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한신대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출간
김영호 웹승인 2023-01-25
전쟁 이후 한국의 지정학적 변화와 새로운 국제 질서 탐구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이 직면한 지정학적 변화와 미래의 새로운 국제관계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가 쓴 신간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사계절출판사)는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과 경과 그리고 해법을 저자의 시각으로 탐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에 관해선 오직 흑과 백만 존재한다.
한국과 서방 세계는 러시아와 푸틴이 이 전쟁의 절대 악이다.
반면 우크라이나 국민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전쟁의 숭고한 피해자이다.
민주주의와 세계의 평화를 지지하는 이들은 숭고한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와 연대하고 그들의 승리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나아가 용기 있는 자들은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고 세계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의용군으로 직접 참전한다.
이것이 선이며 곧 정의인 것처럼 여겨진다.
이 책은 전쟁의 드러나지 않은 혹은 의도적으로 가려진 부분을 보게 하고 독자의 관점을 낯선 방향으로 이끈다.
이 교수는 ‘푸틴 치매설’, ‘러시아군 키예프 대패설’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 세계의 한쪽으로 치우친 보도에 관해 과연 사실은 그러한지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석이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선과 악의 구분이 아니라 상호의 이익과 전략 분석이 필요하다고 보면서 한국 사회에 들리지 않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국면을 가리킨다.
그는 “전쟁의 해석은 해법을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며 “바로 그 순간 평화를 실행할 수 있는 교두보가 생긴다”고 밝혔다.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신대 부총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서양 정치사상과 국제 정치경제를 전공한 그는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의 사상을 강의하며 국제 통상과 한미 관계도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독일어) 등이 있으며 저서로 <임정, 거절당한 정부>, <안익태 케이스>,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등이 있다.
현재 (사)한국안보통상학회 회장, 시민단체인 국가(國歌)만들기시민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인터뷰] 이해영, “우크라전쟁, 미국이 감독하고 젤렌스키가 연기한 드라마”
기자명 강호석 기자
승인 2023.02.24
우크라 전쟁의 기원은 2004년 컬러혁명, 발단은 2014년 유로마이단 쿠데타
전쟁의 원인, 나토의 동진과 돈바스 전장에 등장한 신나치
전쟁은 땅 따먹기 아니다
윤석열, 오로지 미국만 따르는 ‘아찔한 외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특수군사작전’을 전개한 지 1년이 지났다. 그간 치열한 전황만큼이나 전쟁의 원인과 전세를 둘러싼 극단적인 주장이 난무했다.
대체로 러시아의 팽창주의가 전쟁 원인이라는 주장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물리친 전황만 집중 보도된다.
'과연 사실이 그러한가?'
지난 1년 동안 영국을 비롯한 서방언론의 편파 보도와 이를 그대로 베껴 쓴 국내 언론에 경종을 울리는 책 한 권이 출판됐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가 그것이다.
이해영 교수는 책에서 나토의 동진과 돈바스 지역에 나타난 네오나치의 학살 만행을 전쟁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이 전쟁의 성격은 ‘돈바스 해방’, ‘나치 제거’, ‘탈군사화’를 위한 러시아의 정치 행위로 규정했다.
특히 전황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대승론’은 장기 전쟁의 모멘텀(추진체)이라고 비판한 이해영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이 감독하고 젤렌스키가 연기한 드라마”에 비유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나토에서 무기를 지원받는다. 그런데, 탈산업화 이후 미국과 서방은 대량의 탄약을 제조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막대한 무기 손실을 입은 우크라이나군의 열세가 점쳐진다.
무엇보다 러시아보다 10배 많은 15만 명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군의 사망자 숫자로 볼 때 ‘우크라이나 대승론’은 근거가 미약하다.
이와 관련해 이해영 교수는 “전쟁은 땅 따먹기가 아니다”라며, “전세를 볼 때 전선이 아니라 전투력(화력과 병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대러시아 경제 제재의 효과와 관련해 이해영 교수는 “러시아는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다. 반면 러시아의 수출은 서방의 경제 후생에 결정적이다.”라며, “러시아를 제재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기축 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국제질서가 도래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오로지 미국만 따르는 ‘아찔한 외교’를 펼친다고 비판한 이해영 교수는 전황을 정반대로 분석한 파워 엘리트(군부와 정·재계 지휘부)를 향해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의 말을 전했다.
“미국에게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다만 이익이 있을 뿐이다.”
우크라 전쟁의 기원은 2004년 컬러혁명, 발단은 2014년 유로마이단 쿠데타
Q. 우크라이나 전쟁을 2014년 돈바스 전쟁의 연장이라고 보는 이유는?
▲ 이해영 : 2004년 컬러(오렌지)혁명을 일으킨 친 서방 세력이 2014년 유로마이단 쿠데타로 집권하자, 돈바스 전쟁이 터진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돈바스 지역 루간스크주와 도네츠크주에 각각 독립 공화국으로서 특별 자치권을 부여하는 민스크 협정을 체결한다. 돈바스 전쟁의 정전협정인 민스크 협정은 유엔 안보리를 통과해 국제법적 효력을 갖지만, 2주도 지나지 않아 미국은 러시아의 뒷통수를 친다. 소련 붕괴 당시 나토가 동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데 이어 미국이 또 협정을 깨버린 것. 이렇게 8년을 이어온 우크라이나와 돈바스 사이의 내전에 2022년 2월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을 펼치면서 확전된다. 이것을 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 부른다.
Q.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특수군사작전을 펼친 이유는?
▲ 이해영 : 푸틴이 아니라 젤렌스키가 먼저 포격을 개시했다. 2월 13일 이미 우크라이나군 12만 명이 전선에 배치돼 전면전을 준비했고, 젤렌스키가 바이든과 통화한 후 16일 선제공격 단추를 눌렀다. 바이든과의 통화 기록 다 있다. 당시 젤렌스키는 도네츠크·루간스크인민공화국 침공을 영토 회복을 위한 통일대전이라고 했다.
16일 우크라이나의 침공이 시작되자, 도네츠크·루간스크인민공화국은 총동원령을 내리고 여성과 아이들을 러시아로 피난 보낸다. 그리고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한다. 러시아는 ‘유엔의 보호책임 원칙(R2P, 집단학살 위험에 처했을 때 어느 나라든지 보호할 책임이 있다)’에 따라 (돈바스)민족자결을 침해한 우크라를 상대로 24일 특수군사작전을 펼치게 된다.
전쟁의 원인, 나토의 동진과 돈바스 전장에 등장한 신나치
Q. 돈바스 지역이 러시아 땅이라는 근거 있나?
▲ 이해영 : 돈바스 지역이 우크라이나 영토가 된 것은 1922년 소련이 생기고 난 후였다. 당시 우크라이나공화국이 소비에트연방에 가입하면서 돈바스 지역을 요구했고, 레닌은 노동자에 국경은 없다는 프로레타리아 혁명 정신에 입각해 돈바스 지역을 비롯한 동남부 6개 주를 우크라에 편입시켰다. 동남부 6주는 우크라이나와 언어도 민족도 달랐다. 더구나 돈바스 지역은 이미 투표를 통해 독립한 공화국이었고, 러시아와 같은 언어 같은 핏줄을 나눈 한 민족이었다. 그런데 네오 나치와 연합한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 러시아민족을 집단학살하는 만행이 벌어졌으니, 러시아로서는 군사작전을 펼치지 않을 수 없었다.
Q. 2차대전 때 나치가 우크라이나에서 부활했다고는 믿기 힘들다?
▲ 이해영 : 나치 반데라와 UPA(우크라이나 반란군) 배후에 CIA(미국중앙정보국)가 있었고, 우크라 서부 지역에서 활동했다.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후에는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오렌지혁명 때 두각을 나타냈고, 2014년 마이단 쿠데타 때, 미국의 원조로 아조프 연대는 무장까지 갖추게 된다. 당시 신나치 세력이 만든 자유당은 국회 의석의 10%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신나치 부활을 주도한 것은 미 국무부 산하의 세계민주주의기금(NED)이었다. 혹자는 젤렌스키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나치와 손잡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펴지만, 사실 히틀러의 할머니도 유대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쟁은 '땅 따먹기' 아니다
전황 판단은 전선이 아니라 전력 손실을 기준으로 삼아야
Q. 전쟁 1년이 지났는데, 현재 전황은 어떠한가?
▲ 이해영 : 작년 8월까지 우크라이나군은 70만, 러시아군과 돈바스 민병대는 20만에 불과했다. 하지만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리시찬스크 전투와 마리우폴 등에서 러시아군은 엄청난 전과를 올렸다. 8월말 러시아군 단기 사병들이 대거 퇴역하자, 하르코프 퇴각을 결정한다. 10월 러시아는 부분 동원령을 내려 30만 군을 모집, 겨울 훈련에 돌입했다. 아직 이 병사들은 전장에 본격 투입하지 않았다. 하르코프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했다고 열광했지만 정작 퇴각한 러시아군은 병력 손실이 거의 없고 우크라이나군만 8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재 러시아의 작전 개념은 적의 전투력을 파괴하는 ‘소모전’이다.
