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을 죽여버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 사람을 죽여버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018.09.01 07:24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창비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어처구니가 없다. 자기 이름을 내걸고 자기 책을 낸 사람이 자기 원고를 보지 않았음이니, 이는 우롱이요 사기다. 헛되게 쌓은 이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신호탄이다. 뭐, 그걸 보호하겠답시며, 저자보다 위대한 출판사는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을 일삼는다. 그 변명, 기록으로 남기고자 그대로 인용하고 그대로 써 줬다. 왜? 그래야 어처구니 없는 우롱이 후세에 전하는 까닭이다.
도서출판 창비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 '산사편'을 냈다가 부랴부랴 회수하는 소동을 겪었으니, 지금도 멀쩡히 활동하는 미술사학자 강우방(77)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을 죽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이런 소문을 접한 나는 우선 강우방 선생한테 직접 전화를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어느 유명한 사람이 선생님을 고인을 만들었다는데요?" 했더니, 유홍준 얘기를 꺼낸다. 빙빙 돌려 얘기하는데, 종합하니 그랬다고 한다.
강 선생은 얼마전 《주간동아》에다가 유홍준이 올해 4월 출간한 단행본 《추사 김정희》를 맹비난한 글을 투고했거니와, 요점을 추리자면 이 책이 추사 작품이 아닌 글씨와 그림을 대거 추사 작품으로 둔갑시켰다는 것이어니와, 저 책이 표지에 쓴 ‘山崇海深’라는 글자부터가 당장 위작이라는 것이었다. 소문에는 이 기고문이 《산사편》에서 당신을 죽은 사람으로 치부한 유홍준에 대한 복수성 반격이라는 말도 있었다. 출판 선후를 따지면 이는 아닌 듯하다.
전화통화 내내 강 선생 역시 이 부문이 몹시도 신경에 쓰이는 듯, 시종 껄껄 웃으면서도 당신의 《주간동아》 기고문이 그런 반격성이라는 말을 절대로 꺼내지 아니했다. 그는 유홍준의 여러 글이 지닌 문제점들을 성토한다. 그런 성토, 나로서는 결코 생경하지는 않아, 여러 번 듣곤 했다. 물론 그렇다 해서 내가 강 선생 지적 전부 혹은 상당 부분을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유홍준을 포함한 미술계 전반을 향한 강 선생 말씀들을 나는 참고만 하는 편이다. 유홍준을 향한 비판에서 강 선생 역시 자유롭지 못할 데가 있다.
그의 이야기인즉슨, 유홍준이 자기 책에서 당신을 죽은 것으로 처리한 것이 사실이라 하며, 나아가 문제가 된 구절이 등장하는 문경 봉암사를 두고 당신이 한 말이라고 유홍준의 책이 인용한 말 역시 전연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가 말했다. "얼마 전 창비에서 어떤 직원이라는 사람이 전화가 와서는 유홍준 책 얘기를 하는 거야. 나를 죽은 사람으로 표현했다고 하면서, 이건 유홍준 실수가 아니라 편집진 실수라고 하더라고. 죄송하다고. 그 친구는 자기 글도 자기가 안 써나봐? 자기 이름으로 나가는 책을 교정도 안 봤다는 거지. 그러면서 책은 회수했고, 그 부분을 수정하겠다는 거야. 멀쩡한 나를 죽었다 했으니 나 오래살 거 같아."
사실인 듯해서 학술 문화재를 담당하는 박상현 기자를 통해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라 부탁했다. 박 기자가 바로 연락이 왔다. 소문이 맞다 했다. 창비로 바로 확인이 들어간 모양인데, 책은 회수해서 수정 작업을 하는 중이라 했다. 그러면서 관련 기사를 바로 올리겠다고 했다. 구질구질한 것 필요없다고 판단해 그런 소식만을 간단히 담았으니, 그것이 아래 기사다.
선생을 고인이라 적은 '문화유강우방산답사기'
이 기사에서 드러나듯 창비는 "편집자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에 수록된 문경 봉암사 부분을 일부 수정하는 과정에서 '돌아가신 강우방 선생'이라고 적었다"고 하며 "저자인 유홍준 교수와는 관계없이 편집자가 한 실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책이 서점에 깔린 날 실수를 알아채고 강우방 선생께 연락해 사과했다"며 "잘못된 표현이 들어간 책은 수천 부 정도 팔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머지 분량은 모두 회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창비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했다. "유 교수는 서문만 새로 썼고, 본문은 편집자가 기존 글을 교정했다"는 것이다.
