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에 응답했다. '완전한' 북한 체제보장 방안이 나왔다.
2018년 05월 29일 13시 40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29일 16시 15분 KST
미국이 북한에 응답했다. '완전한' 북한 체제보장 방안이 나왔다.
미국은 북한을 안심시키려고 한다.
By 허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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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것은 비핵화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할 경우, 미국에서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해서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한다.”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전하는 기자회견 일문일답 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다. 북한이 요구해온 체제보장 방안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비핵화 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이에 대한 서로의 신뢰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미국 측은 미국대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한다. 과연 북한이 이른바 CVID라고 불리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나설 것이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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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리비아 공포’
반면 문 대통령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 다만 비핵화를 이행했을 때 과연 미국이 체제 안전을 확실히 보장할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쉽게 말해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몇 주간 벌어진 일들을 복기해보자. 북한은 최근 미국 쪽에서 거론된 ‘리비아 모델’을 일종의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송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한 ‘리비아 모델’은 사실상 일방적 핵포기 방식이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던 이유다.
게다가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핵 포기 이후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는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했다. 미국은 2006년에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고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 그러나 카다피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NATO의 군사개입 끝에 반군의 손에 의해 사살됐다.
백악관은 ‘리비아 모델이 아니라 트럼프 모델’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 발언도 북한을 혼란스럽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4일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했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북한 체제 보장 방안을 처음으로 밝힌 것. 이른바 CVIG,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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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D와 CVIG의 맞교환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리비아 모델‘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에드 마키 상원의원(민주당, 메사추세츠)은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게 북한을 자극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대화를 하겠다면서 상대방이 위협으로 받아들일 만한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것. 그의 질문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에드 마키 상원의원 : ”김정은이 이해하는 리비아 모델은 한 국가의 지도자가 핵무기를 포기했더니 전복되고 사살된 그 모델이다. 존 볼턴이 TV에 나와서 계속 이걸 말하고 있는데 김정은이 이를 다르게 (위협으로)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은 왜 못하나? 부통령도 카다피 모델을 말하고 있지 않나. 비핵화가 끝난 이후 죽임을 당한 카다피의 말로 말고 (북한이) 이걸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이겠는가? (...) 이게 과연 비핵화 협상 상대방과 대화하는 좋은 방법인가?”
폼페이오 장관은 ”리비아 모델과 관련해서 오해가 있다”며 ”볼턴이 말한 건 그게 아니다”라며 해명에 나섰다. 볼턴 보좌관이 언급한 건 카다피가 축출된 사건과는 별개의 사건인 비핵화 과정에 대한 내용일 뿐이라는 것. 폼페이오는 카다피가 ”(핵을 포기한) 2004년 이후에도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의원님의 지적과는) 다르게 이해했을 것이라는 이유를 더 들겠다”며 입을 뗐다.
폼페이오 장관 : ”그(김정은)와 나는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와 나는 우리가 그에게 어떤 체제 보장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것은 우리가 (북한에) 요구하고 있는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이고 검증가능한 비핵화와 같은 방식의 보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쪽에서도 마찬가지로 협상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체제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김정은과)는 정확히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합의 이후에도 그것(체제 보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약속을 우리가 해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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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을 수 없도록’
그렇다면 관건은 북한이 안심할 만한 ‘영구적’ 체제 보장을 미국이 어떻게 해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넘어간다. 폼페이오 장관에게는 아이디어가 있다.
그는 북한과 협상이 타결되면 이를 조약 형식으로 만들어 의회의 동의를 받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마음대로 뒤집지 못하게 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이란 핵합의와는 다르다.
벤 카딘 상원의원(민주당, 메릴랜드)은 ”(오바마 정부 시절) 이란 핵합의를 위한 논의 당시 공화당 소속 동료의원들은 이것이 상원의원 3분의2 이상이 동의가 필요한 조약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오바마 정부 때 타결된 이란 핵합의는 행정부 차원의 협정이었다. 외교적 국제 합의이긴 하지만 미국 정부가 나중에 입장을 바꿔 파기하더라도 이를 제어할 법적인 장치가 없었다.
이란 핵합의 논의 당시 상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 내에서는 합의 자체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당시 오바마 정부는 의회 비준을 추진하지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책 대부분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취약한 행정명령에 기댔던 것과도 비슷한 이유다.
따라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 결과를 조약 형태로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건 꽤나 의미있는 일이다. 합의 이행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인 셈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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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 : ”미국 상원에 제시할 수 있는 합의를 이룩하겠다는 게 우리의 목표다. 그게 우리의 목표다. 우리의 목표는 이란 핵합의에 벌어진 일과도 연관이 있다. 미국 의회가 헌법에 따른 승인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벤 카딘 상원의원 : ”그럼 지금 말씀하신 게 이걸 조약 형태로 미국 상원에 제출하겠다는 뜻인가?”
폼페이오 장관 : ”그렇다.”
연합뉴스는 ”지금까지 북미간 주요 핵합의인 1994년의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모두 미국 의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행정부 차원의 합의였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폼페이오 장관의 구상대로 된다면, 이번에는 차원이 다른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조약에 ‘불가침’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북한에서도 ”비핵화 확실하게 해주겠다고 나올 수 있다”는 것.
정세현 : ”(...) 왜냐면 인준을 받는 식의 절차를 거치면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의회에서 인준까지 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적어도 그것을 뒤집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국회에서 지금 판문점선언을 동의하는 것, 대통령이 비준하는데 동의하는 것도 잘 안 해 주려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그걸 하겠다는 것 아니에요? 폼페이오가 그 상정을 하겠다는 거고…….”
김어준 : ”상정의 내용이 그런데 불가침조약…….”
정세현 : ”내용에 이제 불가침이 들어갈 수가 있죠. 그러니까 불가침의 내용이 들어가고, 그것이 명시가 되고 미국 의회에서 인준까지 되고 대통령이 비준해서 발표하고, 그리고 그걸 더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이런 식으로 된다면 북한이 비핵화 확실하게 해 주겠다고 나올 수 있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5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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