Q. 우크라 수도 키예프를 점령하지 못하고 퇴각한 러시아가 전세에서 밀리는 것 아닌가?
▲ 이해영 :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에서 키예프는 애초에 공격 목표가 아니었다. 3일만에 키예프를 점령하지 못했으므로 러시아가 패배한 것이라는 주장은 서방 언론이 만든 프레임에 불과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전쟁은 땅 따먹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전세 판단은 전선이 아니라 전투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전투력은 화력과 병력으로 구분된다. 지난 1월 미 국무부 고문 맥그리거 대령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의 사망자 수는 15만7천여 명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러시아군은 1만5천 명으로 1/10 수준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 수는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미성년자와 여성을 징병하고 있다. 화력에서도 러시아가 앞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탈산업화 이후 미국과 서방은 대량의 탄약을 제조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 1년 동안 막대한 화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탄약 보충이 어려운 형편이다.
Q. 앞으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의 대응 전망은?
▲ 이해영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 나토 불가입, 돈바스 지역의 독립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미국 네오콘은 주전장을 우크라이나에서 중국으로 옮기고 싶어 한다. 중국 풍선을 걸고 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한반도처럼 정전 상태를 유지하며 분쟁지역으로 남겨둔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노르트스트림을 파괴한 자작극이 드러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치명상을 입힐 뇌관을 하나 단 셈이다. 자작극이 들통나면서 바이든 탄핵설까지 나오자 슬슬 출구전략을 세우고 있다. CSI 보고서는 ‘중국과 싸워야 하는데 무기고가 비었다’고 했고, 랜드연구소는 ‘장기전은 미국에 유리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전략에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국제질서 도래
윤석열, 오로지 미국만 따르는 ‘아찔한 외교’
Q.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질서 변화에 준 영향?
▲ 이해영 : 러시아-중국-이란의 정치군사적 전략 관계가 지정학적 코어(중심부)를 형성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재미난 것은 달러 패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독자 화폐, 암호 화폐 등 국제 무역 통화에서 달러 체제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통했던 미국 국채마저 불안해진 것은 국제질서 변화에 시사하는 바 크다.
Q. 미국만 따라가는 윤석열 정부의 대외 전략에 대해?
▲ 이해영 : 이 문제는 윤석열 자체보다 한국 파워 엘리트들의 실력 문제다. 한국 지배 계급이 만약 슬기롭고 영리하다면 이런 거대한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고 말고 하는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 거대한 지정학적 대전환에 한국의 파워 엘리트들은 아무 개념이 없다. 반응도 없다. 희한한 일이다. 세계질서는 급변하는데 그저 가만히 있다. 여야, 좌우를 떠나 ‘미국 하자는 대로 가면되나?’라는 질문에 아무도 답을 않는다. 동맹이 뭐가 중요하냐. 이런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를 보면 아찔하다. 집단 아노미 상태처럼 무감각하고 그저 미국이 불러준 그대로 읽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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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마산에서 나고 부산 혜광고등학교를 나왔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마친 뒤 독일(당시로선 서독) 마부룩(Marburg) 대학교에서 철학박사(Dr.Phil.)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서울대학교 지역종합연구소 특별연구원을 거쳐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지금에 이른다. 이 대학에서 국제평화인권대학원 원장을 맡은 적이 있고, 그 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스크린쿼터 영화인대책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KNCC, 국제통상연구소등 다수의 시민단체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해 왔다. 산업통상부, 몇 개의 국회상임위, 국회입법조사처 등에서도 오랫동안 자문을 한 바 있다. 21세기정치학회 이사를 했고, 한국안보통상학회,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 (독문, 1994)를 상재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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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마산에서 나고 부산 혜광고등학교를 나왔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마친 뒤 독일(당시로선 서독) 마부룩(Marburg) 대학교에서 철학박사(Dr.Phil.)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서울대학교 지역종합연구소 특별연구원을 거쳐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지금에 이른다. 이 대학에서 국제평화인권대학원 원장을 맡은 적이 있고, 그 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스크린쿼터 영화인대책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KNCC, 국제통상연구소등 다수의 시민단체에서 직간접적으로 활동해 왔다. 산업통상부, 몇 개의 국회상임위, 국회입법조사처 등에서도 오랫동안 자문을 한 바 있다. 21세기정치학회 이사를 했고, 한국안보통상학회, 국제지역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람시와 하버마스: 시민사회, 생활세계 그리고 정치』 (독문, 1994)를 상재했고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2000), 『낯선 식민지, 한미 FTA』(2006)를 저술했다.
이 밖의 공저로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2008),
편저로 『1980년대: 혁명의 시대』(1999), 『한미FTA 국민보고서』 (2006), 『한미FTA는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2007)가 있다.
논문으로 「칼 슈미트의 정치사상: 정치적인 것의 개념을 중심으로」(2004) (『21세기 정치학회보』 14(2)호), 「역사문제와 ‘동맹의 논리’: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중심으로」(2016) (『씨알의 소리』 2016년, 11·12호) 등 다수가 있다.
주된 연구 영역은 서양정치사상과 국제정치경제다. 대학에선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을 강의한다. 국제관계에서는 국제통상을 주되게 하면서 한미관계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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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이해영 (지은이)사계절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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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전자책 11,340원
336쪽
책소개
우리는 우크라이나전쟁과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2022년 2월에 시작된 이상한 전쟁, ‘우크라이나전쟁’의 원인, 경과 그리고 해법을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한신대학교 이해영 교수는 “푸틴 치매설” “러시아군 키예프 대패설” 등 이 전쟁에 대해서는 한쪽(이른바 서방 1세계)으로 치우친 해석/보도에 관하여 “과연 사실이 그러한가?”라고 질문한다.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전쟁은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브레히트의 연극처럼 이 전쟁을 바라보는 독자의 관점을 낯선 방향으로 뒤집고, 이 전쟁의 드러나지 않은 혹은 의도적으로 가려진 국면으로 독자를 잡아당긴다.
지은이는 전쟁과 평화는 천당과 지옥처럼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절대로 이을 수 없는 사건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전쟁의 해석이라고 말한다. 선과 악의 구분이 아니라 상호의 이익과 전략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들리지 않던 우크라이나전쟁의 다른 국면을 가리킨다. 전쟁이 정치라는 선으로 평화와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전쟁의 해석을 통해 해법을 찾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바로 그 순간 평화를 상상하고 실행할 교두보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 지정학적 변화를 인식하고 미래로 나아갈 교두보를 찾고자 한다. 나아가 그로부터 이어질 미래 한국의 삶을 상상한다.
목차
머리말
1장. 들어가며
정답 없는 전쟁을 바라보며
보론: 전쟁과 시민사회 1
보론: 전쟁과 시민사회 2
보론: 전쟁과 시민사회 3
2장. 전쟁의 성격과 원인
1 대리전쟁으로서의 우크라이나전쟁
— 나토 동진과 러시아의 ‘실존 위협론’
— 나토 동진과 러시아의 대응
— 우크라이나전쟁은 제2의 아프가니스탄전쟁인가?
2 ‘내전의 계속’으로서 우크라이나전쟁
— 2014년 마이단: 존엄혁명 아니면 ‘뻔뻔한 쿠데타’
—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
3 루소포비아의 정치학
3장. 2022년 전쟁의 전개
1 전쟁은 언제 시작되었나?
2 전쟁의 1단계: 러시아의 패배인가 거대한 기만인가?
3 전쟁 2단계의 전개와 특성
— 전쟁의 전개 양상: 작전과 전투
— 아조프연대와 마리우폴 전투
— 탈산업화 시대의 물량전
4 하이브리드전쟁
— 경제전쟁으로서 대러 제재: EU의 자해인가 러시아의 고립인가?
— 프레스티튜트와 포스트트루스 시대의 언론(정보)전쟁
5 전쟁의 3단계: 돈바스를 넘어 노보로시야?
4장.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1 지정학적 대전환과 신냉전: 단극에서 다극으로
— 다극 체제로의 평화적 이행은 가능한가?: 지정학의 귀환과 중러 전략협력 체제
— 미국의 대전략: 글로벌 나토와 동맹 궁핍화
— 다극 체제와 글로벌사우스
2 달러 헤게모니의 위기: 새로운 준비통화의 출현
3 산업 자본주의와 금융 자본주의: 글로벌 경제의 종말?
4 정의로운 신세계질서?
5장. 한국의 ‘지정치경제적’ 대위기?