이게 뭔가? 장난치는가?
더 자세한 내막을 경향신문 논설위원인 조운찬 기자가 폭로했다. 조 기자는 한국 언론계를 대표하는 학술전문기자요, 그 자신 한문학자요, 한문학도이며, 《삼국유사》 원문도 교정했다. 그는 경향신문 칼럼 코너인 [여적]을 빌린 '유홍준의 두번째 ‘굴욕’'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산사순례>는 유 교수가 새롭게 쓴 저서는 아니다. 출판사가 우리 산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밀리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하 <답사기>) 시리즈에서 산사 답사기만을 뽑은 것이다. 1993년 간행된 <답사기> 1권의 ‘문경 봉암사’편에는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강우방 선생’이라고 되어 있다. 기존 콘텐츠를 재편집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유 교수의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유 교수는 <산사순례>의 서문 ‘산사의 미학’을 새로 썼고, 표지에도 ‘유홍준 지음’이라고 내걸었다. 유 교수는 저자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 있게 해명해야 한다. 출판사 창비는 유명 인사의 명성에 기대어 기존 콘텐츠를 재탕, 삼탕하는 셀럽 마케팅을 재고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이번 책은 출판사 창비나 그 저자로 기록된 유홍준의 우롱 행각이다. 이번 여름,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 승원' 7곳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그에 부화뇌동해서 이걸로 장사해 보자는 얄팍한 상술이다. 그리하여 기존 답사기 관련 글들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그걸 산사편이라 해서 짜깁기했으니, 이것이 우롱 아니고 무엇이리오? 자기 이름으로 나가는 자기 책을 교정도 보지 않고 서문만 쓴 유홍준은 또 뭔가?
이번 사건은 유홍준 기존 책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의문 부호, 특히 그 신뢰성에 심대한 의문 부호를 낳는다. 유홍준이 일으킨 바람이야 내가 부정하고픈 생각이 없으나, 그의 시대는 이렇게 저물어간다. 이젠 유홍준의 시대가 아니다. 그의 퇴장이 아름답길 기대해 본다.
2018.09.01 07:24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창비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어처구니가 없다. 자기 이름을 내걸고 자기 책을 낸 사람이 자기 원고를 보지 않았음이니, 이는 우롱이요 사기다. 헛되게 쌓은 이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신호탄이다. 뭐, 그걸 보호하겠답시며, 저자보다 위대한 출판사는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을 일삼는다. 그 변명, 기록으로 남기고자 그대로 인용하고 그대로 써 줬다. 왜? 그래야 어처구니 없는 우롱이 후세에 전하는 까닭이다.
도서출판 창비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 '산사편'을 냈다가 부랴부랴 회수하는 소동을 겪었으니, 지금도 멀쩡히 활동하는 미술사학자 강우방(77)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을 죽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이런 소문을 접한 나는 우선 강우방 선생한테 직접 전화를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어느 유명한 사람이 선생님을 고인을 만들었다는데요?" 했더니, 유홍준 얘기를 꺼낸다. 빙빙 돌려 얘기하는데, 종합하니 그랬다고 한다.
강 선생은 얼마전 《주간동아》에다가 유홍준이 올해 4월 출간한 단행본 《추사 김정희》를 맹비난한 글을 투고했거니와, 요점을 추리자면 이 책이 추사 작품이 아닌 글씨와 그림을 대거 추사 작품으로 둔갑시켰다는 것이어니와, 저 책이 표지에 쓴 ‘山崇海深’라는 글자부터가 당장 위작이라는 것이었다. 소문에는 이 기고문이 《산사편》에서 당신을 죽은 사람으로 치부한 유홍준에 대한 복수성 반격이라는 말도 있었다. 출판 선후를 따지면 이는 아닌 듯하다.
전화통화 내내 강 선생 역시 이 부문이 몹시도 신경에 쓰이는 듯, 시종 껄껄 웃으면서도 당신의 《주간동아》 기고문이 그런 반격성이라는 말을 절대로 꺼내지 아니했다. 그는 유홍준의 여러 글이 지닌 문제점들을 성토한다. 그런 성토, 나로서는 결코 생경하지는 않아, 여러 번 듣곤 했다. 물론 그렇다 해서 내가 강 선생 지적 전부 혹은 상당 부분을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유홍준을 포함한 미술계 전반을 향한 강 선생 말씀들을 나는 참고만 하는 편이다. 유홍준을 향한 비판에서 강 선생 역시 자유롭지 못할 데가 있다.
