 힘을 표현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문화예술계 전반에 흐르는 남성 우월적 시선과 분위기를 꼬집었다. “(문화관광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부처 이름이 변경된 지난 2008년 이후, 10명의 장관 가운데 단 한 사람만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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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8일 오후 경기 안성시 고은 시인의 자택 앞에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한국의 남성 중심 문학 평론계가 노벨 문학상 후보로 오랫동안 고은 시인을 지명해 온 과거도 거론했다. 매체는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한국 문학 평론계는 고은 시인을 가장 유력하고 합당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해 왔고 수상자 발표가 임박하면 취재진이 그의 집 앞으로 몰려들었다”며 “그러나 한강 작가는 이러한 인파를 끌어모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고은 시인의 상습 성추행 의혹은 지난 2018년 최영미 시인의 폭로로 불거졌다. 고은 시인은 이후 최영미 시인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에서 패한 뒤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한강 작가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국제상을, 2023년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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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뉴욕타임스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페미니즘적 면모도 집중 조명했다. 매체는 “‘채식주의자’에서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한 주인공의 결정은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으로도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서울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크리스 리의 말을 인용해 “한국 여성 작가들의 선전에는 전문직 여성들이 확고한 독자층으로 자리 잡은 점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억압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부상하면서 여성의 목소리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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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뉴욕타임스는 올림픽 금메달, 노벨상 등 국제 사회의 인정을 얻는데 집착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단 한 사람만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을 뿐”이라며 “김 전 대통령은 군사 정권 아래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북한과의 평화 구축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과, 김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은 모두 한반도의 분단, 전쟁, 군사 독재 그리고 민주주의와 노동권을 위한 피비린내 나는 투쟁으로 점철된 격동의 현대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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