1 한국의 지정학적 정체성과 오리엔탈리즘
2 한국의 대전략: 다극 체제와 포스트 한반도평화프로세스
6장. 클라우제비츠와 함께 칸트로?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접기
책속에서
P. 36 대리전쟁으로서의 우크라이나전쟁
개전 초기부터 나는 이 전쟁은 고전적 전면전(적지, 적 영토의 점령을 동반한 적의 완전 섬멸과 무장 해제를 목적으로 하는 전쟁)이 아니라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제한전limited war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이 정치적 목표에 과연 우크라이나 전역의 군사적 점령과 이후의 정권 교체까지 포함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푸틴은 개전과 동시에 이 전쟁의 정치적 목표로 ‘돈바스 해방’, ‘나치 제거’, ‘탈군사화’를 제시했다.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펼치고 있는 특수 군사작전은 바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인 셈이다. 「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 중 접기
P. 58 나토 동진과 러시아의 대응
나토 동진, 특히 그 순번이 우크라이나에 왔을 때 이 문제가 얼마나 휘발성이 강해질지 미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2008년 2월 1일자 모스크바발 비밀 전문을 살펴보자. 미국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국무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나토, 유럽연합 협의기구로 전달된 전문은 “러시아는 나토에 의한 포위와 역내 영향력 축소 시도를 인지할 뿐만 아니라 자국의 안보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되지 않은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한다. (중략) 나토 가입 문제가 장기적으로 미러 관계의 최대 불안 요소이며, 양국을 전형적인 대결 태세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보고한다. 즉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초래할 위험에 내전과 영토 분할, 신냉전이 모두 포함되므로 이는 결국 러시아가 개입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밝힌다. 즉 이 말을 뒤집으면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을 강요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_「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 중 접기
P. 89 2014년 마이단: 존엄혁명 아니면 ‘뻔뻔한 쿠데타’
저항운동의 첫날부터 급진 민족주의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마이단에 가담했다. 진보, 현대화, 인권 등을 지지하는 자유주의 세력과 급진 민족주의파의 합류는 시민 저항이 반헌법적 정권 타도로 귀결된 무장 투쟁으로 바뀌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었다. 마이단 혁명에서 급진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쿠데타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반마이단운동이 형성되었다. 이 근시안적이고 불행한 동맹의 비극적 결과를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다. 젤렌스키는 앞서 약속한 화해 정책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 세력 쪽으로 유턴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체 국민 중 소수에 불과한 급진파 정치인, 법원, 경찰관, 미디어 종사자 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프로파간디스트들은 “젤렌스키는 유대인이라서 나치가 될 수 없다”라고 되풀이한다. 그러나 민족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어젠다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우크라이나의 정치 과정을 통제하는 이들이 바로 급진 세력이라는 것이 진실이다._「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 중 접기
P. 96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
2014년 이른바 유로마이단 운동은 네오나치의 공간을 활짝 열어놓았다. 그 배후에는 당연히 미국이 있었다. 특히 나토 대사를 지냈고 현재 국무부 차관인 빅토리아 눌런드가 핵심 고리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 무장 나치들은 지리멸렬한 우크라이나 군경을 대신해 사실상 미국이 조직한 국립 경찰을 장악했고 국방군에도 정식 편입된 상태다. 조선의 해방 직후를 생각하면 된다. 미국은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이유로, 또한 우크라이나의 민주화를 지원한다는 구실로 인종주의, 백인 우월주의,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나치 집단의 뒷배가 되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어떻게 네오나치가 국회의장이 될 수 있었는지 물어야 한다._「2장. 전쟁의 원인과 성격」 중 접기
P. 131 전쟁의 1단계: 러시아의 패배인가 대기만술인가?
젤렌스키는 한편으로 나토가 우크라이나 가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전쟁을 해야 나토 가입이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전쟁을 일종의 나토 입장권으로 보았다는 말이다.
4월 러시아 국방부는 ‘전쟁 2단계’를 선언했다. 그러자 서방 언론은... 더보기
P. 180 탈산업화 시대의 물량전
첫째, 미국의 연간 포탄 생산량으로는 우크라이나에서 잘해야 10일에서 2주를 버틸 수 있다. 둘째, 러시아는 지금까지 1100발에서 210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은 연간 110발의 프리즘PRISM, 500발의 재즘JASSM, 60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구매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러시아가 고작 3개월 만에 미국이 한 해에 생산하는 미사일의 네 배를 태워버렸다는 뜻이다. 버시닌 중령은 미국의 포탄 재고로는 우크라이나전쟁을 10~14일 정도만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이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군이 참여한 최근의 워게임에서 영국군은 확전 8일 만에 비축한 포탄을 다 써버렸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 버시닌은 서방은 대규모 전쟁을 치를 만한 산업 역량이 없다고 추론한다. 두 강대국의 장기전에서 승패는 어느 쪽의 제조업 기반이 더 튼튼한지에 달렸다. 국가는 미래 전쟁에서 대량의 탄약을 제조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갖추고 유사시 무기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산업 설비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서방은 둘 다 없다는 것이다._「3장. 2022년 전쟁의 전개」 중 접기
P. 188 경제전쟁으로서 대러 제재: EU의 자해인가, 러시아의 고립인가?
“대러시아 경제 제재가 러시아를 굴복시킬 거라고 오판하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사실은 그 반대다. 러시아는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다. 반면 러시아의 수출은 서방의 경제 후생에 결정적이다. 러시아가 밀, 탄산칼륨, 가스, 석유, 팔라듐, 제련 니켈, 그 밖의 핵심 광물을 서방에 공급하지 않는다면 유럽과 미국의 경제는 유린당할 것이다. 러시아를 제재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준비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_「3장. 2022년 전쟁의 전개」 중 접기
P. 195~196 프레스티튜트와 포스트트루스 시대의 언론(정보)전쟁
마이클 허드슨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인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반전을 말하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하면 안 된다고 보도하는 매체는 놀랍게도 공화당 우파인 폭스뉴스이다. 오직 이 채널만 러시아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사태를 우리의 관점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볼 것인지 정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미국에서 우크라이나전쟁에 반대하는 세력은 공화당과 우파이다. 좌파는 찬성 일색이다. 좌파가 집권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지만, 사태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 한 사람도 없다.” 지금 이 전쟁은 네오콘 전쟁이다. 아니 더 정확히 리버럴 혹은 진보네오콘의 대리전쟁이다._「3장. 2022년 전쟁의 전개」 중 접기
P. 232~233 미국의 대전략: 글로벌 나토와 동맹 궁핍화
조약의 이름은 ‘북대서양’으로 한정되는데 신전략 개념은 슬그머니 ‘유럽과 대서양 지역’으로 확장되어 있다. 그리고 중국의 “체제 변경 도전systemic challenges” 위협을 강조한다. 더군다나 중러 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로 인해—입만 열면 등장하는—‘규칙 기반 국제 질서’가 위험에 처했다고 한다. 이제 이번 신전략을 나토판 ‘신냉전’ 선언이라 할 만하다. 나토는 좁은 유럽을 벗어나 글로벌 군사동맹을 선언한 셈이다. 인구로 보면 서구 대 비서구는 각각 12퍼센트와 88퍼센트를 차지한다. 서구와 브릭스의 인구는 각각 7억 8000만 명과 32억 명이다.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경제력은 아직 전자가 크지만 10년 안에 뒤집힐 것이다. 브릭스의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가운데 이란과 아르헨티나에 이어 인도네시아와 이집트도 가입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세계는 서방(한국 포함) 대 브릭스와 글로벌 사우스로 블록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상당수의 국가는 둘 사이의 완충지대에 남으려 할 것이다. 양대 블록의 관계가 안정될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것은 또한 리버럴과 콜로니얼 대 포스트리버럴과 포스트콜로니얼 블록 사이의 분계다._「4장.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중 접기
P. 261 정의로운 신세계질서?
정치군사적 차원에서는 미국과 나토 블록의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개입주의를 억지하는 모멘텀을 찾게 될 것이다. 시리아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이 일례가 될 수 있다. 중국 또한 핵심 이익 영역에 군사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양극 지경학은 미국의 군사비를 압박하고, 이로 인해 미국은 부단히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미국의 고삐 풀린 과잉 팽창을 냉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것을 머지않아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력을 해외 투사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완전한 다극 체제가 완성될 것인지는 전망하기 어렵지만, 일단 그 경과단계로 양극과 다극이 혼성하는 체제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_「4장.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중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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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해영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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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만들기 시민모임’ 공동대표이자 한신대학교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마부룩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안익태 케이스》 《임정, 거절당한 정부》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 등이 있다.
최근작 : <친일의 오늘: 안익태 애국가와 트로트>,<친일의 오늘: 안익태 애국가와 트로트>,<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 총 11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우크라이나전쟁의 진실게임: 평화를 위한 전쟁은 가능한가?
진실은 언제나 흑과 백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이의 무수한 회색들을 모두 포함할 때 우리는 사건의 본질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전쟁”에 관해서 한국에는 오직 흑과 백만 존재한다. 제국주의 러시아와 파시스트 푸틴은 이 전쟁의 절대 악이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국민들과 영웅 젤렌스키는 이 전쟁의 숭고한 피해자이자 절대로 승리해야 하는 선이다. 민주주의와 세계의 평화를 지지하는 이들은 숭고한 피해자인 우크라이나와 연대하고, 그들의 승리를 절대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나아가 용기 있는 자들은 의용군으로 직접 참전하여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고 세계의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 이것이 선이며 곧 이 세계의 정의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기만 할까? 포화에 스러지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맞은편에 또한 전쟁에 희생되는 러시아 국민들이 있지 않나? 푸틴이 자국 병사들을 전쟁터로 끌고 가 죽음을 맞게 하는 독재자라면, 역시 자국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는 젤렌스키는 무엇이라 불러야 하나? 세계는 과연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미국과 나토가 지원한 수십만 발의 포탄과 수십 대의 탱크가 정말로 ‘평화’의 수단인가? 그렇게 구축하려는 평화에 러시아는 포함되는가, 배제당하는가? 몇 가지 질문만으로도 이 전쟁을 숭고한 선과 절대 악의 대결로 볼 수 없게 된다.