그의 이야기인즉슨, 유홍준이 자기 책에서 당신을 죽은 것으로 처리한 것이 사실이라 하며, 나아가 문제가 된 구절이 등장하는 문경 봉암사를 두고 당신이 한 말이라고 유홍준의 책이 인용한 말 역시 전연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가 말했다. "얼마 전 창비에서 어떤 직원이라는 사람이 전화가 와서는 유홍준 책 얘기를 하는 거야. 나를 죽은 사람으로 표현했다고 하면서, 이건 유홍준 실수가 아니라 편집진 실수라고 하더라고. 죄송하다고. 그 친구는 자기 글도 자기가 안 써나봐? 자기 이름으로 나가는 책을 교정도 안 봤다는 거지. 그러면서 책은 회수했고, 그 부분을 수정하겠다는 거야. 멀쩡한 나를 죽었다 했으니 나 오래살 거 같아."
사실인 듯해서 학술 문화재를 담당하는 박상현 기자를 통해 더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라 부탁했다. 박 기자가 바로 연락이 왔다. 소문이 맞다 했다. 창비로 바로 확인이 들어간 모양인데, 책은 회수해서 수정 작업을 하는 중이라 했다. 그러면서 관련 기사를 바로 올리겠다고 했다. 구질구질한 것 필요없다고 판단해 그런 소식만을 간단히 담았으니, 그것이 아래 기사다.
선생을 고인이라 적은 '문화유강우방산답사기'
이 기사에서 드러나듯 창비는 "편집자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에 수록된 문경 봉암사 부분을 일부 수정하는 과정에서 '돌아가신 강우방 선생'이라고 적었다"고 하며 "저자인 유홍준 교수와는 관계없이 편집자가 한 실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책이 서점에 깔린 날 실수를 알아채고 강우방 선생께 연락해 사과했다"며 "잘못된 표현이 들어간 책은 수천 부 정도 팔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머지 분량은 모두 회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창비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했다. "유 교수는 서문만 새로 썼고, 본문은 편집자가 기존 글을 교정했다"는 것이다.
이게 뭔가? 장난치는가?
더 자세한 내막을 경향신문 논설위원인 조운찬 기자가 폭로했다. 조 기자는 한국 언론계를 대표하는 학술전문기자요, 그 자신 한문학자요, 한문학도이며, 《삼국유사》 원문도 교정했다. 그는 경향신문 칼럼 코너인 [여적]을 빌린 '유홍준의 두번째 ‘굴욕’'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
<산사순례>는 유 교수가 새롭게 쓴 저서는 아니다. 출판사가 우리 산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밀리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하 <답사기>) 시리즈에서 산사 답사기만을 뽑은 것이다. 1993년 간행된 <답사기> 1권의 ‘문경 봉암사’편에는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강우방 선생’이라고 되어 있다. 기존 콘텐츠를 재편집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유 교수의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유 교수는 <산사순례>의 서문 ‘산사의 미학’을 새로 썼고, 표지에도 ‘유홍준 지음’이라고 내걸었다. 유 교수는 저자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 있게 해명해야 한다. 출판사 창비는 유명 인사의 명성에 기대어 기존 콘텐츠를 재탕, 삼탕하는 셀럽 마케팅을 재고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이번 책은 출판사 창비나 그 저자로 기록된 유홍준의 우롱 행각이다. 이번 여름,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 승원' 7곳이 세계유산에 등재되자, 그에 부화뇌동해서 이걸로 장사해 보자는 얄팍한 상술이다. 그리하여 기존 답사기 관련 글들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그걸 산사편이라 해서 짜깁기했으니, 이것이 우롱 아니고 무엇이리오? 자기 이름으로 나가는 자기 책을 교정도 보지 않고 서문만 쓴 유홍준은 또 뭔가?
이번 사건은 유홍준 기존 책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의문 부호, 특히 그 신뢰성에 심대한 의문 부호를 낳는다. 유홍준이 일으킨 바람이야 내가 부정하고픈 생각이 없으나, 그의 시대는 이렇게 저물어간다. 이젠 유홍준의 시대가 아니다. 그의 퇴장이 아름답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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