그렇다. 아마도 이 전쟁 또한, 무수한 전쟁들이 그러했듯이, 국제정치의 한 과정이자 현 시점의 지정학적 변화를 반영하는 하나의 사건이다.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어떤 지정학 전략과 또 다른 지정학 전략의 충돌이다. 이를 인식하고 전쟁을 선과 악으로 가르지 않기로 했다면 이제 할 일은 이번 전쟁의 과거와 미래를, 그 배경에 있는 많은 관계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흩어져 있던 사건과 인물들을 한 줄로 세우고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주변 세계 여러 나라들의 전략과 손익을 한데 모아서 보면 우크라이나전쟁의 회색 지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쟁은 언제 시작되었나?
이 전쟁은 현지 시각으로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되었다. 그날 새벽 6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무장 해제와 나치즘 제거, 동남부 지역의 주민 보호를 목표로 하는 ‘특수 군사작전’을 명령했다. 그와 동시에 러시아군은 키예프와 하르코프, 오데세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의 핵심 시설물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북부·남부·동부 세 방면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이것이 이 전쟁의 시작에 대한 ‘공식’ 해석이다.그러나 이 해석은 서방의, 특히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이른바 진보 리버럴 네오콘이 만든 정의이다. 반면에 러시아는 이 사건을 ‘전쟁’이 아닌 ‘특수 군사작전’으로 부르며, 우크라이나를 향해 돈바스 지역의 영토 불가침과 주권을 보장한 “민스크협정”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민스크협정은 2014년과 2015년 두 번에 걸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이 서명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한 것으로,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러시아인 계통의 주민이 다수인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특수한 지위(분리·자치)’를 약속했다. 그리고 이를 조건으로 해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의 군대가 철수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민스크협정에서 약속한 개헌과 돈바스 지역의 분리를 이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 지역 주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 학대와 탄압을 지속했다는 것이 러시아의 주장이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는 나치즘과 결합하여 공공연히 러시안 슬라브인에 대한 인종청소를 시도했으며, 이들이 우크라이나 국내에서 현실 정치세력이 되었다고 러시아는 규탄했다.
바이든이 국제사회를 향해 러시아의 전쟁 야욕을 한창 경고하고 있던 2022년 2월 16일에 우크라이나 군대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대규모 포격을 개시했다. 그럼에도 서방 언론은 2월 16일부터 2월 23일까지 지속된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 포격을 보도하지 않았다. 오직 2월 24일에 전쟁이 시작되었다고만 말했다. 한국의 뉴스도 마찬가지다. 또한 2021년 내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했으며 곧 전쟁이 임박했다는 뉴스를 내보내는 동안에도 우크라이나군 또한 전체의 절반 혹은 12만 5000명에 달하는 대병력을 돈바스 지역에 배치했다는 사실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전쟁은 언제 시작된 것인가?
이들은 한결같이 거친 도덕적 성토와 더불어 러시아의 침공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러시아는 침략 반대 및 주권과 영토의 불가침을 규정한 국제법 최고 강행규범을 위반했다. 하지만 동일한 규범은 우크라이나 내 소수민족인 돈바스 민중의 ‘자결권’ 역시 확고하게 승인하고 보장한다. 심지어 이들의 민족해방 투쟁을 지원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의무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고, 포로셴코(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와 젤렌스키(우크라이나 현 대통령)는 우크라이나 내 돈바스를 침략했다. _24쪽
예정된 혹은 의도된 전쟁: “나토는 단 1인치도 동진하지 않을 것이다”
전쟁에 반대한다. 그러나 그 반대가 악으로 간주되는 대상의 절멸을 상정하고 있어도 그 편에 서야 할까? 심지어 그 대상이 악으로 간주되는 이유가 오해와 조작 때문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은이는 우크라이나전쟁의 기원을 나토의 동진과 낡은 ‘루소포비아Russophobia’(Russia와 phobia의 합성어로, ‘러시아 혐오’를 뜻한다) 지정학에서 찾는다.
1990년 2월 9일 미국의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는 고르바초프를 만난 자리에서 독일 통일에 대한 소련의 동의를 구하며 “나토의 관할권이 동쪽으로 단 1인치라도 확장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확언했다. 그리고 같은 약속을 조지 W. H. 부시 미국 대통령과 헬무트 콜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했다. 미국과 나토는 소련을 포함하는 유럽의 새로운 평화·안보 구조를 소련에 제안했다. 그러나 이후 역사에서 소련은 붕괴해 사라졌고, 나토는 회원국을 늘리며 점점 더 동쪽으로 확장되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나라들에 나토의 군사기지가 설치되었고, 그들의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는 모스크바를 향해 있었다. 러시아는 여기에서 어떻게 평화가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미국과 나토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렇게 질문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팽창은 누구를 겨냥하는가? 바르샤바조약기구 해체 이후 우리의 파트너들이 했던 약속은 어떻게 된 것인가? 선언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가버렸나? 아무도 그것을 기억조차 못 합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 앞에서 지금까지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상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1990년 5월 17일 브뤼셀에서 나토 사무총장 뵈르너가 한 연설을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나토 군대를 독일 영역 외부에 배치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은 소련에게 확고한 안보보장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보장은 지금 어디로 갔습니까? _53쪽(푸틴의 2007년 뮌헨 안보회의 연설)
우리는 누군가를 도발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행동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파트너에게도 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청합니다. _55쪽(푸틴의 2008년 부쿠레슈티 나토 정상회의 연설)
루소포비아, 닳고 닳은 기억의 정치
현재 미국의 집권 민주당의 주류는 시카고대학의 레오 스트라우스와 예일대학의 도널드 케이건에서 시작된 네오콘의 후예들이다. 지은이는 이 가운데에서도 국무부 차관 빅토리아 눌런드를 포함한 케이건 집안을 네오콘의 성가정Holy Family으로 지목한다. 이들의 목표는 ‘자유주의 패권의 확장’이며, 그 과정에서 소련은 반드시 제압해야 할 주적으로 설정했다. 냉전은 끝났고 소련은 지상에서 사라졌으며 푸틴은 공산주의자가 아니지만, 네오콘은 자신들의 계획표에 공산주의 소련의 빈자리를 민주주의 러시아로 바꾸었다.
실제로 2014년 이후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에 엄청난 양과 질의 군사 장비와 훈련, 자문을 최대한 제공했다. 마치 서방의 자본 및 기술과 남방의 값싼 노동력을 결합하듯이 미국 및 나토의 군비와 재정, 첨단 무기, 정보 및 장비로 무장한 양질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맞상대로 육성되었다.
‘브레진스키 함정’의 요체는 이렇다. 적을 원하지 않는 전쟁으로 유도해 한정된 자원을 고갈시키고 전력을 약화시킨 뒤 최종적으로 압박해 무너뜨린다. 그렇게 아프가니스탄은 ‘소련의 베트남’이 되었고, 소련은 자국의 생산력으로 더 이상 냉전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결국 붕괴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으로 우크라이나가 지목되었다. _66~67쪽
그리하여 지은이가 내린 결론은, 이 전쟁은 미국의 리버럴 혹은 진보 네오콘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바둑돌로 들고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대리전쟁proxy war’이다. 또한 “이 전쟁은 미국이 감독하고 젤렌스키가 연기한 드라마다!”
작은 차이의 나르시시즘: 우크라이나 내부의 경계선
외부인이 보기에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혹은 폴란드 사람은 다 똑같은 사람(슬라브인)으로 보이지만, 우크라이나 민족주의(혹은 네오나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은이는 우크라이나의 동부와 서부가 이데올로기적 경계선(섭틀니 라인Subtelny line)에 의해 둘로 분할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그 경계는 인종상의 차이(우크라이나인 대 러시아인)와 언어상의 차이(우크라이나어 대 러시아어)에 서로 다른 홀로코스트 역사가 더해진 결과이다. 홀로코스트 역사 왜곡과 백인종 민족주의가 결합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에서 네오나치가 무장력을 갖춘 유일한 나라가 되었으며, 이제는 무장한 나치가 거리의 정치뿐 아니라 의회와 언론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 세계 네오나치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한편 미국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2014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친러시아 노선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이른바 ‘마이단혁명’)에 네오나치 조직 스보보다당을 동원하였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미국의 전략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한층 더 복잡하게 꼬아버렸다.
우크라이나인들 중에는 스스로를 서구인과 동일시하면서 러시아인에게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마이단을 둘러싼 모든 일들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부분이다. ‘선진적’ 친마이단 세력이 ‘후진적’ 친러시아 세력과 공통의 언어를 갖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인이 바로 이 우월감이다. 이것이 돈바스 봉기, 우크라이나군의 돈바스 대테러 작전, 러시아의 개입, 민스크평화협정과 키예프 정권의 불이행,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지금의 전쟁을 초래했다. _90쪽
미국, 최악의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로: 한반도는 냉전 2.0 시대에도 ‘냉전의 최전선’
전쟁은 어느새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병력과 자원을 우크라이나에 가두어놓고 경제 제재를 추가하여 러시아를 굴복시키려던 미국의 계획은 어떻게 되었을까? 러시아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을 강력한 동맹으로 확보하고, 브릭스 국가 및 중동과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에서 영향력을 넓혔다. 지은이는 이와 같은 이번 전쟁의 성격을 ‘하이브리드전쟁’으로 정의한다. 전쟁이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적 충돌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게 서방the West 대 나머지the Rest의 세력 경쟁으로 확장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표트르 대제(재위 1682~1721년) 이래로 서구의 일원이 되고자 노력했으나 이제 그 목표가 바뀌었다는 지은이의 분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곧 도래할 다극 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미국의 세기, 단극의 세계질서가 마침내 끝나가고 있다.
현재의 핵심은 ‘대유라시아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러시아는 지정학적 방향성을 동쪽과 남쪽에서 찾고 있다. 서방과의 관계를 굳이 피하진 않겠지만, 중요한 미래는 동과 남에 있다는 말이다. 특히 동진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반동맹을 구축하여 과거 냉전 때처럼 서로를 적대하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한다. …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건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신냉전의 대포밥’에 불과하다. 이 전쟁의 목표는 위협 제거와 억지다.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만큼의 힘만을 투사하여 다시는 러시아의 미래를 위협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이다. _220쪽
곧 도래할 두 번째 냉전 시기에도 한국은 냉전의 최전선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책의 말미에서 ‘친미’를 최핵심으로 하는 한국의 지정학적 문화가 대륙의 지각변동에 어떻게 반응할지에 관하여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지정학적 충격을 성공적으로 흡수하거나, 흡수했지만 충격을 받고 균열이 생기거나, 혹은 충격으로 아예 분열하는 경우이다. 어떤 경우든 달러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편승하여 급속히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의 정치경제는 엄청난 구조 변경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전쟁의 진짜 의미는 한국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우크라이나전쟁 너머에 있는 신세계질서를 봐야 하는 이유다.
적어도 우리에게 미국은 단지 한 나라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관계다. 국제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국내관계의 문제이다. 한국 안에서 미국은 깊은 해자로 둘러싸인 구조이자 시스템인 동시에 네트워크다. 현재까지도 미국은 강력한 구심력으로서 한국의 권력으로 정의되는 이익을 자신에게 복속시키고 있다. 봉신국에 대한 종주국의 권리인 것처럼 말이다. 미국의 이익이란—키신저의 말처럼—우적友敵을 초월하는 국가 목표인 반면, 우리에게는 이것이 친구의 이익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비대칭이 존재한다. _283쪽 접기
북플 book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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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정당화하려는 한국의 학자가 어디있겠나? 한국에서 러사아의 우크라 침공을 옹호한다고 혜택을 입는 이가 있을수가 있나? 저자는 학자로서 중도적 관점에서 현상황을 주지시키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만 팩트가 서방측이 주장하는 바와 다르기에 오해받을뿐이다.
이하라 2023-07-24 공감 (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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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까지, 즉 상반기엔 총 51권의 책을 읽었다. 작년 1년 100권 읽기에 실패했는데 아무래도 직장 환경이 크게 바뀐 탓이 영향을 많이 미쳤다. 직장에서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보다 많이 소모되다 보니 책에 잘 손이 가지 않았다. 올핸 그래도 같은 곳에서 2년째라 적응해서인지 책 읽기가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가장 많이 본 책은 ... 더보기
닷슈 2023-06-30 공감 (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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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역사학자 얀 모렐리의 전시 프로파간다 기본 원칙으로 시작한다. 1. 전쟁을 원한 건 우리가 아니다. 2. 전쟁의 책임은 오로지 적에게 있다. 3. 적장은 악마나 흉악범의 얼굴이다. 4. 우리는 오직 대의를 위해 싸울 뿐 작은 이익도 탐하지 않는다. 5. 우리는 의도치 않게 잔혹행위를 저지를 수 있으나 적은 고의로 그런다. 6. 적은 금지된 ... 더보기
닷슈 2023-06-18 공감 (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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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읽고 싶어요 (17) 읽고 있어요 (6) 읽었어요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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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정당화하려는 한국의 학자가 어디있겠나? 한국에서 러사아의 우크라 침공을 옹호한다고 혜택을 입는 이가 있을수가 있나? 저자는 학자로서 중도적 관점에서 현상황을 주지시키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만 팩트가 서방측이 주장하는 바와 다르기에 오해받을뿐이다.
이하라 2023-07-24 공감 (2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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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 싶어하는 저자의 의도가 다분히 담긴 책.
작가는 스스로 나토에 들어가고 싶어하는가들을 편협한 시각으로 보고있음 구매
박주진 2023-02-13 공감 (2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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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에 물든 병든 사회를 성찰하게 해주는 책 구매
깜한 2023-02-26 공감 (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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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주류언론이 다루지 않는 전쟁에 대한 전모와 양상을 기술하고 있는 전반부가 인상적이다. 단순한 선악구도가 아닌 냉정한 현실주의적인 측면에서 전쟁을 들여다보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지형에 대해 너무도 무지했던 것도 사실. 구매
홀든 콜필드 2023-03-05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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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자결이 우크라이나의 주권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으시는 분의 책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소국은 무조건 강국에게 복종하는거 말고는 선택지가 없죠.. 제가 아는 최악의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lamancha91 2023-02-19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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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 전쟁의 기원과 감춰진 이면에 대하여 새창으로 보기
나는 한국을 포함한 서방의 언론이 개전 이후에 내보낸 뉴스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경향을 발견했다. 이것을 미디어와 사실 fact의 관계 변화라고 해도 좋겠다. 진실 truth은 어떤 도덕적 함의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사실이 곧 진실인 것은 아니다. 포스트트루스 post-truth의 진행 단계가 고속화/고도화되면서 이제 미디어는 사실이나 진실에 특화된 사회적 체계와 기능에서 이탈했다. 미디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권부 mediocracy가 되어 사실과 진실을 선별하고, 기사를 권력자원화한다. _ 이해영,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 p201
이해영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는 언론보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기에 ‘달의 뒷면‘과도 같이 낯설게 느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에서 지적한 언론에 의해 은폐된 진실은 개별 전투(combat)에서 전쟁(warfare)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쟁의 전반을 망라한다.
저자는 본문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국외적 배경과 국내적 배경 설명에 지면의 상당부문을 할애한다. 우선 국외적 요인으로 단극체제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기획이 지적된다. 이미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우방이었던 서독과 일본의 경제적 부상을 저지시킨 경험이 있는 미국은 1990년대 냉전 종식 후 정치적 경쟁자가 될 우려가 있는 소련을 해체시켰고, 나토(NATO)의 동진을 통해 러시아를 압박시켜왔다. 노엄 촘스키(Avram Noam Chomsky, 1928 ~ )와 제프리 삭스(Jeffrey David Sachs, 1954 ~ )는 정확히 이 지점을 지적하며 미국 역할론을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네이콘이 추진한 30년 프로젝트의 정점이다. 바이든은 네오콘을 몰고 거대한 파국으로 질주하고 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와 미국, 그리고 EU는 또 하나의 지정학적 파탄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만일 유럽에 약간의 통찰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들은 미국의 외교정책 판탄으로부터 떨어져 나올 것이라고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컬림비아대학 교수는 말한다. _ 이해영,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 p38
‘브레진스키 함정‘의 요체는 이렇다. 적을 원하지 않는 전쟁으로 유도해 한정된 자원을 고갈시키고 전력을 약화시킨 뒤 최종적으로 압박해 무너뜨린다. 그렇게 아프가니스탄은 ‘소련의 베트남‘이 되었고, 소련은 자국의 생산력으로 더 이상 냉전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결국 붕괴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으로 우크라이나가 지목되었다. _ 이해영,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 p67
국외적 요인이 미국 네오콘의 프로젝트라면, 우크라이나-러시아 문제는 아조프(Azov)로 대표되는 극우집단 문제다. 일찍이 1940년대 볼린 Volyn 지역에서 대학살을 주도한 세력을 기원으로 하는 극우 파시스트 문제는 전쟁 이전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 계 주민을 향한 폭력을 행사하며 악명을 떨쳤다. 언론에 의해 거의 보도되지 않는 이러한 사실을 펼쳐놓고 종합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본다면 선악(善惡)을 판단하는 문제는 이해 당사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문제다.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미영 등 서방 언론에서는 거의 삭제된 부분이 우크라이나의 극우 파시스트 문제이다. 우크라이나는 적어도 전전까지 전 세계에서 네오나치가 무장력을 갖춘 유일한 나라였다. 그리고 무장한 나치가 거리의 정치뿐 아니라 의회와 언론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전 세계 네오나치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2014년 이른바 유로마이단은 네오나치의 공간을 활짝 열어놓았다. 그 배후에는 당연히 미국이 있었다. _ 이해영,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 p96
아조프는 군사운동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프로젝트라는 점을 기억하라. 아조프는 압도적 다수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아르코프 지역의 ‘우크라이나 애국자‘에서 넘어온 극우 세력이 모체이다. 그런데 아조프 민족주의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와 달리 우크라이나 언어, 인종, 혹은 종교 이슈에 집중하지 않는다. 아조프는 ‘민족‘을 이탈리아 파시즘의 정신을 이어받은 국가주의로 인식한다. _ 이해영,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 p104
그런데 이런 판단을 전쟁과는 전혀 무관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편향된 정보와 낡은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내린다면 섣부른 결정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점이고, 때문에 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에 대해 무겁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NATO의 동진(東進)으로 러시아의 시각을 아시아로 돌린다면, 결국 다음 대립은 쿠릴열도를 둘러싼 러시아-일본의 갈등이 될 것은 너무도 명확한 상황에서 한미일 동맹을 통해 러시아를 견제하고,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중심으로 인도까지 포함한 인도-태평양 동맹으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노골적이다. 빠른 한미일 동맹을 위해 오염된 미군 기지 위에 살짝 흙을 덮듯 서둘러 과거사 문제와 독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통으로 양보하는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외교 참사.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는 이러한 일련의 흐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닿아 있음을 잘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보여준 통찰이 현재 우리의 정세 분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지금의 모습이 과거의 반복이라면, 책을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 뿐 아니라 ‘한국전쟁의 기원‘에 대해서도 보다 깊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서는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 1943 ~ ) 의 <한국전쟁의 기원>리뷰에서 보다 깊게 살펴보도록 하자...
2022년 11월까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M777 견인포 142문과 155밀리미터 포탄 92만 4000발을 제공했다. 미국 정부는 155밀리미터 견인포를 감산하려 했지만 최근에 긴급 예산을 편성하여 물량 확보에 나섰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포병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장사정포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의 포탄 재고는 위험 수위에 도달했지만, 그럼에도 포탄 생산력을 늘려려면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미국은 한국에 포탄 공급을 요청했다. _ 이해영,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 p182
우크라이나전쟁은 타이완의 향배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시리아와 이스라엘을 둘러싼 서아시아에서의 갈등 역식 마찬가지다. 역으로 타이완 문제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맞물려 중러 관계의 지속성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래서 어쩌면 이 모든 요인이 한편으로 미국 단극 체제의 동요를 수반하고 다른 한편으로 신냉전을 강화하는 경향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것이 군사적으로 한층 고조되어 3차 세계대전이 될 가능성 또한 실재한다. _ 이해영,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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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3-05-13 공감(50)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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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새창으로 보기 구매
이런식의 논리면 스탈린도 죄가 없고 히틀러도 그럴만 해서 그런거 아닐까? 플친님의 리뷰가 좋아서 읽었는데 23년간 장기 집권중인 푸틴의 만행들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도 기만적이지만 러시아도 만만치 않다. 다만 앞으로 좀더 면밀히 알아보고 공부하자는 결심은 얻었다.
청아 2023-07-28 공감(49) 댓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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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역작 새창으로 보기 구매
과작이기는 하지만, <낯선 식민지, 한미 FTA>로 대표되는 상당히 논쟁적이면서도 묵직한 저서들을 발표해온 이해영 교수의 새 책이다.
세계적 범주의 '신냉전+하이브리드 전쟁' 속 핵심 사건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매우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이로부터 일극 패권에서 다극 체제로 이동하는 "지정치경제적" 대전환의 신국제질서와 그 속에서의 한반도 또는 한국의 길을 전망하는 책이다. 손에서 놓기 어려울 정도로 흥미진진하지만, 동시에 상당히 광범위한 이야기들을 압축적으로 다루고 있어서(저자의 글 쓰기 스타일이 기본적으로 그런 것 같다) 따라가려면 꽤 많이 집중해야 하는 책이다(그런 의미에서 '들어가며'와 결론격 6장 '클라우제비츠와 함께 칸트로'를 먼저 읽고 보면 더 이해하기가 쉽다).
전반부에서 저자는 완전히 미국/서방식 인식과 보도로 일관되어 있는(그래서 엉망진창인) 한국의 우크라이나 전쟁(더 나아가 '신냉전'의 과정, 구조, 현황) 의식 지형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전복하고자 입체적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세간에서 (이제야) 꽤 이야기되는 나토 동진 문제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내전 상황이었던 우크라이나의 '마이단' 사태(그리고 네오콘의 개입)와 이로 인한 돈바스 탄압(영웅적 이미지가 덧붙은 젤렌스키 정권은 네오나치와 손잡은 반민주 세력이었다), 전쟁 본격화 이후 국면에 대한 3단계 분석 등을 통해 미국이 지금의 사태에 얼마나 깊게 개입했으며 '패권 유지'를 위해 이 국면을 어떻게 만들어나가려고 하는지, 그에 대한 반응으로써의 러시아와 푸틴의 강경 대응이 어떤 것들인지 밝히고 있다.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 내 나치 추종자들의 연합) 정권은 우크라이나 '국가의 일부'만을 대표했고 점점 더 그러한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 역시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서 토론장 입장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사실'들이 차곡차곡 제시되고 있다. 또한 지금의 '실제 상황'과 그에 의거한 미래 전망에 대해서도 다양한 소스들을 이용해 검증하고 있다(사실상의 미-러 전쟁에서, 예측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는 전체적으로 러시아의 의지가 관철되고 있고, 이에 대해 미국과 나토는 더 큰 개입으로 만회를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까지 나가면 이는 사실상의 3차 세계대전이라는 점이다).
후반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세계적 차원의 새로운 질서인 '다극 체제'의 출현, 현황, 미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신냉전'은 미국의 일극 패권이 스스로 퇴락하기 시작하면서 열린 다극 체제 양상에 대한 반응이다. 다극화는 사실상 거스르기 상당히 어려운 흐름이지만,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되느냐)에 따라 다시 일극으로 반전될 가능성도 (지극히 낮지만) 있기는 하며, 무엇보다도 그 과정이 파국적일 것인가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현재 미국의 대전략은 나토, 일본, 호주, 한국 등을 묶는 동맹의 결성과 이들에 대한 더욱 강력한 통제(와 착취)인데, 이는 자연스럽게 세계를 미국-서방 VS. 글로벌 사우스로 재편시킨다. 이는 미국의 달러 패권까지 걸린 사활적인 문제이자, 산업세계(실물경제)과 금융세계(가상경제)가 충돌하는 거대한 헤게모니적 대결이라는 점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세계 질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그 정도로 거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은 패권 보존을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세계 곳곳은 '영구 전쟁'적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저자가 가장 문제로 여기는 것은 한국(의 '정치계급')이 완전히 서방의 인식에 합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쿠이 보노(누구에게 이익인가)"라는 질문이 결여된, 미국 중심 세계관은 급속하고 파국적인 위기를 한국에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예전 방식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시국이기 때문(당장 요즘의 에너지난 등 경제 위기가 그렇다. 이전의 방식은 지금 그리고 이후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 북한이 반패권 동맹(중국, 러시아, 이란)과 '나머지 세계'(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에서의 확고한 위상(어떤 의미로든 '핵'은 '영구 전쟁' 위기 속에서 가치가 수직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을 노리는 가운데 한국의 고민은 더욱 심각하고 실존적인 것(생존뿐만 아니라 통일 문제에 있어서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충분히 공감이 간다.
과연 우리는 적당한 타협이 불가능해 보이는 미국 VS. 반패권 연대, 서방 VS. 글로벌 사우스의 대립 심화 속에서 어떤 위치와 자세를 취할 것인가? 필연적인 국제 정세 변화에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 '한반도'의 미래 방향타를 어떻게 잡아 기획하고 개척해나갈 것인가? 근래에 나온 책들 중에서 가장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전체적으로 쉬운 내용이 아니다). 세계질서가 정치 덕후들의 말 놀이감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가장 깊숙하게 파고드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이 드러나는 요즘 시기에 참 적절하게 나왔다. 특히 천편일률적인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와 '신냉전' 분석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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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flow 2023-02-14 공감(3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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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질서가 자리잡는 마지막 경로 새창으로 보기
이 책에서 저자의 주장하는 바는 명백하고 결론도 명확하지만 그를 통한 사유의 전개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양하리라 생각된다. 까닭에 이 책을 읽고 든 나의 견해를 당연한 결론이라고 주장할 수만은 없으리라 판단되기에 그건 짧게 주저리고 본서에 대한 감상 포인트 몇 가지만을 남기려 한다.
본서의 결론은 책 띠지에서 이미 언급하듯 미국 주도의 리버럴 단극 체제가 종식되고 양극 내지는 다극 체제로 이행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어떻든 남아있는 말로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지정학적인 향방과 지경학적인 관점들도 주목되는 저작이다. 전쟁의 정당성을 미국과 서방측에 있다고만 볼 수 없는 여러 이유들을 제기하고 있기도 한데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라는 저작을 통해 이미 윤곽은 알게 된 러시아가 전쟁을 개전한 원인들을 본서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구체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입장에 더욱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를 통해 러시아가 기만당하고 고립되고 위기감을 가진 과정을 윤곽만 알게 되었다면 본서는 그 과정과 원인과 미국의 추구를 명백하고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서방측이 나토를 동진시키지 않겠다는 협정을 러시아를 한시적으로 자제하도록 하기 위한 기만책 정도로 정의되도록 만든데 대해서는 분명 책임의 소지를 서방측 내부에서 찾아야 할 일이다. 러시아에서 독립한 발트 국가들의 유럽 연합 가입이 이어지고 러시아 외곽지대 거의 전체가 미국의 우방국들에게 안배된 미사일들로 집중 배치된 가운데 그 중립 또는 완화지대가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취할 액션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말이다..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병합한 2014년의 상황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고 그 이후 민스크 협정을 통해 시간을 번 우크라이나가 2022년 2월까지 시간을 벌면서 유럽의 축이 되는 국가들 보다 더 육군의 병력과 무기를 상당 규모 비축한 이후 민스크 협정을 통해 이미 자립을 인정받은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가 전쟁을 개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거의 한 주 동안을 집중포격한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내의 러시아 민족은 1700만 명에 이른다(이들은 거의 다 우크라이나의 동부와 동남부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인과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인으로 언어 사용에 따른 분류를 하기도 한다. 4300만 명의 우크라이나 구성원 중 1700만 명이 러시아인이고 나머지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인과 그렇지 않은 우크라이나인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 책이 아니더라도 기자 출신 유투버와 시사전문 유투버가 다룬 우크라이나 문제, 그리고 매스미디어의 기사와 다큐 등을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한 가정 내에서도 러시아군을 지원하는 구성원과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구성원으로 나뉘는 독특한 양상을 전해 들을 수 있다. 러시아 민족이 아닌 우크라이나인들도 러시아를 지지하거나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하거나로 나뉘는 것이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보듯 미친 푸틴의 오산이 만든 전쟁은 아니라는 것을 본서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민족 자결주의로 1920년 이후 많은 국가들이 독립하게 되었으며 이는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사람들이 국제적 승인을 받으며 독립할 근거가 되기도 한다. 젤렌스키가 돈바스지역을 근 한 주 동안 포격한 자체가 국제법 위반 사항이며 젤렌스키가 돈바스 지역을 공격하는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을 내정간섭만으로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젤렌스키가 자립한 돈바스 지역을 공격하는 뒷배에 미국과 서방측의 지원이 있었다는 것은 억측만이 아닐 것이다. 2014년 이후 2022년 러시아의 개전을 젤렌스키가 유도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강국들과 비교해 월등한 육군 병력과 화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병력과 화력이 확보되자 젤렌스키는 민스크 협정을 위반하며 돈바스 지역에 집중 포격을 했다. 국제법을 위반한 이 공격이 거의 한 주 내내 이어지자 러시아가 개전한 것이다. 미국과 서방측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런 화력을 우크라이나는 갖출 수 없었을 것이다. 본서의 내용을 벗어나 보자면 누구나 검색만 하면 기사를 확인할 수 있듯 이번 전쟁 중 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 정권을 지원하는 동안 젤렌스키의 재산은 한화로 1조원 이상 증가했으며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장관들의 재산도 대부분 5000억 원에서 8000억 원씩 증가했다. 전쟁이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도 모호해지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본서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도 전문가들의 자료를 근거로 들고 있다. 뉴스만으로 우리는 러시아라는 대국이 우크라이나 같은 소국을 상대로 고전하는 듯이 기사를 접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관점으로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정복하려한 것이 아니라 푸틴의 주장처럼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돈바스 지역과 크림반도 등의 우크라이나 동부와 동남부 지역만을 확고히 독립시키려 작전 중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벨라루스의 참전 등의 가짜뉴스와 우크라이나 수도로 진격할 것처럼 전략을 짜 우크라이나 군대가 수도를 지키기에 전념하도록 함으로써 돈바스 지역까지 이르는 수송로를 차단해 동부와 동남부로의 접근을 차단하고 동부와 동남부 지역을 확고히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서방의 지원이 거세지는 최근까지도 푸틴은 전쟁이라는 용어 사용을 기피했었다. 그러다 근래에서야 공식석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군사작전이라고 하지 않고 전쟁이라고 칭하고 있다. 애초에 대대적인 전력을 동원할 전쟁이라 여기지 않으며 소소히 돈바스와 크림 반도만을 수호하려던 계획에서 전쟁이 지지부진하게 연장되자 국소적인 군사작전을 국가 차원의 전쟁으로 재정의하게 되었다는 것이 러시아측 입장이 아닌가 싶다. 미국과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없었다면, 민스크 협정이 지켜지고 국제법상의 민족 자결주의가 지켜졌다면, 러시아가 개전할 여지는 적었으리라는 판단도 들게 만드는 전개이기도 하고 생각해 봐도 돈바스 지역을 한 주 동안이나 우크라이나 부대가 집중 포격하지 않았다면 러시아로서는 전쟁의 명분은 없었을 것이다. 대전략적 차원에서 우크라이나가 유럽 회원국이 되는 것은 분명 러시아가 막으려 했겠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의 개전 명분과 러시아의 전쟁에 대한 입장과 정의를 재정립하도록 유도한 것은 우크라이나와 미국과 서방측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전쟁을 유도한 것일까? 언젠가 일어날 전쟁이긴 하더라도 왜 이 시점에 전쟁을 유도한 것일까? 저자는 전쟁의 결과로 단극화에서 다극화 체제로의 이양을 든다. 그 과정에 미국 달러의 헤게모니도 끝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주장의 근거로는 러시아와 중국이 이미 미국 채권을 매도하고 달러 보유분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 채권과 달러를 처분하고 금을 대량 매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쯤에서 작년 뉴스가 떠오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선진국 대다수가 금을 대량 매입하고 있다는 기사 말이다. 달러 헤게모니의 끝을 이미 예견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드는 경계이기도 하다. 어쩌면 패권의 다극화는 이미 예측되고 준비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래 내용은 제 개인 소견입니다)
저자는 단극화의 장점으로 전쟁이 없고 현재의 국경선이 유지되는 것과 안정적인 경제를 예로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극화가 되면 전쟁 발발의 위험성, 타국가 침략의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처럼 정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세계상은 무너지는 것이다. 어찌보면 2027년 경의 중국과의 전쟁을 예측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그 전에 중국을 지원할 가능성이 다분한 러시아의 전력에 손실을 주어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거나 전쟁 자체의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 러시아의 개전을 미국과 서방측이 유도한 것은 아니었을까 짐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생각되는 건 이 다극화 이후의 세계상이다. 다극화가 되어 불안정한 세계상이 된다면 일부 군사강국 이외의 국가들은 위기감을 느낄 것이며 그 불안은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바람을 갖게 할 것이고 그것은 결국 안전을 보장할 국제기구의 권한 강화나 새로운 체제의 강력한 국제기구의 설립을 불러올 것이다.(그리고 달러 헤게모니의 붕괴와 각국의 CBDC 발행은 그레이트 리셋의 정점을 가져올 것이다) 이 과정이 진행된다면 결국 세계 단일 정부의 수립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 이 과정이 최종 목표인 지배계층이 있다면 그들을 딥스테이트라 부르던 카발이라고 부르던 그들은 너무도 효과적인 대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블로프의 개가 음식 없이 종소리만으로도 침을 흘리듯 이제는 “음모론이다”라고 소리치는 바람잡이가 없이도 의심해 볼만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자기 스스로 "음모론이다"라며 비하하고 폄훼하게 되었다. 하긴 이제는 의심해 본다고 해서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세계는 강력한 국제기구의 통제 아래 놓일 것이며 각국은 자발적으로 대중심리 통제와 제도적 제재로 대중을 통제하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 봤는데 벗어날 길은 없어 보인다. 몰라도 당하고 알아도 당할 수밖에 없는 경로 안에 역사는 들어섰다. 세계는 그들 뜻대로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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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23-03-05 공감(29)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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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쟁 새창으로 보기
책은 역사학자 얀 모렐리의 전시 프로파간다 기본 원칙으로 시작한다.
1. 전쟁을 원한 건 우리가 아니다.
2. 전쟁의 책임은 오로지 적에게 있다.
3. 적장은 악마나 흉악범의 얼굴이다.
4. 우리는 오직 대의를 위해 싸울 뿐 작은 이익도 탐하지 않는다.
5. 우리는 의도치 않게 잔혹행위를 저지를 수 있으나 적은 고의로 그런다.
6. 적은 금지된 무기를 사용한다.
7. 우리의 피해는 미미하나 적의 피해는 대단하다.
8. 예술가나 지성인은 우리의 명분을 지지한다.
9. 우리의 대의는 신성하다.
10. 우리의 선전을 의심하는 자는 반역자다.
벌써 개전 1년을 맞이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위 프로파간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젤렌스키와 푸틴은 이미 양 진영에서 악마화 되어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잔혹 행위를 고발하고 자신들의 승전을 과장한다. 전쟁의 책임은 놀랍게도 침략국과 피해국 양쪽 모두 주장하는데 러시아의 나토의 동진으로 인한 자국 변경 보호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 보호가 전쟁의 이유이며 우크라이나는 서구 자유 진영의 논리와 민족주의가 전쟁의 이유다.
이 전쟁은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한국전쟁이 그러했던 것처럼 상당한 조짐이 있었다. 전쟁은 동계올림픽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는데 이미 몇 달 전 서구 언론에서는 전쟁이 날 것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있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이미 2021년 전 병력의 절반인 12만 5천 명을 러시아의 주 목표 지역이 될 돈바스 지역에 집결시킨 상태였으며 서구는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 군을 상당히 훈련시켜 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전쟁이 상당 부분 러시아의 성공으로 진행된 것은 서구, 나토와 미국의 무능,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무능, 상대적인 러시아의 전쟁수행능력의 우수함을 입증한다.
우린 이미 서구에 속해있기에 이 전쟁과 관련하여 우리가 듣는 논리와 가치 소식은 서구 중심적이다. 한국 정부 역시 철저히 그런 입장에 서있다. 여기서 러시아는 상당히 악마화 되어 있으며 그 중심이 푸틴이고 이미 국가 자체가 비정상 국가 취급을 받고 있다. 또한 그들은 자국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21세기에 반인권적 침략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러시아는 나름대로 전쟁의 논리를 갖고 있다. 시계를 크게 거슬러 올라가 냉전의 막바지를 살펴보면 소련은 1990년 붕괴를 맞이한다. 붕괴 당시 소련의 수장은 고르바초프 였으며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동독을 내어주는 상황에 봉착하고 있었다. 동독의 상실은 서구 열강의 동진이었고 이는 무너져 가는 소련입장에서도 안보상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미국와 소련은 나토가 동진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독일의 통일에 합의한다. 이는 당시 미국부장관 베이커가 고르바초프와 구두약속한 것으로 정식문서는 아니자만 이런 구두합의사실이 문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당시 소련은 냉전의 사실상의 패전국이었으며 단극화한 미국의 주도로 나토는 결국 동진한다. 러시아는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방은 유고를 침공했으며 1997는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을 수용하는 기본 조약에까지 서명하게 된다. 결국 러시아는 2007년 푸틴의 뮌헨 선언으로 나토 및 미국의 동진을 더 이상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조지아 전쟁을 계기로 이를 확실히 보여준다. 또한 이후 힘을 키워 크림 반도를 합병하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였으며 군비를 강화하고 내정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국과도 오랜 숙원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아 동맹을 강화한다. 2021년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을 중단하는 최후통첩을 했으며 나토가 이를 무시한 결과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또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단일한 민족세력으로 민주주의 국가로 서방의 일원이 되어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국가로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우크라이나는 기본적으로 세 종족으로 구성된다. 우선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인으로 주로 서부와 중부에 거주한며 이들이 다수를 구성한다. 두 번째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인으로 중남부와 동부에 거주하며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을 없다. 세 번째는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이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두 개의 민족 국가상이 등장해 대결을 펼쳤다. 하나는 갈리시아(민족주의)패러다임으로 단일민족 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동우크라이나 모델로 다종교, 다민족, 다문화 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 양 모델은 생각보다 크게 대립하지 않았으며 2014년 이전까지 이렇다할 충돌이 없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독립이후의 역사는 서부 갈리시아와 동부 돈바스의 서로 다른 정체성과 역사, 러시아에 대한 방향성을 둘러싼 지리적 대립과 정치적 투쟁의 역사였다.
2004년 서구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은 빅토르 유센코가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에게 대선에서 패하자 키예프에선 반대와 시위가 일어나 오렌지 혁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친러성향의 돈바스 지역을 이를 쿠데타로 규정한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서 벗어나 고도의 연방제를 요구했으며 2014년 마이단 쿠데타가 일어나자 반 러시아 반 러시아인 프로파간다가 우크라이나에세 집중 전개되었다. 마이단 반대 및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에 대한 도전은 살해협박과 탄압, 피살로 이어졌다. 이런 극단의 대립에 대한 화해정책으로 당선된 젤렌스키는 권력 장악 후 민족주의로 급선회해 동남부 지역에 더한 배신감을 안겼다. 때문에 지금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2014년 마이단에서 시작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육군 편성은 포병중심이다. 전투차량은 많지 않으며 포병위주의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 군은 부가 남부 지역이 공략에서 야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북부 지역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가 강해 포격을 가할 경우 강한 저항이 우려되어서이고 남부는 친러시아 지역이기 때문이다. 반면 동부는 철저히 포격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군을 빠르게 무력화하고 사상자수를 늘려 항복을 유도하기 위해서여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군 상당수는 러시아 군의 포격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서구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목표를 수도인 키예프의 점령으로 보았다. 하지만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극단적 민족주의 세력 및 동남부 지역의 해방이었다. 그래서 러시아군은 전면적을 감행하는 수준보다는 지역 수준의 전쟁을 다루는 규모로 편성되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거쳐 키예프를 공격하여 우크라이나 군의 주력을 이곳에 묶어두고 동남부 지역을 상대적으로 쉽게 공략했다. 마리우폴 전투 후 전장은 우크라니아 동부에 형성되었는데 포파스나라는 도시 전체의 가옥이 지하요새로 연결된 지역을 러시아가 점령한다. 그래서 현재 러시아는 이곳을 거점으로 사방으로 진격이 가능한 상태다.
서구 언론은 러시아의 전쟁수행능력에 의심을 포하며 전황을 과대 포장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급자족 국가이고 전쟁으로 인한 서구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서구 이외의 다른 지역을 통해 충분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년 이상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내 푸틴의 지지는 아직도 80%에 이른다. 푸틴에 대한 러시아인의 애착을 고려해도 자국내 상황이 전쟁으로 정말 견디기 어렵다면 이런 지지는 나오기 쉽지 않다. 오히려 버티기 힘들어 보이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서구다. 우크라이나는 60세 이하의 남성을 총동원한 상태이며 새로 징집한 이들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곧 여성을 징집한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며 재정적으로 파산상태로 전비로 매일 10억달러가 지출된다. 즉, 서구의 지원이 멈춘다면 전쟁도 파탄난다는 이야기다. 전쟁으로 힘든 것은 서구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오래전 제조업을 포기하고 금융 및 기술자본으로 변모하였기에 이번 재래식 전쟁에서 무기 생산능력이 크게 떨어졌음을 보기고 있다. 이는 평화에 젖어든 나토의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인 상태다. 덕분에 한국이 폴란드에 방산수출로 큰 이득을 보았고 이런 미국의 유약함을 본 산업자본 공장국가 중국은 또 다른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는 사실상 실패했다. 우선 이 정책은 중러는 밀착시켜서 거대한 경제블록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기본 정책은 러시아를 동진시켜 중과 대결하게 만드는 구도인데 정반대의 상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이 냉정 이후 완성한 글로벌 자본주의는 이번 제재로 사실상 종말을 맞이했다. 향후 세계 경제는 과거 냉전 시대처럼 두 개로 쪼개져 서방의 금융자본주의와 중, 러의 산업 자본주의의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이번 제재로 서방은 러시아의 외화자산을 압류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미국의 주 기득권인 달러패권을 붕괴시킬 수 있는데 러시아는 바로 중국 중심의 결제시스템으로 이동해버렸고 중과 러가 대규모로 미국의 달러 및 국채를 정리하여 막대한 적자에도 달러를 마구 발행하는 미국의 기본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러 제재로 고생하는 것은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2022년 5월 기준 상품가격지수 중 비료가격이 250으로 올랐으며 콩기름 및 식품, 곡물가는 170, 에너지는 160에 달한다. 기준 100은 2010년의 수치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으로 유럽연합 각국은 크게 고통을 받고 있으며 러시아 시장을 상실해 무역수지도 25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유럽연합 창설 이후 최대치이며 고물가로 인해 가계들의 부담을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저성장도 심화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자국내에서 철수 할 수 밖에 없는 서방의 알짜 기업을 덤핑 가격에 인수하여 이득을 챙겼고 오히려 해외 수출이 급증해 루블화가 폭등하여 이득을 보고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의 이런 위기에도 트럼프 관세를 적용하여 이들의 산업을 위축시키고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전쟁으로 거둔 거대한 이익으로 인해 유로화와 파운드 화가 절하하여 유럽 연합내의 에너지 식량부분 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
즉,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전쟁에 유럽연합을 가담시켜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안기고 있는 셈인 것이다.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지 못하는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미국의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 1년이지만 향후 미국의 전쟁수행의지 및 미와 서방 중러간의 대결구도, 타이완 등의 향배에 따라 그 예후가 정해질 것이다. 전쟁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는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지속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쉽게 중단될 수 도 있다. 참고로 미국이 수행한 아프간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은 거의 10년의 세월 간 지속되었다.
전쟁 후 세계는 정치군사적으로는 중러 동맹에 기초한 양극화,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브릭스의 전면화를 통한 다극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WTO나 IMF처럼 미국중심의 단극체제에서 발생한 국제지구는 힘을 잃고 UN역시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니아 전쟁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데 우선 1994년 우크라이나 비핵화 모델이 한반도 비핵화모델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어 북의 핵보유 명분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남북과 미중러일이 참여하는 6자회담이 사실상 실효성을 잃게 될 것이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동맹대결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평화적 통일 보다는 과거 냉전시기처럼 대결의 전초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 접기
닷슈 2023-06-18 공감(2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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